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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시티 | 인문사회 2017-10-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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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플로팅 시티

수디르 벤카테시 저/문희경 역
어크로스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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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사회학자, 뉴욕 지하경제를 탐사하다 Floating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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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시티 (원제: 『Floating City: A Rogue Sociologist Lost and Found in New York’s Underground Economy』(2013)가 한국에서 출간되던 2014년, 여러 매체에서 호기심을 끄는 홍보문구와 함께 격렬히 추천하던 것을 지나쳤다가 오늘에서야 푹 빠져 읽었다. 콜롬비아 대학 사회학과 교수의 책이 출간 이듬해에 발빠르게 한국의 대중에게 한국어로 소개됨은 이 책의 태생적 홍보성때문일듯. 전작 『괴짜 사회학(원제:Gang Leader for a Day: A Rogue Sociologist Takes to the Streets)』가 시카고의 험악한 갱단과 밀착 밀월여행으로 낳은 베스트셀러인라면 『플로팅 시티』는 뉴욕의 지하경제 종사자들을 주 표본으로 삼은 소위 '성性 경제학'이자 생물자본주의 탐사서이다. 사회학자나 사회학도가 아닐지라도 어찌 이런 자극적 소재에 호기심을 아니 느끼리!
   21세기형 사회학의 활로와 동시에 콜롬비아 대학에서의 종신 교수직 따기를  절박하게 모색해온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 (Sudhir Venkatesh)가 고뇌에 고뇌를 한 지점 역시 이런 "뜨거운 자극성"이다. 뉴욕의 포주, 마약상, 거리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학 연구를, 사회학계 난독의 언어갑옷 대신 스토리텔링 스타일의 말캉말캉한 문체로 전한다면 학계에서 종신 교수직은 커녕, 변방으로 몰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뉴욕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미세 플라스틱만큼이나 손에 잡히지 않는 관계성의 그물을 건져올려야한다는 학자로서의 부담감. 다행히 그는 뉴욕 지하세계와 상류세계를 동시에 드나들 수 있는 패들을 쥐고 있었다. 하나는 콜롬비아 대학의 교수라는 탄탄한 문화적 자본, 또 다른 하나는 가난한 인도인 이민자의 2세대로서의 초콜릿색 피부색. 태생적으로 약자, 혹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들에게 끌리는 수디르 벤카테시야말로 사실은 맨하탄 상류층들의 파티에서 와인잔을 나르는 노동자들과 동일한 피부색 때문에 비존재 취급을 받는 변˱의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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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시티』는 표면적으로는 세계화 시대 NY같은 메트로폴리탄 시티에서의 변화양상과 사람들의 실존적 생존전략을 "부유하기 (floating)"라는 개념으로 그려낸 흥미로운 책이지만, 내게는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 역시 그 '부유하기'라는 개념의 틈새로 자신의 고민을 흘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성공한 인도계 이민자로서 미국 주류 사회에 속하면서도 동시에 영원한 주변부의 인물임을 『플로팅 시티』의 행간에서 고민한다. 이는 그의 주요 정보제공자(key informant)였던 뉴욕 상류층 마담, 아날리스가 날린 말의 펀치에서도 드러난다. "여기서 한곳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은 없어요. 수디르. 당신만 ˺고. 당신은 이야기를 좇고 사람들을 따라다니지만 늘 한자리에 머물러 밖에서 구경만 해요." 마찬가지로 그에게 뉴욕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중요한 문지기(gatekeepr) 역할을 해준 마약상 샤인 역시 그에게 한 방 날린다. "업타운에 가서 부잣집 애들(콜롬비아 대학교 학생를 말함)을 가르치고 다운타운에서는 동네 사람들 데리고 영화를 찍고. 자넨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그러나 동시에 그는 논문의 소재거리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흡혈귀처럼 빨아가는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연구자와도 분명히 다르다. 그가 소위 '약자'를 보는 시선은 다음의 문장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나는데, 그는
"이 하층민이 세계에서 나는 아주 경이로운 행렬, 곧 인간 정신의 진정한 가장행렬을 보는 기분을 느꼈다. 이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특유의 회복탄력성으로 끊임없이 도전했다. 이 사람들은 생존을 좇는 게 아니었다. 이들은 스스로 빵 부스러기나 좀 얻자고 고난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희생자라로 여긴 적이 없었다. 이들의 꿈에 어울리는 질문은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질이 무엇이고, 이런 자질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일 것이다.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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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자는 뉴욕 할렘에서 맨하탄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파티장을 누비며 위에서 언급한 "자질"을 나름 이렇게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즉흥적으로 연결된 사회적 인맥을 신속히 쓰고 버리는 능력"(354)으로서 어찌보면 그가 제시하는 "부유하기 floating"와 리듬이 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
이 책은 사회학, 저널리즘, 인류학 등의 경계와 방법론에 대한 학자 자신의 고민. 아카데믹 사업가로서 미친듯이 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손조차 빠른 탁월한 능력자로서의 학자의 자화상. '정통적 사회학'이 어쩌네 저쩌네 해도 발로 뛰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과 우위를 알게 해준다. 이젠 『괴짜 사회학』을 읽을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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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er 하루키 | 기본 카테고리 2017-10-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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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저/임홍빈 역
문학사상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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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마키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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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체 비율 꽤 좋고 군살하나 없는 구리빛 몸이 작가의 뒷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2009 [2007]) 표지 위 남성이 정말 무라카미 하루키일까 순간 궁금했다. 하지만 서문을 읽으며 그런 의심이 이내 부끄러워졌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2016[2015])를 읽었던지라 알고는 있었지만, 하루키는 직업정신의 연장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진지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히" 달려왔으니까. 그 진정성이 신체화된, 구리빛 몸을 의심한다는 것은 하루키의 정신성을 부러워한 나머지 의심으로써 폄훼하려는 불순한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하루키가 2005년에 쓰기 시작하여 2006년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이 단행본을 3분의 1쯤 읽다 말고, 충동적으로 밖으로 나왔다. 러닝화의 줄을 팽팽히 당겨 묶고는, 청량한 가을 하늘 아래서 1시간 가량 뛰었다.  풀코스 30~35?km쯤에서인가 진행차량에 실려 청소된 후, 정형외과 신세를 졌던 막가파인 나로서는, 하루키가 페이지 곳곳에서 암시하는 '러너runner'들만의 연대감을 말한다는 자체가 우습지만, 달리면서 하루키의 문장을 몸으로 곱씹었다. 하루키는 이렇게 적었다. 달리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은 대체로 오랜 시간, 달려본 경험이 없는 이라고. 하루키는 "달려가면서 그저 달리려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원친적으로는 공백 속을 달리고 있다. 거꾸로 말해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36)고 말한다.  나에게도 달리기는 비어있는 상태로의 리셋이자 교감의 행위이다. 나의 날숨이 초록생명의 들숨이 된다는 개체 차원 이상의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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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을 전공하는 친구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를 읽는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하루키에게 달리기는 육체성과 정신성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통합적 의례이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두뇌 노동이다. 그러나 한 권의 정리된 책을 완성하는 일은 오히려 육체노동에 가깝다…(중략) … 소설가는 '이야기'라고 하는 의상을 몸에 감싼 채 온몸으로 사고하고, 그 작업은 작가에 대해서 육체능력을 남김없이 쓸 것 - 대부분의 경우 혹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125) 친구에게 아래의 문장을 꼭 들려주고 싶은데, (하루키 자신의 근육은)  "전형적인 '장거리형' 근육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중랙) …그런 근육의 특성은 그대로 내 정신적인 특성과 결부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정신은 육체의 특성에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또는 반대로 정신의 특성이 육체의 형성에도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정신과 육체는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며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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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직업적 소설가로서의 연장인 자신의 육체성을 집요한 장인 정신으로 가다듬는다. 뛰어난 재능을 단거리 레이스에 몰아서 소진하고 요절하는 일부 예술과와 달리, 재능을 고루 안배하며 오래 가기 위한 정신의 근력을 기르는 데 마라톤(심지어는 100km 울트라런까지!)를 활용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집요하며, 천성적으로 남이 시키는 일은 중간만 하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 일에 끝장 몰입하는 그에게 딱 맞는 선택이다. 물론 '물만 먹어도 찌는 체질'로서 몸무게와 건강 관리를 도모한다는 보다 현실적 유용성도 있는 달리기이지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를 읽으면서, 비록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기 꺼리는 성향이여도  자신을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솔직하면서도 안전하게 문을 열어두는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결국 달리기를 통해서, 자기 자신, 글 쓰는 행위, 소설가로서의 직업 정신, 나아가 그만의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의 독자와 교감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하루키처럼 말할 특정한 무엇이 없는 이들은 무엇을 통해 자신을 드러낼 것인가? 나만의 컨텐츠는 무엇인가?라는 실용적 질문이 엉뚱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나서 갑자기 나에게 화두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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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는 것 -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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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주어진 개인이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의견에는 아마도 많은 러너가 찬성해줄 것으로 믿는다."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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