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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유감-문유석]작고 미약한 이타심 | Memento 2017-03-0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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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판사 유감

문유석 저
21세기북스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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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미약한 이타심, 다시 말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선의에 대한 신뢰가 세상을 살 만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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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게 작은 기회를 얻어, 아무것도 모르며 좌충우돌 하던 신입이 지나 어느덧 오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조금 안다 싶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매일 쏟아지는 민원과 불만, 억울함, 분노에 자괴감만 든다. 남들은 제일 편한 일이다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어느덧 순간 순간이 너무도 숨가쁘기만 하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일까.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에 박히고, 그들의 사정과 상황이 머리속을 휘젓는다. 그리고 그들의 작은 분노조차 (나를 향한 것이 아닐지라도) 마음의 짐이 된다. 그렇게 고민하고, 질문하다보니 조금씩 익숙해지기는 커녕 하루하루 버티기에 급급하다. 견디고 참으려 하지만 점점 쉽지가 않다. 옳은 것은 행하고, 그른 것은 그치고, 이왕이면 누군가를 돕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 순간 순간의 사건들 속에 매몰되어 남은 것은 먹고 살려면 참자, 견딜 수 밖에 없다는 생각 뿐이다. 

 여자친구가 최근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오빠는 예전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했는데, 나쁜 뜻이 아니라 지금은 조금 달라진것 같아." 웃으며 "내가 무슨 성인군자도 아니고, 원래 이랬어."라고 웃어 넘겼지만, 사실 이제는 사람이 두렵기까지 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좋은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하는 거야.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본질을 볼 줄 아는 사람이거든. p. 235


그렇다면 내가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 나 나름의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내가 본질을 본다거나 뭔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졌던 기준들이 흔들리고 있기에 힘든 것이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며 왜 살아가며, 무엇을 위해 견디고 있는가. 나는 슈퍼맨은 아니지만 어떻게 한다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먹고 살기 위한 호구지책이었을 지라도. 더 나은 것을 해보고자 하는 작은 "질문"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기적인 개인들에게도 이왕이면 남을 돕고 싶고, 가능한 범위에서는 좋은 일을 하고 싶은 본능도 있습니다. 비록 큰 희생까지 감수하지 않으려고하고, 한결 같지도 않고, 또 결국 그 자체가 또 다른 자기만족이라 하더라도 이 작고 미약한 이타심, 다시 말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선의에 대한 신뢰가 세상을 살 만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p. 351


그래, 나도 그런 마음일 것이다. 내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잘알고 있다. 그렇기에 작은 '선의'를 보태고자 할 뿐이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나 자신의 기준마저 흔들리고, 자기 하나 건사하기 힘든 지경이다.


이런 사연들만 보면서 살다 보면 인간에 대한 절망과 냉소에 빠지게 돼요. 그래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나약함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아야겠죠. 그래서 답을 찾을 능력도 없는 주제에 구원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곤 합니다. p.137


문유석 판사 역시 비슷한 질문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내가 겪은 것들은 그가 겪은 것에 비하면 비교도 안될 것이다. 재판까지 간다는 것은, 아무리 소송이나 재판이 예전보다 쉬워졌다고 하더라도, 갈등이 극에 달했기에 그 자리에 모인 것일 테다.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부담까지 모두 끌어안고도 사람을 이다지 따뜻하게 볼 수 있는 것일까. 아니라면 얼마나 사람들의 바닥을 보셨기에 오히려 믿을 수 있게 되신 것일까. 나도 다시 사람을 믿고, 따뜻하게 보려면 얼마나 더 밑바닥을 보아야 할 지 두렵기까지 하다. 괴물을 들여다 보면, 괴물이 되는 법인데......

그러나, 작은 위로를 얻어 본다. 적어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물론 나보다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시지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니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을지라도) 적어도 내가 본받을 사람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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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기업은 청산되어 소멸하지만, 파산한 인간은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도전하다가 쓰러진 인간에게는 무덤 대신 두 번째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p. 62 ~ 63

문제는 희망이 획일화되고 빈곤하다는 데 있습니다. p. 125

부의 분배는 불평등해도 행복은 평등할 수도 있습니다. p. 142

우리가 직접 1차적으로 체득하는 지식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렇기에 대부분 지식의 원천은 타인의 논거와 결론을 2차적, 3차적으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p. 186

사람들은 '논리'나 '당위'로 절대로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공감'해야 비로소 변화하지요. p. 293

유머는 한 발 물러서 관조할 수 있는 여유와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객관적인 태도 위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봅니다. p. 309

자, 저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야근은 찬양받아야 할 것도, 자랑도, 정상적인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장려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최소화해 나가야 할 대상입니다. 그 방법을 같이 야근하며 고민해 봅시다! p. 321 ~ 322

도대체 이 나라 공직자들이 얼마나 냉정하고 시민들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냉혈한으로 보여 왔기에 그렇게 반응 하시는 겁니까. 도대체 국민들이 고마워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국민들이 힘들게 벌어서 내는 세금으로 월급받고 편안하게 사는 저 같은 자들은, 원래 직업이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공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라고 월급 받고 사는 겁니다.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고민하고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프로페셔널들에게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걸 안 하는 자들은 질타할 일이지 그걸 한다고 고마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걸 안 하는 자들을 질타할 일이지 그걸 한다고 고마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말만 번지르르한 저 따위보다 훨씬 훌륭한 많은 분들이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힘든 이들을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공직에 헌신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믿지 않으셔도 말입니다. p. 347 ~ 348

하지만 법정에서 중죄인들에게서도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구석을 찾을 수 있듯이, 이기적인 개인들에게도 이왕이면 남을 돕고 싶고, 가능한 범위에서는 좋은 일을 하고 싶은 본능도 있습니다. 비록 큰 희생까지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고, 한결 같지도 않고, 또 결국 그 자체가 또 다른 자기만족이라 하더라도 이 작고 미약한 이타심, 다시 말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선의에 대한 신뢰가 세상을 살 만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p.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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