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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떠나며-이연식]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 | Memento 2019-06-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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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조선을 떠나며

이연식 저
역사비평사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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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 아의 목소리와 비아의 목소리 모두가 역사를 만든다. 이 책은 비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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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재 신채호는 역사는 아() 비아(非我)의 투쟁이라 말했다. 우리의 근대사는 필연적으로 아에 치중되었다. 일제의 식민통치에 저항해서 한국의 정신이 살아 있음을 알려야 했다. 독립 후에는 식민지의 피해를 극복해야 했다. 필연적으로 우리의 소리에 집중해야만 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만 집중할수록 우리의 시야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신채호의 말을 떠올린다면, 나만으로는 역사가 성립하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나 이외의 존재들의 소리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내가 보지 못하는 시간, 우리가 놓친 공간을 채울 수 있다. 그렇기에 <조선을 떠나며>는 식민지 말기의 비아에 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역사의 효용 중 하나가 돌아보는 일이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결국 비아를 본다는 일은 비교를 통해 나를 더 풍부하게 알 수 있다.

  “패전은 반세기 동안 아시아를 호령한 일본제국에 총체적 균열을 가져왔다.(p.22)” 이런 상황에서 원초적 본능만 남은 조선의 일본인들에게”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조선인 사회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릴 리 없었다. (p.23)” 그전까지는 인식하지도 못했던 조선인들의 존재가 패전 후에야 비로소 조선인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내 그것이 생경한 공포로 다가왔(p.31)”. 일본인과 조선인의 가해와 피해’, ‘피해에 대한 보복이라는 악순환 고리는 패전 후 일본인의 귀환과 조선인의 귀환을 통해 이어지고 있었다. (p.244)” 여기에 미 군정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 역시 한 몫을 했다. 미 군정은 관심이 없었고, 우리는 약했으며, 일본은 제 살기 바빴다. 피해는 결국 일반 사람들의 몫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적반하장의 태도를 살펴 볼 수 있다. 본인들도 전쟁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들 말이다. 분명 일본인들도 피해를 입었다. 책에서 말하는 대로 귀환민들을 광의의 전쟁 피해자(p.271)” 규정하는 것.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의 피해를 통해 전쟁 피해자로 자리 잡음으로 전후 배상을 최소화하고, 자신들의 내부를 단속하며, 식민지 피해국들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것이 전략이다.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은 근대 이래의 한일관계와 조선에서 보낸 자신의 삶 전체를 상대화할 수 있을 때 획득할 수 있는 관념이다. (p.23)” 연이어 터진 6.25 전쟁은 우리에게 반성을 촉구할 기회마저 날려 버렸다.

  조금 지루하고 딱딱한 내용일 수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전쟁으로 인해 한일 양 민족이 모두 피해를 입었, 피해의 정도의 차이는 논외로 하더라도 피해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다.(p.271)” “가해와 피해의 기억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이에 대한 해답을 양 국민이 납득 하고 공유(p.272)” 해야만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비아의 목소리를,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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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은 반세기 동안 아시아를 호령한 일본제국에 총체적 균열을 가져왔다. 그것은 단순히 제국이 지배하던 영역의 공간적 분리나 지배 네트워크의 붕괴로 끝나지 않았다. 좀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 것은 그동안 애써 감춰왔거나 제국의(p.22) 논리로 강제 봉합되었던 일본인 사회 내부의 잠재된 불신과 갈등이 패전을 계기로 뚜렷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특히 비상시국을 맞아 사리사욕과 개인의 보신만을 추구하는 사회 지도층의 낯 뜨거운 행태는 결국 민심의 이반을 가져왔다. 또한 그것은 오랜 기간 해외의 일본인 사회를 하나로 묶어낸 제국의 이념과 가치관을 급속도로 무너뜨렸다. 지도력과 상호 신뢰의 붕괴는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위기감과 피해 의식을 고조시켰고, 급기야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치닫게 만들어 곳곳에서 일본인 공동체의 해체를 촉진했다. 이제 나만 살겠다는 원초적 본능만 남은 조선의 일본인들에게 천황의 백성으로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정제되고 균질화된 제국의 일본인 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본인을 상대로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조선인 사회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릴 리 없었다. p.23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은 근대 이래의 한일관계와 조선에서 보낸 자신의 삶 전체를 상대화할 수 있을 때 획득할 수 있는 관념이다. p.23

언제부터인가 어른들은 조선인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는 이웃 일본인 집에 불이 났다거나, 동네 부잣집과 순사 가족이 차례로 화를 입었다는 심각한 대화가 늘 따라붙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른들이 부쩍 조선인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는 조선의 일본인들이 패전 후에야 비로소 조선인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내 그것이 생경한 공포로 다가왔음을 말해준다. p.31

남북한을 막론하고 일본인의 본토 귀환과 정착 과정은 강고한 지배체제 속에 숨어 있던 구 제국의 균열이 도처에서 드러나고 확대 심화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p.135

식민지 시기부터 패전과 해방에 걸쳐 복잡하게 얽힌 일본인과 조선인의 가해와 피해’, ‘피해에 대한 보복이라는 악순환 고리는 양 지역 간의 인구 이동을 통해 이어지고 있었다. p.244

(이소가야 스에지) “북한의 역사적 비극(한국전쟁)을 지켜보면서 대다수의 일본인은 자신들이 입은 고난을 군국주의 일본의 무모한 전쟁 행위에 따른 결과로 간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조선 민족에 대한 일본의 반세기에 걸친 박해의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일본인은 얼마나 반성했을까. 그저 자신들이 조우했던 고난에만 매몰되거나, (p.264)은 조선 민족을 가해자로 생각하고 이들을 미워하며 조선을 떠나지 않았는지 ...” 그는 일본이 제국을 유지 확대하고자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고 도발하는 과정에서 조선인들이 일상적으로 감내해야 했던 다양한 피해에 눈을 감아버린 것, 그리고 이를 간과한 전후 일본 사회의 평화 이데올로기가 지닌 역사 인식의 오류와 허상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p.265

전후 일본 사회가 해외에서 돌아온 일본인을 광의의 전쟁 피해자로 자리매김 한 것은 이들의 궁상과 피해를 연합국에 호소해 전후 배상을 최소화하고, 은급법의 부활 등 차별적 원호행정에서 비롯된 사회집단 사이의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이 내세운 논리는 아시아, 태평양전쟁 이전 그들이 자행한 식민 지배로 말미암은 구 식민지 사람들의 피해를 어떤 구도로 설명할 것인지,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한일 양 민족이 모두 피해를 입었다면 가해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한일 양국(p.271)이 가해와 피해의 기억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이에 대한 해답을 양 국민이 납득하고 공유해야만 할 것이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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