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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강휴양지는 처음이야... | 문학 2019-10-26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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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저/김소정 역
마시멜로 | 2019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무!조!건! 건강하게 만들어드립니다. 이런 건강 휴양지는 처음이야...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No. 100
 

정말로 열흘 안에 사람이 180도 바뀔 수 있을까요? 인생을 바꿀만한 사건이 하나만이라도 일어난다면 사람은 과거의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변할 수 있을까요? 삶의 새 장을 펼칠 수 있을까요? 여기 거금을 주고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을 찾아온 절박한 아홉 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한때 잘 나갔던 베스트셀러 로맨스 작가 프랜시스, 이혼 전문 변호사 라스, 람보르기니를 타고 나타난 젊은 부부 벤과 제시카, 1월을 집에서 보낼 수 없어 휴양지로 피난 온 나폴레옹, 헤더 그리고 그들의 딸 조이. 살을 빼기 위해 왔다는 카멜, 마지막으로 토니. 잠깐만 저 사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고급 휴양지 평온의 집. 프랜시스의 친구 앨런의 말로는 정말로 '다른 휴양지하곤 다른 곳'이라는데... 온천, 명상실, 수영장, 마사지실이 있고 개인 맞춤 식사가 나오는 이 휴양지를 운영하는 원장 마샤는 처음 닷새 동안 '고귀한 침묵'을 해야 한다는 이상한 규칙을 내세웁니다. 남과 눈도 마주치지 말고 말도 하지 말라니…  게다가 허락 없이 손님의 가방을 뒤져서 술과 군것질거리들을 압수해 버리고 휴대전화도 못 쓰게 하고... 여기 정말 힐링 휴양지 맞아요? 왜 이렇게 강압적이죠? 그런데도 원장 마샤는 자신감에 차 이렇게 장담을 하는데요. 



"열흘 후에 여러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있을 거예요! 

훨씬 행복하고 건강하고 가볍고 자유로워져서 평온의 집을 나서게 될 겁니다."  



마사지사 잰은 프랜시스에게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게 뭐든 하지 말라고"하는데... 에이, 불안하게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휴양지에서...


평범한 주인공들과 그들이 숨기고 있는 과거의 아픔들. 그것을 섬세하고 유머러스한 목소리로 풀어나가는 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리안 모리아티 작가님의 강점입니다. 


저렇게 젊은 커플이 왜 건강휴양지에 왔을까? 여기에는 체중이 너무 나가거나 완전히 지쳤거나 등이 아프거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애처로운 중년들이 오는 곳 아니었나? 

/ 49쪽.


"프랜시스 말이야. 여기 왜 왔을 거 같아?"

"살 빼려고 온 거 같은데."

당연한 거 아냐? 제시카는 생각했다. 

/ 96쪽.


아홉 명 이상의 주인공들을 어떻게 다뤘을지 그게 제일 궁금했어요. 그런데 와… 이렇게 능숙하게 다루시다니... 정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특유의 시니컬한 웃음 포인트도 여전해서 읽으면서 계속 킥킥거렸어요. 특히 프랜시스 때문에 많이 웃었는데 작가님이 제일 즐겁게 쓴 캐릭터인 것 같아요.


휴양지에 와서 오늘 처음 만난 아홉 명의 타인들이 겉모습과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서로를 품평합니다. '보나 마나 지금까지 편안하게 살아왔겠지. 분명히 상처라곤 모르고 자랐을 거야.' 독자들은 작가의 손을 잡고 여러 인물들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주인공들의 추측은 카드의 성처럼 설득력을 잃고 무너집니다. 그러면서 타인에 대한 섣부른 억측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지 드러납니다. 


그 여자 이름이 뭐더라? 맞아, 프랜시스. 굳이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여자의 인생은 음식과 마사지와 남편에 관한 얘기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중략) 그 여자들은 살면서 한 번도 상처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 여자들이 걱정하는 일은 자기 몸매밖에 없었다. 그 여자들이 먹는 음식은… (후략) / 137쪽.


특히 프랜시스가 토니를 (덩치가 크고 산발한 머리에 면도도 안 하고, 밴드 이름이 적힌 티셔츠에 질질 끌리는 청바지를 입은) 연쇄 살인마라는 별명으로 혼자 속으로만 부르는데. 토니의 시점에서 보면 토니는 토니대로 프랜시스를 마음대로 재고 있고... 정말 너무 웃겼어요. 


여기는 거의 지하감옥 같았다. 외딴 영지에서 낯선 사람들과 지하감옥에 갇혀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그 가운데 한 명은 연쇄 살인마였다. 

/ 144쪽. 


벤과 제시카 부부나 나폴레옹, 헤더, 조이 마르코니 가족은 엄연히 말하면 타인이라고 할 순 없겠죠. 하지만 과거에 그들 앞에 닥쳐온 시련 때문에 더 이상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려 '타인'이 되어 버렸어요. 과연 이들은 무사히 몸과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요? 각자의 사연에 웃고 울면서 읽다 보면 자연스레 감정이입되어 응원하고 싶어져요. 우리 그냥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런데... 


책의 절반쯤 왔을 때 아홉 명의 타인들은 비로소 '고귀한 침묵'에서 해방되어 자기소개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갑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헤더의 질문 하나에 책의 분위기가 180도 전환되고 치료사 야오는 거기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했다고 느낍니다.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에 아홉 명은 당황을 금치 못하고...! 저는 읽으면서 외쳤습니다. 어...이젠 힐링이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휴양지 문화를 비틀어 보다


자신의 복잡한 문제가 며칠만에 해결될 거라는 기대 혹은 맹신, 엉망진창인 자신의 삶과는 달리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고급 휴양지의 비주얼에 속아 넘어가는 순수 혹은 어리석음. 그렇게 현대인의 욕구를 먹고 자라 40여 년간 지속돼 온 고급 휴양지 문화를 작가님 만의 스타일로 비틀어서 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592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지만 휙휙 잘 읽히고 재미있어요. 



책을 덮고서... 


한가지 당부! 외국에서 이 책이 심리 스릴러, 우리나라에는 추리/미스터리 소설로 구분이 되어있지만 ‘특정 장르에 분류되길 거부하는 어둡고도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평이 있듯이 하나의 고정된 장르에 대한 기대로 이 책을 보면 만족감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주로 가족의 이야기를 서스펜스와 유머와 냉소를 섞어 그려냈던 작가가 이번엔 가족이 아닌 전혀 접점이 없는 타인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본 것 같아요.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도 그렇고 작가의 실험정신이 돋보이네요. 일만 벌여놓고 매듭을 짓지 못하는 작품들도 있지만 이 작품은 그런 것도 없이 앞에서부터 언급되었던 떡밥을 다 회수하면서 마무리가 깔끔하게 됩니다. 외국 독자들의 리뷰를 봤는데 후반에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가 갈리면서 반응도 호불호가 나뉘더라고요. 저도 그 부분에 공감하지만 워낙 재미있게 읽었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작품이라 그 정도 결함은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허즈번드 시크릿>을 읽고 리안 모리아티에게 길들여진 독자입니다. 길들여졌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허즈번드 시크릿>을 읽고 나서는 '이게 뭐지?' 하고 그 후 며칠 동안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캐릭터를 살려내는 섬세한 맛, 자조적 웃음, 그리고 명치를 한대 맞은 것 같은 엔딩에 정신이 없다가 서서히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작가의 열성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작가 이름만 보고 서평을 신청했고 기대만발이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감상을 한 줄로 정리해 보자면 감동과 재미 그리고 약간의 미스터리함이 가미된 책이었습니다! 아직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못 읽었는데 조만간 읽어야겠어요.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작가님 소설을 또 읽고 싶어졌어요. 여러분도 리안 모리아티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보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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