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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소설] 워터릴리 - 이보라 | 기본 카테고리 2017-06-2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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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세트] 워터릴리 - 제로노블 025 (총2권/완결)

이보라 저
제로노블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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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맨스 소설 중에서는 보기 드문, SF 분야의 작품이네요.
가상 시대물이나 판타지 등, 현대물이 아닌 모든 분야의 작품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SF 분야의 작품은 특히나 배경 설정이 중요하게 작용하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 말하는 거지만, 이 작품은 합격점을 줄만 해요.

이 작품은 현대 문명이 사그라든 이후의 미래 세계에 스팀 펑크적인 분위기를 차용함으로써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유전공학의 정수인 클론과, 먼 과거에서 끄집어내어 온듯한 증기 열차가 공존하는 세계죠.

물론 기본적인 틀에 대해서는, 굳이 따지고 들자면, 완전히 새로운 발상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확실하게 작가님의 손길이 더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이 만들어 낸 그 독특한 세계는, 이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구요.

이 작품의 세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님페아'예요.
그들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가 역시나 인간의 사정에 의해 버림받은, 인간 형태의 클론으로부터 진화한 존재죠.
진화 과정에서 그들은, 인간이 결코 대적할 수 없는 강한 힘을 갖게 되었구요.
인간이 가혹한 환경 하에서 살아가는 동안, 그들은 자신의 부모들이 유폐되었던 장소인 '워터릴리'에서, 당대의 인간들은 꿈꾸지도 못할 자신들만의 생활을 누리고 있어요.
인간을 하등한 존재로 여기면서요.

이 작품은 그런 배경 속에서, 인간인 여주인공 채차연과 님페아인 남주인공 레프 이바노비치 마야코프스키가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지구상의 모든 장소를 외울 정도로 지리학을 공부하고, 그 모든 장소를 직접 가보기를 꿈꾸는 여대생이었던 차연은, 인간들끼리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갑작스럽게 군인이 되어야 했어요.
차연은 인명을 빼앗아야 하는 군인으로서의 삶을 힘겨워했고, 그로 인해 군과의 마찰이 생겼죠.
그 결과 가혹한 고문 끝에 공식적으로는 죽은 사람이 되어 도망자로서의 삶을 살게 됐구요.

그리고 차연은 도피 중에 자신의 삶을 또 한번 바꿔버릴 만남을 갖게 돼요.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줄 상대인 레프와, 차연의 존재 자체를 바꾸어버린 '악령'과의 만남이에요.

레프가 악령에게 먹힐 뻔한 차연을 구해주면서 두 사람은 공동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처음에 그 생활은 차연에게만 의미가 있는 생활이었어요.
님페아인 레프는 인간인 차연을, 동등한 존재가 아닌 애완동물 쯤으로 여겼을 뿐이거든요.
그나마 애완동물 정도로는 생각해 주는 것도, 좋게 봐줘서 그렇다는 거죠.

차연과 레프의 만남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두 사람이 악령을 처치하는 고스트버스터 콤비라도 되려나 싶었던 초반부와,
차연에게 집착하는 남자 조연인 윤벽선과 대결하는 중반부와,
님페아와 인류간의 전쟁 위기를 저지하는 종반부까지 쭉 이어져요.
그러는 중에 레프는, 초반에 보여줬던 태도가 무색할 정도로, 한없이 차연에게 빠져버리구요.
물론 차연 역시, 레프만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레프에게 의지하고 레프를 사랑하게 되죠.

결론적으로, 매력적인 배경에 매력적인 인물들까지 더해진, 상당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어요.
일단 레프는 로맨스 소설의 남주로 각광받을 만한 조건을 모두 갖춘 남자예요.
자칫 식상할 수도 있는 설정이라는 약점을, 과하지 않을 정도로 느물거리는 성격이 보완해 주고 있구요.
그리고 차연은, 첫등장 때만 해도 약하디 약해서 주변에 폐만 끼치고 있을 사람으로 보였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의외로 외유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자신의 이상을 추구함에 있어서, 막무가내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능력과 주변 상황을 어느 정도는 고려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구요.

다만 두 사람의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가 둘이 있는데, 중후반에 이르기까지 생사불명으로 남아있던 레프의 약혼자인 로즈 테이라와, 남조인 벽선이예요.
사실 로즈와 레프의 약혼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연과 레프의 마음이 진전됨에도 불구하고, 로즈와 얽힌 진실 때문인지, 그 상황은 그리 껄끄럽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그런데 벽선의 일만은 꽤 깊이 마음에 남아 버렸어요.

원래 저는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집착남을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러면서도,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상처를 남기는 사람은 아주 싫어해요.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인정하지도 않구요.
이 작품 속의 벽선이 바로 그런 존재예요.
차연의 꿈을 꺽어 곁에 두겠다는 목적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길 정도의 가혹한 고문을 주도한 인물이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벽선에게는 신경이 쓰였어요.
벽선이 차연을 마음에 담게 된 그 상황이 사소하면서도 애틋하게 느껴졌기 때문일까요.
이어지는 전쟁 속에서 애초의 목적과 수단에 혼동을 느끼고 뒤틀려버린 벽선이 안타까웠어요.
제가 싫어하는 방향의 집착임에도 불구하고, 벽선의 감정만은 사랑이었던 걸로 인정해주고 싶을 정도예요.

만약 벽선이 차연에 대해 조금만 덜 집착했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뒤틀려버리기 전의 벽선은 차연을 애틋한 마음으로 아끼고 있었고, 차연 또한 벽선에 대해 호감을 품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벽선과 차연의 관계가 잘 풀렸다면, 차연이 배신자로 낙인찍혀 도망자의 신세가 되는 일도 없었을 수도 있어요.
그랬다면 차연과 레프의 만남도 없었을 테고, 차연이 주도적으로 님페아와 인간의 전쟁 위기를 막아내는 일도 없었을 수도 있죠.
그 결과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님페아에게 패배해서 더욱 힘든 삶을 살게 되거나 멸망하는 미래가 올 수도 있구요.
그런데, 그런 상황을 고려해 보아도 벽선과 차연이 애틋하게 사랑하기만 하는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은 들 정도로, 제게는 벽선의 존재감이 크게 다가왔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연과 레프의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들었다는 건 아니에요.
레프에게는 벽선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고, 레프와 차연이 보여주는 유쾌하고 가벼운 모습들도 좋았거든요.
그 덕분에 이 작품 속의 배경 상황이나 그들이 겪어내는 일들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반의 분위기는 대부분 가볍게 유지되구요.

사실, 자원이 고갈되고 오염이 심각한 미래의 지구 환경,
인간에게 버림받고 멸종의 위기까지 갔던 클론이 오히려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자리잡게 되기까지의 님페아들의 비정한 역사,
님페아와 인간의 전쟁 위기 등,
따지고 보면 암울한 요소가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그런 암울함에서 느껴질 수 있는 무게를 가볍게 해 주는 것이 레프의 존재죠.

여유롭게 보이는 레프에 의해 주도되는 레프와 차연의 관계, 님페아들이 보여주는 인간과는 조금 다른 성향들, 현실적인 생활 공간이라기보다는 놀이공원에 가깝게 느껴지는 워터릴리의 환경 등이 합쳐져서, 심각함과 가벼움이 공존하는 이 작품의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러한 분위기가 무언가 균형이 맞지 않는듯한 이질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제게는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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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만화] 굴욕의 레슨 - 수잔 매카시/하뉴 시온 | 기본 카테고리 2017-06-2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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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대여] [고화질세트] [할리퀸] 굴욕의 레슨 (전3화/완결)

수잔 매카시, 하뉴 시온 저
미스터블루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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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꿈이기는 했지만 결국은 생계 때문에 모델 일을 하고 있는 여주인공과,
크게 내세울만한 경력이 없는 여주를 대형 프로젝트에 기용해서 끌어올려주는, 명성 높고 영향력 있는 카메라맨인 남주인공의 이야기예요.
두 사람 사이에는, 여주가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연이 있구요.

그림작가 덕에 제법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던 작품이에요.
작가의 다른 작품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림체 역시 상당히 마음에 들었었구요.
이 작품에서도 확실히 그림체만은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이야기의 내용 면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럽네요.
작품의 초반부, 두 사람의 첫만남에서 보여주는 남주의 행동은, 아무리 봐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추행으로밖에 안 보여요.
실제 작업 현장에서야 어떨지 몰라도, 정식 모델도 아닌 미성년자에게 할만한 행동은 절대 아니었다고 생각되거든요.
미성년자에게 누드 촬영을 권유한 것부터가 바람직한 행동으로 생각되지는 않구요.

미국의 경우에는 성인이 미성년자에게 섹시하다 정도의 말만 던져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들었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원작 소설의 발간 시기가 1995년이니, 그 이후 2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국 사회가 극심하게 변했던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일본적인 정서를 가진 그림작가의 각색이 있었던 걸까요.

어쨌든 마음에 드는 그림체 때문에 끝까지 보기는 했지만, 초반부터 안 좋은 인상으로 시작해서인지, 그 이후의 내용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남주는 애초에 첫인상부터가 글러먹었고, 계속해서 남주에게 끌려가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여주도 별로였어요.
주변인물들도 대부분 별로였구요.

눈살 찌푸려지는 시작 탓에, 재미가 있다 없다를 따지기에 앞서, 불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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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만화] 사랑을 배신한 벌 - 리 윌킨슨/이노우에 에미코 | 기본 카테고리 2017-06-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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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고화질세트] [할리퀸] 사랑을 배신한 벌 (총3화/완결)

리 윌킨슨, 이노우에 에미코 저
미스터블루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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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여주인공 데보라와,
재력 있는 사업가인 남주인공 데이비드는,
각자의 오빠와 여동생의 결혼으로 인해 엮여있는 사돈지간이에요.
그리고 사돈지간이기 이전에, 과거의 약혼자 사이이기도 하죠.

하지만 두 사람의 약혼은, 데이비드와 자신의 친구와의 의심스러운 장면을 목격한 데보라가 떠나버림으로써 깨져 버렸어요.
그 이후로 데보라는 데이비드와의 기억이 있는 영국을 떠나 미국에서 일하고 있구요.
또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을 앞두고 있기도 하죠.

그런데 데보라 오빠의 사고를 계기로 데이비드가 다시 등장하면서, 상황이 변하게 돼요.
오빠를 보러 영국으로 돌아온 데보라는 계속해서 데이비드와 부딪히게 되고, 과거의 일에 오해가 있었음을 알게 되거든요.
데이비드는 자신을 믿지 못했던 데보라를 원망하며 앙갚음을 시도하구요.
데보라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되살아나는 데이비드에 대한 사랑 속에서 괴로워하죠.


일단, 기본적인 구조만 보면,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이야기예요.
독자의 입장에서는 여주의 친구인 클레어가 등장한 그 순간부터, 클레어와 데이비드와의 장면이, 클레어의 농간에 의해 연출되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죠.
그에 더해서, 결국엔 데보라와 데이비드가 과거의 오해를 풀고 해피엔딩을 맞게 되리라는 것까지도 예상할 수 있구요.

그런데 이 작품은 기본 구성의 식상함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상당히 자극적인 요소들을 부가적으로 포함하고 있어요.
일단은 클레어로 인해 얽혀있는 관계들이 상당히 막장스러워요.
데보라의 오빠가, 자신의 잘못을 묻어두기 위해, 여동생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3년이라는 시간을 계속 외면해왔다는 사실도 황당하구요.
데이비드가 데보라를 상대로 보여주는 강압적인 면들도, 도를 넘는다 싶을 정도로 지나쳐요.

어설프게 오해하고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데보라가 경솔하긴 했어요.
하지만 친구와 연인에 오빠까지, 가까운 사람들로 인해 계속해서 괴로워야 했던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수면 위로 드러난 진실로 인해, 과거와는 또다른 새로운 배신감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할리퀸을 보다보면 가끔 그 감정들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이 작품도 그랬어요.
진실들이 밝혀진 상황에서도 별 앙금없이 가족 모두가 하하호호 웃으며 화합하는 엔딩이, 저로서는 조금 납득하기 힘들었거든요.
결국 이 작품 속의 승리자는, 데보라의 주변인물들 모두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자기 이익을 챙긴 클레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보면서 느낀건데,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이노우에 에미코 작가님은 이 작품처럼 질척거리는 작품보다는 착한 작품들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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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소설] 촉촉한 당신 - 정경하 | 기본 카테고리 2017-06-1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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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세트] 촉촉한 당신 (총2권/완결)

정경하 저
신영미디어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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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의 여주인공 남유라는 이란상 쌍둥이인 여동생과 함께 차린 구두 쇼핑몰의 디자이너이고,
33살의 남주인공 류진태는 유라네 회사의 상품이 입점한 홈쇼핑사에 새로 취임한 사장이에요.
유라와 진태는 같은 대학의 동아리 선후배 사이로, 유라에게 진태는 첫경험의 상대이기도 해요.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진태의 미국 유학으로 인해, 이렇다할 시작도 없이 끝나버렸죠.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이어지게 돼요.
억지로 나가 맞선을 보던 장소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폭염 속의 길가에서, 업무상 협의 자리에서,
두 사람의 예기치 않았던 마주침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그 마주침들은 두 사람 사이에 잠재되어 있던 불꽃을 다시 피워올리거든요.

하지만 유라는 주체할 수 없이 진태에게 끌리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진태와의 관계를 이어나갈 생각은 없어요.
부모로 인해 입은 마음의 상처가, 유라로 하여금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만들었거든요.
진태와의 과거 역시 유라의 상처를 키웠구요.

그런데 자꾸 물러나려고만 하는 유라에게, 진태는 부담 없이 만나고 가볍게 끝내는 일시적인 연애를 제안하네요.
고민하던 유라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구요.

그렇지만 그 후에 이어지는 상황들이 뭔가 미묘해요.
가볍고 뒤끝 없는 연애를 제안했던, 바람둥이의 표상인 것만 같았던 그 남자 류진태가,
애면글면하면서 유라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알고보니 진태에게 유라는, 10년간을 놓치 못했던 첫사랑이더라구요.


저는 원래 정경하 작가님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고, 이 작품에서도 정경하 작가님다운 부분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재미있는 부분들도 있었고 웃긴 부분들도 있었죠.
하지만 기대치에는 조금 모자랐달까요.
아니면 2권까지 될만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해야할까요.

이 작품은 10년만에 이루어진 첫사랑과의 재회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예요.
사랑을 거부하는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와의 공방전이구요.
결과는 당연히 해피엔딩인데, 그 과정이 많이 길었네요.

두 사람이 밀고 당기는 과정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어요.
각각의 에피소드들만 놓고 보면 재미있는 것들도 꽤 있는데, 그 분량이 정말로 너무 많았어요.
그렇게 끝없는 밀고 당김이 이어진 탓에,
유라는 어이없이 오락가락하는 우유부단한 여자가 되어버렸고,
진태는 말도 안되는 유치한 고집을 부리는 남자가 되어버렸죠.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는 바람에 오히려 주인공들의 매력이 깍여나간 셈이에요.
출연 분량이 적었던 주변 인물들이 차라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이 역설적이죠.

하지만 기본 설정은 나쁘지 않았어요.
진태의 반전도 마음에 들었구요.
사실 첫 등장 때만 해도 진태는 영락 없이 순진한 어린 후배를 농락한 나쁜 남자의 이미지였거든요.
자동차 안에서 나눈 첫경험의 기억만을 남긴채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버린 남자라니,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일 아닌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진태도 나름대로는 순정남이더라구요.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았던 과거에도,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유라를 찾지 않았던 데에도, 진태로서는 그럭저럭 이유가 있었구요.
그 이유라는 게 조금 억지스럽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진태 역시 어렸으니까요.
진태 부친의 황당한 개입도 한 몫 했구요.

비록 과거가 안 좋기는 했지만, 현재의 진태가 유라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마음에 들었어요.
유라의 불확실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헌신적인 태도로 유라를 대하거든요.

솔직히 사랑에 대한 유라의 철벽은, 좀 과하다는 생각에 짜증이 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사정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는 해요.
유라의 친부라는 사람은 정말이지, 낳는다고 다 부모는 아니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사람이었거든요.
그 아버지는 언급될 때마다 열받게 만들더니, 나중엔 그 가족까지 등장해서 진상을 떨더라구요.
그나마 그런 상황 덕에 유라가 과거를 떨쳐버릴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열받는 상황에도 어느 정도는 유용한 면이 있었다고 봐야하는 걸까요.

어쨌거나,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유라는 결국, 진태의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돼요.
그리고 오랜 세월 쌍둥이 여동생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유라에게, 사랑을 쏟아주는 새로운 가족이 생기게 되죠.
슬하에 진태를 닮은 아들 3형제만을 두게 된다는 점에서 살짝 빛이 바라기도 하지만, 그래도 유라와 진태의 앞에는 충분할 정도로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날들이 펼쳐지게 되구요.

사실 이런 식의 전개는 로맨스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거의 환상에 가까운 결말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주인공들이 행복해지는 이야기는 언제 봐도 기분이 좋으니까요.
결말까지의 과정이 모두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지만, 그들의 행복한 생활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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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만화]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 샤론 켄드릭/후지오미 미야코 | 기본 카테고리 2017-06-1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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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고화질세트] [할리퀸]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총3화/완결)

샤론 켄드릭, 후지오미 미야코 저
미스터블루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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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집필하는 영국 여자 몰리 가르시아와,
가업인 호텔을 경영하는 그리스 남자 드미트리 니카로스의 사이에는,
15년 전 그리스에서 나누었던, 짧았던 사랑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어린 시절의 사랑은 좋지 않게 끝나버렸고, 그 후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아왔죠.
두 사람 모두 결혼을 해서 각자의 가정을 꾸리기도 했었구요.
비록, 몰리는 이혼으로 드미트리는 사별로, 결혼이 끝나버리긴 했지만요.

그런데, 15년간 서로의 소식조차 모른채 살아왔던 두 사람이, 드미트리가 몰리의 옆집을 잠시 빌리면서 재회하게 돼요.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는 15년 전의 감정이 되살아나게 되죠.


흔하다면 흔한, 그리스 남자가 등장하는 재회물이에요.
그런데, 원작 소설 자체가 그런건지, 만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였는지, 드미트리의 모습이 좀 비열하게 느껴졌어요.
당연히, 그다지 마음에 든다고는 할 수 없는 이야기였구요.

실제 그리스 인들의 실태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할리퀸 작가들이 그리스 남자를 등장시킬 때는 남주의 양다리를 정당화(?) 시킬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남주가 가족이 인정하는 공식적인 상대를 따로 둔 채로 여주와 사랑을 나누는 상황을, 그리스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인 것처럼 표현한달까요.
결국은 그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일 뿐인데 말이죠.

이 작품 속의 드미트리 역시 그런 행동을 하고 있어요.
가족이 인정한 여자와의 약혼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인인 몰리와 사랑을 나누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몰리에게 사정을 밝히지도 않고, 약혼을 거부할 생각도 없었다는 점에서, 드미트리의 행동은 사랑이라고 보기에도 힘들지만요.

게다가 잘못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나 현재에나, 몰리를 대하는 드미트리의 행동은 적반하장 격이죠.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드물게도, 여주와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남주였어요.

그런데 유유상종이라고 해야 하나요.
몰리는 과거의 상처와 드미트리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드미트리에게 슬슬 끌려가기만 하네요.

두 사람은 대단한 사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별로 공감되지 않는,
그다지 즐겁지 않은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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