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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강인욱] 고고학이라는 육체노동에서 길어내는 깨달음 | Memento 2020-04-0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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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강인욱 저
흐름출판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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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고학이 보물찾기가 아니라 유물을 통해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들이 우리와 다를 것 없는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소중한 깨달음(p.649)”을 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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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과 출신이다 보니 고고학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없었다. 인디아나존스나 보물찾기는 결국 범죄의 현장이거나 고된 노동의 결과임을 안다. 발굴 현장에 참가(본인은 참가라 했지만 아무리 얘기를 들어봐도 단순 아르바이트)했던 친구의 말로는 순전히 육체노동이라 했다. 그리고 철저한 계급이 있는데 고참이고 관리자일수록 발굴도구가 가벼워진다고 했다. 친구처럼 초짜나 아르바이트생은 삽을, 전문가일수록 붓이나 솔 같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내가 직접 참여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진실인지 아닌지 전혀 모르겠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군복무를 한 친구도 비슷한 증언을 했으니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겠지만, 그 친구들이 과장을 했을 수 있다. 어쨌든 고고학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는 고된 육체노동이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경주나 로마와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발굴 현장은 험한 곳에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니 당연한 결과다.

학생시설 답사 중에 유적 발굴현장을 먼발치에서 바라본 기억이 있다. 희미하지만 그때 느낌은 마치 재개발 현장 같았다. 자연의 모습은 파괴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어떤 규칙성은 있었다. 네모 반 듯 한, 건물이나 유적이 있었던 흔적에 따라 땅은 참호와 같이 가지런히 헤집어져 있었다. 저자는 고고학은 이 파괴의 행위가 있어야만 유물을 찾을 수 있고, 과거의 사람들을 불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도, 고고학도 멸망과 파괴를 공부하지만, 고고학이 좀 더 직접적이다. 파괴와 멸망의 흔적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고학은 인간의 흥망성쇠와 그 운명을 같이하는 학문이(p.642)”라 정의한다.

고고학과 역사학은 서로 유기적인 학문이다. 사실상 서로 떼어낼 수 없다. 개인적으로 역사학보다 고고학이 더 흥미롭다. 배워보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아마도 상상력의 범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새로운 발견 앞에서 최대한 상상력을 억제하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p.547)”지만 실제 유물을 앞에 놓고 있으면 없는 상상력도 일어나기 마련(p.547)”이라고 고백한다. 그만큼 상상력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더 크다. 따지고 보면 영상보다 문자의 빈 공간이 더 넓다. 문자보다 유물의 빈공간이 더 크다. 빈 공간의 넓이만큼 상상력이 발휘될 여지가 많다. 역사가 그렇듯 고고학도 유물과 유물 사이를 더 그럴싸한 상상력(가설)로 채워나가야 한다. 물론 그 사이를 역사학보다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신기술들을 통해서 메워나가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고고학이 역사학보다 더 어려운 학문일 수밖에 없다. 상상력이 많이 발휘되어야 한다는 말은 그만큼 간극이 크다는 말이다. 간극만큼 오랜 시간을 헤매어야 한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렇기에 과거를 연구하지만 미래를 바라본다고 말한다. “고고학이 다른 어떤 학문보다 미래를 지향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자료로 과거들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고고학이 미래를 지향하는 학문인 이유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고학은 더욱 더 진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p.629)”이라고.

역사학과 고고학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 결국 고고학이 보물찾기가 아니라 유물을 통해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들이 우리와 다를 것 없는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소중한 깨달음(p.649)”을 얻는 길이다. 고고학이 그러하듯 역사학도 그러하다. 결국, 우리가 어떠한지를 배워가는 것이다. 결국 인문학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배워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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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는 모은 땅 속에 있어야 하지만 머리는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훨훨 다녀야 하는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경우의 수를 꿰고 있어야 하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끊임없이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는 만능학자이기도 하다. p.7

고고학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바로 유물을 통해 죽어 있는 과거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고학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그 유물들이 원래의 기능을 잃고 땅속에 묻혀야 합니다. , 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죽고 난 다음에 고고학자들은 다시 그들을 꺼내어 부활시킵니다.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하는 셈입니다. p.18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죽음으로 수렴이 되어 망각이 되고, 망각되어(p.20)버린 기억은 다시 유물이라는 몸으로 부활합니다. 고고학자에게 유물이란 다시 살아난 기억의 편린입니다. 이렇게 죽음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고고학입니다. p.21

무덤은 죽음이라는 원초적인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죽음이 다시 태어나는 황홀한 경험의 장으로 만들었다. 사람의 죽음이라는 가장 꺼리는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무덤을 만들고,(p.54) 그들을 기억하는 제사를 마치 축제처럼 지냄으로써 고대 사회는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었다. 무덤에는 이처럼 인류의 생존 비결이 담겨 있다. p.55

무덤 하나하나는 곧 내세에서의 복을 기원하는, 죽은 사람들을 위해 산 자가 남긴 마지막 사랑이다. p.55

로버트 던바는 요리를 통해서 인간에게 필요한 사회적인 시간을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을 통한 요리의 사용은 이렇게 복합적으로 인간의 진화에 작용하고, 인간의 사회성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했다. p.96

재를 보면서 불을 느낀다는 것은 얼핏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고고학자가 발굴하는 유적은 마치 타고 남은 재와 같다. ... 지금 남은 것은 불을 태운 흔적과 재뿐이다. 하지만 그 불의 흔(p.99)적을 가진 흙들을 발굴하다 보면 그 위에서 벌어진 수많은 의식, 요리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p.100

중요한 것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자기 안의 뜨거운 열기를 꺼드리지 않는 것이다. 불과 재는 둘 다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다. 단지 형태만 다를 뿐이다. 내 안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여겨질 때, 재 속을 헤집듯 자기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 p.103

이 자그마한 뼈로 만들어진 인삼 채취(p.144) 도구는 발해사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한 단서이다. 역사를 보면 발해는 추운 극동 변방 지역의 북쪽으로 영토를 확장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최근까지도 사람들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험한 산악 지역이다. 이런 곳에까지 왜 발해가 진출했을까 하는 궁금함은 바로 경제가치가 높은 물품들(인삼, 모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 사소한 유물들이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p.145

지식이라는 것에 사유, 성찰 그리고 자기의 절제가 더해져야만 지혜는 생겨난다. p.171

음식에 대한 탐닉은 단순히 먹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진화를 이끄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p.293

진화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서로의 몸을 쓰다듬는 과정은 중요한 요소였음을 지적한다. 특히 로버트 던다는 이러한 행위를 그루밍으로 규정짓고 인간 역시 서로를 어루만지고 느끼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유대를 키웠으며, 여기에 음악과(p.351) 언어가 더해지면서 현대 인류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p.352

고고학자들은 발굴을 수술 자국이 작을수록 좋은 외과수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p.391

문화재 조사의 핵심은 불가역성’, 즉 한번 발굴한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데에 있다. p.404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고고학도 그러하다. 과거의 유적이 파괴되어 우리에게 그 속살을 보여 줄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인들의 모습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상처를 당연시하고 발굴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후대에 물려줄 유물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p.406

다른 사람의 행복을 침해하여 이득을 얻으면 그 욕심에 편승한 또 다른 개인이 등(p.426)장한다. 그 개인들이 모이고 모여 집단이 되고,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맹목적인 광기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단순히 하나의 거대한 이념으로만 집단 이기주의를 판단한다면, 그것은 언제든 다시 출현할 수 있다. p.427

전쟁과 고고학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파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전쟁이 현(p.429)실 사회의 구조를 파괴하는 것이라면, 고고학은 지층의 구조를 파괴하여 그 속에 있는 유적과 유물을 꺼낸다. 전쟁은 서로를 파괴하는 행위를 통해서 새로운 사회의 질서를 부여한다. 고고학은 땅을 파헤쳐서 자연에 숨어 있는 유적과 유물을 꺼낸다는 점에서 유적을 파괴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전쟁에서 승자가 그 이후의 세상을 재편하듯이 유적을 파괴하고 그 속의 유물을 꺼내서 과거를 다시 재편하는 고고학자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서로 닮아 있다. p.430

너무나 많은 전쟁의 과정이 자신들의 논리에 맞게 일방적으로 서술되었다. 고고학을 동원해서 그 과정들을 객관적으로 남겨 놓는 것이 필요하다. 수백만 명이 쓰러져간 그 과정을 어떻게든 기록해서 전하는 것은 우리 고고학자들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p.471

우리 주변에 사라지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이 시대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생겨나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때문에 우리는 소비할 뿐, 남기거나 간직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이어져야 하는 건 이어져야 할 이유가 있는 법이다. p.481

문명이란 어둠과 혼돈의 깊은 바다위에 떠 있는 얇은 얼음장과 같다.” - 위너 헤어초크(독일 영화감독) p.483

인류 역사의 원동력은 과거 익숙해진 것과의 결별에 있었다. 지리나 환경의 변화를 거부하고 지나치게 이전의 사회나 문화에 집착을 했다면 현생인류는 완전히 멸종되었을지도 모른다. p.484

조상의 위대함이 나의 위대함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정예푸(중국 인문학자, 작가) p.507

고고학자들의 어떠한 주장이든 유물에 기반이 되어야 한다. 고고학자에게 진실은 유물에서 시작해서 유물로 끝난다. 고고학자들은 새로운 발견 앞에서 최대한 상상력을 억제하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실 실제 유물을 앞에 놓고 있으면 없는 상상력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물을 두고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고학 유물의 가변성에 있다. 문헌을 주로 연구하는 역사와(p.546) 달리 고고학이 대상으로 하는 유물들은 매일 새롭게 쌓인다. 언제나 고고학자들의 주장을 뒤엎는 새로운 발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두 개의 발견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p.547

고고학자에게 명성은 마치 헤엄치는 고래와 같다. ... 너무 오랫동안 수면 밑에 있어서도 안 되지만 수면 위에 계속 머물러서도 안 된다. p.547

많은 사람들은 고고학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역사를 밝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고고학의 목적은 역사 기록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과거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밝히는 것이다. p.572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다 공짜야. 그걸 눌릴 줄 알면 부자인 거야.” p.627

고고학이 다른 어떤 학문보다 미래를 지향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자료로 과거들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고고학이 미래를 지향하는 학문인 이유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고학은 더욱 더 진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629

기술이 발전하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있(p.641)어야 할 인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현대의 고고학자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부여되는 것이다. 고고학자로서의 안목과 식견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고고학자들의 본연의 목적인 과거의 유물을 통해 사람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에 더 집중해 사유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사람을 연구하는 고고학의 진정한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p.642

고고학은 인간의 흥망성쇠와 그 운명을 같이하는 학문이다. 인간이 생존을 거듭하며,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느낄 수 있는 지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고고학은 이어진다. p.642

고고학이 보물찾기가 아니라 유물을 통해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들이 우리와 다를 것 없는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소중한 깨달(p.649)음을 여러분께서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펴냅니다. p.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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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시대,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김대식] 질문하는 법, 그것이 생존의 비결 | Memento 2020-04-0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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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김대식 저
창비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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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생존 방법은 바로 올바르게 질문하는 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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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4차산업혁명의 해였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절정이었다. 알파고의 승리로 대결이 마무리되자 여기저기서 많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코딩교육이 필요하다.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등등 우려와 기대 섞인 혼란의 시기였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논의 보다는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 마케팅, 돈벌이 수단으로서의 논의가 많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시대를 올바로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개인적으로 질문하는 것이라 믿는다. 서로 묻고 물어야만 한다. 그 속에서 우리의 미래에 대한 합의가 나오고, 새로운 상상력이 생긴다고 믿는다. 사실 한국사회 만큼 질문이 금기시 된 나라, 질문하는 법을 배울 수 없는 나라도 드물다. 의문을 가진다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고, 자칫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시절이 길었다. 강력한 공동체 의식이라는 장점은 다양성과 사회적 관용을 막기도 했다. 이유는 많겠다. 어쨌든 우리는 질문을 불편해 하고, “질문자를 비난한다. 특히 수업이나 강의를 마쳐야 하는 순간에는 더욱더.

그렇기에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보다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의 답을 찾는 것이 훨씬 중요(p.83~84)”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수단(인공지능)이나, 현상(일자리 감소)에 집중하기 보다는 본질, 인간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는 말을 곱씹어 본다. 알 수 없는 것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공포는 길을 잃게 만든다. 수단과 현상에 집중하면 할수록 해결은 요원하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의미를, 삶의 양식을 만들어야 한다. 의미는 질문으로 만들어진다. 질문의 답이 삶의 양식을 만들어 낸다. 코딩 교육. 중요하다. 과학적 기술에 대한 이해. 중요하다. 그것들의 가치를 무시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의문을 가지는 일. 그리고 질문을 하고 올바르게 찾아내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사회적 다양성을 갖추고,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일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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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은 쉽고, 쉬운 일은 어렵다.” -한스 모라벡 (p.25) ... 모라벡의 역설을 풀어서 설명하면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기계한테 쉽고, 기계한테 어려운 일은 인간에게 쉽다.’는 것입니다. p.26

언어의 해상도가 생각의 해상도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알기 시작했습니다.(p.30) ... 언어의 해상도는 왜 그렇게 낮을까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유명한 확장된 피노타이프(phenotype, 표현형) 이론이 어느 정도 해명해줍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자신이 포함된 유기체 외에 다른 개체들까지도 운반자로 만들어버린다고 했습니다. 유전자의 복제가 자신이 속한 유기체 너머로 확장되어전 세계에 자신의 표현형을 발현한다는 것이지요. 이 이론을 언어에 적용하면, 언어란 내 머릿속의 정보를 100%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그보다 언어의 핵심은 내가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대신하도록 제어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어요. (p.31) ... 언어는 내 생각을 정확히 그려주고 표현하는 붓이 아닌, 단지 세상을 제어하기 위한 한정된 표현만을 허락하는 텔레비전 리모컨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p.32) ... 즉 내 의도의 해상도가 아주 높다 해도 그것을 전달하는 수단의 해상도까지 높을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 인공지능을 개발하면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생각의 해상도와 언어의 해상도가 똑같다고 착각한 것입니다. ...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이 세상에 있는 정보의 용량은 제타바이트 수준이라고 합니다. 1제타바이트는 11000억 기가바이트입니다. 어마어마한 정보인데, 그중에서 정량화되고 체계적으로 잘 짜인 정보는 10퍼센트 정도라고 하지요. 나머지 90퍼센트는 완벽히 표현할 수 없는 정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언어로 기계(p.33)에 세상을 가르치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겠습니다. p.34

딥러닝을 이용한 덕에 이제는 기계가 세상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p.49

평생 변하지 않는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뇌가 나라는 존재를 일관성 있게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p.68

200년 전 사람들은 보면 말도 안 되는 풍경 아닐까요?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 쇳덩이를 들었는데, 지금은 여가시간에 취미로 쇳덩이를 들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재미있는 현상을 찾아낼 수 있는데, 세상이 변화하면서 노동과 여가가 뒤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일어날 것입니다. p.81

인공지능으로(p.83) 무엇을 할 수 있을까보다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의 답을 찾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p.84

기술 발전보다 빠르거나 최소한 비슷하게 사회제도를 정비하는 것, 우리에게 닥친 중요한 과제입니다. p.92

기술의 발전은 사회, 경제, 정치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영향에 대비하여 사회, 경제, 정치를 정비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p.94

기계와의 협업을 위해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p.99

인공지능에는 약한 인공지은과 강한 인공지능이 있으며, 그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자율성의 유무라고 했습니다. p.103

강한 인공지능이 무서운 이유를 말해보지요.(p.108) ... 첫 번째 이유는 인간이 만들되 인간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자율성을 가진 강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어떻게 판단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p.109

어쩌면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이 우리 인류가 진정으로 계몽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그동안 유일하게 지능을 지닌 존재로서 지구를 마음대로 바꾸고 서로 죽이며 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능을 지닌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난다면 더 이상 그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가장 똑똑한 존(p.112)재라는 지위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역사상 처음으로 다른 종에 인간을 이해시켜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함께하는 것이 좋다고 강한 인공지능에 말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어진 역사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바꿔야 합니다. 인간 스스로 지구에 있어야 하는 존재가 되어야겠지요. p.113

창의성의 핵심은 기존 언어와 규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비정량적 정보라는 점이겠지요. p.128

인공지능 시대에 무슨 직업이 유망할까 하는 질문은 바꾸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차피 정확히 알 수 없는 미래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상위 1퍼센트의 실력을 갖출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보길 권합니다.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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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시대,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정혜신] 단 한 가지 | Memento 2020-04-0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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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세트] 지혜의 시대 (총5권)

김대식,김현정,노회찬,변영주,정혜신 공저
창비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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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워야 하는 단 한가지만 꼽으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잘 이별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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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그 날. 수많은 영상 중 아직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영상 하나가 있다. 침몰하는 배 속, 플라스틱 의자로 창문을 내려치지만, 깨지지 않는 창문. 해수면 아래로 사라져 가는 주저앉아 좌절하는 학생의 모습. 그 절망스런 표정, 무력한 감정. 그 날 이후로 슬픈 영화나, , 드라마는 가급적 피하고 있다. 그 모든 슬픔의 순간, 좌절의 경험 속에 그 날의 영상이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상흔을 남겼다. 수많은 생명이 가라앉고, 한국 사회의 오랜 병폐가 올랐다. 개인 차원의 문제도 드러냈다. ‘가만히 있으라그만해라, 그 정도 했으면 됐다.’ 우리 개개인의 공감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우리의 삶은 근본적으로 벼락같은 이별을 한 이들의 삶과 한 치도 다르지 않(p.10)”음을 외면한 채, 조롱하고 비난하고, 심지어는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용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겹다고, 돈에 환장했다고 말한다. 알고 있다. 충분히 짐작가능하다. 모두가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 그래도 최소한의 염치는 가질 수 있을 텐데... 한 때, 그런 사람들을 저주하기도 했다. 타인의 고통을 저렇게도 비난한 사람 역시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고통을 겪기를 말이다. 상실의 고통을 겪을 때 그 누구에게도 공감 받지 못하기를. 오히려 철저히 외면당하고 그 아픔과 절망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기를 말이다.

책을 보며 저주를 거둬들였다. 우리는 매 인생을 살면서 이별하고 있음에도, 누군가에게도 이별하는 배운 법이 없다. 나 역시 이별의 순간마다 들은 말을 떠올려 보면 가만 있으라’, ‘그만하면 됐다였다. 슬픔을 나눌수록 약점이 되어 돌아오는 세상이다. 결국은 참고, 견디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올바르게 배울 기회가 없었다. 슬픔을 해소하고 나눠 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공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나 역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정혜신 박사님이 말하는 심리적 사회안전망’, “내 가족이나 친구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혹은 내게 그런 일이 생겼을 때 그 고통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는 것(p.24)”의 중요성을 되새겨본다. 우리 사회는 물리적 사회안전망도 약하지만, 심리적 사회안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정이 많은 한국인이라지만, 그 정을 나눌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서로의 심리적 사회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가해자들은 모른다. 오히려 죄의식이 없다. “희생자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죄의식을 나눠가(p.82)”진다. 사랑하기 때문에.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서로를 위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뒤 슬픔에 대처하는 법(p.31)”을 배워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고통은 상처를 드러내는 데서가 아니라 드러낸 상처(p.7)에 대한 내 시선이나 태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치유가 결정된다.(p.8)” , “‘사랑하고 사랑받은 삶을 살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죽음에 대한 진정한 대비(p.123)”.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다. 자신을 드러내고 말하는 일은 어렵다. 오히려 가족이나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가 더 어렵기도 하다. “무조건 피하려고 하면 나중에 그에 대한 심리적 대가를 고스란히 치르게된다. “에누리는 없(p.140)”.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우리는 서로의 심리적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사랑하고 사랑 받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고 몰입(p.125)”해야 한다.

온갖 비난과 악플을 쏟아냈던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어쩌면 그들은 사랑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공정성이나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며 울고 있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그 자신이 사랑받지 못했기에 그러는지 모르겠다. 결국 그들도, 우리도, 피해 받은 사람들도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다. 사랑하는 일, 그래야만 우리가 서로에게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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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치유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내 상처의 내용 자체를 드러내는 데서 비롯하지 않는다. 드러낸 상처(p.7)에 대한 내 시선이나 태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치유가 결정된다. (p.8) ...

삶을 제대로 사는 것(1)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내가 제대로 살았다는 것을 조망하고 확인인하는 행위(2). p.9

사랑하는 사람과 급작스럽게 이별을 한 사람들의 남은 삶이 주체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것은 상당 부분 삶에 대한 정리와 확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p.9

우리의 삶은 근본적으로 벼락같은 이별을 한 이들의 삶과 한치도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벼락처럼 잃고 홀로 남거나 사랑하는 이를 남겨두고 이별의 인사조차 남기지 못한 채 떠나(p.10)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 둘 중 하나가 우리의 삶이다. p.11

본래 사회안전망이란 ...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말합니다. 우리 삶의 물리적 토대가 되는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조금 더 폭넓은 관점에서 사회안전망을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회안전망은 내 가족이나 친구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혹은 내게 그런 일이 생겼을 때 그 고통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24

다들 이제 그만하라는 말 때문에 피해자인데도 오히려 죄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그만해라, 그 정도 했으면 됐다.’라는 말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내 슬픔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극단의 고립감을 부추기는 무서운 말입니다. p.27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뒤 슬픔에 대처하는 법입니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살면서 한번은 반드시 직면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p.31

모든 고통은 개별적이다. p.45

슬픔이나 고통의 감정을 누르면 즐거움, 기쁨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도 같이 눌러집니다. 희로애락의 감정선 자체가 평평해지는 겁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전보다 덜 힘들고 잘 견디다 싶어 내가 더 성숙해졌나 착각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닙니다. p.58

상처를 존중받고 아픔을 깊이 공감받는 과정을 통해(p.61) 상처 입은 사람은 다른 상처의 치유자가 됩니다. p.62

목숨을 버리는 이유는 각자가 처한 환경과 기질, 심리적 상황에 따라 다 다르지만 대개의 자살자들이 목숨을 끊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직면하는 감정은 자기모멸감과 무력감입니다. p.76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죄의식을 갖는 게 아니라 희생자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죄의식을 나눠가집니다. 죽음에 책임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는 겁니다. p.82

타인의 고통과 심리적으로 연결된 존재, 감정이입을 잘하는 탁월한 공감력의 소유자들이 갖는 감정이 죄의식입니다. p.82

큰 슬픔을 당했을 때 눈물 흘리며 슬퍼하고 죄의식을 느끼는 것은 참담한 재앙의 현장 속에서 널빤지 조각을 잡는 것과 같습니다. 살아 있다는, 살아갈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여 한 인간으로 생생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p.84

사람의 마음은 항상 옳습니다. 어떤 감정이 떠오르든 옳습니다. p.96

노는 일, 휴식은 성찰과 깨달음, 자기객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깨달음과 자기객관화가 일어날 때까지 쉬는 것이 내게 필요한 적정 휴식 시간입니다. 그것이 자신에 대한 존중이고 예의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p.109

죽음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는 그렇게 열어둬야 할 것 같아요. 실제 상황은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와 전혀 다를 테니까요. p.115

죽음을 위한 대비는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사실 외에는 없다. (p.122) ... 더 정교하게 말하자면 사랑하고 사랑받았다가 아니라 사랑하고 사랑받은 삶을 살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죽음에 대한 진정한 대비인 것 같습니다. p.123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고 몰입하는 행위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것이 제가 내리는 사랑의 정의이기도 합니다. p.125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에게 용서를 말하는 사람은 트라우마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사람입니다. p.130

사랑의 실체를 알고 서로 확인하는 일. 그것을 딸아이의 삶에 빛의 속도로 퍼부어주는 일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딸과 엄마 모두를 꼿꼿하고 단단하게 지켜주는 유일한 방패가 될 거에요. 죽음 앞에서는 아이나 어른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p.133

우리 어른들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어떤 충고나 성급한 조언이나 염려를 보태지 않고 아이들의 옆에서 견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방해하는 조바심이나 편견, 두려움을 이겨내는 일이 어른들이 노력하고 해내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p.137

지금 내가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잊으려고 한다는 건 그만큼 괴롭다는 증거입니다. 무조건 피하려고 하면 나중에 그에 대한 심리적 대가를 고스란히 치르게 됩니다. 에누리는 없습니다.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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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전쟁-존 스칼지] 재미와 상상력, 거기에 의미까지 | Memento 2020-04-0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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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세트] 존 스칼지 5종 세트

존스칼지 저
샘터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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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을 구매할 때 가장 큰 기준은 재미다. 무슨 책이든 일단 재미가 없으면 좀처럼 읽기가 어렵다. 특히 소설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목적 지향적인지 모르겠다. 의미가 없다면 최소한 재미라도 있어야 돈 값을 할 게 아닌가. (소설이 의미가 없다는 뜻이 절대로 아니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시간도 많지 않다. 두 번째는 적당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이다. 소설이라는 것은 허구를 기본으로 한다지만 개연성이 없다면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SF 소설의 경우에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먼 미래의 이야기이거나, 나에게는 너무나도 먼 과학을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허무맹랑한 소리를 듣고자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독서에 투자하는 게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부자도 아니고,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이 두 가지를 잘 해낸데다, 의미까지 녹여낸 소설이라면 필히 명작의 반영에 들지 않을까. 존 스칼지의 노인과 전쟁은 이 모두 충족한다. 우선 재미있다. 박장대소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낄낄 거리며 읽을 수 있다. 이런 유머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거기에 잘 짜여 진 세계관은 정말로 그럴싸하다. 미래의 정체된 지구와 우주를 무대로 종횡무진 싸워대는 인류의 모습은 지금 당장 벌어진다 해도 믿어질 정도다.

그렇다고 의미를 놓치지도 않는다. 늙음, 삶과 죽음, 사랑, 전쟁에 대한 단상들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주인공의 단상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케 한다. 우주로 진출한 인간은 우주에 적합한 신체로 정신을 이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전투를 위한 병사에만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 생로병사 중 죽음을 빼고 극복해낸 셈이다. 심지어 유령여단의 경우 일반적인 인간의 삶의 경로와는 매우 다르다. 더 이상 인간의 특성을 가지지 못한 존재들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우리가 기존에 정의하고 있던 인간의 범주에 들어올 수 있을까. 만약 인간의 생존을 위해 인간의 특성을 포기해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성을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그들과 생존해야 할까.

소설 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 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외계인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범주를 넓혀서 해석해야 하는 상황을 강제한다. 인간 외의 존재들에게는 결국 그놈들이 그놈들, 똑같은 놈들로 보일테다. 서양 사람들이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이 아니라 아시아인으로 묶어서 이해하듯 말이다. 우리 내부적으로 변화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헤매는 동안 외계인은 인류를 정의하고 판단한다. 우리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미지의 존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무지와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무지의 장막에 싸여 생존을 선택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제한적이다. 일단 거부하고 보는 것이다. 각 종족들이 무한 투쟁의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소설의 현실이다. 무한 투쟁의 상황 속에 주인공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앞으로 남은 이야기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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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의 문제점은, 욕 나오는 일이 하나씩 벌어지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는 사실이다. p.23

단순하지만, 단순하다는 것은 쉽다는 것과 같지 않다. p.345

그럭저럭 괜찮은 사내였다. 제도는 빠진 톱니바퀴를 메웠다. 그리고 나는 비베로스가 그리웠다. p.404

날 괴롭히는 게 그건지도 몰라. 결과에 대한 감각이 없어. 난 방금 살아 있는, 생각하는 존재를 집어서 건물에 집어 던졌어. 그런데 전혀 괴롭지가 않아. 그게 괴롭지 않다는 사실이 괴로운 거야, 앨런. 행동에는 결과가 있어야 해. 최소한 우리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하고 있는지, 훌륭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짓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아야 해. 난 내가 하는 짓이 전혀(p.419) 끔찍하지가 않아. 그게 무서워. 그게 의미하는 바가 무서워. 난 저주받을 괴물처럼 이 도시를 짓밟고 다녀. 그러면서 내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하는 거야. 내가 무엇이 되었는지를. 난 괴물이야. 자네도 괴물이야. 우리 모두가 인간 아닌 괴물인데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도 안해.” p.420

그저 자네들이 여러 가지에 대해 다른 관점을 보이는군. 그런데 자네들의 이유가 궁금해져.” “무슨 이유요?” 보어가 말했다. “왜 싸우는지. 알겠지만 CDF에 있는 사람 대부분은 나와 비슷해. 그리고 개척행성 주민들은 대개 자(p.582)네들과의 차이가 나보다 더 심해. 그런데 왜 그들을 위해 싸우나? 그리고 왜 우리를 위해 싸우나?” “저흰 인간입니다. 소위님과 마찬가지로요.” 맨델이 말했다. “DNA의 현재 상태를 감안하면 그렇게 말하긴 힘든데.” “소위님은 스스로가 인간이라는 걸 아시죠. 저희도 그렇습니다. 소위님과 저희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가깝습니다. 저희는 CDF가 신병을 어떻게 고르는지 압니다. 소위님은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개척민들을 위해 싸우시죠. 과거 언젠가는 소위님 조국의 적이었던 이들인데도요. 왜 그들을 위해 싸우십니까?” “그들이 인간이고, 내가 그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했으니까. 최소한 시작은 그렇네. 지금은 개척민들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야. 아니, 물론 그들을 위해서 싸우기는 하지만, 빝바닥을 들여다 보면 난 내 소대와 분대를 위해 싸우고, 싸웠어. 나는 그들을 지키고 그(p.583)들은 날 지켰지. 나는 그저 동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싸웠어.” 멘델을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싸우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소위님. 그게 우리 모두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셈이군요. 알게 되어 기쁩니다.” p.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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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딸, 총을 들다-정운현] 이름, 명예, 자존, 긍지보다는 우선 급한 것이 생활이었다. | Memento 2020-04-0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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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조선의 딸, 총을 들다

정운현 저
인문서원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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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명예, 자존, 긍지보다는 우선 급한 것이 생활이었다. [장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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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명예, 자존, 긍지보다는 우선 급한 것이 생활이었다. <장강일기>

 

임시정부의 안주인으로 불리는 정정화 선생님의 저서에 있는 글이다. 우리는 적과 싸우는 것보다 앞이 까마득한 기나긴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더 어려운 일(제국에서 민국으로 가는 길, 박광일, p.54)”임을 잊고 산다. 매일매일 먹고 살기 위해 애쓰면서도, 정작 우리의 삶을 지지해주는 소중함을 잊고 산다. “비범한 힘은 평범한 일상에서 축적된다.(다산의 마지막 공부, 조윤제, p.45)” 우리 일상의 생활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가치로 눈에 보이지 않는 돌봄과 가사의 영역, 복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인색하다.

그뿐인가. 이러한 부정당한 평가는 여성의 활동영역을 축소해 왔다. 여자라서 돌봄에 적합 한게 아니다. 오히려 남자도 돌봄에 적합할 수 있다. 개인과 성향의 차이를 여성이라는 잣대로 한정지어 강요해 왔다. 이런 차별은 우리 근현대사에 수없이 나타난다. 이념에 따라서 역사의 절반을 버렸고, 성의 잣대로 절반의 가능성을 매장했다. 그 결과 수많은 여성 독립 운동가를 잊어버렸다.

 

폐물폐지부인회 취지문

나라 위하는 마음과 백성 된 도리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는 것인데 거국적인 운동에 부인 참여의 방법을 논하지 않았으나, 여자는 나라의 백성이 아니며 화육중일물이 아닌가? 남자들은 단연으로 구국 대열에 참여하였는데 반해 우리 여자는 패물 폐지로 참여하였다.”

 

나라를 되찾는 일에 성별이 문제고, 성적 취향이 문제고, 이념이 문제인가. 당장에 내 조국, 내 가족이 죽어가는 마당에. 그러한 피와 땀, 눈물로 나라를 되찾았건만 정당한 평가를 하고 있는가. 성별, 이념적 문제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은 짐을 지우고 있는가. 마찬가지로 과거에도 짐을 지우고 있는가. 남녀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그 그늘 아래 살고 있다. 여성운동가들의 헌신과 노력은 절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이 조그만 기여가 되리라.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다 기억할 수는 없을 테다. 다만,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 운동가를 예우해 드린다고 생각하자. 한 정치가는 말했다. 외계인이 침공하면 일본과도 협력을 해야 한다고. 악독한 침략자와 싸우는 독립운동에 신분의 귀천도, 이념도, 성별도, 나이도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다.

HISTORYHIS-STORY이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진실이 사라졌는가. 이미 잊혀진, 기록되지 않은 분들의 헌신이 이 자리에 우리가 있게 했다. HER-STORY까지 온전히 기록하고 기억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HISTORY가 되지 않을까.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모습을 작게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졌으면 좋겠다. 이 책은 거기에 가장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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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뭔가를 하면 대개 전업이 된다. 그러나 여성은 그렇지 못하다. 직업은 직업대로 있으되 가사는 고스란히 남는다. 밖에서는 직업인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내요, 엄마요, 주부의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도 그와 비슷했다.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뒷바라지는 티도 잘 나지 않는다.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 챙긴 것을 누가 독립운동으로 쳐주겠는가? p.5

여성 항일투쟁사는 1919‘3.1혁명을 분수령으로 크게 세 시기로 나눌(p.20) 수 있다. 첫째, 3.1혁명 이전 시기에는 전통적 여성상을 탈피하기 위한 계몽운동과 국채보상운동 참여, 그리고 극소수이긴 하나 의병투쟁 참여를 들 수 있다. 둘째, 3.1혁명기에는 여성의 항일투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 만세시위를 선도하였다. 셋째, 3.1혁명 이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여성 항일투쟁이 꽃을 피웠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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