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주의 *
그리 신을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난나 여신이 레니에에게 해 준 신탁은 이쯤되니 믿지 않을 수가 없다. 레니에는 장난스런 가짜신탁을 즉흥적으로 덧붙이며 신탁을 거절하겠다며 웃었지만 그 신탁은 어김없이 그녀의 운명을 따라오고 있지 않은가!
귀한 두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는 것도, 사실과 오해가 겹쳐 정말 레니에가 그 두 사람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발치에 어른대니 너무나 두려운 마음이 든다.
어쩌면 레니에가 어느 작은 섬 숲에 버려져 노예로 길러진 그 출발부터 운명은 이렇게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주아주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자들의 후손이 하필 그 두 남자다.
서로 같은 하늘을 이고는 살 수 없고 그래서 필연적으로 피를 볼 수 밖에 없는데, 레니에는 이 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온전히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아 슬프다.ㅠㅠ
그저 꿀을 넣은 우유를 마음껏 마시고 몸 누일 벽 한 칸 지붕 한 칸이 필요했던, 소박한 행복을 꿈꿨던 레니에인데 그녀가 가는 곳은 온통 얼음 뿐인 동굴이나 신을 모신다는 대의 아래 온갖 이상하고 끔찍한 일이 자행되는 황금숲이 전부다.ㅠㅠ
그 잔인한 신탁을 믿지 않듯이 운명도 이겨내고 레니에는 진심으로 행복하고 안온한 삶을 만나게 될까...
두 남자를 죽여야 하는 게 아닌, 살려야 할 방법을 좀 찾아봐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