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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된 의사 이야기] 정신과 의사 이시형이 문인화를 시작한 이유 | 리뷰 2019-10-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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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농부가 된 의사 이야기

이시형 저
특별한서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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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배우 김규리가 연예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한국화를 그리며 마음을 다잡았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그 글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상당한 치유 및 회복 효과가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이 책의 저자인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도 나이 여든에 문인화를 그리기 시작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해서 반가웠다. 평생 붓이라고는 잡아본 적 없는 아마추어이지만 금방 실력이 수준급으로 발전해 벌써 여러 번의 전시회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놀라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이제까지 그린 문인화 작품에 짧은 글을 곁들여 완성한 일종의 그림 에세이집이다. 이제까지 저자가 건강, 자기계발, 자녀교육, 공부법 등에 관한 책을 주로 써왔던 것을 떠올리면 이색적인 시도라고 할 만하지만, 평생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길 주저하지 않았던 저자의 이력을 떠올리면 의외의 일은 아니다. 더욱이 저자가 최근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농촌으로 돌아가 '병원 없는 마을'을 건립하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힘쓰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일 (저자의) 눈앞에 보이는 산과 들의 풍경과 촉촉하게 땅을 뒤덮고 있는 흙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저자는 매일 자연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이 책에 실린 글을 보면 아마도 인간의 '생로병사'에 관한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란 존재는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존재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고 기쁜 일도 없다. 결국 인간은 평생 고통을 짊어가는 존재다. 필연적으로 괴롭고 아픈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저자는 사계절의 순환에 따라 피어나 여물고 지고 없어지는 자연을 보면서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연에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없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항상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 작은 기쁨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시련에 너무 아파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가 문인화를 처음 배울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뭘까.


저자는 매란국죽, 즉 사군자를 배울 때 매화 그리기가 그렇게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림 그리는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매화의 '단아한 선비 같은' 성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나이 여든에도 독서와 공부를 멈추지 않으며, 어느새 저서가 100권에 달했음에도 벌써 101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저자가 이렇게 말하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나는 여든 살이 되었을 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내가 상상하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 당장 무슨 준비를 하고 있을까. 책을 덮는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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