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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라 | 마뇨의 마법서 2019-07-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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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에스트라

L. S. 힐턴 저/이경아 역
열린책들 | 2019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자근자근한 스릴과 에로틱한 휴가를 보내고 싶으신 분들께 넌즈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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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는 냉정을 되찾고, 신속하게 움직이게 해주며 당신을 외롭게 만든다.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 먼저 고독해 봐야 한다.




앞과 뒤표지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 라는 붉은 딱지가 붙어 있다.

그래서 그 자체로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이야기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도 잔뜩 들어있다.

알지 못했던 세계. 의 이야기. 마에스트라.

 

평범하게 열심히 언젠간 꿈을 이루리라 희망하며 살아온 주디스는 미술품 경매 회사에 비서로 취직한다.

갖은 잡일을 도맡아 하면서 언젠가는 자신이 상사의 자리에 앉게 되는 꿈을 꾸는 주디스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를 연상시킨다.

주디스는 온갖 잡일에 치이면서도 자신의 안목을 높이려 노력한다.

그림을 보는 안목.

그 그림을 사려는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

그러던 어느 날 상사가 거래하려는 그림이 위작임을 알아챈 주디스는 상사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만 오히려 그 일로 해고를 당한다.

부당한 해고였다.

하지만 그 부당함에 맞설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그 바닥은 그야말로 손바닥보다 좁았으니까.

 

 

내쳐진 안목 있는 여자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잘 보여 주는 이야기다.

물론 야망이 있는 여자의 이야기다.

돈과 섹스와 사기와 살인.

주디스의 무한 변신은 정말이지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의 목숨처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이루어진다.

어떻게 그렇게 교묘하고도 완전하게 잡히지 않을 권리가 그녀에게 주어졌을까?

 


 

휴~

책을 덮고 나면 저절로 나오는 한숨이다.

안도의 한숨이기도 하고,

부당함에 대한 한숨이기도 하고,

너무 동떨어진 세계를 다녀와서 현실에 안착할 때 나는 한숨이기도 하다.

런던, 파리, 이탈리아를 넘나들며 한바탕 벌이는 사기와 살인과 섹스의 향락은 정신을 쏙~ 빼놓을 줄 안다.

 

 

 

섹스는 올리브의 짭짤한 맛이나 먼지 날리는 길을 한참 걸은 후 마시는 시원한 물 한 잔만큼이나 오래되고 원초적이면서 단순 명료한 쾌락이 될 수도 있다. 왜 <노>라고 해야 하나? 일부일처제는 못생긴 여자에게나 유리한 제도일 것이다.

 


이 이야기에 19금 딱지가 붙은 건 단지 에로틱한 상황의 묘사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한 살인의 행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인사이드가 되기 위해서 가장 악랄한 방법으로 그것을 쟁취하는 여자의 이야기. 가 뭘 그리 새롭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했던 한 여자가 부당함을 외치지 못하고 살아내기 위해 분노를 가슴에 묻고 살길을 도모하고 있을 때 우연하게 벌어진 하나의 죽음이 그녀의 억세게 좋은 운대와 맞아떨어지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다면 그녀의 성공 자체가 바로 그 죽음 위에 세워진 반석이 아닐런지.

 

그 말은 곧 이 기묘한 신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라면 그 무엇도 놓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그 세상의 연결 부위 어디에 내가 발을 디딜 곳이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비로소 티핑 포인트가 찾아온 것이다. 게임의 전세를 바꿀 기회 말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이 여행의 승객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들의 게임에 정당하게 참가한 일원이 될지도 몰랐다.


 

가진 자들의 빈틈을 노리는 이 영리함으로 주디스는 자신만의 부를 축적해 나아간다.

그리고 자신을 엿 먹인 작자들에게 멋진 복수도 감행한다.

그렇게 감쪽같이 자신을 세탁하던 그녀에게 한 남자가 따라붙는다.

그녀의 정체를 알고 접근한 남자.

그 남자는 주디스를 이용해 자신의 복수를 하려 하지만 주디스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이용당할 여자가 아니었다.

모든 남자들이 간과하는 한 가지.

한 여자가. 이미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워지려고 작정한 여자가 어디까지 갈 준비를 끝냈는지를 알면서도 자신에게는 그러지 않을 거라는 그 자만심 말이다.

그것은 그녀가 완벽해질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계기였다.


 

나는 더 힘든 일들도 극복해 왔다. 지금까지 버틴 내 삶이 그 증거다. 그리고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면, 정말로 할 수 있다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운을 걸어 볼 만했다. 언젠가는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킬링타임용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해석에 따라서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고, 완전범죄가 될 수도 있으며, 세상이 더욱 무서워질 수도 있고, 인간에 대한 믿음이 더욱 부실해질 수도 있다.

여러 복합적인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마에스트라.

주인공에 동화되어가다가도 벌을 내리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

안도하고 통쾌하다가도 제 발 저리는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성공이 성공으로 보이지 않는 이야기다.


 

어른들의 킬링타임 독서용 이야기.

마에스트라.

자근자근한 스릴과 함께 에로틱한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넌즈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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