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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를 둘러싼 이야기들 『빛 혹은 그림자』 | 리뷰 2017-10-2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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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빛 혹은 그림자

로런스 블록 편/이진 역
문학동네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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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로런스 블록은 어느 날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사랑하는 작가들을 모아서 호퍼의 그림에 관한 단편 하나씩을 쓰게 하면 어떨까?' 블록은 곧바로 친분 있는 작가들에게 제안하는 편지를 보냈고, 거의 모두가 기꺼이 블록의 제안에 응했다. 블록의 제안에 응한 작가들의 목록에는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 마이클 코널리 등이 포함되었다.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호퍼의 작품이 가진 매력 덕분이다. 블록이 쓴 서문에 따르면 호퍼는 작가들 사이에서 유독 사랑받는 화가다. 호퍼의 작품에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있다. 호퍼가 -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친숙한 - 어떤 풍경을 제시하면, 작가는 그것을 보고 그것의 과거와 미래를 추측해 자신만의 이야기로 발전시킨다. 


이 책은 정확히 그와 같은 방식으로 쓰였다. 이 책에 참여한 17인의 작가들은 각자 애정하는 호퍼의 작품 한 점을 고르고, 그 작품의 앞 또는 뒤에 이어질 이야기를 상상해 짧은 소설 한 편씩을 완성했다. (딱 하나, 표제화인 <케이프 코드의 아침>에만 해당하는 소설이 없는데 이는 독자들의 몫이다.) 


스티븐 킹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 책에 참여했다. 킹은 호퍼의 <뉴욕의 방> 복제품을 자택에 걸어놓고 항상 그걸 보면서 작품 구상을 할 만큼 호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하다. 이 책에 실린 킹의 단편 <음악의 방>은 호퍼의 <뉴욕의 방>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양복 차림으로 신문을 보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등진 채 피아노 건반을 만지작거리는 여자의 모습이 어딘가 위태롭다. 킹은 이 장면만 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 지극히 스티븐 킹 다운 -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이클 코널리는 대표작 '해리 보슈 시리즈' 첫 편을 집필하던 중 시카고 미술관에서 호퍼의 <밤을 새우는 사람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소설 말미에 해리 보슈가 호퍼의 그림을 바라보는 장면을 수록한 바 있다. 이 책에 실린 코널리의 <밤을 새우는 사람들>은 바로 그 장면이다. "혼자 앉아 있는 남자,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커플, 그리고 카운터 뒤에서 일하는 남자. 저 중 누가 당신인가요?" 해리 보슈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호퍼 연구의 권위자로 불리는 게일 레빈은 호퍼의 초기 작품들을 무단으로 소장해 막대한 돈을 챙긴 목사의 이야기를 <목사의 소장품>이라는 소설로 각색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아세이어 R. 샌번 주니어 목사는 실제로 에드워드 호퍼의 누나 매리언 루이즈 호퍼의 이웃에 살았다. 샌번 목사가 호퍼의 초기작 몇 점을 소장하게 된 경위를 둘러싸고 여전히 많은 의혹이 남아있다. 


최근에는 호퍼와 아내 조세핀 니비슨의 관계가 재조명되었다. '조'라는 약칭으로 유명한 니비슨은 호퍼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 대부분의 모델이 될 만큼 남편에게 헌신했다. 반면 호퍼는 미술학교 동기이자 동료 화가인 아내의 작품 활동을 방해했고, 아내를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아내가 운전을 하거나 자유롭게 외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때로는 구타했다. 


지금까지도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화가라는 사실이 호퍼의 '빛'이라면, 유작 처리와 사생활을 둘러싼 논란은 호퍼의 '그림자'다. 이 책에는 '인간 에드워드 호퍼'가 지닌 어둠에 관해서는 나오지 않지만, 이 책에 실린 17편의 소설이 저마다 다른 작가가 다른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어딘가 짙게 그늘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원작자인 '인간 에드워드 호퍼'가 미처 다 숨길 수 없었던 어두운 면이 배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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