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주의 *
늘 열등감에 젖어 움츠러들고 작아지기만 했던 서린이 오해와 편견을 이겨내고 스스로 우뚝 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녀가 쓴 동화 '모래고기 이야기' 는 그녀 스스로의 모습을 투영한 자전적 소설이었다. 바다도 사막에도 그 어디에도 갈 수 없었던 모래고기가 스스로 바다로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동화가 시교와 주변 좋은 사람들의 영향으로 상어와 모래고기가 함께 공존하는 따뜻한 이야기로 바뀌어간다.
서린에게 있어 언니 서민의 존재는 그녀를 지탱해주던 마지막 동아줄이었다.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냉대를 퍼붓는 부모와 그로 인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지 못하던 가련한 서린을 보듬어주었던 유일한 존재였다. 언니에게 의지하면서도 모두에게 사랑받는 언니를 미워하는 서린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그림을 좋아하던 서린의 재능을 알아봐 준 것도 언니와 그녀의 친구였던 시교였다.
서민을 내내 좋아해왔던 시교가 오랜 시간이 지나고 서린에게 끌린다는 설정이 좀 그래 보일지는 모르나, 서민에 대한 끌림과는 또 다른 느낌이 서린에게는 있었다. 사람에 대한 관계가 서투른 서린이 꼬꼬마였을 때부터 좋아했고, 서민과 시교 사이에는 남녀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없었으니 죽은 서민도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두 사람의 앞날을 기뻐해주지 않았을까...?
혼신을 다해 그린 그림이 훼손되고 그 자리를 미완의 작품이 대신했을 때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아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서린 특유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지만 보는 사람 스스로 상상하고 해석할 여지를 남겨줘서 그런 듯 하다.
우리 인생도 서린의 미완성 그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완벽하면 재미 없잖아?ㅎ
상어와 모래고기는 그렇게 서로를 생각해주며 오래오래 잘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