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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 숨가쁘게 펼쳐지는 추격전 | 장르소설 2018-03-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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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남겨진 자들

제프리 디버 저/남명성 역
시작 | 200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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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이토록 숨가쁘게 달리는 소설은. 「본콜렉터」이후로 링컨 라임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으며 제프리 디버 소설의 애독자가 되었지만 슬슬 질려가던 중에 만난 「남겨진 자들」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미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냉혈한 살인청부업자와 여경관 브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잠깐 쉴 사이도 없이 전개되는데 그게 하룻밤의 일이라니 놀라운 글솜씨다. 생존 경쟁 속에 오가는 두뇌 싸움, 긴장감, 거듭되는 반전, 동질감, 극한 상황에서의 심리와 갈등 등이 짜임새 있게 펼쳐지는데다 그 와중에 로맨스도 있고 가족애도 있어서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은 휙휙 넘어간다.

 

외딴 호숫가 별장에서 걸려온 911 전화는 금방 끊어지고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순찰 간 여경관 브린은 위험한 상황에 빠지고 만다. 남겨진 시체, 숲에서 마주친 도망친 여인, 잃어버린 휴대폰, 강물에 처박힌 총과 자동차, 점점 어두워져가는 시간. 최악의 조건이지만 어쨌든 살인자는 끝까지 추격해올 거라는 것과 어떻게든 숲을 빠져나가야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눈치 채고 도움도 되지 않는 여자를 보호하며 길을 재촉한다. 믿을 수 있는 거라곤 본능적인 감각과 훈련된 상황 판단, 재빠른 두뇌 회전밖에 없는데 추격해오는 살인자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설마 주인공이 도중에 죽기야 하랴는 생각으로 읽기는 하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은 쉽사리 놓을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 1부가 끝나고 2부의 결말로 향할 때도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후에는 누가 남을 것인가, 숲에 남겨진 자들과 빠져 나가지 못한 자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 결국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남겨두어야 한다. 결말은 깔끔하다. 요즘 트렌드인 찜찜함이나 뿌리 뽑히지 못한 악의 존재 같은 불편한 결말이 아니어서 뒷맛도 좋다. 여운이 오래 남지 않을지는 몰라도 속 시원한 스릴러는 통쾌한 기분을 안긴다. 모처럼 후련하고 짜릿한 즐거움을 맛본 작품이다. 별다른 계획 없는 주말,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이 책으로 지루함을 깨끗이 날려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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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RUN! RUN!] 웃음과 감동의 달리기 | 일반도서 2018-03-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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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RUN! RUN! RUN! 런! 런! 런!

카츠라 노조미 저/한희선 역
북홀릭 | 2008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까칠하고 냉랭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동료애를 느끼는 유우와 함께 이와모토에게 응원을 보내느라 밤이 늦은 줄도 모르고 책의 종반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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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선별로 원하는 아이를 갖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생각만으로도 섬뜩한 세상이다. 자신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스스로에게 어떤 감정을 느낄까? 천재적인 머리를 타고났으니까, 운동을 뛰어나게 잘하니까, 외모가 훌륭하니까, 그런 요인들로 만족할 수 있을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인간일 테니 감사해야할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힌데 대한 결과는 응당 치러야 하리라. ‘달리기’와 ‘유전자 조작’이라는 소재를 맛깔나게 어우러지도록 구성한 이 작품은 영화화된 <현청의 별>로 유명해진 카츠라 노조미의 청춘 육상 성장소설이다.

 

대학에 특기생으로 입학한 오카자키 유우는 장거리 육상에 특화된 신체를 지니고 있다. 누군가의 등을 보고 뛰어본 적이 없는 온갖 기록의 소유자로서 오만하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다. 장기 목표는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단기 목표는 ‘하코네 역전대회’의 꽃 2구간 주자 선발로 자신만의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습을 계속하고 싶을 뿐, 어차피 달리기는 개인경기라고 생각하는 유우는 동료애와 팀웍을 요구하는 육상부가 귀찮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거침없이 질주하던 천재 러너의 삶에 적신호가 켜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의대생 엘리트 형이 전차사고로 사망하자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의 입에서 ‘유전자 조작’이라는 말이 나온 것. 도핑 검사가 걱정되는 유우는 하코네 역전대회를 포기하는데 감독은 부원의 서포터가 될 것을 요구한다. 실력은 한심하지만 자신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다가와준 이와모토를 통해 가슴 속에서 일렁이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는 유우. 이제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스스로의 길을 결정해야 할 때다.

 

주인공은 영 개과천선할 여지를 보이지도 않는데다 달리기만 줄곧 해대는 소설이 처음에는 지겨웠다. 이야기의 묘미는 유우가 이와모토의 서포터가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여전히 까칠하고 냉랭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동료애를 느끼는 유우와 함께 이와모토에게 응원을 보내느라 밤이 늦은 줄도 모르고 책의 종반을 향해 달렸다. 천재는 어렸을 때만 통하는 거라고 한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노력 없이는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는 게 진리인 셈인데, 그렇다면 노력하는 천재는 넘어설 수 없다는 건가? 범인의 입장에서는 서글픈 이론이지만 일단은 노력부터 한 후에 따져보기로 하고, 어찌 되었든 인위적인 것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결과만 좋다면 도덕적인 부분은 눈을 감아도 되는 일인지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할 문제이기도 하다. 웃음과 감동이 지나간 후, 자성의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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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 날아오르고 싶다, 내 안의 벽을 넘어. | 일반도서 2018-03-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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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SPEED

가네시로 가즈키 저/양억관 역
북폴리오 | 200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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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째 로 만난 '더 좀비스'의 활약상. 가네시로 카즈키 특유의 유머감각과 유려하고 명쾌한 필치가 또다시 흥미진진한 세상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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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도 죽지 않는 '더 좀비스'. 이번엔 여학생이 합류했다. <레벌루션 No. 3>에서 ‘더 좀비스’의 매력에 흠뻑 빠진 후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 이어 세 번 째 로 만난 '더 좀비스'의 활약상이 <SPEED>다. 작가 가네시로 카즈키 특유의 유머감각과 유려하고 명쾌한 필치가 또다시 흥미진진한 세상으로 이끈다. 삼류 고등학교 문제아들의 모임인 ‘더 좀비스’가 세이와 여고 습격에 성공하고 정학을 받은 직후의 이야기다. <레벌루션 No. 3>와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읽지 않았어도 문제는 없지만 전작의 내용을 알면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이나 문득문득 아련해지는 그들의 눈길을 이해하기 쉽다.

 

정학 중에 우연히 세이와 여고생 오카모토 가나코를 위기에서 구해주게 된 박순신, 미나가타, 가야노, 야마시다. 네 명의 구세주들은 조금 이상하기는 해도 그녀가 처한 상황을 풀어가기 위한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엉뚱한 일에 개입하게 되기 전까지는 학교와 집밖에 모르던 평범하고 모범적인 여학생이던 오카모토 가나코는 불의의 세계와 접하고 맞서 나가보기로 한다. 물론 ‘더 좀비스’가 있기에 가능한 시도였지만. 아무 것도 얻을 것도 없고 반드시 해야 할 일도 아니건만 투지를 불태우는 ‘더 좀비스’를 보며 가나코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호신술을 배우고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며 한층 성장해가는 가나코와 그녀를 도와주며 히로시를 잃고 생기를 잃었던 삶에 활력을 얻는 ‘더 좀비스’의 멤버들. 그들은 그렇게 함께 진화해간다.

 

“그 애들도 처음부터 터프하지는 않았어. 하늘을 날려다가 몇 번이나 추락하고, 누군가에게 날개를 잡히기도 하고, 그럴 때 마다 조금씩 강해져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에 가까워져 가는 거야.”


모든 권력과 부와 질서를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나카가와와의 한판 승부. 일류 대학을 구성하는 조직과 문화는 기존 사회의 축소판이다. 온갖 비리와 모략과 부패가 팽만한 가운데 낡은 제도는 그대로 답습되고 일반 학생들은 그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방관자적 태도로 순응하며 생활한다. 마치 지금 우리 사회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진실을 파헤치고 체제를 무너뜨리는 그들의 활약상이 이토록 통쾌한 까닭은.


“전통이니 인습이니 인간을 구속하는 중력을 벗어나 얼마나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가를 보고 관객은 감동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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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관계] 환상의 듀오 탐정 켄지 & 제나로 | 장르소설 2018-03-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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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성한 관계

데니스 루헤인 저/조영학 역
황금가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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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기로에서 맞이한 위험한 순간 서로에게 ‘신성한 관계’임을 깨닫는 두 사람. 켄지와 제나로의 환상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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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추리, 액션, 로맨스, 추적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의 모든 재미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이야기를 쓰기에 할리우드에서도 주목받는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사립탐정 켄지와 제나로가 드디어 둘 사이의 엷은 막을 걷어내고 환상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혼성 파트너가 함께 활약하는 하드보일드라는 참신한 설정과 함께 빈부격차, 인종차별, 폭력, 실종, 부패, 약물 등의 현대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다루는 한편으로 긴장감 또한 가득하니 몰입도가 클 수밖에 없다. 이 시리즈가 지닌 최대 매력은 남녀 파트너가 동등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강단 있고 박력 넘치는 여성인 안젤라 제나로이기에 시니컬하고 소심한 면모를 지닌 패트릭 켄지와 완벽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는 하드보일드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실종 사건부터 시작된다. 두 번째 시리즈인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를 건너뛰는 바람에 그들이 겪은 아픔을 짐작만 할 뿐이지만 어쨌든 한동안 휴식 중이던 켄지와 제나로는 어마어마한 재벌에게서 사라진 외동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반강제로 받고 오랜만에 탐정 일에 뛰어들게 된다. 애인과 엄마를 잃고 아빠마저 시한부 선고를 받자 슬픔에 잠겨 방황하던 아름다운 여인 데지레.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살아 있기는 한 걸까? 보스턴에서 캘리포니아로 흔적을 찾아가던 켄지와 제나로는 그녀를 추적할수록 수상한 점을 발견한다. 사람들의 슬픔을 볼모로 삼아 협박을 일삼는 사이비 종교단체, 이익을 위해서는 약자를 짓밟기를 주저하지 않는 기업가,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눈감는 비리들.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 앞에 켄지와 제나로는 분노한다.

 

데니스 루헤인의 여느 작품처럼 결과적으로 완전하게 마무리는 되지만 결코 뒷맛이 시원하지는 않다. 범죄를 저지른 자는 벌을 받고 사건은 해결된다는 모법답안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으로, 사실 거대 권력과 맞서 악을 뿌리째 뽑아내기란 불가능한 것이 현대사회의 모습 아니겠는가. 켄지와 제나로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악인들을 응징함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해야 할 것이다. 불완전하기에 더욱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켄지와 제나로. 여섯 번째 <문라이트 마일>로 시리즈는 완결되었다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생사의 기로에서 맞이한 위험한 순간 서로에게 ‘신성한 관계’임을 깨닫는 두 사람이었기에 이후에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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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반짝반짝 빛나는 이십대의 청춘백서 | 일반도서 2018-03-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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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저/양윤옥 역
은행나무 |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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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거쳐 가는 젊은 날의 고민, 사랑, 열정, 갈등 등의 경험담을 담고 있어 격하게 공감이 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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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춘의 나날들을 1980년대 도쿄를 배경으로 담백하게 그린 작품, 오쿠다 히데오의「스무 살, 도쿄」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거쳐 가는 젊은 날의 고민, 사랑, 열정, 갈등 등의 경험담을 담고 있어 격하게 공감이 가는 소설이다. 그 시절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도전과 패기가 부럽다. 그땐 실수도 성장해가는 과정이었고 무너져도 곧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에너지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꿈과 희망이 있었다. 뭐 꿈은 평생 꾸는 것이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거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20대의 청춘은 그 젊음만으로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때다. 20대여,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늦어버리기 전에.

 

소설은 청년 다무라 히사오의 열여덟 봄부터 스물아홉 겨울까지 10년 동안의 에피소드들을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엮고 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이다. 20년 전과 요즘 소설의 차이점 중 가장 크게 변한 상황은 개인 전화가 있고 없고의 차이인 것 같다. 개인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는 사적인 용무도 회사 전화를 사용해야 했고 약속이 어긋나면 길에서 오고가는 시간 낭비에 난감한 상황들이 발생하곤 했으나 그땐 당연한 일이었을 뿐,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인간적인 맛이 있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요즘은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최신장비로 해결이 가능하니 그야말로 스마트한 세상이지만 너무 삭막하단 느낌도 드는 것은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인걸까. 눈이 돌아갈 만큼 빠른 전개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쉬어가는 이야기를 읽는 것도 마음에 평안을 주는 휴식 방법이다. 영화, 연극, 음악, 스포츠에 이르는 작가의 해박한 지식을 곁들여 도쿄 구경에 나선다.


레몬_1979년 6월 2일
열여덟 살 다무라 히사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도쿄의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 재수생 신분으로 고향 나고야를 떠나 상경한다. 보물1호는 세끼 밥보다 더 좋은 레코드 백여 장.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아 공부에 매진한 덕에 대학에 입학, 연극 동아리에 가입했더니 연극보다는 매일 술이다. 알쏭달쏭한 여자의 심리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서툴기만 하지만 첫사랑은 마치 레몬처럼 새콤하고 짜릿하게 다가온다.
# 대학가로 유명한 오차노미즈, 히지리바시 다리, 히비야공원, 유라쿠초에서 에기쿠보로, 다시 오차노미즈로.


봄은 무르익고_1978년 4월 4일
일년전으로 돌아가보면, 도쿄 하숙집으로 출발하던 날, 아버지와는 어색해서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엄마와 함께 신칸센을 탄다. 당당하게 혼자 하숙집을 정하고 독립을 선언했지만 낯설고 번잡한 도시에서 처음 맞는 밤은 외롭고 불안하다. 처음 혼자 밥을 먹으러 식당을 찾는 다무라. 너무 세련된 곳이라서, 만원이라 우물쭈물하다 자리를 놓쳐서, 손님들이 접시를 들고 서서 줄을 서있는 곳이라 어떻게 할지 알지 못해서, 선뜻 혼자 식당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간다. 결국 결정한 맥도날드에서도 젊은 학생들에게 위축되어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하고 만다. 어쩜 예전의 나 같잖아! 그렇게 첫 독립의 봄은 무르익어간다.
#기타이케부쿠로의 하숙집, 이케부쿠로에서 야마노테선을 타고 신주쿠, 요요기, 하라주쿠를 지나 도쿄공대가 있는 오오카야마로, 다시 시부야, 요쓰야를 지나 스이도바시의 고라쿠엔 구장에서 콘서트를.


그날 들은 노래_1980년 12월 9일
스무살의 다무라는 작은 광고사에서 일하고 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대학을 중퇴하고 남들보다 일찍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으나 그다지 대학생활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맘에 들기도 하고. 제때 밥도 못먹고 매일 야근에 외근 심부름까지 도맡아하는 신참이라 시간을 쪼개가며 일을 해야 하지만 자신의 카피가 버젓이 인쇄되어 나오는 걸 보면 뿌듯한 마음 가득하다. 존 레넌이 피격 당하던 날, 유난히 정신없던 하루를 마감하며 불러보는 그의 노래는 청춘을 위로하는 듯 마음을 다독여준다.
#에비스, 시바, 도쿄타워, 에비스, 신주쿠, 에비스...

 

나고야 올림픽_1981년 9월 30일
1988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의 날, 나고야냐 서울이냐로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서울 올림픽으로 우리는 환호하고 있을 때 나고야에선 실망의 한숨을 쉬고 있는지는 몰랐다. 다무라는 직장에서 인정을 받고 그의 밑에 신입사원을 3명이나 둔 경력사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신입사원이 자신을 도와주는 건지 일을 더해주는 건지 한심하기만 하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신입들이 답답할 때가 많다. 자신의 신입 시절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지 오래고. 사실 윗사람한테 잘하기보다 아랫사람 부리는 게 더 어려운 것이 사회인 것 같다. 나고야 올림픽은 물 건너가 버렸지만 다무라는 또 한걸음 나아간다.
# 에비스, 스튜디오, 아카사카 호텔, 에비스

 

그녀의 하이힐_1985년 1월 15일
이십대의 중반에 접어든 다무라. 회사는 그만두고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주가를 올리는 중이다. 그 때의 엄마들이 흔히 그렇듯이 다무라의 엄마도 예외는 아니어서 엄마 친구 딸 요코와 본의 아닌 선을 보게 된다. 나고야의 젊은이들을 짝 지워 다시 고향으로 데려오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 엄마들이 친구인 경우 선 자리는 애매모호하다. 싫다 좋다를 표현하기엔 눈치도 보이고 예의도 차려야하고. 서로 결혼 생각은 전혀 없다는 걸 알게 된 다무라와 요코는 편하게 휴일의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키가 큰 요코의 하이힐은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도구라는데, 역시 여자들의 마음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긴자, 호텔 레스토랑, 마리온 극장, 아오야마, 진구가이엔 공원, 국립경기장, 가이가칸, 다시 긴자, 쇼와거리, 쓰키치 경찰서, 하루미 부두에서 야경을.

 

베첼러 파티_1989년 11월 10일
이십대의 마지막을 보내는 부산한 연말, 다무라는 여자 친구는 있지만 결혼은 아직이다. 에비스에 있는 사무실은 카메라맨, 디자이너, 그리고 카피라이터인 다무라, 동갑내기 셋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80년대를 보내며 이십대를 마무리하는 그들은 동료인 디자이너 오구라의 결혼식 전날 성대한 베첼러 파티를 열기로 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냉전도 끝나버린 1989년,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
#에비스, 니시아자부, 신주쿠 호텔에서 파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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