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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멀_ 인간과 동물의 공존, 그 위대한 첫걸음을 향해 | 나의 서재 2020-06-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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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휴머니멀

김현기 저
포르체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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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향한 노력에 경종을 울릴 위대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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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의 위기에 내몰린 야생동물의 처절한 현실을 들여다본 감동의 다큐멘터리!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향한 노력에 경종을 울릴 위대한 메시지! 

 

 

  얼마 전, SNS에서 한 장의 사진이 커다란 논란을 빚은 바가 있다. 경남 거제시의 한 테마파크에서 흰고래(벨루가) 체험 프로그램을 SNS에 홍보했다가 희귀보호종을 상업적 체험에 이용하고 학대했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70분에 20만원을 받고 돌고래와 흰고래의 등에 타고 수조를 수영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는 'VIP 라이드 체험‘이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20살 무렵에 떠난 태국 패키지여행에서 나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거대한 코끼리가 등에 진 의자에 올라타 운동장 절반 정도 크기의 공간을 걸어 다니다보면 사진 한 장이 내게 쥐어지는데, 그것으로 이국에 다녀온 시간을 기념하려 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물 학대를 하나의 이벤트이자 추억거리로 삼아 왔다. 얼음 연못에 산천어를 가둬 놓고 집단으로 맨손 잡기 체험을 하는 축제 행사가 산천어를 학대하는 행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듯 말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경영난에 처한 동물원이 최후의 수단으로 일부 동물에게 다른 동물을 먹이거나, 멸종 위기종을 폐사시켜야만 했다는 안타까운 기사는, 그들이 동물 보호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자본의 힘으로 동물을 이용했다는 것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어쩌면 우리는 동물과의 교감이라는 그럴 듯한 변명으로 그간의 학대 행위를 애써 포장해왔던 것은 아닐까. 예상치 않은 바이러스의 위협,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해, 교란된 생태계와 점점 더 빨리 사라지고 있는 멸종 위기 동물들. 이 두려운 현실이 가리키는 곳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이제, 제대로, 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인류와 동물의 공존이 그려나갈 미래를 모색하다

 

 

   『휴머니멀』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코끼리부터 짐바브웨의 사자, 태평양의 돌고래,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두 마리의 북부흰코뿔소에 이르기까지, 멸종의 위기에 내몰린 야생동물의 처절한 현실을 들여다본 감동의 다큐멘터리다. 4개 대륙, 10개국, 365일 간의 여정을 통해 동물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치열한 사투를 담아낸 2020년 MBC 창사특집 화제의 다큐멘터리 <휴머니멀>에서 방영된 내용을 포함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인류를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휴머니멀>을 제작한 PD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현기는 인간의 손에 죽어나가고, 포획되고, 길들여지다가 마침내 궁지에 몰린 진짜 야생동물의 모습을, 수려하게 만들어진 앵글 속의 계획된 장면이 아닌 그들의 생존을 내건 냉엄한 투쟁을 리얼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무려 70년 동안 노예처럼 쇠사슬에 다리가 묶인 채 앙상한 몸을 하고서도 안장을 얹고 사람들을 태워야만 했던 암컷 코끼리 티키라, 상아를 얻으려는 밀렵꾼들에 의해 얼굴 없는 시체가 되어 평원에 널브러진 아프리카 코끼리들, 트로피 헌터들의 명예로운 사냥감으로 박제품이 되어버린 사자들, 돌고래 사냥으로 타이지의 앞바다가 피바다가 된 광경에서부터 고래 페스티벌이라는 명목 아래 피의 축제를 벌이는 페로제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잔인한 포획과 모진 학대의 대상이 되어버린 멸종 위기 동물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현실, 사람과 동물이 아름다운 교감이나 공존을 이루며 살아가는 관계가 아닌 인간의 탐욕에 의해 동물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불편하고도 참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코끼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할 정도의 자아정체성을 갖추었다고 한다. 기쁨과 분노, 연민, 슬픔 등 다양한 감정 표현도 가능하다. 가족 구성원과 그 역할을 모두 구분할 만큼의 사회성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내가 누구인지와 지금 주변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모두 알 수 있는 고등 생물이란 뜻이다. 이러한 코끼리를 사람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 야생성과 자아를 온전하게 굴복시켜야만 한다. 지금까지의 삶을 모두 잊고 인간의 지시만을 따르도록 하는 ‘세뇌’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극단적이고 압축적인 충격과 학대의 투입을 의미한다. / 26p

 

 

밀렵꾼의 주요 타깃은 큰 상아를 지닌 수컷 코끼리다. 코끼리의 수명은 약 70년 정도인데, 보통 35~45살 정도면 1m에 육박하는 큰 상아를 가지게 된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수컷 코끼리의 씨가 마르면 이제 상아가 작은 암컷 코끼리도 그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컷 한 마리에 준하는 상아 무게를 얻기 위해서 밀렵꾼들은 서너 마리의 암컷 코끼리를 죽일 것이다. 그리고 암컷이 줄어들면 출산율도 낮아져 코끼리 개체수가 더 빠르게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 60p

 

 

코끼리는 생태적,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다. 이 거대한 초식동물은 아프리카의 식생을 유지하는 생태계 엔지니어 역할을 한다. 그들이 머무는 지역은 그 압도적인 식사량 때문에 수풀이 초토화되어 토양의 사막화와 객토를 반복하는 효과를 누린다. 그 상태로 우기를 지나면 초원은 보다 싱싱한 목초지로 다시 태어난다. 이들은 먹이를 찾아 연평균 5,500km 이상을 이동하기 때문에 아프리카 대지는 순차적으로 그 세례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코끼리 개체 수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아프리카의 환경 불안정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 80p

 

 

 

 

 

 

   이중 트로피 헌팅은 식용이나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레저와 전시를 목적으로 동물을 사냥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써 『휴머니멀』이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책에는 프로 트로피 헌터로 익히 잘 알려진 올리비아가 자랑스럽게 자신의 전리품을 소개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동물을 박제해 남기는 것이 그 동물을 영원히 기억하는 일이자 그들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스스로를 ‘야생 환경보호 활동가’라고 소개하는 것처럼, 트로피 헌터들은 헌팅이 단순한 쾌락을 위한 게 아니라 야생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주된 이유는 그들이 낸 돈이 정부와 지역사회로 흘러들어가 이 나라의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리라는 것이다. 또한 헌팅을 위해 필요한 가이드와 운전기사 등을 고용하여 각종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므로, 이들이 생계를 위해 밀렵꾼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러할까. 올리비아를 포함한 트로피 헌터들은 자신들의 총 한 발에 담긴 쾌감을 일종의 사명감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총은 정말 자연과 인간을 위해 불을 뿜는 것일까. 그들이 너무 멀리 가고 있음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 거리감이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는 건 더욱 두려운 일’이라던 저자의 글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영장류 연구가이자 UN 평화대사인 제인 구달은 트로피 헌팅이 아프리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헌터들이 지불하는 비용의 대부분은 그들을 사파리에 데려다준 아웃피터(헌팅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또 상당한 액수가 부패한 정부 관료에게 흘러들어가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약간이라고 혜택을 보는 지역 커뮤니티가 있을 수 있지만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단 한 번도,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려는 모범적인 트로피 헌팅을 본 적이 없습니다.” / 133p

 

 

“교도소의 간수가 잘 대해준다고 죄수가 교도소에 평생 있고 싶어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포기하고 이 좁은 상자 안에 적응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만 있을 뿐이죠. 바다에서 30년 넘게 살 수 있는 돌고래가 수족관이나 가두리에서는 고작 4~5년밖에 살지 못합니다. 돌고래로 돈을 버는 사람은 절대 이 숫자를 입에 올리지 않아요. 이게 바로 1년에 20,000km를 헤엄치는 이 활동적인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둬둔 결과입니다.” / 157p

 

 

 

   『휴머니멀』은 어느 한 개인의 탐욕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동물을 위기로 몰아가는 근본적이고도 구조적인 문제점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짐바브웨, 남아공, 에티오피아, 카메룬,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 상당수가 트로피 헌터들에게 수렵권을 판매해 막대한 수입을 거두는 실정,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이 지역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고래에게 무의미한 학살을 벌이는 그라인다드랍, 국제적인 비난을 받으면서도 돌고래 한 마리를 판매했을 때 거두어들일 수 있는 막대한 수입을 포기하지 못하는 타이지의 어부들, 사자에게 잡아먹혀 얼마 남지 않은 소 때문에 생계의 위협을 느낀 주민들이 사자의 먹이에 독을 풀어 응징 살해를 자행하는 모습들이 그러하다. 인간과 동물이 더 이상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지금, 이대로라면 정말 아무런 희망도 남지 않게 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

 

 

 

2017년 울산 남구에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이 타이지 돌고래를 수입하면서 사용한 예산이 공개된 것이다. 돌고래 2마리의 구매 비용만 9만 달러에 이송 비용을 포함한 총 액수는 무려 한화 2억 원이었다. 타이지 마을은 돌고래 한 마리를 판매하면 5,0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그토록 국제적 비난을 받으면서도 타이지의 어부들이 돌고래 사냥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짐작해볼 만하다. / 182p

 

 

칼럼니스트 변태섭은 카이스트의 <과학향기>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의 삶은 재앙에 가깝다. 야생에서 돌고래는 하루 100km를 자유롭게 헤엄치며 살아 있는 물고기 10~12kg을 먹어 치운다. 그런 돌고래에게 10m 안팎의 수조는 운동조차 하기 힘든 ‘비좁고 외로운 감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돌고래는 친인척끼리 무리 지어 살기 때문에 각지에서 포획한 돌고래를 한 수조에 몰아넣는다고 해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교류하지 않는다. 설령 말을 나누려 해도 대화의 수단인 초음파가 수 미터 앞의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되돌아온다.”고 덧붙였다. / 183p

 

 

 

 

 

 

   아이러니하게도 『휴머니멀』은 인간들 때문에 멸종 위기 동물들이 위협을 받고 있지만, 이들을 되살릴 실낱같은 가능성도 결국은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 가능성은 배우 박신혜와 유해진, 류승룡이 다녀온 그 여정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인간들의 유흥을 위해 학대 받고 있는 코끼리를 구조하러 나선 생드언 차일러트, 밀렵꾼으로부터 위기에 내몰린 코끼리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체이스 박사, 돌고래 보호 활동가로 타이지 마을의 돌고래 학살을 감시하며 세상에 알리고 있는 팀 번즈, 위기에 처한 곰을 돌보고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벤 킬햄 박사 부부 등에서 우리는 작지만 큰 희망을 본다. 하지만 결국엔 그들 일부가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공존을 향한 우리 마음속의 의지와 각성이 무엇보다 절실할 것이다. 이제껏 제어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인간의 탐욕을 지금부터라도 정면으로 응시하고, 멈춰내겠다는 결심. 그것이 이 기울어진 공존의 균형추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유일한 희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은 너무 빨리 정점에 올라 생태계가 그에 적응할 시간도, 인간이 그에 적응할 시간도 부족했다. 인간은 최근까지도 패배자였기 때문에 자신의 먹이사슬에서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 차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지고 말았다. 치명적인 전쟁과 생태계 파괴가 모두 너무 빠른 도약에서 유래했다.’라고 진단했다. 동물에게 인류는 자신의 힘을 스스로 어쩔 줄 모르는 질풍노도의 폭군인 셈이다. / 198p

 

 

이 싸움 끝에 사자가 결국 사라진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최상위포식자의 부재는 초식동물의 급속한 증가를 부르고, 이는 목초지의 황폐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프리카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인간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당장의 일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내는 게 지상과제인 궁핍함 앞에 ‘생태계’, ‘종 보존’ 같은 명분은 사치에 불과할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과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잘못된 만남. 결국은 한쪽이 죽어야만 끝나는, 하지만 이후 다른 한쪽도 곧 죽게 될 이 치킨 게임은 그래서 더 잔인하다. / 251p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은 그의 저서 《공생 멸종 진화》를 통해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좀 과도한 걱정을 하는 과학자들은 앞으로 500년 안에 생물종의 5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길어야 1만 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세 번째 대멸종보다 100배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다섯 번의 대멸종마다 당시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음을 알 수 있는데, 우리는 지금의 최상위 포식자가 바로 인류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규칙이라면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수족관의 바다 생물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온 것일까, 우리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동물들은 또 어디에서 붙잡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그 마음을 아는 순간에서부터 우리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휴머니멀』이 우리 모두에게 계속해서 이 메시지를 널리 전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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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365_ 주제별로 읽는 한국사백과 | 나의 서재 2020-06-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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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

심용환 저
비에이블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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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한국사해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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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한국사해설을 만나다!

하루에 한 장씩, 주제별로 접하는 한국사백과! 

 

 

   언제부턴가 한국사에 관한 궁금증은 네이버 지식백과로 해결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체로 시대와 연도별로 정리된 한국사 책에는 기본적인 정보 정도로만 요약되어 있는 데다, 찾고자 하는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한국사 책보다 비교적 짧지만 핵심 정보만 집중해서 제공하는 백과사전 형식의 편리함도 한 몫 한다. 그래서일까.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365』를 펼쳐든 순간, 딱 한 페이지 안에 한국사 중요 장면의 핵심만 담아 놓은 책의 형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간략하지만 가볍지 않고, 딱딱한 역사 정보가 아닌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이면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까지 제공하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해설과 여느 한국사 책에서 다루지 않는 폭넓은 상식까지, 한국사 교양 지식을 쌓고 싶은 이들에게라면 이 책은 단연 추천할 만한 책이지 않을까.

 

 

 

 

 

 

365개의 한국사 주요 장면을 만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365』는 매일 하나씩, 365개의 주제를 읽으며 한국사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교양 역사책이다. 한국사 기원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비롯하여 한국사에 큰 영향을 미쳤거나 인상적인 인생을 살다간 ‘인물’, 역사·문화적으로 중요한 지역과 장소, 공간 등을 다룬 ‘장소’, 선사 시대부터 조상들이 남긴 문화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적·유물’, 우리 민족의 생활문화와 문화예술을 만나보는 ‘문화’,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적 영향을 끼친 학문과 철학을 다룬 ‘학문·철학’, 앞으로도 길이 남을 시대의 고귀한 글 ‘명문장’까지, 크게 일곱 가지의 주제 안에서 한국사의 주요 장면을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책에서는 주제를 요일별로 나눠서 소개하고 있지만 무엇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이 평소 궁금했던 것이나 재미있어 보이는 것부터 읽어도 되는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반민특위는 친일파들의 강력한 반발에 난항을 겪는다. 당시 관료의 상당수, 특히 경찰은 일제 강점기 친일 부역자들이 여전히 실관을 장악하고 있었다. 친일 경찰 세력은 테러리스트 백민태에게 권총과 수류탄 등 무기를 지원하여 김상덕을 비롯한 반민특위 지도부 암살 계획을 세웠고, 강원도 조사부에서는 특위 책임자를 호위하는 경관이 오발 사건을 가장하여 특위 위원의 암살을 시도할 지경이었다. 반민특위에 반발하여 검사 10여 명이 퇴진하거나 반민특위 위원이었던 김준연이 오히려 활동을 무력화하려고 노력하거나 이종형 같은 친일 세력이 ‘반공구국궐기대회’를 열면서 반민특위를 용공 단체로 모는 등 다양한 저항이 벌어졌다. / ‘반민특위’ 중에서 20p

 

 

고종이 덕수궁에서 통치했던 이유는 주변에 외국 공사관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러시아공사관에 피신했듯 당시 대부분의 공사관은 덕수궁 주변인 정도 일대에 밀집돼 있었다. 심지어 덕수궁과 러시아공사관을 잇는 비밀 통로도 있었다고 한다.

고종은 덕수궁을 중심으로 방사형의 새로운 도시를 설계하고 싶어 했다. 당시 유행하던 파리의 도시 구조처럼 개선문을 중심으로 파리 시내가 퍼져나가듯 말이다. 오늘날 종로구 일대는 두 가지 축으로 형성됐다고 보면 된다. 경복궁과 종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조선 전기의 서울 그리고 덕수궁을 중심으로 발전한 조선 후기의 서울이 그것이다. / ‘덕수궁’ 중에서 68p

 

 

 

 

 

 

   책은 1388년 이성계와 정도전 일파가 권력을 장악한 위화도 회군을 시작으로 일제가 약 두 달간 경복궁에서 실시했던 대규모 박람회인 조선물산공진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큰 사건과 인물 등의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여느 역사책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남성 중심의 역사관에서 밀려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중심의 역사도 함께 다루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를 테면 1989년 9월 1일 서울 북촌 지역의 양반집 부인 300여 명이 기고한 《여권통문》의 일부 대목을 수록해놓은 것이 그러하다. 《여권통문》은 처음으로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권리와 사회적 의지를 드러낸 글로, 여학교 설립을 바탕으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자는 우리나라 여성 운동의 효시다. 당시 <제국신문>이나 <황성신문> 같은 계몽지에서도 이 행동을 ‘놀랍고 신기한’ 혹은 ‘희한한’ 일로 바라보았으나 이목을 끌지는 못했는데, 오늘날 대부분의 역사서에서도 이를 다루고 있지 않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YH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YH 무역의 회사 폐업 조치에 저항한 여공들로 인해 발생한 사건인데,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고 유신 체제 몰락의 도화선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데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 점에 있어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365』은 그간 사회적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역사의 일부분까지 고려한 흔적을 엿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인물 편에서는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역대 왕이나 대통령, 독립운동가 외에도 조선 민중을 도운 일본인 인권 변호사 후세 다쓰지(관동대지진 때 체포된 아나키스트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변호), 을사조약이 맺어질 당시 고종의 밀서를 들고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을 면담하려고 시도했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에서도 특사로 활약한 미국 선교사 헐버트와 같이 우리 역사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친 외국의 인물을 함께 다루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문화 편에서는 조선 왕실 태교가 오늘날의 태교 문화에 미친 영향을 비롯하여 삼계탕과 치킨의 식문화, 한국사에서는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소개하면서 현대 대중문화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사실 하회마을을 다니다 보면 의아한 느낌이 든다. 기와를 얹은 양반집과 양인들이 사는 초가집이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다. 기와집 근처에 몰려 있는 초가집 사람들은 대부분 양반집에서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소작농들이었다. 즉, 도적이 약탈을 시도할 때 소작농들이 모여서 양반집을 보호하는 형태였다고 보면 된다. 아름다운 전통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신분제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 ‘안동’ 중에서 61p

 

 

신문고가 효과적으로 활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 백성이 궐내까지 들어와 북을 울리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신문고 관련 기록이 그리 많지 않고, 신문고를 운영하는 데 각종 전제 조건을 만드는 등 백성의 편의를 고려하기보다 행정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운영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노비 송사에 관한 기록이 많다는 것이다. 보통 신문고 하면 ‘백성의 억울함’을 떠올리지만, 일반적으로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분쟁 소송의 도구로 활용됐다. / ‘신문고’ 중에서 77p 

 

 

 

 

 

 

   이 외에도 백성들의 억울함을 달래준 것으로 알려졌던 신문고의 역할이 사실은 많이 축소되었던 점, 유배지 일대를 전전하며 고단한 삶을 이어갔고 끝내 정치적으로 재기하지 못했기에 정약용의 아픔이 담긴 다산초당을 두고 맛집에 들른 후에 조선 후기 ‘최고의 사상가’를 운운하며 풍류를 즐기듯 일대를 돌아보는 것이 과연 적합한 행위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점, 가치 순위에 따라 문화재의 번호를 매기는 것에 대한 문제점과 이제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역시 남다르게 읽힌다. 이는 단순히 역사를 암기 시험 과목으로 생각하거나 과거 역사학자들의 해석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시각으로 다양하게 해석하고 미래의 방향성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산초당은 현재 유명한 관광지다. 오르기에 어렵지 않고 도달하면 높다란 나무에 가려져 비추는 햇볕이 신비한 기분을 자아낸다. 복원된 초당의 형태는 조금 아쉬운데, 지나치게 크고 반듯하기 때문이다. 냉정히 따지면 이곳이 관광지가 된 것도 의아하다. 말 그대로 정약용이 유배지 일대를 전전하며 고단한 삶을 이어갔고 끝내 정치적으로 재기하지 못했기에 이만큼 아픔을 담아낸 공간도 없을 테니 말이다. 맛집에 들른 후에 조선 후기 ‘최고의 사상가’를 운운하며 풍류를 즐기듯 일대를 돌아보는 것이 과연 적합한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 / ‘다산초당’ 중에서 82p

가치 순위에 따라 번호를 매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적어도 1번에서 100번까지는 순위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하위 번호 문화재에 대한 경시 풍토가 생길 수 있다. 또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다시 번호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번호를 부여해 국보나 보물을 관리하는 나라는 거의 없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북한의 국보’ 중에서 89p 

 

 

 

 

  이렇듯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365』는 간략하면서도 핵심 정보만을 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딱 알맞은 역사교양서라는 생각이 든다. 더 알고 싶거나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다른 관련 도서를 찾아보거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지식의 폭을 넓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더욱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나 본격적으로 한국사를 공부하는 중·고등학생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짬짬이 읽어볼 수 있는 역사책으로 참고해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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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오스의 가면_ 인간의 탐욕과 이중성에 관한 고찰 | 나의 서재 2020-06-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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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저/최용준 역
열린책들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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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과 문학적 성취까지 함께 이룬 스파이 소설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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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과 문학적 성취까지 함께 이룬 스파이 소설의 고전!

한 스파이의 과거를 쫓아가는 여정 속에서 들여다보게 되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이중성! 

 

사람의 외모, 골격, 그리고 골격을 덮고 있는 피부는 생물학적 작용의 산물이다. 하지만 얼굴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얼굴은 개인의 습관적인 감정 태도, 즉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데 필요한 태도, 자신을 탐색하는 눈에 들키지 않으려는 공포심 때문에 스스로를 지키는 데 필요한 태도를 그대로 보여 준다. 인간은 악마의 가면처럼 얼굴을 사용한다. 얼굴은 자기감정을 보충해 주는 감정을 타인의 가슴속에 불러일으키기 위한 도구다. 자신이 공포를 느끼면 타인도 자신에게서 공포를 느끼게 해야 한다. 자신이 욕망을 가지면 타인도 자신에게 욕망을 갖게 해야 한다. 얼굴은 마음의 적나라한 모습을 감추는 가림막이다. / 343p 

 

 

 

   어쩌면 얼굴이 없는 표지의 그림 속 주인공이 반드시 디미트리오스여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마루카키스의 편지 속의 저 글귀처럼 ‘힘이 바로 정의인 한, 혼돈과 혼란이 질서와 문명으로 가장하는 한’ 디미트리오스와 같은 악한은 또 다른 디미트리오스로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란 사실’의 은유이며 또한 탐욕과 이중성이란 보이지 않는 가면을 둘러쓴 우리들의 얼굴이기도 한 까닭이다. 때문에 독자는 디미트리오스의 실체를 쫓아가면서도 중요한 것은 디미트리오스가 아니라, 디미트리오스에게 가담했던 사람들 혹은 디미트리오스와 같은 사람을 존재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이 소설이 왜 장르와 문학적 성취까지 함께 이룬 ‘스파이 소설의 최고 걸작’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인지 우리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끝없는 탐욕의 세계로 몰아가는가

 

 

 

   영국의 작은 대학 정치경제학과 조교수에서 본격적인 추리 소설 작가로 전향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찰스 래티머는 그리스인 친구의 권유로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차베스 부인으로부터 파티 초대장을 받은 래티머는 평소 그가 쓴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꼭 만나보고 싶어 했다던 하키 대령과 마주하게 된다. 하키 대령은 들뜬 마음으로 평소 자신이 생각해왔던 추리 소설의 아이디어를 래티머에게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서 진짜 살인 사건의 소식을 함께 접한다. 하키 대령의 표현에 따르면 ‘전형적인 악당, 교활하고 속되고 비겁한 인간쓰레기, 살인, 스파이질, 마약 밀매 전력, 암살까지 서슴지 않는 프로 청부업자’였던 디미트리오스가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배에 칼을 맞고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래티머는 금세 디미트리오스라는 인물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의 호기심은 하키 대령에게 부탁해 시체 보관소에서 디미트리오스의 시신을 보며 더욱 뚜렷해진다. 기록에 의하면 디미트리오스는 비양심적이고, 잔인하고, 배반을 일삼는 인물이자 평생 범죄를 저질러 온 악당임이 분명하지만, 한때 마약 밀매로 많은 돈을 벌었다던 그의 말로가 이토록 누추한 것은 왜이고, 기록에 담긴 범죄들 말고 다른 범죄는 더 없었는지, 기록에서 아주 간단하게 처리된 공백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의 행적이 궁금해진 것이다.

 

 

 

래티머는 디미트리오스의 뒤틀린 심리 한 조각을 막 발굴해 냈고, 이제 그 전체를 완성하고 싶었다. 그 조각은 아주 작았지만 중요한 부분이었다. 가엾은 드리스에게는 처음부터 가망이 없었다. 디미트리오스는 그 흑인의 우둔함, 광신적인 신앙심, 단순함, 탐욕을 무서우리만큼 교묘하게 이용했다. / 64p 

 

 

 

 

 

 

   결국 래티머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디미트리오스의 과거를 추적하기에 이른다. 몇 번이나 이름을 바꿔가며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프랑스, 그리스, 터키 등 유럽 곳곳을 넘나들었던 드미트리오스. 래티머는 온갖 범죄에 가담한 이 의문의 남자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기록의 그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추악한 한 인간의 악마 같은 진실을 마주한다. 무엇보다 당시 유럽 전역에 넓게 퍼진 암운의 그림자에 숨어 기생하거나 내동댕이쳐지지 않기 위해 드미트리오스와 함께 범행에 가담했던 이들을 하나둘씩 만남으로써 래티머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잔혹한 이중성을 들여다본다. 그러는 동안에 이야기는 죽어 마땅한 디미트리오스가, 숄렘과 피서르의 살인범, 마약 밀수업자이자 포주이자 도둑이자 스파이, 백인 노예 매매꾼, 깡패, 금융업자인 디미트리오스가, 살해당한 줄로만 알았던 디미트리오스가 실은 멀쩡하게 살아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이르면서 뜻밖의 반전을 맞이한다. 이제 래티머는 디미트리오스의 정체를 쫓는 것만이 아니라 그를 협박해 각자 50만 프랑의 이득을 챙기자는 협박 아닌 협박으로 인해 자신의 도덕성마저 시험받기에 이른다.

 

 

참으로 비참한 이야기 아닙니까? 영웅도 주인공도 없습니다. 있는 것은 악당과 어리석은 자들뿐입니다. 아니면 어리석은 자만 있다고 해야 할까요? / 229p

 

피터스 씨가 이토록 역겨운 것도 바로 그러한 믿음 때문이었다. 만약 피터스 씨가 지금 조롱조로 말했다면, 멋진 농담으로 들렸을 것이다. 지금 하는 말이 너무나 농담 같았기 때문이다. 피터스 씨의 정신은 두 개로 깔끔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마약을 팔고, 채권을 사고, 『풍속 시선집』을 읽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자신의 외설적인 영혼을 감추기 위해 따뜻하고 역겨운 액체를 배설했다. 이런 인물은 싫어하지 않기가 불가능했다. / 253p

 

 

저는 그자가 그자의 생활 방식과 마찬가지로 끔찍하고 야비한 죽음을 맞이한 건, 사실 세상에 상식과 정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찾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주 교활한 도피 방법이지요. 그렇게 되면 디미트리오스는 설명되지 못하며, 그자를 변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자가 대표하는 특수한 범죄자들이 생겨나는 데는 뭔가 특별한 조건이 있을 게 분명합니다. 저는 그런 조건들이 무엇일지 정의해 보려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힘이 바로 정의인 한, 혼돈과 혼란이 질서와 문명으로 가장하는 한, 그런 조건들은 계속 존재할 거란 사실뿐입니다. / 386p

 

 

 

 

  이렇듯 『드미트리오스의 가면』은 한 범죄자의 행적을 추적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스파이 소설의 구조를 따르고 있지만 날카로운 추리와 강렬한 서스펜스보다 악의 정체성과 인간이 쓰고 있는 여러 겹의 가면,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저는 살인자보다 roman policier(추리 소설)의 살인자에게 훨씬 더 공감이 갑니다. Roman policier(추리 소설) 속에는 시체 한 구, 용의자 몇 명, 탐정 한 명, 교수대 하나가 있지요. 예술적입니다. 하지만 진짜 살인범은 전혀 예술적이지 않습니다”던 하키 대령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예술적인 전위에 가까운 추리 소설과 달리 실제의 죽음과 살인, 범죄와 같은 것들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음을 리얼리티하게 보여준다. 때문에 영화 <미션임파서블>의 톰 크루즈 같은 스파이가 등장하길 기대하는 독자에게라면 약간의 실망감을 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에릭 앰블러를 두고 왜 ‘현대 스파이 소설의 아버지’라 수식하는지 이 작품으로 하여금 그 이유를 꼭 확인해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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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_ 뚝딱뚝딱 집밥 완성을 위한 간편 요리책 | 나의 서재 2020-06-1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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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정간편식

이미경 저
상상출판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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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 단골 재료를 이용한 한 그릇 뚝딱 요리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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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 단골 재료를 이용한 한 그릇 뚝딱 요리 레시피!

최대한 간편하면서도 한 끼가 든든해지는 우리집 건강 밥상! 

 

 

   코로나19로 인해 두 아이와 딱 붙어 지낸 지 벌써 4개월째다. 처음 한 달이야 호기롭게 아침, 점심, 저녁 다른 메뉴로 영양까지 구색을 맞춰서 아이들의 삼시세끼를 챙기곤 했지만, 몇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다보니 이제는 똑같은 메뉴를 며칠 걸러 한 번씩 밥상에 올리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게다가 요리도 썩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인터넷으로 백종원, 김수미 레시피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냉장고에 필요한 재료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금방 포기하기를 거듭하고, 몇 권 가지고 있는 요리책마저도 막상 만들려고 하면 우리 아이들 입에 맞는 요리를 마땅히 할 만한 게 없어 덮어놓기 일쑤다. 더욱이 반찬을 여러 개 미리 만들어놓고 냉장고에 재어놓기 보다 볶음밥이나 덮밥, 김밥처럼 때에 맞게 한 그릇으로, 부담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선호하다보니 ‘마트의 가정간편식만큼 간단하게,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고민 없이 만드는 레시피’를 모은 『가정간편식』은 참 반갑다. 무엇보다 몇 백 가지의 요리를 소개하여도 한두 가지 만들어보고 말 요리책이 아니라 가짓수는 적더라도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은 요리를 소개한 요리책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 책은 일단 가볍게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시도해볼 만한 요리가 많아보여서 마음에 든다.

 

 

 

 

 

 

최신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냉장고 속 재료로 가볍게 도전해보기 좋은 오늘의 밥상

 

 

 

   『가정간편식』은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이자 푸드콘텐츠 전문가인 이미경 저자의 요리책이다. 책은 외식에 익숙해진 식문화와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보다는 맛집이나 간편식 제품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최대한 간편한 가정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요리 소개에 앞서 각종 재료 계량법과 냉장·냉동 식품의 보존 기간, 요리의 완성을 담당하는 기본양념 소개, 재료별 쉬운 손질법, 써는 법 등 가장 기본이 되는 요리 정보를 일러준다. 이 중 ‘냉장·냉동 식품의 보존 기간’에 적힌 재료 보관 기간을 쭉 훑어보고선 내심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냉동실에 보관해두면 언제든 해동해서 먹으면 되는 줄 알고 쌓아두고만 있었던 재료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리가 시급해보였다. 또 ‘재료 손질법’을 통해서는 육즙이 누린내를 나게 하는 원인이 되므로 키친타월로 잘 제거한 다음 요리를 해야 한다는 정보는 좋은 팁이 될 듯하다.

 

 

 

뚝딱 집밥 차리는 기본양념_

기본양념은 요리의 완성을 담당하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라도 기본양념과 어우러지지 않으면 맛이 없는 요리가 됩니다. 그래서 좋은 재료만큼이나 기본양념을 잘 써야 합니다. 기본양념으로 대체 가능한 양념으로 응용할 수 있을 때 요리가 쉬워지니 먼저 기본양념에 충실한 요리를 익혀 두어야 합니다. / 16p

 

 

 

 

 

 

   챕터1에서는 일종의 냉장고 파먹기 요리로, 냉장고 속 단골 식재료를 이용한 ‘냉파요리’를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돼지고기, 닭고기, 쇠고기, 무와 배추, 감자, 양배추와 애호박, 달걀과 콩나물 등 단골식재료를 알뜰하고 맛있고 건강하게 먹는 법을 귀띔한다. 특히 고기 요리는 부위별 요리법과 보관법, 각 부위를 그림으로 그려 소개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 요리는 삼겹살 묵은지 밀푀유처럼 특별한 날에 밥상에 내놓기 좋은 요리에서부터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닭 다리살 달콤구이, 쇠고기 컵밥, 땅콩버터 두부볶음,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어묵 김밥, 두부 김치전 등을 소개한다. 이 중 가장 먼저 만들어 본 요리는 쇠고기 컵밥인데, 보기에도 예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쇠고기에 보들보들한 스크램블 에그가 곁들어 있으니 이날 저녁 한 끼는 손쉽게 뚝딱 해결되었다.

 

 

달걀과 콩나물 이야기_

완전식품 달걀. 단백질 식품이 귀하던 시절 달걀은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친근한 단백질 식품이었어요. 냉장고 문을 열면 언제나 달걀은 지금도 완전식품이자 요알못도 요리할 수 있게 하는 말이 필요 없는 재료입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집에서 콩나물을 키워 명절에 콩나물 요리를 해 먹었어요. 시루에 담긴 콩나물은 쑥쑥 크지만 물주기를 게을리하면 잔뿌리가 많이 생기고 가느다랗게 자라기 일쑤고 더운 날씨에는 썩어버리곤 했어요. 콩에서 자란 콩나물은 비타민 C가 특히 풍부하고 아스파라긴산이 많아 숙취 해소 요리의 단골 식재료죠. 국, 찌개, 나물, 밥으로 활약을 펼치니 한 봉지는 늘 냉장고에 준비하세요. / 159p

 

 

 

 

 

 

   챕터2에서는 한 끼 해결하기도 바쁜 세상에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딱 한 그릇 요리를 소개한다. 만드는 시간도 절약되고, 메인 요리부터 브런치, 술안주까지 해결할 수 있는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밥상에 올리면 아이들이 좋아할 듯한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밥 카나페, 냉동실에 굳어 있는 주꾸미를 드디어 소환할 수 있는 주꾸미 마늘종볶음밥, 항상 쇠고기만 넣어 만들어먹던 카레에 고구마를 넣어 달달한 맛과 식감을 더한 고구마 카레는 당장 도전해보기 좋을 듯하다.

 

 

 

 

 

 

   이어 마지막 챕터3에서는 여유로운 주말에 브런치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는 대신 느긋하게 만들어 볼 만한 가벼운 끼니로 간식 편을 소개한다. 아이들과 곧잘 만들어먹는 핫케이크에 크림과 딸기만 곁들어도 멋진 디저트가 되는 딸기 오믈렛, 모닝빵을 활용한 간식 모닝빵 샌드위치와 햄 앤 치즈 브레드 볼은 약간만 변화를 주어도 다양한 맛의 모닝빵을 즐길 수 있어 주말에 꼭 만들어볼까 한다. 더욱이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샐러드를 자주 만들어먹곤 하는데, 책에 소개된 콥 샐러드나 보트 샐러드 등은 매일 먹는 샐러드라도 질리지 않게 즐길 수 있을 듯해서 시도해보려 한다.

 

 

 

 

 

 

   이렇듯 『가정간편식』은 요리시간이 대부분 30분 내외에 이르고, 재료도 비교적 간편하며 조리과정도 단순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 제목처럼 한 그릇으로 뚝딱 만들기 쉬운 요리는 물론 냉장고에 특정 재료가 없어도 대체할 수 있는 재료까지 함께 소개해주고 있어 더욱 시도해볼만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집밥 해먹기가 더 만만찮아진 지금, 우리집 밥상에 간편하면서도 기분 좋은 변화를 시도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가정간편식』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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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잡지 한편 2호: 인플루언서_ 누가 영향력을 원하는가, 그 힘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 나의 서재 2020-06-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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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한편 2호 인플루언서 [2020]

편집부 편
민음사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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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현상과 그들의 진정성 그리고 방향성을 모색한 콤팩트한 담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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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를 통해 바라본 미디어 세태와 영향력 그리고 행동에 이르기까지!

인플루언서 현상과 그들의 진정성 그리고 방향성을 모색하다!

 

 

  언론학에서 수사학, 교육학, 역사학, 여성학,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젊고 다양한 학자들을 연결하여 가장 콤팩트한 담론의 장을 연 인문잡지 《한편》이 2호를 발간했다. 1호인 ‘세대’ 편에 이어 2호 역시 우리 시대의 가장 민감한 주제를 화두로 내걸었다. 바로 ‘인플루언서’다. 이른바 ‘SNS 유명인’이라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은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의 시대에서 자신들이 지닌 영향력이라는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데 성공을 거둔 크리에이터이기도 하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뉴스 생산자 또는 전달자이기도 하며, 진정성을 연출해서 수익을 내는 사업자도 있는 한편 선한 영향력을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와 가치가 있는 행동력을 촉구하는 등 저마다 다양한 위치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인기 있는 인스타그래머가 하자 있는 상품을 판매하여 논란이 일어나고, 가짜 뉴스 혹은 각종 음모론으로 점철된 유튜브 채널이 양산되거나 키즈 유튜버를 상대로 한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등 인플루언서들을 둘러싼 문제점들이 큰 우려를 낳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때문에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한 각종 현상들을 분석하고, 이들이 가진 영향력의 의미와 그 힘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는 현시점에서 매우 온당해 보인다. 이에 인문잡지 《한편》은 누가 영향력을 원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이 두 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영향력의 방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누가 영향력을 원하는가, 그리고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한편》에는 총 열 편의 원고가 수록되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나고 있나요」의 이유진은 인플루언서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며 팔로워를 다수 보유한 셀러브리티”이면서,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을 통하여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로 정의한다. 즉,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문화적 의미를 생산하고 협상하는 장소인 셀러브리티 개념과, 타인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 생산자 또는 전달자 개념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기존 셀러브리티가 신문, 방송, 잡지 등 기성 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전파한다면, SNS를 통해 성장한 일종의 ‘마이크로 셀러브리티’인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스피커를 통해 구/독자들과 직접 만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욱이 “보고 듣고 말할 것이 있으면 누구나 저널리스트가 되는 세상”에서 저널리스트가 인플루언서가 되고 인플루언서가 다시 저널리스트가 되는 상호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상을 진단한다.

 

 

 

   기성 언론과 인플루언서 양자의 상호작용을 진단한 윤아랑의 「네임드 유저의 수기」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다수의 ‘공식’ 비평가가 ‘일개’ 왓챠 유저보다 흥미로운 의견이나 전문적인 관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비평, 기존 권력을 대신할 권력으로 나서게 되는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근간을 위협하는 그 원인 덕분에 권위를 일부 회복하는 듯 보이는 기성 미디어들. 저자는 이 현상을 ‘기성’과 ‘대안’의 기괴한 꼬리 물기로 진단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들이 전문 비평가와 서평가의 엄격하고 진지한 접근의 해석이 아닌, 진정성 있고 솔직하면서 거기에 필력까지 갖춘 북스타그래머들의 의견에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여전히 신뢰성이나 권위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공식’적인 기성의 해석에 의지하는 양상을 보이는 까닭이다. 하지만 저널리스트와 인플루언서,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 리뷰와 비평을 구분하는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는 시점에서 기존의 미디어가, 언론인이, 뉴스가, 비평가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어떻게 하면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

 

 

한 일간지 문화부 기자는 “특정 매체의 시각이 스며 있거나 기사 문법을 중시하는 기자들보다는 일반인들이 쓴 글에서 진정성이 더 많다고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진정성’이야말로 인플루언서들이 사랑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인데, 구/독자들로 하여금 기존 미디어의 이해관계나 지향과 관련 없이 솔직하고 사실에 가까운 정보 전달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중에서 25p

 

 

위기와는 상관없는 안전함, 그러니까 많은 이들이 외면하는 잔인한 사실은, ‘제도’의 수혜를 받은 다수의 ‘공식’ 비평가가 ‘일개’ 왓챠 유저보다 흥미로운 의견이나 전문적인 관점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경담의 지적처럼 리뷰와 비평의 구분이 모호해졌다면, 둘을 먼저 분간하지 못한 건 대중이 아니라 비평가들이 아니었을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인플루언서들의 자의식 앞에는 아마 이런 말이 괄호 쳐져 있을 것이다. ‘저런 사람도 하는데.’ /

‘네임드 유저의 수기’ 중에서 44p

 

 

고로 인플루언서를 무한한 자유의 장을 누비는 중간 소비자 혹은 단속해야 할 비전문가로만 따지는 것은 모두 어긋난 관점이며, 그보다는 기존의 제도로는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나날이 늘어 가고 있음을 과시적으로 보여 주는 행위자들이라 보는 게 정확할 게다. / ‘네임드 유저의 수기’ 중에서 48p

 

 

 

 

 

 

  부모인 입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떠한 미디어리터러시를 쌓아가고 있는지를 살펴야한다고 지적한 김아미의 「어린이의 유튜브 경험」은 그 어느 주제보다 가깝게 다가온다. 확실히 요즘 어린이들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체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린이들에게 유튜브가 “단순히 콘텐츠나 정보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공간”인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나의 아이 역시 유튜브 혹은 게임 채널 속의 캐릭터 이름을 마치 자신이 이웃하고 있는 누군가와 동일시하고, 일상 속의 대화에서도 그들이 자주 쓰는 언어를 고스란히 사용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부모들은 딜레마를 겪는다. 자신의 과거와는 너무도 다른 교육 환경, 미디어 환경에 아이들을 얼마나 적절히 단속하고 또 노출시켜야 할지 경계를 구분할 수 없어 곤란해지는 것이다. 이에 김아미는 단순히 미디어 기기나 테크놀로지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디어 콘텐츠나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어 내며, ‘창의적’으로 나의 의사를 표현하고, ‘윤리적 책임감을 가지고’ 소통하며 참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할 때에도 미디어 활용 능력에 대한 교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공간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만들어 내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사회, 즉 공동체를 구성해 나감에 있어 미디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성찰하고 상상할 수 잇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어린이에게 유튜브나 자신이 즐겨 이용하는 미디어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성찰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온라인상에서의 소통과 실천이 오프라인의 삶과 대등하게 중요한 생활의 일부로 여겨지는 지금 어린이, 청소년 세대에게 필수적인 교육이다. 더불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와 관련된 교육적 접근을 시도할 때 이곳이 어른 사용자와는 또 다른 또래문화의 공간임을 이해하고 존중하여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유튜브 등의 온라인 공간은 교사나 기성세대에게 가시화되지 않은 문화적 코드가 존재하는 곳이다. 또한 사회화와 또래 문화에 대한 이해와 형성이 진행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 ‘어린이의 유튜브 경험’ 중에서 131p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았을 때, 유독 이목을 끌거나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이용해 당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늘 존재해왔다. 저 머나먼 2500년 전, 아테네 민주정은 ‘설득’을 기반으로 한 연설가, 즉 영향력자가 있었다. 근대 전환기의 유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헌의 「2500년 전의 인플루언서들」과 정종현의 「선한 영향력 평가하기」는 어느 세대에서나 있어왔던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과 그들이 지향한 방향성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들이 지닌 영향력이라는 힘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를 모색해본다. 이 외에도 음습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정돈되지 않은 인터넷 정책, 익명성을 방패삼은 열악한 네티켓 등이 일으키는 비위생적인 정보 환경을 비판하는 박한선의 「인플루언서 vs. 슈퍼전파자」, 통제나 비난의 대상이 아닌 올바른 변화를 지향하는 ‘피드백 문화’를 강조한 이민주의 「#피드백 운동의 동역학」, 인터넷 그리고 테크놀로지 전반에 대한 차가운 각성을 촉구하는 유현주의 「팔로어에게는 힘이 없다」 역시 미디어 환경의 방향성을 타진하는 좋은 시도로 분석된다. 

 

 

 

디지털 공간 내에서 사람들은 가상의 타자를 상정하고, 가상의 타자(들)는 ‘사회’로서의 역할을 일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가상의 타자들은 ‘좋아요’나 ‘댓글’, ‘팔로우’, ‘메시지’, ‘리포스트(repost)’ 등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한편 관계성을 쌓아 간다. 따라서 디지털 공간 내에서 자의적으로 편집된 것이라고 치부되는 자기 재현은 가상의 타자라는 사회적 시선을 반영한 결과로, 즉 새로운 의미의 ‘사회적 관계’ 안에서 진정성이 발현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일간 이슬아》의 진정성’ 중에서 65p

 

 

온라인에서 피드백 운동을 기존의 사회 운동 방식과 비교하여 ‘진짜’ 운동이 아니라고 깎아내리거나, 여성들이 손해만 보는 장사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오히려 편리한 결론이다. 피드백 운동을 수행하는 페미니스트 집단 안에서 참여자들의 소진 또는 감정적인 갈등의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소비주의와 경쟁주의의 심화로 인한 문제로만 해석하거나, 또는 인터넷 기반의 젊은 페미니스트 집단 자체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해석은 젊은 세대 여성 소비자에 대한 익숙한 혐오로 흘러 들어갈 수 잇다는 점에서 낡고도 위험하다. / ‘#피드백 운동의 동역학’ 중에서 110p

 

 

모든 디지털매체와 마찬가지도 소셜미디어도 일차적으로 프로그램한 자와 단순히 프로그램의 사용자라는 권력관계에 의해,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소셜미디어 특유의 팔로어 숫자에 의해 결정되는 권력관계에 의해 움직인다. 따라서 매우 뛰어난 확산 도구는 될 수 있을지언정 상호 평등한 소통 도구는 되기 어렵다는 인식은, 언제나 그렇듯 한 박자 늦게 출현하는 중이다. 수용자를 생산자로 고무시키는 문제는 새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논의되는 화두이지만, 우리 시대의 주도 매체인 디지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이를 온전히 실현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 세기의 경험을 무색하게 하는, 늘 되풀이되는 환상으로 보인다. / ‘팔로워에게는 힘이 없다’ 중에서 167p

 

 

 

 

 

 

   끝으로 이소크라테스의 연설 중 ‘의견들’을 폄하하는 당대의 철학자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철학자라고 말하며 건강한 미래를 상상하는 데 단서를 준 대목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듯하다. 고대 그리스 연설가들이 현실에 근거하며 주장에 논리성을 지켰으며, 사람들의 감성을 파고드는 한편 오랜 시간동안 지속적인 활동과 주장을 통해 자신들의 품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키워 나갔던 것처럼, 우리의 인플루언서들 역시 그러한 감각을, 진정성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목소리가, 나의 사진 한 장이, 나의 글귀 한 줄이 누군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는 이미 모두 인플루언서다.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말이다.

 

 

 

 

지혜와 철학에 관하여 말씀드리자면, 다른 사람들이 철학이라고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행해야만 하며, 무엇을 말해야만 하는지를 알려 주는 그런 지식 따위도 인간의 본성상 가질 수가 없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시의적절한 의견들을 통해서 많은 경우에 더 좋은 결과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이며, 그와 같은 분별력을 민첩하게 취하는 능력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바로 철학자입니다. / 1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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