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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형사반장의 활약상’ 클래식 미스터리 시리즈 | 테마도서 2017-08-3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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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와 포와로의 명석함에 슬슬 지겨워질 때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경감들이 있다. 명탐정이 아니라서 더 인간적이고 개성이 뚜렷해서 매력적인 인물들. 역시 쟁쟁한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라 그런지 리얼리티가 살아 숨 쉰다. 아날로그적인 인간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오래된 미스터리 작품은 자꾸만 다시 읽고 싶은 마력을 지니고 있다.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란 말처럼. 컴퓨터가 아닌 두 다리를 움직여 수사를 하고 휴대폰이 없어 공중전화를 찾아 연락을 취하는 방식이 답답하기 보다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앉아서 뇌세포를 움직이는 안락의자형 탐정의 수사방식보다는 부딪치며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이나 탐정들의 활약상을 보는 편이 더 즐겁다. 런던 경시청, 옥스퍼드셔, 파리, 하와이 호놀룰루, 출신도 성격도 다르지만 하나같이 비범한 경감들의 활약상을 읽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프렌치 경감 Inspector French series

런던 경시청 소속의 형사 조셉 프렌치 경감.
용의주도함과 범인을 추적하는 끈질김이 장기인 리얼리티를 지닌 인물이다.

 

저자: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Freeman Wills Crofts 1879 – 1957)
현실적 미스터리소설의 대표적 작가
S.S 반다인, 아가사 크리스티, 앨러리 퀸, 존 딕슨 카와 어깨를 나란히 한

본격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명.
세계 10대 추리소설로 불리는 [통 The Cask(1920)]으로 유명하며 그밖에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프렌치 경감 시리즈는 29편이나 된다는데 두 권밖에 번역서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

*국내 번역서 대표작*
[크로이든발 12시 30분 The 12:30 from Croydon (1934)]
[프렌치 경감 최대사건 Inspector French's Greatest Case (1924)]

 

 


찰리 챈 경감 Inspector Charlie Chan series

하와이 호놀룰루 경찰국 소속의 중국계 미국인 형사 찰리 챈 경감.
둔해 보이는 겸손한 남자지만 누구보다 날카로운 관찰력과 참을성을 지닌 인물이다.

 

저자: 얼 데어 비거스(Earl Derr Biggers 1884 – 1933)
중국계 미국인의 탐정 찰리 챈 시리즈의 신화
찰리 챈은 비거스가 실재 인물을 모델로 하여 탄생시킨 형사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반적인 주인공이었던 서양인과는 외모도 사고방식도 다른

이질적 모습의 동양인 탐정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찰리 챈 시리즈는 총 6편까지 발표되었고 그 중 5편이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모두 두 차례씩 영화화 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국내 번역서 대표작*
[열쇠 없는 집 The House Without a Key (1925)]
[중국 앵무새 The Chinese Parrot (1926)]
[커튼 뒤의 비밀 Behind That Curtain (1928)]

 

 


매그레 경감 Inspector Maigret series

파리 경찰국 소속의 형사 매그레 경감.
범죄현장에 뛰어들어 심리 게임으로 사건을 해결하며 과묵한 성격이 더욱 매력적인 인물이다.

 

저자: 조르주 심농(Georges Simenon 1903 – 1989)
프랑스 문단의 손꼽히는 최고 거장
매그레 경감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세계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작가다.
총 103편(장편 75편, 단편 28편)에 등장한 매그레 반장은

셜록 홈스, 아르센 뤼팽과 더불어 추리 문학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주인공으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영화로도 100여편이나 제작되었으며 2011년 드디어 19권의 매그레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국내 번역서 대표작*
[수상한 라트비아인 Pietr the Latvian (The Strange Case of Peter the Lett 1931)]
[누런 개 Le Chien jaune (Yellow Dog 1931)]
[사나이의 목 La Tête d'Un Homme (A Man's Head 1931)]

 

 


도버 경감 Inspector Wilfred Dover series

런던 경시청 명물 경찰 윌프레드 도버 경감.
뭐하나 가진 게 없고 결점만 수두룩한데 묘하게도 매력적인 인물이다.

 

저자: 조이스 포터(Joyce porter, 1924 - 1990)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창안한 여류작가
40세에 미스터리 소설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며 이제까지의 정의롭고 명석한

형사 이미지를 깨는 인물을 선보였다.
도버 시리즈는 7권을 발표했는데 국내에는 네 번째 작품밖에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국내 번역서 대표작*
[도버4/절단 Dover and the Unkindest Cut of All (1967)]

 

 


모스 경감 Inspector Morse series

영국 옥스퍼드셔 주 키들링턴 경찰서의 모스 주임경감.
영국 특유의 유머와 함께 ‘금사빠’의 인간적인 면모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과학수사의 시대가 되었음에도 고전적인 방법을 선호한다.

 

저자: 콜린 덱스터(Colin Dexter 1930 – 2017)
수많은 영국 미스터리작가협회상에 빛나는 작가
영국여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훈장(OBE)도 받았다.

모스 경감은 20년 동안이나 장수했는데 결국 마지막 작품에서 사망하기에 이른다.
영국의 텔레비전 채널 ITV에서 TV 시리즈로도 만들어졌는데 아주 성공적이었다.

*국내 번역서 대표작*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 Last Bus to Woodstock (1975)]
[제리코의 죽음 The Dead of Jericho (1981)]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The Wench is Dead (1989)]
[사라진 보석 The Jewel That Was Ours (1991)]
[숲을 지나가는 길 The way through the woods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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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은 스스로를 상처입힌다] 새로운 삶을 위해서라면 | 장르소설 2017-08-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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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날은 스스로를 상처입힌다

마커스 세이키 저/장성주 역
황금가지 | 201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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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요즘 세태에서도 드러나듯이 역시 세상은 정직하고 겸손한 자세로 살아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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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발목을 잡은 한 남자가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 위험한 상황으로 뛰어들게 된다는 기본 플랫은 스릴러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하지만 비슷해 보이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작품이 흥미진진하다는 사실은 아마도 갑자기 닥친 암울한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긴장감 넘치는 전개 때문일 것이다. [칼날은 스스로를 상처입힌다]는 해외 언론에서 '제2의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극찬을 받은 마커스 세이키의 데뷔작으로, 시종일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주인공으로 인해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소설로만 보면 데니스 루헤인 보다는 할런 코벤에 더 가깝지 않나 싶지만 누군가와 비교하기 보다는 마커스 세이키라는 한 사람의 작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예의이리라. 도움을 청할수록 발생하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 모든 걸 털어놓고 싶은 상대에게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 흔들리는 일상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보금자리, 위기의 순간 점점 초조해지는 인간 심리, 과거를 끊어내지 못하는 괴로움 속에서도 범죄를 다시 기획하며 묘한 흥분을 느끼는 주인공의 이중적인 내적 갈등이 여느 문학작품 못지않게 잘 그려져 있다.

 

시카고 빈민가에서 자란 소꿉친구 대니와 에번은 돈벌이 겸 재미로 절도를 일삼으며 청춘을 흘려보내던 중, 전당포를 털다 에번이 사람을 쏘는 사고가 일어난다. 에번은 공범이 있었음을 밝히지 않고 혼자 감옥에 가고 그 자리에서 도망친 대니는 이 일을 계기로 손을 씻고 깨끗하게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몇 년 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건설업에 몸담고 오랜 여자친구와 평범한 행복을 나누며 살고 있는 대니의 앞에 가석방된 에번이 불쑥 찾아와 과거의 빚을 청산할 것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범행계획을 거절하지만 예전보다 더욱 거칠고 폭력적으로 변한 에번이 대니의 여자친구에게 위협을 가하자 어쩔 수 없이 한번만 더 범죄에 가담하기로 마음먹는다. 사장의 아들을 유괴하기로 한 두 사람. 될 수 있는 대로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고 지금까지 쌓아온 새로운 삶이 와르르 붕괴되는 걸 막아보려 하지만 에번의 과격함에 모든 걸 잃을 지경에 처하고 만 대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대담한 승부수를 던진다.

 

우리는 흔히 ‘운 좋게’ 혹은 ‘운이 나쁘게도’ 라는 둥의 표현을 쓴다. 이 소설에서도 누군가는 운 좋게도 살아남고, 누군가는 운 나쁘게 좋지 않은 일에 휘말려 들어가고, 누군가는 운 좋게 빠져나간다. 그러나 과연 운이 좋았다고, 또는 단순히 운이 나빴던 거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결과론적으로 보면 운이란 결국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 것 아니겠는가. 과거의 잘못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칼날이 되어 돌아온 대니의 인생처럼 말이다. 피해자라고는 하지만 아랫사람에게 거들먹거리던 사장도 어떤 면에서는 부메랑을 맞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요즘 세태에서도 드러나듯이 역시 세상은 정직하고 겸손한 자세로 살아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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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왜건 인생을 달리다] 살아만 있다면 희망은 있다. | 일반도서 2017-08-3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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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디세이 왜건, 인생을 달리다

시게마츠 기요시 저/오유리 역
양철북 | 200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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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에서 아주 소중하고 중요한 과거의 한 지점으로 돌아간다는 건 선택을 다시 하라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의 소중함을 자각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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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갈 수는 있어도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면 그래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가? 여기 인생이 꼬여버린 한 남자가 있다. 38세의 가장으로 회사에서 잘리고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아들은 히키코모리가 되어 폭력을 일삼는다. 일 년 전만해도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최악의 나날들에 염증을 느낀 가즈오는 이제 그만 죽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오디세이 왜건 한 대가 그의 앞에 멈춰서고 운전석과 조수석에 타고 있던 하시모토와 겐타 부자에게 이끌려 어느새 탑승하게 된다. 5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이들 유령 부자는 이 범상치 않은 차로 하늘을 달려 가즈오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과거의 장소로 데려다주는데, 그곳에서 38세의 아버지를 만난다. 이어지는 몇 차례의 시간여행에서 가즈오는 아직 망가지기 전의 가정을 지켜보려 애를 쓰지만 상황은 그대로 진행될 뿐이다. 그렇다면 이 특이한 여행은 어떤 이유로 시작된 걸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가지 않은 길을 갔더라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는 것이지만 지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작품에서 가즈오가 자신의 인생에서 아주 소중하고 중요한 과거의 한 지점으로 돌아간다는 건 선택을 다시 하라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의 소중함을 자각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암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의 젊은 영혼을 만나게 된 것도 함께 시간여행을 하게 된 일도 서로의 마음을 늦기 전에 확인하라는 하늘의 배려였으리라. 현재의 자신과 같은 나이의 아버지 츄우상과 시간을 보내면서 성격은 다를지 몰라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가정을 책임지고자하는 마음만은 자신은 물론, 여느 아버지들과 다르지 않음을 깊이 깨닫는 가즈오. 아내가 숨기고 있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아들이 왜 그토록 사립학교에 가고자했는지,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지금은 엉망이 되어버린 현재의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정면으로 마주설 준비가 되었다.

 

현대 가족의 자화상을 통해 세대 간의 갈등과 단절된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시게마츠 기요시의 가족소설로 드라마 [유성왜건(流星ワゴン)]으로도 제작되었는데, 원작에 너무나도 충실한 바람에 안타깝게도 드라마를 먼저 보았던 것이 책의 재미를 반감시켜버렸다. 가즈오 역의 ‘니시지마 히데토시’도 그렇지만 특히 아버지 츄우상 역의 ‘카가와 테루유키’야말로 책을 읽는 내내 그 모습이 떠올랐으니 마치 책을 영상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글을 읽는 묘미를 조금 빼앗기긴 했어도 덕분에 등장인물에 충분히 동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현실이 괴로워도 살아만 있다면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하시모토 부자는 오늘도 어딘가의 하늘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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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엽기적인 의사 ‘이라부’의 유쾌한 처방전 | 일반도서 2017-08-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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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저/이규원 역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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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 [공중그네]의 후속편 [인 더 풀]에서도 ‘이라부’의 활약은 유쾌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이 변태 의사야말로 천하의 명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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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도처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주인공은 바로 의사 ‘이라부’다.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 <공중그네>의 후속편 <인 더 풀>에서도 ‘이라부’의 활약은 유쾌하기 그지없다. 이라부 종합병원의 신경과에는 특이한 의사가 있다. 허여멀건 얼굴의 뚱뚱한 중년 남자. 비듬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푸석한 머리칼. 자칭 병원의 후계자. 자가용은 포르세. B형의 천칭자리. 환자가 오면 섹시한 간호사 마유미짱에게 무조건 주사부터 놓게 하는데, 옆에 바짝 붙어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흥분한 표정으로 주삿바늘이 꽂힌 팔을 들여다본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볼 근육이 약간 떨리기까지 한다. 처음 방문한 환자로서는 의심을 가질 만도 한데 묘하게도 계속 통원하게 되는 마력이 있다.

 

특별한 치료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엉뚱한 말만 늘어놓다가 해괴한 행동을 한다든지 말도 안 되는 일을 함께 하자고 생떼를 부리는 엽기적인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중독성이 이만저만 강한 게 아니다. 주제파악도 못하고 영화 오디션을 보겠다며 기웃거리거나, 진료실에서 전처라는 여자랑 한바탕 싸움을 하고, 한밤중 구민체육관의 수영장에 무단침입하려하질 않나, 경품을 받겠다고 초등학생을 울리기도 하는 등 어린아이처럼 해맑기만 한데, 사실은 이 남자에게 신경과 의사는 천직인 것 같다. 사람을 심각하게 만들지 않는 천성적인 캐릭터의 소유자니까 말이다. 희한하게도 그의 병원에 통원하면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게 되고 안고 있던 고민을 털어내는데 성공한다. 어쩌면 이 변태 의사야말로 천하의 명의일지도 모른다.

 

“한눈에 피해망상이란 걸 알았어. 그렇지만 그런 병은 부정한다고 낫는 게 아냐. 긍정하는 데서 치료를 시작하는 거야. 잠을 못자는 사람에게 무조건 자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지. 잠이 안 오면 그냥 깨어 있으라고 해야 환자는 마음을 놓게 되지. 그래야 결국 잠이 오게 돼. 그거랑 똑같아.”

 

스트레스가 만재해있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약간의 강박증적인 부분은 갖고 살아갈 것이다. 이라부는 억지로 치료하려 들지 않는다. 고치려들수록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게 바로 강박증일 테니까. 피하려 하기보다 부딪쳐서 깨어버리는 편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방식에 충분히 공감된다. 예전에 사무실이건 집이건 밖으로 나갈 때마다 몇 번씩 되돌아가던 때가 있었다. 가스는 제대로 잠갔는지, 현관문에 열쇠를 돌렸는지, 불은 확실히 끄고 나왔는지, 스스로가 한 행동이 확실하게 생각이 안 나고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 안절부절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미리 두 번씩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조금 나아졌는데, 이라부와 함께 하는 ‘긍정적인 사고의 훈련’ 또한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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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눈부신 이야기, 탄생하다 | 일반도서 2017-08-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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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저/이은선 역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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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고 융통성도 없지만, 브릿마리를 알면 알수록 좋아하게 되는 작품 속 주변 인물들에게 동화되어 가는 나. 함께 웃고 울다보니 그녀와 헤어지기가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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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에 대한 첫인상은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나 싶은 황당함이었다. 짜증스러울 정도로 까다롭고 융통성 없는 60대 여자. 일자리도 구해주고 전화 응대도 다 받아주는 고용센터 아가씨가 대단하다 싶었다. 그런데 응? 나 어느 샌가 브릿마리에게 빠진 것 같다. 도통 소통이 어려울 듯싶던 인물이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있다니. 브릿마리를 알면 알수록 좋아하게 되는 작품 속 주변 인물들에게 동화되어 가는 나. 함께 웃고 울다보니 그녀와 헤어지기가 싫어진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중 처음 접한 책인데, 저자의 대표작이지만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미루어두었던 <오베라는 남자>는 물론,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까지 모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누군가의 그늘 아래서만 살아온 브릿마리가 가장 잘 하는 일은 과탄산소다로 집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것이다. 집밖의 일과는 거의 담을 쌓고 살아온 탓에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핀잔을 받던 그녀에게 사회로 한 발 나서야 할 계기가 생겼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이후, 집을 나온 브릿마리는 고용센터로 향하고 집요하게 찾아오는 그녀에게 백기를 든 고용센터 아가씨가 알선해 준 직업은 보르그라는 작은 마을의 레크리에이션 센터 관리인이라는 임시직이다. 난생처음 홀로서기에 나선 브릿마리가 보르그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건 축구공.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가 일할 레크리에이션 센터는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고 축구광인 동네 아이들과 하나뿐인 피자 가게(겸 우체국 겸 자동차 정비소 겸 기타 등등)까지 생소한 동네의 모습과 대면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시작한다. 어쩌다 아이들의 축구팀 코치를 맡게 되고 친구들을 만들게 되는 브릿마리. 그녀의 솔직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마을은 물론 브릿마리 자신에게도 놀랄만한 변화가 찾아온다. “여자들은 이케아 가구도 조립할 줄 모르잖아”라는 남편에게 보란 듯이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고, 총을 든 강도에게 용감하게 맞서며, 나름대로 친구들에게 따듯한 정을 베푸는 브릿마리로 인해 자꾸만 가슴이 뭉클해진다.

 

몇 개의 순간들. 인간이라면 누구나 시간의 흐름을 놓아버리고 그 속으로 빠져들어 그 순간에 머물 찰나의 기회를 몇 번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격렬하게 사랑할 기회를, 열정으로 폭발할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어쩌면 허락된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몇 번 그런 기회를 누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자신의 한계 너머에서 몇 번이나 숨을 쉴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순수한 감정으로 거리낌 없이 우렁차게 환호성을 지를 수 있을까? 얼마나 여러 번 기억상실이라는 축복을 누릴 수 있을까?

 

벤이 골을 넣자 브릿마리는 고함을 지른다. 그녀의 발바닥이 스포츠 센터 바닥에서 솟구친다. 1월에 그런 축복을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우주에서 그런 축복을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축구에 대해서는 ‘월드컵’조차 모르던 브릿마리가 축구시합에서 목이 쉬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결벽증에 잔소리꾼. 소외된 삶을 살던 여자가 마침내 찾아낸 자존감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이리라. 그녀가 선택한 인생의 항로에 함께 응원을 보낸다. 생각해보면 발바닥이 바닥에서 솟구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책을 읽는 동안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열정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기분을 브릿마리 덕분에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내가 일을 하려는 이유는 악취로 이웃주민들을 괴롭히는 건 본받을 만한 일이 못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아무라도 알아주었으면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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