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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소한 구원 - 라종일·김현진 | 기본 카테고리 2015-02-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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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장 사소한 구원

라종일,김현진 공저
알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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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소한 구원 - 라종일·김현진

 

75세의 남자를 남자친구라 부르는 34세 여자, 34세의 여자에게 다른 일을 젖혀두고 먼저 편지를 써주는 75세의 남자. 이 두 사람의 관계가 복잡, 미묘합니다. 상위 1%의 지식인, 정치학 박사, 6개 국어를 하며, 정치권의 실세였으며, 우석대학교 전총장, 한양대 교수인 라종일. 작가,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진행자인 김현진. 나이 차이도 크지만, 사고방식은 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라종일은 차가운 현실주의자이고, 김현진은 열정적인 이상주의자네요.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책이 나왔습니다.

김현진이 쓴 그래도 언니가 간다를 읽어본 라종일이 김현진을 대학교 강연에 초청합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이 인연이 됩니다. 그리고 김현진 고민을 토로하는 형식으로 편지를 쓰면 라종일이 답글을 씁니다. 32통의 편지를 묶어서 가장 사소한 구원이라는 제목의 책이 됩니다. 구원이라는 말은 이해가 가는데 사소한이라는 뜻이 뭘까 생각을 좀 해봅니다. 역설적인 제목이네요.

일단 김현진이라고 하는 사람은 대단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합니다. 십대에 이미 책을 출판했고, 지금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보니 미인이에요. 그런데 마음은 조금 불안한 상태에 있습니다. 라종일과 주고받은 편지 곳곳에 그러한 불안한 마음이 드러납니다. 스스로도 불행한 가정사, 폭력을 동반한 이별, 가장 사랑했던 친구의 사고사, 실직 등이 겹치면서 힘들었다 합니다. 죽고 싶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알코올 의존증이 문제가 될 정도라고 말합니다. 라종일을 대한민국 상위 1%라고 말하는데, 김현진이라는 사람도 상위 10% 안에는 들어갈 사람이네요. 엄친딸 소리를 들으면서 살았을텐데 스스로는 아쉬움이 많은 굴곡진 삶인가봐요.

책의 내용은 멘토에게 구원에 가까운 조언을 구하는 편지에요. 당연히 자신을 낮추고 폄하하는 듯한 글이 나오게 됩니다. “내가 잘났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형식의 글이 나올 수는 없죠. 그렇다고 해도 저자는 청춘이 가진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라종일이 위로를 합니다. 위로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이고 직설적으로 꾸짖는 대목도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고민을 토로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해줄까?’를 생각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70대 중반의 차분한 노교수의 답변과 제가 내리는 답변은 수준 차이가 크네요. 그 동안 쌓아온 경험, 읽어온 책, 뛰어넘은 역경 등이 확실히 차이납니다. 신자유시대에서 또 한 명의 노예를 낳느니 혼자 살겠다는 삼포세대를 설득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세속적 기준으로 성공하지 못한다해서 아이를 안 가지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거죠. 아이는 정말 그 자체로 축복이고 행복이니까요.

빈부격차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나요? 미국은 더 심하죠. 그럼에도 한국인들의 74%는 성공 요인으로 본인의 능력보다 외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돈 없고, 빽 없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말이겠죠. 그런데 빈부격차가 더 큰 미국도 40% 정도만이 외적 요인을 중시합니다. 혹시 우리가 너무 외부 환경을 핑계 삼고 있지는 않을까요? 이 책의 내용처럼 외부 환경이라는 놈은 언제나 우리를 주저앉히고, 낙담하게 만드니까요.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보니 멋집니다. 지적이고 솔직하며 담백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읽은 책이 많고, 아는 상식이 풍부하며, 사회에 관심이 많을까요? 조언을 구하는 멘티의 모습과 상대방의 상태(지적 수준, 마음의 평화)를 꿰뚫어보고 적절한 한 마디를 날려주는 멘토의 모습이 잘 어울어져 있습니다. 좋은 말만 해주거나 독설만 퍼붓는다고 멘토가 아니죠. 멘토와 멘티, 청춘과 어르신 누가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 폭력을 동반한 이별, 가장 사랑했던 친구의 사고사, 실직.

 

- 이야기된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당신이 그 고통들을 글로 쓸 수 있을 때 비로소 낫게 될 것이다.

 

- 세상에 무서운 일은 없고, 우스운 일뿐이다.

 

- 처용 이야기. 서양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셀로 이야기. 신통치 않은 악당이 쳐놓은 신통지 않은 함정에 빠져 엄청난 비극을 일으킨다.

 

- 우리는 누구이건 인생의 끝에 가서가 아니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 행복에 대한 집착이, 그 참기 힘든 가벼운 추구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

 

-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개 세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들은 자기의 바람을 부정하는 세상을 부정하는 행위로 스스로를 파괴한다.

 

- 삶이 행복보다 더 위대하다. 버나드 쇼의 희곡 캔디다

 

- 세상에 쫓아다니면 안 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 이성, 미디어. 이 세 가지는 그것들이 자기를 쫓아다니도록 해야지 자기가 쫓아다니면 결코 잡을 수 없다.

 

- 이 세상에서 자기가 인정하지 않는 한 열등감은 없다. 엘리너 루스벨트

 

- 자신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일은 없습니까?

 

- 어떤 문제이건 그것이 발생한 차원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할리우드식 엉터리 대중문화의 영향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데이트를 하려면 멋진 곳에 가야하고,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고.

 

- 당신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당신의 식욕에 불과합니다. 당신의 사랑은 고양이가 쥐를 사랑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환경을 탓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은 항상 우리를 위압하고 주저앉히려 합니다.

 

- 어느 세대나 자기 세대가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 저는 귀한 지혜는커녕 일신의 처신도 제대로 가늠 못하고 늘 혼란과 방황을 겪는 사람입니다.

 

- 마르크스도 자기 딸에게 구혼하는 청년에게는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있는지 엄하게 따져 물었다.

 

- 개신교의 고지론’ : 한마디로 고지에 서야 한다. 사장이 전도할 때와 청소부가 전도할 때 어디가 더 효과가 있겠느냐 하는 것. 그래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출세해서 세상에 아주 많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 우리나라의 앞날은 십 년 후 필리핀처럼 될 것이다. 자기계발로 역량을 높여 위로 올라가려는 시대는 지금이 마지막이고, 결국 계급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예상.

 

- 교회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오히려 이민족의 식민 통치나 전쟁 같은 어려운 시기였고, 경제적으로 풍요해진 상황에서는 반대로 부정적인 면을 노출.

 

-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생텍쥐페리

 

- 알코올 의존증 치료까지 받았다.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봤더니 또 기독교가 나왔다.

 

- 간혹 글을 잘 쓴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저는 누가 발가벗은 저에게 너는 마녀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여겨져요.

 

- 상처 자체가 아니라 그 상처에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 뭉크의 작품들을 보면 감동이 된다. 훌륭한 예술성보다 자신의 불행을 그런 작품으로 승화시킨 인간의 훌륭함 때문.

 

- 한국인들의 74%는 성공 요인으로 본인의 능력보다 외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본다. 75%라고 답한 터키에 이어 끝에서 둘째. 빈부격차가 큰 미국도 40%, 일본 51%, 중국 58%.

 

-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는 더 나으리라는 답이 52%.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치.

 

- 빈부격차 문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현재 거의 모든 나라들의 공통적인 문제. 저의 세대 역시 취업 문제가 쉬웠던 것은 아닙니다.

 

- 개인의 사적인 불행에 관해서도 사회가 혹은 그가 속한 공동체가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 사람이 당해야 했던 문제들에 앞서 그 주변 사람들에 관한 문제를 생각한다.

 

-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무슨 야심을 포기한다고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바라던 것을 포기해버리면 평범하고 안락한 생활이 이뤄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 신자유주의도 끝까지 가면 민중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 잠수함 속의 토끼 : 토끼는 산소에 예민해서 승무원들이 산소 부족으로 죽기 대여섯 시간 전에 토끼가 죽는다.

 

- 노동력 부족이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돌볼 수 있는 능력에 비해 인구가 너무 빨리 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름대로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환경일지라도 그 정의에는 항상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 이야기된 상처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니다.

 

- 겸손한 것은 두 번 칭찬받으려 하는 것이나 같다.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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