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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내일 - 사와자키 시리즈 | 마뇨의 마법서 2021-03-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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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금부터의 내일

하라 료 저/문승준 역
김영사 | 2021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하라 료를 처음 읽은 나는 그의 지난 작품을 섭렵하고 싶어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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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자키에게서 북유럽의 향기가 난다!

 

 

 

 

 

의뢰인 모치즈키 고이치를 만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하라 료.

나에게는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었던 작가다.

왠지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이 느와르풍이라서 기억에 남았던 하라 료의 작품을 나는 이제야 읽었다.

<<지금부터의 내일>>은 사와자키 시리즈 시즌 2의 두 번째 작품이다.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와자키.

전 파트너 와타나베가 죽은 지 오래지만 간판을 바꾸지 않고 탐정 일을 계속하는 중이다.

의뢰건은 늘 시시콜콜한 일들이고 그나마 건수도 별로 없는 어느 날.

'신사'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남자가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를 방문한다.

근처 밀레니엄 파이낸스 지점장 모치즈키 고이치라고 이름을 밝힌 그는 어느 요정의 주인 히라오카 시즈코의 신변 조사를 의뢰한다.

 

 

 

의뢰인이 아니다. 그것이 내 첫인상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나보다 수입도 많고, 세상 모든 일에서 나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만 같았다. 탐정 업무라면 내가 더 낫겠지만, 탐정에게 부탁해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사람으로 보였다.

 

 

웬만해선 연락하지 말 것.

어쩔 수 없이 연락해야 할 경우 명함 뒤에 있는 집으로 연락 달라는 모치즈키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다 말고 자리를 뜬다.

맡고 있던 사건이 의외로 일찍 끝나게 되자 사와자키는 모치즈키의 의뢰를 앞당겨 수사한다.

그리고 히라오카 시즈코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모치즈키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닿지 않고 하는 수없이 그의 직장으로 찾아가지만 그곳에 2인조 강도가 침입한다.

 

 

의뢰인 모치즈키는 사라지고

2인조 강도는 강도질에 실패하고

사건을 맡은 형사 니시고리는 사와자키를 보자마자 으르렁거린다.

 

 

뭔가 화끈한 일들이 벌어질 것만 같은 조마조마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홀연히 사라진 모치즈키를 찾는 사와자키는 의문의 미행을 당하고

과거의 무언가가 아직도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니시고리는 사와자키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고

동네 폭력배들까지 사와자키를 찾아온다.

게다가 혹시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냐고 사와자키를 떠보는 청년 가이즈와 낡을 대로 낡은 건물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까지.

사와자키의 주변은 어수선하기만 하고 의뢰인은 감감무소식이다.

도대체 모치즈키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하드보일드란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는 표현으로 사용되었으나 문학에서는 '비정. 냉혹'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불필요한 수식 일체를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수법의 하드보일드.

그래서인지 지금부터의 내일을 읽는 내내 뭔가 어두운 골목길을 헤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흑백 영화를 보는 느낌이 점점이 커지면서 읽은 페이지가 쌓일수록 내 방안 가득 담배 연기가 자욱해졌다.

장면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담배연기가 이상하게 감각을 자극해서 나를 이야기 속으로 밀어 넣는다.

 

 

사가라 오라버니가 사와자키 씨에게는 허세를 부려도 안 되고, 거래는 더 안 되고, 거짓말은 절대로 안 된다더군요.

 

 

사와자키를 알지 못해도 이 문장 하나로 그가 어떤 탐정인지를 알게 해준다.

발로 뛰고, 화려한 액션과 총질이나 칼부림이 없어도 이 이야기는 자꾸만 손이 간다.

일본 형사물에서 빠질 수 없는 잔혹한 장면이 없어도 자꾸만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사와자키에게서 오슬로의 해리 홀레를 떠올렸다.

어디에 그 두 사람을 엮을 수 있는 게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읽는 중에 계속 홀레가 생각났다.

사와자키는 누군가를 잃지도, 사악한 살인자를 대하지도, 처참한 살인 현장과 맞닥뜨리지도 않고, 술도 마시지 않지만

그에게서 홀레의 그림자를 느끼게 되는 이유를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뭔가 알 수 없는 유머 코드가 숨겨져 있어서일까? 읽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거렸다.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한 편의 코미디 같아서 어이없고, 유치해서.

 

 

 

거리의 불빛이 어둠과 경쟁하는 탓에 있는 것이 잘 보이지 않고 없는 것이 보이는 듯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문득 만나게 되는 문장 앞에서 하라 료라는 작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는 14년 동안 이 하나의 작품을 썼다.

아마도 웬만한 장르소설에 닳고 닳은 내 감정이 이 아무런 트릭 없는 무방비 상태의 작품 앞에서 자꾸만 갸웃거리게 되는 이유가 그 세월에 있지 않을까?

14년을 들여 만들어 낸 장면들엔 우리가 무심코 읽어 내려도 온몸에 스밀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담겨 있다.

그것은 어떤 문장으로도 표현될 수 없는 것이다.

<<지금부터의 내일>>은 사와자키의 14년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사와자키를 알고 그를 기다려온 독자들의 시간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는 이 작품이 하라 료를 읽는 처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마음에 남는 이유를 그 세월에서 찾고 싶다.

공들인 작품은 그 가치를 독자들이 알게 된다.

오래 기다린 독자들은 물론. 그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도 알게 되는 건 바로 세월 속에 묻어 둔 이야기들이 장면마다 점점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수없이 쓰고 지웠을 그 시간들의 수고로움이 담배 연기처럼 자욱하다...

 

 

하라 료의 이전 이야기들을 찾아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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