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hjh8s님의 블로그
http://blog.yes24.com/hjh8s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hjh8s
hjh8s님의 블로그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10월 스타지수 : 별2,513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기본 카테고리
나의 리뷰
나의 서재
나의 메모
기본 카테고리
태그
내용이 없습니다.
2020 / 0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나의 친구
최근 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ㅈ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새로운 글
오늘 6 | 전체 24001
2016-04-11 개설

2020-03 의 전체보기
걸스 라이크 어스_ 잔혹한 여성 범죄 스릴러,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 | 나의 서재 2020-03-30 15:13
http://blog.yes24.com/document/1227963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걸스 라이크 어스

크리스티나 앨저 저/공보경 역
황금시간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악질적인 여성 범죄와 정경 유착의 고리를 날카롭고 사실적으로 파헤친 범죄 소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아버지가 범인일지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 그 의심의 끝에 마주하게 되는 불편한 진실!

악질적인 여성 범죄와 정경 유착의 고리를 날카롭고 사실적으로 파헤친 범죄 소설!

 

 

 

  FBI 요원 넬 플린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10년 만에 고향인 롱아일랜드로 돌아온다. 그녀는 강력계 형사였던 아버지의 동료들과 함께 유해를 뿌리며 착잡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아버지의 느닷없는 죽음이 슬프다기보다는 그저 얼떨떨해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롱아일랜드를 떠난 뒤로 아버지와는 줄곧 왕래가 없었던 까닭이다. 롱아일랜드의 서퍽 카운티는 꽤 잘 사는 동네지만 3번 관찰구 주민의 절반가량은 빈곤해서 강력 범죄 비율이 높고 마약이 횡행한 곳이었다. 그런 가운데서 넬의 아버지는 제일 거칠고 젊은 순찰 경관에게는 최고의 선생이라고 불릴 만큼 정의롭고 확고부동한 신념을 가진 경찰이었다. 하지만 마약을 혐오하면서 본인은 폭음을 했고, 노름꾼들을 소탕하면서도 한 달에 한 번씩 롱아일랜드 지방 검사들과 몇몇 유명 판사를 초대해 포커 게임을 벌이고, 여자와 아이들을 학대하는 자들을 경멸하면서도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하는, 넬의 눈에는 모순된 구석도 많았다. 때문에 새벽 2시경, 행크의 술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의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났다는 말에도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의 집과 행정적인 절차만 마무리하고 나면 돌아가리라. 다시는 서퍽 카운티로, 집으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잔혹하게 살인된 여성들, 범인을 쫓는 여성 수사관

 

  『걸스 라이크 어스』는 강력계 형사 출신인 아버지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에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FBI 요원 넬 플린이 이 지역에서 벌어진 한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버지의 파트너이자 친구이기도 한 형사 리의 요청에 의해 시네콕 카운티 공원 동쪽에서 일어난 사건 현장으로 향한 넬은 해안의 수백만 달러짜리 호화 저택들 한가운데서 팔다리가 잘리고 포대에 싸인 한 소녀의 시신을 마주한다. 넬은 단번에 연쇄 살인 사건임을 직감한다. 1년 전, 이와 유사한 사건이 파인 밸런스에서도 벌어진 적이 있으며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를 조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년을 간격으로 두고 한여름의 금요일에 실종된 그녀들, 노끈으로 묶이고 포대로 둘러싸인 채 수렵 금지 구역에 유기된 범행 방법이 매우 유사하며 둘 다 나이와 키, 체중, 긴 흑발이라는 외형 역시 흡사하다. 거기다 매춘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을 만큼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도 동일하다.

 

 

 

해안의 수백만 달러짜리 호화 저택들 한가운데서 팔다리가 잘리고 포대에 싸인 채 발견된 소녀. 이보다 더 화려한 매장지가 있을까. 언론이 이 사건을 지난여름 파인 배런스에서 발견된 시신과 연결 짓기 시작하는 순간 수문이 열리듯 난리가 날 것이다. 단독 살인 사건이 아니라 연쇄 살인 사건이라면 전국 뉴스거리다. 웹 포럼 사이트에도 불이 붙겠지. 음모론자들과 범죄 마니아들도 이 사건을 주목하게 된다. 왁자지껄한 혼란 속에서 살인자는 유유히 빠져나가고, 언론은 살인자에 관한 흥미 위주의 보도를 쏟아낼 것이다. 그런 보도들은 살인자를 자극해 또 다른 살인을 부른다. / 49p

 

 

일반적으로 범인이 시간을 들여가며 시신을 자르는 이유는 시신 조각들을 여러 곳에 나눠 처리해 시신의 신원이 밝혀질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자른 부분을 모두 모아 깔끔하게 포장하고, 오가는 차량들도 많은 공원에 얕게 묻어놓을 것 같으면 왜 굳이 시간을 들여 시신을 잘랐을까? / 179p

 

 

 

 

 

 

   한편, 넬은 두 소녀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가운데 아버지의 재산을 정리하기 위해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다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의 해외 은행 계좌에 상당한 금액이 보관되어 있다는 것, 시내에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파트 하나가 임대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파트에는 마리아라는 여자가 얼마 전까지 살고 있었으며 아버지가 죽은 즈음에 그곳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넬은 이내 더욱 큰 의문에 사로잡힌다. 아파트에서 발견된 사진 속의 두 여성 중 하나가 놀랍게도 바로 이번 살인 사건의 피해자, 아드리아나 마르케스였던 것이다.

 

 

 

이정표.

온몸이 덜덜 떨린다. 양 무릎을 모아 두 팔로 감싼 채 몸을 떤다. 아드리아나의 무덤 옆에서 본 이정표가 어째서 낯설지 않았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알았다. 이정표는 내 머릿속 깊고 어두운 곳에 묻혀 있던 옛 기억을 흔들어 깨웠다. 리아 샌도벌의 무덤 옆에도 이정표가 있었다. 순전히 우연일 수도 있지만, 내 의심이 사실임을 드러내는 증거일 수도 있다. 아버지가 두 여자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말이다.

어쩌면 아버지는 어머니까지 죽였을 수도 있었다. / 225p

 

 

 

   넬은 점점 두 소녀의 살인 사건에 아버지가 연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에 이른다. 수년 동안 서퍽 카운티에서 일어난 사건 중 가장 잔혹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관할 경찰이 외부 지원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는 점, 단서가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용의자를 염두에 두고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점, 무엇보다 아버지의 픽업 트럭으로 추측되는 차가 죽은 소녀의 집 앞에 머무른 적이 있다는 점, 범인은 정기적으로 야영과 도보 여행을 하는 사람 혹은 어린 시절에 야영과 도보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 게다가 실력 있는 명사수라는 점까지. 아버지가 이 사건의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절묘하게도 맞아 들어간다. 더욱이 어머니의 죽음에도 아버지가 관련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그녀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용의자가 될 수 있는 바로 그곳에서, 사건의 진실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간다.

 

 

 

그것은 수년 동안 불처럼 꾸준히 내 속을 태워왔다. 고향에 돌아오니 그 불이 더욱 맹렬하게 타오른다. 어쩌면 이번이 서퍽 카운티를 찾는 내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다. 아버지의 집을 정리하고 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이유는 없다. 숀 길로이에 대해, 내가 시어스 벨로스 카운티 공원의 천막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그 어두운 시간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알아야겠다. / 66p

 

부검을 몇 번 봤든 시신 앞에서 전혀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의 시신은 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있다. 죽은 여자가 내 어머니를 많이 닮았고, 아버지가 관여했던 사건임을 내가 알고 있으며, 나를 제외하고 누구든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 175p

 

 

 

 

 

 

   『걸스 라이크 어스』는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여성 수사관의 활약과 실제 있었던 잔혹한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범죄 소설이자 심리 스릴러다. 특히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남성 조직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속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섬세한 감각을 발휘해낼 줄 아는 여성 수사관과 여성 기자, 여성 검시관의 활약은 소설의 흥미를 더한다. 그러는 가운데 넬의 목소리를 통해 일상처럼 퍼져있는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성 상품화의 대상으로 삼는 범죄에 일침을 가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이 소설의 돋보이는 지점 중에 하나다.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는 전개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섬세한 심리 묘사로 극의 몰입을 더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단연 부족함이 없는 범죄 소설이라 할 만하다.

 

 

 

“모르겠어. 아직 거기 살겠지. 요즘은 정박지 쪽에 있는 술집에서 일해. 행크 오고먼의 술집. 행크 기억나지? 루즈를 그 술집에서 몇 번 봤어. 리아한테 일어난 일 때문에 겁먹고 그짓을 그만두길 바라야지.”

“뭘 그만둬?”

“몸 파는 거.”

나는 잠시 생각 끝에 말한다. “그 일 하는 여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닌 건 알지?”

“인생을 어떻게 살지는 다들 선택하는 거잖아.” / 56p

 

 

“이번 사건은 미첨이 전부가 아니에요. 아드리아나와 리아에 관한 사건이기도 해요. 그들도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여자들이에요. 저는 사람들이 그 여자들의 이름을 알길 바라요. 그래서 더 누가 그 여자들을 죽였는지 밝히고 싶은 거고요. 그 여자들도 그만한 대우는 받을 자격이 있잖아요.” / 235p

 

 

 

 

 

 

   참 오랜만에 이거다, 싶은 범죄 소설을 만났다. 여기저기 시선을 돌리지 않고 독자들을 사건에만 집중하게 하는 명쾌함을 갖춘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혹시 넬 플린 요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가 다음에 또 나온다면 기꺼이 찾아볼 것이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_ 이왕이면 따뜻한 꼰대가 되자 | 나의 서재 2020-03-27 11:43
http://blog.yes24.com/document/1226626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

임영균 저
지식너머 | 2020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멋진 꼰대로 거듭나기 위한 기술!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진정성 있는 한 마디를 날릴 수 있는 꼰대를 위하여!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멋진 꼰대로 거듭나기 위한 기술!

 

 

 

   『90년생이 온다』를 시작으로 『밀레니얼은 처음이라서』, 『인문잡지 한편 1호_ 세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주제로 한 책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이른바 ‘꼰대’와 ‘요즘 것들’로 상징되는 이들 세대 간의 갈등이 극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아도, 저 책을 보아도 어째 대부분의 이야기가 다소 일방적이리만큼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기성세대는 꼰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의 눈치를 보거나 그들의 문화와 세대 간의 보편적인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기성세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그렇다. 꼰대는 이제 사회의 필요악이며 적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기성세대조차 자신을 꼰대라 지적하면 심히 불쾌해한다.

 

 

 

   밀레니얼에 속하는 세대지만 기성세대에 진입할 나이가 머지않았기 때문일까. 세대를 주제로 한 책을 읽으면 유독 마음이 착잡해진다. 어떤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기성세대가 ‘꼰대’라는 적으로 내몰릴 수 있다면, 나 역시 누군가의 눈에는 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꼰대는 사회의 필요악이고 밀레니얼의 눈치를 보면서 세상의 뒤안길로 사라져야만 하는 존재일까? 그들의 가치나 존재의 의미를 재조명할 수는 없을까? 그런 뜻에서 『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 임영균은 밀레니얼 중심의 원사이드 게임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글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 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미 꼰대가 되었거나 스멀스멀 꼰대 세포가 스며드는 것을 느끼고 있을 3040 직장인들을 위해 이들의 감정 대리인을 자처하며 꼰대의 속 이야기를 대신해보려 한다. 그렇다고 꼰대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지는 않는다. 알고 보면 짠한 꼰대들의 사정과 요즘 세대들과 공생하기 위한 생존의 기술을 알려줌으로써 이왕이면 ‘따뜻한 꼰대’가 되는 법을 소개하려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새로운 꼰대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와 심지가 제법 단단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꼰 따꼰 따뜻한 꼰대다 

 

 

 

   꼰대의 어원을 살펴보면 번데기의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프랑스의 백작을 뜻하는 ‘콩테’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 어느 단어에도 부정적인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조금만 쓴소리를 하거나 자신과 다른 생각을 주장하면 쉽게 ‘꼰대’라는 이름으로 매도된다. 우리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개념에 쉽게 동화되고, 그 개념이나 프레임 안에 우리의 생각을 가두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쉽게 동조하기보다 비판적인 시선으로 왜 꼭 그래야만 하는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즉 선배라서, 상사라서, 팀장이라서 그 자리에서 해야 할 말, 필요한 말을 하는 것까지 같은 범주로 싸잡아 비난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습관처럼 ‘꼰대 같네’, ‘꼰대네’, ‘꼰대 인정’이란 말을 쓸 것이 아니라, 혹시 내가 꼰대라는 부정적인 개념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또 꼰대도 한 때는 ‘요즘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꼰대가 한 때 요즘 것들이었다는 말을 뒤집으면 요즘 세대도 언젠가는 꼰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뜻에서 지금 내가 조롱하는 대상은 미래의 내 모습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꼰대를 무조건적으로 비하하는 것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Part 1 ‘앞후니까 꼰대다’에서는 꼰대들의 속사정을 통해 이들을 변호하며 나아가 진정성 있는 한마디를 날릴 수 있는 꼰대가 되어보자고 독려한다. 꼰대가 될까 봐 두려울 땐 오히려 먼저 ‘꼰밍아웃’을 하자고, 이제 할 말은 좀 하고 사는 소신 있는 꼰대가 되어보자고 말이다.

 

 

차라리 젊은 꼰대로 살자. 꼰대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타자. 다만, 다른 이의 말에는 귀를 막은 채 자신의 말만 고집하는 꼰대가 아닌 새로운 꼰대가 되자.

열린 마음을 가지되 할 말은 하는 꼰대, 필요한 얘기는 해주는 꼰대, 자신이 배우고 경험한 것을 알려 주는 꼰대가 되자는 뜻이다. ‘할많하않’ 하지 말고,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속 시원하게 하고 살자.

물론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는 되고, 너는 안 돼’ 식의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이해와 수용을 기반으로 좀 더 세련되게 말하는 것이다. / 24p

 

 

 

   그렇다면 따뜻하면서도 소신 있고, 세련된 꼰대가 되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빼기의 기술, 상황과 상대에 맞는 칭찬의 기술, 오삼 법칙에 따른 피드백법, 강요가 아닌 권유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 가지 원칙, 새로운 시도를 향한 심리적 저항을 극복하는 PDF 방법 등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불분명한 업무 지시로 의사소통에 혼선을 빚게 하기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시를 내릴 것, 지시 사항을 중간 중간 바꾸지 않을 것, 혹 변화가 불가피하거나 윗사람의 의견이 개입이 되는 경우 직원에게 그렇게 된 이유를 알리고 동의를 구할 것, 결과를 정확하게 따지되 과정만큼은 인정해줄 것, 내의 잘못된 판단으로 벌어진 일일 경우엔 빨리 인정을 하고 사과할 것 등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애써 뭔가를 더 하려고 하기보다 꼰대가 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말하는 그의 조언은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리더의 조건이나 좋은 리더가 되는 법 등을 익히며 ‘To do list’를 공부하고 따라 했지만, ‘Not to do list’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사랑의 정의가 “상대방이 원치 않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인 것처럼 어쩌면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하기의 기술’이 아니라 ‘빼기의 기술’인지도 모른다. / 43p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이 사업을 벌이고 추진하는 방식은 ‘준비-발사-조준’이었다고 한다. 오타 아니다. ‘발사’하고 ‘조준’하는 순서다. ‘될까?’를 고민하기 전에 일단 시행하고 개선 방법을 찾는 방식이다. 언제까지 조준만 하고 있을 것인가? 정확하게 내 조준점이 타깃에 맞춰지는 순간, 이미 그 타깃은 경쟁사나 다른 사람이 쓴 총알에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른다. / 73p

 

 

 

 

  앞서 Part 2가 따뜻한 꼰대가 되는 비법을 일러줬다면 Part 3과 Part 4에서는 꼰대의 생활력과 사회력을 높이는 삶의 기술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랍스터에게 배우는 직장생활의 한 수’는 직장생활을 떠나 멀리 내어다봐야 할 인생에 있어서 참 멋진 조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한 후배와 나눈 대화로 운을 뗀다. “우리에게는 불필요하고 성가신 껍질이지만, 랍스터에게 껍질은 다른 생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보호막이래. 그런데 이 껍질이 랍스터에게도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고난이래.” 하고 후배가 말했단다. 랍스터는 나이가 들수록 몸이 커지고,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생물이라고 한다.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뜻밖에도 그들을 보호하는 껍질이라고. 랍스터는 성장에 맞춰 껍질까지 저절로 커지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크기에 껍질의 크기를 맞추기 위해 ‘탈피’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가 랍스터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다. 체력적으로 가장 약해져 있고 외부의 위협에도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랍스터는 이 과정을 거쳐야 더 커지고 단단해질 수 있기에 바위 밑에 숨어서 오랜 시간을 견디고 버틴다. 가장 힘든 순간이지만,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까닭이다.

 

 

 

   이렇게 랍스터에게 있어서 껍질은 보호막이기 이전에 힘든 시간을 이겨낸 성장의 증표이자 실력의 크기가 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저마다의 껍질을 가지고 태어나기에 힘겨운 탈피의 순간도 찾아온다. 실패와 좌절은 매번 반복되고 견디기 고통스럽다. 이때 ‘이것만 끝내자’, ‘이번만 참자’, ‘견뎌 보자’, ‘버텨 보자’라는 마음으로 위기의 순간을 이겨 낸 사람에게는 성장이라는 훈장이 주어진다. 당장 손에 쥘 만큼의 크기는 아니더라도 이 과정이 쌓이고 반복되면서 단단한 껍질이 생긴다. ‘곧 지나가리라. 고통의 순간만큼 성장하리라.’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며 극복해보자. 인생의 목표나 원대한 비전 보다 단지 ‘조금 더 나아지리라’, ‘조금 더 성장하리라’라는 마음으로 버텨보자. 오늘의 내 삶이 힘들고 괴로웠다면 지금 내 껍질의 크기가 더 단단해지고 있는 것이라 믿어보자.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통과 고난의 순간은 지나가고 조금 더 성장해있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때 종종 튀어나오는 말이 “그건 아닙니다. 왜냐하면”이다. 인간의 방어적인 기제 때문이기도 하고, 내 의견을 어필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때 순서를 바꿔보자. ‘No Because’가 아니라 ‘Yes, But’ 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도 있지만”으로 상대의 말을 먼저 인정하고 내 의견을 펼치는 화법이다. 내 의견에 대한 상대의 수용도가 조금은 올라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잽은 받아 주고 훅을 날리는 것, 이것에 내가 연기할 수 있는 두 번째 배려의 기술이다. / 130p

 

 

 

 

 

 

   끝으로 ‘누구나 언젠가는 꼰대가 된다’에서는 내가 꼰대로 규정한 사람들이 정말 꼰대인지, 내가 역꼰대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 생각해보기를 당부한다. 상사라는 이름으로, 선배라는 이름으로 있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 가보지 못한 길과 입장에 대해서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과 경험으로 판단하지 말았으면 한다. 저자는 비난의 화살을 윗사람이나 상사에게만 돌려서 그들을 꼰대라고 몰아세우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볼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엄밀히 따져보자면 꼰대라는 건 특정 세대나 나이가 많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 내 생각이 전부이거나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내 생각만이 옳은 것’이 꼰대의 특징이라면 내가 가진 생각으로 상대를 꼰대라고 비난하는 것 역시 같은 꼰대가 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결국 할 말은 하되 상대를 배려하고 각자의 의견을 수용하며 내가 내뱉은 말을 책임을 질 줄 아는 ‘따뜻한 꼰대’가 되기 위한 노력이,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세대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인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은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멋진 꼰대로 거듭나기 위한 기술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모두가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직장 내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 드린다. 분명 이 책이 당신의 많은 고민을 덜어줄 것이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금혼령 1_ 발칙하고 도발적인 퓨전 사극 로맨스의 서막 | 나의 서재 2020-03-26 09:55
http://blog.yes24.com/document/1226125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금혼령 1

천지혜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발칙한 상상력과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퓨전 궁중 로맨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7년째 사랑도 혼인도 금지된 시대,

조선팔도의 청춘남녀들이 사랑에 대한 열망으로 끓어오르다!

발칙한 상상력과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퓨전 궁중 로맨스!

 

 

 

금혼령.

이는 주로 세자빈이나 왕비 간택 시에 내려지는 혼인 금지령이었다.

이 기간에는 13세부터 18세 사이의 처녀들의 혼인을 금지하였고,

이때는 양반뿐만 아니라 서민들도 혼인을 할 수 없었다.

때문에 금혼령이 내려질 것을 미리 안 관리가

그날 밤 딸을 시집보내려다가 걸려 파직되고 벌을 받은 적도 있었다. / 17p

 

 

 

   때는 남녀칠세부동석의 조선. 다소 수상쩍지만 소문난 궁합쟁이에 남다른 신력을 지닌 늙은 노인 하나가 충격적인 예언을 내놓는다. 조만간 금혼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그것도 무려 7년 동안 혼인이 금지될 것이라는 그의 말에 저잣거리 청춘 남녀들의 얼굴이 일제히 사색이 된다. 모두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세자빈이 엄연히 살아 있는데 입 잘못 놀렸다가는 역모죄에 몰릴 거라며 혼비백산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하지만 진실로 예견된 운명이었던 것인지 일은 벌어지고야 말았고, 하루아침에 세자빈을 잃은 세자는 그길로 깊은 상심에 빠져 임금이 되어서도 중전의 자리를 비워둔 채 7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제 조선은 금혼령이 끝날 때까지 조선 팔도의 청춘 남녀, 그 누구도 혼인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필 금혼령이 내려지던 날, 영의정 이정학 대감의 첫째 아들 이신원과 예 대감댁 첫째 예현선의 혼례가 치러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세자빈이 죽은 날 밤, 세자빈과 같은 사주를 타고났다던 현선에게도 불운이 닥친다. 계모인 서씨 부인의 계략으로 현선을 해칠 자객이 들이닥치고, 현선은 이를 피해 달아나다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현선이 당연히 죽었다고 생각한 서씨 부인은 현선의 동생이자 자신의 친딸인 현희를 신원과의 혼례 자리에 대신 서게 하여 현희를 현선이라 속이려 하였으나 신원은 이미 신부가 바뀌었음을 눈치 챈다. 마침 금혼령이 내려졌다는 어명이 내려지면서 그들의 혼인은 무효가 되고, 신원은 혼인 전에 우연히 보았던 현선을 잊지 못하고 의금부 도사가 되어 그녀를 추적하려 한다.

 

 

 

   한편, 현선은 금혼령을 예언했던 궁합쟁이 노인 개이 덕분에 목숨을 구하지만, 현희가 자신을 대신에 신원과 혼례를 올리는 장면을 보고 망연자실한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서씨가 있는 한, 더 이상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그녀는 그길로 이름을 소랑으로 바꾸고 개이를 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그렇게 7년이 흘러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일명 불법 혼인 사기꾼, 남녀애정비사의 전문가로 변신하기에 이르렀으니, 금혼령 때문에 정식으로 혼인 할 수 없는 이들을 이어주고 연서를 배달해주었으며, 사생아로 태어나 오갈 데 없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양부모를 짝지어 주기도 했다. 7년 만에 다시 한양으로 돌아온 그녀에게선 이제 꽃신이 어울리던 규방 아씨의 태라고는 남아 있지 않았다. 백옥같이 새하얀 피부는 건강하게 그슬렸고, 복숭아같이 탐스럽던 얼굴엔 어느새 갈대 같은 꿋꿋함이, 온몸엔 야생에서 자란 듯한 생동감이 넘쳐 나고 있었다.

 

 

 

“이 조선 땅에 살아가는 자, 누구나 죄인입니다. 가슴에 사랑을 품었다는 이유만으로.” / 86p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금혼령을 피해 연심으로 끓는 남녀들을 불법으로 이어주다 국법을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소랑은 의금부 옥사에 갇히게 된다. 그것도 하필이면 그녀와 한때 혼인을 치를 뻔했던 신원에게 붙잡힌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위기에서도 신통방통한 능력을 발휘하는 세 치 혀가 있었으니. 그녀는 신력이 있는 척 꾸며 도성의 처녀와 총각들의 원성이 높아 금혼령이 내려진 지 7년 해를 넘기면 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 예언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이에 그녀의 신력이 예사가 아니라고 생각한 신원과 도승지는 생각한 바가 있어 대뜸 임금 앞에 그녀를 데려가려 한다. 아뿔싸, 작은 위기를 넘기려다 큰일을 치르게 생긴 소랑은 또 어찌하면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고심하던 끝에 임금이 그토록 보고싶어 애달파하던 죽은 세자빈으로 빙의할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하는데…….

 

 

 

 

 

 

   이처럼 『금혼령』은 세자빈을 잃은 뒤 폭군이 된 이헌이 세자빈으로 빙의할 수 있다는 불법혼인사기꾼 소랑을 궁에 들이면서 벌어지는 궁중 로맨스다. 여기에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살아가는 소랑이 한때 혼인할 뻔했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의금부 도사 신원의 보호를 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삼각관계의 구도가 펼쳐지는데, 1편에서는 앞으로 이들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를 모으며 끝이 난다. 흥미롭게도 『금혼령』은 혼인이 금지된 엄격한 시대 배경 속에서 다소 파격적인 전개와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힘으로써 젊은 남녀 간의 애정사를 유쾌하게 펼쳐나간다. 장르 소설을 꽤 오랜만에 선택한 까닭에 잠시 적응하기가 어려웠지만 드라마 한 편을 보듯 술술 재미나게 읽혀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일단 표지부터 취향 저격. 이 따뜻한 봄날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재밌는 로맨스를 찾는 분들, 『해를 품은 달』이나 『백일의 낭군님』과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 역시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과연 이 삼각로맨스는 어떻게 될까? 왕비는 누가 될 것이며 이 기나긴 금혼령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 것인가? 2편에서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_ 담백하고, 맛깔나게 살아보기로 | 나의 서재 2020-03-24 18:15
http://blog.yes24.com/document/1225444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권남희 저
상상출판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그녀의 글에서 딸로서의 나, 엄마인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따뜻하고 섬세한 번역가 김남희의 소소하지만 웃음이 나는 일상 이야기!

그녀의 글에서 딸로서의 나, 엄마인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종종 이런 질문은 받곤 한다.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넌 뭐하고 싶으냐고. 그때마다 나는 ‘외국어 공부’라고 답한다. 시시하고 보잘 것 없는 글 실력으로 문학 하겠다 덤비기 전에 외국어 공부 바지런히 해서 번역가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번역가란 직업은커녕 번역의 중요성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였다. 지금이야 잘 된 번역과 그렇지 않은 번역을 적당히 구분할 줄 아는 요량이 생겼고, 같은 작품을 두고도 누가 번역을 했느냐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나 결이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알 정도가 되었지만 그때는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쓰며 읽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창작이 아니라고 해서 번역이 쉬울 리는 없을 터. 게다가 번역의 중요성과는 상대적으로 번역가란 직업에 대해서라든지 번역 일을 하지 않을 때의 일상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지 못해서, 나는 단순히 한 베테랑 번역가의 에세이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 책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가끔은 세상을 즐깁니다

 

 

   아마도 일본 소설 좀 읽었다는 사람들이라면 그녀를 모를 리 없을 듯하다. 혹은 책장에 꽂혀있는 일본 소설을 살펴보다보면 그녀의 이름이 적힌 책이 꼭 한 권은 나오지 않을까. 『애도하는 사람』,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카모메 식당』, 『츠바키 문구점』 등 수많은 일본의 유명 작품들을 한국 독자들과 만나게 해준 그녀의 이름은 바로 28년차 베테랑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권남희다.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는 번역가이자 아줌마라 불리기에 스스럼없는 중년의 여성이면서 한 아이의 엄마이자 또한 한 부모의 자식으로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쓴 글이다. 짤막하지만 삶의 흐름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그녀의 글은 매우 솔직담백해서 낄낄대며 읽는 맛이 있다. 책을 덮고 나올 때는 어쩐지 이모를 만나 한껏 수다라도 떨고 헤어진 듯한 기분이다.

 

 

 

   번역 전문가답게 1장 ‘하루키의 고민 상담소’, 2장 ‘잡담입니다’, 3장 ‘남희 씨는 행복해요?’에서는 번역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이 주로 등장한다. 당신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한 번역가라는 것을 숨긴 채 고민을 써 보냈다가 무라카미 하루키로부터 답장을 받은 사연에서부터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어떤 작가의 책을 번역하셨어요?” 하는 질문에 이 작가는 아실까, 저 작가는 아실까 고민하느라 말 한 번 제대로 떼보지 못한 웃픈 사연하며, 편집자와 오해가 쌓여 본의 아니게 역자 후기가 수난을 당한 사연 등은 어렴풋하게나마 이 직업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롭다.

 

 

 

   그 중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다수 번역한 이력으로 인해 매해 노벨문학상 발표일이 가까워지면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오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그녀는 인터뷰 요청이 오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개뿔도 아는 게 없습니다”라고. 심지어 무라카미 하루키가 받지 않아서 너무 기뻤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에게 억하심정이 있는 건 아니고, 인터뷰 요청을 받는 게 싫고 일본에 노벨문학상 안겨 주는 게 싫을 뿐이라고.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번역자치곤 참, 대범할 정도로 솔직하지 않은가.

 

 

 

태생이 쫄보라 결국 화살을 내게 돌리고 있는데, 편집자에게 사과 메일이 왔다. 그래서 해피엔딩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얼굴도 본 적 없는 편집자와의 사이에 산 같은 불편함이 남았다. 이제 그 출판사는 내게 번역을 의뢰하지 않겠지,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았다.

그 편집자는 어떻게 그런 마인드로 회사 생활을 하지? 용케 잘리지 않고 잘 다니네? 하는 의문에 빠져서 한동안 본의 아니게 그 편집자 생각만 하고 지냈다.

일을,

너무 잘해.

게임 끝.

교정도 잘 보았고, 번역 누락 부분도 근사하게 번역해 놓았다. 화가 났던 마음은 교정지를 보며 눈처럼 녹고 그 자리에 고마움이 가득해졌다. / 45p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번역가의 서재’를 취재하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죄송합니다. 서재가 없어서요” 하고 거절하지만, 정말 없어서 거절하는 거라고는 믿지 않는 눈치다. 믿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참고로 내 작업 공간은 이렇다. 책상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주방, 오른쪽에는 거실. 앞에는 텔레비전, 옆에는 소파, 발밑에는 멍멍이, 주부미(主婦美)가 철철 넘쳐 난다. 이러니 따뜻한 번역이 절로 나오는 게 아닐까?(웃음)

그래서 나는 번역가라는 수식어보다 ‘번역하는 아줌마’라는 말이 더 좋다. / 113p

 

 

 

 

 

 

   4장 ‘자식의 마음은 번역이 안 돼요’와 5장 ‘신문에 내가 나왔어’에서는 우리네 일상과 같은 가족과의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다. 중년의 나이에 이른 그녀는 이제 외출을 할 때면 딸로부터 “가서 말 많이 하지 말고, 자식 자랑하지 말고, 겸손하게 있다가 와. 그분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어떤 생각하며 사는지 잘 듣기만 해.”라는 말을 들으면서 부모와 자식의 역할이 역전되는 순간을 실감한다. 또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의 ‘갑 오브 갑’이 자식이라고, 가벼운 듯 무거운 듯 자식과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불편한 순간이 올 때마다 ‘자식도 제 뜻이란 걸 갖고 태어났으니 부모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뜻과 뜻이 일치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충돌하니 꺾이든가 꺾든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유연하게 흘려보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향년 50세, 똑같은 무게가 어느 때는 더 무겁게 느껴지고 똑같은 어둠이 어느 때는 더 짙게 느껴질 때가 있음을 고백하는 대목에서 문득 얼마 전에 엄마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아무 생각 없이 “엄마는 갱년기 지나갔어?” 하고 물었더니 “지금 갱년기야”라고 대답했던 엄마. 나 사느라 바빠서 엄마 처지를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게 한없이 죄송스러웠던 그 순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옆에 50세 사람이 있거든 어지간하면 개기지 말아요.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지 모르니”라고. 다들 알아서들 엄마에게 잘 하자. 당신의 엄마는 지금 갱년기 중일지도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가끔은 세상을 즐깁니다’에서는 일과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떠난 여행지에서의 일화들이 수록되어 있다. 마치 부산이라도 가듯 『츠바키 문구점』 속의 가마쿠라로 즉흥 여행을 떠난 사연, 특가로 마쓰야마로 떠난 여행에서 딸 정하와 돈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 사연, 마스다 미리의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를 번역하다 동유럽 패키지투어를 감행한 사연 등은 곧장 그녀의 여행 속으로 동참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나도 언젠가 아이 한 명씩 데리고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면, 나이가 들어서라도 오랜 친구와 우정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외출 준비의 귀찮음보다 외로움이 낫지, 나쁜 일로 연락 오는 것보다 휴대전화 조용한 게 낫지, 즐겁고 신나는 일 없지만 심심했던 어제처럼 별일 없는 오늘이 낫지. 내일도 무료한 오늘과 같은 날이면 좋겠고, 다음 달도 밍숭맹숭했던 이번 달과 같은 달이면 좋겠어.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다. 어차피 내 성격이나 직업이 달라질 일은 없으니 집순이에게 최적화된 사고방식이다. 존재감 없던 어린 시절부터 나름의 생존 방식으로 굴려 온 행복회로인지도 모른다. / 240p

 

 

 

 

 

  유명 번역가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번역하는 아줌마’로 수식하는 그 소탈함 덕분일까.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속에는 어떤 거창하고 대단한 일화가 담겨 있지는 않지만 그래서 편안하고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데가 있다. 아마도 그녀가 번역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따뜻하면서 섬세하고 편안하게 읽히는 것 또한 그녀를 닮아서이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뜻밖의 대목에서 터지는 유머 같은 게 참 매력적이다. 앞으로 번역만 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자신의 글도 써 주십사 이 자리를 빌려 부탁드려볼까 한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새는 건축가다_ 가장 지적이고 섬세하면서 우아한 건축 이야기 | 나의 서재 2020-03-23 17:40
http://blog.yes24.com/document/1225018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새는 건축가다

차이진 원 저/박소정 역
현대지성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이 책을 읽고 나면 새들의 작은 지저귐조차 달리 들린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 책을 읽고 나면 새들의 작은 지저귐조차 달리 들린다!

생태 화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손길로 완성해낸 놀랍고도 아름다운 새 이야기!

 

 

   지난 해, 우리 집에 작은 새 가족이 둥우리(둥지)를 튼 적이 있다. 빨래를 널어두는 베란다 쪽 슬레이트 지붕 안쪽에서 유독 새 소리가 크게 들린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 집을 지어놓은 것이었다. 참 신기하다. 아무리 도심이라 할지라도 인근에 숲이나 나무가 없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여기까지 와서 둥우리를 튼 것일까. 더욱이 SBS 방송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시청하다보면 나뭇가지가 아니라 철사 토막, 비닐, 섬유 조각 같은 것들을 물어다가 둥우리를 튼 새도 종종 발견할 때가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야 이 모든 것이 놀라울 따름이지만 과연 새들의 안전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스럽다.

 

 

 

   이처럼 새와 인간은 먼 듯 가까운 듯 같은 환경을 공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새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심지어 지난 주에 아이와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딱따구리로 추정되는 새를 발견했는데, 그들이 왜 열심히 나무를 쪼아대는 것인지 그조차도 설명해줄 지식이 부족해서 미안해질 정도였다. 진즉에 『새는 건축가다』를 읽었더라면 딱따구리를 보며 신기하다고 소란을 피우느라 방해하지 않았을 테고, 그 놀라운 움직임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새 둥우리는 대자연의 일기장이다

 

 

   전 세계에는 9천여 종의 조류가 있다. 이들은 알 하나하나에 생명의 에너지를 담아 대를 잇는다. 또한 조류는 새 둥우리로 그들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기록하는 동시에, 인류가 환경을 변화시켜온 과정을 기록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새 둥우리 표본 속 둥우리 재료의 이산화탄소 함량을 비교해 지구온난화의 변천사를 탐구하고, 다른 시기의 같은 둥우리 재료를 비교해 대기오염 상황을 검사하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새 둥우리를 가리켜 ’대자연의 일기장’이라 표현한 『새는 건축가다』의 저자 차이진원의 말이 과언은 아닌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자연의 건축가라 불리는 조류들이 어떻게 집을 짓고 생활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노라면 놀랍다 못해 경이롭다. 특히 지적이면서도 우아한 새들의 지혜, 생명과 자연의 신비로움은 조류 덕후 연구가이자 생태 화가인 차이진원의 섬세한 손끝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 보는 이를 감동케 한다. 바느질에 능한 재봉새에서 깃털 달린 피카소 바우어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과 생태 습관에 관한 알찬 정보들은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조류는 봄에 노래를 부르며 구혼 소식을 전한 뒤 짝을 찾고 짝짓기를 하며, 둥우리를 짓고 새끼를 기른다.

번식철을 맞이한 대다수 새들에게 둥우리는 의지할 수 있는 거처로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알을 한데 모아주는 역할 이외에도 새 둥우리는 알을 따뜻하게 만들어서 부화시킬 수 있게 해주며,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가 포식자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 9p

 

 

조류는 대개 봄에 짝을 찾고 둥우리를 짓는다. 번식 기간은 새의 종류, 해발, 지리적 분포 등에 다라 달라진다. 타이완에서는 고지대에 사는 조류의 경우 이른 봄추위가 살을 에는 듯한 2월에 사랑 노래를 부르고, 저지대에 사는 조류는 그보다 1~2개월가량 늦다. 보통 고지대 조류는 3~5월, 저지대 조류는 4~6월이 번식 절정기다. 이 짧은 4개월 동안이 조류가 둥우리를 짓고 번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적기이자, 조류가 둥우리를 트는 모습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시기다. / 154p

 

 

 

 

 

  1장 ‘집짓기 선조와 무주택자’에서는 조류의 둥우리 건축 본능이 그들의 조상인 공룡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짚어보면서 타조와 일부 펭귄, 흰제비갈매기 등 둥우리를 짓지 않거나, 탁란 조류로서 다른 새 둥우리에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조류들을 소개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새들이 저마다의 둥우리가 있고 열심히 알을 부화시키며 새끼를 기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떤 새들은 게으름을 피우며 남의 둥우리에 알을 낳고, 고된 양육 업무는 다른 새에게 떠넘긴 채 본인은 한량처럼 여유롭게 지내도 한다. 참 얄밉지 않은가.

 

 

 

조류의 둥우리 건축 본능은 그들의 조상인 공룡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공룡의 번식 계통은 파충류와 조류의 딱 중간에 속하기 때문이다. 공룡은 한 번에 알을 두 개 낳고(파충류는 한 번에 모든 알을 낳고, 조류는 한 번에 하나씩 알을 낳는다) 얕은 구덩이에 알을 수직으로 세워 배열했는데, 이 구덩이가 바로 둥우리의 원시 형태다. 소수의 악어와 구렁이를 제외하고 일반 파충류에게서는 자식을 돌보는 행동을 찾아볼 수 없다. 과학자들은 공룡에게는 이런 행동이 나타났을 거라고 추측했는데, 이 돌봄이 바로 조류 번식의 큰 특징 중 하나다. / 19p

 

 

  오랫동안 우승열패와 적자생존의 잔혹한 생존법칙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조류는 각양각색의 둥우리 건축 방식을 보여주게 되었다. 모든 새는 저마다의 환경 적응 방식에 따라 둥우리를 배치한다. 나무에서 활동하는 새는 나무숲에 둥우리를 짓고, 지상에서 활동하는 새는 대개 풀숲이나 바위 틈새에 둥우리를 숨겨둔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조류가 높은 산에 올라가 둥우리를 짓는 일은 없다. 어떤 새는 물결 따라 움직이는 수초처럼 보이게끔 수면 위에 둥우리를 짓고, 어떤 새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덕없도록 튼튼한 나무 구멍 속에 둥우리를 짓는다. 어떤 새들은 인류의 건축물에 몸담으며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동남아 연해 지역에서 서식하는 금사연(금빛제비)은 번식철이면 침을 다량 분비해 둥우리를 짓는다고 한다. 금사연의 침은 아교처럼 끈끈한데,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공기와 접촉하면 단단하게 달라붙는다. 이것이 바로 자양제로 여겨지는 제비집, 즉 ‘연와’이며,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새 둥우리다. 특히 자바금사연과 흰배금사연의 둥우리는 순백색인데다 침 함량이 높고 불순물이 비교적 적어 이를 주재료로 값비싼 요리인 ‘관연’을 만드는 데 쓰인다. 폐를 윤택하게 하고 정력을 왕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2장 ‘특이한 스타일의 건축가’와 3장 ‘재미있는 둥우리’에서는 조류의 특별한 행동과 더불어 다양하고 훌륭한 둥우리 건축 방식을 소개한다.

 

 

 

둥우리 아래에 매달려 쉼 없이 날갯짓을 하는 수컷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마치 암컷에게 “들어와 봐. 들어와서 한번 보라니까!”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암컷은 종종 그 둥우리의 생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쥔다. ‘그녀’가 싫어하면 수컷은 둥우리를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 반면 둥우리가 암컷 마음에 들면, 암컷은 풀잎을 물어와 둥우리 안에 깔고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이어서 둘은 둥우리 재료를 보충하고 구조를 강화하는 등 함께 마지막 단계를 완성한다. / 38p

 

 

구명 둥우리에 이토록 많은 장점이 있는데 왜 다른 조류는 구멍 둥우리를 짓지 않을까? 새가 동굴을 사용하려면 생리나 행동 측면에서 특별한 적응 방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동소조는 수직면에 위치한 구멍을 붙잡기 수월하도록 강하고 튼튼한 발톱이 있어야 한다. 나무줄기 위를 잘 걷는 딱따구리나 동고비가 대표적인 예다. 몸 크기에도 제한이 있다. 코뿔새, 수리부엉이, 올빼미처럼 대형 동소조도 있지만, 동소조 중 대다수는 체형이 크지 않다. 몸집이 작아야 구멍에 들어가기가 좋기 때문이다. 행동 측면에서 보면, 개방형 둥우리를 짓는 조류는 천성적으로 구멍 뚫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틈조차도 싫어한다. / 63p

 

 

이 아파트 단지는 모든 입주민이 공동으로 관리한다. 집이 20~100개에 달해 약 400마리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내부 구조는 벌집처럼 생겼는데, 나무 아래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집으로 통하는 수많은 입구를 볼 수 있다. 공동 거주하면서 공동 번식을 하는 이 떼베짜는새들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정도는 새들 중에서도 유별난 편에 속한다. 손위 형제자매가 동생들 양육을 도와주고, 심지어 이웃의 아이까지도 돌봐준다! 아이가 다 j도 쫓아내지 않고, 기껏해야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시키는 정도에 그친다. / 90p

 

 

 

 

 

 

   둥우리하면 흔히 새를 떠올리기 쉽지만 버들붕어나 말벌, 타이베이청개구리, 유럽비버 등도 둥우리를 짓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4장 ‘새 둥우리 발견하기’에서는 둥우리 재료와 위치 혹은 새의 습성을 통해 둥우리를 찾는 법과 측량하는 법을 일러준다. 여기서는 둥우리를 찾고 관찰하기에 앞서, 새가 둥우리를 짓고 있을 때는 극도로 민감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칫 우리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인해 둥우리를 내팽개친 뒤 새가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는 민폐를 끼치지 않을 것을 주의주기도 한다.

 

 

 

 

 

 

   이렇듯 『새는 건축가다』는 다양한 새의 생태와 더불어 둥우리에 담긴 자연과학의 역사를 익힐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책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읽는 것을 보고 아이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함께 읽었기에, 가족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듯하다. 이제 새소리가 더 자주 들릴 듯한 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기 좋고 한적한 산과 개울만 자주 찾게 되는 요즘, 이 책이 여러 모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2 3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