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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곱 개 가방 | 마뇨의 마법서 2018-12-0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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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의 일곱 개 가방

정미형 저
알렙 | 2017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자기가 태어날 때 가지고 온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아는 사람이 세상 떠날 때도 마음이 편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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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단편들.
그 안의 여자들은 모두 자근자근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느 한 명 악다구니 없이
누구 하나 분노하지 않고
어떤 여자도 이성을 잃지 않는다

눈은 어쩐 일인지 전혀 녹아내리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제 예전의 그 순수한 눈이 아니라고 했다. 눈에 너무 많은 불순한 물질들이 섞였고, 그래서 눈이 천천히 거품처럼 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눈 속에 파묻힌 도서관
그곳을 지키는 두 여자
한 여자는 떠나려 하고
한 여자는 버티려 한다.
중요한 책 한 권을 잃은 여자
책을 읽으며 변해가는 여자
초록색 아보카도는 먹어 보지 않으면 그 맛을 짐작할 수 없지.

더 이상 예전의 순수한 눈이 아닌 눈 속에 갇힌 두 여자의 겨울은 언제쯤 지나갈까.


차츰 이 집에서 낡아 버린 게 어쩌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불길.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필요했다.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은 모두 의지가 없다.
세상을 살아내는.
다 낡고, 헤지고, 파삭거리고, 미지근하다.
여자들은 모두 그들을 대신하지만 서글프게 굳건할 뿐이다.
모질고, 약삭빠르고, 악착같지 않아서 담담한 그녀들.

그렇지만 문장들 곳곳에서 숨 쉬는 그녀들의 존재는 준엄하다.
가다가다 만나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표현들이 코끝에 걸린다.
시큰거리는 감격으로 가슴 바닥에 고인다.

우리도 세상에 올 때 그런 줄을 가지고 오지 않았냐? 그러니 우주로 갈 때도 긴 은색 줄이 있어야겠지. 그런 줄을 가지고 있다면 우주로 나가 한 번 빙글빙글 돌아보고 싶다. 그러다가 툭 끊어지면 우주로 빨려 들어가 별이 되고 싶고.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우려먹으며 자란 그녀.
그 어머니의 일곱 개의 가방 안엔 어머니의 인생이, 삶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가방에서 우주로  뻗어갔지만 수많은 줄들에 연결된 어머니는 우주를 유영하는 대신 병원 침대에 묶여 있다.

누구나 태어날 때 가방을 하나 가지고 오지. 자기가 태어날 때 가지고 온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아는 사람이 세상 떠날 때도 마음이 편한 거다.

 

 

내가 가진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늙은 아버지는 고백하듯 말했다. 그 부끄러움은 밀도 있게 내부에서 차올라 오는 지하수 같은 것이었다.
콕 집어 조근조근 따져야 하는 아버지에게 엄마는 앞뒤를 휙휙 뛰어넘는 비약의 화법으로 말했다. 늘 앞질러 가는 엄마의 말을 아버지는 뒤에서 주워 담았다.


처음 읽게 된 정미형 작가님의 이야기.
낯선 이들에게서 받은 영감이 글로 표현되는 방식이 참 오묘하다.

정스럽다가 냉철해지고
고달프다가 미묘해진다
서글프다가 그리워지고
담담하다가 절절해진다.

꿈속 같고 몽롱하다.
갑자기 현실 속에서 퍼뜩 깨어난 느낌이다.

여덟 개의 이야기에서
한 여자의 흔적이 남는다.
그게 작가인지
그게 나인지
이젠 분간이 가지 않는다.

포근한 안갯속에서 안겨 있다 나온 느낌이다.

일곱 개의 가방 안엔
여덟 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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