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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의 호텔

빅토리아 스위트 저/김성훈 역
와이즈베리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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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호텔>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의대 임상 부교수이자 역사학자인 빅토리아 스위트가 쓴 의학 에세이다. 개인적인 목적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라구나 혼다 병원에 들른 저자는 그곳이 말이 좋아 공공병원이지 실상 빈민구호소임을 알게 되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돌보는 이런 곳을 프랑스에서는 '신의 호텔'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듣는다. 저자는 그곳에서 일반 병원에서라면 당장 수술실로 옮겨가 치료를 받아 마땅한 환자들이 너무나 태연하게, 편안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았고, 이런 곳에서는 딱 두 달만 일해고 떠나야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결심이 무색하게 저자는 무려 20년을 일했으며, 그곳에서 경험하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책으로 썼다. 그 책이 바로 <신의 호텔>이다. 

  

 

이 책의 백미는 현대 의학을 맹신하던 저자가 점점 '느린 의학'에 매료되고 라구나 혼다에서 그것들을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자본의 영향력과 효율성의 추구로부터 자유로운 의학과 참된 의미의 의술을 꿈꾸게 된 저자는 불완전한 현대의학이 아닌 근대이전의학에서 해답을 구하는데, 그 내용이 상당이 익숙하다. 저자는 근대이전의학 중에서도 힐데가르트 의학에 주목하는데, 이 힐데가르트 의학의 기본 뼈대는 '4시스템'이다. 4원소, 4성질, 4체액, 4방위, 4색, 4기질, 인생의 4시기, 하루 중 4시기, 4계절 등으로도 알려진 '4시스템'은 저자와 같은 미국인보다는 나같은 아시아 사람에게 더 익숙한 개념인데, 공간을 동서남북 4개의 방위로 나누고 각각에 4계절, 4색, 4기질 등을 대입하는 것이 꼭 동양의 전통적인 음양오행 사상과 우리네 사상의학을 닮았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를 하면서 근대 이후의 의학, 현대 의학을 무조건 맹신하지 말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 삶과 의학의 조화를 추구할 것을 주장한다. 인간을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현대 의학과 의료 정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HMO(건강관리기구, 미국의 민간의료보험 제도)의 의료 재정 정책에 찾아온 변화 때문에, 그리고 포괄수가제 때문에 의사와 병원은 이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돈을 지급받는다. 그리고 의료 효율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환자의 아픈 정도와는 상관없이 의사에게는 환자 한 명당 한 달에 얼마씩 고정비용이 지급되고, 병원에서는 질병당 고정된 액수가 지급되는 경우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사들은 건강한 환자만 붙잡아두려고 하고, 병원에서는 입원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고 정밀검사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려 한다. 하지만 타른 씨, 데블린 양, 데밍스 씨 같은 환자들은 유지해야 할 건강이란 것 자체가 없다. 이런 사람들은 병세가 대단히 심각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추구하는 급성환자 전문병원에서 이들을 돌보느라 금전적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가급적 빨리 퇴원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p.23)"

 

 

사실 이 책은 의학에 문외한인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결코 쉽지 않다. 두께도 상당한 편이고, 의학, 의학사, 의료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저자의 일대기를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풀어쓴 에세이 형식이라서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집중해서 읽으면 읽을 만하고, 무엇보다도 의료민영화, 진주의료원 폐업, 건강보험 등 각종 의료 관련 이슈들이 끊이지 않는 현 국내 상황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건강과 삶,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결코 무관할 수 없는 모든 이들이 필히 관심을 기울여 볼 만한 주제를 다룬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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