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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7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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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성 만화 편집자 버전 '미생' [중쇄를 찍자 1] | 리뷰 2015-09-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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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중쇄를 찍자! 1

마츠다 나오코 글,그림/주원일 역
애니북스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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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만화 <중쇄를 찍자>가 출판사 만화편집부에 입사한 신입 편집자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로바코>를 떠올렸다. <시로바코>는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에 입사한 지 1년 밖에 안 된 직원 미야모리 아오이가 회사 안팎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 계에서는 보기 힘든 '여성 회사원 물'. 무대는 달라도 이제 막 사회로 나온 젊은 여성이 직장을 무대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그것도 만화 출판과 애니메이션 제작이라는 비슷한 업종을 다룬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중쇄를 찍자>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막상 읽어보니 <시로바코>보다는 한국 만화 <미생>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여자 유도 선수 출신으로 우여곡절 끝에 대형 출판사 '코토칸'의 만화 편집부에 입사한 쿠로사와 코코로. '구리구리한 남자집합소에 여자 하나'인 삭막한(?) 업무 환경에, 일상 언어와 전혀 다른 업계 용어와 낯설기만 한 업무 절차 등 배울 것 투성이지만, 쿠로사와는 선수 시절에 다진 체력과 타고난 근성을 바탕으로 한 사람 몫을 해내는 편집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헤쳐 나간다. 이는 바둑 기사를 꿈꾸다 엉겁결에 상사에 입사한 장그래의 입사 초기 모습과 비슷하다. 



그 과정에서 쿠로사와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어쩜 그리 <미생>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개성적인지. 일본의 프로 야구팀 한신 타이거즈의 광팬인 편집장 와다, 하나뿐인 여자 직원 쿠로사와에게 열심히 일을 가르쳐주는 직속 상사 이오키베, 제자의 배신으로 작가 생활의 위기를 맞은 만화가 미쿠라야마, 치밀한 준비와 기획력으로 영업부를 이끌어가는 오카, 존재감이 없어서 별명이 '유령'인 영업부 직원 코이즈미, 이제 막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만화가 핫탄 등 누구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코토칸의 사장 쿠지 마사루. 탄광촌에서 태어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다가 어느 노인을 만나 변한다. 



"돈은 없지만 좋은 걸 알려주께. 운은 모을 수가 있사. ... 운이란 거는, 좋은 일 하면 모이고 나쁜 짓 하면 금세 줄거든다. 사람이라도 죽이면 마카 끝장이야. ... 세상은 말이다, 더하고 빼면 남는 게 없는 법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재. 갖고 태어난 거는 차이가 있어도, 패를 몇 장을 받는지는 다 똑같아. 운이 니 편을 들어주면 복은 수십 배로 부풀어 오르는 게 된다. 문제는 '어디서 이기고 싶은가?' 그기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한번 생각해 보라. 생각하고 생각하고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생각해서, 선택해라. 운을 잘 써야 해." (pp.92-4) 



노인의 말을 듣고 고심한 끝에 마을을 떠난 그는 상경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다가 감동적인 책 한 권을 만나 출판사에 입사한다. 운의 힘을 깨달은 그는 일에서 이기겠다는 결심을 하고 모든 운을 히트작에 쏟아붓는다. 술도 담배도 도박도 끊고, 집도 차도 팔고, 틈만 나면 남을 도우며 '운 모으기'를 했다. '내가 관여한 책은 전부 히트했으면 좋겠'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공헌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밥이 나오길 하나 떡이 나오길 하나, (작가나 출판사 직원이 아닌 한) 살림살이 나아지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책. 그런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와중에도 누군가는 책 한 권과 운명적으로 만나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준 책에 대한 보은으로 책 만드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어디 만화나 책뿐인가. 세상에 나온 상품은 무엇 하나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거나 앞으로의 삶이 바뀌길 원하는 '사람'이 만들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노트북 컴퓨터도, 앉아 있는 의자와 책상도, 마시고 있는 음료수도, 시장에 나온 그저 그런 상품 중 하나이기 이전에 어떤 사람의 삶과 혼이 담긴 분신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편집부 직원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중쇄를 찍자'는 말은 단지 회사의 매출을 올리고 업무 성과를 높이겠다는 이해타산적인 생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흔적을 가능한 한 더 많은 사람에게 보이고 싶고 사랑받고픈 순수한 열정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일본의 여성 만화 편집자 버전 '미생'이라 할 수 있는 <중쇄를 찍자>.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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