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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고고한 연예 | 독서일기 2018-09-30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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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토록 고고한 연예

김탁환 저
북스피어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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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는 편이 아닙니다. 특히 중간에 지루한 부분이 나올 때 그 부분을 건너뛰고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제게는 꽤나 큰 고통입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한 소설을 읽은 후 실망한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겠고요. 그럴 때마다 제게는 왜 문학적 소양이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책을 이렇게나 읽으면서도 남들에게 추천할 만한 소설이 한 권조차 없다는 것이 제게는 고민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말 인생 소설이라고 할 만한 책을 만났어요.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인생 소설을 몇 번이나 바꾸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이 책은 제 최초의 인생 소설로 계속 기억될 것 같습니다. 바로 김탁환 소설가의 『이토록 고고한 연예』입니다.


 이 소설은 18세기 조선이 배경으로, 동대문 시장 인삼 가게 주인 천송의 외아들인 모독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달문이라는 거지의 이야기입니다. 달문은 수표교 밑에서 사는 거지이자 광대였는데, 멍청하고 흉측하기로 아주 유명했습니다. 우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달문을 데려오겠다고 하면 아이들이 울음을 뚝 그칠 정도로 말이에요. 실제로 달문을 본 사람은 없었는데도 모두가 달문은 세상에서 가장 못생기고, 못나고, 가난하고, 게으르고 더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모독은 열여섯 살에 수표교 밑에서 달문을 처음으로 만납니다. 소문이 아닌 현실의 달문은 어땠을까요?


광대가 쓴 흉측한 탈을 볼작시면 이러했다. 귀밑까지 찢어져 보통 사람보다 두 배는 길 뿐 아니라 사과 한 알 정도는 공중에 던져 그냥 받아 씹어 먹는 입, 짓뭉개져 입보다 더 낮은 콧등과 꿀벌이 제집인 줄 알고 들락날락거리는 동그란 콧구멍, 태어날 때부터 털 하나 없는 눈썹 아래로 쏟아질 듯 흔들리는 왕방울 눈, 늘어진 귓불이 어깨에 닿아 먼지와 비듬을 자동으로 털어 내는 코끼리 귀, 누가 광대 아니랄까 봐 쌍으로 한없이 뻗어 나와 여름엔 땀이 턱에 닿기도 전에 폭포처럼 흐르고 겨울엔 가장 먼저 얼어 터져 연지를 칠한 듯 도드라지는 광대뼈, 책을 세운 것처럼 밑면이 평평하여 어디든 붙이고 잠들기 좋은 사각 턱, 듬성듬성 뽑히다 만 잡초를 닮았으되 찔리면 송곳처럼 살갗을 파고드는 구레나룻 그리고 엉덩이를 지나 종아리에 닿을 정도로 축 늘어져 춤 출 때마다 박자를 타고 출렁이는 한 가닥 총각 머리. (p.18)


 그런데 놀랍게도, 이 광대가 쓴 흉측한 탈은 탈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달문의 맨 얼굴이었지요. 달문의 춤과 소리를 처음 본 모독은 우연히 달문과 대화를 나누고, 어느새 초면의 달문에게 자신의 꿈까지 이야기하게 됩니다. 모독은 외아들로서 무조건 아버지의 인삼 가게를 물려 받아야 했지만, 진짜 꿈은 매설가, 즉 소설가였습니다. 이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되고, 모독은 달문에 대해서 서서히 알아가게 됩니다. 달문은 수포교 거지 패의 왕초였는데, 보통 거지 패의 왕초는 힘으로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다른 거지들이 구걸해 온 것들을 다 빼앗거나 때리게 마련이었지요. 하지만 달문은 달랐습니다. 거지들이 구걸을 끝내고 모인 저녁에 밥을 분배하기 전에, 거지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거지들은 각자 먹고 싶은 양과 이유를 얘기했고 다른 거지들은 이에 대한 의견을 냈습니다. 달문은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모두 인정하는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의논한 후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달문이 성가신 일을 도맡아 함으로써 달문의 거지 패는 다른 거지 패와 비교했을 때 죽는 사람의 수가 훨씬 적었습니다. 아픈 날에는 다른 거지가 구걸해 온 음식을 먹고, 아프지 않은 날에는 음식을 구걸해 와 또 다른 아픈 거지와 나눠먹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상적인 왕초 달문은 결국 어떠한 사건으로 거지 패에서 쫓겨나고 맙니다. 이 과정에서 달문에게 모독은 약간의 도움을 주는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달문은 모독의 인삼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됩니다. 더럽고 냄새나고 흉측한 외모를 지녔으며, 평생 구걸과 춤과 노래로만 살아 온 달문이 인삼 가게의 점원이 되다니,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소설 속에서 달문은 거지 광대에서부터 인삼 가게 점원, 기생의 뒤를 봐주는 조방꾸니, 그리고 다시 최고의 광대까지 여러 일을 거치는데,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원칙을 꿋꿋이 지킵니다. 멍청할 정도로 자신의 욕심은 부릴 줄을 모르고 항상 타인을 배려하지만, 자신의 원칙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어 도리어 원한을 사는 일도 많습니다. 이러한 성정으로 인해 달문은 억울한 일을 참 많이 겪는데요, 그럼에도 달문은 그만의 고고함을 절대 잃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난 여섯 어른 중 한창 시절 저보다 못한 이가 있는 줄 아십니까? 모두 날고 날고 도 날기만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모두 추락했습니다. 늙는다는 건 이렇듯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습죠."

"그러니까 기회가 있을 때 돈을 챙겨 둬야지, 산대놀이에서 이긴 후, 달문이 가게 하나를 차릴 만큼 거금을 벌었다는 소문이 파다해. 무일푼이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언제나처럼! 하지만 저는 지금 엄청나게 부자입니다."

"부자라니? 산대놀이로 번 돈을 늙은 재인들에게 주지 않았는가?"

"돈을 많이 지닌 자가 부자가 아니라, 그 돈을 남에게 많이 준 자가 부자입니다. 오늘 밤, 저보다 더 많은 돈을, 그 돈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 준 사람은 없겠죠? 그러니까 오늘은 이 나라에서 제가 제일 부자인 겁니다." (p.203)


 돈을 많이 지닌 자가 부자가 아니라, 그 돈을 남에게 많이 준 자가 부자랍니다. 오늘 밤 자신보다 더 많은 돈을 그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준 사람은 없을테니 오늘은 자신의 최고의 부자랍니다. 달문은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지붕이 날아간 날이 있었수……. 비바람이 무시무시하던 늦여름 밤이었지……. 지붕을 덮은 무거운 기와들이 종이처럼 날아다녔다오……. 장대비가 서고로 곧장 떨어졌는데…… 서책들이 순식간에 젖기 시작했소……. 혼자선 역부족이었지……. 난 거리로 나가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소……. 그런데 아무도 오지 않았소……. 주저앉아 펑펑 울었소…….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소설들이 다 젖게 생겼으니까……. 죽어 조상님 뵐 면목이 없었소……. 그때 갑자기 거지 떼가 들이닥쳤소……. 까막눈인 그들이 서책들을 들고 비가 들지 않은 쪽방으로 옮겼소……. 그 사람이 데려온 게요…… 달문!"

말을 멈췄다. 생각을 가다듬고 혀와 목에 힘을 싣는 중이었다. 이것이 유언이란 걸 그도 나도 알았다.

"내내 궁금했소……. 왜 그랬을까? 거지들…… 내가 정말 모질게 박대했소. 식은 밥 한 덩이 준 적 없고…… 서책을 더럽힐까봐 문지방도 넘지 못하게 내쫓았다우……. 비가 그치고 한참이 지난 뒤 달문에게 물었소. 웃기만 하더니 한마디 합디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리했을 겁니다……. 사람이라서, 그렇게 하지 않는 놈들이 훨씬 많은데…… 아들 녀석은 매설가 모독의 완성작을 보기 전가진 세책방을 처분하지 않겠다고 나와 약조를 했수……." (p.416)


"예법을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무엇이냐, 그것이?"

달문이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또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자근만을 봤다. 그리고 답했다.

"사람을 믿어야 한다는 겁니다."

"과인을 믿느냐?"

"믿습니다."

"과인은 지금 당장 너를 죽일 수도 있다. 그래도 믿느냐?"

"사람을 믿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가를 보고 나서 정하는 게 아닙니다. 먼저 믿는 겁니다." (p.578)


계속 손해만 보는 달문에게 따져 물었던 적이 있다. 왜 그리 당하기만 하느냐고. 이번 일로 입은 손해가 얼마나 큰지 아느냐고. 달문은 특유의 웃음과 함께 이렇게 답했다.

"앞으로 50년은 더 살 듯하니, 그사이 갚으러 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오면 기쁘고, 오지 않아도 어쩔 도리 없지만 말입니다."

내게 방 도사가 찾아오듯, 달문에게도 긴 세월을 돌아 지난날의 잘못을 사과하거나 손해를 보상하러 온 이들이 있었을까. 대부분이 달문을 괴롭히고 이용하고 피해를 준 뒤 영원히 나타나지 않았지만, 달문은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잊지 않고 찾아온 이들을 고마워했을 뿐이다. 그것이 나와 달문의 가장 큰 차이였다. (p.592)


 달문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감이 오시나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중에서 아마 달문은 제일 못생기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 모두가 알 것입니다. 달문과 같은 사람다운 사람은 다시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요.


 달문이라는 캐릭터도 참 매력적이지만, 달문의 삶을 소설로 그려내는 매설가로서의 모독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독은 처음부터 달문을 신뢰하지는 않았습니다. 달문이 인삼 가게 점원으로 일할 때는 심지어 달문을 의심하여 시험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달문을 보지 못하여 병까지 얻는 지경에 이르지요. 사실 우리는 달문보다 모독에 가깝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화가 나고, 사람을 무작정 믿기보다는 의심을 먼저 하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으로 인해 열등감을 느끼고, 현실 앞에서 원칙과 타협하고……. 그렇기에 저는 달문에 대한 모독의 감정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독자들이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첫 문장과 모독이 달문의 삶을 그려낸 소설의 첫 문장이 같습니다. 그리하여 이 소설 자체가 모독의 소설이 되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여운이 훨씬 더 남았습니다. 소설 안에도 등장하는 『구운몽』과 같은 구조를 취하여 마치 한 편의 꿈을 꾼 것만 같았습니다.


 『이토록 고고한 연예』에는 달문과 모독 외에도 모독의 아버지와 숙부, 검계 망둥이, 춤꾼 운심, 세책방 쥐 영감, 의금부 방 도사 등 풍부한 캐릭터들이 가득합니다. 달문과 운심의 춤과 소리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고, 소설을 마무리하는 구조까지 완벽하여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엔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한숨이 절로 나오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이야기에 빠져서 책을 읽는 순수한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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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AI 리포트 | 독서일기 2018-09-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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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카카오 AI 리포트

카카오 AI 리포트 편집진 편저
북바이북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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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 AI 리포트』는 카카오가 2017년부터 발행한 <KAKAO AI REPORT>를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입니다. <KAKAO AI REPORT>는 카카오 정책산업 연구 브런치에서 pdf 파일로 제공되고 있는데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어서 앞으로 자주 방문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리포트를 묶은 책이다보니 다양한 필진들의 글이 큰 주제로 나뉘어 편집되어 있습니다. 즉,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나갈 필요 없이 목차를 보고 관심이 가는 글부터 골라 읽을 수 있습니다. 각각의 글이 모두 필자가 다르고, 카카오에 속한 분들의 글만 있는 것도 아니라서 AI에 대한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입니다. 다만 책을 읽어보니 이 분야에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분들이 읽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처음에 인공지능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는 글도 있고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설명도 조금 있기는 하지만, 아주 일부에 불과하고 책 전반적으로 전문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저 또한 이 분야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은 아니라서 어려운 부분은 적당히 넘겨가며 흥미가 있는 주제 위주로 읽었습니다.


 이 책은 1장 AI란 무엇인가, 2장 AI와 윤리, 3장 AI를 어떻게 배울 것인가, 4장 AI와 일상, 5장 현장에서의 AI 활용, 6장 AI를 연구하는 사람들 이렇게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2~5장이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며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중 제가 제일 열심히 읽은 글은 3장의 '딥러닝과 데이터(p.105~)'입니다. 최근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단위 연산당 비용은 줄어들다보니 인공신경망 기반의 기계학습 분야가 굉장히 각광받고 있습니다. 덕분에 인간의 직관으로는 다루기 힘든 거대한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도 가능하게 되었죠. "빅데이터"라는 단어, 참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전처리'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 든 예시를 한번 살펴볼까요.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만들어 어떤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좋아할 것인지 예측하는 모형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 모형의 훈련 데이터로 사용자들이 영화 및 드라마에 점수를 매겨 놓은 랭킹 데이터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데이터에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0점 만점의 시스템인 네이버 영화, 5점 만점의 시스템인 왓챠, 이진 평점(좋아요/아니오) 시스템인 넷플릭스의 데이터를 다 사용하려고 합니다. 이 세 가지 종류의 데이터가 전처리 과정을 거치면 훈련 세트로 사용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가능할 것 같은데, 대체 왜 안될까요?


 서로 다른 스케일의 데이터를 정규화하여 하나의 데이터 세트로 만드는 것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10점 만점이나 5점 만점 시스템을 이진 평점 시스템으로 정규화하려 한다면, 몇 점부터를 좋아요로, 몇 점부터를 싫어요로 바꿔야 할까요? 상위 50%를 좋아요, 하위 50%를 싫어요로 변환한 데이터로 훈련한 경우와, 상위 52%를 좋아요, 하위 48%를 싫어요로 변환한 데이터로 훈련한 경우의 기계학습 모형은 동일한 입력에 대해 상당히 다른 추론 결과를 내놓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이진 평점 시스템을 선형 스케일로 바꾸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애초에 논란이 생기지 않을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들은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균일하지 않습니다. 변화가 빠른 IT 업계의 특성상,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형식은 계속 변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데이터들을 머신러닝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처리 과정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편향성 문제, 데이터 밀도차 문제 등 데이터를 이용하기 전에 다뤄야 하는 문제들이 정말 산더미죠. 이 글을 통해 데이터 전처리 분야 자체만 해도 엄청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흥미도 많이 생겼고요.


 또 재미있게 읽은 글은 3장의 '머신러닝 적용의 실제: 논문이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p.174~)'입니다. 머신러닝 공부를 하다보면, 정확도를 1%씩 올리는 재미에 빠져들어 수치에만 집착하는 과정을 다들 한번쯤은 겪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머신러닝 공부를 하는 것과 실제 서비스에 이를 적용하는 것에는 꽤 차이가 있습니다. 이 글에 따르면, 실제 서비스에 머신러닝을 적용할 때는 연구자의 시선보다 사장님의 시선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정확도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 효용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이 핵심이죠. 그런데 정확도와 지속적 효용이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실제 서비스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오픈한 지 한 달 된 서비스와 몇 년 된 서비스의 사용자는 성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런 차이를 알지 못한 채 처음의 모델을 방치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또 고려해야 할 것은 데이터의 수명입니다. 일반적으로 모델의 학습 과정에서 전체 데이터를 랜덤하게 트레이닝 세트와 테스트 세트로 나누어, 트레이닝 세트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키고 테스트 세트 데이터로 모델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3년 전의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이 지금 가입하는 사용자를 평가하기에 적합할까요? 여기서 필자는 '데이터가 상한다'는 표현을 쓰더군요. 데이터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양이 무조건 많은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신선한 데이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죠. 또 현실의 서비스에서는 비용에 따라 정확도보다 커버리지가 우선이 되는 경우도 있고, 정확도보다 속도가 우선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현실과의 타협이 필요한 것이지요.


 여기서는 제가 관심있게 읽은 글만 소개했지만, 책의 분량이 꽤 되는 편이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AI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부터 실제 적용에 대한 내용까지 고루 다루고 있어서, AI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충분히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특히 AI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어느정도 배운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네이버가 TECH@NAVER 시리즈를 통해 기술 서적을 계속 냈듯이 카카오도 이 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술 서적을 출간한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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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 독서일기 2018-09-2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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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선정 신간 10 리뷰 대회 참여

[도서]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곽아람 저
아트북스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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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www.rte.ie/lifestyle/travel/2016/0608/794132-new-york-new-york-the-entertainment-edition/


 뉴욕은 이름만으로도 사람을 두근거리게 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도시 중 하나입니다. 저는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반드시 가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요. 사실 단순한 여행보다는 1~2년정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충분한 경제적 성공을 이룬 후에 그곳에서 살면서, 문화적으로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입니다. 저는 겁이 많은 편이라서 타지에, 특히 뉴욕 같은 곳에 함부로 갈 생각은 감히 하지 못합니다.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온갖 고난을 겪어가며 사는 것도 싫고요. 그래서 영어도 좀 더 잘 하게 되고, 돈도 많이 번 후에 그곳에서 잡다한 걱정은 내려놓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어요. 이번 생에 이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은 저자인 곽아람 기자의 뉴욕 이야기입니다. 직장에서 1년의 해외연수 기회를 얻어 뉴욕으로 간 곽아람 기자는 책의 첫 장에서부터 뉴욕살이의 험난함을 암시합니다. 1년간 지낼 곳이 있어야 하는데, 월세도 워낙 비싸고 미국 내 신용도 없으니 집을 구하기가 얼마나 힘이 들까요. 게다가, 뉴욕에는 사람보다 쥐가 더 많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찾아보니 뉴욕은 미국 전역에서 두 번째로 쥐가 많이 출몰하는 도시라고 하더군요. (출처) 아무래도 뉴욕에서의 삶에 대한 제 계획은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타지에서 사는데 힘든 일이 어디 그것뿐일까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괜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세계 최고의 도시인데 온갖 뒷거래가 성행합니다. 물가는 비싸고, 타지인이라고 여기저기서 무시받기도 하고요. 책을 읽다보면 제가 감정이입해 속상해지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이런 점이 역시 에세이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죠. 게다가, 저자가 미술 기자이다보니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미술 상식도 쌓고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에드워드 호퍼는 유명하기도 하고 최근 읽은 책에도 나와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알브레히트 뒤러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화가입니다. 특히 「서재의 성 제롬」을 보고는 입이 딱 벌어졌는데요, 어떻게 판화로 빛과 그림자를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미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이 그림을 보고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알브레히트 뒤러, 「서재의 성 제롬」


 저자가 NYU IFA(The Institute of Fine Arts)에서 청강하며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저자와 함께 청강을 한 사람들 중에는 노인이 많았는데, 7,500달러 이상을 기부하여 청강권을 받은 만학도들이었습니다. 은퇴한 고고학자, 은퇴한 의사, 뉴욕 사교계의 유명인사, 전기 작가 등 면면이 화려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수업을 청강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수업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들을 보며 저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배움을 놓지 않는 삶을 살고싶다는 생각이 정말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그 맹세대로 뉴욕에 있는 동안 정말 열심히 놀았다.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놀았다. 학교도 다니고 크리스티 수업도 들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 시간들은 공부라기보다는 유희에 가까웠다. '생산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노는 것에 대해 때때로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 마음을 버리려 노력했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건 책을 통해 쌓는 지식이라기보다는 체험이었다. 몸으로 배운 건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벗어나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견문을 넓히자고 결심했다. (p.155)


 '생산 강박'에 사로잡혀있는 모습, 바로 딱 저의 모습입니다. 할 일도 많고 욕심도 많다보니 이 일을 하면서도 저 일을 생각하고, 마음껏 놀지 못하고, 책을 읽어도 소설보다는 '도움이 되는' 책을 읽으려고 하고, 좋아하는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꿈도 못 꿉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고민과 생각에 공감이 많이 갔고, 저자의 지적 유희를 간접 체험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덕분에 이제 강박을 좀 내려 놓았으니, 다음 책은 곽아람 기자의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로 골라볼까 합니다. 그림과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절대 틀릴 리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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