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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책임져야한다!! | 기본 카테고리 2019-10-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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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민의 개좋음

서민 저
골든타임 | 2019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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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TV 동물농장에서 기막힌 영상을 봤다. 어떤 남자가 개를 산책하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슬쩍 줄을 놓더니 개를 버리고 도망가 버리는 영상이었다. 아파트 지상주차장 CCTV에 고스란히 찍혔는데 뻔뻔하고도 계획적인 그 남자의 행동에 치가 떨렸다. 그 개는 하루 종일 발을 동동 굴리며 주인을 찾아 주차장을 빙빙 돌아다녔다. 어떤 맘씨 좋은 사람이 추석에 그 아이를 데려가 임시보호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 개는 귀와 발에 염증이 심각했고 배쪽에 악성종양이 여러 개가 발견되었다. 아마 주인은 치료비를 감당할 여력이 안 되서 버린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해해주기는 어렵다. 동물을 키운다는 건, 사랑한다면, 무한책임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

 

이 상황은, 반려동물 관련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너무나 쉽게 돈 주고 살 수 있는 반려동물 시장, 무책임한 인간의 태도, 동물 유기 관련 미흡한 처벌 규정, 펫보험의 필요성등등이 그것이다.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에서도 확인했는데 어찌된 게 늘 버리는 인간, 수습하는 인간은 따로 있는 건지... 작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실제 현장의 리얼한 상황을 다루어 읽기가 꽤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와 비슷한 느낌의 책 <서민의 개좋음>을 읽었다. 이 책은 페키니즈를 여섯 마리나 키우는 자칭 대한민국 1% 개아빠라는 기생충 박사 서민교수의 책이다. 페키니즈의 이름은 팬더, 미니미, 흑곰, 황곰, 오리, 은곰이다. 종은 같아도 당연히 외모와 성격은 제각각인 아이들이다.

 

 

서민 교수는 이 책에서 강력하게 주장한다.

 

“제발 개 좀 버리지 맙시다!”

“아무나 개 키우면 안 됩니다!”

 

좀 강한 어투로 보이는 이 구호는 그의 유머러스한 문체 덕분에 그리 과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나도 지극히 동의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책 제목을 보고 바로 사볼 것 같다. 유사 경험들을 읽으며 격하게 공감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즉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안 읽을 책이다. 서민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이 기고한 칼럼에 달린 극혐 댓글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는데 나는 꽤 재미있게 고개 끄덕였지만 그가 지칭한 개혐들은 읽지 않을 것이므로 아쉽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서민과 여섯 마리의 일상 에서는 여섯 마리 페키니즈 자랑이다. 각 아이들의 장점과 단점 소개, 한 두 마리가 아닌 여섯 마리씩이나 키우게 된 이유와 아이들이 있어 행복한 일상을 소개한다.

2장 개 입양, 한 번 더 생각해 주시길 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를 너무 쉽게 데려와서 쉽게 버린다며 개를 키울 자격에 대해 말한다. 단호하게 돈 없으면 키우지 말라며!!

3장 개주인으로 산다는 것 에서는 개공원의 필요성 주장부터 개 관련 사고, 이웃들과의 관계, 알레르기 질환, 펫로스 증후군까지 광범위하게 다룬다.

4장 개 아픔, 그들만의 것일까? 에서는 우리나라 동물 보호법과 개공장의 실태, 품종견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5장 개답게 사람답게! 의 부제는 사람과 개, 함께 살아가기이다. 중성화 수술과 펫보험, 개식용, 반려동물 등록제와 반려동물 관련 법안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각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자신의 사례를 연결해서 이야기를 끌어내니 공감 백배였다. 특히 개를 밖에서 묶어두고 키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요!!”라고 외칠 뻔 했다.

 

나는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집사다. 6년 전, 반려동물 입양을 생각했을 때 고심 끝에 개보다는 고양이로 결정했다. 내가 집을 자주 비우는데 데려온 개를 하루 종일 집에 두고 산책도 자주 못시킨다면 개한테 못할 짓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다가 작년 봄, 주택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20년을 넘게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남편과 나는 당연히 마당에 개를 풀어서 키울거라고 생각했다. 이사온 후 이웃집들을 보니 집안에서 소형견을 키우는 집도 있고, 리트리버나 삽사리 종류를 마당에 두고 키우는 집도 있었다. 그런데 마당에서 줄에 묶인 채 지나가는 나를 보며 컹컹 짖는 개를 보니 무섭다기보다 가여웠다. 내가 너무 과한 생각인가 싶기도 했지만 여름엔 더위에, 겨울엔 추위에 노출되는 밖에 묶어두고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개를 데려오는 건 포기했다. 이사올 때 고양이 식구는 둘이었는데 올 6월에 한 마리를 더 데려와 세 마리가 되었다.

 

개를 키우려면 각오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서민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경제적 여력이다. 나는 경제력보다는 개를 외롭게 하는 것, 케어를 제대로 해주지 못했을 때 개가 받을 스트레스를 먼저 걱정했다. 그 부분 역시 자세히 나와 있는데 처음부터 아예 두 마리를 데려오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다. 하나보다는 둘이 덜 외롭다는 것이다. 2장 “외롭냐, 개도 외롭다”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왕 개를 기르겠다면 두 마리로 시작하자. 개가 어느 정도 자란 다음에 다른 개를 데려오면 질투심 때문에 우울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사정상 두 마리가 안 된다면, 집에 있는 동안 개한테 최선을 다하자. 특히 나가기 전이나 귀가 후 산책을 시켜주는 게 도움이 된다. 개는 산책하면서 그간 느꼈던 스트레스를 확 풀고 주인에게 더 깊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 산책이 힘들다면 진이 빠질 정도로 놀아주시라. 물론 시간이 없다고 하겠지만, 이 정도도 하지 않는다면 개를 키울 자격이 없다.‘혼자 둬서 미안해’라는 말만 하는 대신, 그 미안함을 상쇄할 행동을 하시라. 평소 우리는 세상의 여러 가지에 관심을 둔다. TV, 스마트폰, 인터넷 등등. 하지만 개의 관심은 오직 하나, 자기를 돌봐주는 주인이다. 마루에 개 여섯 마리가 있을 때 개들은 늘 아내나 내 쪽을 향해 있다. 둘 중 하나가 움직이면 개들의 시선은 그쪽으로 따라간다. 오직 주인밖에 모르는 바보, 그게 바로 개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울 순 있어도, 이왕 기르기로 했다면 개들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하진 말아야지 않겠는가?”p.85

 

 

위 내용 다음 꼭지의 제목은 “개는 부자가 키워야 한다”로, 대놓고 말한다. 돈 없으면 개 키울 엄두를 내지 말라고! 개를 키우는데 드는 기본적 비용이 1044만원이 든다는 한겨레 신문의 보도를 인용했다. 이것은 병원비는 포함 안 된 금액으로 개 한 마리를 20년간 키웠을 때의 비용이라고 한다. 개공원 출입이나 여행비용도 미포함이다. 실제 사례로 중성화 수술 비용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다가 20마리로 늘어나서 감당불능이 된 경우, 기백만원하는 수술비가 없어서 살아있는 개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경우도 있다. 서민교수 아내도 개 수술비용 때문에 결혼반지를 판 경험이 있다고 하니 생명에 대한 무한책임은 어쩌면 돈이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도 고양이를 키우며 알게 되었다. 동물을 키우는데 돈이 이렇게 많이 드는지. 그나마 단모종 고양이라서 미용은 하지 않지만 사건사고가 꽤 많았다. 암컷은 중성화 수술후에도 발정이 나서 그 힘든 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 첫 수술후 이틀만에 배에 가스가 차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일주일 입원시켜서 겨우 살렸다. 수술 및 치료비용은 따로였고 다른 병원에 입원시켰는데 치료입원비는 백만원이 훌쩍 넘었다. 이 아이는 또 폐가 약해서 폐렴에 한 번 걸린 후로 기침을 자주해서 뻑하면 병원행이다. 수컷은 아파트 10층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져 철심박는 수술을 했다. 고양이 키우면서 사료 먹이고 똥 치워주면 될 줄 알았는데 병원비 지출이 이렇게 많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새로운 식구를 데려온 이유는 서민교수가 하나씩 식구를 늘여가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물론 남편은 세 마리로 충분하다고 하고 있지만...

 

개엄빠들이 팽팽 돌아가는 개의 꼬리를 보며 엔돌핀이 생성되듯, 냥집사들은 고양이의 골골송을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고 여기며 꼭 껴안고 감상한다. 그럴 땐 평화모드 그 자체이다.

 

이렇게 병원비가 너무 부담스러우니 서민교수는 펫보험 의무화를 주장하며 정부가 할 일을 이야기한다. 모든 견주가 개를 위해 최소한 하나 이상의 펫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제도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강제적으로라도 보험에 들었다면 치료비의 30%정도만 내면 될테니 아프다고 유기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란 말이다. 펫보험 의무화는 개를 키우려는 이들에게 진입장벽이 되는 또다른 장점이 있다. 사람 건강보험료 내기도 바쁜데 개를 위한 의료보험을 들기 힘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개를 키우기 어렵게 된다. 이것은 자격있는 사람만 개를 키우도록 하자는 것인데 사실상 그의 희망사항이다.

 

외국에서도 모든 반려동물이 다 가입하는 의무보험은 없다. 가장 높다고 하는 스웨덴도 40%에 불과하고 영국이 20%, 독일이 15%정도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가입률 0.02%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높다. 이 수치만 봐도 우리나라의 펫보험 의무화는 꿈같은 얘기다. 

 

 

앞에서 소개한 내용 외에도 이 책에는 개를 키우며 겪는 애환과 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등도 실려 있는데 리뷰에서 모두 소개할 수 없어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의 일부를 인용하며 마친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개들에게 잘하려 하는 건, 팬더를 위시해서 내 곁에 있는 개들이 하나둘씩 내 곁을 떠날 때 적어도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내가 기꺼이 이런 일을 감당하는 것은 개에 대한 어마어마한 사랑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를 키우는 이들이 다 나만큼 개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어서, 어떤 이들은 시련이 다가오면 기꺼이 개를 버린다. 서론에서 <서민의 개좋음>을 쓴 이유가 개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끝까지 책임질 사람만 개를 키우게 하자는 데 있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개를 입양하려던 생각을 포기하는 이가 몇 분이라도 있다면 책을 쓴 보람이 있을 것 같다. ‘나만 안 키우면 돼’라고 생각하지 말고, 주위에서 개를 충동적으로 입양하려는 이가 있다면 좀 말려주시면 고맙겠다. 말로 설득이 안 된다면 이 책을 읽혀 주시라. 개를 사랑하는 이들만 개를 키우고, 버려지는 개가 한 마리도 없으며, 개를 먹는 것이 야만으로 인식되는 좋은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서 말이다.“p32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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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고복희~ 읭?? | 기본 카테고리 2019-10-3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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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저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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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강 작가의 소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표지 그림엔 고양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 책에 고양이가 나올거라고 단정했나?? 그 이윤 모르겠다! 나도 설명할 길이 없지만 고복희와 고양이는 분명 무슨 관계가 있을거라고 단정했다. 다행이도 책을 읽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건 잠시 까먹었다. 우리의 고복희씨가 은근 매력있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은 매력있다. 작가가 아낀다. 그렇지 않고서야 주인공을 삼았을리도 없고 우리의 고복희씨 이름을 제목에 뙇 박아두었을리도 없다!

 

우리의 고복희씨는 올해 나이 50세, 그야말로 FM인생이다. 원더랜드 호텔의 사장님인 우리의 고복희씨는 자신이 정해놓은 루틴대로 움직여야 맘이 편한 사람이다. 바지런하고 깔끔하고 절대 실없는 소리같은 건 하지 않는다. 매일 자신이 해야할 일을 빠트리지 않고 하는 사장님이다. 그런데 요리 실력은, 글쎄올시다다. 동일한 사람에 대해 이렇게 다르게 평가할 수도 있다. 깐깐하고 융통성 없고 재미없다. 사실만을 말하는 감정 없는 말투에 사람이 곁에 붙을래야 붙을 수가 없다! 물론 요리실력도 젬병이다!

 

우리의 50세, 고복희씨의 과거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작가는 92년생이다. 깜짝 놀랐다. 문은강 작가는 엄마뻘 되는 그녀가 살았던 시대묘사를 잘 했다. 감각적이고 젊은 문체인데 70년대~90년대를 실감나게 표현하기에 감각이 살아있는 70년대생인줄 알았다. 92년생이라니!! 역시~~ 94년생 린과 박지우의 상황과 심리묘사도 잘 했다. 자기 세대 이야기니까!

 

백수 지우가 얼떨결에 프놈펜에서 한달살기를 해보겠다며 여행와서 묵은 곳이 우리의 고복희씨가 운영하는 원더랜드~ 지우가 낚이도록 홍보했던 사람은 동갑내기 캄보디아인 원더랜드에 남은 하나뿐인 직원, 린! 그 둘을 지금 이 곳, 지구에 사는 미래가 막막한 청춘들이다. 그러나 린은 거의 자기계발서식의 삶을 열심히 살고있고, 지우는 죽도록 노력하다보면 성공하는게 아니라 죽는다며! 남이 보기에 대충 사는 것처럼 보이는 청춘이다. 아니, 대충 사는거, 맞다!

 

작가는 한국이 아닌 캄보디아에서, 뭔가 신비감 풍기는 앙코르와트 근처(프놈펜이 사실 앙코르와트랑 먼데 지우가 그것도 모르고 원더랜드에 숙박한 거다)를 배경으로 90년대생 여성 두명과 70년생 여성 한명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섞일것 같지 않은,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세 여성의 이야기가 제각각의 사연으로 나열되는듯 하지만 그들이 한 장소에 있으므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작은 연대의 기운이 솔솔 피어오른다. 그것은 원더랜드니까 가능했던 게 아니었을까. 호텔 이름대로 그곳에 묵는 여행객에겐 신비한 일이 생길것만 같다. 당장은 전혀 아닐 것 같아도!

 

이 소설이 구질구질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만하다 끝냈다면 언짢을뻔 했다. 90년대생 두 명은 각자의 길을 찾아가고, 늘 동일한 루틴으로 움직이는 우리의 고복희씨는 오늘도 제 시간에 원더랜드의 대문을 활짝 연다.

사랑했던 남편 장영수씨가 했던 말을 지키고 싶어서 25년간 몸담았던 교직과 연금을 버리고 원더랜드를 오픈한 우리의 고복희씨!! 어떤 회유와 압박이 들어와도 원더랜드는 꼭 지켜낼 것이다. 그 옛날 남자선배에게, 지금의 김인석에게 휘둘렀던 그녀의 폭력을 책 속에선,

"나는 지금 옳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

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우린 이제 안다! FM인생 고복희씨가 하는 행동은 옳지않을 리가 없다는 걸~~

 

이제 원더랜드에서, 우리의 고복희씨와 장영수씨는 매일밤 꿈같은 춤을 출 것이다. 원더랜드에 춤추는 밤은 매일 이어질 것이고 아침이면 빼곡한 흔적의 자국들을 보며 우리의 고복희씨가 원더랜드의 문을 열 것이다!!

 

아예 관용어구로 그녀를 언급할 때마다 "우리의 고복희씨"라고 쓴 이유는 주인공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왠지 나랑 비슷한 면이 많은듯...ㅎㅎ 냉정하게 보이는 똑부러지는 성격때문에 평판점수가 깎이는 걸 전혀 개의치 않고 살아가는 그녀가 넘 멋져보였기 때문이다. 언뜻 무매력일것 같은 사람을 작가는 왜 주인공으로 삼았을까? 의문이 일었지만 장영수씨 때문에 알게 됐다. 그는 우리의 고복희씨, 그녀만의 매력을 알아본 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제 없지만 린과 지우 거기에 안대용과 고양이까지 있다.

 

아하핫!!

나왔다! 나왔어, 고양이!!

고양이가 나온게 무슨 대수냐?

새끼고양이를 안대용이 주워와 결국 우리의 고복희씨가 키우지 않냔 말이다! 내, 고양이가 나올 줄 알았다니까~~ 우리의 고복희씨가 왜 김복희도, 이복희도 아니고 고복희였겠냐고??

 작가의 말을 보면 더 확실하다.

작가가 교수님에게서 들은 말!

"너는 새끼 고양이야."

프놈펜에서 여덟달 살며 아깽이가 어엿한 성묘가 되어 책 한 권을 탈고해냈다. 이것만봐도 내가 제목에서 받은 첫인상이 맞았다게 증명된 거임~~

 

 

뭐 이런 택도 아닌 우기기가 다 있냐고?? 싸다구 한 대 날리고 싶어도 어쩔수 음씀!! (뜬끔포 음씀체 쏘리~~ 우기다보니 좀 미안하지만 계속 철판까는 전략으로 반쯤 반말체 전략 구사해본거임~~ㅎㅎ)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영수와 고복희의 사랑을 확인할수 있는 장영수의 대사~

 

p.205

옳다고 생각되는 일만 하며 산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니까.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당신의 도덕성을 시험하려 들 거예요. 부당한 상황에 밀어놓고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겠죠. 좌절하는 당신을 조롱하고 헐뜯을지도 몰라요.

무엇보다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홀로 남아 원더랜드를 지키고 있는 고복희는 장영수의 걱정과 달리 더이상 외롭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기분 좋게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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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필요없이 재미있는 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19-10-30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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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저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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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자격으로 리뷰를 쓸때마다 뭔가 개운치 않았다. 별로인 책을 좋게 포장해주어야 할 때는 당연히 그러했고, 괜찮은 책이었더라도 별로인 부분을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될 때도 그러했다. 이랬든 저랬든 좋게 말해 서평단, 안 좋게 말하자면 책값에 저당 잡힌 담보글이었다.

흠... 미필적 고의로 자수 비슷한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데는 소설 <할매가 돌아왔다> 때문이다. 저녁먹고 잡은 책을 단숨에 다 읽어내린후 바로 리뷰를 쓰게 만든 책이다. 글머리에 비장한 커밍아웃을 한 이유는 이 책만큼은 내 느낌 그대로 쓰고 싶어서였다.

작가 김범씨는 이 책을 첫장편으로 2012년에 냈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냈다. 작가가 63년생, 아재다. 벌써 60이 다 되어가네, 아니 첨 냈을 당시는 50초반이었겠다.

아, 아재폄하 아니다!

좋다는 뜻이다.!!

박민규와 박현욱의 문체, 비유와 은유가 넘실대는데도 짱짱하게 살아있는 현실감, 웃다가 울리는 고난이도의 실력등등은 읽는 이에게 "으음~~ 바로 이 맛이야~~"

(김혜자의 다시다 광고삘로~~)를 외치게 만들었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노래 사용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으며 기어이 잠시 유튭을 틀어 종점보관소를 듣고 오게 만들었으며, 급기야 동석의 얼굴에 백현진의 얼굴이 오버랩되더니 그 후 동석은 그냥 백현진 얼굴로 쭈욱 가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윤희 닮은 현애와 그 누구도 닮지 않았지만 예쁜 동주의 얼굴은 오히려 어떤 얼굴인지 상상하지않고 읽었고, 우리의 끝순 할매는 책표지 그림 때문에 상상력이 차단되었으나 책에 묘사된 할매와의 높은 싱크로율로 합격이다!

그리고 기대된다!

대처 모든 영상 미디어쪽으로 책의 판권이 팔렸다는데 누가 동석을 연기할 것인가?? 동석을 미스캐스팅한다면 보지 않을테다!!ㅎㅎ

정말 읽으면서 낄낄거렸다. 소설 읽으며 웃은지가 얼마만인지~~ 그만큼 재미있으니 이 책은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일제말에 누명을 쓰고 떠났던 할머니가 67년만에 돌아왔는데 유산이 60억!

그걸 나눠주겠다고 하신다!!

억!! 소리날만큼 가족들 눈 돌아가고 입 못 다문다.

돈에 눈먼 사람들로 보였던 가족들의 속사연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슬슬 조짐이 있었다. 몇 줄 읽다 웃고 또 몇 줄 읽다 웃고 이랬는데 기어코 x구멍에 털나게 만드는 기술이라니... 잠깐, 그 반대인가?ㅎㅎ

끝끝내 할매와 어머니, 동석의 첫사랑 현애의 남편이란 작자들이 마누라 패는 인간들이었다! 후후후!! 심호흡이 필요했다. 간질근질, 책 읽으며 마음이 살짝 들떠있었는데 급 다운됐다.ㅠㅠ

지지리 못난 인간들 같으니라고!

여자 패는 남자들을 세상에서 젤 모자란 인간으로 평가했는데 등장인물들이 삼종세트로 출몰하니까 책 덮어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왜냐하면 나도 넘 궁금했기 때문이다. 할매에게 진짜 60억이 있는지. 이쯤에서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축으로 60억이 중요했지 정작 돈이 등장인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리란걸...

이 리뷰는 정말 맘 내키는대로 썼다. 출판사에서는 싫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취향에 맞게 재미있었다는 말을 좀 길게 썼으니 책이 재미있단 평가는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문장 인용으로 리뷰를 마무리 한다.

사랑은 수락이다. 그리하여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 존재 자체를 수락하는 것이다. 그 존재의 모든 허약함까지도, 그렇다.

수락하게 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인간에 실망하지 않게 된다. 다만 서로 연민할 뿐이다.

p.304~305

☞ 동주가 오빠 동석과 얘기할 땐 책이나 음악, 미술같은건 인용하지 않는데, 할아버지 병실앞에서 어떤 작가의 소설에 나오는 내용이라며 위 문장을 말한다. "존재 자체 를 수락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이냐? 나를 돌아보니 그랬다. 더이상 실망하지 않게 되면 연민하게 된다니! 아, 나는 아직 이 단계까지 진입을 못했다... 그리고 씉데없는데에 잘 꽂히는 나는 또 찾아봤다. 정말 이런 긴제목의 소설이 실재할까? 아님 작가가 걍 지어낸걸까?

책 속에 등장하는, 위 문장이 들어있다는 소설 제목은 <비가 와도 이미 젖은 사람은 다시 젖지 않는다> 헙, 진짜 있다! 작가 임영태 93년 출간! 그럼 위 문장을 또 찾아보고 싶어지는데... 저 책이 도서관 서고자료실 어딘가에 있을라나??


가장 어려울 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순간 말이다. 사람들에겐 그런 순간이 찾아온단다. 그때 사람들은 무서워서 진실보다는 거짓을 찾게 되지. 내가 그랬어.

(중략)

너도 참 어렵게 사는 것 같은데 결정적인 순간엔 늘 정직해야 한단다.

피하면 길은 더 없단다.

p.315

☞ 현애를 구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앞에서 할머니가 해준 말을 떠올린 동석! 직구로 멋지게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었으나 더없이 쪽팔리고 볼품없이 해결하게 된다. 그러면 어떤가? 어찌됐든 현애를 구한게 중요하지! 정윤희 같이 예쁜 현애를 위해 첨이자 마지막으로 한 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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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편안한 삶을 살길~ | 기본 카테고리 2019-10-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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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가해자들에게

씨리얼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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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종류의 영상이나 글을 잘 보지 못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떤 대상이 괴롭힘 당하는, 혹은 버려지는, 배제당하는 그런... TV프로그램 동물농장같은 경우도, 특이하고 신기한 동물이 등장할 때는 재미있게 보다가 버려지거나 학대당해서 힘들어하는 동물이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 그러니 이 책 <나의 가해자들에게>의 소개를 보고 선뜻 책을 펼치지 못했다. 미루고 미루다가 리뷰 마감일 직전에야 책을 들었다.

 

<나의 가해자들에게>는 유튜브 채널 <왕따였던 어른들, Stop bullying>을 책으로 낸 것이다. 공개된 영상은 20여분 정도이지만 사전 인터뷰까지 포함하면 8시간이 넘는 인터뷰였다고 한다. 피디 최윤제씨는 이 인터뷰를 텀블벅을 통해 독립출판물로 먼저 냈다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알에이치코리아와 재출간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학창시절 왕따 당했던 어른들 10(여자5,남자5)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목차는 여자 반과 남자 반으로 구분하였고 각 반에서는 학교 수업시간표처럼 구성해서 다른 종류의 질문을 한다. 순서는 아래와 같다.

 

 

 

인터뷰이들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답답했고 책장을 계속 넘기기가 힘들었다. 고백하자면 100%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나는 왕따를 당한 적도 해본 적도 없었다. 이건 내가 학창시절을 잘 보냈다는 뜻이 아니다. 나의 학창시절엔 왕따라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이고 그 뜻은 또, 현재 내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할 수 있어야 하고, 해야 한다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상처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한 인터뷰이 주연씨의 말을 인용한다.

 

 

왕따 당했던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내용을 인용하거나 타이핑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다. 내가 미성숙한건지 회피하는 인간이라 그런지... 아니 뭐라고 힐난해도 할 말은 없다. 그들은 충분히 고통 받았고 어떤 방식으로든 견뎌내고 버텨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로해주고 싶고 옆에 있다면 가만히 한 번 안아주고 싶다.

 

가해자들 중에는 자신이 했던 행동을 아예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도 있고, 경찰이 된 사람도 있다. 그들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알기나 할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가해자들이 이 책을 보거나 유튜브를 꼭 봤으면 좋겠다.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가해자들은 떵떵 거리며 잘만 사는데 피해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왜 숨어살아야 한단 말인가?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이 말한 왕밍아웃으로 지난 시간은 떨쳐버리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한편 가해자들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연도 있었다. 인터뷰이 요셉씨는 필리핀에 어학연수 온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로 잠시 일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전한다.

 

한국에서 사고 친 애들이 갈 데가 없으니까 부모님들이 외국에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런 아이들이었죠. 거기엔 피해자도 있고 일진 애들도 있었어요. 저는 피해자였기 때문에 솔직히 피해자한테 마음이 더 갔어요. 일진 애들에게 소홀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걔네랑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사랑을 많이 못 받고 자랐더라고요, 부모님한테조차. 그래서 마음이, 한쪽으로는 되게 미운데 한쪽으로는 뭔가 도움을 주고 싶더라구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 애들을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해 줬어요. 그렇게 몇 개월 안했는데 애들이 바뀌는 거예요., 공부해야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피해자 애들한테 진짜 미안하다고 하면서 눈물로 고백을 하더라고요. 지금 이 이야기를 듣고 있을 가해자 아이들이, 진짜 사과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했음 좋겠어요.“

 

요셉씨의 말은 일견 그들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해자들도 상처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가해자들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 하는 것이 평생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방관자들도 보여준다. 흔히 직접 폭력을 가하지는 않고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어도 방관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직접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방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교사나 부모같은 어른들의 방관이 사태를 더 크게 악화시키는 사례가 많았다. 낌새를 눈치 챘지만 모르는 척 했던 대부분의 교사들, 자식이 집 밖에서 폭력을 당하는지 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무책임하게 살거나 집안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들까지... 아이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어른들의 방관이 사건을 확장시키고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물론 교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왕따나 폭력을 지켜보면서 신고도 못하고 아예 아는 척하지 않은 친구들, 또는 피해자 근처에 다가가지 않는 아이들도 모두 방관자라 하겠다. 참견했다가 시비에 휘말릴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수 있다면 좋겠다.

 

피해자들은 이 인터뷰를 통해 과거를 털어내는 한바탕 씻김굿이 되었으리라고 본다. 피해자가 아닌 이들이 영상이나 책을 보았을 때는 어떤 마음일까? 내 마음이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공통된 심정인 독자들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리뷰를 마친다.

 

수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던 학생들이 이제 어른이 되었다. 버티는 자가 이긴다는 말이 그들에겐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버텨줘서, 살아있어줘서 고맙다!”

그리고 텍스트로나마 꼬옥 껴안아 주겠다!

 이제는 마음의 평화를 찾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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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문장력이 빛나는 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19-10-2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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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최후의 만찬

서철원 저
다산책방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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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경강 노을은 붉고 선명했다. 주먹밥으로 허기를 달랜 뒤 긴 밤을 지났다. 불을 피운 자리에 새순 같은 바람이 불어 다녔고, 모두의 눈빛은 별만큼이나 또렷했다.

 

- 저녁은 서둘러 밀려왔다. 구름 걷힌 겨울밤 달빛은 낮고 조용했다. 존현각 뜨락을 비출 때 달빛을 머금은 보풀이 박석 위로 떠올랐다. 보풀 속에 해금 소리가 들려왔다. 장악원 담장을 넘어온 선율은 맑고 청아했다.

 

- 해가 기울었다. 먼 능선에서 새들이 날아올랐다. 새 울음을 깔고 세상은 어둑어둑 먹물로 채워졌다. 바람부는 대숲을 빠져나와 박해무는 오래 걸었다. 어둠이 출렁거리며 밀려왔다.

 

- 며칠 사이 능선은 파랗게 물들었다. 하늘과 맞닿은 능선은 조밀하고 차분해 보였다. 산자락마다 초록 물결이 넘실거렸고, 산맥을 타고 넘어온 초여름 색채는 물빛에 가까웠다.

 

- 초저녁 새들이 높지 않은 곳에서 재재거렸다. 해 진 뒤 산마다 숨겨둔 늑골을 헤집고 새들은 날아올랐다. 새들이 능선에 둥근 무늬를 그려놓곤 별무리 속을 헤엄쳐갔다.

 

- 존현각 하늘 위로 별들이 소리 없이 지났다. 별들은 달을 중심으로 도는 듯이 보였다. 달빛 내린 앞뜰은 빛과 소리가 흔했다. 소리 속에 빛이 와글거렸고, 빛이 내린 자리마다 소리가 들끓었다.

 

 

서철원의 장편소설 <최후의 만찬>에서 시작하는 문단으로 사용된 것들 중 마치 영상처럼 확연히 보이고 잘 들리는 것을 골라봤다. 작가는 챕터의 첫 문장을 대부분 짧게 시작한다. 묘사보다는 시각과 청각적 서술이 주가 되고 동사로 술어를 마무리한다. 그래서 그림같다는 표현보다 영상같다고 한 것이다. 김훈의 단문과 서술이 얼핏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 작가만의 스타일도 분명 있다.

 

작가는 혼불문학상처음 제정된 이후로 5번이나 이 상에 응모했고 기어이 올해 <최후의 만찬>으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작가는 <혼불>의 작가 최명희 선생의 글을 통해 글의 원리나 문장을 많이 배웠다고 한다. <혼불>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비교하지는 못하지만 서작가의 문체가 최명희 작가와 비슷한 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혼불>을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선 대하소설이라 시작할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나는 소설을 쓰지는 않지만 작가처럼 생동감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있다. <혼불>을 읽고 문장공부를 해야할까...

 

다시 <최후의 만찬>으로 돌아가보자. 책 제목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과 같고 표지에도 그 그림을 사용했다. 역사소설이라고 했는데 다빈치의 그림이 우리나라와 어떤 시대, 어떤 사건과 연결을 지어놓았을지 궁금했다. 읽다보니 유려한 문장이 눈에 들어와서 그의 문장으로 리뷰를 시작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정조시대, 천주교가 서학이란 이름으로 민간에 널리 퍼질 때 천주교인들을 박해했던 상황들을 주로 다룬다. 처음은 신해박해로 시작한다. 조선 최초로 가톨릭을 박해한 사건으로 윤지충과 권상연이 첫 순교자가 된다. 소설에서는 그들이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모사본을 가지고 있어 처형당하게 되고 그 그림이 정조의 손에 들어간다. 정조는 김홍도에게 그 그림에 대해 알아보도록 시키고 로마에까지 다녀온 김홍도는, 그곳에서 세종시대 과학자 장영실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의 배경이 되는 뒤쪽, 그러니까 중앙에 있는 예수의 뒤쪽에 보이는 산이 인왕산이라는 것이다.

 

, 잠깐 여기서 너무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하진 말자!

이건 소설이잖은가...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워하자!

 1400년대를 살았던 장영실이 로마까지 가서 다빈치랑 협업을 했다는 상상력!

대단하다!!

그리고 그 둘의 공통점을 연결한 것까지.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조, 정약용을 위시하여 당시 북학파들, 화가 김홍도등 실제 인물들과 가상의 인물들이 혼재되어 스토리를 이어간다. 가상의 인물인 도향과 정약용의 러브라인은 자못 진지하여 아니, 우리의 다산선생이?’이런 생각이 잠시 스쳤다.

허나 워워~~

이건 소설이잖은가...

소설적 재미라고 생각해 두자!

그래도 다산선생의 베드신은 참 거시기했다.

그보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압권이었다. 아무리 화성을 건축하신 우리의 다산선생이지만 1700년대(1800년대 다 돼가는 1700년대 후반)에 오늘날 카메라의 원형인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하시고 게다가 촬영, 인화까지 하시다니!!

넘나 놀랐지만 어쩌겠는가?

이건 소설이잖은가...

 

마지막엔 환타지 장면이 가미되는데, 그림 최후의 만찬과 유사한 느낌으로 인물들이 정렬해서 서게 된다. 중앙에 정조 임금, 좌측에 실학자들, 우측에 천주교 박해로 산화한 가상의 인물들이다. 그 장면을 우리의 다산선생이 찍는다.

여기까지 리뷰를 읽었다면 고개 갸웃거리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정조시대, 천주교 박해를 주 사건으로 하여 실존인물과 가상인물들이 세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가 큰 줄거리인 건 알겠는데, 이 소설의 주제는?

이 리뷰만으론 당최 알 수가 없는데??라고 생각할 줄 안다.

나도 그랬다. 책을 다 읽었는데 주제를 잘 모르겠는 거다. 이것이 주제를 암시하는 문장인가?싶은 것들을 찾느라 책갈피 표시해둔 것들을 다시 훑었다. 그래서 나온 성과가 이 글의 모두에 나온 인용문장들이다.

그렇다. 그것은 수확이고, 주제는 못 찾은거다.ㅠㅠ

나 독해력 딸리냐? 나 그렇게 바보는 아닌데...

 

그래서 심사평을 읽었다.

얏호~~~했다.

심사위원도 나랑 비슷했다는 거!!

특이하게도 리뷰에 심사평을 인용하며 나를 쉴드치려 한다.

 

 

 

도대체 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신해박해라는 천주교의 순교......? 변화하는 시대, 지나간 시간 속에 잃어버렸던 대동 사회의 꿈......? 정약용과 도향 두 천재 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로맨스......? 아니면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실존적인 갈등......? 어쩌면 그 모든 것이거나 그 모두가 아니거나 일 것이다. 그것은 작가가 말하고 독자가 대답해야 할 문제로서 심사위원들 영역이 아니다. 다만 우리 문학에서 오래간만에 만나는 품격 높은 새로운 역사소설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모두 주목했다. 이 작가가 오랜 절차탁마를 거친, 깊은 내공의 소유자라는 것은 이런 고도로 절제된 시적 문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략) 이 작가의 감성은 무지갯살처럼 아름답다. 난해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문장은 시적이고 환상적이다. 같은 작가로서 시샘이 날 정도이다.

 

 

... 얼마나 다행이게요~~^^ 그 짱짱한 심사위원들도 잘 모르겠다는 주제의식을 일개 독자인 내가 아는게 더 이상한 거~~

, 좀 걸리는 것은 위에 줄친 부분!

... 이거 너무 책임 회피인 듯... 주제파악은 심사위원이 할 일이 아니고, 품격높은 역사소설의 탄생은 알렸으니 나머지는 알아서들 하세요! 라니...

 

그래서 나는 또 작가의 뉴스 기사를 검색했다.(, 저 꽤 집요하다고요? 꼭 그렇진 않아요~~ 단지 리뷰를 쓰는데 주제를 언급하지 못하고 글을 마무리한다는 건 마치 변을 보고 뒤를 처리하지 않아 변이 발생할 수 있으니 그걸 막으려는 것일뿐~)

오호~ 찾았다.

 

뉴스원 108일자 기사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 시대의 자유, 평등이 이 시대에도 유효한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최후의 만찬>의 배경인 예수의 시대와 조선에서 천주교가 탄압된 시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 말했다. 작가는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며,

정치적 내용을 떠나 소설을 쓰며 든 마음이 국민 대다수가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이 소설에 울분이 많이 들어있고, 소설 속 억압받는 인물들의 삶이 저와 다르지 않다.”

고 했다.

 

...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유와 평등을 갈망하던 조선후기 민중들과 민본사상으로 통치하겠다던 정조와 그 주역이라할 수 있는 정약용을 포함한 기득권 집단간의 괴리감. 이 구도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유발한다. 그 갈등을 대화로 풀어내기에는 그 시대가, 당시의 통치세력의 역량이 부족했다. 종교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 당시 민중들이 꿈꾸던 자유와 평등사상에 더 방점을 두고 읽으면 조금은 쉽게 다가올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은 읽기가 그리 녹록치 않다. 나 같은 경우, 앞에도 밝혔지만 너무 잘 아는 실존인물과 가상인물간의 지어낸 이야기에 몰입이 잘 안되었다. 왜냐하면 역사적 인물이다보니 내가 아는 지식한도 내에서 자꾸 비교 검증하려는 심리가 불뚝불뚝 솟아나서 방해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반부 즈음부터는 해탈해지기로 꿋꿋이 마음을 먹고 작전을 바꿨다. 아름다운 문장 찾기에 몰두하면 방해공작에서 좀 벗어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많이 건져서 글 서두에 써먹었다!! 심사평에서 심사위원이 고른 문장은 옮겨적지 않았다. 내가 고른 문장(마치 동영상 같은)이 따로 있어서 그 문장을 끝으로 이 리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부디 이 책이 난해하다고 중도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끝까지 읽어내면 분명 어떤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퀘스트를 깼을 때 레벨업 되거나 양질의 아이템을 득템하게 될 것임을, 우린 잘 알고 있다!!

 

변음이 울릴 때 도몽의 칼은 하얀 꽃잎이 되는 것 같았다. 김순의 칼에서 젖은 물기가 보였다. 김혁수의 칼 속으로 마른 바람이 불어갔다. 배손학의 칼에서 시경은 보이지 않았다. 이하임의 칼에서 살수는 사라져 있었다. 박해무의 비선무 위로 세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세자의 눈과 임금의 눈은 몹시 닮아 있었다. 저마다 칼은 다른 세계에 갓 피어난 꽃잎 같았다. 시간이 멎어 있었고, 오래전 세자 이선이 꾸었던 꿈속 같았다. 칼날 위에 꽃잎이 내렸다. 곷잎 위로 칼이 지나갔다. 꽃잎은 칼에 닿으면서 형체를 지웠다. - 변음과 함께 수천수만 마리 검은 나비 떼가 카메라 옵스큐라 안으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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