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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0 의 전체보기
걸스 라이크 어스_ 잔혹한 여성 범죄 스릴러,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 | 나의 서재 2020-03-3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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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걸스 라이크 어스

크리스티나 앨저 저/공보경 역
황금시간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악질적인 여성 범죄와 정경 유착의 고리를 날카롭고 사실적으로 파헤친 범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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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범인일지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 그 의심의 끝에 마주하게 되는 불편한 진실!

악질적인 여성 범죄와 정경 유착의 고리를 날카롭고 사실적으로 파헤친 범죄 소설!

 

 

 

  FBI 요원 넬 플린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10년 만에 고향인 롱아일랜드로 돌아온다. 그녀는 강력계 형사였던 아버지의 동료들과 함께 유해를 뿌리며 착잡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아버지의 느닷없는 죽음이 슬프다기보다는 그저 얼떨떨해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롱아일랜드를 떠난 뒤로 아버지와는 줄곧 왕래가 없었던 까닭이다. 롱아일랜드의 서퍽 카운티는 꽤 잘 사는 동네지만 3번 관찰구 주민의 절반가량은 빈곤해서 강력 범죄 비율이 높고 마약이 횡행한 곳이었다. 그런 가운데서 넬의 아버지는 제일 거칠고 젊은 순찰 경관에게는 최고의 선생이라고 불릴 만큼 정의롭고 확고부동한 신념을 가진 경찰이었다. 하지만 마약을 혐오하면서 본인은 폭음을 했고, 노름꾼들을 소탕하면서도 한 달에 한 번씩 롱아일랜드 지방 검사들과 몇몇 유명 판사를 초대해 포커 게임을 벌이고, 여자와 아이들을 학대하는 자들을 경멸하면서도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하는, 넬의 눈에는 모순된 구석도 많았다. 때문에 새벽 2시경, 행크의 술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의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났다는 말에도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의 집과 행정적인 절차만 마무리하고 나면 돌아가리라. 다시는 서퍽 카운티로, 집으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잔혹하게 살인된 여성들, 범인을 쫓는 여성 수사관

 

  『걸스 라이크 어스』는 강력계 형사 출신인 아버지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에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FBI 요원 넬 플린이 이 지역에서 벌어진 한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버지의 파트너이자 친구이기도 한 형사 리의 요청에 의해 시네콕 카운티 공원 동쪽에서 일어난 사건 현장으로 향한 넬은 해안의 수백만 달러짜리 호화 저택들 한가운데서 팔다리가 잘리고 포대에 싸인 한 소녀의 시신을 마주한다. 넬은 단번에 연쇄 살인 사건임을 직감한다. 1년 전, 이와 유사한 사건이 파인 밸런스에서도 벌어진 적이 있으며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를 조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년을 간격으로 두고 한여름의 금요일에 실종된 그녀들, 노끈으로 묶이고 포대로 둘러싸인 채 수렵 금지 구역에 유기된 범행 방법이 매우 유사하며 둘 다 나이와 키, 체중, 긴 흑발이라는 외형 역시 흡사하다. 거기다 매춘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을 만큼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도 동일하다.

 

 

 

해안의 수백만 달러짜리 호화 저택들 한가운데서 팔다리가 잘리고 포대에 싸인 채 발견된 소녀. 이보다 더 화려한 매장지가 있을까. 언론이 이 사건을 지난여름 파인 배런스에서 발견된 시신과 연결 짓기 시작하는 순간 수문이 열리듯 난리가 날 것이다. 단독 살인 사건이 아니라 연쇄 살인 사건이라면 전국 뉴스거리다. 웹 포럼 사이트에도 불이 붙겠지. 음모론자들과 범죄 마니아들도 이 사건을 주목하게 된다. 왁자지껄한 혼란 속에서 살인자는 유유히 빠져나가고, 언론은 살인자에 관한 흥미 위주의 보도를 쏟아낼 것이다. 그런 보도들은 살인자를 자극해 또 다른 살인을 부른다. / 49p

 

 

일반적으로 범인이 시간을 들여가며 시신을 자르는 이유는 시신 조각들을 여러 곳에 나눠 처리해 시신의 신원이 밝혀질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자른 부분을 모두 모아 깔끔하게 포장하고, 오가는 차량들도 많은 공원에 얕게 묻어놓을 것 같으면 왜 굳이 시간을 들여 시신을 잘랐을까? / 179p

 

 

 

 

 

 

   한편, 넬은 두 소녀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가운데 아버지의 재산을 정리하기 위해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다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의 해외 은행 계좌에 상당한 금액이 보관되어 있다는 것, 시내에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파트 하나가 임대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파트에는 마리아라는 여자가 얼마 전까지 살고 있었으며 아버지가 죽은 즈음에 그곳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넬은 이내 더욱 큰 의문에 사로잡힌다. 아파트에서 발견된 사진 속의 두 여성 중 하나가 놀랍게도 바로 이번 살인 사건의 피해자, 아드리아나 마르케스였던 것이다.

 

 

 

이정표.

온몸이 덜덜 떨린다. 양 무릎을 모아 두 팔로 감싼 채 몸을 떤다. 아드리아나의 무덤 옆에서 본 이정표가 어째서 낯설지 않았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알았다. 이정표는 내 머릿속 깊고 어두운 곳에 묻혀 있던 옛 기억을 흔들어 깨웠다. 리아 샌도벌의 무덤 옆에도 이정표가 있었다. 순전히 우연일 수도 있지만, 내 의심이 사실임을 드러내는 증거일 수도 있다. 아버지가 두 여자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말이다.

어쩌면 아버지는 어머니까지 죽였을 수도 있었다. / 225p

 

 

 

   넬은 점점 두 소녀의 살인 사건에 아버지가 연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에 이른다. 수년 동안 서퍽 카운티에서 일어난 사건 중 가장 잔혹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관할 경찰이 외부 지원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는 점, 단서가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용의자를 염두에 두고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점, 무엇보다 아버지의 픽업 트럭으로 추측되는 차가 죽은 소녀의 집 앞에 머무른 적이 있다는 점, 범인은 정기적으로 야영과 도보 여행을 하는 사람 혹은 어린 시절에 야영과 도보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 게다가 실력 있는 명사수라는 점까지. 아버지가 이 사건의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절묘하게도 맞아 들어간다. 더욱이 어머니의 죽음에도 아버지가 관련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그녀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용의자가 될 수 있는 바로 그곳에서, 사건의 진실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간다.

 

 

 

그것은 수년 동안 불처럼 꾸준히 내 속을 태워왔다. 고향에 돌아오니 그 불이 더욱 맹렬하게 타오른다. 어쩌면 이번이 서퍽 카운티를 찾는 내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다. 아버지의 집을 정리하고 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이유는 없다. 숀 길로이에 대해, 내가 시어스 벨로스 카운티 공원의 천막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그 어두운 시간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알아야겠다. / 66p

 

부검을 몇 번 봤든 시신 앞에서 전혀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의 시신은 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있다. 죽은 여자가 내 어머니를 많이 닮았고, 아버지가 관여했던 사건임을 내가 알고 있으며, 나를 제외하고 누구든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 175p

 

 

 

 

 

 

   『걸스 라이크 어스』는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여성 수사관의 활약과 실제 있었던 잔혹한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범죄 소설이자 심리 스릴러다. 특히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남성 조직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속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섬세한 감각을 발휘해낼 줄 아는 여성 수사관과 여성 기자, 여성 검시관의 활약은 소설의 흥미를 더한다. 그러는 가운데 넬의 목소리를 통해 일상처럼 퍼져있는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성 상품화의 대상으로 삼는 범죄에 일침을 가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이 소설의 돋보이는 지점 중에 하나다.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는 전개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섬세한 심리 묘사로 극의 몰입을 더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단연 부족함이 없는 범죄 소설이라 할 만하다.

 

 

 

“모르겠어. 아직 거기 살겠지. 요즘은 정박지 쪽에 있는 술집에서 일해. 행크 오고먼의 술집. 행크 기억나지? 루즈를 그 술집에서 몇 번 봤어. 리아한테 일어난 일 때문에 겁먹고 그짓을 그만두길 바라야지.”

“뭘 그만둬?”

“몸 파는 거.”

나는 잠시 생각 끝에 말한다. “그 일 하는 여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닌 건 알지?”

“인생을 어떻게 살지는 다들 선택하는 거잖아.” / 56p

 

 

“이번 사건은 미첨이 전부가 아니에요. 아드리아나와 리아에 관한 사건이기도 해요. 그들도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여자들이에요. 저는 사람들이 그 여자들의 이름을 알길 바라요. 그래서 더 누가 그 여자들을 죽였는지 밝히고 싶은 거고요. 그 여자들도 그만한 대우는 받을 자격이 있잖아요.” / 235p

 

 

 

 

 

 

   참 오랜만에 이거다, 싶은 범죄 소설을 만났다. 여기저기 시선을 돌리지 않고 독자들을 사건에만 집중하게 하는 명쾌함을 갖춘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혹시 넬 플린 요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가 다음에 또 나온다면 기꺼이 찾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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