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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전2권)_ 우리는 다만, 사람이고 싶었다 | 나의 서재 2017-07-2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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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군함도 1,2 세트

한수산 저
창비 | 2016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지옥의 섬 군함도에 묻혀있었던 진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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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무슨 기괴한 형태인가. 과연 실존하고 있는 섬의 모습이 맞는 것인가. 잿빛 바다 위에 폐허가 된 골조만이 남아 있는 섬은 마치 뼈만 앙상하게 남은 혼령을 붙들고 있는 것 같다. 이름도 서슬 퍼런 ‘군함도’다. 맨 위에 서 있는 신사를 중심으로 섬 전체를 둘러싼 드높은 방파제 때문에 그 모습이 바다에 떠 있는 군함 같아서 사람들은 하시마라는 이름 대신 군함도라 불렀다고 한다. 이곳은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 근처에 위치한 섬으로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이 주목을 받아 우리 앞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었다.

 

 

 

   1940년대 무렵 일본의 항구도시 나가사끼는 거대 군수기업 미쯔비시의 자본 아래 놓여 일본 최대의 해저탄광으로 성업 중이었는데, 이곳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군함도에서 석탄이 채굴되면서 조선인들을 향한 강제징용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태평양전쟁의 도발과 함께 궁핍과 자원 부족에 시달리기 시작한 일본은 조선의 나이 어린 소년까지 닥치는 대로 훑어가 탄광에 처넣을 정도로 무차별 강제징용을 자행했고, 그 결과 조선인들의 인권은 그들 뜻대로 좌지우지 되어 유린당해야만 했다. 한수산의 『군함도』는 바로 이 지옥의 섬이라 불리던 곳, 거대한 악의 수레바퀴 속에서 강제노동에 처했다가 끝내 원폭 피해자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조선인들의 처절한 삶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나라를 잃은 설움이란 게 이런 것인가, 읽는 내내 몇 번이나 먹먹해질 정도로 일제 강점기의 역사가 적나라하게 담겨져 있는 이 소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럼에도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과거를 반복하지 않고 내일을 희망으로 채워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마땅히 마주하고 진지하게 성찰해봄으로써 한때의 과거가 아니라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일임을 우리 모두 일깨울 필요가 있는 듯하다.

 

 

 

 

 

 

 

 

나라 잃은 청춘들, 거대한 악의 수레바퀴에 내몰리다

 

 

   진폐증으로 쿨럭쿨럭 기침을 해대는 조선의 징용공들이 누에처럼 꿈틀거리며 잠들어 있는 지옥의 섬, 군함도. 이때는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로, 조선의 징용공들은 하나같이 너무도 가혹한 운명에 처해져야만 했다. 지하 700미터를 내려가면 시작되는 갱도에서 12시간 혹은 15시간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노동 착취는 물론, 고작해야 콩비지에 삶은 콩, 정어리조림과 같은 형편없는 식사가 전부이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탄광 속에서 파리 목숨보다 가벼운 취급을 받았다. 어이없게도 조선 사람들 내에서도 서열 혹은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한뜻으로 마음을 모으지 못하고, 일본의 뜻에 반대하여 뒤에서 무슨 꿍꿍이를 벌이려할라 치면 이를 밀고하는 이 또한 조선인이라는 점이 참으로 애석할 따름이었다. 이른바, ‘인간 공출’. 유복하게 자란 친일파의 아들 지상 역시 이 ‘인간 공출’이라는 일본의 서슬 퍼런 사슬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막 임신한 아내 서형을 고향에 둔 채 군함도로 징용을 오고 말았다.

 

 

 

반도의 물자를 닥치는 대로 걷어가던 공출이 이제는 사람에게까지 와 있는 것 아닌가. 쌀 보리 콩처럼, 절간의 종처럼, 제사에 쓰던 유기그릇처럼, 나는 물자가 되어 끌려가는 반도인인 것이다. 그들이 거둬가던 쌀이나 놋쇠와 다름없이 내 팔다리는 일할 수 있는 자원이 되어, 인간이 아닌 노동력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 『군함도 1』91p

 

 

이것이구나. 나라가 없다는 것이 이런 거였구나. 지상은 처음으로 나라라는 말을 생각했다. 내놓으라면 그게 어디 곡식만이었나. 조상님 제사 모시던 유기그릇까지 다 꺼내주어야 했다. 가자고 하니까 여기까지 끌려왔다. 그러고도 이제 또 서라면 서고, 때리면 맞아야 한다. 왜 우리가 이래야 하는가. 우리는 그 무엇에서도 주인이 아니다. 이제야 알겠다, 나라가 없다는 게 무엇인가를. / 『군함도 1』 118p

 

 

 

   인권의 사각지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에 짓눌린 채 가혹한 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던 징용공들은 이곳에 남느냐 목숨을 걸고 도망치느냐 기로에서 끊임없이 내몰린다. 설상가상으로 증탄독려를 위한 가혹행위들은 거세지고 광부들의 자해행위는 늘어갔으며 눈에 띄지 않는 기생충으로 인해 숙사의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었다. 때마침 지상은 아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남을지, 목숨을 걸고 탈출을 해야 할지 고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험한 바닷길에 휩쓸려 죽거나 육지에 도착하더라도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끝내 붙잡혀 돌아왔다가 모진 고문을 당해 목숨을 잃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곳이었다. 결국, 오랜 고심 끝에 군함도에서 머무를 수 없다고 결심한 지상은 오랫동안 군함도에서 징용공들의 큰형님으로 손꼽히는 명국과 춘천에서 징용되어 온 우직한 벗 우석과 함께 탈출을 도모하기에 이른다. 과연 죽어야만 나갈 수 있다는 이 지옥섬을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렇듯 총 2권에 이르는『군함도』의 1권은 군함도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지상과 그 일행들에게 놓인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매우 긴장감 있게 재현한다.

 

 

“세상은, 우리가 다 함께 사는 게 세상이다. 나한테는 남의 일이지만 그 사람한테는 손톱 밑에 가시만 끼어도 아픈 거, 그게 세상이다. 남의 일이냐 내 일이냐, 남의 탓이냐 내 탓이냐, 그렇게들 사니까 우리가 이 모양인 거야. 남의 일이 아니라 그게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 거다.” / 『군함도 1』192p

 

 

우린 왜 이렇게 되었나. 왜 여기까지 끌려왔으며, 이제 목숨을 걸고 여길 나가야 하는가. 살기 위해서다. 산다는 건 뭔가. 그건 자유다. 나는 지금 자유를 찾아서 나가려는 거다. 자유란 게 뭐냐. 그건 간단하다. 내 나라가 없어지면서 우리는 자유를 잃었다. 할 말을 하며,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곳, 그걸 할 수 있는 게 조국이라면 우린 거기서부터 잘못됐던 거야. 나를 잃었다는 바로 그거. 내 나라 말도, 내 나라 글도, 제 이름조차 잃어버린 우리들. 이게 그 시작이다. 이름을 찾고 말을 찾고 혼을 찾아야 한다. / 『군함도 1』368p

 

 

 

   소설은 거대한 악의 수레바퀴에 내몰린 조선 청년들의 굴곡진 삶, 불굴의 의지를 강렬하게 담아냄과 동시에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조선의 여인들이 품어야했던 회한마저 가슴 아프게 그려낸다. 남자들은 떠나가고 죽어가는데, 남아서 그들의 자식을 지키고 길러내야 하는 여인들의 처지와 애끓는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생생하게 살아있던 님이 느닷없이 목숨을 잃어 뼛가루가 되어 돌아왔을 때 마주해야 하는 마음이란 얼마나 괴로운 것이겠는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길이 없어 가슴을 쥐어뜯으며 살아야 하는 마음은 또 어떠하겠는가. 그럼에도 살아서 견디고 이겨내어 아이들에게 제 뜻 펴고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은 여인네의 단단한 마음에서 또한 희망을 본다. 뿐만 아니라, 소설은 스스로 일본으로 건너가 적극적으로 남편을 찾아 나서는 서형과 사랑하는 이를 위해 죽음으로 맞선 금화를 통해 이를 더욱 극적으로 완성시킨다.

 

 

 

남자들은 떠나가고 죽어가는데, 그래도 남겨놓고 간 그들의 자식을 지키고 길러내야 하는 여자의 처지가 서럽고도 절절하게 가슴을 적셔왔다. 그러리라. 살아서 견디고 이겨내야 하리라. 그래서 어느날 시퍼렇게 자라날 그 아이들에게 억장이 무너지던 이 한스런 세월을 말해야 하리라. 잊지 않고 전해서 알게 하리라. 못난 조상은 이렇게 살았다면 너희들만은 달라야 한다고, 저마다 시퍼렇게 제 뜻 펴고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이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그렇게 말이다. / 『군함도 2』102p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한편, 미군의 공습이 본격화되고 일본은 군수 시설을 지하에 옮기려는 시도를 계속하면서 징용된 조선인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진다. 지상은 운이 좋게 탈출에 성공하지만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란 보이지 않는다. 지상은 같이 지내던 광재가 급성 폐렴이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상해제증명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죽을병에 걸려서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현실에 힘이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징집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하는 조선인들을 보며 ‘사지 멀쩡한 자들이 눈 벌겋게 뜨고 쪽지 하나에 이리 끌려가고 저리 끌려가는 우리 모두가 나라 잃은 청춘의 현실 같다’ 하고 되뇌는 그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유독 가슴을 후벼 판다. 사실 전쟁이란 것은 젊은 일본 청년들의 꿈을 앗아가기는 마찬가지였다. 빛나는 생의 의지를 군부에 희생당하기는 우리와 다를 게 없었으며 원자폭탄으로 인해 한순간에 폐허가 된 삶의 터전으로 많은 것을 잃어야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체 이는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거기에 무슨 정의로움이 있을 것이란 말인가. 저자는 전쟁의 그늘과 이 참혹한 피해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가는 것인지를 『군함도 2』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이것은 무엇인가. 침략전쟁이며 살육이다. 침략과 살육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하물며 인간의 목숨이 인간의 살육을 위해 쓰여도 좋단 말인가. 거기에 무슨 정의로움이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인가. / 『군함도 2』239p

 

 

우리들 하나하나가 아니다. 이 모래알 같은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으로는 항거할 수 없이 크고 엄청난 어떤 집단이나 제도가 거대한 악이 되어 우리를 내리누르며 지배하고 있는 거다. 집단의 탐욕과 편견이 거대하게 뒤엉키고 제도와 제도 간의 경멸과 증오와 부패가 거기 뿌리 깊게 자리 잡아 그들만의 거대한 악을 구축하고 결속시킨다. 우리들 하나하나의 저편에 그 거대한 악이 있는 거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죄악, 국가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거대한 죄악, 그것은 자멸하는 것밖에 제어할 길이 없는 불가항력의 악일 것이다. / 『군함도 2』284p

 

 

 

 

 

 

   동명의 영화 <군함도>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영화 역시 나름의 복원력과 서사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줄 것이라 기대되지만, 그 전에 이 소설을 읽고 지난날의 역사에 보다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에 희망이 있다던 것처럼, 책이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많이 읽히고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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