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정말 수다쟁이다. 또래보다 말이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을 잘해 놀랄 때가 있다. 그런 우리 아이는 밖에 나가기만 하면 입을 딱 다물고 빙그레 웃기만 해서 말 못하는 아이로 오해 받는다. 가족들과 있을 때는 어딜가든 무엇을 하든 적극적이라 어린이 집에 가면 신나게 잘 지낼 줄 알았는데 적응이 심하게 어려웠다. 이렇게까지 보내는 게 맞는가 고민하며 1년을 보냈는데 또 유치원을 올라가면서 반이 바뀌자 또 적응에 어려워하고 있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외향적인 것이 하나의 능력으로 인식되는 요즘 사회에서 어찌 해쳐나갈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그러던 차에 <내성적 아이의 힘>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되었다.
이정화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은 내향성을 타고난 아이들을 억지로 고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펼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고치는 것'이 아닌 '이해하는 것'이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기본 자세라 생각하기에 그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아이가 내성적인 아이인지, 말하지 않는 아이의 속마음은 무엇인지, 부모와 아이의 성향, 아이의 강점 바라보기를 지나 아이를 더 성장하게 하는 부모의 훈육법과 자세를 소개하는 식으로 글이 흘러 간다. 마지막엔 내성적인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고민할만한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고민에 대한 조언을 해 준다.
읽는 동안 느낀 점을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내 이야기 같았다.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읽은 책이었는데 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했다. 밖에 나가서 우물쭈물 말 안 하고 새로운 환경에 접할 때마다 힘들어 하는 나를 부모님은 바보라고 나를 뭐라고 하셨다. 우리 애가 원래는 안 그런데 말도 잘하고 똑똑한데 이런다고 얘기하던 부모님이 생각났다. 물론 부모님도 적극적이고 활달하게 잘하던 아이가 나가서 못하니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셨겠지만, 그 장면들이 아직도 마음에 있을 정도로 상처였던 것 같다. 집에 있고 싶은데 많은 곳을 다녀야 한다고 데리고 나가실 때도 많이 힘들었다. 의도치 않게 이 책을 통해 그런 환경에서 상처 받았던 내가 위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나쁜 것이 아니었어, 잘못한 게 아니었어, 내 장점이었어. 하는 위로말이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파트는 부모와 아이의 성격궁합이었다. '외향형 부모와 내향형 아이', '내향형 부모와 내향형 아이', '외향형 부모와 외향형 아이', ' 내향형 아이와 외향형 아이'로 부모와 아이의 성향에 따른 주의점을 이야기 한다. 나와 아이는 '내향형 부모와 내향형 아이'라 할 수 있다. p.109 부모와 자녀의 성향이 맞다는 것은 축복할 일이다. 서로의 코드가 맞고, 함께 즐길 거리가 있으며, 이심전심 마음이 통할 것이다. 내향형 부모와 자녀는 집에서 하루 종일 같이 영화나 책을 보고 음악을 들어도 심심하지 않다. 특히 부모가 내향적 특성을 갖고 있더라도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는 진심으로 이해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서서히 적응하면서도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 파트를 읽고 역시 아이에겐 좋은 부모의 모습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이처럼 좋은 아이를 이해하는 부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부모자식이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p.110 문제는 스스로 적극적이지 못하고 사교적이지 못한 것을 힘이라고 생각하는 내향형 부모이다. 특히 요즘같이 자연스럽게 친구 모임을 갖기 어려운 시대에는 내향형 아이가 더욱 걱정스러울 것이다. (생략) 그러나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활동적으로 놀아주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생략)내향형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은 특유의 활력을 갖고 있다. (생략) 문제는 아이라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런 활력을 내향형 부모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를 봤나 싶을 정도로 우리집 이야기 같았다. 내향적인 우리 아이지만 몸을 타고 놀고 놀이터서 뛰어놀려고 하고 하는 아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한 번씩 있다. 난 위험하다고 잔소리만 하고 아이는 맘껏 못놀아 속상해 하며 돌아온 적도 많아서, 반성해 본다.
내성적 아이는 지금의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는 안 맞을지 모르지만,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공감하지 않는 사회에서 다른이의 감정을 살펴 주는 사람,호기심 가득하여 집중하는 사람, 신중함과 창의성을 가진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내향적인 아이들을 다그치지 말고 지지해 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 된다. 아이를 내 생각에 가두려고 할 때 마다 이 말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p. 74 모든 아이는 다 옳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