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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칼이 되어줘 | 독서일기 2018-05-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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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칼이 되어줘

다비드 그로스만 저/김진석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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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당신은 나를 모릅니다. 지금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나 역시 나 자신을 잘 알진 못해요. 편지는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정말이에요. 이틀 동안 애를 썼는데 이젠 결심이 꺾이고 말았군요. (p.11)


 이렇게 시작되는 이 소설은, 앞에서 알 수 있듯이 편지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그런데, 첫 문장이 ‘당신은 나를 모릅니다’입니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에게 쓴 편지인 것이지요.


 이 편지를 쓴 야이르는 동창회에서 처음 보고 첫눈에 반한 미리엄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 동창회에서 야이르는 미리엄과 함께 그 남편이 틀림없어 보이는 사람도 함께 보았죠. 그런데도 편지를 씁니다. 뭐, 그럴 수야 있겠지요. 그런데 이 편지의 내용은, 틀림없이 사랑을 담은 편지입니다. 연애편지라 하면 저도 꽤 써보았는데요, 야이르의 편지는 단순한 연애편지의 수준이 아닙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때로는 광기까지도 보이는 그런 편지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모든 단어에 철자가 너무 많고,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모든 걸 한꺼번에 털어놓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치 누군가가 내 펜촉 위에 앉아 히브리어를 프랑스어로 옮겨 쓰는 느낌이에요. 설명을 한다는 것이, 감정을 억지로 말로 풀어낸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어요. (…) 나로선 구구절절한 설명 따위는 훌쩍 건너뛰고 나의 모든 걸 당신이 즉시 알았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나를,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런 당신 속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내가 눈을 떴을 때, 당신이 미소 지으며 “좋아요, 걱정 말고 시작해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어요. (p.13)


 첫 편지를 보낸 후 미리엄에게 답장이 오자 기뻐서 쓴 편지입니다. 그러니까, 동창회에서 첫눈에 반한 후 편지를 보냈고 답장을 받아 기뻐서 쓴 두번째 편지인데요, 아직은 알아간다고 할 수도 없는 단계인 것 같은데 편지의 밀도가 이렇습니다. 어마어마하지요. 편지들 위에는 모두 편지를 쓴 날짜가 쓰여 있는데요, 하루에 세 통씩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쓴 건 더 많다고 합니다.


또다시 나예요. 이제 곧 자정이고, 이게 오늘의 세 번째 편지로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오늘 보내지 않은 편지가 몇 통이나 되는지 당신은 짐작도 못 할 테니. (p.17)


 편지든 뭐든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그런데 보낸 것만 세 통이고 실제로 쓴 건 훨씬 많다니. 하루 종일 미리엄만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지요? 그리고 이 편지에서, 바로 책의 제목이 등장합니다. Be My Knife.


난 스스로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해요. “난 그녀와 함께 진실을 피처럼 흘렸다”라고. 그래요,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거예요. 나의 칼이 되어주세요. 그럼 맹세코 나도 당신의 칼이 되어줄게요. 예리하지만 연민이 깃든, 내 것이 아닌 당신의 단어들로요. 그토록 섬세하고 부드러운 어투와, 껍질마저 벗어버린 것 같은 말이 세상에 허락된 줄 난 미처 몰랐거든요. (p.19)


 그런데 몇 통의 편지를 더 주고받은 후, 야이르의 편지에서 “아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야이르는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던 것입니다. 대체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일까요?


 야이르의 편지들을 쭉 읽어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밀도가 높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단어 한 단어가 정말 많은 내용과 감정을 담고 있어서 보통 글을 읽는 속도로 읽으면 너무 많은 것들이 쏟아졌고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상과 현실이 완전히 뒤섞여 있어서 제대로 읽지 않으면 무엇이 야이르의 상상이고 무엇이 그의 현실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야이르와 미리엄은 이러한 편지를 4월 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주고받는데, 10월 13일의 편지로 야이르는 미리엄에게 보내는 편지를 스스로 끝냅니다.


 1부에서 독자들은 야이르의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편지만 볼 수 있을 뿐, 미리엄의 편지는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야이르의 답장과 그 답장에 언급된 몇몇의 문장만으로 미리엄에 대해서 파악할 수가 있죠. 하지만 2부에서는 드디어 미리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야이르가 미리엄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낸 후, 미리엄이 쓴 일기가 바로 2부입니다. 1부에서는 알 수 없었던 미리엄의 야이르에 대한 감정과, 미리엄의 상황이 드러납니다. 미리엄은 야이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마야와의 삶이 매우 안정되고 확고하다며, “너무 큰 새로운 요소(이를 테면, 나 자신 같은)를 더한다는 건 불가능해요”라고 당신이 (주방에서) 썼던 편지를 꺼내왔어요.

이 편지를 앞에 놓고 들여다보니 아주 명확해지네요. 야이르, 당신의 삶이 정말 그렇게 안정되고 그렇게 확고한 까닭에 당신은 나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줄 수 없을 거예요.

당신 인생에 내가 끼어들 자리는 없죠. 이 사실을 진작 받아들였어야 했어요. 당신이 나를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 한들, 당신의 ‘현실’에 내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았을 테죠. (p.366)


당신은 어떻게 내 삶에 들어왔죠? 난 어쩜 그리도 무방비 상태였을까요? 창을 통해 들어온 것도 아니잖아요. 갈라진 틈 정도의 작은 입구로 그렇게 들어와서 내 마음을 관통했죠. (p.372)


 미리엄의 마음을 짐작할 수가 있죠. 그렇게 미리엄의 일상과 감정을 담은 일기인 듯 편지인 듯 뒤섞인 글들이 끝난 후, 3부에서는 드디어 둘이 통화를 합니다. 통화 내용과 각자의 감정이 또 뒤섞여서 서술되어 있는 독특한 형식입니다. 이 둘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야이르는 처음에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할 때, "우리가 직접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우린 파멸하고 말 거예요"라고까지 했었는데 말이죠.


 야이르와 미리엄의 사랑, 야이르와 마야의 사랑, 미리엄과 아모스의 사랑… 사랑이라는 단어는 단 하나이지만, 실제로 사랑이란 것은 정말 다양한 형태이지요.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이란 뭔가 하는 질문과 함께,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인간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이 관계가 이해되지도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소설이란 이런 것이겠지요. 읽는 것이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읽으면서도 야이르의 다채로운 표현(!)들에 감탄할 수 있고 읽은 후에도 많은 생각을 남길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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