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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가자] 지친 삶에 온기를 불어넣다. | 일반도서 2018-01-3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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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리로 가다(전2권 세트)

양윤옥 역
북스캔 | 2003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덕분에 베르사이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거리, 생토노레 명품관, 몽마르뜨 언덕 등 파리의 명소들을 주인공들과 함께 관광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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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함께 떠난다. 파리 보쥬 광장으로. 아사다 지로 특유의 유쾌함과 따스함이 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파리 곳곳의 명소들을 무대로 펼쳐진다. 과거와 현대를 교차하는 스토리의 독특한 전개가 시종일관 독자를 즐겁게 한다. 부도 직전의 여행사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기막힌 투어 계획을 세운다. 매우 값비싼 가격으로 럭셔리한 여행을 제안하는 '포지티브(빛)' 투어팀과 아주 경제적인 가격으로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네거티브(그림자)' 팀. 문제는 이 열배 차이가 나는 가격의 두 그룹이 같은 호텔 같은 방을 번갈아 이용한다는 것. 포지티브 그룹은 잠을 자는 밤에만, 네거티브 그룹은 다른 팀이 없는 낮에만. 두 그룹은 절대로 마주치지 않아야 한다. 이 사기성 짙은 여행사의 계획에 마치 내가 당하는 심정이 되어 열을 받아 처음 몇 장 읽었을 때는 솔직히 책장을 덮어버리려 했다. 그런데 장이 바뀌며 등장하는 호텔 노지배인이 들려주는 과거 태양왕 루이 14세에 얽힌 일화에 옛이야기를 듣는 어린아이처럼 스르르 빠져들어 몰입하게 되어버렸다. 참 스스로 생각해도 단순하고 어이없는 성격이다. 소설 속 상황, 그야말로 픽션일 뿐인데 내가 왜 열을 받아 씩씩대는 건지, 왜 늘 당하는 사람에게 동화되어 버리는지, 정작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그런 사정에 신경도 쓰지 않는데 말이다. 어쨌든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상사와의 불륜 끝에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받은 위로금을 한 번에 써버리려는 30대 후반의 여자, 약속한 원고 마감 때문에 잠 잘 시간도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담당 편집자, 도산으로 빚을 떠안고 동반 자살할 목적으로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 중년 부부, 버블 경제로 인해 오히려 벼락부자가 된 중년 남자와 호스티스 출신의 애인, 조직의 부조리함에 과감히 사표를 던진 전직 경찰과 떠나간 프랑스 애인을 찾기 위해 파리로 온 미모의 트렌스젠더, 작가와 경쟁 출판사의 편집자가 여행을 떠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몰래 뒤쫓아 온 출판사 직원들, 전쟁의 아픔을 겪고 평생을 야간 학교에서 제자들을 키워 온 노부부, 뛰어난 실력의 카드 사기꾼 부부. 냉철하고 빼어난 미모의 포지티브팀 여행 컨설턴트와 순박하고 소심한 네거티브팀 컨설턴트.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이 묵게 된 3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파리 보쥬 광장의 '샤토 드 라 레느 호텔(왕비관)' 역시 태양왕 루이 14세의 가슴 아픈 사랑의 역사가 간직되어 있는 곳. ‘베르사이유의 백합’이라는 장편소설을 쓰고 있던 베스트셀러 작가는 이 ‘왕비관’의 역사에 매료되어 필살을 담은 역작을 써내려 간다. 그리고 소설의 마감과 함께 결코 만나선 안 되는 사람들의 아픔과 힘든 상황도 의외의 결말과 함께 막을 내린다.

 

호텔 ‘왕비관’은 가상의 건물이지만 베르사이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거리, 생토노레 명품관, 몽마르뜨 언덕 등 파리의 명소들을 주인공들과 함께 관광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본 상남자 전직 경찰과 묘한 매력을 지닌 트렌스젠더, 예술의 신이 내리면 현실에서 떠나버리는 작가와 화장실까지 대신 가는 편집자가 벌이는 코믹 콤비 플레이까지 유쾌한 소동 속에 휘말리다보면 가슴 속에 따스함이 번져 오는 그런 소설. 덕분에 ‘파리에 잘 갔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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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제 행복해지자 | 일반도서 2018-01-3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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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이 바이, 블랙 버드

이사카 고타로 저/민경욱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박력과 개성이 넘치는 여성과 동행하는 이별 방문은 애인들의 다양한 성격만큼이나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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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유작이 된 미완성작 <굿바이>의 오마주 격인 작품이라고 한다. 바람둥이 남자가 여자들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절세미녀를 대동하고 한 사람씩 방문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라는 설정을 가져온 것인데, 가장 차별화되면서도 재미있는 설정은 절세미녀가 아닌 몬스터 같은 여자라는 캐릭터다.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작품 분위기가 한껏 살아나게 만드는 그녀로 인해 유쾌함과 긴장감이 점점 부풀어 오른다. 과연 유머와 해학, 스릴과 감동이 잘 버무려진 엔터테인먼트 소설계의 선두주자다운 이야기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주인공은 코라 켄고와 시로타 유. 상상해보니 코라 켄고는 딱 맞는 느낌이고 시로타 유가 거구의 여자라니 그건 또 그런대로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다섯 명의 여자를 사귀는 남자, 호시노 가즈히코. 어느 날 금전문제로 ‘그 버스’를 타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마유미라는 거구의 여자에게 감시를 받게 되는데 디데이를 앞둔 남은 2주 동안 애인들에게 이별을 고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을 한다. 180센티미터에 180킬로그램. 박력과 개성이 넘치는 여성과 동행하는 이별 방문은 애인들의 다양한 성격만큼이나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생산한다. 한명씩 이별을 고할 때마다 벌어지는 사건과 이야기를 통해 호시노군에 대해 알면 알수록 양다리 정도가 아니라 다섯 다리를 걸친 남자이지만 전혀 바람둥이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의 포인트다. ‘호시노 군은 천진난만한 사람이다. 모든 행동에 계산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내 사전에 ㅇㅇ은 없다.’ 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늘 지니고 다니는 마유미의 진짜 사전에는 ‘상식, 배려, 매너, 고뇌, 동정, 돕다, 구조하다’ 모두 지워져 있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에도 조금씩 파문이 일게 만드는 호시노 군만의 매력을 독자인들 피해갈 수 있을 리 없다.

 

“나는 오지 않는 사람을 계속 기다리는 쓸쓸함이 뭔지 잘 알아.” p.25


이별을 제대로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호시노의 애절하고 필사적인 마음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어릴 적 외출하신 엄마가 늦도록 돌아오시지 않을 때면 무척이나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돌아오시지 못한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호시노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 대상이 사람이건 결과이건. 기다림의 시간이 막연할 때는 더더욱. 그러나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어떤 기다림도, 이별도 견뎌내야 하리라. ‘그 버스’의 목적지가 어디이고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도망쳐봐야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까.

 

제목 <바이바이, 블랙버드>는 '너와 헤어져 이제부터 행복해진다.'라는 뜻을 가진 말로, 유명한 재즈곡이라고 한다. “고민이나 슬픔을 전부 가득 채우고 떠나요. 나를 기다려 주는 곳으로. 이곳의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고, 알아주지도 않아.”라는 가사의 노래라는데, 호시노 군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사랑했다. 결국 블랙버드란 호시노 군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악이나 불행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팔려 가네요, 슬픈 눈으로 보고 있네.”라는 노래 <도나도나>를 흥얼거리던 마유미도 마침내 시동을 건다. “앞으로 열 번. 열 번뿐이야.”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우리 사회의 ‘호시노 군’들이 지닌 ‘선’의 힘으로 ‘악’이 자리할 곳이 없게 되는 세상이 오기를 꿈꿔본다. 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제부터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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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스미시] 정체된 인생의 변화를 원한다면 | 일반도서 2018-01-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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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려라 스미시

론 맥러티 저/강대은 역
김영사 | 2005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미국 동부의 로드아일랜드로부터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자전거로 대륙을 횡단하는 긴 여행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몸도 마음도 서서히 변화하는 스미시에게서 우리는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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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극찬을 받은 소설이라고 해 무척 기대를 했다. 127킬로그램의 뚱보에 머리숱은 줄어들고 있는 중년남자 스미시 이드가 등장한다. 늘 술과 담배에 절어있고, 친구도 없으며 변변한 직업을 갖고 있지도 않은, 요즘 흔히 말하는 ‘루저’다. 철없고 편협한 시각으로 모든 걸 보던 예전이라면 실망했을 도입부였다. 주인공은 멋지고 매력적이어야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편견의 잔재는 아직도 약간 남아 있어, 스미시가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서며 여행에서 구원을 찾는 로드 소설이라는 걸 알았을 때  이 책을 추천한 스티븐 킹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소설이건 영화건 ‘로드’ 라는 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뻔한 전개가 예상되기 때문에. 그런데 이상한 것은 자꾸만 책장을 넘기고 있다는 거였다. 야심한 밤. 졸음이 눈꺼풀에 달라붙어 있는데도 이번 장까지만, 다음 장까지만 하면서 말이다. 미안합니다, 스티븐 킹. 잠시 오해를 해서, 작가의 안목을 믿지 못해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장례식을 치른 날, 오래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누나의 죽음을 통보받고 한순간에 세상에 혼자가 된 스미시 이드. 스스로를 얼간이 뚱보라 여기는 그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겨지는 건 언젠가 다가올 내 모습과 겹쳐보였기 때문일까. 창고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자전거를 찾아내 무작정 집을 떠난 스미시는 그대로 누나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향한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누나에 대한 기억과 가슴 아픈 상처, 베트남 전쟁에서 총탄 세례를 맞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후 찾아온 정신적 황폐함으로 인해 점차 뚱뚱해지면서 자신감과 인생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그는 여행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고달픈 삶의 행로에서 모두가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음을 깨닫는다.

 

‘처음으로 인생이 그냥 내게로 다가오지 않고 내가 인생에 다가가고 있었다. 인생을 그렇게 여기다니 얼마나 이상한가 생각했다.’


‘나는 진정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의심스런 삶은 살지 않겠노라고. 어리석은 어쩌면 우스꽝스런 삶이 될 수도 있겠지만, 비열한 짓을 일삼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진심이었다.’


‘우린 계속 나아가야 하고 강해져야 해요. 그리고 강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그들을 믿는 거예요.’

 

미국 동부의 로드아일랜드로부터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자전거로 대륙을 횡단하는 긴 여행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몸도 마음도 서서히 변화하는 스미시에게서 우리는 용기를 얻는다. 얼간이 뚱보가 되지 않기 위해, 허망한 나날을 살아가는 외로운 인생이 되지 않기 위해, 나도 열심히 세상을 향해 달려야겠다.

 

‘좋은 책은 흔히 끝까지 읽기가 싫었다. 그런 책들은 한동안 나를 내 삶에서 벗어나 책 속의 삶으로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이 책이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구절이 아닐까? 그렇다면 성공이다. 나는 한동안 스미시의 인생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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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라마] 평범한 일상에서 여자가 꿈꾸는 행복 | 일반도서 2018-01-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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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더 드라마

가쿠다 미쓰요 저/안윤선 역
예담 | 200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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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드라마일수도 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로맨틱한 행복을 꿈꾸는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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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요소는 전혀 없어 보이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지만 제목은 <더 드라마>다. 하긴 드라마적이라는 건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 걸까. 지구 상 어디에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막장 드라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네 이웃 또는 바로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은 드라마, 평범함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그린 드라마, 그렇게 드라마도 실로 여러 가지 장르와 스토리가 있는데 말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에서 아주 특별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능력을 지닌 작가 가쿠타 미츠요의 단편집 <더 드라마>는 어쩌면 드라마일수도 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로맨틱한 행복을 꿈꾸는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는 모든 이야기에 찻집이 등장한다는 것. 한창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던 시절에는 맛있는 커피와 차, 좋은 음악이 흐르는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난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듯, 찻집은 여성들에게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드라마라는 것 별 거 아니지 않은가. 내 인생의 행복을 향해 살아가는 그 자체가 각자의 드라마인 것을.

 

“세상 어디든 마찬가지야. 프랑스도, 중국도, 사람이 지치고 피곤하면 찻집에 와서 마시고 이야기하고 멍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어디든 그러하다면 이곳도 외국이라 이 말이지.”

 

개구리가 왕자로 변신한 게 아니라 왕자가 두꺼비처럼 변해버린 남자친구를 바라보며 피곤함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는 여자. 상의도 없이 이사할 집을 알아 본 남자친구에게 약간 화는 나지만 집주인 노파에게 이끌려 간 베이커리를 겸한 카페에서 일상의 행복을 맛보게 된다. (# 1. 드라마 거리)

 

어려서부터 예쁘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 자신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고 세월을 흘려보낸 여자. 주위엔 자신을 찬양하는 남자도 많지만 진정한 사랑도,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일도, 찾지 못했다.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가던 고풍스런 찻집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인생이 한심해 더 나은 빛을 향해 카메라 파인더를 바라본다. (# 2. 자아의 거리)

 

남자친구 없이 지내온 역사를 오늘도 여전히 쓰고 있는 여자. 남자들은 여자들이 도가 지나쳐도 두려워하고 너무 무관심해도 두려워한다. 친구 부부가 소개해준 남자와 고풍스럽고 운치 있는 찻집에서 애프터 데이트를 하지만 결국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 3. 통과의 거리)

 

집에도 있는 커피를 일부러 마시러 가는 곳. 클래식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몇 시간이고 의자에 파묻혀 있을 수 있는 곳. 그런 찻집을 동경해 찻집 주인이 된 여자. 나이가 들어도 어릴 때 즐겨보던 만화 주인공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취향이 변하지 않았다고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그저 갈 길을 가면 되는 거다. (# 4. 목표의 거리)

 

아이를 갖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임신을 기다리는 여자.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걸 직감하지만 그저 그 여자를 뒤쫓는 나날을 지낼 뿐이다. 그러다 처음 혼자 들어간 찻집. 생각보다 혼자 찻집을 찾는 사람이 많음을 알고 매일 찻집에 가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질투인지 집착인지 몰라도 언젠가는 아이를 갖게 되고 가족이란 그런 거겠지. (# 5. 아이의 거리)

 

누군가를 헐뜯고 싶어지고 모든 일에 의욕을 잃은 여자. 밥은 아무거나 먹으면 되고 외모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며 어느 새 뚱뚱한 아줌마가 되어 버렸다. 8년 동안 만나온 소시지 몸매의 유부남에게서 프러포즈를 받을 수나 있을까. 몇 년 전 은밀한 연애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던 찻집에 들렀으나 이미 다른 가게로 바뀌어 버렸다. 그들의 관계처럼. 이젠 새로이 의욕을 찾을 때다. (# 6. 의욕의 거리)

 

히스테릭하고 깐깐하며 잔소리 심한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여자. 죽어주기를 바라던 시어머니지만 막상 알츠하이머에 걸려 자식들에게까지 외면 받는 모습을 보자 생각이 많아진다. 노인요양시설에 시어머니를 입원 시키던 날, 남편과 함께 간 찻집은 전에 시어머니를 따라 갔던 곳. 벽에 걸려 있는 두 여인의 그림을 보며 삶은 또 다른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라도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 (# 7. 이별의 거리)

 

결혼 5년차에 접어든 여자. 남편과는 비밀도 없고 친구처럼 사이도 좋다. 단지 부부관계를 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는 불만이 있을 뿐. 두 번의 유산 때문일까. 그러나 성욕에 대한 갈증은 자꾸 커져만 간다. 파트타임 일로, 운동으로 욕구를 승화시켜보려 하지만 잘 해결되질 않는다. 아르바이트생의 개인전을 보러 갔다 들른 고풍스런 찻집에서 문득 깨닫는다. 남편과 그녀는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이 달랐던 거라는 걸. (# 8. 승화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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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 마음과 인생이 담긴 사진들 | 일반도서 2018-01-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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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직 필름이 남아있을 때

심포 유이치 저/권영일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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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의 추억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이야기로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흥미를 더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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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한순간의 기록이지만 그 안에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걸 이 작품을 읽으며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같은 사진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지 않는가. 그 사진을 찍었을 때의 상황이 영화처럼 스쳐지나갈 때면 그 날의 공기와 냄새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또 하나 새롭게 다가왔던 사실은 사진에는 카메라로 찍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들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을 취재하는 보도사진기자라면 셔터를 누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확실히 더 잘 드러나리라. 요즘은 누구나 사진을 찍어 SNS로 공유하는 시대이지만 역시 프로의 사진은 다를 것이다. 순간을 포착하는 순간 찍는 사람의 정신이 깃든다고 생각하면 사진작가의 세계도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다. 앞으로는 단순히 기술이나 구도 뿐 아니라 사진에 담긴 감성을 가슴으로 느껴보고자 노력해봐야겠다.

 

셔터를 대충 누르지 마라. 그 한순간을 놓쳐선 안 된다. 몰두할 만큼 보람 있는 일 아닌가? p.215

 

심포 유이치의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는 사진작가의 추억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이야기로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흥미를 더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제5장부터 시작한다는 색다른 구성이다. 50세가 된 지금부터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22세까지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진작가로서 어떤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를 각 장에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기타카와는 어느 정도 성공한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초심을 잃은 상태라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의뢰한 영정사진은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된다.-제5장 영정(50세)- 어시스턴트였던 미인 사진가의 집념을 이해하고-제4장 암실(42세)- 스승의 모습에 자신을 비춰보며-제3장 스트로보(37세)- 사진작가로서 인정받게 해준 운명적인 만남들을 기억한다.-제2장 한순간(31세)- 그리고 미처 꿈을 펼치지 못한 친구의 마음이 담긴 사진을 보며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사진을 찍겠다고 다짐한다. -제1장 졸업사진(22세)-

 

처음에는 그저 문학작품을 읽듯이 주인공 기타카와가 안내하는 추억을 뒤따라가고 있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이건 일상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다싶더라니 역시 저자의 의도가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일상의 수수께끼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기에, 안타깝다거나 서글픈 이야기들도 담담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사는 건 후회와 실패의 반복“이라는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대사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길에는 곳곳에 장애물이 버티고 있게 마련이지만 하나씩 넘으며 나아가야하지 않겠는가. 고단한 삶 속에서도 당당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으라는 다독임을 받은 느낌이다. 이 여운이 가시기전에 이번에는 제1장부터 되짚어나가며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심포 유이치眞保裕一의 작품은 일본어 원서로 책을 읽는 엄마의 책장에서 자주 보던 터라 궁금하던 작가였다. 소재가 중복되는 일이 없고 취재와 자료를 모으는데 정성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더니 사진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를 거친 듯 작품에 등장하는 사진들이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원제인 ‘스트로보ストロボ’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불빛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과거에 업무상 포토그래퍼와 일을 하던 때가 자주 있던 편이라 스트로보나 노출계, 반사판, 카메라 셔터 소리, 분주히 움직이는 스튜디오의 분위기 등등 그리운 추억이 함께 떠올라서 더 감상이 깊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최종후보에 올랐던 나오키상을 왜 놓쳤을까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제123회 나오키상 수상작은 가네시로 가즈키의 [GO] 였다. 강력한 상대를 만났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국내에도 더 많이 알려졌으면 싶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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