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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저/민승남 역
은행나무 | 201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편견으로 가득했던 중동. 그들의 삶도 우리와 참 많이 닮았다. 우리에게도 파샤가 있었고, 자리가 있었고, 아메드와 파히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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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지붕이란,

 

닿지 않는 높이와, 위엄을 간직한 무언의 무게감 같은거였다. 지붕의 위용에 따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가치가 달라지는.

 

페르시아인들에게 지붕은 밤하늘에 별을 헤아리며 잠들 수 있는 초원같은 존재였다...

 

 

1974년과 1973년 사이엔 어떤 일들이 있을 수 있었을까?

 

1년은 무언가를 추억하기엔 짧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를 기억하기엔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그들에겐.

 

 

 

- 인생은 돛 없는 배와도 같은 것이란다. 그 배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어느 해변에서 여행을 끝낼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 가끔은 바람에 맞서 싸우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현명할 수도 있어. - 409p

 

인생은 가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곤 한다. 마치 장난처럼. 그리고 그 장난은 깊은 상처를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무책임하게.

 

1973년 그들은 저마다 마음에 사랑을 품었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각인을 만들어갔다.

 

17살.

 

인생에서 이때처럼 순수하고, 뜨겁고, 열정적 일 때가 또 있을까?

 

파샤는 그 17살에 자리를 마음에 품었다. 파샤가 사랑한 그녀는 파샤가 가장 존경하고, 따르는 닥터의 약혼녀였다.

 

그리고 파샤의 절친 아메드는 그들이 살고 있는 나라의 관습을 깨고 사랑을 쟁취한 소년이었다.

 

그해 여름은 이 네명의 소년소녀에게 평생동안 잊지 못할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그 밤이 오기전까지는...

 

 

 

[그날 밤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나는 골목의 그 장소로 가서 약 30센티미터 깊이, 40센티미터 너비의 구덩이를 팠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 골목으로 달려 나갔다. 동네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장미나무를 에워싸고 한꺼번에 떠들어대고 있었다...

모두들 그곳이 닥터의 피가 뿌려진 장소임을 상기하고 입을 다물었다. 숙연한 침묵이 흘렀다. 아메드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는 아무말 없이 무언의 시선으로 많은 걸 말하고 있었다. 우리 페르시아인들은 침묵의 대화의 고소들이 아니던가. 나는 집으로 들어가서 물조리개를 들고 나왔다.

"우리 번갈아서 이 나무를 돌봅시다."

"그래야지. 닥터를 위해."] 193p

 

 

존경의 대상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자책감을 가진 17살 소년은 그를 기리기 위해 그의 피가 흩뿌려진 골목에 장미 나무를 심었다.

 

비밀경찰의 눈이 무서워 침묵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 장미나무를 가꾸어 나간다.

 

1973년 이란의 한 작은 마을은 팔레비 왕조가 사바크를 앞세워 반정부활동을 철저히 탄압하던 암흑의 시대에 붉은 장미나무를 심으면서 조용한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장미나무가 심어진 그 작은 골목엔 장미처럼 아름다운 사랑이 자라고 있었다.

 

 

1974년.

 

정신병원에 갇힌 파샤는 꿈과 현실 사이의 중간지대에서 힘겨워 하고 있다.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테헤란의 지붕속의 삶은 고단한듯 보이면서 평화스럽고, 잔인한듯 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다른 문화와 다른 관습속에 살면서도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은 왜이리도 닮은걸까?

 

독재에 대항하는 그들만의 방식이 새삼 가슴을 뜨겁게 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의 마음속엔 도대체 어떤게 있는지 아무도 몰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위한 희생 또한 가늠하기 힘들지...

 

우리에게도 파샤가 있었고, 자리가 있었고, 아메드와 파히메가 있었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닥터와 인생의 3분의 2를 감옥에서 보낸 메흐르반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 골목에 흩뿌려진 장미나무도 있었을테지...

 

 

한나라 때문에 다른 한나라에 대한 편견을 답습하면서 살았던 나에게 중동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이 테헤란의 지붕은 자극적인 글들에 익숙해진 살벌한 마음에 순수를 남겨주었다.

 

답답한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삭히고, 살아왔다는걸 읽는 즐거움때문에 울고, 웃었다.

 

그리고 그 모든 억압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사는 사람들의 숭고한 삶 때문에 희망스러워졌다.

 

 

사랑은 없다.

 

라고 생각하던 나날이었다.

 

누군가를 마음으로 품는일이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거라는 불신이 생겨버린 직후였다. 테헤란의 지붕을 읽기 시작한건...

 

 

이제

 

사랑이,

 

사람이,

 

같은 마음들이,

 

나와 함께 존재한다는 이유가 생겨버렸다...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면 하늘을 올려다봐. 그럼 거기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이 보일 거야."

 

"네 별이 어떤 건지는 아는데 내 별은 어떤 거지?"

"제일 크고, 제일 밝은 별."

"그건 네 별이지."

 

"우리 별이야. 우리 별은 같은거야."

 

 

사랑하는 사람들의 별은 같다.

 

서로에게 가장 크고, 가장 밝은 별로 보이기에...

 

 

 

 

"아무도 인간의 정신을 파괴할 순 없어. 국왕도, 사바크 개자식들도, CIA도, 그 누구도." - 파샤의 말중에.

 

 

지금 이시간을 살고있는 우리 모두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럼. 아무도 우리의 정신을 파괴할 순 없지.

 

쥐새끼조차도.

 

 

한권의 책이 이렇게 많은 감정선을 건드려본적은 없었다.

 

잊고 살았던것들과, 잃고 살았던것들의 감정을 한꺼번에 들춰내어 햇볕에 말려주었던 테헤란의 지붕.

 

내게도 별헤는 지붕이 있었으면 좋겠다.

 

초원처럼 누워서 밤하늘 별을 헤아리며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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