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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약함과 당신의 약함이 만나 완전해지다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 소설 에세이 2020-08-2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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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김비,박조건형 저
한겨레출판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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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대방의 멋진 부분을 보거나 또는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상대를 찾는다. 이 사람만 있으면 완벽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사랑을 시작한다. 그 기대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약함이 드러날 때 우리는 혼란을 겪는다. 강함을 보고 선택한 사랑은 그렇게 혼돈을 경험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상대방의 약함을 인정하고 그 연약함으로부터 시작된 관계는 어떨까? 연약함으로부터 시작된 관계, 그 위태함과 연약함을 끌어안음으로 시작되는 관계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의 공동저자이자 부부인 김비씨와 박조건형 부부의 이야기이다.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성소수자 김씨와 우울증을 겪는 박조건형씨는 온라인상에서 알아오던 관계이다. 용인과 양산, 사는 지역도 다른 남과 여가 "영화나 같이 보실래요?"라는 박조건형씨의 용기를 낸 문자 하나로 시작된 첫만남부터 부부의 인연으로 10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겪는 순간순간의 기록이다.

이 부부의 키워드는 '연약함'이다. 성소수자로서 겪어야만 했던 과정들,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기까지의 시간들. 그리고 앞으로도 호르몬제 복용과 함께 살아가는 김비씨와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박조건형씨의 연약함. 처음부터 이 부부는 서로의 약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이들에게 약함은 남들의 눈에 고쳐야 하는 문제가 아닌 상대방의 일부였고 포옹해야할 존재였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서로의 마음을 알기에 박조건형씨는 김비씨의 본명을 장난삼아 불러도 개의치 않고 박조건형씨도 우울증으로 힘겨워해도 아내 김비씨는 남편의 곁에 함께 해 준다.


그는 오늘도 자신의 방에서 일찍 잠을 청한다.

지난번 다친 머리는 괜찮은지,

석회화되었다는 종양은 그를 괴롭히지 않는지·····

나는 그의 방 쪽으로 돌아눕는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용히 그의 몸부림 소리를 듣는다.

그의 몸부림이 새근새근 잠에 빠진 숨소리로 바뀔 때까지

귀를 기울인다.

그는 그의 방에서, 나는 나의 방에서,

우린 그렇게 각자의 위태로움을 있는 힘을 다해 끌어안는다.


서로의 약함을 끌어안은 관계는 외부로 확장되어간다. 수술 후 호적을 정정하기까지 이 사회에 등록되지 않았던 아픔을 알고 있는 김비씨는 또 다른 소외된 자의 아픔을 나누고 우울증의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박조건형씨는 또 다른 이들의 호소에 귀기울인다. 그들이 서로 환대하고 이웃으로부터 환대받으며 자신들도 남을 환대하며 나눔으로 그들의 삶이 더욱 풍성해져간다. . 끌어안다가도 붙잡아주는 김비씨로 인해 부부는 공동 저자로 책을 함께 하는 추억을 나누고 김비씨의 작품을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주는 박조건형씨로 인해 김비씨는 작품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들 관계를 인정해주는 지인들과 공동체로 이 부부의 삶이 더욱 빛을 발한다. 김비씨와 박조건형의 만남으로 시작된 관계가 친구와 지인 그리고 공동체로 커져가며 서로의 삶을 나눈다

나를 완벽하게 해 주기보다 그저 곁에 있어줌으로 서로의 존재가 빛이 난다. 이 부부는 함께 한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 10년 후를 기약할 수 없기에 지금을 더욱 사랑하고 우울증을 앓는 우기의 고통을 알기에 평상시에 짝지 김비씨를 향한 사랑을 감추지 않는다. 어느 것을 기대하기보다 상대방의 현재를 묵묵히 받아주며 사랑한다.

사랑.. 이젠 흔한 말이지만 이 부부에게는 사랑이 곧 삶이다. 사랑하는 삶을 매일 살아가는 부부이다. 사소한 일상이지만 결코 사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저자들의 순간 순간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 내 옆에 남편이 있지만 이 부부의 사랑은 나를 부끄럽게 한다. 연약한 두 사람이 만나 완전함을 이루는 관계를 이 두 저자는 그들의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함께이기에 빛날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부는 앞으로도 빛날 것이다. 혼자 있으면 위태롭지만 그 위태로움을 끌어안음으로 잠시 지나가는 소낙비처럼 그들은 통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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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사람의 에세이 [심심과 열심] | 소설 에세이 2020-08-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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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심심과 열심

김신회 저
민음사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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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과 열심>의 저자 김신회는 부지런한 작가다. 작가의 대표작인 <보노보노로 살다니 다행이야> 이전에도 꾸준히 책을 써 왔고 그 이후에도 매년 글로 독자들을 만나왔다. 작가의 소소한 일상들을 다정한 언어로 품어내는 작가는 신작 <심심과 열심>에서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시중에 많이 출간되어왔다. 많은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의 방법을 말하지만 결국 이들이 열심히 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렇다면 김신회 작가는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말할까? 작가는 글쓰기에 대해 말하지만 글쓰는 사람인 자신의 일상을 들어 글쓰기를 말한다.


차오를 때까지 기다리면 평생 한 글자도 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가는 밑 빠진 독이다. 끊임없이 물을 부어야 조금이라도 항아리를 채울 수 있다.

영감이라는 것은 노인처럼 천천히 오는 것, 아예 안 올 때가 더 많다.


많은 작가들이 다작을 강조한다. 그런 글을 읽을 때마다 맞아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떠오르는 소재도 없이 뭔가 느낌이 올 때 써야만 한다며 차일피일 미룬다. 때로는 내 평범한 일상에 무슨 글쓰기가 될까라며 자포자기하곤 한다. 매년 꾸준히 글을 써 오는 작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느낌이라는 건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매일 매일 해 나가는 글쓰기만이 글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이 쓴 책이 비록 망한 책이 많다 할지라도 꾸준히 쓸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글쓰기에 좋은 때란 없음을, 바로 지금, 매일이 정답임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의 글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쓴 글은 나를 그대로 담지 못한다.

꾸미려 애쓰게 되고, 좀 더 있어 보이고 싶어 무리하게 된다.

결국은 내 멋도 네 멋도 아닌 글을 쓰게 되고 그런 글은 다 쓰고 나서도 마음에 안 든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글쓰기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은 "자신의 글을 사랑하지 못하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요."


그 말씀을 들었을 때 누군가 내 뒤통수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내 글에 만족한 적이 없었다. 매번 남의 글을 보며 내게 없는 그들의 재능을 부러워만했다. 그리고 부족한 나의 글을 질책하고 부끄러워했다.

그 때 들었던 글쓰기 선생님은 먼저 자신의 글과 문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김신회 저자 또한 같은 점을 이야기한다. 이제 40대가 된 저자는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러다 저자가 느낀 점은 바로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지금 현재를 살며 현재의 자신에 충실한 것이 오래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임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심심과 열심>에서는 전업작가로서 프리랜서로서 살아가는 저자의 고민 등이 담겨있다. 불규칙한 수입, 책 판매에 따른 저자의 행보, 불규칙한 일상 속에서 중심을 잡고 글을 쓰기 위한 저자의 일상등이 그려져있다. 특히 저자가 많은 프리랜서들이 힘들어하는 입금 문제에 대해 불편한 이야기를 마다하지 않고 부딪쳐 나가는 이야기 등 저자의 현실 또한 많은 고민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소소한 일상 속에서 책을 통해 때로는 작은 언니의 조언을 통해 답을 찾아나가며 중심을 잡아가는 이 이야기들은 글쓰기란 이 일상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신의 일상이 특별하지 않음을,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고 심심한 일상이지만 그 일상을 흘러보내기보다 소중히 껴안는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글을 써내려간다.


저자는 글쓰기에 대한 책을 썼지만 절대 글쓰기는 ~해야 한다는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특기인 자신의 일상으로 글쓰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욱 많은 공감을 하게 한다. 그리고 나도 한 번 해 볼까라는 조심스런 용기를 내게 해 준다. 내 일상이 결코 사소하지 않음을, 그리고 내 일상 속에 글이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리고 결국 좋은 글이란 충실한 일상을 사는 것으로부터 시작됨을 말해주는 글이였다. 글쓰기 책이 어렵다면 이 책만으로도 첫걸음을 뗄 수 있을만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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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연애소설 《누가 봐도 연애소설》 | 소설 에세이 2020-08-2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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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저
위즈덤하우스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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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작가는 재미있다. 작가의 작품을 생각하면 항상 웃음이 떠오른다.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과 상황을 따라 읽다보면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의 제목은 작가가 지었는지 아니면 출판사에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작가다운 제목이다. 그리고 연애소설은 연애소설인데 사랑을 노래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를 것임을 예상케 한다. 왜? 이기호 작가니까. 그리고 그 예감은 어김없이 맞아 떨어졌다. 이 소설은 《누가 봐도 연애소설》이지만 참 재미있는 연애 소설이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이기호 작가의 짧은 소설 30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연애소설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까? 가장 많이 떠올리는 건 드라마에서 나오는 젊은 남녀 주인공의 애절하거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의 생각을 비튼다. 20대의 사랑부터 50을 향해 달려가는 중년 농부의 사랑 이야기, 인형과 사랑에 빠진 엄마, 연애를 책으로 배운 남자등 각양각색의 사람을 다룬다. 심지어는 이게 무슨 사랑이야기야?라고 소리지를 수도 있다.


웃기면서도 슬픈 작가의 상상력이 깃들인 이 짧은 소설들은 결국 삶이라는 게 사랑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첫 소설 <녹색 재회>는 헤어진 옛 애인을 녹색어머니회에서 재회하는 웃긴 해프닝을 그리고 <뭘 잘 모르는 남자> 는 사람도, 사랑도 잘 몰라 모든 것을 놓치는 사람이 나온다. 우리의 삶이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임을 작가는 말해준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랑을 받고 자란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사랑을 받고 태어난 후에도 부모의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친구, 동료, 애인, 부부 등 사랑을 나누며 살아간다. 결국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게 인간의 삶이다. 삶이 사랑의 모습이라는 걸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말해준다. 그러하기에 이 짧은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사랑한다.

영국으로 유학 가는 여자친구를 배웅하러 공항에 왔지만 자꾸 지연되는 비행기 연착과 전 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피곤과 짜증이 슬슬 몰려오는 주인공의 태도는 여자친구 민지에게는 섭섭했겠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사랑했노라고 달래주기도 하며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일 정성스런 김밥 한 줄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소박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연예인처럼 화려한 이벤트나 사랑 고백 없이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그들 모두의 삶이 곧 사랑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짝사랑하던 여성과 연을 맺기 위해 일부러 강아지를 분양했지만 강아지 먹이고 똥 치우다보니 어느 새 그 여성보다 강아지에 정이 들어버린 남수와 부부 싸움 후 별거하지만 장소만 떨어져 있을 뿐 퉁명스럽게 서로를 챙겨주는 태민의 부모님의 모습은 삶을 나누는 사랑이 가장 크다는 걸 이기호 작가만의 유머스러운 문장으로 소화해낸다.

이 30편의 소설의 매력을 짧은 나의 글로 모두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깝다.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의 상황 속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사랑하는 이 이야기들은 이기호 작가이기에 유쾌하면서도 가슴이 찡한 이야기들로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재난지원금, 온오프라인 만남 후 달라진 연인,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여자 친구의 아버지를 알뜰하게 챙기는 외국인 사위 등등. 사랑의 모습이 사는 모습만큼 다양하며 다채롭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랑의 모습이 삶의 모습과 결을 같이 한다는 것도 아울러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누가 뭐래도 《누가 봐도 연애소설》는 연애소설이다. 살아가면서 열심히 사랑을 한다. 우리의 삶이 결국 사랑임을 그리고 모두 삶 속에서 연애소설을 쓰고 있음을 말해주는 재미있는 연애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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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산업, 지피지기 전략이 답이다. 《포스트 한일경제전쟁 》 | 경제경영 2020-08-1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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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포스트 한일경제전쟁

문준선 저
스마트북스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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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급작스런 수출규제 소식은 온 대한민국을 얼어붙게했다. 반도체에 쓰이는 부품을 거의 일본에 의존했던 한국은 정부와 주요 구매자였던 삼성 및 대기업들은 부리나케 뛰어다녔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열심이었지만 일본 정부의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 한국은 국산화 속도를 서두르거나 다른 대체할 수 있는 회사를 물색하며 유지해나가고 있다. 이제 장기전으로 향하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뚫고 한국은 일본에 의존하던 소부장 산업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일본의 소부장 산업을 철저한 조사 끝에 《포스트 한일경제전쟁》 책을 출간하였다.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의 저자 문준선씨는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으로 주로 일본 관계 업무를 주로 소부장 정책실무를 14년 동안 담당한 전문가이다. "소부장"이란 소재, 부품, 장비 등을 줄인 말로 일본의 근원을 이루는 소부장 산업과 이를 토대로 한국의 소부장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일본이 소부장 산업의 강국이란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강국이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단편적인 답변 밖에 내놓지 못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2차 세계대전, 장인정신, 혹은 기업 오너의 도전정신 등의 피상적인 답변은 우리가 일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증거라고 말한다. 우리가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제대로 알고 답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함을 말하며 이 답변부터 설명해 나간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했다. 군인 열대모를 제작하던 업체, 금속을 눌러 총알을 만들던 회사, 대포를 생산하던 기업 등은 전쟁 후 갈 길을 잃었다. 기로에 놓인 이 업체들은 자신들의 특화된 기술을 살려 다른 분야에 진출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기업들이 남극 또는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 도전하여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물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특히 남극탐험대가 기간마다 소부장 산업 기술적 성과를 표로 작성하여 읽는 이의 이해를 돕게 해 준다.



1장에서 일본의 소부장 강국이 될 수 있던 원동력을 설명했다면 2장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어떻게 한국에게 기회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만난 여러 100대 기업등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일본 기업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과 극복 방안 그리고 해결 과정등을 자세한 사례와 함께 방법을 설명해 준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이 잠식하고 있는 레드오션이 아닌 틈새를 이용해 입지를 확보하는 전략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을 위한 유용한 팁을 전수해준다.

2장에서의 사례를 통해 돌파구를 제시했다면 3장에서는 일본 기업의 명과 암을 자세히 분석하여 한국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일본이 스포츠와 함께 발전해 나가 특수 소재로 만드는 기술은 소부장 산업이 어떻게 확대되어 나갈 수 있는지 설명해 주며 이 소부장 산업이야말로 경제사회 전체의 문제로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야 함을 강조해준다.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은 결국 지피지기 백전백승을 말한다. 일대기로에 서 있는 한국의 소부장 산업이 전진하느냐 후퇴하느냐는 우리가 일본의 산업을 잘 알고 있느냐로 판가름될 수 있다. 일본은 한국의 산업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며 방향을 잡는 데 비해 한국은 일본의 경제 연구가가 드물다는 사실 또한 우리가 보완해야 할 과제임을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코로나와 위축된 경기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중소기업들을 돕고자 하는 저자의 열심이 돋보인다. 저자가 만난 일본의 기업들은 대기업도 있지만 거의 몰락 직전이거나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기로에 있었다. 그 변화를 어떻게 맞이하며 극복해 나갔는지를 저자는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며 한국의 기업가들이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진심이 엿보인다.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일본의 수출규제 소식을 듣고 반도체 기술에 쓰이는 소재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은 나와 같은 일반인에게도 소부장 산업이 경제 전반에 어떤 범위로까지 쓰이며 우리가 이 소부장 산업을 극복한다면 어떤 기회가 올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반면 기업가들에게는 일본 산업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밑바탕을 제공해 주어 나아갈 방향을 도와준다. 기회가 된다면 이 후속 편도 마련되어 일본 산업과 한국 산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 줄 수 있는 개정판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그 때 우리는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하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의 소부장 산업의 진실을 알았다면 이제는 이길 차례가 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이 기회이다. 제대로 알고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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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사랑을 묻다. 소설 《목소리를 삼킨 아이》 | 소설 에세이 2020-08-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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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목소리를 삼킨 아이

파리누쉬 사니이 저/양미래 역
북레시피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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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못낸 것이 아닌 목소리를 삼키기로, 말을 하지 않기로 결단한 아이가 있다. 스스로 목소리를 삼킨 아이, 왜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목소리를 삼킨 아이》의 영어 제목 I hid my voice가 이 책에 더 어울리는 듯하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의 저자 파리누쉬 사니이는 이란의 문제적인 작가이다. 중동 억압받는 이란의 여성을 그려낸 소설 <나의 삶>으로 이란 정부에 두 번이나 판매금지 조치를 당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작가이다. 그리고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검열을 받고 있는 작가로 작품으로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작가이다. 심리학자이기도 한 작가 파리누쉬 사니이는 《목소리를 삼킨 아이》에서 말 못하는 아이 샤허브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와 부모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서문에서 밝혔듯, 이 소설의 주인공 샤허브는 목소리를 삼킨 아이이다. 뛰어난 우등생 형 아라쉬, 귀여운 수다쟁이 동생 샤디에 비해 샤허브는 말을 못하는 벙어리로 아버지의 수치이자 친척 사촌들의 놀림거리이다. 엄마 미리암만이 샤허브를 불쌍히 여기며 항상 친절하게 대한다.

샤허브에게는 내면의 친구가 있다. 아시와 바비는 실존인물이 아닌 샤허브의 내면의 친구로 샤허브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항상 이 둘에게 말을 하곤 한다. 자신을 저능아, 정신적인 지체아로 바라보는 편견에 익숙해진 샤허브는 자신의 정체를 '말 못하는 멍청이'로 받아들인다.

이 소설은 샤허브와 엄마 미리암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한다. 샤허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면 뒤이어 그 샤허브의 일을 받아들이는 엄마 미리암의 심리가 전개되며 아이와 부모의 시점이 각각 전개된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는 샤허브가 주된 인물이지만 나는 이 소설에서 엄마인 미리암의 입장에 주목하게 된다.

형제들에게 치이며 저능아로 취급 받는 둘째 샤허브를 불쌍히 여기며 감싸는 미리암은 셋째 샤디를 낳은 후 전업주부가 된다. 집안일과 샤허브를 보호하기에 바쁘며 샤허브를 방치하며 부끄러워하는 남편 나세르와의 관계 소원으로 심신이 지친 상황이다. 그녀의 하루는 고된 일의 연속일 뿐이다.

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남자 형제들보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회사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어버린 거지?

지친 엄마 미리암은 자존감이 저하되고 남편 나세르나 시어머니가 자신과 샤허브에게 함부로 말해도 감히 맞서지 못한다. 맞설 용기도 없고 엄마 미리암은 지친 상태이다. 샤허브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돌보지 못해 마음의 여유가 없다. 행복하지 않은 그녀가 샤허브를 돌보는 건 역부족이다. 먼저 돌보는 부모가 행복하거나 강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양육하지 못한다. 그 감정이 전이되어 아이에게 흐른다. 샤허브도 매일 엄마의 슬픈 감정을 느낀다.

우리 엄마는 정말 용감해.

그런데 엄마는 왜 아빠나 할머니한테는 용감하게 맞서지 않는 거지?

엄마는 샤허브에게 말한다.

"엄마 도와주고 싶니?"

"네가 엄마를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말을 하는 거란다."

아빠 나세르 또한 샤허브에게 말한다.

"말할 수 있다는 거 알아. 입을 벌리고 말해봐. 손으로 가리키는 건 안 쳐줄 거야."

어른들은 샤허브의 상태를 인정하지 못한 채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범위에 올라오도록 윽박 또는 호소하기만 한다. 말을 못 하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말을 하라고 말한다. 말을 못하는 아이에게 말을 하는 게 부모님께 잘 하는 행동이라고 강요한다. 어른들의 눈높이에 올라오라고 윽박지른다. 그 부모님과 주위의 압박 속에 샤허브는 점점 움츠려들며 목소리를 숨긴다.

샤허브의 엄마 미리암을 보면서 나는 두 아이의 부모인 나를 본다. 샤허브의 외할머니 바비가 잠시 집에 머물 때 그녀는 딸에게 충고한다.

네가 사랑을 보여줘야 알지.

눈물 몇 방울 흘리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거니?

너는 아이에게 애정을 표현해야 할 때마다 한숨만 쉬고 이렇게 말하더구나.

'네가 슬퍼하면 엄마는 죽을 것 같아.'

나 역시 샤허브의 부모인 나세르와 미리암처럼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그리고 너무 다른 쌍둥이인 아이들을 돌보기 벅차한다. 쉼없는 이 일상 속에 애들에게 말했다. "제발 엄마 좀 도와줘." "엄마 너무 힘들어."

나의 태도는 미리암의 태도와 똑같았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너는 샤허브 걱정만 하지.

샤허브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는 못 하잖니.

네가 보여주는 건 걱정이지, 사랑이 아니란다.

샤허브의 외할머니의 말은 바로 내게 하는 말이었다. 내가 하는 행위는 사랑이 아닌 걱정이였음을 말해준다.

큰 아이의 심리치료를 위해 상담사 선생님과 대화 중 선생님의 대화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과 잘 해 줄 수 있어요. 의무감으로 놀아주는 놀이는 놀이가 아닌 공부일 뿐이에요.

말을 삼킨 아이 샤허브가 자신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외할머니를 통해 변하기 시작한다. 나는 나에게 자문해본다. 내가 과연 이 할머니처럼 내 아이들을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특히 사회성 부족으로 심리 치료를 받는 첫째 아이를 향해 언제 아이가 달라질까만 노심초사했다. 이 책은 아이보다 먼저 엄마인 내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인 내가 달라지지 않는 한 아이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한없이 부끄러웠다. 샤허브 외할머니의 질책이 마치 나를 야단치는 듯해 울어버리고 말았다.

나에 대한 반성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아울려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샤허브가 목소리를 숨겼듯, 나도 첫째 아이의 사회성을 숨기게 만든 건 아니였을까라는 질문을 해 본다.

아이의 심리보다 부모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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