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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눈사람 자살 사건] | 취중잡설 2019-09-3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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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 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 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눈사람 자살사건> 최승호 (눈사람 자살 사건(2019))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아니 많은 일도 없었다. 그러나 너무도 힘들 때가 있다. 몸은 피곤하고, 정신은 지쳐 있음에도, 텅 빈 새벽. 잠들지 못한 채 물끄러미 나를 둘러본다. 이대로 모든 것을 멈추고 싶은 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니면 내가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알 수 없다. 이대로 사는 일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루하루 투닥 거리며, 미워하고 미움 받고, 주고 받는 일이 삶이라면,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나쁘지 않겠지만, 분명히 나에게는 나쁘다. 이렇게 잠 못 들고 있지 않은가. 이래도 나쁘고, 저래도 나쁘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찬물을 틀어도 죽고, 따뜻한 물을 틀어도 죽는다. 눈사람인 이상, 물을 틀지 않아도 점점 죽어간다. 나 역시 마찬가지. 다만, 수도꼭지를 틀 용기조차 없을 뿐. 결과는 같다. 오랫동안 벌벌 떨며 살았고, 앞으로도 녹아가는 손발을 보며 벌벌 떨겠지. 오늘도 수도꼭지만 바라본다. 녹아내리는 손이 이제는 저 수도꼭지를 쥘 수조차 없음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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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임건순] 그렇기에 바로, 지금, 여기서 | Memento 2019-09-2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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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임건순 저
서해문집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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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당장 이룰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바로, 지금,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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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배운 제자백가는 초,,고를 거치며 역사와 도덕시간에 배운 엑기스들이 었다. 말이 엑기스지 사실상 맥락을 제외한 문장과 단어들의 조합이었다. 시험에 나오는 단어와 문장들을 외우며 졸음과 싸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이 사람들의 사상과 고민들이 이 시대에 과연 유효하기나 한 생각인지. 그런 거창한 생각은 접어두고 당장에 내일 시험에 틀리지나 않았으면 했다. 공간과 시간의 거리가 먼 역사(사상)인데, 거기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지식이 머리에 들어올 리 없었다. 게다가 왜 그렇게 비슷해 보이고 재미는 없는지... 대학교에서 다른 관점을 배웠지만 한자를 번역하며 배워야 했기에 해석에 급급할 뿐이었다.

  제자백가를 새로이 보게 된 처음의 기억은 EBS 다큐프라임이었다. 신년특집 다큐프라임 <절망을 이기는 철학 : 제자백가> 6부작에서 제1묵자, 정의 없는 세상에 분노할 때편은 개인적인 충격이었다. 어린 마음에 나름 역사에 대해서 이것저것 주워들었다고 자부했건만, 생소할 따름이었다. 스스로의 필요성, 호기심에 따라 한 두 권씩 책을 주워섬기게 되었다. 춘추전국시대라는 절망적인 상황, 이 절망 속에서 사상가들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경이적이었다. “올바른 공동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가지고 올바른 공동체는 무엇으로 이뤄지는가.”로 투쟁하는 그들의 삶은 전혀 이질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과거의 고민은 아직도 유효하다. 올바름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공동체는 올바른가. 우리의 공동체는 무엇으로 올바르게 할 수 있는가.

  전쟁으로 고통스러웠던 시기가 오히려 사상을 촉발 시켰다. 생존으로 고민하는 지금, 새로운 생각을 하기 가장 좋은 시기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랜 생각들을 실천해보거나. 살기 쉬웠던 시절은 없다. 역사의 법칙들이 대부분 틀리고, 역사적 사실들이 오류투성이겠지만, 이 사실은 명확하다. 그렇기에 바로, 지금, 여기서 노력해야 한다. 바로, 지금, 당장 이룰 수는 없지만, 그러한 노력, 생각, 고민들이 공동체를 올바르게 만드는 힘이다.

  사람마다, 정치색마다 생각하는 바는 다르다. 지향하는 올바른 공동체도 다르다. 하지만 결과는 같다. 그것을 잊지 말고, 함께 하는 공동체, 진정한 엑기스를 모은 공동체가 되기를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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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실용주의자 관중의 부유한 공동체

가난한 인민은 국가가 통치할 수 없다, 가난한 인민에게 국가에 순응하고 충성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p.92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증오심을 얼마나 잘 통제하고 억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 그것 역시 문명 수준을 판가름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p.120

관중 같은 인본주의 없는 실용주의자라고 해도 이렇게 사회의 생산력을 고갈시켜만 가는 한국 사회를 보면 최악의, 최저질의 실용주의 사회라고 할 것입니다. 아니 , 실용주의도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p.126

2장 인본주의자 안자의 여민동락 공동체

위정자는 측은지심을 기초로 하여 여민동락의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정치 이상, 그말의 원조는 안자 p.170

6장 유묵의 장수 오기의 부자지국, 부자지병 공동체

국가를 둘러싼 울타리가 얼마나 튼튼한가 하는 문제 못지않게,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 통치가 이루어지고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p.342

7장 국가주의자 상앙의 국력 극대화 공동체

특별히 주목할 것은, 상앙은 인민이 법을 잘 알아서 그 법으로 관리의 횡포에 대항하고, 법으로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지킬 수 있도록 법치 체계를 기획했다는 것입니다. ... 법술지사들이 주장하고 실행한 법(p.425)치라는 것이 기존의 체제보다는 인민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사회 진보와 선진화를 이끄는 것이었다는 사실 p.426

8장 대장부 맹자의 항산, 항심, 지식인 공동체

항산이란 안정된 생업, 일정한 생업의 기반인데요. 그것을 우선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일정한 생업이 있어야 항심이라는 한결같은 마음, 착한 마음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p.457 ... 인민에게 항산(생업)을 보장해주는 통치부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p.458

9장 상대주의자 장자의 양생 공동체

그놈이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우린 지금껏 이런 교육만 받아왔습니다. 도구적 이성만을 특화하는 교육이지요. 항상 어떻게?’라는 질문만을 하게 하는 교육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 비판적 이성을 교육해야 합니다.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해야지요. “왜 공부를 해야 할까?” “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할까?” “왜 돈을 벌어야 할까?” 그래야 무엇이든 상대화해볼 수 있고, 회의도 해볼 수 있습니다. 거리를 둔 채 바라보면서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또 무엇을 밖에서 강요하고 요구하든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그래야 자각적, 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p.545

13장 구세의 선비 한비자의 민본주의 공동체

지도자의 성격이 강하고 유순하고,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저 사람만 믿고 따르면 되겠구나하는 인식이 조직 구성원에게(p.788) 생겨야 지도자의 세가 확고해집니다. p.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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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아이들-타냐 스키] 연좌제, 역사의 방파제 | Memento 2019-09-2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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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나치의 아이들

타냐 크라스냔스키 저/이현웅 역
갈라파고스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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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친일파 후손들 역시 어떤 생각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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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3조제3항은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연좌제는 동서양, 고래를 막론하고 시대를 지배해온 제도다. 1894년 갑오개혁 때 범인 이외에 연좌시키는 법은 일절 시행하지 마라(罪人自己外緣坐之律一切勿施事)”는 칙령을 통해 연좌제가 폐지되었지만, 전쟁과 이념 갈등 속에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다가, 5공화국 헌법에 명시되었다. 연좌제의 역사가 오랜 이유가 있을 법도 하다.

단연 첫 번째 이유는 통치체제의 안정을 위함이다. 정적을 제거하고, 반란의 씨앗을 영구히 제거할 수 있다. 더불어 귀족과 민중을 통제하고 제어할 주요한 명분이자 수단이 된다. 매우 실용적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생존을 위함이다. 첫 번째 이유에서 파생된 문화적인 측면이다. 연좌제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대상자들과 극단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 괜히 피 보지 않으려면 멀리 떨어져야만 한다. 나와의 관련성을 지우고, 격렬한 거부 반응을 보여야만 한다. 이것들이 문화적으로 각인되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간 본연의 성품(?)에 기인할 수 있다. 인간은 본인과 다른 대상은 본능적으로 거부하기 마련이다. 편을 가르고, 경계를 만들어 안정감을 얻는다.

그럼에도 연좌제는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패배는 곧 죽음이었지만, 반전도 있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연좌제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패자들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복수를 통해 패자에서 승자의 영광을 되찾기도 했다. 연좌제가 폐지된 지금, 이러한 패자들은 우리 곁에 함께 숨 쉬고 있다. <나치의 아이들>은 이런 패자의 자식들, 과거라면 연좌제의 대상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SS와 게슈타포의 수장이자 홀로코스트의 제1 공적자인 하인리히 힘러부터 수용소 내에서 죽음의 천사로 불리며 잔혹한 생체실험을 했던 요제프 멩겔레의 자녀들의 삶과 행적을 훑어준다.

역사적 대죄인의 자녀들에게 책임만을 묻기는 잔인하다. 업보이자 운명이라면 달리 할 말이 없다. 분명한 사실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대죄인의 자녀로 태어난 삶은 자신들이 선택하고, 행동한 결과가 아니다. 결국 연좌제 외에는 그들을 벌할 방법은 없다. 존재 자체가 문제라면,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부모에게서부터 자신에게 이어진 역사적 책임 앞에서 어떤 태도를 지니고 살아야 합당한 것일까. 누가 그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그들에게 책임은 있기는 한 걸까. 현대 역사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대한 책임이 있는 범죄자의 딸이고 아들(p.8)의 삶은 어떠해야 할까.

끝없는 갈등 속에서 선택적인 수용과 거부를 통해서 자신들의 삶을 꾸려야 한다. 아버지와 과거를 수용하고 현재를 거부하거나, 부모를 거부하고 역사와 현재를 수용하거나, 자신을 거부하고 새로운 세상을 수용하거나 가족의 역사를 무시할 수 없. “가족의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 (p.560)” “죄를 물려받지는 않지만 우리 조상의 죄로 생겨난 결과는 물려 받는다(p.479)” <나치의 아이들>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아버지와 대면한 자식들의 고통과 고뇌를(p.565)” 여실히 보여준다.

참상은 다른 형태로 다시 생겨날 수 있.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정당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역사는 반복하지 않지만, 양상은 반복된다. 그렇기에 역사가 중요하다. “나치즘에 대해 후세에 완벽히 전달(p.557)”하여 역사의 방파제를 만들어야 하듯,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옮긴이도 번역하면서 우리나라를 떠올렸다 한다. (p.568) 주요 친일파 후손들 역시 어떤 생각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개인정보 등 여러 가지 제약이 있겠지만, 흥미로운 주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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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보다 무서운 건 평범한 사람들이다. p.8

프리모 레비 괴물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진정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에는 그 수가 너무나 적다. 그런데 더 위험한 존재들이 있다.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다.” p.22

인간들 사이에는 절대적인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상에 중심적인 토대를 둔 나치즘 특유의 개념으로 말미암아, 이런(p.83) 남자들은 보편적인 도덕을 무시하면서도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p.84

자식들의 경우에는 정신적으로 방어하려는 성향이 유독 강하다. p.98

볼프 뤼디거 헤스에게 프랑크의 아들은 병리적인 사례였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니클라스의 증오가 전적으로 추잡하다고 여겼다. 이와는 반대로 니클라스 프랑크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아버지의 무게로 인해 운명이 짓이겨진 볼프 뤼디거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니클라스 프랑크는 루돌프 헤스의 무기징역형을 두고 이 지점에서 헤스의 아들은 나보다 짊어져야 할 짐이 더 무거웠다. 그의 운명은 더 무겁다.”라고 생각했다. p.230

루돌프 회스 나의 소중한 아들 클라우스야, 너는 장남이란다. 너는 이제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자리를 갖게 될 거다. 너는 살면서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 (p.406) 너는 훌륭한 능력을 지녔다. 그것을 잘 이용하려무나. 네 선한 마음도 간직하거라.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열의와 인간성이 너를 인도하도록 만들거라. 오로지 양심에 따라 너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법을 배우거라. 어떤 것이든 비판적인 정신 없이, 그리고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지 말거라.” (p.407)

(라이너 회스)는 현재 극우 조직들이 히틀러의 독일 때보다 더 잘 조직되어 있고, 국가들이 역사로부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p.420

우리는 죄를 물려받지는 않지만 우리 조상의 죄로 생겨난 결과는 물려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지는 자세로 행동하고 재산을 강탈당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소유물을 돌려주는 것이 각자가 해야 할 일이다. p.479

빌리 브란트(독일 총리) “인간이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입니다.” p.551

노르베르트 프라이(역사가)가 강조하듯이, 역사와 홀로코스트의 영향을 견딜 수 있기까지는 몇 세대가 지나야만 할 것이다. 실제로 알다견뎌내다는 구분해야 한다. p.551

어쨌든 모든 이들은 나치의 자식이라는 사실과 대면해야 했다. p.555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나치즘에 대해 후세에 완벽히 전달하는 일이다. 참상은 다른 형태로 다시 생겨날 수 있으며, 새로운 극단주의가 부상한 것이 그 증거다. 히틀러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그가 집권할 수 있게 했던 상황과 유사한 사건들이 생겨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과거가 모든 방면에 걸쳐 있는 극단주의를 방지하는 방파제가 될 수 있을까? 히틀러 청년대에서 활동한 세대는 사라져가는 중 인데다, 그 이후로 이미 4세대가 지났다. 이제 그러한 사회적, 경제적, 법적 환경에서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더이상 금기시되는 일이 아니다. p.557

그들이 지닌 유일한 공통분모는 가족의 역사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가족의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 p.560

이 책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아버지와 대면한 자식들의 고통과 고뇌를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있다. p.565

이 글을 옮기면서 이따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하곤 했다. 주요 친일파 후손들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 나치의 자식들과 비교할만한 점이 있을지 궁금했다. p.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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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압축한 딱 한 줄-김건호] 사람을 담은 딱 한 줄 | Memento 2019-09-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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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생각을 압축한 딱 한 줄

김건호 저
끌리는책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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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담은 딱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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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에서 일을 한다는 사실은 끊임없이 문서를 생산하고 기록하는 행위의 연속이다. 특히 사무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끝없는 문자와의 싸움이다. 숫자와 단어들 사이에서 방향을 잡는 일도 어려운데, 이를 가급적 짧게 표현해 내는 일이 능력이다. 게다가 넘쳐나는 문서의 틈바구니에서 관리자들의 눈에 띄려면 불가피하게 한 줄의 위력이 필요하다.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한 줄 말이다. 어쨌건 관리자라면, 그 한 줄이 없어도 내 보고서를 읽을 수 밖에 없다. 본인이 이끌고 있는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관리자가 일반 고객이나 시민이라면?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에 고생해서 만든 사업과 정책, 물품에 관심을 가져줄까? “엄지는 냉정(p.23)” 하다.

  소통과 공감의 시대다. 공공과 시장에 있어 최대의 화두다. 둘의 목적은 명확하다. 공공이나 시장 모두 물건 또는 정책을 팔아야 한다. 이것이 고객 또는 시민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것임을 알려야 한다. 여기에 공공(선출직의 목숨이)과 시장(회사의 존폐가)의 명운이 달렸다. 문제는 공공, 시장의 목적과 고객, 시민의 목적이 다르다. 양상은 두 가지다. 고객과 시민이 (아직은) 필요하지 않거나, 필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즉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너무 많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소통과 공감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데다, 그 대상과 메세지가 너무 많다. 정보의 과잉이다. 공공의 영역을 살펴보면, 우리의 일상에 가장 가까운 지방자치단체만 200여 개가 넘는다. 여기에 중앙부처, 공기업 등을 합치면 족히 천 여개는 넘을테다. 그나마 조직의 숫자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다. 시장의 영역이라면 일반 자영업까지 포함했을 때, 정확한 숫자를 가늠키도 어렵다.

  해법은 세 가지다. 양으로 승부하거나, 질로 승부하거나, 그 양자의 적절한 조화. 양으로 승부하는 경우, 한계는 명확하다. 모든 채널을 본인 이야기로만 채울 수가 없다. 채널이 너무나도 많고, 실시간이기 때문에 항상 본인들만의 정보로 채운다는 목표 자체가 달성 불가능하다. 설사 달성 가능하더라도, 소통과 공감을 역행하는 행위다. 피로감, 반감은 당연한 결과다. 반대로 질로 승부하는 경우에는 주목도가 문제다. 아무리 보석이라도, 발견되지 못하면 돌덩어리일 뿐이다. 누군가는 알아줘야 한다. 그래야만 보석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다. 결국은 이 양자간의 조화가 문제다. <생각을 압축한 딱 한 줄>의 저자는 공공과 시장에 모두 근무하며 쌓은 노하우를 알려준다.

  양과 질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 “결국 사람’(p.48)”이다. 유행어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포지셔닝에 대한 이야기, 셀프 디스의 방법 등등 현장에서 활용했던 다양한 경험들은 분명 유용하다. 책에서도 이러한 노하우들을 실재 활용하고 따라할 수 있도록 예시들을 자세히 들어주었다. 저자가 제시한 대로 한 두 번씩만 고민해 본다면 충분히 연습이 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사실 사람이 만든 한 줄이 사람을 움직여야(p.77)”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면 모든 노력이 허사일 따름이다. 방법의 문제를 고민하다 보면, 목적의 문제에 다다른다.

  소통과 공감의 시대. 하지만 진정한 소통과 공감은 무엇일까. 재미있고 웃긴, 자극적인 방법으로 눈에 번뜩이는 것? 대량의 정보를 끊임없이 쏟아내어 각인시키는 것? 방법은 분명 다양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방법은 변한다. “네티즌이나 소비자에게 힘으로 맞서는 시대는 지났(p.62)”.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목적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목적과 당신의 목적이 다르기에 생기는 문제라면, 공통의 목적을 찾아내야 한다. 그 목적지를 함께 찾아가는 방법이 소통과 공감이 아닐까. 저자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을 담은 딱 한 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목적에 동의하기에 좋은 한 줄이 나오지 않았을까. “‘누구의 입장에서 한 줄을 쓰는가’ (p.527)”, 그리고 무엇으로 한 줄을 쓰는가. 사람. 핵심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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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에는 엄지가 권력입니다. (p.20) ... 엄지는 냉정합니다. p.23

유행어는 요리에 쓰고 후추 정도로 생각하고 살짝 끼워주는 게 좋습니다.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주는 심지로 한 줄을 먼저 잘 잡으면 이런 문제들이 자연스레 해결됩니다. 반짝 뜨기 위한 한 줄이 아니라 굳건한 힘이 되어주는 스테디셀러 같은 한 줄 말입니다. p.33

세상을 차갑게 만드는 것도 따뜻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 p.48

네티즌이나 소비자에게 힘으로 맞서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여유와 포용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p.62

좋은 한 줄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장에는 각자의 제품, 브랜드가 처한 포지셔닝에 입각하여 경쟁관계와 기타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둔 다른 한 줄이 필요한 경우가 많거든요. p.70

아무리 트렌드가 쉽게 바뀌고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p.76) ... 사람이 만든 한 줄이 사람을 움직여야 합니다. 보듬어주어야 합니다. p.77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한줄의 용기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p.93

좋은 한 줄(p.112)은 우선 만드는 사람의 역량과 소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평가하고 결정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면 이 사람의 보는 눈과 더 나은 안으로 발전시켜줄 수 있는 역량 또한 중요합니다. p.113

셀프디스는 잘 쓰면 효과적이지만 자칫 잘못 쓰면 가식이 되고 맙니다. p.119

포장이 안 된 날 것 그대로의 충격은 안 하느니만 못하므로, p.127

이슈가 되는 한 줄보다는 뒷말이 안 나오는 한 줄로 안전하게 가려는 습관이 사람들의 심리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p.138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줄을 쓰고 싶다면 타깃을 바꿔보세요. 화자를 바꿔보세요. 관점을 바꿔보세요. 감정에 호소해보세요. p.139

한마디로 뭐야?” 이에 대한 답을 한 줄로 만들어내는 것. 평소에 많이 연습해 두기 바랍니다. p.434

사람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거나 의도한 대로 유도하는 설득, 공감 커뮤니케이션의 한 줄에 가깝습니다. p.525

민간은 물론 공공의 사례도 다양하게 등장. ...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공감하게 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미션은 공공과 민간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p.526

누구의 입장에서 한 줄을 쓰는가’ p.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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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정유정, 지승호]정유정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 | Memento 2019-09-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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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지승호 공저
은행나무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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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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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세 가지 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천재인 경우, 삶의 경로, 혹은 운명적으로(보기에 따라 타고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펜을 쥐게 된 경우,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이야기를 업으로 살아가는 경우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이야기꾼은 마지막 유형이다. 글을 쓰는 행위가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인지는 누구나 경험한다. 마지막 유형은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고 어쩌면 우리보다 더한 고통 받는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김훈 작가는 <칼의 노래>를 쓰면서 이가 8개나 빠졌다는 하니 아무나 작가가 되는게 아닌가보다.

이가 빠지지는 않았지만, 절박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정유정 작가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지만, 그의 이력은 글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간호사로 5,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9년 넘게 일하며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6년간의 습작, 11번의 공모전 낙선 끝에 공모전에 당선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분명히 천재의 유형은 아닌 듯하다. 작가조차 소설 쓰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정유정의 소설 쓰는 법에 대한 엑기스라 할만하다. 그의 삶과 철학, 실재 소설을 쓰면서 준비했던 세세한 방법들까지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작품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좋아하는 만큼, 그의 생각들이 궁금했기 때문에 방법론적 이야기보다는 삶이나 철학 쪽에 관심을 가졌다. 가끔씩 타고난 이야기꾼들이 저절로 이런 소설을 썼다라고 재수 없게 말하곤 하는데, 그의 진지한 말을 듣다보면 가당키나 한 일일까 싶다.

전문 인터뷰어에 의해 만들어진 책으로 인터뷰의 기술에 대해서도 고민해본다. 인터뷰어는 콘텐츠의 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주인공보다 더 중요하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고, 필요한 내용을 적절하게 이끌어 주는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요리를 잘못하면 그저 그런 음식일 뿐이다.(정말 심하면 음식물 쓰레기...) 본인의 가치를 절하하는 세간의 평가에 분노(?)하는 그의 이야기를 보며 안타깝기도 하다.

편한 대로 지껄이고 써버릴 수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축복 일려나. 짧은 개소리를 남겨본다.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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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마크 롤랜즈 도덕과 무관한 특성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게 평등이다.” p.23

신에게 의지하는 건, 천국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에 내재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다. 숙명을 거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필멸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싶어서다. p.27

죽음이 우리 삶을 관통하며 달려오는 기차라면, 삶은 기차가 도착하기 전에 무언가를 하는 자유의지의 시간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 알고, 원하는 것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시간. 내 시간 속에서 온전히 나로 사는 시간. p.32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와 의미 있는 주제를 추상화(삶의 모습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걸러내는 작업)와 구체화(흔히 핍진성(p.50)이라고 부른다)를 통해 은유적으로 결합시킨 작품이다. 나는 이야기를 은유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p.51

이야기의 대부분은 (가상적인) 누군가의 문제에 관한 것이다. 가 아닌 타인의 문제다. 그런데도 현실 속 나의 문제처럼 강렬하게 집중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가진 공감능력 때문이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사전에 따르면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에 자신이 서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타인의 상황을 자신의 일처럼 이해하고, 자신을 그 자리에 위치시켜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p.51) ...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감성적 공감을 생성한다. ...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허구의 타자에게 공감하며 자기 자신을 그에게 이입시킨다. ‘거기에서 그들에게 일어나느 일을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로 인식하고 실제처럼 반응하는 거다. p.52

극작가 케네스 버크가 말한 대로 이야기는 우리 삶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삶의 도구란, 생존에 필요한 무엇이라는 뜻일 것이다. p.57

세상이 어떻게 변했든, 인간은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타인을 거울삼아 살아간다. p.65

소설은 그저 현실도피용 도구가 아니다. 낯선 삶, 우리가 경험한 적이 없는 삶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살아보게 하는 모험적 도구다. p.88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개인의 삶 혹은 삶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는 있다고 믿는다. p.88

공감과 이해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타인에게서 나를 보는 것, 내게서 타인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 우리는 이것을 감정이입이라고 부른다. 진정한 이입이 이뤄지면 나와 타인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진다. 애정을 느끼는 건 시간문제겠다. 고귀한 감정이고, 인간이 가진 훌륭한 재능 중 하나다. p.189

문장은 이야기에 복무해야 한다고 믿는다. p.321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최고로 좋을 것이다. 그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 의지와 능력이 대립하는 경우다. p.351

소설은 인생의 카탈로그를 제공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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