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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 코다>의 한 장면

 

 

1980년대 미모의 인기 스타, 1990년대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던 전위적인 예술가, 2000년대 실천하는 사회운동가로 알려진 류이치 사카모토坂本龍一는 존재감이 예사롭지 않다. 성공적인 삶을 산 일본인 음악가가 아니라 진보적인 세계인의 일원으로서 뚜렷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다큐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코다>는 미국의 감독 스티븐 쉬블 감독이 앨범 작업을 하는 세계적인 작곡가의 기록으로 기획했다가, 촬영 도중 류이치가 인후암 3기 판정을 받고 활동을 중지하자 그의 삶과 일상 전반을 다루는 방향으로 완성한 100분짜리 영화다.
 
류이치 사카모토란 이름이 낯설다 해도 1987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오리지널 사운드 작곡가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그래미를 석권한 사람이란 것을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더 가까이는 2015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음악을 떠올리면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이 다큐 영화의 부제 ‘코다coda’는 한 작품의 끝, 악장의 결미로서 덧붙은 부분으로 ‘꼬리’란 뜻의 이탈리어에서 따온 것이다. 문학 쪽에서 코다는 에필로그(epilogue)로 부르기도. 류이치 사카모토가 삶이 저무는 지점에서 듣고 싶은 음악, 40년 음악 인생 가운데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의 영화이기도 하니까, 부제로서 정확한 의미를 내포한 듯하다.
 
영화에서 사카모토는 영화배우로서 강렬한 이미지보다 암 투병을 하면서 잘 늙어가는, 아니 의연하게 삶을 완성해가는 ‘백발 예술가’의 절정을 보여준다.이런 말이 용인된다면(아픔을 겪고 넘어선 사람에게 너무 쉽게 말하는 것 같아서 표현하기 저어되지만) ‘2막 인생’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삶의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진보하는 세상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추운 날씨에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다가 딱딱하게 굳은 손가락을 비비며 웃는“좀 더 열심히 날마다 손가락을 움직이려고요.그렇게 해야죠”라고 말할 수 있는 예술가.
 
현재 서울 남산의 갤러리 <피크닉piknic>에서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전시회 <life, life>가 한창이다.얼마 전 서울에 온 사카모토는 남북정상회담에서 화제가 된‘평양냉면’이 먹고 싶다며 좌식 냉면집에서 냉면 한 그릇을 시원하게 비우는 퍼포먼스 같은 사랑스러움을 보여주었다.예술가적인 까다로움보다는 인생의 원숙함이 돋보이는 면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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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 코다>의 한 장면

 
죽음을 맛본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제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율한 악기의 소리보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내어놓는다. 동일본대지진 사태로 쓰나미에 잠겼던 피아노를 어루만지며 음을 낸다. 일명 ‘쓰나미 피아노’는 자연이 조율해준 것이 아닌가 하면서. 당시 동일본대지진 폐허 지역을 찾고, 환경운동을 지지하며, 맨해튼에 살던 시절 목격했던 9.11테러 현장 경험을 토대로 인류의 삶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운동가로 활동한다. 동일본대지진 대피소에 찾아가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를 연주하는데, 피난민의 절망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조금씩 위로의 빛으로 젖어가는 영상은 표현할 수 없는 깊이를 갖는다.
 
젊은 시절 실험적인, 테크니컬한 음악에 심취하기도 했던 류이치 사카모토는 지금 자연의 소리를 낚기 위해 노력하는 음악가가 되었다. 집 현관 바깥에서 듣는 빗소리, 깊은 숲속의 소리, 무생물 소리들, 북극에서 얼음이 녹아내리는 소리를 채취한다. ‘나는 음악을 낚고 있어요’라며 천진한 얼굴로 자연의 소리에 감동하면서.
 
류이치 사카모토가 폴 볼스(Paul Bowles)의 소설 『마지막 사랑The Sheltering Sky』  중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삶이 무한하다 여긴다”는 문장을 읽는 대목은 잊을 수 없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영화화한, 동명의 영화 장면이 그 순간 흘러간다. 문학이 영화가 되고 예술이 되어 음악가의 목소리로 영화관의 관객에게 전달되는 순간의 절묘함.
 
류이치 사카모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을 무한하게 만드는 음악을, 나는 언제나 듣고 싶어요.그러니 날마다 손가락을 움직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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