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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센 말로센] 무슈 말로센을 위하여 | 장르소설 2020-02-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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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말로센 말로센 1

다니엘 페나크 저/진인혜 역
책세상 | 1998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성격도 생김새도 각각이지만, 가족애만큼은 최고인 이 사랑스러운 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게 흘러간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출판사 ‘문학동네’에서는 다니엘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 중 다른 출판사에서 이미 출간되었던 [산문 파는 소녀], [말로센 말로센] 다음으로 [정열의 열매들]을 국내에 소개했다. 3, 4권 다음 시리즈인 5권을 출간한 셈이다. 그리고는 이어서 1권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와 2권 [기병총 요정]을, 이후 3권은 [산문팔이 소녀]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번역 출간했으나 4권 [말로센 말로센]은 그만 누락시켜버렸다. 그리하여 서평을 남기는 이조차 거의 없는 가련한 소설이 된듯해 안쓰러운 기분으로 읽기 시작한 네 번째 시리즈인데 과연, 중반이 넘어가도록 내내 하품만 나올 만큼 몰입이 안 된다.


전작에 너무 힘을 쏟아 부어서 이후의 작품부터는 맥이 빠져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책의 전반부에는 ‘지금까지의 줄거리’뿐, 뱅자맹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형태 또한 지루하기 그지없다. 후반부에서는 그래도 사건에 진전이 생기고 뱅자맹은 또다시 희생양이 되는데, 이번에는 급기야 감옥에 수감되기까지 한다. 뱅자맹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쿠드리에 경찰서장이 퇴임함에 따라 후임으로 온 르장드르 서장에 의해 지난 1, 2, 3권의 희생자들 모두에 대한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며 그 어떤 해명조차 통하지 않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이야기에서 무참히 희생된 창녀들과 폭발사고로 죽은 이들까지 사건은 늘 그렇듯이 한결같이 뱅자맹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내 주변을 장식한 모든 사건을 차례차례 꺼냈다. 먼저 백화점 사건-다섯 개의 폭탄과 여섯 명의 사망자와 나. 벨빌의 마약 중독노인 사건-대로에서 살해된 형사 한 명. 경찰서장의 의문의 자살, 소다를 뒤집어쓴 서점주인, 그리고 그 순간 같은 동네 같은 집에 있던 나. J.L.B. 사건-죄수 크라메르라는 사람에 대한 암살 기도, 내 누이동생에게 구혼한 샹프롱 교도소장의 암살, 그리고 많은 살해동기를 가지고 있던 나는 가공할 관통력을 지닌 22구경 권총의 총알을 맞고 극한적인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거기에다가 끝까지 자신의 말을 고집하는 장밋빛 투피스의 키 큰 여자에 의하면, 내 주문에 따라 최근 몇 달 동안 살해된 6명의 창녀들이 첨가된다. 합계-6더하기 3은 9이고, 거기에 2를 더하면 11, 또 6을 더하면 17명이 된다. 거기에 로상스에서 죽은 4명을 합치면, 21명 살해에 이르게 된다.

p.555~556


그런데 이 4권의 맹점은 사건의 흐름보다 기타 등등의 이야기가 너무 산만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데 있다. 특히 영화에 관련된 부분은 이해가 어려울 정도라서 관련된 사람들이 여럿 희생되어야했던 이유조차 설득력이 약하다. 진범의 동기도, 공범의 심리도, 요술쟁이의 목적도, 영화인들의 정의도, 쥘리의 행보도, 공감이 가지 않는 요소가 너무 많다. 감옥에 간 뱅자맹의 서술에서 반전의 묘미를 맛볼 수는 있었지만, 더욱 잔인해진 범죄의 수법에는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였으며 클라이막스의 생뚱맞음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아이 ‘무슈 말로센’은 아빠의 걱정과는 달리 가장 정상적인 인간인 듯해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나 할까. 이러니 재출간할 리가 없지. 하긴 영국의 출판사 하빌Harvill Press에서도 5권은 싹 무시하고 4권 역시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다.



1.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2006년 문학동네)

원제; Au bonheur des ogres (1985)

* The Scapegoat (Harvill Press, 1998)


2. 기병총 요정 (2008년 문학동네)

원제; La fee carabine (1987)

* The Fairy Gunmother (Harvill Press, 1997)


3. 산문팔이 소녀 (2012년 문학동네) / 산문 파는 소녀 (1996년 예하)

원제; La petite marchande de prose (1989)

* Write to Kill (Harvill, 1999)


4. 말로센 말로센 (1998년 책세상)

원제; Monsieur Malaussene (1995)

* Monsieur Malaussene (Harvill, 2003)


5. 기독교인과 무어인

원제; Des Chretiens et des maures (1996)


6. 정열의 열매들 (2001년 문학동네)

원제; Aux fruits de la passion (1999)

* Passion Fruit (Harvill, 2001)


암튼 이로써 말로센 시리즈를 완주했다. 후기를 보니 4권의 시리즈로 끝맺을 작정이었던 듯한데, 그랬으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섭섭했을 뻔했다. 산뜻하게 마무리된 느낌을 갖게 해준 [정열의 열매들]이라는 완결편이 있어 다행이다. 루나, 테레즈, 클라라, 제레미, 프티, 베르됭, 세터낭주, 무슈말로센, 마라쿠자. 이로써 말로센 부족은 10명이 되었고, 뱅자맹은 여섯 명의 동생과 두 명의 조카, 그리고 자신의 아들까지, 9명의 아빠 역할을 맡게 되었다. 성격도 생김새도 각각이지만, 가족애만큼은 최고인 이 사랑스러운 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4권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즐겁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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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총 요정] 진화하는 말로센 부족 이야기 | 장르소설 2020-02-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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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병총 요정

다니엘 페낙 저/이충민 역
문학동네 | 2008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벨빌은 또다시 암울한 공기를 자아내고 늘 그렇듯이 뱅자맹은 자신도 모르는 새 사건의 중심인물이 되어 있다. 한결 장르적인 형태가 탄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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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 전권을 손에 넣은 기념으로 차례차례 다시 읽어가기로 했다. 첫 번째 작품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가 말로센 시리즈로의 초대였다면 제2권 [기병총 요정]은 한결 장르적인 형태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뒤죽박죽 읽는 바람에 정리가 안 되고 있던 인물들이 속속 등장함으로써 비로소 이야기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쁨을 맛보았다. 역시 이번 편을 읽고 다음 작품인 [산문팔이 소녀]를 읽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일단 다음 편에 큰 활약을 하는 티안과 뱅자맹 남매의 엄마와 밀월여행을 떠났다는 파스토르, 이 두 형사가 이야기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 마르티와 베르톨드의 의견 대립도 이미 시작되었고, 스토질이 어째서 감옥에 갔는지도, 쥘리가 마음깊이 간직한 아픔도, 막내의 이름이 베르됭이 된 이유도 모두 알게 된다. 요는 [산문팔이 소녀]가 시리즈의 절정이라면 [기병총 요정]은 이야기의 전개상 매우 중요한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거다.


이 작품은 1989년 출간되었는데, 그동안 급속도로 발전한 기술과 문명의 놀라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심과 그로 인한 사회의 병폐는 오늘날에 와서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공허만이 남은 인간의 약한 부분을 공략함으로써 부와 권력을 챙기려는 자들에 의해 벨빌은 또다시 암울한 공기를 자아내고 늘 그렇듯이 뱅자맹은 자신도 모르는 새 사건의 중심인물이 되어 있다. 노인들이 목이 잘려 살해되는 연쇄사건에 투입된 경찰이 죽는다. 어떤 사건을 쫓던 쥘리는 납치와 폭력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으며, 구청 직원을 사칭해 노인들에게 마약을 건네는 아가씨가 있다. 각기 다른 사건이지만 묘하게 맞물리며 용의자를 좁혀가는 방향에 서 있는 인물은 바로 ‘희생양’ 뱅자맹이다. 이제 사건은 복잡한 양상을 띠기 시작한다.


한편 말로센가에는 입주자가 늘어났다. 뱅자맹 남매들의 엄마는 또다시 출산이 임박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있고, 쥘리가 마약의 위험에서 구출해 데려다놓은 네 명의 노인이 있다. 푸주한이던 로뇽, 전직 이발사 메를랑,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베르됭, 은퇴한 백화점 서적상 리송. 옆집의 구둣방 영감 스멜과 버스 기사 스토질까지, 가족 같은 친구도 많아졌지만 뱅자맹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 역시 늘어나 있는 상태다.


그녀는 젊음에는 아무리 빈약한 가능성이라도 젊음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감옥에서 깨달았다. 하지만 양로원 정문 앞은? 경로당은? 방마다 늙은이들이 틀어박혀 있는 아파트 복도는? 젊음의 가능성은 꿈도 꿀 수 없는 이들이 이미 차가워진 몸으로 외롭게 살고 있는 건물 현관은? 노인들 말이다......

p.274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빛을 잃은 여생을 살고 있는 고독한 사람들, 그들에게서 얼마 남아있지도 않은 무언가를 빼앗으려는 마음을 먹는다는 자체가 이미 죄악이다. 하지만 과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를 심판한다는 것이 옳은 일일까, 누가 누구를 함부로 단죄해도 되는 것일까.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고민하는 사람들, 사회라는 규범 속에 존재하는 모순의 고리들. 그럼에도 말로센 부족은 사랑을 바탕으로 세상에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고, 우리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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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아이야, 가라] 선택의 기로에 선 켄지와 안젤라 | 장르소설 2020-02-1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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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라, 아이야, 가라 1

데니스 루헤인 저/조영학 역
황금가지 | 200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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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와 다름없는 양육을 받는 아이가 납치되었다. 제멋대로인 부모에게로 돌려보내야 하느냐, 사랑을 듬뿍 쏟는 양부모의 품에 놔두어야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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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탐정 ‘켄지 패트릭과 안젤라 제나로 콤비 시리즈’ 중 네 번째 작품 [가라, 아이야, 가라 Gone, baby, gone]는 벤 애플렉 감독에 의해 2007년 영화화된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이다. 총 6권의 시리즈 소설 중 영화로 만들어진 건 이 작품 하나로, 왜 하필 이 편을 골랐을까 궁금했다. 사실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는 심하게 하드보일드인데다 독특한 유머코드 때문에 영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제약이 생길 듯한 요소가 많다. 폭력, 마약, 살인, 납치, 부패 등은 장르적 특성이라 할지라도, 전쟁을 방불케 하는 총격전이나 잔인한 사건에 대처하는 보복성이나 불법적인 측면이 조금 색다르다. 게다가 아메리칸 드림에 반하는 인종 차별, 아동 학대, 가정 폭력, 빈부격차, 소외계층 등의 사회현실을 아프게 꼬집어대는 것이다. 아무튼 시니컬한 이 시리즈의 뒷맛은 늘 떨떠름한 가운데, 이번 편은 감정적으로 가장 괴로운 상황을 그려냈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현실적인 문제를 고발함과 동시에 가치판단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이야말로 영화를 제작하며 깊은 울림과 진지한 고민을 담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으리라.


◆ Patrick Kenzie and Angela Gennaro Series

1. 전쟁 전 한잔 (A Drink Before the War, 1994)

2.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Darkness, Take My Hand, 1996)

3. 신성한 관계 (Sacred, 1997)

4. 가라, 아이야, 가라 (Gone, Baby, Gone, 1998)

5. 비를 바라는 기도 (Prayers for Rain, 1999)

6. 문라이트 마일 (Moonlight Mile, 2010)


한마디로 이번 작품의 화두는 이거다. 학대와 다름없는 양육을 받는 아이가 납치되었다. 제멋대로인 부모에게로 돌려보내야 하느냐, 사랑을 듬뿍 쏟는 양부모의 품에 놔두어야 하느냐. 법대로 하면 아이의 불행은 예견된 것이고, 행복을 추구하자니 불법을 저질러야만 한다. 매스컴에 의해 스타가 된 친모는 울며불며 슬픔을 호소하고 아이에게 잘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마약과 술에 취해 아이를 버려두던 습성을 과연 고칠 수 있을까? 인디언 서머로 시작해 종점을 맞은 4월은 그야말로 가장 잔인한 달이 되었다. 앤지가 떠날 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인간 이하의 변태 범죄자와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것이 약점이 된 경찰 사이에 역대 최고의 찜찜함을 안겨준 작품, 결국 나는 잠을 설쳤다.


스포일러 한줄 평으로 마무리 지으련다.

“가라, 아이야, 가라더니!!!”

(참고로 영어 Gone은 아이한테 가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아이가 이미 가버린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니 원제목으로서는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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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책과 커피향이 감도는 힐링스토리 | 일반도서 2020-02-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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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저/서혜영 역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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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의 곰팡이 냄새와 그윽한 커피향이 실제로 느껴지는 것만 같은 기분.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진보초 거리를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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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일은 의외로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나를 지켜주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인간은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양다리를 걸친 애인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기력함에 빠져버린 여자가 외삼촌이 운영하는 헌책방 ‘모리사키 서점’에서 지내는 몇 달 동안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내용의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森崎書店の日日]은 작가 야기사와 사토시八木?里志의 중편소설이다. 몇 년 전 ‘서점’이라는 제목만 보고 무조건 골랐던 영화  [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가 참 좋은 감정으로 남아있던 터라 원작은 어떤지 읽어보고 싶었다. 게다가 책에는 또 한편의 중편이자 전작의 속편격인 [모모코 외숙모의 귀환桃子さんの?還]이 실려 있는 것이었다. 주인공 다카코貴子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뒷이야기도 궁금했던 터라 반가웠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진보초神保町’라는 동네는 일본의 고서점이 모여 있는 유명한 지역이라고 한다. 가을이면 그 주변의 서점이 일제히 참가해 벼룩시장을 여는 헌책 축제를 한다는데, 언젠가는 한번 구경하고 싶은 문화이기도 하다. 늘 책과 함께 하는 생활,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는데... 지금도 책방 주인에 대한 로망은 여전해서 이렇게 서점 이야기만 나오면 찾아보게 된다. 이야기 자체는 별 사건도 없는 터라 심심하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나로서는 무척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더 정감이 간다고나 할까, 오래된 책의 곰팡이 냄새와 그윽한 커피향이 실제로 느껴지는 것만 같은 기분.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진보초 거리를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어쩐지 나와 닮아 보이는 다카코의 성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예전부터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렀다. 나중에 혼자가 돼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나의 본래 생각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는 스타일이었다.

p.11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졸렸다. 아마도 현실 도피를 위해 몸이 그렇게 반응한 것일 테지만 이불 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바로 곯아떨어졌다. 나 혼자만의 우주 공간인 내 방에 틀어박혀 나는 몇 날 며칠을 잠만 잤다.

p.13


억울한 일이 있어도 제대로 입도 못 열다 잠자리에 들어서야 아까는 이렇게 쏘아붙여 줄 걸 하고 후회하는 나.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수마가 덮쳐오는 상태까지 너무나도 이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다카코를 응원하던 나는 특히 영화에서 보지 못한 1년 후의 이야기가 무척 좋았다. 슬쩍 흘리듯 내보이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서 전해지는 로맨틱함도 오랜만에 맛보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래요? 외삼촌이셨군요. 좋겠어요. 헌책방을 하는 친척이 있어서.”

와다씨는 진심으로 부러운 듯 말했다.

나 같으면 절대로 안 나갔을 텐데. 영원히 재충전만 했을 텐데, 하고 혼잣말을 했다.

p.131-132


나였어도 계속 재충전만 하고 싶을 것 같은 모리사키 서점의 이층 방에는 이제 모모코 외숙모가 산다. 덕분에 도쿄 근교에는 오쿠다마奧多摩라는 좋은 곳이 있다는 정보도 얻었다. 미타케역御嶽?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고 하는데, 도시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온천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하니 등산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가볼만한 곳인 것 같다. 영화는 주연을 맡은 키쿠치 아키코를 빼고는 그저 그런 캐스팅이었지만 속편이 나온다면 꼭 찾아보고 싶은 그런 힐링스토리였다. 아무래도 이 책은 소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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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걸 워즈] 일하는 여성들의 원더풀 라이프 | 일반도서 2020-02-0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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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워킹걸 워즈

시바타 요시키 저/박재현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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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화려한 싱글이라 불리는, 고소득에 독립된 생활을 하는 30대 여성의 일상을 시원, 담백, 상큼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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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여성의 싱글라이프를 그린 소설 [워킹 걸 워즈 ワ-キングガ-ル ウォ-ズ]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온 작가 시바타 요시키柴田よしき의 작품이다. 소위 화려한 싱글이라 불리는, 고소득에 독립된 생활을 하는 30대 여성의 일상을 시원, 담백, 상큼하게 그려냈다. 능력 있는 캐리어 우먼에게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을 것이고,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존재할 것이며, 직장 내에는 온갖 시샘과 암투, 협잡과 아부, 선택과 갈등이 꼬리를 물고 등장할 것이다. 그야말로 전쟁이 아닐 수 없으니 아무리 본인이 선택한 길이라고 해도 부러운 한편으로 동정의 마음도 보글보글 피어오른다.


음반기획사 기획팀 과장, 스미다 쇼코(33세)와 여행사 케언즈 지점 가이드, 사가노 마나미(30세)를 주인공으로 그녀들의 고군분투를 담은 에피소드가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직급과 연봉이 올라갈수록 외로워지는 중간급 경력간부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 쇼코다. 나이 어린 부하직원들에게는 인간성 까칠한 잔소리 대마왕 노처녀 취급에 점심을 혼자 먹는 것쯤은 당연한 일과다. 기분전환을 위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마나미와 친구가 된다. 마나미는 유학으로 영어를 공부했지만 어영부영하다 취업난에 빠져 외국에서 기회를 엿보는 워킹걸이다. 여행사에서 근무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온갖 소동을 겪게 마련이지만 일하는 보람도 있다. 이들이 만나고 해결하는 일상의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교묘한 술수를 앞세우는 인간들은 정말 싫다. 그런데 그런 부류가 출세하는 확률이 높다는 슬픈 현실을 자주 봐왔다. 그건 알면서도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넘어가려는 상사나 감언이설에 홀랑 넘어가버리는 상사의 책임이다. 그래서 이토록 통쾌하게 자신의 앞길을 개척하고 후배의 길을 열어주는 쇼코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은 얄팍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게 뚜벅뚜벅 걸어간다. 뒷맛도 깔끔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미안하게 됐군. 말하지 않았던가?’ 같은 쇼코의 말투가 어딘지 남성스럽다는 것이었는데, 남녀의 어휘선택이 다른 일본어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하다. 


“진짜 여자답다는 건,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는 거야. 어차피 당신은 평생 걸려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겠지만 나에겐 나의 자존심이 있어. 그리고 그걸 지키기 위해서라면 다른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다고.”

p.313


나이스 플레이, 쇼코. 앞으로도 화이팅!


그래도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도 있고, 집도 있고, 친구도 있기 때문에. 가지지 못한 것도 많지만, 가진 것도 많기 때문이다.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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