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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딸, 총을 들다-정운현] 이름, 명예, 자존, 긍지보다는 우선 급한 것이 생활이었다. | Memento 2020-04-0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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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조선의 딸, 총을 들다

정운현 저
인문서원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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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명예, 자존, 긍지보다는 우선 급한 것이 생활이었다. [장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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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명예, 자존, 긍지보다는 우선 급한 것이 생활이었다. <장강일기>

 

임시정부의 안주인으로 불리는 정정화 선생님의 저서에 있는 글이다. 우리는 적과 싸우는 것보다 앞이 까마득한 기나긴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더 어려운 일(제국에서 민국으로 가는 길, 박광일, p.54)”임을 잊고 산다. 매일매일 먹고 살기 위해 애쓰면서도, 정작 우리의 삶을 지지해주는 소중함을 잊고 산다. “비범한 힘은 평범한 일상에서 축적된다.(다산의 마지막 공부, 조윤제, p.45)” 우리 일상의 생활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가치로 눈에 보이지 않는 돌봄과 가사의 영역, 복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인색하다.

그뿐인가. 이러한 부정당한 평가는 여성의 활동영역을 축소해 왔다. 여자라서 돌봄에 적합 한게 아니다. 오히려 남자도 돌봄에 적합할 수 있다. 개인과 성향의 차이를 여성이라는 잣대로 한정지어 강요해 왔다. 이런 차별은 우리 근현대사에 수없이 나타난다. 이념에 따라서 역사의 절반을 버렸고, 성의 잣대로 절반의 가능성을 매장했다. 그 결과 수많은 여성 독립 운동가를 잊어버렸다.

 

폐물폐지부인회 취지문

나라 위하는 마음과 백성 된 도리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는 것인데 거국적인 운동에 부인 참여의 방법을 논하지 않았으나, 여자는 나라의 백성이 아니며 화육중일물이 아닌가? 남자들은 단연으로 구국 대열에 참여하였는데 반해 우리 여자는 패물 폐지로 참여하였다.”

 

나라를 되찾는 일에 성별이 문제고, 성적 취향이 문제고, 이념이 문제인가. 당장에 내 조국, 내 가족이 죽어가는 마당에. 그러한 피와 땀, 눈물로 나라를 되찾았건만 정당한 평가를 하고 있는가. 성별, 이념적 문제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은 짐을 지우고 있는가. 마찬가지로 과거에도 짐을 지우고 있는가. 남녀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그 그늘 아래 살고 있다. 여성운동가들의 헌신과 노력은 절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이 조그만 기여가 되리라.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다 기억할 수는 없을 테다. 다만,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 운동가를 예우해 드린다고 생각하자. 한 정치가는 말했다. 외계인이 침공하면 일본과도 협력을 해야 한다고. 악독한 침략자와 싸우는 독립운동에 신분의 귀천도, 이념도, 성별도, 나이도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다.

HISTORYHIS-STORY이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진실이 사라졌는가. 이미 잊혀진, 기록되지 않은 분들의 헌신이 이 자리에 우리가 있게 했다. HER-STORY까지 온전히 기록하고 기억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HISTORY가 되지 않을까.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모습을 작게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졌으면 좋겠다. 이 책은 거기에 가장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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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뭔가를 하면 대개 전업이 된다. 그러나 여성은 그렇지 못하다. 직업은 직업대로 있으되 가사는 고스란히 남는다. 밖에서는 직업인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내요, 엄마요, 주부의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도 그와 비슷했다.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뒷바라지는 티도 잘 나지 않는다.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 챙긴 것을 누가 독립운동으로 쳐주겠는가? p.5

여성 항일투쟁사는 1919‘3.1혁명을 분수령으로 크게 세 시기로 나눌(p.20) 수 있다. 첫째, 3.1혁명 이전 시기에는 전통적 여성상을 탈피하기 위한 계몽운동과 국채보상운동 참여, 그리고 극소수이긴 하나 의병투쟁 참여를 들 수 있다. 둘째, 3.1혁명기에는 여성의 항일투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 만세시위를 선도하였다. 셋째, 3.1혁명 이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여성 항일투쟁이 꽃을 피웠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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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라는 시대 2-도널드 킨] 같은 시대를 같은 방법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었던 인물 | Memento 2020-04-0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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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메이지라는 시대 2

도널드 킨 저/김유동 역
서커스출판상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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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를 같은 방법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었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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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과 비교해 본다면 어떨까. 과연 메이지 천황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한국에서의 고종은 망국의 군주로서,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우유부단하고 무능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를 재평가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감안해도,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일본의 작업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책에 나온 천황에 대한 평가와 비교해 볼 때, 극명하게 대립을 이룬다. “일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동양의 군주국으로부터 열강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근대 국가로 발돋움할 때 그 원동력이 된 존재(p.1066)”에 합당한 평가들이 주로 나온다.

성공한 군주와 실패한 군주. 그리고 성공한 군주가 실패한 군주를 신하로 부리게 된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거나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두 사람 모두 전근대에 태어나 근대의 격동기를 전근대적인 방법으로 헤쳐 나가고자 했다. 한 쪽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방법으로, 한 쪽은 자신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했다. 책의 많은 부분은 메이지 천황의 순행과 군사 훈련 참관에 할애되어 있다. 특히 순행도중 학교를 반드시 들러 교육을 강조했다. 이는 고종 역시 마찬가지였다. 식산흥업을 장려하고 신식군대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주 무대는 현장이 아니었을 따름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물론 이러한 차이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특성에 기인한다.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했던 한국과 유명무실했던 천황과 실권을 쥐고 있던 막부, 분권적 성격이 강했던 일본과는 기반자체가 다르다. 그렇기에 각자 개인의 목표가 다를 수밖에 없다. 조선의 국왕은 모든 것을 가져야만 했다. 사직을 지키는 일이 백성을 지키는 일보다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권력이 강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반면 애초에 가진 게 없던 천황은 달랐다. 오히려 갑자기 본인에게 주어진 권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였다. 그는 적극적인 활용보다는 중재를 택했다. 이렇게 가진 게 달랐던 고종에게 모든 권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근대화를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다소 억울할만하다.

아니면 역사적으로 고종에게 허락된 시간과 메이지 천황에게 허락된 시간이 달랐는지도 모른다. 메이지 천황의 최대 공적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군림했다는 점. p,1087” 뿐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평한다. “메이지 천황에게 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 인물은 가장 허물없이 마음을 터놓는 경우에도, 자신과 조상에 대한 생각이 염두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는데다가 여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나타낼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p.1069” 한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메이지 천황보다는 고종의 면모가 인간적으로 동정이 간다. 알 수 없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미운 사람이 낫지 않겠는가. 물론 그것은 인간적인 면모로 평가할 때에 한정되지만.

결국 긴 책을 읽고서도 메이지 천황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하겠다. “전기 작가의 소임은 대상을 눈앞에 소생시키는 데 있다. p.1069”고 말한 저자가 실패한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저자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전부 다했다. 다만, 대상이 문제거나 독자인 내가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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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천황은 사실 자유를 빼앗긴 양심의 수인이었다. 10년 전, 벨츠 박사가 일기에 쓴 적이 있었다. 천황은 공식적으로 어머니를 1년이면 몇 차례 의례적으로 방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하인 생모는 자유롭게 방문할 수 없었다. ‘기묘한 에티켓의 정화다!’하고 벨츠는 평했다. 천황은 에티켓, 즉 예식을 깰 수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죽기 전에 한 번 만나고 싶어한 천황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p.873

언제나 그런 것처럼 천황의 이름으로 나오는 조칙의 경우 어느 부분이(만약 있다면 말이지만) 천황 자신의 표현인지 분명치 않다. 그러나 아마 이 조서의 내용은 한국의 현재의 운명에 관한 천황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현재의 우리 눈으로 볼 때, 한국을 일본에(p.940) 합병한다는 결단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은 중대한 과오를 범했음을 알 수 있다. 한일 합병이 상호의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한 한국인은 지금까지의 외교 경험을 비추어 이런 일을 예견했어야 했다. 외국(일본)을 위한 이익은 언제나 한국인에게 번영을 가져다주려는 그 어떤 욕구보다 우선한다는 것, 그리고 또한 이런 사실도 알고 있어야 했다. 설사 그들의 명목상의 국왕이 쾌적한 은거 생활을 누리는 일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한국 대중은 착취당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근대 문명의 모든 방면에서 한국인보다 진보해 있던 일본인은 틀림없이, 그리고 주저 없이 그 우월성을 이용할 터이니까. / 그리고 자국의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목적을 순진하게 믿고 있던 일본인들은 이런 점을 깨달았어야 했다. 총독을 앉히고 한국을 지배하는 군인들은 대륙에서 일본의 다음 단계 침략을 위한 도약대의 기능 말고는, 한국에 관심을 기울인 흔적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p.942)을 말이다. 이런 일은 쉽사리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합병의 최악의 국면을 우려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일본인은 지배 민족으로 오만하게 굴었고, 한국인은 일본인의 지배하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터득해야 했다. 그것은 한국인을 때때로 굴욕적으로 만들었다. / 한국 정부가 설혹 일본의 지배가 한국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예견했다 하더라도, 이 시점에서는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합병 조약에서는 왕과 귀족에게 우대 조처를 한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아마 상류 계급이 만족하는 한 무지한 대중이 불만을 가진다 한들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일본인의 신념을 반영한 것임에 분명하다. 이 비슷한 태도는 인도에서의 영국인에게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다. p.943

위대한 왕이란, 예를 들면 스페인의 펠리페 2세처럼 국사를 스스로 조종하기를 바라는 자(p.1039)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우수한 대신들을 신뢰하고, 왕권의 위엄으로 이를 지원하는 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1912.08.22. <코레스퐁당>

메이지 시대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1860년대의 개국에 이어지는 반세기 동안 일본에서 일어난 엄청난 변혁에 매료된 연구자들에 의해, 아마 예상할 수 있는 모든(p.1066) 각도에서 연구되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천황이 그 연구 대상이 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 메이지는 국민들 대다수에 의해 우상시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독자적인 특질을 갖춘 한 인간이라서기보다는, 오히려 일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동양의 군주국으로부터 열강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근대 국가로 발돋움할 때 그 원동력이 된 존재로서 였다. ... 그러나 천황의 치세를 살아본 일본인의 수가 착실히 감소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메이지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명칭으로만 남겨지고 있다. 그의 갖가지 업적 또한 그를 섬기던 군인이나 관리의 업적과 분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p.1066

전기 작가의 소임은 대상을 눈앞에 소생시키는 데 있다. 헨리 제임스의 이름 높은 전기 작가 레온 에델이 일찍이 말한 것처럼, 전기 작가는 그 대상에 흠뻑 빠져야한다. 그러나 메이지 천황에게 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 인물은 가장 허물없이 마음을 터놓는 경우에도, 자신과 조상에 대한 생각이 염두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는 데다가 여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나타낼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p.1069

아마도 그의 최대 공적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군림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점이 거의 같은 시대 인물인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비슷했다. 빅토리아 여왕은 비탄에 잠긴 나머지 군주로서의 임무를 소흘히 했다며 오래도록 신문의 공격을 받아왔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그의 오랜 치세 덕분에 위대한 군주라는 명성을 얻었다. p.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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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조윤제] 비겁한 나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Memento 2020-03-0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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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다산의 마지막 공부

조윤제 저
청림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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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의 비겁함을 인정하고 화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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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과 인문학에 능통하신 직장동료분이 있으셨다. 열정적으로 늘 공부를 하시고, 자신이 깨달은 바를 공유하셨다. 틈날 때 마다 고전을 읽으시고, 되뇌는 모습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존경은 오래가지 못했다. 본인이 말씀하시고 공부하셨던 이야기들이 함께 일하며, 함께 살아가는 데서는 좀체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분께서 살아오신 일생의 삶까지는 내가 알지 못한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내가 바랐던 것은 오늘 함께 일하는 이 순간에 서로 돕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랐을 따름이다. 평소에 말씀하시던 그 이야기 들은 작은 부분이라도 현실에서 이뤄진다면 좋겠다고. 물론 그분이 나쁜 마음이 있거나(있었어도 알 수 없다.) 본성이 악하시거나 하시지는 않다.

어쩌면 나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했지만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 존경의 마음은 미움의 마음으로 바뀌고 말았다. 매일 마주쳐야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가누기 힘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때 스스로의 마음을 닫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마음과 감정은 통제하기 힘들고, 더욱이 그 마음이 행동과 표정에 여실히 드러나는 사람이다 보니 무관심이 최선의 방책이었다. 그게 나를 지키고, 더불어 그 사람도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무수한 잘못을 저질렀다. 최소한 그분과의 삶을 비교해본다면 조금도 나은 점이 없다. 삶에서 말한 바를 지키거나 실현하려는 노력이 없었음은 마찬가지다. 늘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분과 같이 부지런하지도 않다.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것은 그 분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 때문이었음을. “어른이란 스스로를 대하듯 타인을 헤아리는 사람(p.81)”인데, 그 분에게 나와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은 아닌지, 그 분의 티끌만 보고 내 눈의 들보는 놓친 게 아닌지 말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이불을 찰 정도로 부끄러운 상황이 떠오른다. 그때만 그런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가 쭈뼛 선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금 착하고 바르게 살자고 다짐해 본다. 그리 오래가진 않지만.

<다산의 마지막 공부>는 다시금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늘 공부하고, 조심하라고 질책한다. “비범함은 무수한 평범함이 쌓인 결과다.” “비범한 힘은 평범한 일상에서 축적된다. ... 작은 일에 대한 따뜻한 관심, 소소한 일상에서의 충실함에서 비롯된다. (p.45)” 일상에서, 직장에서, 소소한 삶의 행동들이 라는 존재를 완성해 나간다고 말한다. “인간의 완성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남들만큼,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나에게 말한다. “무난하게 사는 것이야 말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인의는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일, 내 마음으로 지켜나가는 할 일(p.184)”임에도 남을 핑계 삼아 스스로 위안을 삼은 게 아닌가 되돌아본다. 다시 또 부끄러울 따름이다.

인간에게는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말에 위안을 얻어 본다. 그분이 나에게 지옥이었듯, 나 역시 지금 누군가에게는 지옥일 테다. 내가 성인군자가 아니고, 그리 될 수 없음은 잘 알고 있다. 다만 노력할 뿐이다. “진정 위대함의 경지는 남다른 것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p.269)”하는 것임을 되새겨 본다. 인간으로서의 본질, 직장인으로서의 본질,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본질을 되새겨 본다. “지키고 싶다면 벽을 세우지 말고 속을 채워라.” 결국 스스로가 바로서야 한다. 내 마음을 지키는 길은 도망치고, 격리하고, 무시한다고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감정과 욕망을 제거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이 제거된다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감정과 욕망은 사람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그것이 있기에 나아갈 수도 있다. 결론은 나 스스로가 마른 나무처럼 그 중앙에 서(p.68)”야 한다. 숨 막히고, 두렵지만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지만, 시대가 나를 휘감고 내가 시대에 살고 있는 한 삶에서 비겁해 질 수 밖에 없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의 비겁함을 인정하고 화해하는 것이다. -신창호, <정약용의 고해>

 

그렇다. 나는 비겁한 사람이다. 늘 부끄러운 짓만 골라서 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수 없기에 사람이고, 그래서 노력하는 삶을 사는 게 인생이다. 분명 누군가에게 지옥일 나 자신에게 작으나마 위안을 건네 본다. 쉽지 않겠지만 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다잡아 본다. 그리고 나를 아껴본다. “스스로에게 모든 정성을 다해 바로 서고자 애써본다.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언젠가 이 글을 쓴 사실을 부끄러워하며 또 후회하겠지만, “인간의 일에서 가장 긴박하고 중요한 때는 잘못이 벌어진 순간이 아니라, 언제나 그 이후(p.89)”라는 말을 믿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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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즉존사즉망 [操則存舍則亡] 붙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잃는다. -맹자 p.27

[1] 약동섭천[若冬涉川](겨울에 살얼음 냇가를 건너듯 ?도덕경) 당당함은 삼가고 반추하는 데에서 나온다.

?구속받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심이 있다.

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사람의 마음은 늘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로지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 그 중심을 붙잡아야 한다. -진덕수<심경찬>

매몰되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섰을 때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바로 볼 수 있다면 자신의 행동이 바른 도리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따질 수 있다. p.40

?어른이라면 자신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어야 한다.

비범한 힘은 평범한 일상에서 축적된다. ... 작은 일에 대한 따뜻한 관심, 소소한 일상에서의 충실함에서 비롯된다. p.45

?당당함은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에서 나온다.

신독[愼獨]이라는 것은 자기 홀로 아는 일에서 신중을 다해 삼간다는 것이지, 단순히 혼자 있는 곳에서 행동을 삼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방에 홀로 앉아서 자신이 했던 일을 묵묵히 되짚어 보면 양심이 드러난다. 어두운 곳에서 스스로를 반추했을 때 부끄러움이 드러난다는 것이지, 어두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감히 악을 행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의 악은 늘 사람과 함께 하는 곳에 있다. -정약용, <심경밀험> p.51

우리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지만, 시대가 나를 휘감고 내가 시대에 살고 있는 한 삶에서 비겁해 질 수 밖에 없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의 비겁함을 인정하고 화해하는 것이다. -신창호, <정약용의 고해>

?비범함은 무수한 평범함이 쌓인 결과다

소처불삼루[小處不渗漏] 암중불기은[暗中不欺隱] 말로불태황[末路不怠荒] 재시개진정영웅[?是個眞正英雄]

작은 일에 소흘히 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속이거나 숨기지 않고, 실패했을 때도 포기하지 않으면, 이것이 진정한 영웅이다.

?사자는 갈기가 없어도 사자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공부는 진정한 공부가 아니다. ... ‘내면으로 숨지 말고, 겉으로만 드러내지 마라. 마른 나무처럼 그 중앙에 서라.(공자)’ p.68

인은 사람이 머물러야 할 편안한 집이고, 의는 사람이 걸어가야 할 바른 길이다. p.69

어른이란 사소한 것에서부터 상식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p.69

?마음이 흔들렸다면 잠시 멈추고 스스로 정리하라

멈출 것을 안 다음에야 정해지는 것이 있고, 정해진 후에야 마음이 고요해질 수 있고, 고요해진 후에야 편안해질 수 있고, 편안해진 후에야 생각할 수 있으며, 생각한 후에야 얻을 수 있다. -대학<1>

?매일 스스로를 허물어 거듭 시작하라

어른이란 스스로를 대하듯 타인을 헤아리는 사람이다. p.81

종선여등종악여붕 [從善如登從惡如崩] 선을 따르기는 산을 오르듯 어렵고, 악을 따르기는 담이 무너지듯 순식간이다. -<국어>

?돌아볼 줄 안다면 돌아올 수 있다.

인간의 일에서 가장 긴박하고 중요한 때는 잘못이 벌어진 순간이 아니라, 언제나 그 이후다. p.89

?버려야 할 것을 못 버리면 스스로를 버리게 된다.

지자자지 인자자애 [知者自知, 仁者自愛] 지혜로운 자는 자신을 알고, 어진자는 자신을 사랑한다.

?인이란 평소에도 제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거처공 집사경 여인충 [居處恭 執事敬 與人忠] 평소에 지낼 때는 공손하고, 일을 할 때는 경건하며, 사람을 대할 때는 진실하게 행하라.

?마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꺼내라.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나다운 나를 지켜라.

 

[2] 거피취자 [去彼取此] 이상에 취하지 말고 일상에 몰두하라

?자존심은 부끄러움을 아는 데에서 시작한다.

禮防君子[예방군자] 律防小人[율방소인] 군자의 잘못은 예로 막고 소인의 잘못은 법률로 막는다. -<명심보감>

자존심이란 타인이 나를 무시했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감정이다. p.123

?스스로에게 모든 정성을 다하라

곤욕비우 취곤욕위우 [困辱非憂 取困辱爲憂] 영리비락 [榮利非樂 忘榮利爲樂] 곤욕이 근심거리가 아니라 곤욕을 괴로워하는 것이 근심이다. 부귀영화가 즐거움이 아니라 그 영화를 잊어버리는 것이 진정한 즐거움이다. -<격언련벽>

?마음을 정돈하고 싶다면 몸부터 바르게 하라.

오로지 일이 이르게 되면 그에 맞게 응하고 떠나가면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것. 이것이 바름이다. -김이상 p.133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습관으로 만들어라.

?지키고 싶다면 벽을 세우지 말고 속을 채워라.

마음은 사람의 내적인 부분과 외부를 연결하는 지점이다.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나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얻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한다. p.149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혁구습일도결단근주 [革舊習一刀決斷根株] 오래된 습관은 단칼에 자르듯이 뿌리를 잘라버려야 한다. -율곡 이이

?인간이라면 사람 귀한 줄을 알아야 한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곧 사람이다. 사람과 사랑이 합해지면 그것이 바로 도다.” p.162

?넓게 볼 줄 안다면 지금이 두렵지 않다.

반구저기 [反求諸己] 승부에서 패했거나 일이 잘못되었을 때 다른 사람을 탓을 하거나 변명거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내 삶의 가치를 높이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루게 하는 것이 바로 직업이다. 어떤 직업도 마찬가지다. 작업에 사랑을 담을 수 있다면 일 자체고 곧 사랑이 될 수도 있다. p.167

?경험에 휘둘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라

천하의 가장 넓은 집()에 살고, 천하의 가장 올바른 위치()에 있으며, 천하의 가장 큰 길()을 걸어, 뜻을 얻으면 백성과 함께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길을 걷는다. 부귀함도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빈천함도 뜻을 바꾸지 못하며, 위험도 뜻을 굽히지 못하니, 이래야 대장부라고 할 수 있다.” -맹자

스스로 해치는 자와는 더불어 말할 수 없고, 스스로 포기한 자와는 함께 일할 수 없다. 입만 열면 예와 의가 아닌 것만 말하는 자는 스스로 해치는 자다. 스스로 인에 머무를 수 없고 의의 길을 걸을 수 없다고 말하는 자는 스스로를 저버린 자다.” -<<맹자>> <이루 상>

?공부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과정이다.

인인심야 의인로야 학문지도무타구기방심이이의 [仁人心也 義人路也 學問之道無他求其放心而已矣]

인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는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이다. 학문의 길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데 있다. 맹자 < 고자장구 상 >

인의는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일, 내 마음으로 지켜나가는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과 의를 실행하는 마음(p.184)이다. p.185

무항산무항심 [無恒産無恒心]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맹자>> <등문공 상>, <양혜왕 상>

?자신에게만 너그러울 때 사람은 괴물이 된다.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같음을 강요하지 않고, 소인은 같음을 강요하면서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 -맹자

?손해 봐도 좋다는 마음이 더 큰 것을 가져다준다.

자기가 갑자기 죄와 허물에 빠져 부끄럽고 후회스러울 때 점검해보면 재물이 아니면 여색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갑자기 명성이 추락하고 오명이 세상에 가득할 때 점검해보면 역시 재물이 아니면 여색 때문이다.” -정약용 <심경밀험>

옛 사람들은 뜻을 얻으면 그 혜택이 사람들에게 미쳤고, 뜻을 펼치게 되면 천하에 더불어 선하게 만들었다.” - 맹자

[3] 전미개오 [轉迷開悟] 껍질에 갇히지 말고 스스로의 중심을 세워라

?공부는 얼마나 하는지 보다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사즉득지 불사즉부득야 [思則得之不思則不得也] “생각을 하면 얻지만 생각이 없으면 얻지 못한다.” -맹자

학이불사칙망 [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칙태 [思而不學則殆]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리석어 지고, 생각만 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위태롭다. -공자

글의 깊은 뜻은 대개 글줄이 아니라 글줄과 글줄 사이, 행간에 있기 마련이다. 글줄이 전하는 정보에만 갇히 이들을 가리켜 우리는 헛 똑똑이라고 한다. p.211

?사람이라면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人不可以無恥. 無恥之恥, 無恥矣. [인불가이무치. 무치지치, 무치의] 사람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된다. 부끄러운 마음이 없다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부끄러워 할 일이 없다. -맹자

?인간의 완성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견리사의 [見利思義] 견위수명 [見危授命] 구요불망평생지언 [久要不忘平生之言] 역가이위성인야 [亦可以爲成人也] 이익을 보면 의로운가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운 것을 보면 목숨을 바치고,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평소에 했던 말처럼 잊지 않는다면, 또한 완성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논어>> <헌문>

?성찰이 없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천하난사 필작어이 [天下難事 必作於易] 천하대사 필작어세 [天下大事 必作於細] 세상의 어려운 일은 모두 쉬운 일에서 비롯되고, 세상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마음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것이다

삶에서 목적이란 완성을 실현하려는 의지이며 목표는 목적을 위해 거치는 과정이다. 목적과 목표를 혼동한다면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p.236

?인간에게는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배움에서 나온다.

먼 길을 앞당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치지 않는 것이다. 당장 끓어오르는 두려움과 욕심을 버리고 쉬엄쉬엄 가다 보면 어느덧 도착지가 보인다. p.248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우리가 굳이 찾지 않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수많은 유혹이 보고 들리는 시대다. 보고 들리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것에 마음을 둘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삶이 결정된다. p.256

?사는 대로 생각하면 인간은 멈춰진다.

?무난하게 사는 것이야 말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지만 개미 뚝에 걸려 넘어진다 -<<여씨춘추>>

진정 위대함의 경지는 남다른 것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한 것이다. p.269

문장주도극처[文章做到極處], 무유타기[無有他奇], 지시흡호[只是恰好], 인품주도극처[人品做到極處], 무유타이[無有他異], 지시본연[只是本然] 문장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기발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적절할 뿐이고, 인품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특이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연스러울 뿐이다. -<채근담>

쉽게 이뤄진 것 같은 평범한 안에는 무수한 어려움을 거치며 형성된 비범함이 숨어 있다. p.270

?마음은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공부란 마음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사람답게 살고자 묻고 배우는 길을 가는 것이다. p.276

?마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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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라는 시대 1-도널드 킨] 가장 성공의 시대를 이끌었지만, 가장 베일에 쌓인 인물 | Memento 2020-03-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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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메이지라는 시대 1

도널드 킨 저/김유동 역
서커스출판상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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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과 일본 근대화의 성공은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 가장 큰 변곡점이다. 일본의 성공은 한국, 나아가 아시아의 불행이 되었다. 이웃의 성공이 배 아파서가 아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에 기인한다. 한반도는 대륙 세력이 해양으로, 해양 세력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다.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외침이 이를 증명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 민족이 주도권을 잃었던 때가 있으니, 몽골()나라의 간섭기와 일제의 식민통치기가 그 때다. 특히 세계사적인 일본의 성공은 우리 역사에 깊은 상흔을 남겼고, 남북분단, 친일파 문제 등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청산하기 힘든 문제들을 남겼다.

반면, 일본의 입장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영광의 시기(?)를 맞이하는 준비기다. 그렇기에 이 시기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많다. 일본의 근대화의 성공 이유는 당시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중요한 연구 과제다. 그럼에도 관심과 연구 대상에서 비껴 있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메이지(明治) 천황이다. 나름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메이지 천황에 대한 정보는 그 유명한 이름이 전부다. 그마저도 메이지 유신이 아니었다면 기억조차 못할 일이었다.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일까. 이 질문 하나로 두꺼운(전자책이라 실제로 두께는 없지만) 책을 집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 수 없다.’ 너무 싱거운 결론이지만, 이 두꺼운 책의 끝까지 읽어도 메이지 천황에 대한 구체적인 인상은 떠오르지 않는다. 남아있는 사료들의 한계인지, 아니면 신으로 추앙 받던 존재이기에 인간적인 모습들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메이지 천황의 개인적인 성향이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유교적 교육을 받았고, 그렇기에 이상적인 군주는 유교적인 계명에 따라 나라를 통치해야 하며, 개인적으로는 인내하고 참아내야 한다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루한 의식과 이야기들의 반복 속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건, 어쨌든 그는 극도로 개인의 감정이나 의견 등을 잘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가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빈 공간을 메꾸긴 하지만 좀체 그 이상의 모습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 근대화의 과정에서 천황의 역할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일본 근대화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었지만, 가장 그 역할이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 오히려 꼭두각시, 얼굴마담에 그쳤다고 믿어지는 사람. 하지만 일본의 천황 중 가장 위대한 천황중의 한 사람으로 추앙 받는 사람. 그를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

---------------------------------------------------

[1]

존왕양이파들의 천황에 대한 충성은 항상 막부 타도라는 형태로밖에는 표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막부를 넘어뜨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 즉 막부를 쓰러뜨림으로써 일본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이념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일단 천황의 권위를 회복한 다음, 천황이 감당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는 소흘히 생각했다. 물론 천황이 국민의 의지를 무시하고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식의 전제군주가 되기를 바라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다다야스를 비롯해 어린 천황을 에워싸고 있는 궁중 신하들은 애매하게 규정된 천황의 비호 하에 나라를 통치하는 현재의 막부 권력이 송두리째 자신들에게 넘어오기를 바랐을 것이다. p.366

조선에서 프랑스인 선교사 아홉 명과 미국 상선의 수병 몇 명-그중에는 영국인 승무원도 있었다-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 막부는 조선에 사절을 보내 구미 열강과 전쟁을 하게 될 경우 불리한 점을 설명하면서 이 분쟁의 중재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p.370) ... 2세기 반에 걸쳐 서양과의 접촉을 끊어 온 일본이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적절한 방법으로 다른 나라에 조언하는 입장에 서려 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일본은 만일 조선이 서구 열강에 공격당하는 일이 벌어지면 이웃나라인 일본에도 영향이 미치리라 우려했을 것이다. p.371

서양의 외교 관례로 볼 때 이날 그리 특기할 만한 일은 없었다. 그러나 외교관 접대를 위한 향연은 일본에(p.556)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게다가 그것을 당당하게 벌인 것은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고메이 천황 사후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 놀라웠다. 고메이 천황은 결코 외국인을 만나려 하지도 않았고, 신성한 일본 땅에 외국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들에 대한 말로 다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어린 천황은 자진해서 외국인을 만나려 했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 언제나 호의적이었다. p.557

무사의 의상을 폐기처분함으로 봉건제도에 속하는 낡아빠지고 야만스러운 습관의 붕괴를 촉진시킨 것만큼은 확실하다. 실제로 의복 혁명은 일본이 여러 외국과 동등한 형제라는 것을 온 세계로 하여금 인정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W.E.그리피스 p.639

서양 문명을 거부한 고메이 천황의 아들은 근대 일본의 상징적 지도자가 되었다. 일본이 근대 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할지 모를 것들을 용감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천황은 동양의 영원불변한 지혜를 전하는 모토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을 잊지 않았다. p.649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사회 구조 자체는 그대로 둔 채 그 지도자들을 바꿔 버린 것이다. 그러나 폐번치현은 이보다 훨씬 강력한 여파를 미치게 된다. 2백만 명 가까운 무사 계급이 지금까지 다이묘에게 받고 있던 봉록을 잃어버리고 영구히 실업자가 될지도 모를 운명에 직면한 것이다. 몇 년 뒤 무사들은 지위를 상실한 대가로 정부로부터 일시불로 돈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새 출발을 위한 자금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사들은 다른 일에 서툴렀다. 새로운 일본에서 돈벌이를 할 일에도 어두웠다. p.655

경우에 따라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은, 우리가 창조성이나 독창성이니 하면서 우러러볼 만한 자질을 가진 인간이나, 엄청난 정력과 행동력을 갖춘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착실하고 평범한 인간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p.693

서양 열강이 일본에 한 것과 똑같은 짓을 지금 일본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조선에 요구했다. 즉 조선에 행정(p.835)과 관세 자치의 주권을 조인해 양도받고, 유럽인이 일본에서 행사할 때 공평과 정의를 짓밟는 것이라고 비난하던 온갖 치외법권을 조선국이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p.836 ? Joseph H. Longfod, The Evolution of New Japan. p.105

메이지 천황의 반응이 설혹 있었다 하더라도 <메이지 천황기>에는 그러한 것이 기록되지 않는다. 기록할 가치가 없는 활동들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의식, 승마, 원로원 행차, 황태후에게 문후 올리기 위해 아오야마 어소를 찾는 일 등을 제외하고 천황의 일상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주로 근대화를 향한 착실한 진보와 직접 관계된 일들이다. p.845

일반적으로 메이지 정부의 결정은 모두 관료가 내리고 천황은 오직 이를 승인할 뿐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정부 고관들의 의도에 반해 천황 자신이 결단을 내린 사례다. p.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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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읽어 드립니다-김경훈] 사진, 결국 사람. | Memento 2020-02-15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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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사진을 읽어 드립니다

김경훈 저
시공아트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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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가 무엇이건, 결국 본질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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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TV,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 사진, 영상은 모두가 진실이라 믿었다. 해석의 여지가 없는 공인된 사실들의 집합. 소위 말하는 팩트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앵무새처럼 듣고 읽고 본 사실들을 내 것인 마냥 떠들고 다녔다. 내가 똑똑한 녀석이 모든 정답을 알 수 있다고 순진하게 믿던 시절, 작은 그림 하나 큰 충격을 주었다. 전체 그림을 본다면 가해자와 피해자는 명백하게 구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는 교묘하게도 정반대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분명 매체는 거짓을 전달하고 있지는 않다. 사실의 일부만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전달의 행위가 나쁜 의도를 가졌거나, 설사 의도하지 않더라도 전체를 전달 할 수 없는 이상 필연적인 일이다.

그렇기에 매체를 볼 때 우리는 한 번 쯤 의심해 볼 일이다. 이것이 정말 사실이더라도 전체에 부합하는 진실인지를,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히 배워야 한다.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이, 매체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사진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 가장 쉽지만, 재미있는 책이다.

유투브를 통해 동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사진은 한 풀 뒤쳐진 매체 같다. 짧고 재미있는 동영상의 매력에 비해 사진은 고루해 보인다.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와 비교해서 생각해본다면, 사진으로서는 서운하겠다. 사진도 글이 가지는 한계를 넘어 가장 생동감 있고, 진실을 전달한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을 테다. 하지만 빠르게 동영상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정말일까. 사진의 생명력은 다한 걸까. 짧고 간결하게, 하지만 가장 강력하게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매체로서의 기능은 아직 유효하다. 기술이 진보해도 사진의 스토리텔링 능력, 진실 된 이야기를 기록하는 능력과 이것이 주는 힘은 절대 변하지 않(p.509)“을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휴대폰 카메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이 시대에 내 눈앞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이미지로 저장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가장 기본적인 기능(p.515)“으로 하는 사진의 생명력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사진으로 메시지를 기록하여 전달하고 사진으로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사진으로 소통하는 시대(p.9)“임을, 사진의 생명력을 증명하고 있다.

왕성해진 사진의 생명력은 오히려 사진 과잉의 시대를 열었다. ”불안한 당신을 안심시키는 무서운 힘에 빠져 믿고 싶은 사실만을 보(p.173)“고 있다. ”‘피사체에 대한 존경’(p.426)“이 없이 소비하기에 바쁘다. 사진은 새로운 범죄를 만들어 내고, 사진으로 지은 원수가 영원을 가는 시대에 살고 있(p.428)“.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좋은 사진이 나오는시대에 카메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는 당신(p.210)“ 결국 돌아와 사람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사람, 사진을 필요로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종국적으로 사진을 통해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유도 사람을 위함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진이 생명력을 잃어가는 순간이 올 테다. 그 순간에도 사람을 잊지 않는다면, 사진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면 사진은 다시 부활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각이 불편한 친구가 찍은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행간을 읽어 내는 힘은 글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사진을 읽어준 저자의 이야기들이 결국 사람을 읽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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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메시지를 기록하여 전달하고 사진으로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사진으로 소통하는 시대에 살면서 사진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이야(p.8)기 전달의 기능이 더욱 중요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p.9

사진을 통해 어떻게 이야기가 전달되며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는 책입니다. p.10

이렇듯 같은 시기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과 입장 속에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3국의 견해 차이가 가장 큰 것은 아마(p.17)도 일본군 위안부,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한국에게는 엄연하게 일본의 잔인한 군국주의 전쟁 범죄로 꾸준히 공론화하여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을 받아야 하는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지만, 중국에게는 자신들이 승리한 전쟁에서 그다지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인 것처럼 보였으며, 일본에게는 자신들이 국가 권력을 동원하여 저질렀다고는 결코 믿고 싶지 않은, 그래서 누구나 살기 힘들었던 태평양 전쟁 당시 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군인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자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믿고 싶은 사건이 되어 있습니다. p.17

기록하자, 새로운 역사의 기록을 만들자. 그리고 사진 속의 그들을 잊지 말자. p.43

당신의 사진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피사체에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 aren’t close enough“ - 로버트 카파 p.53

사진은 때로는 그것이 보여 주는 그대로가 아닌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p.163

사진은 사실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당신이 믿고 싶은 사실만을 보여 줍니다. 이런 왜곡된 정보는 때로는 잘못된 믿음에 빠진 불안한 당신을 안심시키는 무서운 힘도 있으니까요. p.173

세상에 심령사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심령사진의 존재를 믿는 불안정한 마음과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p.173)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협한 사고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p.174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좋은 사진이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카메라는 없습니다. 카메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는 당신입니다. p.210

가끔은 미개해 보이고 지저분한 구한말 우리 선조들의 모습. 어쩌면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일본인 제국주의자들이 보고 싶었던, 그리고 일본인 사진사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였을지도 모릅니다. p.266

사진이 발명되어 대중화되기 시작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서구 제국주의와 식민지 침탈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야만의 시대에 사진만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 즉 사실을 정확히 재현하여 기록하는 능력은 제국주의의 눈의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p.364) ... 그리고 이러한 사진들의 또 다른 역할은 제국주의의 일등 시민이 이러한 사진들을 보면서 자신들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지고 문화적으로 미개해 보이는 사진 속 원주민들에게 우월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인식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식민지 통치를 개화라는 명분으로 정당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식민지의 새로운 이주민을 모집하는데 있어서도 사진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p.365

누드 사진과 포르노그래피 사진을 구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피사체에 대한 존경이 예술적인 누드 사진과 외설적인 포르노 사진의 차이를 만든다고 봅니다. p.426

말로 지은 원수는 백 년을 가고, 글로 지은 원수는 만 년을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사진으로 지은 원수가 영원을 가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428

사진이 우리에게 주는 창작의 즐거움’ ... 사진이 가진 여러 가지 미덕 중 하나는 바로 우리에게 기술적으로 제법 쉬운 시각적 창작의 기회를 주었다는 것입니다. p.497

사진 혹은 사진기의 기술이 어떻게 바뀌고 어디까지 진보하든 상관없이 사진의 스토리텔링 능력, 진실 된 이야기를 기록하는 능력과 이것이 주는 힘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p.509) ... 내 눈앞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이미지로 저장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사진이 발명되면서부터 가져왔던 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며, 21세기 디지털 시대인 지금도 우리에게 사진이 필요한 이유인 것입니다. p.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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