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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 왕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 리뷰 2013-08-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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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 백성 실록

정명섭 저
북로드 | 201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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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백성실록>의 저자 정명섭은 원래 바리스타였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가 바리스타로 전업하여 9년 동안 커피를 끓이던 장소가 파주 출판도시의 어느 카페였다니 작가가 된 것이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선택일지도 모르지만, 첫 책을 출간한 2009년부터 해마다 문학과 역사 분야의 책을 부지런히 낸 것을 보면 바리스타로 일하는 동안 커피만 끓인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재능과 열정도 함께 익히고 우려내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저자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한 조선왕조실록에서 우리가 흔히 '민초'라 부르는 백성들, 요즘으로 치면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찾아낸 결과물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의 치적과 역사적 사실만 기록되어 있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의외로 백성들에 대한 기록도 적지 않았다. 그 중에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 달라서 웃음과 놀라움을 자아내는 것도 많다. 가령 실록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사고사는 다름 아닌 벼락에 맞아 죽은 것이라든가(p.59), 떡에 곡식이 허비되는 것이 술보다 더하다고 여겨 떡 만들기를 금하는 '금떡령'을 내린 것(p.95),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이 도읍지를 옮기려고 하는데 좀처럼 정해지지 않자 동전 던지기로 정한 것(p.174) 등이 그렇다. 반면 과거의 기록을 통해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내용도 있다. 자식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를 때려죽이는 사이코패스가 있었는가 하면(p.121), 오늘날 성범죄자의 신원을 공개하고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것처럼 조선시대에도 이마에 글씨를 문신으로 새겨 넣는 자자형, 발뒤꿈치의 힘줄을 끊는 단근형 등이 있었다고 한다(p.154). 당시의 기술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미제 사건도 많았다. <흠흠신서>는 정조의 명을 받아 미제사건 해결에 투입된 정약용이 범죄 사례와 판결을 모아 쓴 책이라고 한다. <목민심서>, <여유당전서> 등과 함께 그냥 제목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내용인 줄은 처음 알았다. <흠흠신서>를 잘 연구하면 정약용을 주인공으로 조선판 CSI, 셜록홈즈 같은 작품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이밖에 유교 국가였던 조선에 이슬람교 신도가 살았다는 이야기, 중국처럼 장성과 운하를 지으려고 노력한 이야기, 농사일을 거들게 하기 위해 물소를 수입한 이야기 등 국사 시간에 선생님이 가르쳐주지 않았던, 아니 어느 곳에서도 들은 적 없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신기한 것은 책에 소개된 기록 중에 재미있는 기록은 세종과 성종 등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임금 시기의 것이 많고, 잔혹한 범죄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기록은 세조나 연산군 등 정세가 혼란했던 시기의 것이 많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치세가 백성들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만약 '조선왕조실록'이 아닌 '대한민국실록' 같은 것이 있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까? 새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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