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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연애소설] 평범한 사람들의 진짜 사랑 이야기 | 기본 카테고리 2020-09-0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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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저
위즈덤하우스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누가 뭐래도 특별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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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의 첫 번째 연애소설이라고 한다. 소설가가 굳이 연애소설을 처음 쓴다고 말하는 건 좀 쑥스러운 이야기일 텐데 스스럼없이 밝힌다. 그것이 이기호 작가의 매력이기도 하다. 자신의 속내를 글을 통해 진솔하게 쓰는 것 말이다. 아마 작정하고 쓴 건가 보다. 꽤 오래 소설을 쓰고 문단에서도 인정 받은 만큼 많은 소설을 썼을 텐데 왜 굳이 일상의, 별로 감동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연애소설'이라고 썼을까. 중견작가의 첫 연애소설이라고 해서 예전에 슬프도록 아름다운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던 '꼰대 독자'에게는 탐탁치 않은 생활 현실의 에피소드를 발표했을까. 다 읽고 나서야 이유를 알 것 같다. 꼰대 독자들은 현실적 이야기에 감동 받고, 지금 청춘 세대는 자신의 일 같은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런 점에서 작가는 '계산된 연애소설'을 쓴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어버린 지금 모두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일상으로의 회귀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격려성 소설로 보이는 것이 많아서다.



이 소설들은 연애라면 한 세대 앞서 해본 독자가 봐도 20대의 감성이 충만한 평범한 독자나 이웃 같은 연애 이야기이다.

30편의 짧은 소설이 실렸는데 하나하나 모두 스토리가 재밌고 작가의 애정과 글터치가 그대로 느껴지는 글솜씨에 연신 감탄하면서 단숨에 읽을 정도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삶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재미 있게 살려냈다. 우리 일상과 하나도 다름이 없어 친근하고 진솔한 느낌도 만족할 만하게 받는다. 그게 작가의 독특한 글솜씨이고 쉽게 많이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세상 모든 소설은 다 연애소설이라고 하던데, 나에게 그건 ‘연애’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힌 말이라기보단 ‘소설’을 쓰는 마음에 대한 가르침으로 들린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아끼는 마음이 절반이니까.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쓴다는 사람을 본 적 없거니와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야기를 짓는다는 사람도 만나본 적 없다. 그런 마음으로 소설을 쓰다 보면 다 망해버리고 마니까. 그건 그냥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니까. 장소든 시간이든 단어든, 아끼는 사람이 글을 쓴다. 매일 글로 쓰다 보면 아끼는 마음이 들게 된다.

어쩌다 보니 짧은 소설만 벌써 세 권째다. 5년째 한 달에 두세 편씩 꼬박꼬박 짧은 소설을 쓰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매번 무슨 백일장을 치르는 느낌이다.

백일장은 쓴 사람 이름을 가린 채 오직 글로만 평가를 받는 법. 그 마음으로 계속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이름은 지워지고 이야기만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기호 작가 글은 재미 있다. 짧아서 호흡이 잘 맞는다. "소설 문장은 짧게 써야 한다"는 고(故) 황순원 작가의 말대로 써서 '황순원문학상'도 수상했나보다.

이번 책에도 읽다 혼자 슬며시 웃고, 화내다 다시 박장대소하게 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글솜씨가 좋다는 얘기다. 적어도 독자가 볼 때는.

요즘 독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매우 직설적이고 은유나 상징을 덕지덕지 감고서 독자에게 상상하라는 식의 글이 아니라 작가의 속내를 확 터놓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독자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글솜씨가 이기호 작가에게서는 수없이 발견된다. 그래서 솔직한 작가라고 하는 건가.

이 소설들도 모두 우리 가족이기도 하고, 가끔은 친구이고, 동료이기도 해서 공감이 간다. 특히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모두 '착하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유쾌하게 풀어내다니! 궁상맞고 지질한, 어딘가 좀 모자라고 어리숙해 보이는 소외된 사람들, 그 어수룩함이 만들어낸 우여곡절들이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가슴 짠하게 펼쳐진다. 이기호 작가는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비루한 존재들의 삶에서 기어코 사랑을 건져 올리고 만다. 그게 무슨 사랑이냐고, 그냥 이용당하는 거라고, 사기라고, 멍청하게 속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것조차 모르는” ‘연애무식자’들은 당당하게 외친다. “사기라도 좋고 속아도 좋다고”,

“아, 씨발, 내가 사랑한다구! 내가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구! 씨발, 내가 사랑해서 식혜를 팔든 수정과를 팔든, 뭐가 문제냐구!”

특유의 재기 넘치는 문체, 매력적인 캐릭터, 능청스러운 유머, 애잔한 페이소스까지,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이기호밖에 쓸 수 없는, 작가 이기호만이 쓸 수 있는 누가 봐도 ‘진짜’ 연애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카라멜콘땅콩’의 땅콩 개수가 줄었다고 분개하거나 편의점에서 1+1 물품에 집착하는, 그냥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은 사람들이다. 게다가 하나같이 어딘가 아픈 사람들이다. 암에 걸렸거나 치매에 걸렸거나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거나 시험에 떨어졌거나 이혼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을 바라보며 “자꾸만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어쩔 수 없어” 한다.

“거기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친구도 한 명 없는”, “형제도 없고, 말을 거는 사람도 거의 없는” 사람들이 자기보다 더 아픈 사람의 “상처를 보고 나서” 사랑에 빠져든다.

매일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먹는 편의점 알바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따뜻한 김밥을 가져다주는 김밥집 청년,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은 후 좋아하던 대학 동기를 만나 큰맘 먹고 돼지갈비를 사주고는 안절부절못하는 남자, 이혼하고 고향에 도망치듯 내려온 첫사랑을 도와주는 시골 노총각, 독감에 걸린 여자친구와 같이 아프고 싶어서 마스크를 빌려 간 초등학생……. 도무지 사랑할 구석도, 사랑할 여유도 없어 보이는, 모두가 어쩐지 짠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최선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귀에서 종소리가 들리는 듯한 아름다운 로맨스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사랑 표현도 없다. 얼핏 보면 이게 무슨 사랑이냐고 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기호는 말한다.

그것이 삶이라고. 누가 뭐래도 사랑이라고.



그는 오늘 죽기로 결심했다.

그냥 여기서 툭 뛰어내리면 끝인 거지. 그는 난간 밖으로 고개를 삐죽 내밀어보았다. 고시원은 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잘못 떨어지면 에어컨 실외기에 먼저 부닥뜨리겠는걸. 그는 난간을 잡고 조심조심 옆으로 몇 걸음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여긴 차가 있네. 그는 그 차의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고시원 같은 층 302호에 사는 40대 초반의 남자였다. 새벽 배송 일을 하고 있어서 늘 새벽 1시 반에 출근하는 남자, 그 남자는 새벽 배송을 마치면 다시 편의점 알바를 뛴다고 했다. 몇 번 고시원 공용 식당에서 그 남자가 건네는 오징어 젓갈 반찬을 얻어먹은 적도 있었다. 남한테 폐를 끼치면 안 되지. 이런 건 보험 처리도 안 될 텐데……. 그는 다시 몇 걸음 옆으로 이동했다.

고시원 정문도 좀 그렇고, 여긴 옆 건물과 너무 가깝고……. 그는 옥상을 한 바퀴 삥 돌아 다시 맨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신경 쓰지 말자,

죽는 마당에 그깟 실외기가 뭔 대수라고. 그는 난간 위로 조심조심 올라갔다. 한차례 세찬 바람이 불어와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춰 난간 쇠기둥을 움켜잡았다. 그는 다시 느릿느릿 아래로 내려왔다.

미연이는 전화 한 통 없구나…….

<pp.37~39 「뭘 잘 모르는 남자」 중에서>



진만 성희 씨…… 오늘도 연락이 잘 안 되네요……. 연락이 안 돼도 그냥 여기에 계속 말할 게요. 사실 성희 씨…… 지금 제 마음이 많이 흔들려요.

같이 사는 친구는 그거 다 사기다, 멍청하게 속지 말라고 말하는데…… 저는 계속 그 말을 믿지 않고 있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론 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기라도 좋고 속아도 좋다구요. 그래도 꼭 한번 다시 성희 씨 만나서 카페에서 얼굴 보고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때처럼요……. 저는 내일 미자 씨 만나서 제례를 드리러 가요. 원래는 70만 원인데, 특별히 성희 씨 생각해서 50만 원에 해주겠다고 하셨어요. 그거 드리면 그분 말처럼 마가 사라진다고 하니까, 그땐 성희 씨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마가 사라지든 사라지지 않든, 제 마음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거든요. 성희 씨가 이런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전부예요. 기다릴게요. 오전 2:47

<pp.206~207 「사랑과 상담 사이」 중에서>


저자 : 이기호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짧은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목양면 방화사건 전말기』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학생들과 함께 소설을 공부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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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 기본 카테고리 2020-09-0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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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언어의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저/김유경 역
현대지성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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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판단이 관여된 내용을 모국어로 전할 때보다 외국어로 전할 때 감정 반응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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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뇌는 신의 영역이다"는 말을 TV에 나온 어떤 의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뇌신경의 이상으로 판단하는 치매(알츠하이머), 파킨슨씨병과 외부 충격으로 인한 뇌신경 손상으로 운동감각이나 언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를 설명하던 자리였다. 아마 의술로 완전히 파헤치지도, 장악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 주위에서 많이 발생하는 치매도 완전한 치료제는 아직 없고, 병세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정도의 약만 개발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노력과 인간의 능력으로 머잖아 치료법이나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것이다는 예상도 잊지 않았다. 이 정도의 의학 발전을 이룬다면 아마 인간은 이 세상 창조주과도 맞서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흔히 뇌 과학으로 불리는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는 수백 년 전부터 이미 시작돼 왔다. 정신분석학, 심리분석학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프로이트, 칼 융 등의 의사부터 제약회사 연구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노력을 계속해왔다. 의학계의 노력과 능력으로 결국 뇌신경 이상의 병은 치료제를 얻겠지만 지금은 그간의 노력으로 얻은 약이나 치료 방법 외에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태다.





우리 뇌는 워낙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는 데다 다른 장기와 달리 예민하기도 해서 연구가 더딘 이유 중의 하나이다. 우리 삶의 전부를 관여하는 뇌는 학자들의 연구로 “어떻게 하나의 뇌에 두 언어가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됐다.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 이 책의 저자 알베르트 코스타다.

저자는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이미 연구된 토대), 또 일상에서 2개 국어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 뇌가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할까를 알아내는 데 몰두했다. 저자는 말의 생산성과 이중언어 사용에 대해 20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이끌고, 저명한 과학 저널에 150편 이상의 글을 기고해왔다.

그 결과를 집대성해 그리 어렵지 않은 표현으로 『언어의 뇌과학』을 썼다. 널리 알리고 더 많은 관심과 열정으로 연구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 바라는 취지에서다.

이 책은 우선 언어 사용과정에서 주의력과 학습능력, 감정, 의사결정 등과 같은 인지 영역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최신 연구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 본인이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동일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한 생생한 깨달음이 뇌과학과 심리학, 사회학적인 지식과 어우러져 시종일관 신선하고 즐거운 지식 여행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책에 따르면 아기들을 보면 그저 먹고 자는 일이 전부인 것 같지만 수많은 연구는 생후 몇 개월이 안 된 아기들도 언어에 관해 매우 정교한 지식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심지어 생후 5일도 안 된 신생아들도 정상적인 언어와 비정상적인 소음을 확실히 구분한다고 밝힌 연구도 있다. 그리고 두 언어 사용 가정에서 태어난 아기(4~6개월)는 말하는 사람의 영상만 보고도 그들이 무슨 언어로 말하는지 구별할 수 있다.

아이가 비록 말을 시작하기 전이라도 그들의 뇌는 주변에서 흡수하는 정보를 계속 처리하는 중인 것이다. 이렇듯 아주 어릴 적부터 뇌와 언어는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에게 긴밀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또 감정에 치우친 상황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아야 함을 우리는 안다. 감정 부담이 큰 상황에서는 이성보다는 직관을(즉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퉁치는’) 따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중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외국어를 사용하면 감정으로 발생하는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일견 의사소통이 훨씬 제한된 외국어를 사용하여 중요한 결정을 시도한다면 치밀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계적인 학자들의 여러 연구를 통해 이것은 사실임을 입증했다.

외국어는 의사결정에서 ‘감정’의 역할을 최소화함으로써 이성적 판단이 제 역할을 발휘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넬슨 만델라는 40년간 차별 정책으로 자기 민족을 괴롭힌 식민국 언어인 아프리칸스어를 배우면서 이런 말을 했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한다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머리로 간다. 상대방의 언어로 말한다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가슴으로 간다.” 만델라도 모국어를 고집하며 그들을 상대해서는 그들의 가슴에 호소하는 말을 꺼낼 수 없음을 안 것이다.

이 책은 과학적 도구와 연구의 발전으로, 그저 ‘블랙박스’의 영역이었던 뇌와 언어활동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단순히 뇌의 특정 영역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언어 사용과정에서 주의력과 학습능력, 의사결정, 감정 등의 인지 능력과 어떤 관계를 갖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일상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중언어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인 저자는 2개 국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을 저글링하는 곡예사에 비유한다. 대화하면서 한 언어에 집중하면서 다른 언어와 섞이는 것을 통제하려면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저절로,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아니다.

학자들은 이중언어자들은 두 개의 언어가 ‘동시에’ 활성화되어 언어 사용을 서로 방해한다고 말한다. 스위치 끄듯이 하나를 끄고 하나만 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두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많은 혼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언어 발달이 늦거나 심지어 둘 다 제대로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안심해도 좋다. 연구에 따르면 아무 문제도 없다. 시작이 조금 늦을 수는 있지만 둘을 모두 잘 해낼 것이다.



1장은 아주 어린 아이들이 둘 이상의 언어가 쓰이는 환경에 처하게 되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부분이다.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도 듬뿍 들어있어 신선하기도 했고, 그때부터 언어에 관한 습득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 놀라울 뿐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도 아빠랑 엄마가 다른 언어를 사용할 경우 그것을 구분한다고 한다. 음성을 통해 전달되는 구어체 언어의 경우 각 언어마다 특색이 분명한데, 이러한 특색들을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알아채고 습득한다니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귀중한 존재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심지어 엄마가 임신 중일 때도 듣는 소리를 태아는 구분한다는 데 놀라움을 넘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아가들이 언어를 습득할 때 사람과 사회적 접촉이 일어나면서 습득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게 되면 사회적 접촉이 있을 때 훨씬 잘 습득한다고 하는 점은 쉽게 설득력이 있다. 그냥 전자기기들을 이용해 소리만 나오거나 할 경우는 생각보다 학습이 일어나지 않고, 교사나 부모와 사회적 접촉이 있을 때 유의미한 정도로 높은 습득률을 보인다고 한다. 뇌 과학에 관한 책을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2장에서는 이중언어자의 뇌와 단일언어 사용자의 뇌가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몇가지 항목으로 나눠 비교해준다. 신문 기사나 컬럼들을 보면 이중언어의 장단점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읽는 내용마다 다 옳은 것 같은데 주장이 다를 때는 혼란스럽기도 하다.

명확한 연구 결과도 없이 한두 개의 논문이나 자료만 가지고 하는 주장에서 비롯된 오류였나 보다. 흔히 말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그 칼럼에서 범한 것 같다. 그것도 이 연구를 평생 해온 저자의 책을 읽고 겨우 알아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싶다.

이중언어자와 단일언어 사용자의 뇌를 촬영해 보면, 그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중언어자가 모국어를 사용할 때와 단일언어 사용자가 모국어를 사용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이 비슷하다는 게 증거로 제시된다. 이중언어자가 이중언어를 말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는 모국어 때와 겹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지만, 여튼 그들이 이중언어를 구사한다고 해서 단일언어 사용자의 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반응속도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유의미한 차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의 중론이다.




3장은 이중언어를 하면 뇌가 어떻게 변할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장을 읽기 전에 먼저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아직 뇌와 언어를 관련지어 진행되는 연구의 경우 기술의 한계로 인해 결론짓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도 최신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지극히 논리적이고 실증적이어서 믿음과 재미가 더해진다. 이중언어는 뇌에 변화를 주느냐에 대한 결론은 잠정적이지만 '아직 모른다'다.

물론 이중언어자의 뇌 구조가 단일언어 사용자의 구조와 다른 경우도 많고, 유의미한 구조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논문들도 있지만 여전히 저자는 결과가 들쭉날쭉해 일관적인 결론을 내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이중언어 사용이 어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 쪽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물론 이중언어자가 단일언어자에 비해 설단현상을 더 자주 겪는다던가, 모국어의 어휘수를 비교해 보았을 때 조금 적은 단어 수준을 보여준다든가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중언어자의 뇌의 변화를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중언어자가 단일언어자에 비해 상대방의 관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높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이야기다.

뒷부분은 생략해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이중언어자의 뇌의 변화는 관측되지 않고 상대방 관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언어의 뇌과학』은 과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저자의 경험과 논리적 추론 능력 등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임에 틀림없다. 독자처럼 문외한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단 한 권의 책으로 이중언어와 뇌의 관계 전부를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한 흥미와 지식을 얻고 영감마저 얻었다면 더 보람된 독서가 있을까싶다.




저자 : 알베르트 코스타


바르셀로나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마치고 하버드대학교와 MIT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뒤 이탈리아의 국제고등연구소(SCUOLA INTERNAZIONALE SUPERIORE DI STUDI AVANZATI)를 거쳐 바르셀로나대학교로 돌아와 교수로 일했다.

“이중언어 사용이 뇌 모양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주제로 저명한 국제 과학 저널에 150편 이상의 글을 기고했고 20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신경언어학 저널』(JOURNAL OF NEUROLINGUISTICS), 『인지』(COGNITION) 그리고『신경과학』(NEUROSCIENCE)의 편집인을 지내기도 했다. 폼페우 파브라대학교(UPF)의 인지 및 뇌 센터(COGNITION AND BRAIN CENTER)에서 ICREA 연구 교수로 “말의 생산성과 이중언어 사용”이라는 연구 그룹을 이끌다가 2018년 12월, 48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역자 : 김유경


멕시코 ITESM대학교와 스페인 카밀로호세셀라대학교에서 조직심리학을 공부했다. 인사 관련 업무를 하다가 지금은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스페인어권 작품과 독자들이 더욱 자주 만났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다. 번역한 작품으로는 『행복의 편지』, 『세상을 버리기로 한 날 밤』, 『여기 용이 있다』, 『경이감을 느끼는 아이로 키우기』, 『카를로스 슬림』, 『가끔은, 상상』, 『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꿈꾸는 교사, 세사르 보나의 교실 혁명』, 『동물들의 인간 심판』, 『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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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줄 알면서 또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타로 마스터가 이야기하는 연애 관찰 기록 | 기본 카테고리 2020-09-0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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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닌 줄 알면서 또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김희원 저
책과강연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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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지나치게 고양된 상태를 사랑이란 언어로 포장해버리고 말 때 이미 위태로운 시한폭탄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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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타로 같은 걸 봐요?”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의 ‘지금’을 알기 위해서라고 대답해줄 것이다. 인생의 주제는 스스로 써야 하지만 상대의 삶까지 함부로 해석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 쪽이 관계에 불안을 느끼게 되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의 행동까지도 합리화하고 강요하려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평평하던 두 사람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그 순간 한 쪽이 맹목적으로 감정을 휘두르게 되는 것이다. 감정이 지나치게 고양된 이러한 상태를 사랑이란 언어로 포장해버리고 말 때,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위태로운 시한폭탄을 안고 시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선을 다해 사랑한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배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만일 당신의 최선이 상대에게 집착으로 읽혔다면 상대의 배신은 배신이 아니라, 집착을 이겨내지 못한 정당한 ‘돌아섬’이라 해야 옳은 것은 아닐까. 아닌 줄 알면서 또 사랑에 빠지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타로마스터 김희원 저자의 진심 어린 조언을 통해 내담자의 상처와 뼈아픈 진실을 마주하고, 그 아픔을 통해 '나' 자신과 행복을 찾아가는 내담자들이 조금 더 성숙해지는 바람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






위 내용은 저자가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저자가 타로마스터란 직업을 갖고 약 10년간 만나온 상담자 중 대표적으로 골라 총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이 책 『아닌 줄 알면서 또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는 이때 만난 상담자들 중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기록이다. ‘타로마스터’ 혹은 ‘심리타로사’라고 불리는 저자. 지친 관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정면으로 비춰주는 직업이다.

위험한 사랑에 빠져 고개를 돌려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 왜곡된 자아를 받아들이려 애쓰는 사람, 타인에 의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다양한 심리 상태의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그녀를 찾은 사람들과 나눈 위태위태한 연애 이야기. 그들의 심리와 불안정한 행동을 면밀히 관찰한 기록이다.

준비되지 않은 만남과 이별은 누군가에게 메우지 못할 상처로 남는다. 지금 사람을 만나는 것에 아픔을 느끼고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사랑에 빠지면 판단이 흐려지고 시각이 좁아지곤 합니다. 이때 크고 작은 실수들을 저지르고 결국 수습되지 못한 상황에 마음 아파합니다.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금 나의 연애는 안녕한지에 대해 살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고 충언한다.



차례에서 소제목들만 읽으면 대부분 불륜, 사랑해선 안 될 사람, 잘못된 만남, 정신적 외도, 과거를 숨긴 배우자, 제자와 여교수, 장모와 사위의 비밀 등 매우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만남이다. 이 가운데 사랑해선 안 될 사람, 잘못된 만남 등은 비교적 사회 윤리적으로도 이해 가능한 수준이지만 대부분은 시작해서는 안 될 사랑으로 고민하다 저자를 찾아와 상담한 내용들이다.

이 책에서 풀어놓은 주인공들은 일상의 외로움과 형용하기 힘든 허무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 대안이 연애였다. 그들은 서서히 약물에 중독되듯 그들은 자신의 삶을 그릇된 관계의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맹목적인 사랑, 이기적인 사랑, 사랑이라 말하지만 실은 변질 되어버린 집착, 그녀에게는 사랑, 남자에게는 육체적 재미였을 뿐인 어긋난 사랑, 삶 자체를 파괴할 수도 있는 사랑, 그것이 사랑인지 욕망인지 구별도 못하는 불나방 같은 사랑...

“전 뭐가 문제인 거죠?”

이 이야기는 이 한 문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책을 통해 잃어버렸던 순수를 회복하고 이제는 온전하고 건강한 사랑만 할 수 있게 되기를. 꼭 그렇게 되기를.

“아닌 줄 알면서 또 같은 사랑에 빠지지 않기를"

저자가 상담사로서 책 쓴 사람으로서 내린 결론이고 권유다.





“어떤 게 말이 안 되죠?”

“계속 반복된다는 건 이혼을 안 한다는 거잖아요.”

“네,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이혼을 안 하고 만나는 사이라면 전 뭐죠? 그냥 즐기기 위한 상대일 뿐인가요?”

“글쎄요. 이혼을 한다 해도 반드시 결혼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상담하면서 남자들이 상대를 대할 때 말과 달리 진지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설령 진심으로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이혼이 쉬운 일은 아니죠. 자기 뜻대로 되기가 쉽지 않아요.”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이게 끝은 아니라는 타로 결과에 희망을 걸고 돌아갔다. 그로부터 2개월 동안 이틀에 한 번 꼴로 전화를 걸어와 남자에게서 연락이 올지 확인하기를 반복하는 그녀는 심히 불안해 보였다. 그녀는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어서 퇴사를 고민할 정도로 그와의 문제에 빠져 있었다.

- 「유부남에게만 끌리는 그녀」 중에서





40대 후반의 나이, 지방에 있는 모 대학의 교수였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하게 모델을 꿈꾸었던 20대 초반의 제자에게 뜻밖의 사랑고백을 받게 된다. 교수님을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고 밝힌, 호리호리한 체격에 선한 얼굴을 한 제자를 보며 그녀의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다.

사실은 그녀도 그 학생이 너무나 마음이 들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혹시 교수님도 저를 괜찮게 생각하시면 톡으로 답변 주세요.”

자신의 의사를 당돌하게 밝힌 제자에게 곧바로 연애 감정을 느낀 교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남편과 이혼을 앞두고 있고, 자녀가 있는 상태였던 그녀는 앞도 옆도 보지 않은 채 제자와의 연애에 뛰어들었고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 「제자를 포기할 수 없는 여교수」 중에서




참 오랜 상담이었다. 그녀는 상담 때마다 수십 번씩 그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내 눈치를 보며 질문했었다. 그와 아내의 사이가 어떤지, 현재 누굴 더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궁금해 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그의 행동이었는데 말이다. 그의 연락만을 애타게 기다렸던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생각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그녀는 내게 상담을 받지도 그의 연락을 고통스럽게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 「회피 로맨티스트를 기다리는 여인」 중에서


“대체 남자들은 하나같이 왜 그럴까요?”

표면적으로는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데 연애가 잘 되지 않아 매번 좌절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들이 연애에 소극적인 것도 아니다. 남자가 다가오면 적극적으로 상대를 알아볼 의지가 강하다. 나에게 한 달에 몇 차례씩 찾아오던 그녀도 그랬다.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예쁘장한 얼굴에 세련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그녀는 한눈에 봐도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새침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호탕하게 잘 웃고 성격은 시원시원했다. 그런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성들도 많지만 늘 그 순간뿐이라고 했다.

- 「히스테리 미녀의 고민」 중에서




상담을 하면서 동거하는 연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과거에 동거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중간 입장이었다.

어쩌면 동거는,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이기 이전에 상대와 같은 공간에서 얼마나 잘 지낼 수 있는지 체험해볼 만한 쪽으로 더 기울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평소 연락을 잘 안 하는 친구라서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그녀는 새 애인이 생겼다고 했다.

“축하해. 어디서 알게 된 사람이야? 집은 어디 살아?”

“아는 언니한테 소개 받았어. 본가는 수원인데 나랑 사귀고 부터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아.”

(중략) 그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동거 사실을 밝혔다. (중략) 듣고 보니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친구의 말은 현실적이었다. 매일 누군가와 함께 지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모든 걸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 점은 이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녀가 중요시하는 부분보다 더 감내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그게 맘에 걸렸다.

- 「동거는 괴로워」 중에서




저자 : 김희원


서울에서 태어났다. 타로카드로 심리를 분석하는 일을 9년째 하고 있다. 평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얻은 결론이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을 즐긴다. 특히 연애 문제를 다룰 땐 프로파일러의 정신으로 돌변한다. 무엇이든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어딜 가든 ‘사람’의 말과 행동을 관찰한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마음 맞는 사람과 커피숍에 앉아 차와 케이크를 먹으며 이야기 하는 일이 제일 즐겁다.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산책하는 것도 좋아한다. 현재 천안에서 타로 상담실을 운영하며 글쓰고 놀고 일하기를 반복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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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사이드] 흑인 빈민가 소년과 백인 부호 부모의 기적 감동 스토리 | 기본 카테고리 2020-09-0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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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블라인드 사이드

마이클 루이스 저/박중서 역
북트리거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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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힘의 숨 막히는 대결이 부른 놀라운 변화, 마이클 오어를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소년으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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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 사회가 세계 최강국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다민족 이민자 사회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엄청난 자원을 안은 미국이 독립하고 서부 개척과 노예 해방이란 국내 당면 문제와 인류 공동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최강국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다.

많은 유럽 및 타 대륙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으로, 미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낯선 땅이지만 자신의 노력만큼 이룰 수 있다는 미국인들의 용기와 도전 정신에 자신들을 맟춰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꿈을 이뤘다. 그들 덕분에 미국의 부(富)는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갔고, 제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최강 최부국이 되었다. 이것이 미국의 힘이다. 물론 정치 사회체제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다. 이런 미국의 성공은 세계 여러 나라에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고, 20세기 들어 자본주의의 병폐인 '부익부 빈익빈'의 모순을 없앤다는 공산주의 국가체제에 맞서 이겼다. 그러나 아직도 노예 해방한 지 150년이 흘렀어도 미국 사회는 인종차별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이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알고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알고도 안 하는 걸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이런 미국 사회에서 이 소설 주인공 마이클 오어의 유년기는 도망과 가난으로 얼룩져 있다. 마약중독자 어머니는 그를 비롯한 열세 명의 성이 다른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이들은 위탁 가정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곳에서도 진정한 환대를 받지 못했던 마이클은 어디론가 도망치기 일쑤였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제2의 ‘마이클 조던’이 되리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 아버지인 빅 토니의 도움으로 백인 중심의 브라이어크레스트크리스천스쿨에 전학을 가고, 이곳에서 숀과 리 앤 투이 부부와 만나게 된다. 부부는 이 거구의 갈 곳 없는 이방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른 이들이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이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책은 유목민과 같은 생활을 하던 빈민가 흑인 소년이 가족을 만나 NFL 슈퍼 루키가 된, 드라마 같은 실화를 담고 있다. 훗날 슈퍼볼 우승 팀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마이클 오어 선수의 감동 실화는 2010년 영화를 통해 국내에 소개돼, 많은 이들의 ‘인생 작품’으로 꼽혔다.

원작 『블라인드 사이드』는 영화 그 이상이다. 영화에서 볼 수 없던 풍부한 에피소드와 생생한 인물 묘사가 저자의 촘촘한 취재를 바탕으로 재현됐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 세계를 관망하는 통찰력 있는 시선까지 읽어 낼 수 있다.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언더독 야구단의 신화를 그린 『머니볼』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천재 이야기꾼’의 면모를 맘껏 발휘한다. 스포츠 세계의 내밀한 이야기와 주인공 마이클 오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솜씨 좋게 엮어 냈다. 언론인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블라인드 사이드』를 두고 “얼핏 보기에는 풋볼에 관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사랑과 구원에 관한 비범한 이야기”라는 극찬을 했다.





이 책은 두 가지 축에서 전개된다. 하나는 미식축구 전술의 변화다. 스포츠에 남다른 감식안이 있는 저자는 러닝에서 패싱 플레이로, 미식축구 전술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통계자료를 동원해 설명한다. 1970년대 후반 빌 월시 감독은 재능이 별로 없는 공격수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짧은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고안해 내고, 큰 성과를 거둔다. ‘패싱 붐’까지 일어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선수들의 단독 플레이를 영리하게 제어함으로써 경기 전략을 시스템화하려는 자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할 것이다.

또 다른 축은 한 소년의 성장기다. 두 이야기는 미식축구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미식축구 전술이 변화하지 않았다면 마이클 오어가 수많은 감독과 코치들의 구애를 받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미식축구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선수가 등장하면서 기존 전략을 무력화시켰고, 구단들은 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유형의 선수’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그 선수가, 마이클 오어다.




그를 특별하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선 책 제목이기도 한 블라인드 사이드(blind side)의 의미부터 알아야 한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경기를 주도하는 포지션, ‘쿼터백’의 사각지대를 말한다. 쿼터백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하는 시도가 점차 대범해지면서 그를 보호하는 포지션의 몸값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커다란 덩치, 민첩한 발놀림, 뛰어난 보호 본능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마이클 오어는 대학 팀 스카우터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다.

만약 미식축구의 세계에서 이러한 변화가 없었다면 마이클 오어는 어떤 선수가 됐을까? 스포츠 캐스터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그저 그런 선수로 필드를 누비다 경력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거시적인 스포츠 세계의 흐름과 마이클의 개인사를 한데 엮음으로써 한 사람의 인생을 휘어 감은 운명적 사건들을 입체적으로 그려 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인간이 온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부모 혼자가 아니라 이웃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이클 오어는 보살핌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그를 사립학교로 데려온 빅 토니의 말을 빌리자면, 그의 인생은 “나쁘게 끝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0.6학점은 퇴학을 당하기 딱 좋은 성적이었고, 학교의 울타리 바깥에는 죽음과 감옥과 마약상의 경로만이 있을 뿐이었다. 책에는 마이클의 인생을 뒤바꾼 어른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의 가장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 준 ‘투이 부부’는 물론이고, 그를 새로운 세계에 발 딛게 한 ‘빅 토니’, 주 6회 하루 5시간 동안 무료 과외를 해 준 과외교사 ‘미스 수’ 등은 마이클의 인생을 구원한 일등공신이다.

이들의 행동은 얕은 동정심이나 우월 의식이 아닌, 순수한 이타심에서 비롯되었기에 더 큰 감동을 준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인간이라면 지니고 있는 선한 본성을 일깨운다. 미식축구 경기장 한복판에서 전개되는 이 역동적인 이야기는 마이클 오어라는 한 거대한 스포츠 스타의 성공을 좇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수많은 마이클 오어를 어루만지며 그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저자 : 마이클 루이스


말콤 글래드웰이 ‘천재 이야기꾼’이라고 극찬한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하고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우연한 기회를 통해 1980년대 월가 최고 투자은행 살로먼브러더스에 입사해 세일즈맨으로 일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1989년에 『라이어스 포커』를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후 저널리스트로 변신해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글을 썼으며,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 미국판 편집인을 맡았고, 《뉴리퍼블릭》 주필로 지냈다. 최근 ‘규칙 위반(AGAINST THE RULES)’이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제작했으며 《블룸버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루이스는 경제·금융,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한데 엮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머니볼』에서는 경제학도의 눈으로 가난한 야구단의 성공 신화를 읽어내며 스포츠 논픽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 『블라인드 사이드』 또한 ‘가장 특이한 스포츠 책’이라는 평과 함께 수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풋볼 전술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는 한편, 빈민가 출신의 흑인 소년이 부유한 백인 가정에 입양되어 풋볼 선수로 대성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다. 2009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현재 루이스는 아내 타비타 소렌과 세 자녀, 퀸, 딕시, 워커와 함께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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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아름다운 풍경, 낭만적인 문학이 있는 북잉글랜드여행에세이 | 기본 카테고리 2020-09-0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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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김병두 저
이담북스(이담Books)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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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잉글랜드 도보 횡단 문학의 길, 웨인라이트길의 매력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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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마스크 생활화,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 등 개인 위주의 일상으로 바꾸어놓은 듯하다. 그러나 진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우리 의식의 변화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듯한 느낌에 유쾌하진 않지만 이미 물살에 휩쓸려가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분명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다가올 타격은 해방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도, 국민도 사력을 다해 살아내고 있지만 세계적 경제 불황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집콕' 시간이 많아져 TV를 보면 온통 코로나 얘기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터, 혹시 좋은 소식은 없을까 해서 뉴스가 끝날 때까지 기분 좋거나 유쾌한 소식은 없다. 간혹 들리는 의료진의 필사적인 노력과 응원의 메시지도 집단 휴업의 뉴스 속에 묻히고, 남은 의료진의 엄청난 분투도 코로나 집단 발생과 진단마저 거부하는 사람들의 소식에 빛을 잃는다.

아무래도 책밖에 없다. 국경 봉쇄 상태에서 해외 여행은 계획도 못 잡고 국내 여행마저 될수록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에서 '상상 여행'이 최고다싶다.






꼭 읽고 싶은 책이라고 책상 위에 놓아둔 『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를 집어든다.

표지보다 안에 있는 사진들이 더 시원하고 좋은 풍경이 많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러나 관광자료로 만든 책이 아니다. 걷기운동, 문학, 풍경, 역사를 더듬는 '낭만적 걷기'를 위한 책이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로 걷기를 한다면 깊은 사색이 있을 것이고, 그 사유는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줄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워즈워스의 수선화와 무지개를 호수 지구에서 만나고, 헤더꽃으로 뒤덮인 광활한 황야지대에서는 샬럿 브론테의 황야를 노래하는 시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마주한다.

이처럼 저자의 여정을 따라,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영문학을 따라 거닐어보자. 문학을 따라 걷는 영국의 길은 상상 속으로만 그려보았던 유명 시와 노래,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의 발길을 따라 걷는 이번 낭만 여행은 대략 세 가지 관점에서 보면 독서의 의미도, 보람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웨인라이트길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세 개의 국립공원을 거쳐 걸어가는 길이라는 점이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Lake District National Park), 요크셔 데일스 국립공원(Yorkshire Dales National Park), 그리고 노스 요크 무어스 국립공원(North York Moors National Park)을 차례로 지난다.

이 길의 총 거리의 2/3가 바로 이와 같은 공원지대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호수 지구인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광활한 황야지대인 노스 요크 무어스는 도보 여행자라면 상상 속을 걷는 경험을 선사하는 이 길에 금방 매료될 것이다.




둘째, 이 길은 또한 영문학의 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문학의 길’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워즈워스부터 브론테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영문학의 작가들을 떠올리며, 문학의 아름다움과 함께 목가적인 풍경에 자연스레 젖어들 수 있다. 대학 시절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워즈워스의 수선화와 무지개를 호수 지구에서 만나고, 헤더꽃으로 뒤덮인 광활한 황야지대에서는 샬럿 브론테의 황야를 노래하는 시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마주한다.

셋째, 영국 서해(아일랜드해)에서 시작해 동해(북해)에서 끝나는 뚜렷함이 있는 이 길은 시작과 끝이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안성맞춤인 길이다. 보다 분명한 목표를 세워 특별한 도보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길을 따라 여행하는 영국 도보 횡단길이 하나의 답이 될 것이다.





이후 그곳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워즈워스 수선화 정원(Wordsworth Daffodil Garden)에 들어갔다. 그라스미어는 시인 워즈워스의 마을이라고 할 만큼 그에 관한 장소가 많다. 이곳도 그중 하나다. 2003년에 개장했고, 그라스미어 교구 목사의 아이디어로 교회 유지보수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조성한 공원이다. 일정한 금액을 내어 공원에 야생 수선화를 심어 가꾸는 일에 후원을 하면 원하는 이름을 새긴 석판을 공원길 바닥에 깔아주고, 교회에서 발행한 책자에 이름을 올려주는 등의 혜택을 줬다고 한다. 이 사업은 성공적이었고, 그 결과로 이름이 새겨진 약 3000개의 석판이 깔렸다. 그리고 셀 수 없는 수의 야생 수선화가 지금도 자라고 있다. 주변의 야생 수선화와 발밑에 놓여있는 출신지와 함께 쓰인 이름을 살펴보며 가끔 나타나는 워즈워스의 시 수선화의 구절을 음미하며 걸어보았다. 이는 그라스미어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격조 있는 문학 체험일 것이다.(p. 90)





날씨는 점점 나빠지고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출발하고 조금 지나자 스피커로 관광안내를 하는데 역시 예외 없이 시인 워즈워스, 얼즈워터 호수, 시 수선화와의 관계를 말해 주었다. 10시 10분을 지나서 관광객들은 환성을 질렀다. 호수위로 선명한 무지개가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시인 워즈워스 고장다웠다. 그의 시에 무지개가 있지 않는가? 정말 아름다운 정경이었다.(p. 116)

다시 몇 분을 완만하게 더 걸어 오르면 헤더꽃이 우리를 기다리는 전형적인 북부 잉글랜드 요크셔 황야지대에 들어서게 된다. 길은 넓지 않지만 석판이 깔려있고 사방팔방이 헤더꽃으로 장관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드넓은 황야가 연이어 전개되지만 어느 곳을 경계로 이름지어 구분되는 모양이다. 처음 만나는 황야는 라이브 무어(Live Moor) 황야다.(p. 224)






저자는 걷기만이 아닌 여행 도중 관광을 한 후 그 후기도 같이 남겼는데, 특히 영국작가들의 시를 옮겨 담으며 그때의 설렘과 느낌을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위즈워스 박물관에서의 여행담을 길게 남긴 것도 독자와의 소통을 염두해 두었기 때문으로 읽힌다.

그리고 이런 여행담으로 인해 나중 영국 여행을 할때에 더욱 깊은 감동을 받을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라 생각한다.

무지개를 보고 그때의 위즈워스를 생각하는 저자는 멋진 감성 여행작가임에 틀림없다. 길을 걸으며 만난 안내판은 우리나라와 달리 자연을 정말 잘 관리한다는 생각이 든다.






걷는 중간 만난 사람들과는 같이 걷다가 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하고, 대학생들과의 만남은 좀더 젊어지는 느낌을 만들어내며, 그들과 함께 걷는 내내 행복감을 느낀 것 같다. 저자의 글이 약간의 즐거움과 행복감이 묻어난다. 독자도 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일정에 쫒겨 이 여행처럼 사람, 일상을 만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관광만 하고 온 것 같아 아쉽다.

브렌스데일 황야를 소개하는 글은 더욱 영국의 문화를 느끼게 해주어 여행 묘미를 톡톡히 느끼게 해준다. 드라큘라의 배경이 된 이스크 클리프 절벽은 실감날 정도로 잘 표현해 놓았다. 그래서 더욱 인상 깊다.

여행의 끝이 다가올수록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이 시작되는 것은 독자도 걷기 여행을 잡아 이 길을 '순례길'처럼 돌아볼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세상이 예전처럼 돌아간다면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을 소개받은 것 같아 마음이 충만해진다.


저자 : 김병두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건설,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서 30년을 근무한 후 정년퇴직했다. 현직 때는 해외근무와 출장으로 일찍이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퇴직한 이후에도 계속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방문한 나라의 여행기를 글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중남미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한 이후 동영상과 자료로 KBS TV <세상은 넓다>에 다수 출연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이후 영국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걸었다.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앞으로도 여행을 계속할 계획이며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글로 여행을 기록 및 정리하며 보관할 예정이다.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 우수작으로 당선 했으며(1999), 출간된 저서로 <산티아고에서 세상과 소통하다>(2016), <역사로 세우고 전설로 채색한 영국 고성 이야기>(2017)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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