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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연재] 성수의가 144 | 연재 소설방 2013-11-0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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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라... 그렇게 하시게. 추대주! 가능하겠는가?"
"예. 교주님.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는구려. 그럼 비무는 추대주와 자네들이 알아서 하는 것으로 결정하겠네. 그럼 되겠는가?"
"고맙습니다. 교주 할아버지."

"허허허, 고맙기는... 헌데, 그러고 보니 호걸개 그 친구가 안보이는구려. 함께 오지 않으셨소?"
"어라? 그러고 보니 거지 할아버지가 안보이네, 어디 가셨나?"
"무량수불! 호걸개 그 친구는 우리가 추대주를 만나기 직전에 근처에서 우거진 행림을 발견하더니 제자들을 죄다 이끌고 사라졌소이다."
"허허허, 행림을 보았다면 개방에서 절대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겠구려"
"그렇소이다. 아마도 지금 이순간 희희낙락하면서 눈먼 개라도 한마리 잡아 먹고 있을테지요"

사도연의 눈에는 그저 인자하게만 보이는 두 노인의 이야기가 여기 까지 진행되자 설지의 품에 안겨 있던 사도연이 두 발을 흔들어 설지의 시선을 사로 잡은 후 귓속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물론 주변의 무인들이 지닌 무공을 생각할 때 작은 소리는 결코 작은 소리가 아니었다.

"설지 언니! 행림이랑 개랑 무슨 상관이야?"
"응? 호호호, 간지러워, 연아, 그냥 크게 말해도 돼"

사도연이 귀에 대고 작게 소곤거리자 간지러움을 느꼈던 설지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사도연은 '할아버지들이 말씀 나누시는데 그렇게 해도 돼?'라는 표정을 얼굴에 떠올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행림이랑 개랑 무슨 상관이냐고? 음, 그러니까 개고기랑 살구랑은 서로 상극인 성질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개고기를 먹을때 살구랑 먹게 되면 뒷탈이 생기지 않는거지"
"아! 그러니까 개고기를 많이 드실려고 거지 할아버지 께서 행림으로 가셨구나?"
"아마 그럴걸, 하여간 거지 노인네가 주책이야'
"허허허"
"허허허"

한편 마화이송단과 마교가 그렇게 평정산의 초입에서 운명적인 조우를 하고 있을 때 사람들의 예상대로 호걸개는 개방의 제자들과 함께 행림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핏 봐도 수십명은 될듯한 거지 무리들이 행림을 독차지 하고 빙 둘러 앉아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는 어디서 주워온 것인지 모르지만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위에 한쪽 귀가 떨어져 나간 커다란 무쇠 솥 하나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무쇠솥 속에 한가득 담긴 채 막 끓어 넘치려 하고 있는 뿌연 국물에서는 구수한 냄새가 피어 오르며 행림 전체를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무쇠솥 속에서 행림의 향기를 어지럽히며 진한 냄새를 피워 올리고 있는 뿌연 국물의 정체는 바로 개고기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장작불 위에서 진한 국물을 우려내고 있는 개고기를 바라보며 개방의 다른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던 호걸개는 갑자기 귀가 가려워지는 바람에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어댄 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응? 어떤 놈들이 내 욕을 하나? 갑자기 귀가 왜 이리 가렵누?"
"하하, 태상 방주님! 그건 누가 욕을 하는게 아니고 워낙 안 씻어서 그런겁니다."
"푸하하하, 맞습니다요 태상방주님, 그건 안 씻어서 그런겁니다요"
"하하하. 암 그렇지, 자네 말이 맞네, 태상방주님 신성한 개고기 앞에서 괜히 실없는 이야기 꺼내지 마십시오"
"아니, 그런데 이 자식들이..."

제자들의 말을 듣고 발끈한 호걸개가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어 보였지만 해학이 넘치는 자유로운 성품의 소유자가 많기로 소문난 개방의 제자들은 주먹을 흔들어 보이는 개방의 최고 어른 앞에서도 별로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척 화기애애하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그렇게 개방에서 넓은 행림을 독차지 하고 앉아 모처럼만의 개고기 포식을 하는 사이에 마교의 마화이송단 합류가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다.

물론 천마신교 교주 혁련필의 부상이 완전히 회복될 때 까지 라는 표면적인 이유가 붙긴 했지만 그것은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었다. 하여간 마화이송단이 숙영지로 선택한 지역의 한쪽을 배당 받은 천마신교는 그날 부터 한 지붕 두집 살림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정파 쪽에서는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마화이송단의 모든 행사에서 마교를 제외시키는 바람에 양측간에는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이 늘 서려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그러한 양쪽의 긴장감을 전혀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도 마화이송단에는 몇몇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몇몇 중에서 가장 나이 어린 사람이 바로 사도연이었다. 오늘도 사도연은 설지가 만들어준 작은 목검을 휘두르며 마교의 진영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면서 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안력이 좋은 이들은 그런 사도연이 들고 있는 목검의 도톰한 검신에 새겨진 선명한 두 글자를 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다.

그 검신에는 어이없게도 참마라는 두 글자가 용사비등한 필체로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한칼에 말을 베어 쓰러뜨릴 수 있을 만큼 예리한 칼을 가리키는 뜻의 '말 마'자가 아닌 '마귀 마'자가 새겨진 참마검이었다. 즉 사도연이 들고 다니는 목검의 검명은 마귀를 한칼에 베어 쓰러뜨리겠다는 의미의 참마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귀란 정파 쪽에서는 다름아닌 마교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 지켜 보는 모든 이들이 고개를 가로 저을 수밖에...

"연아! 자, 이거 가지고 놀아"
"응? 이야, 목검이잖아, 와, 예쁘다"
"호호호. 마음에 들어"
"응! 너무 너무 좋아"

단단한 재질로 유명한 단목을 이용해 설지가 만든 목검을 손에 쥔 사도연은 목검의 여기저기를 살펴 보며 연신 감탄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목검을 깍으면서 자연지기를 끌어다 사용했기에 일반적인 목검이 보여주는 단순 투박함과는 비교도 안되는 기품을 목검이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왠만한 진검들은 비교도 되지 않을 기품을 단순한 목검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기이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기이함을 전혀 상관하지 않는 사도연은 단지 수중의 목검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설지 언니! 이 목검 이름은 뭐야?"
"응? 이름? 음, 이름은 없는데 네가 지어주렴"
"그럴까? 헤헤. 음음, 그러면... 참마, 참마검으로 할래"
"참마검? 호호호 이름 멋진데, 그럼 이 언니가 그 목검에 이름을 새겨주련?'
"응! 그렇게 해줘, 아참, 마 자는 마귀 마자로 새겨 줘"
"응? 말 마자가 아니고?"
"응!"

그렇게 해서 참마검이 탄생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부터 참마검은 한시도 사도연의 손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마교가 마화이송단에 합류한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더불어 사흘째 되는 이 날은 초혜와 진소청이 마교의 흑룡대원들을 번갈아 가면서 상대하는 비무가 시작된 날이기도 했다.

"켈켈켈! 마교 진영에서 참마검을 들고 설칠 수 있는 놈은 연아 뿐이겠구나"
"호호호. 그러게 말이예요. 신교도들이 기분 나빠 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는 했는데 별 다른 반응이 없어서 다행이예요"
"켈켈켈, 그야 연아 저 놈이 설지 네 녀석의 제자니까 그런게 아니겠느냐"

"호호호, 그런가?"

마교가 합류한지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마화이송단은 평정산의 초입에서 발이 묶여 있었다. 천마신교 교주 혁련필의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여기에는 급할 것 없다는 설지의 느긋한 태도도 한몫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자신이 할 일(?)이 완전히 사라진 설지의 애마 밍밍은 오늘도 좀더 맛있는 풀이 어디 없나 하면서 여기저기 풀숲을 헤치며 방정맞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신이 늘 한혈보마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당나귀 밍밍은 맛있는 풀 찾는 것도 슬슬 지겨워지자 시원한 물이라도 한모금 마실까 하는 생각으로 숙영지 인근을 흐르는 개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도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에 도착한 밍밍이 물 한모금을 삼키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밍밍의 눈으로 문득 이상한 것이 보였다. 그 이상한 것의 정체는 다름아닌 별로 크지 않은 하나의 돌이었다.

그 돌은 울퉁불퉁한 모양에 색깔 조차도 거무튀튀한 것이 호기심을 잡아 끌만한 구석이라고 밍밍의 눈썹 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돌을 발견한 밍밍에게는 망막을 가득 채우며 다가오는 그 돌이 자신을 향해 '나를 건져 줘'라면서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았다. 당나귀 주제에 돌이 건네는 말을 알아들을리 만무하겠지만 기이한 분위기가 풍기는그 돌을 끝내 외면하지 못한 밍밍은 결국 개울물 속으로 입을 집어 넣어 자신을 유혹하는 그 돌을 꽉 물고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른 땅으로 돌을 툭 던져 놓은 밍밍은 좀더 가까이서 확실히 보기 위해 한걸음 다가가 요모조모 살펴 보았다. 발로 톡톡 두드려도 보고 이리저리 굴려도 보았지만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특별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내 싫증을 느낀 밍밍은 그 검은 돌을 앞발로 툭 한번 걷어차주고는 미련없이 몸을 돌려 숙영지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렇게 몸을 돌린 밍밍은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다. 무언가가 자신을 끌어 당기는 듯 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다시 몸을 돌린 밍밍이 자신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던 것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코를 킁킁거리며 여기저기 살펴 보았지만 별 다른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밍밍은 아침에 먹었던 삶은 콩이 별로였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몸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또 다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을 끌어 당기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개를 세차게 홱 돌리던 밍밍은 마침내 자신을 자극하는 것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특이한 기운의 정체는 조금 전에 밍밍이 발로 툭 차버렸던 검은 돌에게서 뿜어지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검은 돌에게 다가간 밍밍은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도 맡아보고 발로 건드려도 보았지만 멀어지려는 자신을 자극했던 이상한 기운은 더 이상 검은 돌에서 새어 나오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발로 걷어차버리기가 꺼려졌던 밍밍은 성질 더러운 자신의 주인 설지에게 이 돌을 가져다 주면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다가 아니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돌을 덥썩 물고는 숙영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사실 밍밍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 돌은 당나귀 입에 물려서 이리저리 끌려 다닐 만큼 예사 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돌은 이런 개울 속에 처박힌채 천득꾸러기 취급을 받아야 할 돌도 결코 아니었다.

인세에 등장했던 때가 손에 꼽을 만큼 적어서 실제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그 돌의 진정한 정체는 바로 만년흑마령석이라는 이름으로 간간히 불리기도 했었으며 돌임에도 영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귀물이자 영석이었던 것이다. 깊은 심해에 존재하고 있던 각종 무기질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커다란 압력을 받다가 한데 뭉쳐지기 시작하면서 생성된 만년흑마령석은 외형적으로는 검은색을 가진 것이 특징이며 단단하기가 만년한철에 버금갈 정도로 단단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만년흑마령석의 진정한 가치는 단단하다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무공을 익힌 무인들이 만년흑마령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알게 되는 순간 아마도 서로 만년흑마령석을 차지하기 위해서 피를 부르는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 자명할 정도로 무인들에게 만년흑마령석은 무가지보 이상의 가치가 있는 돌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만년흑마령석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무인들이 탐을 낼만한 진정한 가치란 무엇일까?

만년흑마령석의 진정한 가치란 영성을 지닌 만년흑마령석을 단순히 몸에 지니고만 있어도 내공 증진의 효력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만년흑마령석을 지닌 자의 능력에 따라 피독, 피화, 피수의 공능을 일으킬 수 있기에 한마디로 무인들에게는 지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보석보다 더 존귀한 최상급의 귀보가 바로 만년흑마령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귀물을 물 마시러 나왔던 당나귀 밍밍이 우연히 발견하고 별 생각 없이 설지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걸음을 터벅터벅 옮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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