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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_ 단지 살아남을 것인가, 더 잘 살아갈 것인가 | 나의 서재 2021-01-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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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김준기 저
수오서재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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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 부모들 그리고 예비 부모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았으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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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 부모들 그리고 예비 부모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았으면 책!

 

 

  “엄마, 나 속상해.”

  아이가 울먹이는 얼굴로 다가오더니 품에 안기며 울음을 터뜨린다. 아차, 사실 십 분 전쯤부터 아이의 표정을 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이렇다 할 변화가 없기에 괜찮은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보다. 진즉에 아이의 마음을 살펴봐줄 수 있었는데 괜찮아 보이면 된 거라고 제대로 살펴봐주지 않았으니 잘못이라면 내게도 있다. 아이가 아빠의 휴대폰을 만지느라 알람을 꺼버렸고 이 때문에 늦어버린 아빠가 핀잔을 준 게 원인이었다. “많이 속상했지?” 나는 일단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준 다음, 아빠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아이는 이내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유독 눈물이 많은 아이에게 “울지 마. 울 일 아니야.”라는 말을 곧잘 하곤 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울기 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게 어느 새 훈육조의 말투로 으르게 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육아서가 아이의 감정을 먼저 살펴봐주는 게 먼저라고 조언하지만 일단 아이가 눈물을 터뜨리면 ‘이게 뭐라고 울어’, ‘또 울어? 에휴’ 같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러다 문득, 유년시절에 나는 부모님에게 단 한 번이라도 속상하다는 말을 해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착하고 말을 잘 듣는 어른스러운 아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진짜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본 적이 없는 아이’에 가까웠다.

 

 

 

  그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저 어딘가에 ‘울면 안 된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혹은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그걸 꾸준하게 내 아이에게도 심어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나는 예민하고 타인의 감정에도 민감한 아이가 좀 더 대범하게 자라났으면 하는 나만의 욕심 때문에 아이에게 ‘힘들어하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강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이 아이는 적어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상태이니까. 솔직해도 괜찮다고, 내 감정을 외면당하지 않을 거라고, 늘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줄 대상이 바로 곁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나는 그 어느 육아서보다도 절실하게 이 책으로 하여금 깨닫게 되었다.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우리 삶에서 트라우마란 어찌할 수 없는 필수불가분의 것이다.”

- 《트라우마 상담 및 심리치료의 원칙》 존 브리에르, 캐서린 스콧

 

 

 

  끔찍한 사고나 전쟁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장애인, 성소수자, 빈곤층에 필요한 관심과 배려의 결핍 또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트라우마에 취약한 이들도 있고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또한 비밀스러운 경험이기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치료기법들도 소개되고 심리 상담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지만, 트라우마란 곧 ‘문제 있는 사람’라는 편견이 지배적이어서 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은 아직 높아 보인다. 이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트라우마 연구자로 현재 서울 EMDR트라우마센터의 센터장을 역임 중인 김준기 전문의는 어떻게하면 일반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트라우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고 한다. 그에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가족 간의 연결을 보여주는 영화, 전쟁의 후유증을 보여주는 영화, 외상 후 성장을 보여주는 영화 등 25편에 이르는 영화를 통해 그 속에서 드러나는 트라우마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증상, 치유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스포트 라이트>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보스턴 지역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폭행 사건을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취재팀 기자들이 폭로하는 과정을 담은 실화다. 가톨릭 신도들의 반발과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끈질긴 취재 끝에 보스턴 지역에서만 약 90명의 가톨릭 사제들이 아동 성추행을 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최대 30년이나 된 오래된 기억이, 트라우마가 어떻게 피해자에게 그토록 생생하게 각인될 수 있는지를 목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일반적인 기억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저절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형되어 가거나, 반복해서 떠올려 이야기하다 보면 더 유연하게 변화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사건 기억은 이상하게도 쉽게 변하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또렷해지기도 한다. 이는 뇌의 정보처리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압도적인 트라우마의 기억을 전혀 가공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혹은 처리되지 않은 채 억압된 트라우마의 기억이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트라우마 당시의 정보와 에너지를 그대로 담은 상태로 뇌의 신경회로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가, 뭔가에 자극을 받으면 당시의 기억 정보를 그대로 생생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해리시켜 덮어둘수록 트라우마 기억은 무의식의 장막 아래에서 더 은밀하고 집요하게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우리에게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트라우마의 기억을 자꾸 덮어두려 하는 습성이 있다. 이를 해리라고 하는데 사실 이는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본능적인 방어기전이다. 문제는 아무리 해리시켜도 트라우마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해리시켜 덮어둘수록 트라우마 기억은 무의식의 장막 아래에서 더 은밀하고 집요하게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때때로 우리가 자신의 지성과 의지라고 믿으면서 하는 결정이 사실은 처리되지 않고 덮어둔 트라우마 기억의 영향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트라우마 기억을 통합하는 것은 ‘나’라는 인간의 주체성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33p

 

 

사건 자체의 요인, 개인적 요인, 사회적 요인, 이 세 가지 요인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트라우마 후유증의 양상을 결정하게 된다. 비슷한 사건을 경험해도 사람마다 고통받는 증상의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다른 사람은 극복했는데 넌 왜 극복하지 못하느냐?’는 말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또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도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은 다 극복했는데, 왜 나만 한심하게도 이겨내지 못하지’하며 자책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 / 50p

 

 

 



 

 

 

 

  트라우마에 얽힌 기억은 일반 기억과 무엇이 다르며 트라우마를 결정하는 삶의 요인은 무엇인지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다크 나이트>, <굿 윌 헌팅> 등을 통해 1장에서 살펴본다면, 2장에서는 전쟁 트라우마, 감정 인지불능증, 아동기 트라우마 등 트라우마의 대표 증상들을 알아본다. 그 중에서도 <아무도 모른다>, <케빈에 대하여>, <똥파리> 등은 어린 시절 안정적인 애착을 경험했느냐 경험하지 못했느냐가 개인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어린 시절 받은 심한 정서적 학대나 신체적 학대도 분명 커다란 상처이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없는 것도 어린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가 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비난과 잔소리를 들으며 자란 아이들보다 방임을 겪은 아이들이 더 해리장애를 겪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덧붙여보자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방공호에 격리되어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비교적 안전하게 지낸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된 뒤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오랜 기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파괴된 건물과 고막을 찢는 포탄소리 그리고 처참하게 죽은 시체를 목격하게 되더라도, “괜찮아, 엄마가 같이 있잖아”하고 안아줄 수 있는 양육자의 존재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더 강력하게 보호해준 것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외부 세상의 객관적인 현실보다 바로 옆에 있는 부모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어린 시절에 안정적인 애착을 경험했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신체를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애착이론의 창시자인 존 볼비 역시 “엄마와 소통할 수 없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과도 소통할 수 없다”고 했다. 주 양육자인 엄마와의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며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있어서도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반드시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서로 의지하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 즉 관계가 주는 긍정적인 자원이 트라우마 치유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 <쓰리 빌보드>와 <룸>, <원더>를 통해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과거에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가 사람들이 겪는 모든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서 아이였을 때 제대로 채워지지 못한 욕구들의 상실을 슬퍼하는 것이야말로 치유의 시작이다.”라던 미국의 심리학자 존 브래드쇼의 말을 새겨둘 일이다.

 

 

 

독성이 강한 수치심은 항상 비난, 폭언, 폭력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아이의 어떤 행동이나 감정을 주된 양육자가 못 알아채거나, 알아봐주지 않거나, 인정해주지 않을 때에도 수치심은 강렬하게 생겨난다. ‘아빠가 바빠서, 혹은 엄마가 우울해서 내 존재를 못 알아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족하고 한심하고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도 내게 반응하지 않는 거구나’라고 어린아이는 상황 해석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명백하게 보이는 학대보다 은근하게 일어나는 무관심이 독성이 강한 수치심을 더 자주 일으킨다. / 86p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의 결핍, 감정조절의 어려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을 조절하는 뇌 부위 중 하나인 전전두엽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하필 그 부위가 성장하지 못했을까? 우리의 팔과 다리 근육은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 지방질, 무기질 같은 영양분으로 성장하는 반면, 공감 능력이나 감정조절 능력과 관련 있는 전전두엽의 발달은 놀랍게도 주된 양육자와의 안정적인 관계 속에서 전달되는 사랑과 애정을 먹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 176p

 

 

‘아이가 처음에는 힘들어할 수도 있어. 그건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해. 그래도 아이를 믿고 보내야지. 아이가 힘들어하면 내가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잖아?’

이런 식으로 부모가 먼저 마음을 정리하고 침착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아이를 안심시켜주는 공감과 연결의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부모가 먼저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결국은 부모의 불안과 걱정이 전달되기 때문에 아이를 안심시키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 235p

 

 

 

  책을 읽으면서 영화 <굿 윌 헌팅>의 명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양부모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당한 것 그리고 엄마 혹은 동생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수치심을 오랜 시간 가슴에 품고 살아왔던 윌에게 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는 윌에게 무려 열 번이나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윌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안다고 대답하지만 이내 괴로워하면서 제발 그만하라고 손 교수를 밀쳐내기까지 한다. 사실 그는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숀 교수의 따뜻한 위로에 윌의 방어벽이 무너져 내리고 영화는 진정한 치유란 관계의 연결감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외상 후 성장은 그리 특별하거나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맹목적으로 성취와 성공을 추구하는 생활 태도를 내려놓고, 그 대신 감사한 마음을 자주 갖고, 작은 가능성에 즐거워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친근한 정을 나눌 줄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한다. 개인에 따라 외상 후 성장이 일어나는 기간이 수개월이 되기도 하고 수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트라우마를 통해 오히려 이전보다 심리적으로 더 긍정적이고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라우마를 제대로 직면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트라우마는 삶에서 그리 중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일이 되리라 믿는다던 그의 말이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렇듯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은 독자들이 영화를 보듯이 일상의 곳곳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를 바라보고 지나간 상처를 이해하며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간 수많은 육아서를 읽었지만 이 책만큼 부모로서 나의 아이들에게 진짜로 주어야 할 것이 무언인지 깊이 고민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비롯해서 많은 부모들이, 예비 부모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내가 지금 아이에게 보내는 눈길이, 사소한 말이, 쓰다듬어주고 보듬어주는 손길이 아이가 힘들 때마다 평생 꺼내 써먹을 수 있는 자원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비극은 제법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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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습니다_ 일과 관계를 성공으로 이끄는 소통의 기술 | 나의 서재 2021-01-2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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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습니다

유경철 저
마음의숲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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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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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직장에 입사했던 날, 나는 퇴근 시간까지 내내 침묵이 감도는 회사 분위기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어쩐 일인지 직원들은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에도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회사란 게 원래 이런 건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첫 직장에 대한 로망은 그렇게 무너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들로부터 소통을 앗아간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문제는 팀장이었다. 대표님과 실장님을 제외하고 회사를 이끌어가는 실무 팀장인 그녀는 흔한 잡담은커녕 그 누구와도 좀처럼 말을 섞지 않았다. 회의 시간에나 보고를 주고받는 사람과 간간이 업무 이야기만 하는 정도였다. 마치 사직서를 써놓고 언제든지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의욕이라고는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고나 할까. 때문에 직원들은 그녀의 눈치를 보느라 점점 더 말수가 줄어들었고, 대표님이 내린 지시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해서 생기는 불상사로 인해 분위기가 자주 험악해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 능력이 없는 팀장의 능력을 치켜세우는 대표님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무기력한 태도를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전염시키면서도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팀장도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다보면 이런저런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친근하다는 이유로 아랫사람에게 직함이나 이름이 아닌 “야!”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고, 회의만 두 세 시간 넘게 진행하다가 결국엔 자기가 하고 싶은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상사도 있는가 하면, 사사건건 자신이 업무를 더 오래했고 잘 안다는 이유로 다른 직원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가르치듯이 대화를 하는 사람도 있다. 돌이켜보면 과중된 업무 스트레스보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 조직원들 사이에서 발생되는 관계적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다음 직장에서는 괜찮겠지, 이제는 좀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겠지 싶지만 신념, 가치관, 성격기질, 감정, 욕구 모두 제각각인 사람들이 만나 협업을 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회사라는 구조 속에서 갈등은 피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덜 받고 갈등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오늘도 업무 대화가 힘든 당신을 위한 슬기로운 사내 대화법

 

 

 

  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다니.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옛날,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했던 직장 상사에게 탁 내뱉어주고 싶은 적절한 말이다. 『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습니다』는 제목만 보면 자칫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에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도 업무 대화가 힘든 사람들을 위한 슬기로운 사내 대화법을 소개하는 솔루션 책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고 싶고 이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고 싶어 하듯 조직의 동료들과 대화를 잘 하는 법,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않고 설득하는 법, 세대별 차이와 이에 따른 현명한 대화법 등 회사 내에서 필요한 소통의 기술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장 ‘상사에게 직원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에서는 부하 직원으로서 상사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각종 사례와 적절한 해결법을 담고 있다.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상사,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사, 일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이 너무 다른 상사, 인지 편향을 가진 상사, 답정너 상사 등 우리가 흔히 자주 만나고 겪게 되는 상사의 유형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고 부하 직원의 말을 자세히 듣지 않고 말을 끊는 상사의 유형은 어디를 가나 꼭 있기 마련인 듯하다.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위계 문제도 있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경청과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다. 저자는 상사의 경청 능력은 상사 스스로 깨닫고, 바뀌려 노력할 때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리더십 진단이나 조직 진단과 같은 설문을 통해 자신에 대한 평가를 확인할 수도 있고, 리더십 교육이나 코칭과 같은 활동을 통해 ‘자기 인식’의 과정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경청을 할 수 있을까? 책에 따르면 모든 감각 기관을 총 동원해 온몸으로 듣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말을 도중에 차단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대화의 방향이 심각하게 잘못되었거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먼저 “내가 꼭 해야 할 말이 있는데 해도 될까?” “듣다 보니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관련해서 내가 설명해줘도 될까?” 같은 말로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상대를 미리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평소 해당 직원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경우 그 프레임에 갇혀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든 부정적인 판단을 깔고 대화를 할 수 있는데, 대화를 할 때는 개인적인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이야기의 주제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 외에도 ‘라포 형성하기(반응 보이면서 듣기)’를 통해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눈을 똑바로 보면서 열심히 듣고 있다는 무언의 신호를 주거나 상대방의 표정, 목소리, 몸짓 등을 오감으로 확인하면서 상대방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페이싱, 미러링, 백트래킹과 같은 스킬을 활용해 상대방의 무의식을 열어주는 대화를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으면 타인이 내 생각을 오해하거나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일할 때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눈치형은 타인에게 무언가를 말할 때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고민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내가 사투리를 많이 써서 사람들이 싫어하겠지”와 같은 제한된 신념을 갖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습니다. 또한 의견을 말할 때는 논리적으로 말하되, 감정과 기대를 적절하게 함께 표현해야 합니다. “제가 이런 제안을 하면 무모하다고 생각하실까 봐 걱정했습니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 41p

 

 

갈등 상황에서의 건설적 대립은 ADOPT 프로세스를 따라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고(Addressing)’, 문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그 후 문제를 ‘직접적으로(Direct)’ 해결할 수 있는 사람과 의견을 공유합니다. 해결책을 찾을 때는 ‘객관적 데이터와 사실(Objective)’을 기반으로 조직을 위한 최적의 해결책을 알아낸 후 데이터를 문서화하고, 확실한 해결을 위한 다음 미팅 날짜를 정합니다. 또 문제에 대해 ‘긍정적이고 직접적인 감정(Positive)’으로 접근하며, ‘즉시(Timely)’ 대처해야 합니다.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전에, 혹은 업무에 크게 방해가 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 49p

 

 

회의 전후로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회의 전 회의 안건, 목표 및 참석자에 대해 명확하게 정하고 미리 알립니다.

· 회의 장소와 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합니다.

· 회의 주제에 적합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시킵니다.

· 회의 종료 시간을 미리 정하고 회의를 시작합니다.

· 높은 직급의 사람이 아닌 실무 리더를 선정해 회의를 진행하도록 합니다.

· 회의 중 참석자들이 90퍼센트 이상이 발언하도록 독려합니다.

· 회의 후 논의 내용 및 결과물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공유합니다. / 76p

 

 

 




 

 

 

 

  두 번째 장 ‘직원에게 상사가 한마디만 하겠습니다’에서는 직장 내에서 업무적으로 얽히며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사례와 솔루션을 담고 있다. 상사인 입장에서 공감 능력을 키우는 법, 피드백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점, 직원들의 고민을 끄집어내는 법, 사기가 떨어진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팁 등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공감하는 법은 회사 내에서 뿐만 아니라 평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꼭 필요한 기술인 듯하다. 책에서는 공감을 할 때 6가지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 즉 현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심의 초점을 상대방이 하는 말 속에 숨어 있는 욕구와 느낌에 맞추는 것이다. 속마음을 파악해야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상대방이 공감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상사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대화를 끝내려고 하는데, 제대로 공감하고 싶다면 온전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신체적으로 힘들거나 피곤하면 타인의 생각에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만약 자신이 힘든 상태라면 대화를 중단하고, 컨디션과 에너지를 끌어올려 상대방에게 공감할 수 있을 때 다시 대화를 시도하기를 추천한다. 간혹 부하 직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적절한 피드백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거나, 심지어 상대방에게 반드시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상사들도 있다. 이에 저자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동원해 조언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을 때도 있기 때문에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된다고 한다. 그저 내가 공감하고 있음을 상대방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감은 상대방의 말, 행동, 생각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거나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 나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상대방의 생각 자체를 지지해주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진정한 공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열린 질문, 긍정적인 질문, 미래 지향적인 질문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김 매니저는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싶나요?”

“원하는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중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 2가지만 먼저 이야기해 볼까요?”

“변화하게 되면 무엇이 좋아질 것 같습니까?”

“그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지속적으로 좋은 질문을 통해 직원들의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면 좋습니다. 자신이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 내도록 이끄는 것이 곧 동기를 부여하는 가장 빠른 길이니까요. / 111p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4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 만들기

·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맺기

· 가장 잘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셀프 리더십 발휘하기

· 자신의 생각에 믿음을 갖고 확실하게 의사 결정하기

 

 

 



 

 

 

 

  이어 세 번째 장에서는 ‘90학번과 09학번이 잘 지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X세대, 밀레니얼 세대, 90년대생, Z세대 등 여러 세대가 함께 일하고 있는 직장 내에서 각세대별로 그들이 다른 이유와 다르지만 함께 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모든 세대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마지막 장 ‘슬기로운 사내 대화법’에서는 대화를 시작하는 법, 상대방의 말투 때문에 화가 날 때 대처하는 법, 다른 팀과 협업하거나 협상을 할 때 필요한 대화법,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않는 비폭력 대화법과 같이 일상에서도 꼭 유용한 대화 기술을 알려준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자신이 성장하지 않으면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합니다. 일을 단순히 생계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일에 대한 가치와 생각이 기성세대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 156p

 

 

상대방과 처음 대화할 때는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상대방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합니다. 그 후 그 상태에 나를 맞추는 페이싱과 미러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무의식을 열기 위해 상대방 말의 어미나 키워드를 되풀이하니 백트래킹 기법을 사용합니다. / 193p

 

 

비폭력 대화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관찰하고 그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여 나와 상대방의 욕구, 가치관, 원하는 것을 찾아낸 뒤 구체적인 행동을 부탁하는 공감 말하기입니다. / 231p

 

 

 



 

 

 

 

  마셜 로젠버그는 좋은 말하기를 ‘기린의 대화’라고 표현한다. 기린은 육지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큰 심장과 긴 목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큰 심장으로 상대를 품고, 긴 목으로 주변을 살피며 공감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품고 있어야 할 기린의 대화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기린의 태도를 취하면 상대방에게 듣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의 느낌과 욕구에 초점을 맞춰 내면의 평안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말을 할 때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를 쉽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나쁜 말하기는 ‘자칼의 대화’라 한다. 자칼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한다는 뜻이다. 상대의 말을 모두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상황의 모든 책임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기린의 대화법을 쓰고 있을까, 혹시 자칼의 대화법으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이 책으로 하여금 자신의 대화법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업무나 직장 내에서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상의 관계 속에서도 좋은 말하기의 기술을 익혀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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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2)_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 나의 서재 2021-01-2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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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이도흠 저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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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현재와 미래,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의 대안을 모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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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현재와 미래,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의 대안을 모색하다!

 

 

  코로나19는 인간이 숲을 파괴하면서 숲의 박쥐나 원숭이에게만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변이를 하여 인수 공통의 전염병으로 전환한 것이다. 학자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인간이 숲을 계속 파괴하는 한, 인류는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4~5년 주기로 겪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숲을 비롯한 환경 파괴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생명과 기후위기, 불평등의 극대화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들이 한 데 얽혀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디지털 사회와 인공지능을 필두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인류와 지구 전체에 보다 급격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것이 야기할 문제를 분석하고 새로운 전망 속에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은 여전히 모호한 듯하다. 때문에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위기와 기회, 그 사이에 선 4차 산업혁명의 미래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는 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대에 따른 구체적인 페러다임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인문학 책이다. 앞서 1권에서는 700만 년의 인류사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연과학과 인문학, 동양과 서양을 융합해 통찰했다면, 2권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분석하고 이에 따르는 각종 위기와 윤리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팬데믹과 함께 모색해본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에 일으킨 큰 변화 중에 하나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과 빅데이터의 출현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SNS를 이용해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지식과 정보의 양이 확대되었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네티즌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빅데이터가 출현하면서 이를 활용한 국가와 기업은 많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보다 많은 시민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조절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렇듯 디지털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으로 곳곳에서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 반면, 그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을 양산하기도 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고, 부정확한 정보와 가짜뉴스의 보급으로 인한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스마트 사회에 편입된 집단과 배제된 집단 간의 격차, 불평등과 독점, 억압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또한 우려된다. 그 중에서도 ‘위험 사회’는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고도의 기술로 관리가 되는 완벽에 가까운 사회임에도, 매우 작은 실수나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 사태로 인해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커다란 사고가 날 수 있는 사회를 뜻하는 말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알 수 있듯 과학기술에 대한 과도한 믿음보다는 늘 변수와 위험을 인식하고 보다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위험사회란 성찰적 근대성의 틀에서 과학기술이 야기할 위험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의심과 불확실성의 눈으로 보면서 이 위험을 줄이려는 여러 노력과 행위가 체계화한 사회를 뜻한다. 이 사회의 특성은 측정과 예측이 가능한 위험과 현대 과학기술로도 측정하거나 예측하지 못하는 위험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불안전과 불확실성, 이에 대한 불안이 늘 상존하는 것이다. / 50p

 

 

디지털 사회에는 부정확한 정보, 가짜뉴스의 보급과 소통이 발생하고, 반향실효과가 크게 작동한다. 반향실효과란 것은 폐쇄된 공간에서 비슷한 정보와 아이디어가 돌고 돌면서 강화되고 악순환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부정확한 정보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공포에 휘둘리게 하거나, 집단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낳게 할 수도 있다. 또 무한하고 자유롭게 어디든 방문하고 글을 올릴 수 있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은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하는데 개인들은 정보 알고리즘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겉으로 보면 투명성이 증대한 것 같지만, 심층적 차원에서는 오히려 폐쇄성이 더 강화한다. / 53p

 

 

 



 

 

 

 

  1장에서 디지털 사회의 역기능과 순기능, 빅데이터 출현에 따른 사회문화의 변화 양상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2장에서는 이른바 ‘재현의 위기’로 표현되는 가상현실/증강현실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재현의 위기란, 허구인 텍스트, 환영, 미디어가 현실을 구성하는 것,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의 경계가 해체되거나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실제 현실을 전도하는 것, 기호가 지시대상을 상실하고 이미지로 대체되는 것, 가짜가 진짜를 대체하는 것, 원본은 사라지고 복사본이 원본을 대체하는 것을 통틀어서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권력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동원하여 모든 장의 모든 세력을 포섭하고, 포섭되지 않는 개인과 집단은 철저히 배제하면서 체제의 유지를 도모하는 일은 폭력에 가깝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는 실상을 직시하고, 현실 너머에서 현실을 구성하는 요인과 원리를 파악하며 실제 현실로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에 스민 권력과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근본적으로는 체제를 해체하는 운동을 끊임없이 전개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사회의 주역이자 미래인 디지털 원주민에게 종이책을 읽게 하고 이로부터 사색하고 상상하고 사고하는 것과 타인과 협력하는 것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꼰대처럼 강요할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것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꼰대처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읽기, 쓰기, 수학, 논리적 사고, 이해 등 아날로그 세대의 유산을 디지털 언어로 번역하여 디지털 원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양식에 담아 전해야 한다.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거나 파악할 수 없는 차이들을 찾고 그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책읽기와 토론, 교육을 통하여 비판적이며 성찰적이며 저항적인 동시에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주체를 길러내고 빅마더에 저항하는 연대를 구성해야 한다. / 78p

 

 

  이 외에도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초연결사회의 문제점을 경계하기도 한다. 초연결사회란 인터넷을 매개로 지구상의 모든 사물, 모든 사람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산업혁명 시대를 지배했던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여 다른 생물권을 포함하고 기계가 인격을 갖는 시대에 부합하는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으로의 이행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초연결사회가 국경, 문화, 언어 따위를 뛰어넘어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현실 세계와 단절된 채 저마다의 가상 세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초연결사회에서 인간은 얼마만큼 자율성과 주체성을 가질 것인가. 인간은 초연결사회에서 한 점 노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 모두 고심해볼 문제다.

 

 

 

로버트 페페렐은 포스트휴먼의 특징에 대해 “첫째, 포스트휴먼은 휴머니즘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회발달 시대의 종식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며, ‘휴머니즘 이후’를 의미한다. 둘째, 포스트휴먼은 인간존재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전통적이니 생각들이 이제는 중대한 변환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인간이라는 것을 종래에 생각해 오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포스트휴먼은 생물학과 기술과학의 전반적인 수렴이 일어나 그 둘을 구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수준까지 왔음을 나타낸다.” 라고 말한다. / 367p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보다 지능이 더 나은 기계를 만날 것이고, 인간은 점점 이 기계에 종속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생명을 조합하고 창조하면서 수많은 질병과 유전적 약점을 극복하겠지만 그 오만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를 끊임없이 초래할 것이다. 이는 곧 과학기술결정주의나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초인류적인 생명성과 영성을 결합한 과학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인간이 중심에 서서 자연을 파괴하여 개발하던 데서 자연과 공존하고 순환이 가능한 불일불이의 생태론으로, 타자를 배제하고 폭력을 행하던 동일성에서 타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눈부처 차이로, 과학기술주의에서 일심의 체용론으로, 인간중심주의에서 다른 인간과 생명과 공존하는 생태적 포스트휴머니즘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때만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내일이 있다는 그의 경고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실현해야 할 문제다.

 

 

 

화쟁의 의미는 무엇인가. “화쟁의 축자적 뜻은 모든 이론과 논리의 대립과 갈등을 하나로 아우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여 화쟁의 가장 기본적인 뜻은 모든 대립과 갈등을 회통시킴을 의미한다. 회통이란, 글이 서로 다른 것을 통해서 뜻이 서로 같은 것에 맞추는 것이니, 화쟁은 여러 사상과 논쟁 가운데 그 핵심과 대요를 파악해 곡해와 대립을 낳고 있는 부분을 서로 통하게 하며, 일심으로 세계의 실체를 파악해 모든 시비와 망령됨을 끊고 원융을 이루는 사상체계이다.

필자는 대립과 갈등, 전쟁에 대한 대안 가운데 최고인 것이 화쟁이라 본다. / 407p

 

 

공감·협력 교육이란 ‘덜 인지하고 있는 자와 더 인지하고 있는 자 사이에서 부단한 상호작용, 수행, 체험, 소통, 타인의 삶, 의미의 창조와 실천 등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구성하고 이타성을 증대하면서 서로 발달을 촉진하고, 타자를 배려하고 소통하면서 타자의 희노애락을 함께 느끼며,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이 타자와 경쟁하기보다 서로 도와 공동의 이익과 발전을 도모하도록 이끄는 것’을 뜻한다. / 462p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는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4차 산업혁명을 통찰하고 성찰한 다소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인류사라는 거시적인 관점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짚어보는 것은 물론 종교,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미시적인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해박함에 감탄하게 된다. 다만, ‘구글과 그 일당은 세금만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도 최적화한다’ ‘푸켓섬은 이국적 정서를 자극하는 휴양지이며, 그곳의 여성은 언제인가 탐닉해야 할 동양적 매력을 풍기는 색다른 성적 대상’이라는 표현 등에서 그 의미가 무엇이었든 객관성을 잃은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낙관주의와 긍정만으로는 우리에게 더 이상 ‘미래’란 없다는 그의 경고는 반드시 모두가 인지하고 새겨두어야 할 메시지인 것은 분명하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지금 현재의 우리들에게 달렸다. 이 책이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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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_ 우리는 모두 의미 있는 사람들입니다 | 나의 서재 2021-01-16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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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생도 복리가 됩니다

대런 하디 저/유정식 역
부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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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충격적이지만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만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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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충격적이지만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만 하는 이야기!

인간의 존엄성과 궁극의 선의를 믿는 한 흑인 소년의 위대한 용기를 담은 소설!

 

 

  경범죄, 구제 불능, 도망친 가출 소년들, 의지할 곳이 없는 아이들. 니클을 가리키는 단어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학교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은밀하고 불길한 폭력을 간직한 곳이었다. 예전에도 많은 이 학교 출신들이 땅 속 저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을 말하곤 했지만, 니클의 일은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도 그들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흙이 이상해 보였어요.”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의 고고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이 발견한 곳에서 마흔세 구의 시신이 드러난 것이다. 끝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은 일곱 구나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금이 가거나 구멍이 뚫린 두개골, 대형 산탄이 잔뜩 박힌 갈비뼈들이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진즉에 이런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했지만, 늘 그렇듯 가장 참혹한 진실은 보다 늦게 본성을 드러내는 법이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1960년대는 노예제도로 박해받고 인종분리정책으로 비천한 취급과 굴욕을 당하는 흑인들의 인권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던 시절이었다. 마침내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재판의 판결에서 학교에서는 인종분리를 중단해야 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인종차별정책에 진전이 보이는 듯했지만 그 누구도 단숨에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틀랜타에서 남쪽으로 230마일 떨어진 탤러해시에 사는 엘우드는 꽤 영리한 아이였다.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평소 마틴 루터 킹의 말을 새겨두고 있던 엘우드였다. 그는 자신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청년들이 철봉이나 소방 호스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맞고, 성난 얼굴의 백인 가정주부들이 뱉은 침을 맞으면서도 인권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며, 자신도 그 속에 뛰어들고 싶은 열망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새 학년 새 학기 첫날, 링컨 고등학교 학생들은 길 건너편의 백인 고등학교에서 온 헌책 교과서를 받았다. 자신이 쓰던 교과서가 어디로 갈지 알고 있던 백인 학생들은 다음 주인을 위한 글귀를 책에 남겨두었다. ‘죽어라, 검둥이!’ ‘너 냄새나’ ‘똥이나 먹어라’. 9월은 탤러해시의 백인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최근에 유행하는 모욕적인 말들을 배우는 시기였다. / 41p

 

 

학기 마지막 날 힐 선생님에게서 제임스 볼드윈의 《토박이 아들의 수기》를 한 권 받았을 때는 마음이 요동쳤다. ‘흑인들은 미국인이고, 그들의 운명이 곧 이 나라의 운명이다.’ 그가 플로리다 극장까지 행진한 것은 자신이 포함된 흑인들의 권리나 자신의 권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고함을 지른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사람의 권리를 위한 것이었다. 나의 투쟁은 너의 투쟁, 너의 짐은 나의 짐. / 51p

 

 

 



 

 

 

 

  그런 엘우드에게 어느 날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고등학생의 자격으로 탤러해시 남쪽의 멜빈 그리그스 기술대학의 수업을 무료로 청강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 받은 것이다.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엘우드는 대학 캠퍼스로 가는 길에 불의의 사고에 휘말리게 되고, 니클 아카데미라 불리는 감화원으로 이송되고 말았다. 1899년에 주 정부에 의해 플로리다 소년 산업학교로 문을 연 니클은 “어린 범법자들이 못된 친구들과 분리되어 신체적, 지적, 도덕적 교육을 받고 새 사람이 되어 훌륭한 시민의 품성과 목적의식을 지니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곳이었다. 이곳에서도 백인과 흑인을 구분 짓는 인종차별이 눈에 띄긴 했지만 엘우드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만큼은 나쁘지 않은 곳이라 생각했다. 이곳 소년들을 수감자가 아니라 학생이라 부르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을 것이다. 비록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이곳에 붙잡혀 있는 신세가 되었지만, 엘우드는 늘 그래왔듯 최선을 다한다면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짧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우연히 화장실에서 벌어진 싸움에 끼어들었던 날 밤, 일명 ‘아이스크림 공장’이라 불리는 화이트하우스로 끌려가기 전까지는.

 

 

 

그는 니클 안에서 몇 번을 옮겨 다녔다. 어머니가 멕시코인이라 이 아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학교 측이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그가 여기 왔을 때에는 백인 아이들과 함께 두었지만, 라임밭에서 하루 동안 일하고 난 뒤 피부가 까맣게 변해서 스펜서는 그를 유색인종 반으로 다시 배치시켰다. 그런데 제이미가 클리블랜드에서 한 달을 보낸 뒤, 하디 교장이 시찰을 나왔다가 까만 얼굴들 속의 하얀 얼굴을 보고는 그를 다시 백인 진영으로 돌려보냈다. 스펜서는 때를 기다리며 참다가 몇 주 뒤 그를 다시 흑인 쪽으로 보냈다. “나는 오락가락하고 있어.” 제이미가 솔잎을 긁어 한곳에 쌓으면서 말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다 망가진 이가 드러났다. “저 사람들도 언젠가는 결정을 내리겠지.” / 81p

 

 

 



 

 

 

 

  니클에 있어서 정의란 무의미한 것이었다. 누구의 잘못인지, 누가 무슨 이유로 일을 벌였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곳은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오로지 폭력이었고,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이곳에 온 흑인 소년들을 얌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엘우드는 화이트화우스에서 자신이 몇 번 맞았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무자비한 폭력을 당한 뒤 쓰러졌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 터너는 살아서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다. 운이 나빴다면 화이트하우스에 들어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같은 운명이 되어 저 땅 속 어딘가에 묻혀버렸을 것이다. 그 날 이후, 엘우드는 처음의 의지와 달리 소등 시간까지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억압당한 끝에 그냥 현실에 안주하며 멍해져서 그 현실을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침대로 여기고 잠드는 법을 터득한 검둥이’가 된 자신을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코리는 70대쯤 맞았다. 엘우드는 중간에 몇 번 어디까지 헤아렸는지 잊어버렸다. 어쨌든 말이 되지 않았다. 괴롭힌 녀석들보다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왜 더 맞아야 하는가? 이제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시 저 사람들도 숫자를 헤아리다 중간에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이런 폭력을 휘두르는 데 정해진 규칙 같은 것이 아예 없을 수도 있었다. 여길 지키는 사람도 여기에 갇힌 사람도 모두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를 수도 있었다. / 91p

 

 

“그놈이 어디에서 맛이 가는지 넌 모르잖아. 다른 놈들이 어디에서 맛이 가는지도 모르고. 밖은 밖이고, 여기는 여기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니클 사람들은 전부 다르다고 말이야. 여기 있다 보면 사람이 달라지니까. 스펜서랑 그 패거리도 마찬가지야. 어쩌면 바깥의 자유로운 세상에서는 그놈들도 착한 사람일지 모르지. 잘 웃고, 자식들한테 잘 하는 사람인지도.” 그가 썩은 이를 입술로 빨 때처럼 입술에 힘을 주었다. “그랬는데 내가 한 번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여기에서 특별히 사람들이 변하는 게 아니야. 여기든 바깥이든 다 똑같아. 다만 여기서는 아무도 가식을 떨지 않을 뿐이지.” / 107p

 

 

치키는 지난 세월 동안 마주친 니클 아이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새미, 넬슨, 로니. 이놈은 사기꾼이고, 저놈은 베트남에서 팔 하나를 잃었고, 또 한 놈은 약쟁이가 됐다고 했다. 치미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한 적이 없던 이름들을 입에 담았다. 마치 치키 자신을 중심으로 낙오자 열두 명을 모아 놓은 최후의 만찬 그림 같았다. 그 학교가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어놓았다. 학교를 나와도 벗어날 수 없었다. 거기서 사람을 온갖 방법으로 구부려놓기 때문에 똑바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게 돼. 거길 나올 때쯤에는 사람이 아주 뒤틀려버린다고. / 207p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우드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세상에 전했던 메시지를 결코 잊지 않았다. ‘짐 크로처럼 검둥이들을 계속 누르려고 하는 거대한 힘이 있고, 엘우드 너를 계속 누르려고 하는 작은 힘이 있다. 이를테면 주위의 다른 사람들. 이런 크고 작은 힘 앞에서 너는 꼿꼿이 일어서 너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미소를 지으며 너를 속여 텅 빈 것을 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네게서 너의 자존감을 빼앗아가는 사람도 있다.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우리 모두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궁극의 선의를 믿을 것, 엘우드는 아무리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라도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독려했다. 마침내 엘우드는 이제껏 이곳에서 경험하고 눈으로 보았던 부정과 폭력들을 기록한 편지들을 세상 밖에 드러내기로 마음먹는다. 그 끝에 어떤 결말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지만 그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굳게 믿는다.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의미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매일 삶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에게 이런 긍지가 없다면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 226p

 

 

 



 

 

 

 

  이처럼 소설 『니클의 소년들』은 인종 차별과 폭력이 난무한 시대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궁극의 선의를 믿는 한 흑인 소년의 위대한 용기를 담은 이야기다. 2017년 수상작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이어 퓰리처상 100년 역사상 이례적인 두 번째 수상자인 작품인 만큼 강렬한 리얼리즘과 묵직한 필치로 독자들을 전율케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의 가치를 위협하는 세상 속에서 끝끝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깊이 숙고하게 된다. 어쩌면 역사는 끔찍하고 추악한 것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극복되었고, 또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인종차별문제는 사라지지 않았고, 정인이 사건과 같은 학대 역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우리는 믿어야만 한다. 엘우드가 믿었던 우리의 가치를, 우리라는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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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_ 우리가 일본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 나의 서재 2021-01-1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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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박훈 저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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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은 곧 우리 역사를 바로 이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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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통해 들여다본 일본인들의 역사의식!

일본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은 곧 우리 역사를 바로 이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는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한 뿌리 깊은 반일감정과 경쟁의식은, 때로는 우리를 분발하게 했지만 때로는 눈을 가리기도 했다.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근거와 이유는 무엇인지, 왜 독도를 끊임없이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것인지. 우리가 그저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사이, 그들은 교과서를 비롯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압박해오고 있다.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의 저자 박훈 교수는 일본인들의 역사관과 의식에 이 같은 주장이 뿌리를 내리게 된 배경은 무엇이고, 이에 맞서 우리가 일본을 상대하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를 철저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에게는 보다 전략적이고도 냉철한 감각이 필요하다. 우리가 일본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근대 일본을 아는 첫걸음, 메이지유신

 

 

  프랑스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프랑스대혁명에서 찾고, 미국인들은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물을 때 독립혁명의 아버지들을 소환한다고 한다. 같은 의미에서 일본은 근현대 일본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생각할 때 메이지유신을 불러낸다. 때문에 우리가 현대 일본의 유래와 현재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을 깊게 이해하려면 메이지유신에 대한 식견이 필요하다. 이에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에서는 메이지유신이 일어나기 전의 시대적 상황과 메이지유신을 이끌었던 주역들의 삶을 통해 그 속에서 근대 일본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과 전략을 분석하고자 한다.

 

 

 

  18세기 전반, 조선은 대략 10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던 반면 일본은 3000만 명이 넘었으며 특히 수도인 에도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였다. 도쿠가와 막부 치하에서 급속도록 발전한 일본은 상업과 화폐경제가 놀랄 정도로 발달했으며 문화적으로도 세련된 수준에 이르러 다도, 가부키, 기모노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전통문화가 대개 이때 형성되었다. 하지만 높은 생산력과 상업 발달은 빈부격차를 낳았고 경제성장의 혜택을 입지 못한 계층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봉록 수준이 낮은 하급 사무라이들은 물가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경제적 곤궁에 빠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도쿠가와 시대는 사무라이 국가이면서도 1615년 오사카 전투 이후 250년간 이렇다 할 전쟁이 없었기에 이들은 출세할 일도 없고 주군이 맡긴 자잘한 사무나 보며 빈곤한 녹봉으로 근근이 생활해나가는 것이 전부였다. 때문에 사무라이들은 유학, 그중에서도 주자학을 익히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전투 대신 천하대사의 정치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1853년 미국 동인도함대 사령관 페리가 증기선을 이끌고 에도만에 나타났다. 아울러 청나라에서 발생한 아편전쟁은 당시 쇄국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일본에 대외 위기의식과 대내 위기의식을 크게 고조시켰다.

 

 

 

신식화기로 중무장한 영국의 증기선 앞에 대청제국은 맥을 못 추었다. 하지만 일본은 신속하게 반응했다. 청과 남경조약을 맺은 영국이 뱃머리를 일본으로 돌릴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쇄국이 국시인데 청나라처럼 개항을 할 수는 없었다. 개항을 거부하면 전쟁은 당연했고 전쟁을 하면 필패였다. 사무라이 정권인 막부는 청 조정처럼 서양 오랑캐 따위는 이길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오직 무력으로 권력을 유지해온 막부이기에 전쟁에서 지면 끝장이었다. / 36p

 

 

해리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막부는 1858년 무역을 허용하는 조약을 체결했다(미일통상조약). 이어 영국, 러시아, 프랑스, 네덜란드와도 통상조약을 체결했다. 이제 일본은 본격적으로 서양과의 무역에 뛰어든 것이다. 조선이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맺은 것이 1876년이었으니 그보다 20년 가까이 빠른 것이었고, 서양 열강과 조약을 맺기 시작한 것이 1880년대 초였으니 약 25년 정도 전의 일이었다. / 38p

 

 

 

  이렇게 서양 열강의 침략 움직임과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눈을 뜨기 시작한 사무라이들이 있었으니, 대표적인 인물이 요시다 쇼인이다. 당시 일본은 해군이 전무한 상태였는데, 페리가 일본 앞바다를 제 집처럼 휘젓고 다니고 에도만에 깊숙이 진입하며 위협을 가해도 해상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깨달은 쇼인은 해군 육성을 재촉했다. 뿐만 아니라 쇼인의 해외팽창론과 체제 혁신은 당시 그가 이끌던 송하촌숙의 젊은 사무라이들의 리더와 인재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에게는 애석한 일이지만 “조선을 옛날과 마찬가지로 공납하도록 촉구”하고 해외팽창의 발판으로 울릉도를(당시에는 울릉도를 다케시마라 불렀다) 주목한 것은 ‘임나일본부설’을 비롯해 오랫동안 일본인의 조선의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쇼인의 양이론은 맹목적인 통상 반대는 아니었다. 그는 서양에 맞서려면 그만한 경제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무역에서밖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부국강병론과 가까운 것이었다. 아울러 서양과 싸우려면 강력한 국내 개혁을 통해 임전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본의 양이론은 대외강경론인 동시에 체제개혁론이었으며, 수구적인 입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양이론이라기보다는 ‘양이개혁론’이 더 적절한 명칭이라고 생각한다. / 85p

 

도쿠가와 시대 사람들에게 ‘국가’는 일본 전체가 아니라 자기 번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국가의 틀을 넘어, 천하로 인식되던 일본을 ‘새로운, 유일한 국가’로 창출해가는 것, 그리고 번주에 대한 충성을 천황에 대한 충성(존왕주의)으로 전환해가는 것, 이것이 메이지유신의 과정이었다. / 111p

 

 



 

 

 

  요시다 쇼인이 해외팽창론을 제기하고 강렬한 일본정신을 강조했다면 사카모토 료마는 개국론의 선봉에 선 인물이다. 일본의 국민작가라 불리는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 외 각종 대하드라마를 통해 잘 알려진 그 사카모토 료마다. 현재 일본 사회가 국제적인 마인드를 중시하고 아시아와의 협력을 중시할 때는 료마가 곧잘 소환된다. 반대로 일본의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아시아에 대해 날선 자세를 보이는 정치세력은 요시다 쇼인을 즐겨 소환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저자인 박훈 교수가 ‘쇼인은 강렬하고 어둡지만 료마는 명랑하고 밝다. 나는 일본 시민들이 쇼인보다는 료마를 더 주목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히는 데서 우리는 강렬할 일본우월주의를 낳은 메이지유신의 한계와 약점을 엿볼 수 있다.

 

 

 

  사카모토 료마 못지않게 일본 역사인물 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이고 다카모리 역시 이 무렵에 등장한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라스트 사무라이>의 주인공이 바로 그다. 사이고는 ‘최후의 사무라이’이자 ‘근대 일본의 로망’으로 국가의 생존을 위해 급격한 서구화 변혁을 수행했지만, 그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발생하는 사무라이들의 상실감을 그는 이해한 인물이었다. 사이고는 서양과 근대를 배척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일본과 전통을 함께 껴안고 그 사이에 끼어 죽었다. 때문에 메이지 정부에 반란을 일으켰지만 아무도 그를 반란의 수괴로 여기지 않았다. 나라의 생존을 위해서 열심히 서구화를 추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발생하는 민족적 상실감을 사이고를 통해서 만회하려고 했던 일본인들의 아이덴티티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반면 유신삼걸 중에 한 명인 오쿠보 도시미치는 살아생전에는 사무라이의 배신자이자 냉혈한 독재자로 비난을 받았지만 ‘서양을 배워 그보다 강한 일본’을 구축하고자 하는 메이지유신의 개혁과제를 수행하고 근대 일본 초석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하였기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메이지유신은 존왕양이를 부르짖던 사무라이들이 주도했다. 천황을 숭상하고 서양 오랑캐를쫓아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지 정부는 집권 이후 곧바로 서구 열강과의 화친을 선언했다. 막부가 맺은 조약도 그대로 계승했다. 존왕은 실천했으나 양이의 약속은 배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사무라이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사무라이들은 서양과 전쟁을 하기는커녕 날로 서양화되어가는 일본의 현실에 반란을 일으킬 조짐마저 보였다. 그들이 숭배하는 사람은 사이고 다카모리였다. 서양과 결탁한 정부 지도자들과 달리 사이고는 일본 혼을 실현해줄 인물로 여겨졌다. / 226p

 

 

오쿠보 도시미치의 리더십은 무엇보다 현실주의적이었다. 무모한 양이운동에 동조하지 않아 대중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자신이 속한 사쓰마번의 권력을 이용해 막부타도 운동을 벌이고, 정한론을 시기상조라고 반대했으며, 독일을 모델로 한 행정부 중심의 국가 운영과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정책을 시행했다. / 281p

 

 

 

  정리하자면 메이지유신은 지배층인 사무라이층 내부의 다툼과 그 파장으로 일어난 것이고, 그 속에서 급진개혁파가 주도권을 잡아 이뤄낸 변혁이었다. 저자는 이런 메이지유신의 성격은 일본 사회에 보수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고 평가한다. 보수성이라고 해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변혁을 보수세력이 점진적인 방법을 통해 수행했다. 그러니 변혁이 진행되어도 사회질서가 총체적으로 붕괴되는 일 없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일본 대중은 정치참여에 관심이 덜한 듯하다. 정치란 어차피 특정 사람들이 사는 것이란 생각이 자연스레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가만히 있어도 지배층이 점진적 개혁을 진행해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 일본의 위기는 이 패턴이 작동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일본의 신분은 법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 신분에 따라 거주지역도 구분되었다. 그러니 사무라이는 사무라이대로, 상인은 상인대로, 농민은 농민대로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분은 대대로 물려주는 것이다. 농민이 굳이 사무라이가 되려 하거나 상인이 애써 농민이 되려 하는 일은 잘 없었다. 각자가 자기 신분에서 자기 집안에 주어진 일(가업)에만 충실하면 되었다. 우리가 일본에 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몇 대째 가업을 잇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는 것이다. 100년 된 스시집, 5대째 이어오는 포목상 등 그 연원은 이처럼 깊다. 도쿠가와 일본 사회는 가업이 기초가 되는 사회였다. / 139p

 

 

 





 

 

 

 

  서가명강 시리즈답게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은 일본의 근현대사와 그 속에 얽힌 일본인들의 의식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쉽고 명쾌한 강의다.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를 비롯해 이토 히로부미가 일본 정치의 핵심인물로 자리 잡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무조건적인 배척과 경쟁의식이 아니라 좀 더 유연한 사고와 통찰력을 통해 일본 역사를 바로 들여다보기를 독려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우리 역사 바로 알기의 중요성만큼 일본이나 중국과 같이 우리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변국들의 역사까지 바로 아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그런 의식을 가지는 데 이 책이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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