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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_ 이 세상에 진실 같은 건 없다 | 나의 서재 2017-08-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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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드래곤플라이

가와이 간지 저/권일영 역
작가정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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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진실과 증명되지 않는 의문들 사이에서 단 하나의 진실만을 쫓아가기 위한 가부라기 특수반의 활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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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라는 이익 앞에 노출된 욕망과 부조리가 낳은 끔찍한 사건!

조작된 진실과 증명되지 않는 의문들 사이에서 단 하나의 진실만을 쫓아가기 위한 가부라기 특수반의 활약상! 

 

 

 

   요즘 들어 산책을 할 때면 여러 마리의 잠자리를 심심치 않게 발견하곤 한다. 내 앞에 보란 듯이 나타났다 어느 틈에 파르르 날아가 버리곤 하는 잠자리를 바라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마치 바람결을 느끼듯 공중을 유영하는 잠자리를 보며 나는 문득 '드래곤플라이'라는 영문 이름에 낯선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유독 서정적이고 시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우리 이름 '잠자리'와 달리 '드래곤플라이'는 어쩐지 특별한 기운의 상징성이 두드러지는 이름 같다. 가와이 간지의 추리소설 <단델라이언> 을 읽은 이후 민들레가 예사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처럼, 그의 전작인 <드래곤플라이>를 읽고 있으려니 또 다시 그때와 같은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었다.

 

 

 

   일상성의 반전이 주는 묘미랄까, 나는 <단델라이언> 이후 읽고 싶은 추리소설로 주저하지 않고 <드래곤플라이>를 손꼽았다. <단델라이언>의 민들레가 그래했듯, <드래곤플라이>에서 잠자리의 상징성과 이미지는 그 어느 작품보다 강하게 서사의 힘을 떠받치며 소설 전반을 지배한다. 굳이 말하자면 <단델라이언>보다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며 근래에 읽은 추리소설 중 단연 수작이라 할 만하다.

 

 

 

행운의 상징이 슬픔의 메신저가 되어 돌아오다

 

 

   어느 날, 니코타마가와 강변에서 불에 탄 시신이 발견된다. 그 시신의 모습이란 목에서 아랫배까지 일직선으로 배가 갈라져 폐를 제외한 장기들이 모두 사라진 상태로, 복부를 찌른 후 사후에 배를 가른 것으로 추정되는 기이한 형태였다. 게다가 입 안에는 돌이 들어 있어 입이 쩍 벌어진 모양을 하고 있었다. 노련한 직감이 뛰어난 형사 가부라기와 그의 부하인 엘리트 히메노가 즉시 사건에 투입되어 현장에 나타난다. 시신이 불에 탔으니 사망 추정 시간이나 흉기조차 짐작하기 어려워 수사가 난항으로 이어질 찰나, 시신의 목에 걸려 있었던 잠자리 장식의 팬던트가 눈길을 끈다.

 

 

 

"잠자리는 말이야, 유럽에서는 재수 없는 곤충으로 취급해. 때론 사람을 문다는 오해까지 받는데 일본에선 아주 친숙한 곤충이지. 어디 그뿐인가? 예로부터 잠자리는 '승리의 곤충'으로 불리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곤충으로 여겨졌어. 그래서 무사들이 칼이나 투구, 겉옷 장식이나 무늬로 즐겨 사용한 거야. 그뿐인가? 잠자리는 그 자체가 참으로 신비한 생물이야." / 221p 

 

 

 

   잠자리는 신이 보낸 심부름꾼이라고 했던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곤충인 잠자리는 유독 일본에서는 행운, 기쁨과 제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사건으로부터 한참이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히류무라의 두메산골에 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 이즈미는 많은 생물들 중에서도 잠자리를 특히 좋아했다. 선천적으로 앞을 볼 수 없었던 이즈미는 늘 혼자였던 탓에, 자신에게 다가와 어디선가 날아와 자신의 어깨나 무릎, 단발로 깎은 머리 꼭대기에 가만히 내려앉곤 하는 잠자리만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놀러 와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두 남자 아이, 유스케와 겐이 이즈미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들은 잠자리를 매개로 친해졌다. 죽마고우인 유스케와 겐은 앞을 보지 못하는 이즈미를 항상 지켜주기로 약속하고, 이후 함께 잠자리를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이제는 화석으로만 남아 있는 옛날 잠자리 '메가네우라'를 보았다던 유스케의 말에 따라 함께 이 광경을 보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날아다니는 용을 뜻하는 이곳 지명 역시 '히류무라'. 마치 용이 날아오르는 것 같은 모습의 거대한 메가네우라를 발견한 이 세 아이의 믿기지 않는 이 날의 경험은 훗날 그들 앞에 펼쳐지는 끔찍한 운명의 전조처럼 다가온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장기를 훼손당하고 불에 탄 시신은 혹시 유스케와 겐 둘 중에 한 명이 아닐까. 앞서 읽었던 이즈미와 두 소년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이끄는 잠자리의 흔적이 훗날 그 목걸이로 이어지는 것만 같아 불길한 예감이 드는 가운데, 불에 탄 시신이 결국 유스케라는 사실을 드러나고 만다. 행운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잠자리가 슬픔의 메신저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 세상에 진실 같은 건 없다

 

 

   유스케에게 끔찍한 일을 벌인 살인자가 누구일지, 도쿄 경시청 소속 형사들과 가부라기 특수반이 추적을 거듭하는 가운데 드디어 가장 유력한 용의자 한 명이 떠오른다. 바로 히류무라 마을의 촌장인 다누마다. 과거부터 이 지역은 잠자리의 성지라 불리는 천혜의 생태환경지로, 마을 사람들의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댐 건설이 계속해서 추진되어 온 곳이었다. 촌장인 다누마는 자신이 앞장 서 댐 건설을 반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오랫동안 촌장직을 유지해왔지만, 결국 댐 건설은 추진되고 마을 사람들은 보상금을 받아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히류댐이 완공을 앞두게 된 상황에 유스케의 시신이 발견되고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그간 촌장이 건설사와 내통해 댐 건설에 반대하는 척 공사 기간을 질질 끌어 국가로부터 돈을 계속 부풀려 받는 데 일조 했을 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살 만한 정확히 포착된다. 즉, 유스케는 자신이 아끼는 잠자리의 성지가 히류댐 건설로 인해 수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던 인물로 다누마로서는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모든 의심은 범인을 촌장 다누마로 향하기 시작한다.

 

 

 

   분명, 누가 봐도 범인은 촌장 다누마이고 모든 증거가 다누마를 향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게다가 시신 역시 유스케임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오~ 내가 생각한 게 맞나보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아.' 하고 뭔가 사건이 금방 해결될 것만 같은 쾌감 같은 것이 이미 중반부부터 들곤 할 것이다. 그런데 묘한 이질감이랄까. 누구보다도 직감이 발달한 가부라기가 그러했듯 이게 정말 진실일까? 의문이 든다. 자꾸만 중요한 것을 못보고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증명되지 않은 사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듯한 의문들이 계속해서 가부라기의 발목을 붙든다.

 

 

 

"어떤 사실에 맞닥뜨렸을 때 우선 그걸 '의외로 놀라운 사실'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진실을 향해 가는 첫걸음이죠. 이 '의외로 놀라운 사실'에 합리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비로소 '추론'이란 행위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진실에 이를 수가 있죠. 그걸 애브덕션(abduction)이라고 하죠." / 183p

 

 

 

   애브덕션. 누구보다도 직감이 발달해 엉뚱한 어림직작과 같은 애브덕션법 추리력을 빛내곤 하는 가부라기는 이미 정해진 수사방향과 다른 노선을 그리며 이제 모든 가설을 깨부수고 다시 시작한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은폐되고 조작된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은 줄곧 잠자리가 가리키는 진실이 무엇인지 또 다른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개성 있는 캐릭터의 다양한 활약상이 추리소설의 활력을 높이다

 

 

   앞서 <단델라이언>을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여타의 추리 소설 및 형사 소설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 형사의 개성과 인상이 가와이 간지의 소설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표한 적이 있다. 그나마 위로 할 만한 것은 가부라기 형사의 일방적인 활약이 아니라 그를 중심으로 팀원들이 의기투합하여 사건을 해결해나는 과정에서 진정성을 느꼈다는 점이다. <드래곤플라이>를 탄탄하게 받치는 힘 역시 가부라기 외 주변 형사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와 이들의 단단한 팀워크에 존재한다. 가부라기와 오랜 동료로 성질이 급하고 괄괄한 면이 있으나 시종일관 유머 있게 팀의 분위기를 띄우는 마사키, 26세라는 젊은 나이의 프로파일러로 범죄 심리 분석에 능하고 사건의 단서로 진실을 추론해가는 능력이 탁월한 엘리트 사와다, 형사 오타쿠라고 불리며 뛰어난 외모와 스타일로 기동력을 자랑하는 젊은 에너지 히메노는 단서를 조합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나아가게 하는 소설의 완성도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가부라기의 돌출행동을 못마땅해 하고 냉정한 태도로 수사방향을 지휘하는 사이키 역시 누구보다도 가부라기 특수반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도록 뒤에서 은근히 지원해주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드래곤플라이>에서는 진중하지만 특유의 직감이 이끄는 방향으로 획일화 된 수사에 새로운 가설을 끊임없이 재기할 줄 아는 가부라기의 뚝심이 빛난다는 점에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이들 형사들이 어떠한 사명을 가지고서 사건에 다가가는지 그 소신과 철학을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타의 추리 소설과 다른 지점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의 감정을 '희로애락'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원한'이나 '증오'는 없다. 마치 그런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 듯. 아니, 존재할까봐 두려운 듯이. 그건 자기 안에 원한이나 증오 같은 감정이 존재한다는 걸 누구도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이런 골치 아픈 감정을 짊어지고 사는 걸까. / 74p

 

 

"인간은 언젠가 틀림없이 변할 겁니다. 그리고 동족을 죽인다는, 있어서는 안 될 습성을 버릴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저는 그렇게 믿어요. 하지만 그날까지는 인간 스스로가 인간을 지켜주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우리 같은 경찰관이 필요하죠. 저는 그래서 경찰관이 된 겁니다." / 487p 

 

 

 

   가만 보면 <단델라이언>과 <드래곤플라이>는 사라져가는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인류애 같은 철학이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듯하다. 우리는 왜 같은 동족을 죽여야만 하는 것인가. 왜 이러한 비극은 계속되는 것인가. 자극적인 살인사건에 얽매이지 않고 일그러진 욕망과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고민하고 아파하는 우리 인간들의 고뇌와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작가의 사명 같은 것이 엿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앞으로도 가와이 간지의 작품만큼은 줄곧 찾아보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쭉 이와 같은 작품이 계속해서 출간되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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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_ 아들의 속마음과 관계의 기술 | 나의 서재 2017-08-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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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루신다 닐 저/우진하 역
카시오페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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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 남자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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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돼' , '하지 마!'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한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아이를 제지하거나 해서는 안 될 행동에 주의를 줄 때 하는 말들이다. 뭐든 빨라지는 세상이 아니랄까봐, 한 때는 네 살 아이를 가리켜 미운 네 살이라더니 이제는 더 빨라져서 미운 세 살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쓰게 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깔깔거리며 웃던 아이가 느닷없이 칭얼거리며 공격적으로 돌변하고, 원하는 것을 바로 들어주지 않으면 악을 쓰며 고집을 부리는 일이 다반사다. 어쩔 때는 '딸이어도 이랬을까' 싶기도 하다. 엄마와 같은 성별을 지닌 딸이라면 아이의 기질을 조금은 더 잘 헤아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것은 아무래도 아들의 기질은 엄마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는 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듯하다.

 

 

 

   이 때문에 평소에는 잘 읽지 않던 육아서를 조금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육아서에 나오는 내용들은 대부분 알고는 있지만 좀처럼 체득하여 활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어 찾아서 읽어보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좋은 줄 누가 모르나, 모두 허울 좋은 이론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잘 안 되는 걸'하고 은연중에 거부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과연 이 아이를 현명하게 키우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늘 의심하고 불안해하며 나의 육아관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로 아이를 대하는 게 과연 옳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했다. 단순히 아들의 마음을 좀처럼 헤아릴 수가 없어 답답하거나 속상했던 마음을 책으로나마 위로받을 수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 때에 굉장히 직관적인 제목의 책 하나가 눈에 띄었다.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라니, 남자아이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만큼 적절한 제목이 있을까 싶었다.

 

 

 

남자아이의 본성을 알면 어떻게 다룰지도 알 수 있다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는 남자와 여자 어른 모두에게 남자아이의 본성이 어떤지, 어떻게 하면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하고 실용적인 정보를 알려준다. 자세하게는 아이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아이의 에너지를 모아 하나에 집중하게 할 수 있는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루도록 도와줄 수 있는지 적절한 전략법과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저자는 남자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여자아이와 다르다는 생각에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남아와 여아를 비교하면 다른 점보다 같은 점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또한 남자아이를 장난꾸러기나 이해하기 어렵고 다루기 힘든 존재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것을 지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본인에게 오히려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그간 남자아이가 까다로운 존재라는 것을 고정관념처럼 지니고 있었던 나의 습관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남자아이의 본성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들에 대해 살펴본다. 여기에서는 아이를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아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며 흥미, 유머, 용기, 정의를 통해 남자아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남자아이가 가진 특유의 기질들을 설명한다.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는 인정과 존중을 받지 못하면 반항하고 화를 내며 무례하게 돌변한다는 점이다. 아이를 인정하는 모습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면 아이의 변화는 커지며 아이는 어른이 자신을 인정한다고 느끼면 이번에는 어른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서로가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음 2장에서는 남자아이들의 에너지를 잘 다루어 긍정적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위험하다고 섣불리 막지 말고, 아이에게 육체 에너지를 발산한 기회를 주되, 안전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칠 것을 권장한다. 일반적으로 남자아이는 집중하는 시간이 짧다고 여기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함으로 하지 않으려는 것이 있다면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해 하기 싫고 재미없는 일도 흥분되는 도전적인 일로 만들기를 추천한다.

 

 

 

모든 아이가 똑같은 나이에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말자. 차이점을 인정하고 언제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주목한다. 남자아이는 일단 육체적 정신적으로 준비되면 새로운 기술을 굉장히 빠르게 습득한다.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속도 안에서 해야 한다. 그러면 그 흥미는 평생 지속된다. 아이에 대해 미리 선입관을 가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 77p

 

 

 

   경계선과 규칙의 중요성을 일러주는 3장은 인격과 책임감을 심어주는 튼튼한 경계선이야말로 아이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며 이때 단호함과 지속성 있는 규칙을 지정할 것을 추천한다. 남자아이는 규칙을 넘나드는 것을 놀이로 간주하기 때문에 '안 된다' 혹은 '하지 마라'와 같은 부정적인 말이 아닌 긍정적인 말로 표현할 때 부모가 원하는 효과를 더욱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가 집안을 어지럽혔다면, '치워!', '누가 이랬어?'라고 다그치기보다 '나는 어질러진 게 다 치워졌으면 좋겠구나', '누가 이런 짓을 했든지 솔직하게 말해주었으면 좋겠어'하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경계선을 적용할 때에는 지속적으로 남녀 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하고, 아이가 받아들이고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 이후 아이가 경계선과 규칙을 지킬 때는 반드시 제대로 보상해줄 것!

 

 

 

남자아이는 주어진 일을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약간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이것을 '준비 시간(take-up time)'이라고 부른다. 아이에게 어떤 일을 부탁할 때는 그 말만 하고 아무렇지 않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아예 아이를 혼자 남겨두고 필요한 준비시간을 준다. 아이가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확보했다고 느끼면 쉽게 부탁에 응할 것이다. 만약 아이가 통제당하거나 잔소리를 듣는다고 느끼면 자신도 모르게 반항할 마음이 들게 된다. 아이에게 공간을 내어준다는 의미는 아이를 믿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 101p 

 

 

 

   4장에서는 엄마의 올바른 피드백이 자존감 높은 아들로 키울 수 있음을 설명한다. 편견에 사로잡히면 아이의 진짜 본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아이의 성격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면 아이는 물론 행동까지 긍정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므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아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행동이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을 권한다. 또한 무조건적이거나 잘못된 칭찬은 실질적인 평가가 아니며 계속 똑똑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뭐든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 감당할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도록 한다. 이 장을 읽고 나 역시 바로 실천해본 것이 그냥 잘했다고 칭찬할 게 아니라 '~ 해줘서 고맙다' 혹은 '아들, ~을 무척 잘하네. 최고!' 하고 해당되는 구체적인 행위를 들어서 칭찬하는 화법을 익히기 시작한 점이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려면 이렇듯 칭찬도, 바꿔야할 점도 구체적으로 피드백 할 것을 권장한다.

 

 

 

아이의 행동에서 동기를 찾다 보면 아이를 이끄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을 말하기 꺼리는 아이는 사실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스스로 원하는 걸 찾도록 도와주자. 새로운 경험을 원하지 않는 아이라면 실패가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장점을 설명해주면서 자신감을 심어주자. 자기 자랑이 심한 아이는 인정받고 싶은 아이니 먼저 칭찬해주고 장점을 인정해주자. / 140p 

 

 

 

   5장에서는 남자아이가 감정을 쉽게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남자아이들은 겁이 나거나 부끄러우면 때로는 분노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공격성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하며 적절한 배출구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는 '남성다움'에 갇힌 사고방식을 요구해서는 안 되며 아이가 느끼는 감정의 이름을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자연스럽게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적절한 방향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가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배우는 데는 어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어른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중요한 건 무언가를 고치는 게 아니라 아이의 대답을 듣는 것이다. / 168p 

 

 

 

 

 

   6장에서는 최고의 아들로 키우는 12가지 대화법으로 아이와의 대화에서 실제로 적용하면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마지막 7장에서는 아이의 첫 번째 역할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빠'만의 역할을 강조하며 그들이 아들에게 보여야 할 중요한 태도 등을 언급한다. 이때 엄마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아이와 아빠 혹은 남자 어른이 함께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도록 해줄 것을 부탁한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끝으로 마지막 페이지에는 남자아이의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책들을 함께 소개하는데 여기에 수록된 권장도서를 선별해 읽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이렇듯 책은 세 살부터 속을 알 수 없는 사춘기의 남자아이들까지 아이들의 행동 속에 숨어 있는 본마음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내 뜻과 방식에 따르지 않는다고 무조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아들의 행동에 어떠한 뜻이 숨어있는지 이해해보려고 한다면 어떤 난처한 상황일지라도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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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 volume 1

토베 얀손 글,그림/김민소 역
작가정신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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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무민 시리즈의 완전판을 만나다!

괴짜지만 사랑스러워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아름다운 동화!

 

 

  마치 하마를 닮은 듯 순둥순둥한 얼굴에 통통한 몸매를 지닌 귀여운 캐릭터 무민. 그간 소품샵에서 무민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을 만나보곤 했지만, 사실 이 캐릭터가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혹은 어떤 스토리를 가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 캐릭터가 핀란드에서 태어나 나의 부모님보다 더 오래 전에 탄생해 지금껏 전 세계의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받아왔다는 점이 놀랍기만 했다. 한 캐릭터가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귀여움을 넘어서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순백의 동글동글한 캐릭터 무민에게서 우리는 어떤 영감을 받고 계속해서 애정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일까,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엉망진창이지만 모든 게 즐겁기만 한 여유만만 무민 가족

 

 

   무민은 작가이자 예술가로, 핀란드의 뛰어난 젊은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던 토베 얀손에게서 탄생되었다. 그녀는 어릴 적, 바닷가의 푸른 골짜기에서 살며 꽃밭에 늘어놓을 진주 조개 껍질을 주어 모으거나, 파도 속에서 사소한 보물을 건지거나, 시냇가에서 주운 돌멩이를 마가린으로 문질러 반짝반짝 빛나게 닦곤 했다.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그녀에게는 영감이 되었다. 그리하여 탄생한 무민 캐릭터는 한 잡지에서 일러스트 속 시그니처 캐릭터로 처음 소개되었다가 이후 그녀의 첫 동화책에서 무민 가족 전체가 등장한 것이 그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 volume.1>은 1954년에서 1956년까지 연재하던 시리즈를 한 데 모은 것으로 고전 형식의 그대로인 흑백으로 출간되었다. 이 흑백의 형식은 무민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기상천외하고 독특한 무민 골짜기에 보다 상상력을 덧입히고, 현실인 듯 현실이 아닌 듯 무민 만의 새로운 세계관을 완성하는 데 일조를 한 듯하다.

 

 

 

 

 

 

   무민의 세계 속에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아니'라는 말을 하지 못해서 늘 곤란한 일을 겪게 되는 태평한 캐릭터 무민과 온화한 성격으로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는 가족들 사이에서 늘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무민마마, 항상 새롭고 자극적인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는 아빠가 등장한다. 모두가 지닌 한결같은 태평함 때문에 늘 별난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때로는 곤란한 일을 겪곤 하지만 이들 가족은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으로 위기를 모면하곤 한다. 이들 뿐만 아니라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지기를 원하는 스니프, 사랑에 빠지면 아무 것도 안 먹고 상대방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밈블, 약하거나 지는 것을 누구보다도 싫어하는 브리스크, 뭐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강아지 핌플 등의 캐릭터들은 무민의 세계관에 현실과 삶의 이중성들을 은유적으로 꼬집는 다채로운 역할들을 한다.

 

 

 

 

 

 

   이들은 천진난만하게도 해적들이 와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살인 용의자가 되는 상상놀이를 즐기기도 하는 등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을 것만 같은 일들을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벌인다. 그러면서도 애써 지은 자신의 집을 진짜로 집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선물하거나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언제나 비관적인 미자벨에게 여유와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일깨워주는 모습은 무척 사랑스럽다. 뭐, 이런 가족이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들을 사랑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소중한 가치란 구름 위를 떠다니고, 빨간 장화를 신고, 언제나 평화롭게 사는 것'임을 세상에 깨우치고 싶었던 작가 토베 얀손의 희망이 무민을 통해 탄생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겨우 그 정도의 근심일랑은 내려놓고 조금은 나를 위해 자유로워져봐, 하고 말하는 듯한 무민의 그 동글동글한 눈과 몸매가 어쩐지 위안이 된다. 오늘날 너무나 많은 근심을 떠안고 사는 어른들이라면 이 책이 자그마한 위로가 되고 작지만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동화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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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_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 나의 서재 2017-08-1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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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린의 날개

히가시노 게이고 저/김난주 역
재인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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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며 진실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히가시노 게이고 표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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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기린 조각상에 숨겨진 아버지의 마지막 메시지가 전하는 감동의 역작!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며 진실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히가시노 게이고 표 미스터리!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몇 안 되는 작가들 중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야말로 다수의 작품이 증명하는 존재감 넘치는 작가인 듯하다. 한때는 그를 단순히 '추리'라는 틀 안에 가둔 채 일본을 대표하는 장르소설 작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비교적 최근작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라플라스의 마녀> 등을 보면 미스터리와 사회소설의 성격을 절묘하게 조직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작품성까지 인정받는 작가임에 틀림없다는 믿음을 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출간되었다 하면 흔히들 하는 말로 '믿고 보는', '믿고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린의 날개> 역시 그런 책이었다.

 

 

 

기린 조각상을 향해 칼에 찔린 채 기도하는 남자, 이 의문의 살인사건이 향하는 메시지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니혼바시 다리에서 중년의 남자가 가슴에 칼이 꽂힌 채 경찰에 의해 발견된다. 기이하게도 남자는 전설 속의 동물인 기린 조각상이 있는 곳에서 기도하는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그는 곧 병원으로 후송되지만 이내 숨지고, 출동한 형사들이 추적한 끝에 다리로부터 한 블록 떨어진 지하도에서 핏자국을 발견하게 된다. 남자가 굳이 지하도에서부터 고통을 참아가며 기린 조각상 앞까지 걸어와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편, 경찰이 사건 현장을 폐쇄하고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검문을 실시하던 중 의문의 한 청년이 이들을 피해 달아나다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에 빠지고 만다. 청년의 몸에서는 사망한 남자의 운전면허증과 지갑이 발견되어 단번에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그가 남자를 살인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때부터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수사 조직이 꾸려지고, 형사들은 살해당한 중년의 남자와 용의자로 지목된 청년 사이의 연결고리를 파고들기 시작한다. 조사 결과 피해자는 건축 부품 제조 회사의 본부장으로 재직 중이었고, 용의자로 지목된 청년은 그 회사에서 계약직 현장 근로자로 일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합당한 조치 및 산재 처리도 받지 못하고 해고가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는 공장에서 해고 됐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좀처럼 다른 일자리도 찾을 수 없던 때였다. 이에 경찰은 물론 각종 매스컴에서도 살인 사건을 원한에 의한, 즉 ‘산재 은폐’라는 기업의 횡포가 계약직 종업원으로 하여금 충동적인 복수심을 일으켰다는 등의 자극적인 내용으로 사건의 원인을 몰고 간다. 이로 인해 피해자의 가족들은 아버지를 잃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산재 은폐의 책임자로 몰림으로써 사회로부터 질타를 받는 제2의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산재 은폐는 범죄입니다. 좋은 일은 결코 아니죠. 원한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해되어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 180p

 

 

 

   가가 교이치로 형사와 그의 사촌인 마쓰미야 형사는 이 사건이 그저 원한에 의한 살인사건이라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고 여긴다. 용의자는 용의자일 뿐, 그가 범인이라는 단서는 어디에도 없다. 경찰 조직 내에서는 이 사건을 서둘러 종식시키고 하나의 결말로 완성 지으려는데, 그 와중에도 끈질긴 추적과 집요한 인내심을 발휘하여 가가 교이치로는 사건의 진실을 향해 차츰차츰 나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용의자의 알리바이가 발견되고, 피해자가 일대 신사를 돌며 속죄와 구원을 기도해왔다는 의외의 사실이 드러난다.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가 죽음에 직면한 와중에도 기린 조각상을 향해 기도하며 전하고 싶었던 그의 간절함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어진다. 거기에 실마리가 있다.

 

 

 

   이렇듯 추리를 불러일으키는 흥미진진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작품들이 그러했듯 <기린의 날개>는 추리적인 면면보다 사회 부조리에 대응하고 미래지향적인 감동의 휴먼스토리에 보다 집중한다는 점에 특징이다. '추리'는 그저 도울 뿐. 소설의 실마리라 할 수 있는 기린 조각상은 일본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모든 도로가 시작되는 기점인 니혼바시 다리에 있는 것으로, 이는 번영과 희망찬 미래를 기원하는 이들을 위한 응원이자 위로의 상징물이다.

 

 

 

   용의자로 지목된 청년이 함께 사는 여인과 함께 후쿠시마에서 상경해 처음 발을 디딘 곳도 바로 이곳이다. 너무나 가난했던 그들은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쿄로 올라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애쓰지만 현실은 계약직 노동을 전전하거나 아르바이트로 먹고 살기조차 빠듯할 뿐이다. 그러던 가운데 직장에서 사고를 당해 일자리를 잃고, 불의의 사고와 함께 사건의 용의자가 되고 만다. 소설은 열심히 살아보고자 한 청년이 어쩌다 용의자로 내몰리게 되었는지 그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계약직 종업원들이 늘 노동 현장에서 위험에 방치되어 있고 사건이 일어나면 은폐하기에 급급한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꼬집는다. 또한 시청률과 흥행성에 몰두해 사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매체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하며 피해자 가족들에 가중시키는 고통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살인 사건이란 게 암세포와 같아서 일단 생겼다 하면 그 고통이 주위로 번진단 말이지. 범인이 잡히든 수사가 종결되든, 그 고통에 의한 침식을 막기가 어려워." / 249p

 

 

 

   그간에 다양한 추리소설을 접하면서 '~ 형사' 시리즈라는 부제가 있을 때면 단순히 주인공인 형사 개인의 활약상보다 경찰 소설의 성격답게 경찰 조직의 생리와 그것에서 한 발짝 물러나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주인공 형사의 남다른 사고와 집중력에 초점을 맞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래서일까, <기린의 날개> 역시 경찰 조직 내부의 모순을 지적하는 장면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이와 달리 자의적으로 짜 맞춘 조직의 결말에서 한발 물러나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질릴 만큼 집요한 끈기를 보이는 가가 형사의 더딘 걸음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세상은 각종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하지만, 본연의 신념을 믿고 나아가는 가가 형사와 죽음을 앞두고서도 끝까지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을 것을 전하고자 했던 남자의 메시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가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는 희망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표 추리 소설 답다. 다작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 작가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작품이 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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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에 머물다_ 100년 된 제주도 집에서 배우고 살아가는 이야기 | 나의 서재 2017-08-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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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저
상상출판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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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라는 시간의 아날로그 정서를 품고 사는 부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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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라는 시간의 아날로그 정서를 품고 사는 부부의 이야기

때로는 무모하지만 그래서 더 따뜻한 부부만의 철학이 담긴 공간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다!

 

 

 

   반듯반듯하게 올라간 회색 건물들, 우리는 외부로 드러나는 수많은 창으로 나마 그곳에서 누군가가 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들의 삶까지 쉽사리 가늠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 옆집에는 누가 사는지, 오며가며 마주치는 눈길의 속사정까지는 알 수 없는 무미건조한 관계 속에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처럼 느껴진다. 단출하게 두 사람만 살던 신혼살림이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늘어나기 시작하자 더 이상 이사를 미룰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집을 알아보던 게 불과 몇 달 전이었다. 개인적으로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 까닭에 주택이나 빌라를 찾아보고 있던 중, 신랑이 아주 오래된 한옥집 하나가 찍힌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언뜻 보아도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 대공사 수준의 낡은 옛집이었다.

 

 

 

   사실 신랑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공사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없는 편이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고 어디에다 말하기에도 낯부끄러울 정도로 손이 많이 갈 것 같아서 지레 포기 선언을 하고야 말았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아무리 단열에 공을 들인다 하여도 옛집이다보니 우풍이 있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이유를 뒤로하고 교통이나 아이의 교육환경이 안정적인 곳이었다면, 큰마음 먹고 덤벼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간 남편이 꾸민 2번의 사무실이 한옥집을 개조해서 꾸민 것이었는데 그 감성이 좋아서, 그만의 남다른 매력에 반해버려서 이 정도라면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사정이 있어서일까, 줄곧 제주도에 살고 싶었던 어느 부부가 100년이 된 집을 구입해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겠다며 나선 이야기가 있어 마음이 끌렸다. 그럴 듯한 인테리어 업체에 수리를 맡긴 게 아니라 부부가 직접 자재를 사다 나르고, 미장에 단열작업에 텃밭이나 마당꾸미는 일까지 손수 하나하나 땀흘려 자신들만의 집을 완성해가는 모습이 담긴 책이었다. 그야말로 '사서 고생'을 하는 격인 셈이었지만 공사를 하며 자신들만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고, 작은 것들을 가치를 배운 부부의 모습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옛 것이 들려주는 이야기

 

 

   “제주에서 살고 싶어”라는 여자의 말에 “난 어디라도 상관없어. ‘어디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인지’가 더 중요하니까.”라고 말했던 남자. 그들은 그렇게 누군가가 ‘귤’이라고 부르는 섬, 제주에 살게 되었다. 100년이 된 아주 오래된 집을 찾아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하는 이들 부부의 남다른 결심에 놀란 것도 잠시, 매일 70km를 왔다갔다하며 전문 업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 오래된 집의 본질을 지켜가며 그들 스스로 공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는 모습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기대 반 걱정 반, 부부의 마음이 충분히 짐작될 정도로 무모하다싶을 결정이었지만, 어쩐지 이 부부만의 힘찬 도전에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30년도 채 살지 못한 내가 무슨 권리로 100년을 산 이 집을 허물 수 있겠냐던 저자의 말 때문일까. 100년이라는 세월동안 켜켜이 쌓아온 시간과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 오래된 집을 마주하며 부부가 느꼈을 경외감이 참으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한옥의 미를 고스란히 간직한 서까래의 매력을 나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고스란히 살리는 방향으로 공사를 시작한 이들 부부의 결정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나의 남편 역시 사무실을 공사할 때 서까래를 살리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최초에 이 작업을 했던 목수가 새겨놓은 작업 날짜를 보며 그 오랜 세월의 기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래서 제주의 이 부부가 오랜 세월동안 제주의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튼튼하게 버티고 있었던 나무와 자연적으로 생긴 모든 흔적들을 최대한 살리고자한 노력들이 참 예뻐 보였다.

 

 

 

어쩌면 이 나무는 이 집이 지내온 세월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지내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오랜 세월을 그 거센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이 집을 지켜온 것이다. 가끔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문제나 상황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결정해버리곤 한다. 100년이 된 집은 너무 오래되었으니, 분명히 그 속까지도 많이 상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수고 새로 건물을 올리라고 얘기하는 것 또한 그렇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생각해 이 오랜 보물섬 같은 집을 부숴버렸다면, 오랜 세월 견고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나무들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중략) 하지만 자연은 우리 생각처럼 그리 가볍거나, 약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콘크리트나 다른 재료들보다도 훨씬 더 강하고, 견고하고, 따뜻하고, 인내심이 있는 것이 바로 자연에서 온 것들이다. 흙이나 돌, 그리고 나무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이것이 바로 100년 된 집에서 발견한 나무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 30p

 

 

 

 

 

 

   부부는 100년 된 집이다 보니 곳곳에 오랜 세월 이 집과 함께 해온 옛 물건들이 나타날 때마다 묘한 감동을 받았다. 그 옛날 주인 할머니가 혼수로 들고 왔을지 모를 반닫이장, 나무 문살과 창호지로 만들어진 미닫이문, 누군가 귀하게 모셔놓고 좋은 날에만 신었을 가죽 구두 한 켤레, 오래된 장식장에서 나온 꽃무늬 그릇들 등등 구멍이 나고 빛이 바랬지만 세월의 흔적을 꾹꾹 눌러 담은 그 물건들에 마음이 끌렸다. 나 역시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가면 맡을 수 있었던 냄새, 작은 방 한 구석에 놓인 오래된 가구들, 작은 요강까지 기억 속에 오롯이 남아 있다 보니 갑자기 그것들이 그리워졌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썼던 그 옛 물건들은 모두 어디에 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오늘의 우리는 버림에 익숙하다. 새로운 것들이 너무 많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일까? 조금만 낡거나 혹은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너무 쉽게 버리고 있다. 과연 귀하게 여기는 무언가가 하나라도 있을지 궁금하다. '귀하다'는 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어 아끼고 보살피게 되는 것이다. 낡았다는 이유로 버릴 수 없는 그 무엇, 옛것들은 또한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누군지 모를 그 누군가에게는 매우 귀한 무언가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 32p

 

 

직접 만든 다른 문들도 좋지만, 가장 마음에 가는 문이다. 마치 이곳의 오랜 날들을 모두 품고 있을 것만 같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문이 만들어진 방식도 참 예스럽고 소중하다. 못 하나 쓰지 않고 하나하나 끼워 맞춰 만들어진 문이다. 문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는지 알 수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튼튼하게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이 문처럼 오래되어 낡아 보이고, 조금 촌스러울지라도 만든 이의 손길이 느껴지는 소중함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 87p 

 

 

 

삐뚤빼뚤해도 괜찮아

 

 

   참 손재주가 많은 부부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지간해서는 덤벼들기 쉽지 않은 타일 붙이기, 보일러 선 깔기, 세면대 설치는 물론이고 목자재를 구입해 직접 멋진 데크를 만들고 판석과 자갈을 이용해 멋진 마당까지 완성해가는 그들의 모습은 실로 놀라웠다. 그 사이 의견이 부딪치는 일이 왕왕 일어나고, 날씨가 변덕을 부릴 때도 있으며, 어깨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뒤따르기는 했지만 그들은 묵묵히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이 되어가며 멋진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완성해갔다. 화려한 조명이 없어도, 무더위에 에어컨 하나 없이 살아야 하더라도 작은 것의 가치를 지키며 환경까지 생각하려는 그들의 마음 씀씀이가 묻어나는 멋진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시골에서 산다는 것은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내 손으로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 수 있다는 것. 멋지거나 근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도 못났다고 타박하지 않는다. 직접 땀 흘리고, 손에 흙먼지 묻히며 해볼 수 있는 것, 살아볼 수 있는 삶. 이것이 나와 J가 시골에서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 130p

 

 

 

 

 

 

 

   부부는 현재도 멋진 제주 라이프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해 하나둘씩 찾아오는 손님과 애틋하고 다정한 시간을 나누고, 소소하지만 편안한 시골 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직접 손으로 일구어 나를 닮은 공간을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누가 알든 모르든,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전해지고 영향을 준다면 우리가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옆에서 지금처럼의 관심과 사랑으로 자유로운 하루를 살자.’고 아내에게 전하는 J의 마지막 메시지를 끝으로 책을 덮으며 나는 이들 부부의 삶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차에 이들 부부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한번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닿으면 그들에게 찾아가 꾸며진 제주도가 아니라 본연 그대로의 제주도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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