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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1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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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가게를 읽고-자신만의 시간을 윤아에게 돌려주자. | 기본 카테고리 2013-02-1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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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가게

이나영 저/윤정주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 2013년 01월

 

시간가게를 읽고-자신만의 시간을 윤아에게 돌려주자.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는 데카르트의 말을 살짝 비틀어 보자. '욕망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말보다 더 정확하게 현재 우리의 가치관을 대변 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인간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그렇게 욕망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바이며 행복에 이르게 하는 길이던가.

이 책 '시간가게' 는 욕망이 꿈과 희망을 대신하는 순간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스스로 소망하는 일인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성공하지 않으면 뒤떨어지는 종족쯤으로 인식되고, 1등이 아니면 행복한 것이 아니며 들러리 인생인 양 치부되는 현재교육의 일그러진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대한민국의 욕망은 채워졌으나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음을, OECD 자살률 1위인 것만 봐도 이젠 뭔가가 달라져야 함을, 기쁨도 없이 휘청거리며 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에게, 대한민국 전체에 경고장이 필요함을 말이다.

죽은 아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윤아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 하는 엄마. 보험설계사로 고생하는 엄마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힘들어도 열심히 하는 윤아. 두 사람 다 살아가는 일이 힘에 부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끝은 보이지 않고 행복을 위한다는 달콤한 유혹도 차츰 효력이 떨어질 때쯤 윤아 앞에 불쑥 나타난 시간가게. 하루 10분의 시간을 얻는 대신 행복한 기억을 하나씩 잃게 된다는 조건에 깊은 생각 없이 시간가게의 거래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막상 윤아가 사용하는 10분은 거의 시험성적과 관계 깊다. 처음에 친구의 수학답안지를 베끼며 전교1등을 하게 되고 영어인증시험에서 대학생 오빠의 시험지를 베껴 학원 최고 성적을 거두거나 친구를 골탕 먹이거나 감자 몇 알을 훔치는 것 등이다. 처음에는 움칠하던 마음이 차츰 대범해지고 양심의 가책도 못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시계가 고장 나면서 다시 고쳐진 시계로 10분의 시간을 얻는 대신 행복했던 기억을 2개씩 잃게 되는 더 위험해진 거래. 머릿속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기억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모든 게 혼란스런 윤아는 다시 잃어버린 추억을 찾고자 10분의 시간을 되돌려 주는 보다 더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다. 하지만 돌아온 기억은 내 것이 아닌 가짜 기억이고 온통 뒤죽박죽인 기억 속에서 절망하는 윤아. 시간만 사면 행복해 질 줄 알았는데 과거와 현재 모두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윤아는 영훈이와의 대화 속에서 새삼 깨닫게 된다. 행복은 시간을 사는 것만으로 해결 되지 않음을 말이다. 내가 중심인 삶,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생각하는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이제야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지나간 추억, 행복했던 기억만으로 오늘 하루가 행복할 수 있음을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추진력이 됨을 알게 된다.

판타지 같은 '시간가게'는 윤아를 비롯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 희망사항이 투영되어 있다. 1등 성적이 행복의 척도가 아님을 ,생활의 편리와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부모의 역할이 다 한 게 아님을 외치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그게 더 부담되고 더 잘하라는 강요처럼 느껴진다는 윤아의 말은 우리의 가슴을 뜨끔하게 한다. 엄마의 모든 대화는 거의 천재적인 수준으로 시험성적이라는 단어와 결합시킨다는 윤아의 생각에 흠칫 놀라게 된다. 어린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사실은 어른의 속내를 꿰뚫고 있고 모르는 척 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가. 진정으로 온몸으로 느끼는 행복한 전율에 휩싸여 본 적은 있는가. 윤아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스스로에게도 이런 질문을 던져봤으면 한다.

브레이크 고장 난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만 가는 부모들에게 여유를 갖고 잠시 돌아보고 쉬었다 가자는 외침, 그리고 고장 난 기계를 고쳐서 대형 사고를 막아보자는 절절한 외침이 바늘처럼 콕콕 쑤셔댄다.

자살, 폭력, 학업스트레스, 가치관 혼란 등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나 있는 문제라지만 지금 우리는 급격한 성장의 신화에 도취되어 있다 보니 어느새 목표가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상처투성이인 사회 곳곳에서 나는 악취와 고통으로 이젠 더 견딜 수 없다고 치유를 호소하는 우리 모습들이 참으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숨 쉴 틈 없는 학원투어와 1등 지상주의로 몸이 힘든 것보단 마음이 더 힘들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다.

모든 아이가 윤아처럼 살지는 않는다. 그리 성실하지 못한 아이도 있고 똑똑하지 못해서 뭔들 하나 제대로 못하는 아이, 빈둥대며 할 수 없다는 부정어를 남발하는 아이들도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면서 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윤아의 이야기가 전혀 지나친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윤아 엄마의 생각이 지금 부모들의 생각을 대변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다.

부모 세대처럼 살아가지 않기를, 좀 더 행복하기를, 좀 더 성공해서 어깨 펴고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문제는 아이들과 대화로 그들의 뜻을 충분히 수렴했는가.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와 자율권이 주어졌느냐의 문제이다. 지금 내 아이가 행복한가의 문제이다. 삶이 전쟁터임을 너무 일찍 알아버려 기쁨도, 즐거움도 없이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은 분명 우리가 원하던 게 아니지 않는가?

우리사회에서 학벌, 명문대 졸업장, 학력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부모 세대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자식이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지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고 살벌한 터전에서 생존하기 위해 성적이 좋아야 함을 기본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명문대를 가고 좀 더 나은 직장을 다녀 경제적인 부와 사회적인 명예를 누리게 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어릴 적부터 학원투어를 시키게 된다. 성적이 좋으면 행복하고 여러 학원을 다녀야 안심이라는 이치다. 그러나 정작 자식들은 행복보단 불행 쪽에 서있고 불평과 무기력이 가득하다면 한 번 쯤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잠깐 멈추는 휴식이 더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으니까. 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아래서'의 명민했던 한스 기벤라트의 죽음을 기억한다면 아이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아이만의 생각할 시간과 놀이의 추억도 주어야 한다. 아이 스스로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내 앞에 타오르던 행복이 한순간에 꺼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 일침 한다. 행복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스스로 좋아서 가슴 설레이며 할 수 있을 때를 기다리자.

 

 

*인상 깊은 구절

본문 150- 시간만 사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과거도 현재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엄마 말처럼 미래에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 해도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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