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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애프터 쉬즈 곤

카밀라 그레베 저/김지선 역
크로스로드 | 2019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생각지 못한 반전이 가다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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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지원을 잔뜩 받겠지. 오름베리 사람들은 절대 받지 못한 지원을. 공장들이 문을 닫고 마을이 서서히 시들어 죽어 갈 때조차. 심지어 우린 여기서 태어났는데도,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지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름베리. 

한때는 산업화로 활기를 띤 도시였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떠나가고 100여 명의 사람들이 드문드문 살고 있는 외딴 마을.

깊이를 알 수 없는 숲이 장벽처럼 버티고 있는 그곳에서 말린은 십 대 시절 어린아이의 시체를 발견한다.

 

말린은 커서 경찰이 되어 지긋지긋한 오름베리를 벗어났지만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사라진 후 미제 사건들을 조사하기 위한 팀이 꾸려지고 그 팀에 합류하게 된다.

자신이 발견했던 그 시체의 죽음을 파헤치게 되어 다시 오름베리로 오게 된 말린.

 

한네는 유능한 프로파일러다.

애인 페테르와 함께 수사팀을 꾸리면서 2달간의 휴가를 짧게 끝마치고 일로 복귀한다.

하지만 그녀는 치매를 앓고 있다. 점점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그녀는 매일 일기를 쓴다.

페테르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던 그녀는 어느 날 숲속에서 맨발에 엉망진창이 되어 살아왔지만 아무것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

일기장도 잃어버리고, 페테르까지 잃어버린 한네.

한네와 페테르는 숲속에서 무엇을 했던 걸까?

 

제이크의 이름은 제이크 질레한이라는 미국 배우 이름에서 따왔다.

그래서 호모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것이 별명이 아니라 진짜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알코올에 의존하고, 누나는 십 대의 호르몬을 뿜어대며 남자친구와 놀러 다니기 바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제이크는 엄마의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숲속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한네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의 일기장을 손에 쥐게 된다.

 

말린, 제이크, 한네의 일기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축은 실종된 페테르의 수색을 배경으로 각자의 이야기가 사건과 맞물려 이어진다.

한네의 일기장을 손에 쥔 제이크는 점점 오래전 살인사건의 진범에 다가가고

말린은 오름베리 태생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페테르의 수색과 옛 살인사건을 조사하지만 별 진전이 없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난민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고, 말린 역시 그 정서를 무시하고 싶지 않지만 도시에서 온 수사팀은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한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말린은 자신이 예전에 발견한 소녀의 시체가 난민 소녀의 시체라는 걸 알게 된다.

한네가 탈출한 곳이 어딘지, 페테르는 어찌 되었는지를 수사하는 동안 그들은 시체를 하나 더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네의 피 묻은 신발 한 짝을 찾아낸다.

한네와 페테르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느 나라에나 시들어가는 도시가 있게 마련이다.

한때는 부흥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주력 산업이 바뀌면서 소생하지 못하고 퇴락해버린 소도시들.

직업을 잃고, 삶의 낙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오름베리는 그런 곳이었다.

 

눈 덮인 숲의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는 이야기였다.

기억을 잃어가는 한네의 일기가 눈 속에 파묻혀있던 오래된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어린 제이크는 자신의 변장이 들킬까 두려워 그 일기장을 돌려주지 못하고 호기심에 읽어나간다.

작은 마을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아이는 한네의 일기를 읽어가며 자신과 한네가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 오름베리 사람들은 자기 사람들을 챙긴다.

 

 

이 이야기의 전체가 떡밥에 불과하다.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지는 이야기는 이 스릴러 소설의 느낌을 다르게 변화시킨다.

눈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헤엄치다 강을 만난 느낌이다.

 

작은 마을이라 가능했던 오랫동안 숨겨진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는 순간 이 이야기의 진가를 알게 된다.

 

범죄를 가장한 범죄.

진짜 범죄는 무엇일까?

 

책을 덮고도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누가 가장 큰 죄를 지은 건지.

남겨진 이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안드레아스의 말이 뇌리에서 자꾸 되뇌어진다.

 

말린, 당신이었을 수도 있어요.... 전쟁과 기아를 피해 탈출해야 했던 게 당신이었을 수도 있다고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갇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그런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

전쟁과, 기아를 피해 난민 보트에 타고 떠돌아다니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인류애를 잃어가는 중인 거 같다.

나 역시도.

 

범죄소설을 읽고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역시 이 우주를 떠도는 우주 난민일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

 

처음 읽는 작가 카밀라 그레베.

이야기를 차분하고도 치밀하게 잘 이끌어 가는 작가다.

독자들에게 먹일 한 방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아는 작가다.

그녀의 이야기들을 모두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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