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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9 의 전체보기
쓸 만한 인간_ 당신은 정말 중요한 사람이다 | 나의 서재 2019-08-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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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쓸 만한 인간

박정민 저
상상출판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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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와 따뜻한 에너지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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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 너머에 있는 사람 박정민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다!

위트와 따뜻한 에너지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네다!

 

 

   ‘못하는 것도 없지만 잘하는 것도 딱히 없는, 잘생기지 않았는데 개성 있게 생겼다기엔 한 끗이 부족한, 못돼 처먹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걸 착하다고는 할 수 없는, 아주 애매한 선상에 위치한 인간, 이른바 과도기적 인간, 나쁘게 말하면 그냥 좀 찌질이 정도’로 배우 박정민은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한다. 영화 <파수꾼>, <들개>, <오피스>, <동주>, <사바하> 등에 출현했고, 저예산영화계의 송강호라 불린다는 배우지만 좀처럼 자신을 거창하게 수식할 줄 모르는 배우인 듯하다. 스스로를 만년 유망주, 아니 노망주라고 말하는 걸 보면 말이다.

 

 

 

   문득, 이 배우가 출현했던 영화 중 내 마음 속에서 가장 강렬했던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전설의 주먹>이다. 주연배우는 황정민과 유준상, 윤제문 등이지만 여기에서 어린 황정민의 역할을 맡은 그를 나는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보았다. 그의 책을 읽었기에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배우가 무려 황정민이나 유준상도 아니고 생전 처음 보는 배우 박정민이었다. 체격이 큰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 생긴 것도(죄송) 아닌데 이상하게 사람의 시선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연기까지 잘 하니 관상을 볼 줄 아는 건 아니지만 왠지 롱런할 만한 배우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현재 어마어마한 관객 수를 동반하는 영화를 찍지는 못했지만(또 죄송)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만한 꽤 괜찮은 작품들을 두루 거쳐 오고 있다(꼭 대박나소서).

 

 

 

   그런 그가 몇 해 전 에세이 한 권을 출간했다. ‘어, 이 배우 글도 쓸 줄 아는 구나’ 하고 놀란 기억이 있는데, 최근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개봉과 맞물려 새 개정증보판까지 출간되었다고 하니 관심이 쏠렸다. 한편으로는 배우라는 직업상 영화 캐스팅 후기라던지, 현장에서 있을 법한 에피소드로 점철된 이야기가 아닐까 우려와 편견 역시 없지 않았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이 배우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작품이 제목 따라 간다고 ‘참 쓸 만한 인간이 쓸 만한 글을 썼구나,’ 싶었다. 딱 내 남동생과 같은 나이라서 그런지 대한민국을 사는 어느 보통 청년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유머 코드가 나와 맞는 건지 툭툭 내뱉는 그의 위트 있는 글이 좋았고, 어차피 끝내는 전부 다 잘될 거라는 패기 있는 응원과 위로에 기분이 좋아졌다. 스스로 쓸 만한 인간이 못된다고 하는 것치곤 이웃과 이웃 너머의 세계까지 진중하게 들여다볼 줄 아는 속 깊은 구석도 있었다. 그래서 ‘거기서 뭐 하세요. 뭘 하시든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준 그에게 나 역시 ‘고맙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라고 꼭 답해주고 싶다.

 

 

 

 

 

 

배우이자 한 사람으로서 전하는 작은 위로와 응원

 

 

그럴 듯한 문장과 서사는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그래도 읽어보시겠다면,

그저,

무심결에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쓸 만한 인간>은 한때 <topclass>라는 잡지사에서 글을 한번 써보라는 제의를 받고 노트 혹은 하드디스크 혹은 미니홈피에 쓰던 글을 정식으로 내놓은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배우가 되어가는 과정과 연기 철학,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30대 청년으로서의 삶, 부모의 그늘과 아들로서의 일상,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과 어느 한 시절에 대한 추억들을 돌이켜본다. 책에서는 그저 명문대라 일축하지만 알기로 고려대학교에 재학했었던 그는 느닷없이 연기를 하겠다고 한 예술학교에 지원을 했다. 정동진까지 가서 쓴 다소 소설 같은 자기소개서는 면접관들로부터 거침없는 공격을 당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기일전해서 재도전해서는 합격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극단에 들어가 “너 같은 놈 많이 봤어. 발 좀 담그는 척하다가 다 없어져.”라는 말을 듣고 아직까지 오기로 연기에 발을 담그고 있고, 시상식 장에서 열심히 박수치다가 이제는 박수를 받는 배우 박정민으로 거듭나고 있다.

 

 

 

   아차차, 요약하다보니 연기자로서 그의 성장과정이 너무나 담백하게만 쓰이고 말았는데, 실은 명예퇴직한 아버지가 집에 계신 줄도 모르고 헬로비너스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다 들켜 아버지가 PC방이나 가라며 쥐여 주신 만 원짜리를 흔쾌히 받아들여야 하는 약간의 찌질함과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자존심은 있어서 서울대 갈 거라는 씁쓸한 객기도 종종 부린다. 하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 때문에 늘 설사약을 먹고 무대에 올라갔어도, 무대에서 물을 과하게 마셔 오줌을 쌀 뻔했어도, 머릿속이 하얘져 대사가 생각이 안 나는 순간 얼굴이 하얘진 연출과 눈이 마주쳤어도, 그는 무대를 사랑하는 배우였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 같은 것도 그러고 있으니, 본인이야 아직 재능이 차오르지 않아 불가피하게 드러내지 못하지만 재능이 가득한 서른들(혹은 다수의 청년들), 혹은 서른 즈음의 사람들이라면 조금 더 자신을 믿고 기다려봤으면 좋겠다고. 길게, 성실히, 충실히, 절실히 노력하며, 조급한 건 당연한 거니 자책치 마시고 내일 아침엔 조금 더 전투적으로 일어나시라 응원한다.

 

 

 

올 한 해 어떤 성장을 이루셨는지, 그리고 내년엔 또 어떤 성장을 이뤄내실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시라. 아마 잘 모를 거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어제보단 오늘이 더 낫다. 당신들의 성장판도 평생 열려 있을 테니까 말이다. 모두 올 한 해 수고 많으셨다. / 40p

 

 

영화 같은 인생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이렇게 영화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리고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인생도 당신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영화 같은 인생일 것이다. 영화 같은 인생을 사시느라 수고가 많다. 그래도 우리 모두 ‘절망’치 말고 고구마를 심은 곳에 민들레가 나도 껄껄 웃으면서 살아가자. 어차피 끝내는 전부 다 잘될 테니 말이다. / 52p

 

 

 

 

 

 

   “주류에 편승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고 못하는 겁니다.”

   남들이 핑클 좋아하면 써클 좋아하고, 남들이 CD플레이어 들고 다닐 때 MD플레이어 들고 다녔으며, 남들이 다 좋아하는 야구 선수보단 벤치의 선수를 더 좋아해서 그 선수의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샀다가 중고나라에서 팔지도 못했다던 그였다. 남들이 다 읽는 책은 읽지 않았고, 남들이 다 보는 영화도 보지 않았다. 대신 아무도 안 보는 영화를 골라 봤고, 그런 영화는 주로 야했다던, 뭐 요지는 그게 아니라 그런 취향 때문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마이너하다 말한다고 한다. 글쎄, 그는 핑클 좋아하면 주류고 써클 좋아하면 비주류는 아니지 않은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마이너리거나 ‘Minor’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인 ‘별로 중요하지 않은’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고.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모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사회의 다수인 마이너들이 허약하면 그 사회도 그만큼 허약해진다. 1군과 2군의 교집합이 넓을 때 그 팀은 강팀이 되는 거다. 1군의 부상 선수 대신 올라온 2군 선수의 실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팀은 강해진다. 그리고 그 2군 선수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1군에 붙어 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테고, 에라 모르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주전 선수까지 돼보고 싶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타이틀도 얻고 싶을 것이고, 그러다가 메이저리그도 가보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도 관심 없던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팀과 그 기회를 잡은 선수, 그렇게 팀과 선수는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려 애쓴다. 그게 좋은 팀이고 좋은 사회라고 그는 말한다. 참 멋지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전달할 줄 아는 이 배우,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병이 정민 씨가 사는 데 있어서 나쁘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때 의사가 했던 그 말의 의미를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이러한 강박증세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만약 그런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또 다른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솔직하게 누군가에게는 털어놓길 바란다. 혼자 갖고 있으면 곪는다. 뱉는 순간이 어렵지 뱉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랬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고. 그리고 나도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더라는 것이다. / 97p

 

 

덜 불합리한 시대에 사는 우리는 더 불합리한 시대에 살던 그들의 선택을 보며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70여 년 전 그들의 행동이 현재 우리를 살게 했고,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행동이 또 70년 후 누군가들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런 고민을 줄 수 있는 영화다. 오롯이, 그리고 오로지 진심만을 담은 영화 <동주>. <베테랑>과 같은 통쾌함도, <매드맥스> 같은 장엄함도 없지만, 또 다른 통쾌함과 장엄함이 있는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관객분들이 당신들 나름의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어느 정도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감히 말하지만 이 영화 <동주>는 우리가 세상에 내놓는 당신들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 144p

 

 

 

 

 

 

   또 한 권의 책 출간을 제안하는 이들에게 그는 정중히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이유는 두려워서라고. 남에게 보여주는 글이라는 것이 그 독자가 한 명이든 만 명이든 상처를 준다면, 그로 인해 내가 받는 내상도 상당해 그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책임에 익숙하지 않은 걸 보니 아직 나이를 덜 먹었나 싶기도 하고, 나이를 먹으면 좀 괜찮아지긴 하려나 싶기도 하지만 그 두려움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아서 당분간 쓸 만한 인간이 되지 못할 것 같은 심정이라고 고백한다. 덕분에 이 세상 모든 작가님들에게, 그들의 품위에, 그들의 고됨에, 넘볼 수 없는 존경을 표한다던 그의 서문이 참 의미있게 다가온다. 펜의 무서움을 알기에 이로 인해 상처받을 수 있는 이들의 마음까지 생각하고, 배우이자 공인으로 자신의 선한 영향력이 누군가에게 작지만 소중한 위로와 위안이 될 수 있음을 그는 알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쭉, 그런 마음으로, 소박하지만 넓은 마음으로 큰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나를 응원해주었듯, 나도 당신을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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