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Memento mori
http://blog.yes24.com/swordsou1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검혼
읽은 책에 대해 끄적거리는 연습하는 곳입니다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1월 스타지수 : 별2,621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잡설
취중잡설
나의 리뷰
Memento
m o r i
살림지식총서
영화
태그
고궁을 나오면서 자살사건 눈사람자살사건 와장창 류근 상처적체질 notsure 달리봄 수동형인간
2020 / 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새로운 글

Memento
[20 vs 80의 사회] 계층 이동성 없는 능력 본위주의 | Memento 2020-04-18 17:29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237309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eBook]20 VS 80의 사회

리처드 리브스 저/김승진 역
민음사 | 2019년 09월

        구매하기

계층 이동성 없는 능력 본위주의 사회, 미국이 그러하듯 우리도. 결국은 생각이 변해야 한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상위 20퍼센트인 중상류층은 상당히 많은 혜택을 받아 왔다. 이제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유리하고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인정해야 할 때다.(p.19~20)” 중상류층이 특권을 불평등을 만드는데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무슨 말이냐고? 당연한 반응이다. 지금 이런 책을 읽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우리 사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보통은 최상위 1%의 슈퍼리치의 불평등에 집중한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의 기원은 소득 최상위 계층에 있다고 보는 셈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상위 1%는 상위 20%의 사람들이 잘나갈 때에 포함되는 그룹이다. 결국은 그 뿌리가 같다는 말이다. 물론 최상위 계층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중상류층은 아닌가? 오히려 그들은 최상위층과는 달리 견제 많이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규모와 권력이 도시의 형태를 바꾸고 교육 제도를 장악하고 노동 시장을 변형시킬 수있으며 공공 담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재로 그들은 기자, 싱크 탱크 연구자, TV 프로듀서, 교수, 논객(p.28)”이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며 가지고 사회를 주도한다. 그렇다. 이 책은 슈퍼 리치나 빈곤층에 대한 책이 아니라 나에 대한 책이고, 아마도 당신에 대한 책이기도 할 것이다.(p.23)” 너와 나, 우리가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계급 없고 계층이동성이 높은 열린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저자를 포함한 어느 정도 가진 자들의 각성을 당당히 요구한다.

현재 미국은 계층 이동성 없는 능력 본위주의(p.35)” 사회다. 현재의 소득격차는 명백히 다음 세대의 소득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중상류층은 교육과 기회 사재기를 통해서 그것을 영속화 하고 있다. 그럴 리가. 이런 얘기를 하면 나는 절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의 위치는 내 능력으로 노력해왔고 쟁취한 결과라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준 적이 없이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당신의 능력과 노력을 폄하 하는게 아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을 찬찬히 따라가 보면 그 능력과 노력이 오로지 당신에 의해서 이뤄진게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의 삶은 오로지 과거의 유산 없이 만들어 졌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부모님의 영향이나, 사회의 제도, 정책적 도움 없이 홀로의 능력만으로 현재의 지위를 쟁취해냈는가. 현대 사회에서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그리고 매우 자주 이런 사실들을 잊어버린다.

나아가 스스로가 기득권임을 인식하는 것과 실천해내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각과 반성, 양보가 필요하다. 그것이 가능할까. 이 문제는 정치적, 정채적 접근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하다. 정치는 표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들은, 문제는 가난한 사람이나 이민자라며 우리를 안심시킨다. 진보주의자들은, 슈퍼 리치가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 구도에서는 우리의 정치 성향이 어느 쪽이든 우리(중상류층)는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p.330)”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개혁의 대상이자, 변화의 주체는 우리들(저자 자신을 포함한), 중상류층이다. 정책 측면에서의 개혁은 사회적 규범 측면에서의 인식 변화와 함께 간다.(p.300)” 선출직 정치인은 유권자들보다 더 앞서 나갈 수 없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민주주의 사회다. 그렇기에 스스로 인식하고 변화하기 위한 인식 개선이 필수다.

책을 읽는 내내 <386 세대유감>이 떠올랐다. 우리 사회의 중상류층이자, 주도 세력은 분명 386세대다. 한 때 개혁과 변혁의 주체였던 그들이 스스로를 개혁하는 것이 가능할까. 민주주의를 쟁취해냈다는 도덕성을 무기로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독재정권의 경제 정책을 통해 재산을 축적했다. 이를 기반으로 사회 전반의 권력을 장악하고 교육(학원산업, 학군과 부동산)과 기회 사재기(취업청탁 등)를 통해 부를 되물림 하고 있는 우리 부모세대 말이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20%인 그들이 이 책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들의 향후 행보를 촉구하는 책으로 손색이 없다. 나아가 스스로도 돌아본다. 중상류층에 턱없이 모자라지만, 어쨌든 나 역시 어떤 면에서는 기득권이다. 그것을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을지 자문해 본다. 나도 못하면서 남에게만 비난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내용도 좋고 다양한 데이터들이 충실하게 제시되어 만족스럽다. 다만, e-book 편집을 잘못한 것인지 본문과 그래프가 겹쳐서 매우 불편했다. 내 크레마 카르타의 설정이 이상한 탓인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편집이 매우 아쉽다.

------------------------------------------------------------

<1. 문제는 상위 20퍼센트다>

너무나 자주 불평등 담론은 상위 1퍼센트의 문제에만 초점을(p.18) 맞춘다. 나머지 99퍼센트는 모두 비슷하게 불행한 처지라는 듯이 말이다. 1퍼센트의 최상류층에만 관심을 집중하면 중상류층인 우리가 다수 대중과 같은 배를 탔다고 믿기 쉬워진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p.19

상위 20퍼센트인 중상류층은 상당히 많은 혜택을(p.19) 받아 왔다. 이제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유리하고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인정해야 할 때다. 여기에는 겸손, 염치 그리고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지만, 문제 자체를 인식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 중상류층 사이에는 나는 이만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나의 지위는 나의 능력(학력, 두뇌, 노력) 덕분이므로 마땅히 나의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p.20

이 책은 다른 누군가를 이야기하는 불평등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슈퍼 리치나 빈곤층에 대한 책이 아니라 나에 대한 책이고, 아마도 당신에 대한 책이기도 할 것이다. ... 이 책에서 펴고자 하는 주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 중상류층은 나머지 대중으로부터 확연하게 분리되고 있다.(2) 불평등은 어린 시절에 시작되며(3) 세대를(p.23) 거쳐 전승된다.(4) 이러한 계급 분리는 노동 시장에서 가치가 인정되는 능력을 발달시킬 기회가 중상류층에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발생한다.(5) 하지만 중상류층이 불공정하게 기회를 사재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6)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며(나는 일곱 가지 조치를 제시했다.) 이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의 상당 부분은 중상류층이 부담해야 한다.(7) 이런 변화가 가능하려면 자신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중상류층의 각성이 그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다.(8) p.23

최상류층의 억만장자 개개인은 개별 정치인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p.27) (도널드 트럼프는 아예 본인이 직접 정치인이 되었다.) 그러나 중상류층의 규모와 그들이 집합적으로 가진 권력은 도시의 형태를 바꾸고 교육 제도를 장악하고 노동 시장을 변형시킬 수 있다. 또 중상류층은 공공 담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자, 싱크 탱크 연구자, TV 프로듀서, 교수, 논객이 대부분 중상류층이기 때문이다. p.28

상대적계층 이동성은 필연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한 명이 소득 분포 사다리에서 위로 올라가면 누군가는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아래로 내려오는 사람이 내 아이일 수도 있다. 부유한 아이들의 발밑에 유리 바닥을 깔아 하향 이동을 막으면 사다리 아래쪽 아이들에게는 유리 천장이 생겨 상향 이동 또한 막히게 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단지 계급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 아니라 계급 분리가 세대를 거쳐 영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p.32

상류층의 계급 영속화를 일으키는 요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장에서 인정되는 능력이 계급에 따라 불평등하게 육성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유한 사람들이 불공정하게 기회를 사재기하는 것이다. p.32

대부분의 중상류층은 다른 이들을 착취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해서 지위를 획득한다. 하지만 현 세대에서의 소득 격차가 다음 세대에서 기회의 격차가 된다면, 경제적 불평등은 영속적인 계급 격차로 고착된다. p.34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계층 이동성 없는 능력 본위주의. p.35

삼루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자기가 삼루타를 친 줄 안다.” 배리 스위처(미식축구 코치) p.37

기회 사재기 메커니즘 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 둘째는 동문 자녀 우대와 같은 불공정한 대학 입학 사정 절차, 셋째는 알음알음으로 이뤄지는 인턴 자리 분배다. p.37

기회 사재기를 막고 능력 육성의 기회를 평등하게 조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나는 이 책 말미에서 계급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행할 수 있는 일곱 가(p.39)지의 조치를 제시했다. 그 중 네 가지는 인적 자본 개발의 기회를 평등하게 만들어서 시장에서 인정되는 능력이 더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더 나은 피임법을 통해 의도치 않은 임신을 줄이는 것, 가정 방문 복지 프로그램을 확충해 양육 격차를 줄이는 것, 훌륭한 교사들이 가난한 학교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사 임금 체계를 개선하는 것, 대학 학비 조달의 기회를 더 평등하게 만드는 것(그렇다. 529플랜 같은 것은 없어져야 한다.)이 여기에 속한다. 나머지 제 가지는 기회 사재기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다 공정한 토지 규제를 도입해 배타적인 택지 구획을 없애는 것, 동문 자녀 우대제 폐지를 포함해 고등 교육 기회를 넓히는 것, 인턴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경쟁에 반하는 행위를 제약해 경쟁 자체가 더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p.40

아메리칸 드림은 죽지 않았다. 아메리칸 드림은 살아 있고 건재하지만, 중상류층인 우리가 그 꿈을 사재기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그 꿈을 공유할 의지가 있는가? p.44

<2. 20vs80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계급은 돈으로 구분되지만 돈으로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계급 격차는 학력, 안전 및 안정성, 가족 구성, 건강 상태 등 삶의 모든 면에서 나타난다. 물론 각각에 나름의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 교육, , 직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불평등 요인들이 서로 단단히 결합해 하나만으로도 누가 어느 계급에 속하는지를 판단(p.50)할 수 있을 때 불평등은 계급 격차가 된다. 그리고 계급적 특권과 지위가 세대를 이어 지속될 때 계급 격차는 고착된 계급 체제가 된다. p.51

상위 1퍼센트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들중 잘나가는 시기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p.61) ... 부자들과 나머지 사이의 격차를 유의미하게 줄이고자 한다면 부자들을 더 넓게 봐야 한다. 중상류층인 우리는 심화되는 불평등의 피해자가 아니다. 우리는 수혜자다. p.62

<3. 양육 격차가 특권을 만든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아이가 발음보다는 성취로 판단되리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계급적 지위는 표현되는것이 아니라 획득하는것이라고 말이다. 능력 본위 시장에서 높은 지위를 얻으려면 여러 가지 능력을 가져야 하고 아이에게도 그런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p.88

어떤 부모를 갖게 될지는 전적으로 운이지만 어떤 자녀를 갖게 될지는 그렇지 않다. - 애덤 스위프트(철학자) p.88

막대한 투자를 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는 사람은 애초에 꽤 부유한 사람이다.” - 캐롤라인 혹스비 p.119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단지 계급의 분화가 아니라 계급 분화의 영속성이다. p.123

<4. 유리 바닥 위의 사람들>

능력 본위주의를 바람직하게 여기는 나라는 많지만, 기회의 평등이 거의 국가적인 종교처럼 믿어진다는 점에서 미국은 독특한 나라다. 여기에서 사회적 평등이라는 개념과 성공을 위해 노력할 개인적 자유라는 개념이 조화된다. ... 관건은 가난하게 태어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가난한 환경에 고착되느냐다.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소득 불평등을 더 많이 용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세대마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한 사람들과 공정하게 경쟁하며 더 뛰어난 사람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늘 승리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승리자들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p.127)기기를 원했다. p.128

아메리칸 드림이 의미하는 바 중 하나는 다수의 대중이 이전 세대에 비해 나아진 소득과 후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적 이동성 개념으로 잘 표현된다.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의 또 다른 의미는 바닥에서 태어나도 올라갈 수 있다는 순환과 이동의 가능성이다. 이것은 상대적 이동성 개념이 잘 타나낸다. p.132

고소득은 가난의 대물림만큼, 혹은 가난의 대물림보다 더, 경직적으로 대물림된다. p.137

세대 간 이동성 연구에서 곤란한 점 하나는 세대가 꽤 긴 기간이라는 점이다. 자녀의 직업이 부모의 직(p.145)업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30~40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계층 이동성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을 때는 그것을 막을 조치를 취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확인되기를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예방의 원칙에 따라 지금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p.146

올레그 추프리닌과 드니스 소시유라의 연구 결과, (다른 변수들을 통제했을 때) 가난한 배경 출신의 펀드 매니저들이 부유한 가정 출신의 펀드 매니저들보다 펀드 운용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p.152) ... 사회적 계층 이동성과 그 사회의 경제적 성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아이들은 사다리의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면 노동의 질이 향상되고 생산성이 높아진다. p.153

우리의 목적은 불평등 자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계층의 경직성과 싸우는 것” ... “빈곤이 문제이지 부는 사회적 문제가 아니다. ... 몇몇이 부자가 된다고 해서 그게 다른 이들의 빈곤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 유발 르빈(보수주의 학자) ... 몇몇의 부가 다른 이들에게(p.159) 빈곤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닐지 모르지만 계층 간 경직성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는 있다. p.160

<5. 고소득 일자리는 어떻게 되물림되는가.>

미국은 능력 본위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불공정한 사회다. 미국의 노동 시장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종류의 능력(기술, 지식, 지능 등)에 보상하는 기능을 매우 잘 수행한다. 불공정한 지점은 경쟁 자체가 아니라 경쟁에 나서기 위한 준비를 하는 단계에서 발견된다. p.163

나는 사람들이 경주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달린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승리할 만큼 빠르지 못한 사람이 상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출발선이 모두에게 공정하기를 원합니다.” - 시어도어 루즈벨트 p.164

현재 미국의 능력 본위 시스템이 가진 문제는 시장이 인정하는 종류의 능력이 불평등하게 육성된다는 데 있다. 대체로 중상류층 아이들은 노동 시장에 진입할 무렵이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능력을 갖춘 상태여서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선다. 미국의 능력 본위 시스템은 계급 장벽을 부수기는커녕 유지하고 영속화하는 메커니즘으로 변질되었다. 2015<이코노미스트>에 실린 한 기사는 이를 일컬어 세습적 능력 본위제라고 표현했다. p.166

우리의 목표는 시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능력의 육성을 평등하게 만듦으로써 시장을 더 경쟁적이 되게 하는 것이다. p.168

능력 본위가 자동적으로 공정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p.168

영국 사회학자이자 작가인 마이클 영은 1958년에 능력 지배 사회의 부상이라는 제목의 디스토피아 소설을 썼다. 이 책을 쓴 목적은 능력 본위 사회의 어두운면을 경고하려는 것이었다. p.169

(능력제 사회의 첫 번째 문제) “오늘의 지배층이 내일의 지배층을 낳는다. 예전 어느 때보다도 더 그렇다. 지배 계층은 사실상 세습되고 있다. 세습의 원칙과 능력의 원칙이 결합된 것이다.” p.171

영이 묘사한 능력제 사회의 두 번째 문제는 불평등의 증가다.(p.172) ... 계급이 인위적인 형태의 상속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장에서 인정받는 능력을 통해 재생산될 때, 승리자들은 그 결과로 발생하는 모든 불평등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확신하기 쉽니다. 패배자들에게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공명정대하게 승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173

우리 앞에 놓인 어려운 정치적 과제는, 어떻게 승리자들에게 많은 경우에 그들의 성공이 그들 자신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운 좋게 태어났기 때문임을 깨닫게 할 것인가이다. 그렇게 된다면, 능력 육성의 기회를 더 평(p.173)등하게 만들기 위한 개혁에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p.174

각각에서의 결과는 그 다음에서의 기회” - 클레어 챔버스(철학자)

우리의 자아를 구성하는 요인 중 많은 것(가족, IQ, 성격, 학교 등)이 우연의 결과일지라도 결국 우리는 그로인해 서로 다른 사람이 된다. 그래서 수전 헐리(철학자)는 이를 구성적 행운이라고 부른다. p.182

어른에게는 능력 본위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적용되지 말아야 한다. p.183

교육을 협소한 능력 본위주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계급 재생산을 깨뜨리기는커녕 도리어 강화하게 된다. p.183

대학은 별로 똑똑하지 않게 타고난 부유층 아이들에게 특히 유용한 제도다. 나는 유리 바닥에 대해 연구하면서 인지 능력 점수가 낮은 아이들의 하향 이동을 막아 주는 가장 좋은 방어선은 4년제 대학 진학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 그 반대의 효과도 낸다. 부유하고 덜 똑똑한 아이들의 하향 이동을 막아 주는 것이다. p.189

대학은 계급 재생산의 중요한 (아마도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되었고, 사회 계층의 위쪽에서 특히 더 그렇다. ... 우리는 고등 교육을 사적 재화가 아니라 공공재로 다루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p.197

미국이 만든 가장 중요한 생산물은 미국인들 자신이다. p.199

평등+독립=상향 이동의 약속’, 이것은 개인주의의 평등주의적 형태. 하지만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로서 스스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기회와 도구는 허공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기회와 도구는 우리의 공동체에서, 관계에서, 제도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한다. 개인적인 성공은 집단적인 투자에 달려 있다. p.200

<6. 기회 사재기라는 전략>

첫째, 특정한 관행이나 행동이 잘못되었을 경우, 꼭 그것이 만연해 있거나 악영향이 심각해야만 그것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딱 한명의 고용주가 딱 한명의 흑인을 인종 차별적인 이유로 고용하지 않았다고 해 보자. 전체적으로 보면 사소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는 법정으로 가야 한다. 여기에 걸려 있는 것은 원칙의(p.207)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째, 기회 사재기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도록 허용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 우리는 이런 광행을 그 아래에 있는 거대한 빙하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셋째, 사소한 문제라는 주장은 동문 자녀 우대제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이런 관행(p.208)이 정말로 사소하다면 그것을 굳이 방어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우리는 반경쟁적인 관행을 애 없애야 하는지 물을 게 아니라 왜 없애지 말아야 하는지물어야 한다. 입증 책임은 그것을 없애고 싶어 하는 쪽이 아니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쪽에 있다. p.209

변화를 위해서는 제도만큼이나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 p.210

틸리는 대작 <지속되는 불평등>에서 집단 간 불평등을 영속화하는 두 가지 요인을 지적했는데, 하나가 착취, 다른 하나가 기회 사재기다. 착취는 (마르크스주의적인 뉘앙스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 타인의 노동으로 창출된 경제적 가치를 불공정하게 뽑아 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기회 사재기는 타인에게서 무엇을 가져오느냐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 무엇을 확보하고 있느냐와 관련이 있다. 틸리에 따르면, 어떤 집단은 가치 있(p.214), 재생가능하고, 독점하기 쉽고, 네트워크에 도움이 되고, 그 네트워크의 작동 방식에 의해 강화되는 종류의 자원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집단들은 자신들이 그러한 자원에 대해 계속해서 통제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신화와 제도들을 만들고 접근권을 사재기함으로써 다른 이들이 그 자원을 누리지 못하게 막는다.” p.215

내가 약간 수정한 의미에서의 기회 사재기는 가치 있고 희소한 기회들이 반경쟁적인 방식으로 분배될 때, 즉 분배가 개인의 성과와 관련 없는 요인들에 영향을(p.215) 받을 때 발생한다. ... 기회는 미래의 전망과 관련해서 가치 있는것을 의미한다. ... 또한 사재기가 가능하려면 기회는 희소해야한다. ... 기회가 반경쟁적인방식으로 분배 될 때 사재기라고 부를 수 있다. (p.216) ... 중상류층이 더 많은 기회를 분배받는 데에 개인의 성과와 하등 상관없는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면 반경쟁적인 기회 사재기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p.217

당연히 토지는 희소하다. 활황을 구가하는 대도시(대개 중상류층이 이런 도시에 산다.)의 토지는 가치도 높다. 좋은 노동 시장에 접근할 수 있어서도 그렇고 좋은 공립 학교가 있어서도 그렇다. 그리고 많은 지역 조례(특히 주택 밀도에 대한 엄격한 제한)가 중상류층 동네에 반경쟁적인 장벽을 세운다. 종합하면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는 기회 사재기다. p.219

님비는 집값을 높이려는, 금전적인 자본 축적의 욕망에서 나오는 태도다. (p.222) 하지만 이 태도는 아리를 좋은 학교에 보내 인적 자본을 축적하게 하려는 욕망과도 관련이 있다. p.223

지리적 격차는 공감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p.226

토지 용도 규제에 대한 논쟁에서는 지역의 권한 강화와 계층 이동성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한다. 중앙 집중적인 정치권력을 분권화하고 탈중심화하는 것에는 좋은 점이 많다. 일반적으로, 권력이 유권자 대중과 더 가까워지면 민주적인 문화가 강화된다. 하지만 명백한 단점도 있다. 특히 지역 당국이 부과하는 복잡한 규제들이 전반적인 경제 성장, 이주, 불평등, 세대 간 계층 이동성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느 선을 넘어가면 , 지역에서 건전하게 작동하던 민주적 과정이 불공정한 사재기 메커니즘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럴 경우에는 더 멀리 있는 정치제도를, 즉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다시 개입해 사회(p.227)적 후생이라는 목표를 위해 나서야 한다. p.227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는 중상류층이 비싼 사립 학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좋은 공립 학교 근처의) 비싼 집값을 통해 자녀에게 좋은 학교에 다닐 기회를 사 줄 수 있는방편이 된다.(그리고 역진적인 세제는 여기에 큰 도움이 된다.) 어느 쪽으로든, 좋은 고등학교에 가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p.227

동문 자녀 우대는 명백한 기회 사재기다. 같은 실력이 있어도 부모가 그 대학 출신이 아닌 지원자는 합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p.228) ... “부유층을 위한 적극적 우대 조치” p.229

이 제도를 없앤다고 모든 것이 완벽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지금 보다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문 자녀 우대제가 없는 하버드는 의심의 여지없이 지금보다 더 나은 하버드일 것이다. - 하버드 대학의 학생 신문 <크림슨> p.232

실질적으로 자녀와 직장에 가는 날은 중상류층을 위한 제도다. ... 이 제도의 개념 자체를 바꿔 볼 필요가 있다.(p.243) ‘자녀와 함께 직장에 가는 날이 아니라 사회 경제적 배경이 나와는 매우 다른 누군가의 자녀와 함께 직장에 가는 날로 만들면 어떨까?(더 짧고 귀에 쏙 들어오는 명칭이어야 할 필요는 있겠다.) p.244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넘어가는 다리로서 인턴 제도는 굉장히 유용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예를 들면 인턴 제도는 고용주들이 채용 후보군의 규모를 넓힐 수 있게 해 주고 젊은이들이 미래의 일터에 대해 맛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인턴은 너무나 자주 기회 사재기 수단으로 기능한다. 한 자리라면 양동이에 물 한 방울 정도일지 모르지만, 종합적으로는 사회 전체적인 기회와 계층 이동성과 관련해 매우 우려스러운 함의를 가진다. p.251

이제까지 설명한 모든 문제에 대해 심각한 문화적인 장벽이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커다란 장벽 중 하나는 중상류층이 자신의 지위가 전적으로 자신의 실력 덕(p.253)분이라고 믿는 것이다.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에는 미국이 계급 없는 사회라는 신화가 작동하고 있다. 스스로를 계급 없는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계급 분석을 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p.253

기회 사재기는 하나의 커다란 기계가 작동해서 나(p.256)오는 결과가 아니라 개인들의 작은 선택과 선호들이 일으킨 효과가 누적되어 생기는 결과다. p.257

하나씩 따로따로 보면 사소해 보인다. “미시적 선호들”(경제학자 토머스 셸링의 표현이다.)이 그렇듯이 이런 것들이 종합되면 사회 전반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257

<7. 변화를 위한 제안>

미국의 노동 시장은 대체로 능력 본위적이고 경쟁적이다. 나는 노동 시장의 일반 원칙이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되기를 원한다. 미국은 너무 경쟁적인 게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경쟁적이지 못한 게 문제다. 노골적으로 경쟁을 저해하는 기회 사재기 관행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쟁에 잘 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불평등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시장은 이를 반영하는 거울일 뿐이다. 우리는 노동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불평등을 사후적으로 고치려 하기 보다는 생애 첫 25년 동안(p.262)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좁히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p.263

우리는 희소한 정부 자금을 부유한 부모가 자기 자녀의 대학 보내기를 돕는 데 쓸게 아니라 대학 교육의 장벽을 치우는 데 써야 한다. p.293

선출직 정치인은 아무리 본인이 원한다 해도 유권자들보다 더 앞서 나갈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 요컨대 정책 측면에서의 개혁은 사회적 규범 측면에서의 인식 변화와 함께 간다. p.300

<8. 20퍼센트의 사람들에게 고함>

하나의 계급으로서 우리는 매우 강력한 집단이다. 우리는 매우 성실히 투표하는 유권자다. 투표율이 80퍼센트에 육박한다. 투표소 밖에서도 영향력은 크다. 버트런드 러셀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권력은 여론 권력이다.” 우리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영향력을(p.327) 미치는 모든 지위는 상당 부분 중상류층이 차지하고 있다. 기자, 학자, 연구, 과학, 광고, 여론 조사, 출판, 미디어(옛 미디어와 새 미디어 모두), 예술 등은 그 속성상 중상류층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기 좋은 영역이다. 그런데 중상류층은 자신의 막대한 권력을 공공성이나 형평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지위와 자리를 지키기 위해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지위가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우리는 이기적이 되었다. 이웃이나 동료를 대하는 태도가 이기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더 큰 그림에서 이기적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조세 혜택을 당연한 특권인 듯이 받아들이고 우리의 목적을 위해 다른 이들의 기회를 차단하는 식으로 이기적이다. p.328

변화를 위한 정치적 연대를 이루려면 중상류층처럼 강력한 유권자 집단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더 작거나 더 먼 집단을 공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들은, 문제는 가난한 사람이나 이민자라며 우리를 안심시킨다. 진보주의자들은, 슈퍼 리치가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 구도에서는 우리의 정치 성향이 어느 쪽이든 우리(중상류층)는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p.330

다수 대중이 분투하는 동안 중상류층은 번영했다. 이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진정한 변화를 가능케 할 정치 환경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단계다. p.331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진보 시대에 불을 지핀 것은 자기비판이었다. 그는 저서 <개혁의 시대>에서 당시의 도덕적 비난은 다른 이들에게로만 향하지 않았고 상당한 정도로, 또 매우 중요하게, 자기 자신에게로도 향했다.”라며 진보 시대 사회 개혁 운동을 양심의 문제로 이야기한 당대 사람들은 본질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 그와 같은 성찰의 시기가 다시 필요하다. p.332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언제나, 노회찬 어록-강상구] 그가 완벽한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정치인”이어서 좋았다. | Memento 2020-04-18 11:38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237229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eBook]언제나, 노회찬 어록

강상구 저
루아크 | 2019년 11월

        구매하기

그가 완벽한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정치인”이어서 좋았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현재 시점으로 보면, 제가 객관적으로 한 표 앞서고 있습니다.

-2014725일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오면서, 그때 동작구 재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후보의 주소가 동작구가 아니었기에 투표권이 없다는 사실을 말하며.

 

그때 그를 처음 알았던 것은 아니었다. 말 잘하고, 유머 있고, 하지만 동네 아저씨 같은 정치인으로 그저 막연하게만 알았다. 동작구에서 재보궐선거를 할 때였다. 우연치 않게 악수 할 기회가 있었는데 느낌이 참 묘했다. 두툼한 손, 다소 거친 피부, 그럼에도 따뜻한. 자칫 거부감이 들법하지만 그 조합이 묘하게 믿음이 갔다. 당시 선거는 노회찬 후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민주당에서는 기동민 후보를 전략공천 했고, 그 지역 당협위원장은 극렬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내의 분란은 야당의 분열로 이어졌다. 당시 여당은 강남 4라는 슬로건을 내건 나경원 후보였다. 막강한 상대를 앞두고 야권에서는 단일화는커녕 내분으로 인해 이미지만 나빠지고, 선거판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불리한 투표상황에서 사전투표 날. 투표를 마치고 나오던 노회찬 후보에게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앞의 말은 그 때 한 말이다. 선거 결과는 나경원 후보의 승리(979표차). 노회찬 후보와 야권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컸을 결과다. 그럼에도 현재 시점으로 보면, 제가 객관적으로 한 표 앞서고 있습니다.”는 말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웃으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나갈 수 있는 정치인. 정치인은 다 믿을 수 없는 존재이지만, 저 사람만큼은 믿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정치인의 연설 중 기억에 남는 연설 두 개를 고른다면,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16대 대통령 민주당후보 국민경선 출마 연설이다.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면 피 끓는 무언가를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 결말이 어떠한지 알기에 숙연해진다. 두 번째는 바로 노회찬 의원의 “20121021일 진보정의당 창당대회 대표 수락 연설이다. 흔히 “6411버스를 아십니까?”라고 불린다. 이 연설을 볼 때마다 그의 따뜻한 마음이, 낮은 곳을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투명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 ‘투명정당에 대한 반성. 그리고 자신의 모든 걸 갈아 넣겠다는 그의 외침.

2018723.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시인하고 투신으로 그의 행보는 끝을 맺었다. 분명한 잘못이고 옹호할 방법도 마음도 없다. 진보라고 해서, 대의를 위해서, 현재의 제도를 어겨도 된다는 면책은 없다. 명백한 잘못이지만, 그의 진심을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솔직한 마음은 그렇다.

 

당신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인은 아닐지라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2018.7.26. 이정미 정의당 대표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어서 형을 좋아했어요.” -2018.7.26. 유시민 작가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완벽한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정치인이어서 좋았다. 선거와 승리만을 향해가는 정치인이 아니라서 좋았다. 패배할 줄 알면서도, 실패할 줄 알면서도 옳은 길을 묵묵히 갈 수 있는 사람이기에 좋았다. 그는 떠났고, 그의 남은 과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속되었다. 그 정당을 특별히 지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의 뜻을 잘 이뤄낼 수 있는 정당이 되기를 기원한다.

--------------------------------------------------

내가 그를 버렸지, 그가 나를 거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정든 것들과 하나씩 이별하는 과정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0558난중일기’, 담배를 끊은 뒤 p.59

제자가 많은 스승보다 스승이 많은 제자가 더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2010930난중일기’ p.74

일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일을 힘닿는 데까지 하는 것이 소망이죠. -2005125<SBS> ‘김미화의 U’ p.95

타임머신이 있다면, 안 탈거에요. 돌이켜 보면 후회가 되는 대목들도 있지만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놔두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타고 싶은 유혹이 있을지라도 유혹을 끊고, 오히려 앞일을 생각하고 노력하며 사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나중에 타임머신 잘 안 팔리겠네요. -20121116, 대학생언론협동조합 ‘YeSS’ 인터뷰. p.99

지금은 멸종에 가깝게 된, 희귀종이 된, 비유하자면 추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씨앗을 뿌리려는아름다운 윤리적 주체들이 출연했던 시기. -홍세화와의 인터뷰, 1980년대를 생각하면서 p.102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당장 알 수 없을 때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큰 조카 노선덕 씨가 유족 추도사에서 노회찬 의원이 생전 자신에게 해주었다며 전한 말. p.102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 20121021일 진보정의당 창당대회 대표 수락 연설p.106

시인 안도현이 우리에게 물었다.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오늘 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를 거부한 사람들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 너는 그들에게 한 번 이라도 희망이 된 적이 있느냐.” -2008년 낙선 후 418난중일기’ p.114

정치보복 당한 것은 본인이 아니라 압도적 표차로 그를 뽑아준 국민입니다. -2018313일 트위터 p.116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라고 말했을 때 수많은 사람이 분노한 것은 그것이 거짓이어서가 아니라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철부지의 철없는 주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알고 있(p.121)는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치부에 대한 조롱이었기 때문입니다. -201729일 원내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 p.122

수십 년간 땀 흘려서 농사를 지으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점을 감안하여 감형한다.’거나 산업재해와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땀 흘려 일하면서 이 나라 산업을 이만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가 있는 노동자이므로 감형을 한다.’, 이런 예를 본 적이 없습니다. -20041014일 국정감사 p.126

저는 고향이 어디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합니다. “노동자 서민의 땀과 눈물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입니다.” 201621일 총선 창원 출마 선언문 p.144

우리 역사에서 1970년대는 저임금과 저곡가 그리고 노동 탄압이 성장 동력이었던 시대입니다. -2007311일 민주노동당 후보 예비 경선 출마 선언문 중. p.197

막말이 서민적인 용어라니, 이보다 더 서민을 모욕한 말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2018331일 트위터 p.209

내가 만든 말인데, 현재 한국 정치에서 리더십이라는 것은 실제 이미지십 image ship에 불과한 것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검증이 안 된 사람도 상관이 없어요. 이미지가 끌고 가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의 여러 조항이 미확인 또는 확인 불가임에도 이미지로 해결됩니다. -2011830.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인터뷰. p.225

꼭 필요한 것들은 적정 규모를 갖춰야 한다. p.294

사회와 회사는 단어만 반대가 아니라 실체도 반대다. 사회는 시장경제인데, 회사는 계획경제다. 계획과 통제 없는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주된 참여자인 회사는 철저한 계획과 통제 아래 움직인다. 자본주의 사회는 계획경제를 하는 조직들이 모인 계획 없는 경제다. p.349

사람과 개가 공존하려면 개를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영식 기자와의 인터뷰. 시장에서 강자와 약자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면서. p.352

대한민국에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이 아니라 만 명만 평등한 것 아닙니까? -20041014,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p.353

저는 실제로 경쟁사회가 복권사회라고 보거든요. -홍기빈과의 인터뷰. 우리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p.400

이제 독도 문제는 독도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2006423난중일기’, 독도 문제에 관한 한 조용한 외교를 끝내고 보다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p.431

비정규직 문제도 차별이잖아요. 남녀 차별도 문제인 것이거요. 그런 점에서 저는 차이를 차별로 폭력적으로 다뤘던 과거 시대의 폐습, 폐단을 없애나가는 것이 저폐청산이다, (생각합니다.) p.434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p.465

자기중심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에겐 자신의 왼쪽에 있으면 다 좌파입니다. 그러니까 극우파에겐 삼라만상이 다 좌파입니다. 약간 멀면 극좌파죠. 극우파 오른쪽엔 절벽밖에 없습니다 물론 절벽 밑엔 자민련 등이 떨어져 있죠. -2009810일 트위터 p.479

정치에 있어서 도덕적 우위보다도 중요한 건 감동적 우위다. -200752<딴지일보> 인터뷰. 진보정치가 더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p.517

100퍼센트 예측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정의만이 유일한 가능성이다. -2004714난중일기’ p.525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조영태 등] 선망국에서 선망국으로, 위기가 기회다. | Memento 2020-04-08 19:00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232725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eBook]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조영태 등저
김영사 | 2019년 05월

        구매하기

선망국에서 선망국으로, 위기가 기회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합계출산율이 0으로 수렴하는 지금 영화 <칠드런 오브 맨>(2006)이 떠오른다.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을 2027. 인간은 재생산 기능을 상실하여 2009년 이후로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 전 세계는 무정부 상태로 돌입하고, 인구 증가는 멈추고 말 그대로 자연적인 멸종상태로 치닫는 상황. 기적적으로 임신한 소녀를 두고 영화는 숨 막히게 움직인다. 처음 영화를 보고나서 14년이 지났다. 영화에서 상정한 미래가 7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한국의 출산율은 더 가파르게 추락하여 영화의 설정을 현실에서 이뤄내고 있다. 왜 그럴까.

정부는 수백조의 예산을 투입하여 이 흐름을 막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출산율은 반등은 없다. 정부의 접근 방향의 기본은 저출산은 해결해야만 하는 부정적인 문제. 그렇기에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한 보상적 차원의 지원, 단기적인 현금성 지원이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어린이집 확충 등에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정책의 효과는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느끼고 있다. 사실상 정책의 실패(p.17)”.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걸까?

우선 사회적으로 많이 달라졌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많은 자식이 축복이었다. 자식은 곧 노동력이었고, 많은 자식은 그만큼 많은 생산물을 담보했다. 산업화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자식은 많은 소득으로 이어졌다. 장남으로 대표되는 1명의 자식에게 모든 가치를 투자했다. 장남이 집안을 책임졌다. 지금은 어떠한가. 산아제한정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80년대 생들은 많으면 2, 적으면 1명에 그친다. 상속이나 책임, 부모봉양 등 기존에 부모님 세대가 겪어온 세상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모님 세대는 많은 형제가 당연한 일이었지만, 현 세대에게는 1~2명의 형제가 당연하다. 상속과 의무 이행은 장남이 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균등하게 한다. 투자, 교육 등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인식이 단순히 돈 몇 푼으로 달라질리 없다. 이미 핵가족에 적응한 여러 제도들이 어린이집을 늘린다고, 캠페인 몇 번 한다고 달라지면 그게 이상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삶은 고통의 연속이더라.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삶이 즐겁고 행복한 기억보다, 슬프거나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 내 자식에게 이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내 행복, 혹은 부모님의 행복을 위해서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오만하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네가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의 삶을 규정하고, 예단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사주지 못해 고통스러워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내가 다시 반복할 자신이 없다. 비겁하다면 비겁하겠지만. 여기에 배우자 될 사람의 생각까지 더해지면 셈은 더 복잡해진다. 이게 돈 주고, 어린이집 짓고, 임대주택 준다고 해결될 일일까. 당장 내가 세 가지를 다 받는다 해도 자녀를 가질 마음이 생길지 의문이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은 기존의 접근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인구학자, 진화학자, 동물학자, 행복심리학자, 임상심리학자, 빅데이터 전문가, 서양사학자가 각자의 학문에서 저출산을 바라본다. 서론에 본 책의 의도를 명확하게 밝힌다.

 

청년들이 출산을 단념하고 있는 진짜 이유를,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진짜 이유를 파악해야(p.7)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는 지금까지 저출산 논의에서 거론된 적이 없던 내용이지요. 주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던 출산이라는 행위를 좀 더 다양하고 근본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야 저출산 현상에 대한 유효하고 적절한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 취지에서 어찌 보면 저출산 현상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어 보이는 학자들이 모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사태를 조망하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해 책으로 묶어 보았습니다. p.8”

 

정부의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시적 입장, 통계와 숫자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충분히 이해한다. 당연하다. 그게 정부의 임무다.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새로운 질문이 없는 이상 기존의 정책은 답습될 뿐이다. 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다. 이를테면 저출산이 진화적 결과 (p.17)”라고 한다면 정책적으로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결될 문제일까? 동물의 세계에 비춰볼 때 기후변화도 동물의 저출산 원인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p.57)”하는데 난임이나 불임 역시 저출산의 문제가 되지 않을까? “느슨한 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p.145)” 가 필요한 건 아닐까? 가족에 대한 인식과 제도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개개인의 행복감은 영향이 없을까?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은 저출산 자체를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새로운 방식의 행복을 찾을 때까지 사회와 국가(p.235)가 안전망을 갖춰주면서 새 제도와 관행이 연착륙하도록(p.236)” 지원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저출산이 정말 문제인가.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은 말한다. 대한민국은 먼저 망해가는 나라(‘선망국(先亡國)’)라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먼저 망한 나라가 아니라 먼저 위기를 극복한 선망하는 나라되도록 말이다. 어쩌면 심각한 저출산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지 모른다. 우리는 늘 사람을 갈아서 경제를 이끌어 왔다. 사람이 귀한 줄 모르고 살았다. 그 귀함을 이제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일지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다. 우리의 위기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는 정부만이 할 수 없는 문제다. 당연히 개인의 힘으로도 할 수 없다. 다 같이 해야 한다. 정책 담당 공무원, 정치인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읽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러 의미로 2019년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은 책이었다.

--------------------------------------------------- 

사실 사회구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출산율이 매년 올라야 자연스럽습니다.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윤택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출산을 단념하고 있는 진짜 이유를,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진짜 이유를 파악해야(p.7)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는 지금까지 저출산 논의에서 거론된 적이 없던 내용이지요. 주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던 출산이라는 행위를 좀 더 다양하고 근본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야 저출산 현상에 대한 유효하고 적절한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 취지에서 어찌 보면 저출산 현상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어 보이는 학자들이 모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사태를 조망하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해 책으로 묶어 보았습니다. p.8

이 책의 저자들이 지금까지의 관점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출산 현상을 기존과는 다른 각도에서도 접근할 수 있으며, 그렇게 관점을 다양화함으로써 저출산 위기론’, ‘인구 쇼크를 타개하고 해결책을 강구할 새로운 기회를 찾아볼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p.10

장대익 ? 저출산, 정책의 실패인가 진화의 결과인가.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정책의 실패이기 이전에 진화의 결과입니다. 물론 정부가 지난 10여 년 동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정책의(p.16) 실패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정책의 실패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진화적 결과라고 말해야 한다는 정도로 해두죠. p.17

우리는 종 차원에서 느린 생애사 전략을 진화시킨(K선택) 종입니다. 하지만 개인마다 좀 더 느(p.24)린 전략을 취하기도 하고 빠른 전략을 취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전략들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현됩니다. p.25

저출산은 병리적 현상이(p.26) 아니라 하나의 적응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경쟁적이고 불안정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우리는 자원을 여러 곳에 나눠 투자하는 양적인 분산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성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는 단기적인 전략을 발달시킵니다. 반대로 경쟁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원을 확실한 곳에 집중 투자하는 질적인 투자를 하고, 오랜 노력을 기울여 목적을 달성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발달시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환경에 민감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p.27

실제 경쟁이 아닌 경쟁 지각만으로도 출산의 동기를 변호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p.29

진화심리학자 올리버 승에 따르면, 인구 밀도가 높을 경우 사람들은 느린 생애사 전략가가 됩니다.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의 국민일수록 성적인 엄격성이 높은데, 다시 말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짝짓기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죠. 또한 그런 사람일수록 기대 수명이 높습니다. , 출산에 투자해 자녀를 빨리 낳고, 많이 낳고 일찍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에 자원을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오래 사는 것입니다. p.29

결국 문제는 환경을 어떻게 지각하는가입니다. 객관적인 환경이 어떠한가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지각하는가가 핵심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지각을 통해 적응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니까요. p.30

현재의 저출산 현상은 제가 보기에는 주위 환경에 오래 적응해온 인간 마음이 본능적으로 반응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p.32

그렇다면 정책은 왜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들고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평균 10조 이상의 예산을 들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저출산 관련 예산 가운데 70퍼센트를 보육 환경 개선에 집행했습니다. 최근에는 청년들의 복지제도 확충 방향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앞선 논의의 관점에서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합니다. ‘경쟁에 대한 지각을 줄여주는 데 예산을 사용했는가?’ 예를(p.33)들어 청년복지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그들에게 지출가능항목을 정해주고 그 항목들에 대해서만 복지비를 사용하게 하면(가령, 각종 시험 대비 학원비 지원), 복지비는 투입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목표를 두고 더 경쟁하도록 만들었기에 경쟁 지각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만일 청년들이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복지 비용을 유연하게 지출했다면 이렇게까지 저출산이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p.34

언제 얼마나 낳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메커니즘도 적응적 형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출산 문제에 대한 다원주의적 접근입니다. p.36

장구 ? 동물의 세계에도 저출산 현상이 있다.

저출산을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불임과 난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불임은 유전적으로, 혹은 특정 질병에 의해 영구적으로 출산을 못하는 현상을 뜻하고, 난임은 생식세포는 정상이지만 주변 환경 때문에 임신이 잘되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환경 변화 또는 대사성 질병으로 난소나 정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손상되면 난임이 생깁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오늘날 저출산 현상에는 난임이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p.48

동물의 저출산은 대개 생물학적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생물학적 원인 이외의 원인으로 동물의 출산율(임신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환경오염입니다. (p.54) ... 대사성 변화 또한 번식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p.55) 기후변화도 동물의 저출산 원인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p.57

저는 동물의 출산 문제를 과학에 한정에서 접근하면, 상상 이상의 기술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첨단과학의 발달은 윤리적 문제를 몰고 오지요. p.63

서은국 ? 출산으로 건너가는 파란 신호등, 행복

인간도 진화의 산물인 생명체이므로 인간에게도 모든 동물에 공통된 생물학적 원리들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재생산 결정 과정에서 인간에게만 영향을 주는 독특한 요인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감정이라는 경험이고, 특히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담은 행복감이 재생산과도 관련 있습니다. p.68

큰 그림에서 본다면, 현재의 저출산 문제도 인간의 막강한 뇌가 자연에 반해 행사하는 일종의 반역에서 기인하는 현상입니다. 좋고 나쁨을 떠나, 진화 과정에서 설계된 행동의 흐름을 자기 의지로 끊을 수 있는 능력을 인간이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자연이 작성한 포유류의 인생 드라마 원본은 대강 이렇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이성에 관심을 갖기 위해 호르몬이 증가하고, 이성을 만나면 육체적 욕망이 생기고, 이 욕구를 충족시키다보면 아이가 탄생한다. 대부분의 동물이 이 순서대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높은 지능 덕분에 인간은 피임하는 방법을 발견했고, 이를 이용해 (p.76)연산출산 드라마의 결말을 스스로 수정할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p.77

이유와 논리는 감정이 내린 선택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의 위력을 우리는 잘 의식하지 못해요. 그래서 논리와 합리적 생각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고 착각합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정작 선택의 밥상을 차려놓은 것은 감정적 느낌이고, 여기에 슬며시 수저를 올려놓는 것이 이성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감정적 경험은 우리 일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감정은 긴 진화의 여정에서 습득한 생존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p.81

자연에서 인간이 겪어온 대부분의 상황에서 행동 판단은 정확성보다 신속성이 더 중요했습니다. 논리적 사고는 정확성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속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소 역설적이지만,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생명체일수록 보다 간단한, 다른 형태의 처리법이 필요합니다. 디테일은 부족하지만, 신속하고도 강력하게 현재 상황을 (p.87) 처리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담은 시그널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감정입니다. p.88

긍정, 부정 감정의 기능은 아주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교통신호등의 파란불, 빨간불과 비슷합니다. 부정적 감정들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소모적인 노력을 멈추게 합니다.(p.89) ... 부정 정서는 뇌에서 켜는 빨간 신호등입니다. ... 위험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확보를 위해 생존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합니다. ... 생존과 재생산에 꼭 필요한 이 같은 자원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좇도록 만드는 것이 긍정 정서의 근본적인 역할입니다.(p.90) ... 긍정 정서는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도록 하는 에너지를 주는 파란 신호등입니다. p.91

긍정, 부정 정서가 가진 상반된 특성이 있습니다. 두려움이나 불안감 같은 부정적 정서는 우리로 하여금 시공간에 대한 주의를 좁히고 목전의 작은 디테일에 주목 하도록 만듭니다. ... 반면, 긍정적인 정서는 우리의 생각과 시각을 확장시킵니다.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의 긍정 정서의 확장/축적이론에 의하면, 먼 미래를 염두에 두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익숙하(p.91)지 않은 환경에 가서 새로운 자원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긍정 정서 경험이 필요합니다. 불안하고 염려로 가득 찬 마음은 큰 그림을 볼 여유가 없습니다. 당장은 없어도 되지만, 먼 훗날 반드시 필요할 자원을 탐색하고 준비하는 노력은 여유와 즐거움이 있는 마음 상태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p.92

무엇에 주목하며 일상을 사느냐에 따라 숱한 결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늘 작은 것을 염두에 두며 설계하는 인생에는 굵직한 원이 들어설 자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큰 기둥부터 세우고 나머지 빈 공간에 작은 소품을 채우겠다는 생각을 할 때, 그리고 내일이 아닌 30년 뒤의 삶을 생각할 때, 자녀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겠지요. 이러한 이유로 행복감과 출산은 관련이 있습니다. p.93

돈이나 건강은 모두 행복이라는 경험의 본질에서는 벗어나 있습니다. 행복감이라는 경험 자체를 묘사하는 것이 아(p.94)니라 행복이라는 경험을 유발하는 자극 혹은 조건에 대한 논쟁인 것이죠. 행복은 돈도 아니고 건강도 아닌 마음의 경험 상태입니다. ... 어떤 구체적인 모양이나 무게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각자가 내면에서 경험하는 어떤 좋은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행복감이라는 느낌을 유발하는 자극은 다양하지만, 이 느낌을 구성하는 내용물은 긍정적 정서들입니다. 그래서 행복은, 간단히 말한다면 긍정 정서를 경험하게 만드는 모든 자극, 상황, 기억, 혹은 미래 기대의 총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긍정(p.95)적인 느낌이 무엇 때문에, 왜 유발되었든, 좋은 느낌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행복의 핵심 내용물은 긍정적 정서 경험이기 때문에, 행복감은 현재 자신의 삶이 처한 전반적 상태를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신혼부부가 책을 200권 읽은 뒤 아이를 낳을지 말지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현재와 미래의 상황에 대한 보다 크고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합니다. 아리를 낳고 키울 만한 시간과 장소에서 살고 있다는 확신을 높이는 단서가 필요한데, 여기서 도움이 되는 것이 감정입니다. 지금 행복하다는 것은 즐거(p.96)운 일들이 비교적 많다는 뜻이고, 이런 즐거움이 빈번하다는 것은 현재 자신의 삶에 큰 문제나 위협이 없다는 뜻입니다. , 아이를 인생에 착륙시킬 활주로가 확보되었다는 뜻이지요. p.97

좋은 엄마가 되려면 단지 좋은 사람이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에릭 에릭슨 p.101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정은 보람과 의미가 있지만, 고되고 힘든 순간들도 분명 찾아옵니다. 행복은 이 긴 여정을 시작할 용기뿐 아니라, 어려움을 이기며 순항하는 지혜와 힘도 준다고 생각합니다. p.101

허지원 ? 좌절에 대처하는 방법 : 비출산의 심리학적 기제와 기능

비출산이나 비혼은 현재 청년 세대가 다양한 좌절에 대해 여러 대처 방법을 고려하고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의사결정의 결과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p.105

좌절은 개인이 타고난 성격에 따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을 가로막는 경험이나 사건을 말합니다. 심리치료 내담자분들은 크게 세 가지 문제를 들고 옵니다. 또래관계에서 장기적인 갈등이 지속되는 것, 학업이나 직업적(p.106) 측면에서 기대보다 성취가 낮은 것, 혹은 의미 있는 대상과 관계 맺기에 실패하는 것. 그러나 그 궤적인 면면을 들여다보면, 개인마다 좌절하는 지점은 제각각이며 좌절이 주는 심적 고통의 강도도, 기간도 개인차가 매우 큽니다. p.107

좌절이 지금 당장 맞서 싸워 이겨야 하는 우리의 목표 그 자체일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적절한 수준으로 심신이 가라앉았다가 꽤 괜찮은 속도로 행동의 기저선을 회복하면 됩니다. (p.108) ...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입니다. 역경이나 외상적 경험, 삶의 위협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의미는 간단히 얻고(굳이 의미를 부여하며 정신승리의 영역으로 넘어갈 필요는 없고), 다시 제자리를 찾아 올라오는 적응적인 대체의 과정이지요. ... 아이러니하게도, 좌절을 유연히 극복하게 하는 회복탄력성은 축적된 좌절 경험에서 나옵니다. 더욱 정확히는, ‘최적의 좌절경험에서 나오지요.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 마음대로 되는 일도 있고, 되지 않는 일도 있구나를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p.109

발달 단계마다 놓여 있는 과업들을 성취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인 장애물의 크기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몫 이상으로 커져버린 것입니다. 여러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이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실제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p.115

심리학에서는 스트레스를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살피는데, 한 축은 예측 가능성, 다른 한 축은 통제 가능성입니다. p.115

회복탄력성과 문제 해결력은 자잘한 스트레스 상황에 한동안 덩그러니 놓인 개인들이 이를 타개할 여러 대처 방안을 능동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발달합니다. 그런데 1차적으로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최적의 경험들을 계속해서 박탈당해오며 좌절에 따르는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동기화되기 시작했습니다. (p.116) ... 사소한 최적의 좌절을 경험할 기회가 거세되어왔지요. 2차적으로, 우리 앞에 남아 있는 스트레스 요인들은 예측도 통제도 불가능할 만큼 거대해져버렸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는 젊은 세대들이 원했던 바는 아닙니다. p.117

그간 강화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너무 길었고, 그 강화물도 우리의 삶과 자존감을 획기적으로 바꿀만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거나 감정적인 피로감이 예측되는 일에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시간은 점차 길어졌습(p.121)니다. ... 소진 burn out ...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 공평함이나 공정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위의지지 없이 오랫동안 홀로 버텨야 하는 경우, 사람들은 감정적으로도 지치고 신체적 에너지도 고갈되는 것입니다. 너무 지쳐 소진된 상태에서는 우울, 무력감, 절망스러운 혼란을 경험하며, 이 시기가 길어지면 비관적이거나 냉소적이 되어 새로운 행동을 개시하(p.122)거나 꾸준한 노력을 투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p.123

이미 오랫동안 스트레스 상황을 겪고 좌절 경험을 지속해 감정표현 불능증, 무쾌감증, 편도체 납치 등의 영향을 받는다면, 결혼생활과 같이 다소 낯설고 성공 여부가 예측되지 않느 새로운 과제에 들이는 감정적 에너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혼이나 출산의 보류(p.129)는 잠시 쉬어가는 방식으로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것입니다. p.130

아무 죄도 없는데 죄지은 것처럼 행동하(p.137)는 사람들이 있고, 죄지은 것처럼 행동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님에도 내가 이 가족의 구성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행동들이 있었습니다. 부모가 내게, 엄마가 아빠에게, 내가 부모에게 가져야 했을 죄책감이 사실 애착의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이런 경우들을 자주 만나니 한국의 가족문화는 죄책감으로 지탱되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가족의 구성이란 또 다른 죄책감의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것만 같습니다. (p.139) ... 진짜 문제는 불안정 애착 그 자체라기보다는 불안정 애착의 시기를 보내온 나 자신에 대한 불확실감, 그리고 가상의 혹은 실제의 아이에 대한 지나친 죄책감일지도 모릅니다. p.139

지금은 느슨한 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진입하는 과도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느슨한 가족은 어쩌면 한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형태의 가족일 것입니다. (p.145) ...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혼인관계로 맺어진 부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측면의 보살핌을 서로에게 제공하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하고 널리 권장되기도 했던 덕목이었습니다. 또한 이제는 SNS를 토대로 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기민한 반응성과 확장성이 담도되기 때문에 1인 가구 및 비혼 커플과 공동거주 가구, 그리고 이혼이나 사별 후 다른 사람을 만나 굳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노인 커플의 숫자는 점차 늘어갈 것이 분명합니다. (p.145) 그러므로 사회적 관점에서 비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개인의 행복권을 위해서 원치 않게 비혼 상태에 있는 커들을을 고려한 최소하느이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p.146

그 누구도 완벽한 엄마일 필요는 없고, 실제로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없겠지만, 많은 사람이 아이에게 완벽한 환경을 제공해줄 자신이 없어 출산을 주저합니다. , 정말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해서’ ‘아직 내 인생도 잘 살지 못해서’ ‘아직 부모로서 소양을 덜 갖췄기 때문에와 같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며 출산 결심을 지연하거나 비출산을 결정합니다. (p.152) 그러나 이는 심리학적으로 아주 틀린 이야기입니다. 부모는 그저 최적의 좌절을 제공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면 됩니다. 예상되는 장애물들을 미리 제거해두고 아이의 욕구가 언제나 즉각 충족될 수 있는 무균실과 같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은 아이가 결국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아이가 깊은 수준의 자기 통찰을 할 수 있으며 회복탄력성과 유연성을 갖춘 꽤 괜찮은 성인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부모의 불완전함은 아이에게 좋은 시험대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즉 좋은 주 양육자는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면 됩니다. 정작 필요할 때에는 없어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문득 돌아보면 계속 그 자리에 있어주는 사람 말이죠. 그래서 소아정신건강 분야의 권이자인 아주대 병원 조선미 교수는 살아만 있으면 좋은 엄마라고 종종 말합니다. p.153

개인의 심리적 요인들을 고려할 때, 복지 시스템의 보완만으로 비혼, 비추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란 쉽(p.155)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럭저럭 좋은 개인 혹은 그럭저럭 좋은 부부와 같은 모습을 젊은 세대에게 보여주고 기다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태도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저렇게 살아도 괜찮겠구나’ ‘내 삶에 아이가 한 명쯤 있어도 괜찮겠구나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도록 말이죠. p.156

송길영 ? 소셜 빅데이터에서 찾은 삶의 다른 방식, 엄마처럼 안 살아

통계 자료를 보면 기혼자들이 낳는 아이 수는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는 아이 수가 줄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혼외 출생에 대한 인정이 각박한 문화이므로, 더더욱 비혼 출산이 드뭅니다. 따라서 만약 저출산 기조(p.185)를 단기적으로나마 반전시키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결혼이 가능한지 절실히 고민해봐야 합니다. p.186

지금은 집단이 개인으로 분화된 사회입니다.“제가 국가의 인구 유지를 위해서 아이를 낳을 수는 없으니까요.”라는 TV쇼 출연자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러한 의식을 지닌 젊은 세대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에 사명감을 요구하는 저출산 문제라는 메시지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질 때마다 더욱 반감을 품게 됩니다. p.193

출산은 사회가 아니라 개인이 각자 준비를 거쳐 결정해야 할 일임을 이제 개개인이 자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집합적인 숫자와 통계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아이를 키울 때 느끼는 무게를 줄여주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엄마들은 예전의 엄마와 같이 자신을 지우고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이름만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재정적 지원만이 아닙니다. 나중에 아이를 낳고 키운 뒤 자신이 돌아갈 자리가(p.195)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보육 수당과 같은 비용 보전만 언급한다면, 엄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제 엄마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를 원합니다. 아이도 소중하지만 단순히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이름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p.197

처출산의 책임과 해결책을 해당 세대에게만 미룰 것이 아닙니다. 대신 이제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엄마와 아빠를 위해서 시스템을 갖춘 배려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그 배려 속에서 각자는 소(p.197)중한 아이를 낳는 일이 현명한 선택이 되도록 다시 적응할 것입니다. p.198

주경철 ? 인간도 멸종위기종? 다른 시대 다른 사회 비교 연구

지난 반세기 동안 인구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사실에는 그리 주목하지 않습니다. 제가 봤을 때, 이 정도로 빠른 인구 증가가 일어나면 어떤 식으로든 자체적인 인구 조정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모호한 말이겟습니다만, 현재 우리가 염려하는 인구 감소 가능성은 인구 증가 자체에 귀결된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p.206

전근대 시대에는 흔히 인구 성장과 경제 성장이 대립적인 균형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고, 현대에 들어오면 인구와 경제가 함께 성장할 수는 있지만 대게 가파르게 증가한 인구는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곤 합니다. 대한민국은 엄청난 인구 성장과 동시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함께 이룬 예외적 사례입니다. 우리가(p.209)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일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흐름도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줄기차게 뛰어왔으니 부작용이 없을 수 없겠지요. p.210

비혼과 결혼에는 각기 장단점이 있겠죠. 아마 우리 사회는 이 모두를 경험해나갈 것 같아요. 마치 시계추가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이쪽으로 갔다가 문제점에 직면해 다시 반대쪽으로 가고, 그러면서 극단적인 경험을 한 다음, 결국 새로운 균형을 찾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중장기적으로 볼 때 새로운 방식의 행복을 찾을 때까지 사회와 국가(p.235)가 안전망을 갖춰주면서 새 제도와 관행이 연착륙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p.236

조영태 ? 맬서서의 인구 조절 메커니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저출산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출산 자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출산과 관련된 근본적인 사항들에 대한 이해 없이 저출산 현상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능력에 대한 과신입니다. p.245

위 세가지 접근(자원, 물리적 밀도, 본능)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원이 맣으면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재생산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개체수가 늘어나 물리적인 밀도가 높아집니다. 이제는 자원의 양이 늘지 않는 한 개체끼리 경쟁해야 합니다. 그래도 내가 자원 경쟁에서 이기면 재생산도 해볼 만합니다. 하지만 활발한 재생산 활동은 다시 밀도를 높여 내가 가진 자원이 줄어들게 되고,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그러면 개체는 재생산을 생각하기보다 어떻게든 에너지(p.259)를 아까셔 스스로의 생존에 에너지를 사용하고자 합니다. 재생산이 줄어드니 개체수도 조절됩니다. 물리적인 밀도가 줄어든 넋이죠. 그렇게 되면 경쟁이 줄고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이 늘어납니다. 자원이 나의 생존과 재생산 두 가지 모두를 가능케 할 정도로 유지되면 재생산을 통해 개체수는 다시 증가합니다. 그렇게 되면 무한 반복하는 생태학적인 고리가 생깁니다. 이 고리의 사이클은 어떤 종인가, 어느 정도의 자원이 존재하는가, 밀도가 형성되는 지역이 얼마나 큰가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p.260

생명체로서 인간에게도 이 생태하적 고리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런데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 비교해서 월등한 능력 한 가지를 더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혹은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는 물리적인 밀도에 대한 반응을 크게 바꾸어놓을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밀도는 겉으로 보이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그 밀도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가로 연결됩니다. ... 물리적 밀도는 심리적 밀도로 변환됩니다. 심리적인 밀도는 물리적인 밀도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제도와 문화의 영향을 받습니다. 만일 사회의(p.261) 문화가 매우 동질적이고, 제도나 규범이 그 문화를 뒷받침하고 있는 경우, 약간의 물리적인 밀도 상승은 구성원들에게 매우 큰 심리적 밀도 상승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청년들이 성공에 대해 유사하거나 동일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사회에서는 청년들의 수가 물리적인 밀도를 그리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정도로 늘어나더라도 심리적인 밀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반대로 성공에 대한 가치관이 매우 다양한 사회에서는 청년들의 수가 증가해 물리적인 밀도가 상승한다고 해도 심리적인 밀도에까지 영향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p.262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은 밀도 높은 사회에 청년들이 적응하는 과정이고, 그게 결국 종의 진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이 종의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가 아니라 사회적인 진화지요. p.272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밀도가 높아진 것인데, 밀도를 좀 낮추려는 정책이 가장 근본적인 해소 방법이 될 거에요. 물리적인 밀도는 청년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집중될 필요가 없도록 지방 거점도시들을 서울 못지않게 발전시키면 낮출 수 있지 않을까요? p.273

규범이 강하고 획일적이면 심리적인 밀도가 낮아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물리적인 밀도와 별개로 청년들의 심리적인 밀도를 줄이려는 정책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p.274) 예컨대 한국 사회에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연령 규범을 좀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죠. 대학은 가는 게 당연히 좋지만, 반드시 모든 사람이 19세에 갈 필요는 없게 만들면 심리적인 밀도가 크게 줄거에요. p.275

이미 청년들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진화를 되돌리려는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생물학적으로 진화된 형질은 자연 환경이 바뀌어야 다시 바뀌게 됩니(p.275). 그럼 사회적으로 진화된 형질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사회 환경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사회의 제도와 규범을 점검해보세요. 청년들은 이미 바뀌었는데 아직까지 기성세대 중심의 제도와 규범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p.276

 

새로운 질서가 온다 ? 좌담

장대익 : 핵심은 경쟁이에요. ... 결혼을 할까, 애를 낳을까 하는 결정은 생태학적인 입력뿐 아니라 문화적인 입력에 좌우됩니다. 가치관이 다른 여러 문화권에서는 의사결정이 각기 다르겠죠. 그러면, 해결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실의 경쟁을 완화하기. 둘째, 경쟁이 과도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인을 제거(p.282)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각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p.283

송길영 : 경쟁은 추구하는 바가 같을 때 발생해요. 목표가 다르면 경쟁할 이유가 없겠죠. 이미 정해져 있는 세상의 정답을 놓고 싸우다 보니 각박해지는 거예요. p.287

장구 : 사실 근본적으로 보면 저출산은 생물학적인 현상이잖아요. 그런데 제도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원인과 해법을 찾고 있는 게 현실이고, 순수하게 생물학적 원인에 의한 저출산은 아직 부각되지 않고 있어요. p.303

송길영 : 행복 추구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가난이라든지 사회적인 안전망이 없는 명백히 불행한 상황에서 개인이 벗어나도록 해주는 것은 국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불행하지 않기 위해서로 방향 설정이 수정되어야 합니다. p.311

허지원 : 하지만 그렇게 결정한 비혼이 좋은 선택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능동적인 선택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상황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수동적 측면의 방어로 보여서요. 요즘 가성비라는 말이 안 쓰이는 곳이 없어요. ... 사회경제적인 활력이 떨어지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일 텐데, 이런 가성비 논리에 따르면 사실 아이를 낳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잖아요. p.321

조영태 : 기성세대의 궂 개선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현재의 지속가능하지 않은 환경을 바꾸려면 그 환경을 만들어온 기성세대가 기득권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인구 변화에 따른 새로운 질서를 맞아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내자는 취지라면, 우리 기성세대가 시스템 개선에 대한 동의를 해야 합니다. p.327

주경철 : 인구 변화가 사회 변화의 핵심이에요. 인구는 사회구조 전반을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틀이거든요. 인구가 확 줄거나 늘면 그에 따라 제도나 국가 정책이 바뀌고, 개인 간의 모럴도 바뀝니다. ... 다시 말하면, 크고 작은 문제에서 개인이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요소도(p.331) 따져보면 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p.332

장대익 : 저출산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삶의 양식 자체가 엄청나게 바뀌고 있잖아요. 기존 시스템을 고정해놓고서 출산을 안 해서 문제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저출산 현상은 사실 원인이 아니라 결과거든요. p.332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경성의 건축가들-김소연] 잘 몰랐던 이야기를 알아가는 즐거움 | Memento 2020-04-08 00:49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232431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eBook]경성의 건축가들

김소연 저
루아크 | 2017년 04월

        구매하기

잘 몰랐던 이야기를 알아가는 즐거움. 그리고 그 시절 내가 어떻게 살아갔을까를 상상해보는 재미.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유현준 교수는 사람과 건축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하며, “건축과 사람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상호 영향을 주면서 의미를 규정한다.(p.7)”고 말했다. 또한 건축물은 시대정신을 반영(p.119)” 하기 때문에, “건축 공간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비춰볼 수 있다. (p.21)”고 말했다. 여기에 비춰볼 때 김소연 대표의 <경성의 건축가들>은 우리나라 근대 건축의 시작을 알아보기에 가장 적합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사람과 건축물을 한 번에 살펴 볼 수 있다. 사람을 통해서, 그들이 세운 건축물을 통해서 그 시대를 상상케 한다.

이 책이 재미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사농공상이라는 구체제의 위계질서가 살아있지만, 일제에 의해 모든 것이 바뀌고 있던 혼란한 시기. 게다가 당시에 지어진 대부분의 대형 건축물은 식민통치를 위해 설치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건축가라는 개인 역시 혼란스러웠을 테다. 국가와 민족, 조국의 현실을 고민하지만, 일본을 통해서 신기술을 배워야 했던 그 시절의 복잡한 감정을 떠올려 본다. 저자가 박길용씨를 저자가 평가 한 말은 건축가를 떠나 당시의 시절을 관통해 살았던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몸은 친일이라는 환경에 있었고, 마음은 조선인의 염원을 품었다. 의식은 제국을 향한 동경과 식민지의 콤플렉스에 흔들렸다. 식민 교육, 식민 권력, 식민 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한 그 시대 건축가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내면이었다. 자본과 권력은 가까이 있지만 정작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는 식민지 건축가의 운명이기도 했다. p.55”

 

이렇게 방황하는 건축가를 살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결국은 혼란기, 나라를 잃은 시기에 누구나 겪었을 일이다. 만약에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고민해 본다. 건축가는 기술인으로서 차별받던 인식이 오히려 친일의 궤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근거가 되었던 아이러니까지 생각해보면 단순하게 친일과 반일, 민족과 반민족의 범위는 협소해 보인다. 자기들만의 폐쇄적인 구조가 오히려 성역을 만든 걸까. “건축 바깥의 문제를 끌어안으며 사회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속도는 느(p.153)”렸다는 날선 비판에 이어, 저자가 소개한 임화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우리는 어쩌면 친일을 너무 단선적으로만, 당위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지 고민해 본다. 내가 그 자리, 그 순간에 있었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 시절을 살았을까.

 

가령 이번 태평양 전쟁에 만일 일본이지지 않고 승리를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는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생각했고 어떻게 살아가려 생각했느냐고. 나는 이것이 자기비판의 근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남도 나쁘고 나도 나쁘다 이게 아니라, 남은 다 나보다 착하고 훌륭한 것 같은데 나만이 가장 나쁘다고 감히 긍정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자기를 비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임화. p.377

 

개인적으로 한국 근대사와 일제 강점기에 관심이 많다.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대기 때문이다. 서구 신식문화를 수용하며 새로움을 배워나가는 설렘과 식민지인으로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시기. 이 양가적인 감정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아주 가끔의 희극과 수많은 비극을 썼다. 그리고 내가 모르던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해 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

박길용은 앞과 뒤가 달랐다. 앞에서는 일본인이든 조선인이든 두루두루 인정을 받고 인맥을 쌓은 성공한 건축가였다. 뒤에서는 격렬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방식으로 조선인의 정체성을 끌고 나갔다. 그것이 3.1운동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인지, 종로에서 일본인과 대치하며 삶을 버(p.54)텨온 조선인의 근성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 몸은 친일이라는 환경에 있었고, 마음은 조선인의 염원을 품었다. 의식은 제국을 향한 동경과 식민지의 콤플렉스에 흔들렸다. 식민 교육, 식민 권력, 식민 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한 그 시대 건축가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내면이었다. 자본과 권력은 가까이 있지만 정작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는 식민지 건축가의 운명이기도 했다. p.55

내가 생각하는 박길용의 최고 업적은 이런 것이다. ‘최초유일의 신화가 아니다. 그는 최초유일이라는 영향력으로 차별받던 조선인 건축가들을 품었다. 그들과 함께 건축 안과 밖을 넘나들었다. p.56

사농공상의 관념이 존재하던 시대에 건축가를 미장이로 알던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인식이 건축가에게는 오히려 보호막이 되었다. 양날의 칼처럼 건축가도 그 보호막 뒤에서 과학과 기술의 중립성이라는 함정에 빠지곤 했다. 건축 안의 문제는 예민했지만, 건축 바깥의 문제를 끌어안으며 사회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속도는 느렸다. p.153

시대상은 보여도 시대의식은 보이지 않는 삶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p.204

장기인은 용어가 지식이고 사상이라고 믿었다. 건축용어는 설계, 시공, 구조, 설비, 재료, 법규, 전통건축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만큼 여러 분야의 건축 지식을 섭렵하게 된다. p.243

자기비판이란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고 근본적인 문제일 것 같습니다. 새로운 조선 문학의 정신적 출발점의 하나로서 자기비판의 문제는 제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기비판의 근거를 어디에 두어야 하겠느냐 할 때 나는(p.376) 이렇게 생각합니다. ... 가령 이번 태평양 전쟁에 만일 일본이지지 않고 승리를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는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생각했고 어떻게 살아가려 생각했느냐고. 나는 이것이 자기비판의 근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남도 나쁘고 나도 나쁘다 이게 아니라, 남은 다 나보다 착하고 훌륭한 것 같은데 나만이 가장 나쁘다고 감히 긍정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자기를 비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임화. p.377

건축은 사물이 아니라 사연이라는 것을. p.380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386세대유감-김정훈,심나리,김항기] 386세대 개새끼론을 환영하며 | Memento 2020-04-08 00:42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232429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eBook]386 세대유감

김정훈,심나리,김항기 공저/우석훈 해제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07월

        구매하기

386세대 개새끼론을 환영하며, 앞으로 건전한 논의를 위해 지속적인 후속작이 나올 수 있기를. 비단 우리세대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서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누군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랬다. 또 누군가는 내가 다 해봐서 안다고도 했다. 또또 누군가는 알바비를 떼여 보는 것도 값진 경험이랬다. 일본에서는 코로나도 인생의 값진 경험이랬다. 그렇다. 젊은 세대는 그래도 싸다. 늘 게으르고 무능하고 10새끼다. 나이가 차도 부모 등 쳐먹기 바쁘다. 88만원에 만족하며 알바를 전전하며 빈둥거린다. 모험심과 자립심이 없다. 그래서 중동으로, 해외로, 나라가 텅텅 빌 정도로 떠나지 못한다. 안정적인 공무원에 목숨을 건다. 결국 가진 것은 포기다. N포 세대. 별 수 있는가. 우리를 그렇게 정의한 사람들이 기득권이고, 이 사회의 지도자들이다. 권한은 없고 의무만 잔뜩 이다. 가진 것은 쥐뿔도 없는데, 앞으로 가질 수 있다는 희망조차 없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가진 세대라지만 부모세대 보다 나아질 기회가 없는 최초의 세대. 그것이 지금의 세대다.

이 책이 반가웠다. 젊은이 개새끼론에 대항해서 우리에게 어른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언어를 주었기 때문이다. 감히 386세대 개새끼라고 말할 수 있게 했다. 이러면 꼭 너는 부모에게 그런 말을 하냐.’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우선 나는 댁과 같은 부모님을 둔 적이 없다. 거기에 우리 보모님은 그런 이득을 대부분 취하지 못한 분이다. 두 번째로 이해한다. 사람은 자기를 욕하면 당연히 싫다. 반대로 젊은이들이라고 아니었겠는가. 다만 그들에 대항하고 반박할 언어와 힘이 없었을 뿐이다. 386세대는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우리 사회의 전반을 휘어잡고 있다. 그들의 논리와 언어가 너무도 공고하기 때문에 우리의 언어는 그저 어린아이의 푸념으로 비친다. 그래도 표는 필요하고, 돈은 벌어야 한다. 그러니 불만 갖지 말고, 청년 비례로 공천 몇 개 줄게. 청년 정책? 그래 예산 배정해 줄게. 그래 너희들이 돈을 써야지. 몇 개씩 던져줄 뿐이다. 우리가 똥개인가? 뼈다귀 몇 개 던져주는 그런 집지키는? 개새끼 눈에는 개새끼만 보이는 법이다. 그러니 나 역시 그렇게 부를 수밖에.

그렇다고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치고 박고 싸우자는 건 아니다. 책 제목대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고통스럽고 소모적이다. 하지만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특히 누군가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다면, 어떤 이가 상대적 피해를 받고 있다면 말이다. 그 인과를 분석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만 반복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세대가 피해자라는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남이가로 덮어둔 결과가 어떠한가. 이대로라면 우리 세대 역시 미래 세대에 빨대를 꽂고, 부모 세대가 했던 과오를 물려줄 뿐이다. 그 결과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 않은가. 모자란 자원을 두고 아귀다툼을 하는 사회는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굳이 빨갱이를 찾아 나서지 않아도, 그런 사회에는 빨갱이가 넘쳐나게 될 것이다. 아니 그런 사회를 만들고, 방조한 사람들이 빨갱이가 아닐까.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선의에 기대하기도 어렵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괴물과 싸우다보면 나도 모르게 괴물이 되어버린다. 늘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뭐 어쩌란 말인가. 아무소리도 하지 말고 그냥 우리 차례가 올 때 까지 앉아서 기다려야 하나? 아무 소리도 하지 말고? 싸우지도 기다리지도 못하는 우리는 어찌해야 하면 좋단 말인가. 누구라도 좋으니, 다음 논의가 어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세상이 나아질 수 없다고 믿게 된 당신과 나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p.25)”를 기다린다.

------------------------------------------------------------

부디 이 책이 세상이 나아질 수 없다고 믿게 된 당신과 나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를 안겨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p.25

명실공히 386세대는 2019년 현재 대한민국을 주무르고 있다. 생애 주기로 봤을 때 50대가 가장 무르익은 시기라 한다면 당연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50대의 사회적 역할이 무거운 만큼 시대와 함께 사회 주도 세력은 끊임없이 교체된다는 사실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운동을 전후해 20대부터 사회적 목소리를 키워온 386세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앞 세대가 쓸쓸히 퇴장한 자리를 넘겨받은 뒤 40대에도, 50대에도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30, 40대의 그들에게 주어졌던 자리가 지금의 30, 40대에게는 대물림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p.38

386세대가 오롯이 자신들의 희생만으로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쟁취했(p.56)다고 믿는 것은 오만한 채권자적 태도다. 1987년 거리에는 80년대 학번을 가진 20대 대학생만 있지 않았다. ... 민주화는 살아남아서 현재의 사회 중심 세력이 된 386만의 전리품이 아니다. 기성세대의 지원과 시민들의 저항, 죽음으로써 역사가 된 적지 않은 386 동료들이 함께 모여 거둔 성공이다. 그러므로 20대가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p.57)에 눈감는다고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왜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연봉 높은 대기업 정규직 취직에 열을 올리는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p.58

청년을 위한 정치는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청년을 위한 예산은 이름만 거창하게 붙었다 결국 쪼그라들고, 정치 신인조차 키우지 않고 있다. p.58

망탈리테(mentalite)란 사회를 특징짓는 한 이난 집단의 습관적 사고 양식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집(p.67)단심성을 통해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행동을 꿰뚫어 볼 수 있다. p.68

386세대에게 그런 코호트 효과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로, 군사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이뤘다는 자부심을 꼽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배양된 조직화 능력, 함께 어깨를 걸고 밀어붙이면 끝내 이뤄낼 수 있다는(p.70) 낙관주의도 빠뜨릴 수 없다. 반면에 괴물과 싸우면서 닮아간 권위주의, 자부심이 변질돼 나타난 우쭐함과 함께, 실행보다 말이 앞서는 공허함도 386세대 안에서 풍겨난다. 앞서 말한 교조적 성향도 코호트 효과에 따라 드러난 특징이다. 그러나 가장 큰 특징은 따로 있다.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오랜 기간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p.71

386세대는 당시 1인당 평균GDP보다 20% 더 높은 월급을 받았지만, 80년대생은 20% 더 낮은 월급을 받은 것이다. 그만큼 사회가 인정하는 청년 노동의 대가가 형편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p.103

지난 20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80년대생들을 채용해 월급 주면서 일을 시키는 상사의 대부분이 60년대생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요즘 청년 노동의 대가를 386세대가 산정한다. p.103

시대는 세대를 규정한다. p.112

시대가 부여한 운은 세대마다 달랐다. p.112

386세대가 장기 집권의 서막을 성공적으로 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능력이 유독 특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성공은 시대적 요행 외에도 윗 세대의 정치적 고려, 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시대적 상황이 그들의 빠른 성장을 견인했다고 할 수 있다. p.122

세대란 시대를 넘어서는 존재할 수 없다. 세대는 시대 위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p.122

실패의 경험 없는 승리에 대한 확신,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강고한 투쟁력, 타협하기 어려운 상명하복의 교조적 문화, 다른 목소리를 포용하지 않는 적대적 계파주의가 이른바 386 DNA로 자라났다. 자나 깨나 민주주의를 원했던 386세대가 진정한 민주주의자로 남을 수 없는 한계는 이런 DNA 때문이 아닐까. 당시 이들은 피와(p.148) 눈물로 민주주의를 쟁취하려 노력했을 뿐, 민주주의를 즐겁게 향유하는 법을 익히지는 못했다. p.149

성유보(민주화운동가)1987년 민주화 성공 요인

정치적 리더십의 역할 2. 민주개헌이나 독재타도 혹은 고문반대와 같이 간명하고 보편적

목표를 대중에게 제시(p.171) 3.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와 미국의 압력 등 외부 조건이 맞아떨어짐 4. 학생운동이 대중노선으로 선회 p.172

과거의 헌신으로 오늘의 영광을 보상받는 것이 정당한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모든 세대는 각자 살아가는 시대의 무게를 나눠서 견디고 있기 때문이다. p.175

학원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내고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평등하게 대학 문턱을 넘었던 386세대가 지옥 같은 입시 경쟁 체제를 만들어낸 셈이다. p.214

386세대의 부동산 불패 신화가 독재정권의 정책 덕분이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박정희 정권이 만든 청약제도와 분양가 상한제, 그리고 노태우 정권의 주택 200만 호 건설정책과 1기 신도시 계획의 합작품이 386세대 한 사람 한 사람의 경제적 토대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돈이 부족하다면, 주택금융규제의 완화 흐름이 이를 보완해 주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의 3종 세트인 공급과 금융, 세제 가운데 세제를 제외한 나머지 2개는 특혜에 가까웠다. p.241

이 정도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사회안전망이 갖춰져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결과는 질 낮은 일자리의 양산, 그리고 더 나은 계층으로 올려주는 사다리 붕괴로 이어졌다. p.270

직업에는 귀천이 없을지 모르겠으나 고용에는 확실히 있다. ... 그리고 고용의 귀천은 세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p.281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당신이 보고자 하는 그 변화 자체가 되어라. -마하트마 간디 p.283

꼰대는 갑질, 헬조선과 맞닿아 있다. 이들은 모두 공정하지 않음을 문제 삼는다. 왜 공정하지 않은가. 걸핏하면 법대로 해를 외치지만 법과 제도가 원칙대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쁘고 급하면 언제든 우리 사회 갓길에서 전력질주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기득권들이 너무도 많다.(p.287) ... 스스로가 저항의 대상이 되는 게 무척이나 낯선 꼰대들은 이들의 법대로 해봐정신에 움찔하지만, 결국 요즘 것들은...’이란 푸념으로 사태를 마무리 짓는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라는 말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들을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다. p.288

세상의 절반과 다른 절반이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세상에서 저출산은 필연이다. p.300

386세대는 일종의 이익집단적 성격을 지닌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는 특히 386세대가 한 사회의(p.325) 제도를 만드는 정치 영역에 일찌감치 진출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386세대의 삶이 녹록하지 만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빈곤율 40%가 넘는 부모 세대와 체감실업률이 30%에 육박하는 청년 세대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 사회안전망 구추과 분배정의 실현을 외면하고 노동 없는 이익, 즉 지대추구에 몰두하며 살아온 과거의 시간들에 대해 책임져야 할 운명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p.326

먹고사는 걱정을 덜게 된 데에 산업화세대가, 민주화 달성에는 386세대가 유독 큰 주인의식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세상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 더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세대가 있을 터다. p.329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세대라 할 수 있는 386세대를 바라본다. 가난과 전쟁 탓에 못 먹고, 못 입고, 못 배운 부모 세대 등에 올라타 독재자가 허용한 효율과 성장의 과실을 맛보며 10대를 보내고, 두 번째(p.329) 독재자가 교육의 평등을 설파하며 내건 교육개혁조치의 수혜로 20대를 열었던 386세대. 이어 반독재자가 내민 200만 호 아파트 건설 카드와 청야공장 덕에 일찌감치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얻어 중산층에 진입했으며, IMF 외환위기의 파고조차 비껴간 운 좋은 세대. 시대가 선사한 거듭된 운을 실력이라 믿으며 불운한 뒷세대에게 우리는 안 그랬다노오력을 강조하는 이 사람들 말이다. p.330

털끝만큼의 권력이라도 있다면 한 톨도 낭비할 수 없다는 집착, 옳은 것과 그른 것의 경계가 흐릿한 지대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염치, 결국 불의보다 불이익에 민감해진 우리 사회 양심의 모습을 386세대는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쯤이야하는 허술한 양심의 벽은 지난 30년간 시대가 부여해준 호의와 그 속에서 이룬 성공스토리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건 반칙이야라고 외치는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p.362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부를 만한 변화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공유경제, 인공지능, 테러리즘, 성평등, 개인과 국가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 어느 것 하나에 익숙하지 않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너희(p.367)들이 뭘 알아로 표현되는 실패 경험 없는 승리에 대한 확신이 발붙일 자리가 없다는 말이다. 패러다임 전환은 한마디로 단절이다. 단절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가보지 못한 길을 가며 오류를 끊임없이 개선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p.368

1987년도에 그들이 패러다임 전환적 승리를 거둔 것은 그들의 눈이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에 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람은 남은 생의 길이만큼 내다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386세대는 새 시대의 첫차가 먼 미래를 내다보며 출발할 수 있도록 구시대 막차의 마지막 칸을 붙든 고리를 끊어야 한다. p.368

인간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가해자의 성격을 띤다. 이슬을 먹고 살지 않는 한 어떤 생명을 빼앗아야 생존할 수 있다. 자신이 가해자임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어떤 윤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 -후지이 다케시(일본인 한국 현대사 연구자) p.375

가해자임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라고 후지이 다케시는 덧붙여 설명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가해자는 없고 온갖 종류의 피해자들만 난무하는 사회에서 책임이 설 자리는 없다. 우리 사회는 늘상 가해자가 명백한 사안이더라도 피해자의 귀책 사유를 찾는 데 혈안이 된다. p.376

이 모든 게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사회적 기본권, 즉 사회권의 범위 안에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약속이다. 사회권은 이를 유린당하고 있는 우리의 청춘을 붙들어줄 기둥이며, 인간다움을 지켜줄 보루다, 이 정당한 권리를 가로막는 주체가 국가든 특정 세대든 간에(p.390) 배려나 양보를 기대하지 못한다면 저항의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저항은 당사자가 할 때 가장 힘이 세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싸워주지 않는다. p.391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세상은 30여 년 전 386세대가 눈물 흘리며 바랐던 그 세상과 다르지 않다. 그들이 바랐던 혁명이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라면, 세대 독점의 해소는 비록 늦었지만 혁명의 완결로 가는 길일 수 있다. 이제는 혁명의 열정을 뽐내는 주체가 아니라 염치와 배려의 미덕을 풍기는 혁명의 지원군으로서 말이다. p.395

70년대에서 80년대에 사회의 향방을 놓고 벌어진 이 오래된 갈등은 21세기에 오히려 더욱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이 갈등은 좀 넓게 틀을 잡고 보면 한국식 진보(뭐가 진보인지는 잘 모르겠다.)와 한국식 보수(도대체 성조기를 흔드는 외국 보수를 본 적이 없다!)의 이념전쟁처럼 보인다. 그러나(p.397) 개개인의 삶을 중심으로 보면 먹고살고 승진하기 위한 개인들의 처절한 생존투쟁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싸움은 아무리 강렬해도 별로 새롭지는 않다. 70년대와 80년대에 기원을 둔 과거 회상적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어느 쪽이라도, 소수의 승자가 많은 것을 차지하게 되어 있다. 20대로서는 자기의 게임도 아니고, 재미도 없다. p.398

세력으로서는 이제 한국에 남은 게 별것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3김 시대가 결국 두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나서야 종료된 것처럼, 386 시대가 그들끼리 돌아가며 마지막까지 버티는 것 아니겠는가. p.424

몇 년 전의 헬조선의 눈총이 유신시대에게로 갔다면, 이제는 386에게 갈 차례다. 유신세대든 386이든, 획일성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 그럼 해법은 뭘까? 쉬워 오비지는 않지만 결국에는 다양성이라는 방향이 거의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 과잉, 과소 대표의 해소와 지역, 세대, 젠더 등의 변수를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부드러운 방법이다. p.426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진행중인 이벤트
트랙백이 달린 글
내용이 없습니다.
스크랩이 많은 글
내용이 없습니다.
많이 본 글
오늘 18 | 전체 46212
2005-12-30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