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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을 바란 게 잘못인가 [눈먼 자들의 국가] | 14' 파워문화블로그 7기 2014-12-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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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김행숙,김연수,박민규,진은영,황정은,배명훈,황종연,김홍중,전규찬,김서영,홍철기 공저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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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간된 책 중에 잊지 말아야 할 책 한 권을 고르라면 문학동네에서 나온 <눈먼 자들의 국가>를 들겠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계간지 <문학동네> 여름호와 가을호에 게재된 문인과 학자들의 글을 엮은 이 책은, 문예지에 실린 글을 엮은 책으로는 이례적으로 출간 1주일 만에 3만부를 찍고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들어 큰 화제를 모았다. 김애란, 김연수, 박민규, 황정은 등 쟁쟁한 작가들이 저자로 참여한 책을 오천오백 원이라는 파격적인 값에 살 수 있다는 점, 저자 인세와 출판사 수익 전액을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자 하는 다양한 움직임'에 기부한다는 점도 큰 몫 했겠지만,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안 하고 언론은 그들의 나팔수로 전락한 상황에서 문학으로부터'라도' 위로를 받고 문학에'라도' 희망을 걸어보고 싶은 독자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 같아 씁쓸했다.

 


책에 실린 열두 편의 글 중에서 황정은의 <가까스로, 인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 첫 뉴스를 보자마자 작년 가을 그 배를 탔던 기억이 떠올랐다는 고백으로 운을 뗐다. 나도 기억한다. 황정은 작가와 김두식 교수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인천에서 배를 타고 제주 강정마을에 책을 전하러 가는 이벤트가 있다는 얘길 들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 배가 세월호였을 줄이야. 배 위에서 보낸 시간이 참 좋으셨던지, 작가님이 방송에서 들뜬 목소리로 그 때의 추억을 말씀하셨던 기억이 아직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작가님의 아름다운 추억이 '그 배의 비좁은 선실과 복도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누군가에게 얼마나 가파른 바닥이며 구멍이었을지를 거듭해 생각하게 되'는 악몽으로 바뀌었다는 글을 읽으며 나까지 원통했다. 세월호 참사가 믿고 싶었던 희망은 짓밟히고, 잊고 싶었던 절망은 되새긴, 이중, 삼중의 비극이었음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문인들이 쓴 글 중에 유독 '말문이 막혔다', '말이 잘린다'는 문장이 자주 눈에 띈 건 가슴 아팠다.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가해자가 너무나 분명한 '사건'으로 인해 다른 일도 아니고 창작이 업인 사람들의 말이 막히다니. 이제 이들이 이런 아픈 기억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써서 독자들을 울리고 웃기던 과거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어디 이들뿐이랴. 우리 모두 이제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는 영영 돌아갈 수 없다.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사람은 삶을 산다, 라는 당연한 일을 바라는 게 불확실한 기대에서 헛된 바람, 잘못으로 전락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이 가엾다. 이런 현실에 더 이상 눈 감는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마저 무의미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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