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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이 되는 법》 우리에겐 더 많은 여주인공들이 필요하다 | 리뷰 2018-10-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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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주인공이 되는 법

서맨사 엘리스 저/고정아 역
민음사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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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느 책에서 남성과 여성의 독서 체험은 시작부터 다르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이 한 번쯤은 읽는 <빨간 머리 앤>이나 <작은 아씨들> 같은 작품을 남자아이들은 전혀 읽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한 번쯤은 읽는 <보물섬>이나 <톰 소여의 모험> 같은 작품을 여자아이들은 전혀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예로 들 것도 없이 여성인 나부터도 <빨간 머리 앤>과 <작은 아씨들>은 초등학교 때 읽은 반면, <보물섬>이나 <톰 소여의 모험>은 성인이 된 후에야 읽었다. 


그렇다면 여성의 독서 체험은 여성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까. 영국의 페미니즘 연극 연출가 서맨사 엘리스가 쓴 <여주인공의 되는 법>에 따르면 그 영향이 엄청나다. 이라크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려서부터 못 말리는 독서광이었다. 글을 읽게 된 무렵부터 수많은 동화와 소설을 부지런히 섭렵한 저자는 문학 작품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대체 '여주인공처럼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잘생겼지만 위험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아니면 로맨틱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는 것? 결혼해서 아이 낳고 오순도순 행복한 가정 꾸리는 것? 


저자는 이제까지 자신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문학 작품 속 여주인공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작품은 <인어 공주>, <빨간 머리 앤>, <오만과 편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프래니와 주이>, <전망 좋은 방>, <폭풍의 언덕> 등이다. 저자는 어릴 적 인어 공주처럼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랑에 빠지고 싶었다. 앤 셜리처럼 상상력이 풍부한 여자아이가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리지 베넷이 마침내 다아시와 맺어졌을 때는 자신의 사랑이 이뤄진 양 감동했고, 스칼렛 오하라가 레트 버틀러와 헤어질 때는 이 또한 자신의 일인 것처럼 슬퍼했다. 


그런데 과연 여자의 삶은 남자와 연애, 결혼과 출산이 전부일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 역시 문학 작품 속 여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배웠다. <프래니와 주이>를 읽으며 타인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나답게 산다는 게 얼마나 멋진지 깨달았고, 실비아 플라스의 <벨 자>를 읽으며 결혼과 출산이 여성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똑똑히 알게 되었다. 어른이 되고 직업을 가지고 연극 연출가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걸으며 <전망 좋은 방>, <인형의 계곡>, <폭풍의 언덕> 등을 다시 읽으니 느낌이 새로웠다. 사랑에 빠져 제 앞가림도 못하는 여주인공보다는(<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캐시), 어릴 적엔 차갑고 매서워 보였지만 다시 보니 현명하고 이성적인 여주인공에 더 끌렸다(<제인 에어>의 제인). 


이다혜 작가는 산문집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에서 여성 독자가 문학 작품 속 현실과 실제의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스스로가 여성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남성의, 남성에 의해, 남성을 위해 쓰인 문학 작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성 독자는 작품의 내용에 쉽게 공감할 수 없고, 공감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성에 의해 주입된 남성적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여성이 억지로 길들여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서맨사 엘리스는 <여주인공이 되는 법>을 쓰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도록 열심히 읽고 흠모했던 작품들을 다시 읽으며, 비단 남성 작가가 쓴 작품이 아니어도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거나 여성 스스로 독립적인 주체가 되기를 포기하는 듯한 작품이 적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나아가 연극 연출가이자 작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수많은 여성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고 자극을 줄 수 있는 여주인공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앤 셜리와 리지 베넷과 스칼렛 오하라보다 멋지고 당당한 여주인공을 기대해도 좋을까. 그리고 나 - 그리고 당신 -는 어떤 삶을 사는 여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그동안 흠모했던 여주인공들의 모습을 찬찬히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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