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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의 그녀] 허전한 마음에 위안을 주다 | 일반도서 2018-01-0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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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안의 그녀

가쿠타 미츠요 저/최선임 역
작품 | 2005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참 많은 공감과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작가 가쿠다 미쓰요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자꾸만 기억의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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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공감과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작가 가쿠다 미쓰요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자꾸만 기억의 문을 두드린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게 서툴고 친구도 몇 안 되는 여자들의 이야기, 이건 바로 내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한편 주인공들에 대한 동질감에 묘한 위안을 얻기도 했다. 세 살 난 딸을 둔 전업주부 사요코. 사요코와 같은 나이로 같은 대학 출신 여사장인 아오이.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아오이와 단짝이었던 나나코. 이 세 여성을 중심으로 우리가 살면서 흔히 겪는 일상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 두고 아이만 키우다 취업을 결심한 사요코가 일하게 된 회사의 사장 아오이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모습과 고등학교 시절의 아오이와 나나코의 우정에 관한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전개된다. 対岸の彼女. 강 건너편에서 그녀들이 걸어가는 삶의 흔적들을 따라가노라니 어느새 나도 고교생의 나로 돌아가 있고 사회 초년 시절의 두근거림이나 사업이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날들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사요코는 어디를 가나 그룹 속에 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성격이다. 여자들은 무리를 짓기 좋아하는 속성을 지닌 탓인지 학생일 때나 사회에 나와서나 엄마가 되어서까지도 그룹이 형성된다. ‘같은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모이는 공원. 그 곳에도 미묘한 역학 관계가 형성된다. 보스 같은 존재가 있고 자연스럽게 소외를 당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공원 내의 사사로운 파벌은 전에 일하던 회사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했다. 커피나 차 준비를 둘러싸고, 퇴근시간을 놓고, 복장 문제로, 여자 화장실 사용을 둘러싸고, 그 조용한 대립은 끝없이 계속되었다. 양쪽으로부터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 피곤함에 지쳤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는데.

 

자신을 닮아 사교성이 부족한 딸 아카리가 유아원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사요코. ‘아이는 정말로 나처럼 생각할 때가 있어. 집에서는 명랑하지만 나가서는 아무 말도 못하는 게, 내 어렸을 때를 보는 것 같다니까. 나도 그랬거든. 그런 건 무섭다기보다, 뭐랄까, 침울해지는 일이지.’ 그래, 나도 그랬어. ‘결국 우리 세대는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해 공포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친구가 많은 아이는 밝은 아이고, 친구가 없는 아이는 어두운 애. 어두운 애는 좋지 않은 애. 그런 식으로 여겨지잖아. 세대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지. 누구에게나 공통된 개념일지도.’ 학창 시절 그런 고정관념으로 인해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만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다. 아니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하지만 억지로 만든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건 나 자신이, 나다운 모습이 아닌 것을.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전업주부를 선뜻 받아준 회사의 여사장 아오이는 사람들에게 모든 일이 쉽게 생각되도록 만드는 힘을 전염시키는 밝은 인물이지만 그녀 마음속에는 깊고 깊은 텅 빈 굴이 있는 느낌이다. 과거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는 아오이는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나나코와의 우정으로 커다란 힘을 얻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갈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나나코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나만은 절대로 아오이 편이니까, 내가 지켜줄게. 그리고 만약 내가 무시 같은 걸 당하더라도 난 그런 거 전혀 두렵지 않거든. 그런 곳에 나의 소중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릴 적 넘어져 얼굴을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친구들은 괴물 같다며 모두 슬금슬금 곁에 오기를 꺼려하고 나는 늘 혼자였다. 괴물 취급을 당하는 건 괴로웠다. 하지만 두렵거나 외롭지는 않았다. 내겐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늘 친구가 되어주는 책이 있었으니까. 겉모습만으로 판단을 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바보 같다고 생각될 뿐이었다. 상처가 모두 아물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하나둘씩 다가왔다. 미안했다고. 그래 세상은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소중한 건 마음속에 있는 법이다.

 

아오이의 회사는 여행업을 하고 있지만 재정난에 부딪치자 청소 용역을 계획한다. 그렇게 전문적인 청소를 배우는 사요코. 청소는 그녀에게 스트레스를 해방시켜 주는 동시에 사회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된다. ‘세제를 스펀지에 흡수시켜서 바닥의 일부에 대고 동글동글 원을 계속해서 그려댄다. 눌러 붙어 있던 기름 층이 얇아지는 것과 비례해서 머릿속은 점점 더 새하얘진다. 생각이 사라져 그냥 뻥 뚫린 공백이 넓어진다. 그 공백은 언제까지고 거기에 있고 싶은, 기분 좋은 것으로 느껴졌다.’ 청소를 통한 해방감은 아오이에게도 마찬가지. 고교 시절 여름 방학 동안 이즈의 펜션에서 나나코와 함께 한 아르바이트는 아오이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가져온다. ‘일하는 것은 즐거웠다. 손발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에 이상한 해방감이 있었다. 이런 곳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왠지 기분이 상쾌해질 것 같아. 누구도 탓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우리의 엄마들도 그렇거니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대청소를 시작하곤 하는 걸 보면 청소라는 노동이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임은 분명한 것 같다. 잡념을 사라지게 해주는 효과도 있지만 찌든 때를 열심히 문지르다보면 매끈한 바닥이 느껴지는 순간의 환희 때문에 청소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년여 동안 매일같이 붙어 다니던 아오이와 나나코는 성인이 된 후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이 겪었던 과거 고교 시절 사건에 대해 알게 되고 그녀들의 오랜 우정의 확인을 은근히 기대했던 사요코는 실망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고 생활이 달라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변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다. 중요한 건 그런 우정이 있었다는 걸 마음에 담는 것 아닐까. 그 친구도 지금 나와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공기를 마시고 나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믿음만 있다면 사실 얼굴을 마주하는 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통하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편안했던, 어떤 가식도 필요하지 않던. 서로가 바쁘게 살다보니 어쩌다 소식이 끊어져 버렸다. 잘 살고 있는 거겠지? 보고 싶다, 친구야.

 

나오키상을 받은 ‘대안의 그녀’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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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조금 천천히 가도 좋지 않을까? | 일반도서 2018-01-0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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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요시다 아쓰히로 저/민경욱 역
블루엘리펀트 | 2011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맛있는 음식과 함께 따뜻하고 훈훈한 정이 오가는 이야기.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화롭고 사랑스러우며 인간미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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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 샌드위치만 생각했다. 워낙 빵을 좋아하는데다가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주던 말랑말랑한 식빵 사이에 햄이나 치즈, 계란 등을 넣은 샌드위치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는 바람에 주인공 청년이 샌드위치로 머리가 꽉차버려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처럼 책에 집중이 되질 않아 같은 줄을 계속 읽곤 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라 샌드위치와 수프에 관한 이야기에 갑자기 배가 고파 올 때면 내일은 감자샐러드를 만들어볼까 생각하며 등을 둥글게 만 채 머릿속으로 요리를 상상하다 꿈나라로 향하기가 며칠 밤인지 모른다. 결국 가장 맛있다고 생각되는 건 엄마의 맛이라는 사실은 만국 공통인가보다.

 

저자의 전작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과 같은 가상의 마을 ‘쓰키부네초(月船町)’를 배경으로 한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역시 마찬가지로 맛있는 음식과 함께 따뜻하고 훈훈한 정이 오가는 이야기다. 판타지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환상적인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떤 사람들은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를 떠올린다고 하는데 듣고 보니 ‘오오! 은하철도 999!’ 그 느낌 공감이 간다. 한가해 보이는 작은 바닷가 마을, 하늘엔 달, 바다에는 배, 거리를 달리는 정겨운 노면전차와 옛날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오래된 극장이 있고, 어디선가 맛있는 음식 냄새가 바람을 타고 전해져온다.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화롭고 사랑스러우며 인간미가 가득하다.

 

저녁 햇살 속을 노면전차가 천천히 통과하고, 건널목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석양을 받으면서 걷기 시작했다. (p.32)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교외의 마을로 이사를 온 청년 오리大里는 사람들이 저마다 들고 가는 ‘3’이라고 쓰인 봉투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데 집주인 마담이 맛있는 샌드위치라고 알려준다. 한번 먹어보고는 그 맛에 흠뻑 빠진 그는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하고 결국 가게 ‘트르와(トロワ, trois)’에 취직하기에 이른다. 성실 그 자체인 주인과 어른스러운 초등학생 아들과도 친구가 되어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가 되며 평소에 연모하던 은막의 여배우 마쓰하라 아오이와 우연히 만나는 기적 같은 일도 생긴다. 된장국만은 잘 끓이던 그에게 사장 안도는 수프를 만들어보라는 제의를 하고 아오이 씨의 지도아래 일생일대의 수프 만들기에 도전한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샌드위치에서 수프로 넘어가지만 수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꿋꿋하게 샌드위치가 이런저런 형태로 떠오르는 것이었다. 주옥같은 문장을 통해 소중한 삶의 가치를 하나씩 배워가야지 어째서 음식 생각만 하는가, 나라는 인간은. 요리 실력도 별로 없는 주제에 재료만 사놓고 감자샐러드랑 샌드위치는 언제 만들어 먹으려는지 스스로가 한심할 지경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기승전결 없어도,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아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충분히 전해져 오는 감정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솔직히 이야기가 계속되었으면 싶을 정도로 재미도 있다. 이 마을의 다음 이야기 <레인코트를 입은 개>도 궁금한데 국내 출간 소식은 없는 걸까, 아쉽다.

 

"하지만 세상에는 시대에 뒤처진 채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나는 그런 사람을 존경하기 때문에 누나가 말하는 ‘세상’이 어찌 되었든, 그런 사람을 따르고 싶다는 생각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p.41)"

 

자신만만하게 길을 잘못 찾고,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리를 뒤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걷는다.
“미아가 되는 만큼 많은 것을 보게 되니까.”
“재미있었어.”
자신감을 갖고 헤매기 때문에 아마 불안감도 없을 것이다. 불안감이 없다면 어쩌면 미아가 되는 건 의외로 즐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옆에서 누나를 지켜보는 가운데 언제부터인가 나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p.119~120)

 

‘행운’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모두에게 똑같이 배분되어 있다. 보통은 그것을 ‘행운’이라고 깨닫지 못한 채 슬금슬금 써버린다. 그것이 올바른 ‘행운’의 사용법으로, 그것을 깜빡하고 너무 많이 사용하면 균형이 무너져 날마다의 ‘행운’에 강약이 생겨버린다. (p.189)

 

그러고 보니 아버지의 시계는 어쨌지?
이제까지 생각한 적이 없었다. 생각한 적이 없었던 만큼 어찌 돼도 상관없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가 굴러 나왔더라도 그대로 금방 잊을 때도 있고, 잊었다는 것 자체를 깨닫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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