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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공부의 기초-존 루카치] 12살 여학생에게 | Memento 2019-11-0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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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역사학 공부의 기초

존 루카치 저/이재만 역
유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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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의 삶은 역사적이다.(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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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일이다. 웬일인지 모르겠지만, 문득 네이버 지식iN에 업무 관련 지식이나, 역사 관련 답변을 몇 개씩 끄적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차, “역사학자가 되고 싶은 12살 여자입니다..”는 질문을 보았다. 망설임 없이다가 두서없이 몇 마디 적었다. 아마도 역사에 관련된 직종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 내가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한 후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범벅이 된 글로 기억한다. 게다가 어른으로서 현재의 학업에 우선 충실하고, 좋은 학벌을 얻는 것이 최고의 지름길이라고 충고를 했으니, 부끄럽기만 한 글이다. 질문자에게는 격려가 되었을까? 문득 작은 소책자를 덮고 나니, 2년 전 그 답글이 떠올랐다.

전자책 기준으로 96페이지. 판권 등 책의 겉장까지 포함한 숫자다.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역사학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기술적인 방법론은 없다. 하지만 역사학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한 사람에게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무엇보다 역사학을 하면서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가르쳐준다. “역사학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 관해 알고 있는 지식이라는 점. (숫자와 통계 속에 흐려지곤 하지만) “모든 인간은 유일무이(p.48)”한 존재라는 점은 역사학을 떠나,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말해준다. 어쩌면 그게 역사의 유용성인지 모른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친구는 여전히 역사 관련 직종에 꿈을 키우고 있을까. (물론, 진심으로 희망하는 직종은 배우, 판사 였지만...) 지금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던 14살 여자입니다.”라는 질문을 본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2년 전 지금쯤 친구의 질문에 답변을 했던 사람이에요.

  그때, 나름 진심을 담아서 드렸던 답변이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그때 가지셨던 꿈은 어떻게 잘 지켜나가고 있는지요. 힘드시죠? 당시 12, 지금은 14살일 친구에게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만 드렸는지 모르겠네요. 그때는 제가 학교 공부 열심히 해서 학벌을 확보하라고 말씀드렸었지요?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어요.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이거든요. 이런 사회라 미안합니다만, 저도 그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어요.

  못난 제가 섣부른 조언을 드렸던 진심은, 제가 가지 못했던 길을 힘내어서 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에요. 사실 역사를 배우고 업으로 삼는 일은 참으로 고단한 길이지요. 저는 가지 못했지만, 선배들을 보고 친구들을 보았을 때 애초에 문 자체가 좁아요. 긴긴 시간을 버텨내야 하고요. 경제적인 어려움도 많지요. 그렇지만 여전히 미련을 갖는 이유는 역사가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저에게는 과거의 일을 둘러보고, 현재와 비교해보고,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너무도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이런저런 책을 둘러보면서 기웃거리고 있지요.

  그래서 2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역사에 관심이 많은지요. 아직까지 역사를 배우고 업으로 삼고자 하는 마음에 흔들림이 없다면, 책 한 권 추천하고자 해요. <역사학 공부의 기초 : 과거에 대한 앎을 이해하는 법>이라는 책이에요. 다소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짧은 책이니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을 거에요. 여기에는 친구가 어떻게 역사를 배우면 좋을지, 무슨 능력을 길러야 할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적혀 있어요. 다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역사에 대한 마음이 여전하다면 긴긴 시간을 가지고 때때로 읽어볼 만 할거에요.

  여기에 이런 말이 나와요. “관심의 질은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식의 양까지 좌우할 것입니다. (p.60)”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세요. 그렇다면 분명히 길이 보일거에요. 앞에서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겁을 줬지만, 사람의 관심, 그에 따른 열정과 노력만큼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일도 없지요. 저번에 책 읽기와 글쓰기(일기 쓰기 포함)를 열심히 하라고 했었는데, 어떻게 잘 되고 있는지요? 사실 어려운 일이에요. 없는 시간 쪼개서, 공부하는 일도 바쁜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아요. 어른들도 잘 해내는 사람이 없어요. 다만, 2년 동안 하지 못했더라도 다시 한번 시도해 보세요. 일기 쓰기 별거 아니지만, 수년 뒤에 다시 읽어도 참 재미있거든요. 역사에 계속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맘에서 하는 얘긴데, 앞에서 추천한 저자가 이런 말도 해요. ‘모든 인간의 삶은 역사적이다.(p.16)’ 친구의 일기가 역사의 일부분이고, 그것이 역사를 만드는 일이에요. 나중에 판사나 배우가 되더라도 역사의 일부분, 역사를 업으로 삼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여전히 막연하고 답답하겠지만,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시작해봐요.

  너무 두서없고 쓸데없이 말이 길었네요. 요즘 감기가 유행하던데 건강 조심하고, 또 좋은 책 만나면 추천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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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를 향해 살아가지만, 생각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뿐이다. - 쇠렌 키르케고르 p.10

(셰익스피어는 <(p.15)5>에서 모든 인간의 삶에는 역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모든 인간의 삶은 역사적이다가 됩니다. 사람들의 삶의 일부만이 역사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들 자체가 당대의 역사를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p.16

우리는 존재뿐 아니라 생성까지 깊이 의식합니다. p.26

법원과 달리 역사학은 주제를 탐구하면서 기존의 확정된 판결을 몇 번이고 다시 심리합니다. 역사학은 과거를 자주, 끊임없이 다시 생각합니다. 에이러햄 링컨의 전기가 1,000권이 있더라도 조만간 1,001번째 전기가 나올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실은 거의 확실하지요). 그 전기에는 새로운 내용이 있을텐데, 저자가 꼭 새로운 자료를 발견해서가 아니라 그의 관점이 새롭기 때문입니다. p.35

다루는 주제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철저히 읽는 사람, 자기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인간 본성 자체를 웬만큼 이해할 정도로 성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1급 역사(또는 전기)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일반적인 요건은 역사에 대한 관심의 진(p.43)정성과 질에 달려 있습니다. p.44

우리는 일상의 언어로 역사를 쓰고 말하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유능한 작가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뛰어난 역사가가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읽는 법뿐 아니라 여러분이 아는 것을 표현하는 법도 알아야 합니다. 표현은 여러분의 지식을 감싸는 포장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그 자체가 내용입니다. (인간의 모든 표현은 단순히 생각의 포장이 아니라 생각의 완성입니다.) p.47

역사학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 관해 알고 있는 지식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유일무이합니다. p.48

영리한 고용주들은 역사를 전공하는 학부생을 높이 평가합니다. 역사학 전공자가 일종의 초보 기록보관원이(p.52) 아니라 어떻게 읽고 써야 하는지를 비교적 잘 아는 사람이고, 역사를 공부한 덕에 인간의 다양성을 웬만큼 이해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p.53

역사학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 관해 아는 지식입니다. p.53

관심을 알아차리고 길러 내고 갈고닦아야 합니다. 관심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 관심을 인식해야 할 뿐 아니라 말 그대로 마음속에 담아 두고 계속 추구해야 합니다.(p.59) ... 관심의 질은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식의 양 까지 좌우할 것입니다. (p.60)

역사철학책을 읽으면 역사 일반에 관한 놀랍고도 명쾌한 일반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필연적으로 특정한 사건, 사람, 장소, 문제, 시기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역사철학은 독자가 문명이 처한 특정한 상황을 읽으며 자신의 관심과 선호를 키우기 전이 아니라 키운 후에 읽어야 합니다. 또한 (야코프 부르크하르트가 말했듯이) 역사는 체계가 아닙니다. 역사철학에 관심을 두기 전에 여러분 자신의 역사적 철학(사람, 국가, 사건을 바라보고 사유하는 역사적 방식)을 개발해야 하고, 전자를 후자로 대체해야 합니다. p.77

당신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에 무지하다는 것은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남겠다는 것과 같다. - 키케로 p.78

나는 역사에 무지한 것이 교양의 부족과 기쁨의 상실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그런 무지가 우리의 이해력을 해침으로써, 우리에게서 기준이나 비교하는 능력, 평가할 권리를(p.78) 앗아 감으로써 우리의 판단력을 해친다고 확신한다. -애그니스 레플리어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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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호사카 유지]역사를 보라! | Memento 2019-10-2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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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호사카 유지 저
지식의숲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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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모든 것을 잃고 이 땅을 떠난다 하더라도 보라! 다음 시대를. ‘권토중래’하여 너희들이 땅에 엎드려 우리들에게 애걸하게 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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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승리하여 기쁨에 춤추는 자여

더불어 얻어먹는 자 그때뿐인 걸

단지 일장춘몽일세.

위대한 일본!

한때 모든 것을 잃고 이 땅을 떠난다 하더라도

보라! 다음 시대를.

권토중래하여

너희들이 땅에 엎드려 우리들에게

애걸하게 될 것이니라.

역사를 보라!

동쪽으로 서쪽으로 좋다고 춤추는 독립이란

모두 다 이런 뜻이니라.

가련한 자여 너의 이름은 여보이니라

 

2019813일자 경남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19468월께 경남신문의 전신인 남선신문에 보도됐던 기사 중 일부이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한 일본인이 본국으로 가기 전 전라도 목포의 한 여인숙 벽에 써 놓은 내용이라는데, 아베와 극우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글이 아닐까 싶다. 일본은 전쟁하는 국가로 나가기 위해 이런저런 논리를 만들고 있는데, 이미 6.25 전쟁 때 UN군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본 특별 소해대'를 한반도에 파견한 전력이 있다. (<전쟁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지정학>, 다카하시 요이치, 2018, p.77) 여기에 사용된 논리가 집단적 자위권인데, “일본의 안위를 위해서는 주변 우방과의 동맹을 안전하게 유지해야하며, 우방이 공격을 당하면 불가피하게 자신들이 공격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간주하여 함께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자위대는 선제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이 한반도와 만주에 침공하며, 러시아의 남하를 막고 이익선과 생명선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논리와 매우 닮았다.

아베와 극우 세력은 이런 최소한의 논리마저 던져버리고자 한다. ‘아름다운 국가,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됨으로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을 치워버리고자 한다. 일본이 보통국가가 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려 할까.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고자 하지 않을까? 목포의 한 여인숙 벽에 적혀있던 권토중래가 의미심장한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는 잊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 한다. 지난 일은 털어버리자고 한다. 우리가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듯, 일본 역시 전범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다. 전범의 후손들은 일본의 주요 정치인으로 성장해서 지금의 일본을 이끌고 있다. 가해의 기억을 지우고, 과거를 부정하며, 스스로를 (원폭 등의) 피해자로 규정한다. 목포에 글을 남긴 사람은 외친다. “역사를 보라!”

비정상적인(?) 상태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일본 극우 측의 입장에서는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 나치의 독일이 그러했듯, 본인들의 유일한 죄는 전쟁에서의 패배때문이라는 생각한다. 본인들이 승자였다면 모든 것은 달라졌을 테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을 외치는 그들을 외면해서 안 된다. 문제는 이들이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이 문제다. 심리적으로 분명 먼 나라임에도, 실질적으로 이웃 나라다 보니 계속해서 주시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반복될 일이다.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는 썰전 등으로 유명한 호사카 유지 교수가 쓴 책이다. 일본인의 입장에서 현실을 진단하고, 과거의 역사를 훑어 준다. 강제징용자 판결 문제, 지소미아, 일본회의, 후쿠시마 원전 등을 개략적으로 훑어 준다. 무엇보다 대응책을 위해 언급한 내용이 인상 깊다. “한국이 일본보다 강해져야 한일 관계가 개선된다. p.310”는 생각. , 우리가 먼저 강해져야 한다. 근대 한일관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이 허리를 굽히고 파트너십을 맺는 것만 생각한다면, 약소국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국도 정체성을 내세우면서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p.369” “한국 스스로 경제적인 상황에 맞는 정치적 입장을 회복해야 그에 걸 맞는 대접을 받을 수 있다. p.370” 우리는 늘 스스로를 약하다고 믿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일본과 맞설 만하다. 최소한 일본에 껄끄러운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자신감을 가지되 자만하지 않고 대비하자. 목포에 글을 남긴 사람은 외친다. “역사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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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당원이 된 독일인들이 히틀러와 나치당을 지지한 이유를 요약하면 전쟁에서 독일이 패배했다는 충격, 이로 인한 영토 상실, 타국 군대(p.21p.)에 의해 점령당한 경험, 독일혁명에서 온 충격등이었다. 이에 더해 나치당의 이념에 대한 영광, 히틀러 운동에서 감명 받은 경험 등이 독일 국민들이 히틀러와 나치당을 지지하는 요인이 되었다. p.22

최대의 리크스는 자국 내의 편협한 내셔널리즘과 과도한 포퓰리즘이다. 일반론으로서 위정자는 내셔널리즘이 고양될 경우, 그것을 편리하게 이용하려는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한번 그 극약에 손을 대면 막상 제동을 걸려고 해도 멈출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국민은 반드시 불행해진다.” <월간 일본> (19.9월호) ‘한일 갈등은 양국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이시바 시게루 p.47

친일파 양성은 오래전부터 일본의 국책이었다. p.60

자국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일본 측에 제공하는 행위는 잘못할 경우 일본을 이롭게 하여 한국의 국익을 손상하는 간첩행위나 모략 행위가 될 가능성 p.76

우선 한일 지소미아는 한일 군사동맹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016년 지소미아를 체결하는 이유로 거론된 것은 한일 간에 북한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라는 내용뿐이었다. ... 북 정보 교환은 지소미아가 아니더라도 가능하다. ... 한일 지소미아의 본질은 한일 악사(ACSA)와 함께 보면 쉽게 이해된다. 악사란 군사 물자 교환 협정이다. (p.114) ...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는 단계가 한일 지소미아와 한일 악사인데, 결국 이 두 개의 협정(p.115)은 무력으로 북한과 중국을 굴복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 가장 피해를 입을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p.116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 지소미아가 체결된 지 이틀 후인 20161125, 일본이 한국에 요구한 첫 번째 군사정보는 부산 한국군의 배치도였다. p.117

일본은 2007년까지 미국이 요청한 미일 지소미아 체결을 계속 거절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본의 자위대는 정식 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유사시 자위대는 미국군과 함께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 또 하나는 지소미아에는 군사기술 정보 보호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국에서 군사정보를 받았을 경우, 그 속에 미국의 군사기술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면 그 군사기술정보를 보호해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미국 측 군사정보에 포함된 군사기술정보는 특허와 마찬가지로 누설시키면 안 되고 같은 기술을 일본 내에서 군사적으로나 산업적으로 개발해서도 안 된다. 군사기술은 특허 신청을 못하는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이렇게 지소미아로 보호하는 것이다. p.118

보상금과 배상금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 보상금이라는 것은 적법 행위 과정에서 손해가 생기면 그것에 대해 지급하는 금전이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행위이다. ... 하지만 배상금이라는 것은 전체적인 행위 자체가 위법 행위였고, 그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해서 지급하는 금전을 말한다. p.147

아베 내각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는 일본이 전후 레짐’, 즉 패전국가이자 전범국가라는 체제 또는 인식에서 일본이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아베 신조는 일본이 보통 국가가 되어야 하고, 보통 국가이므로 자위대가 아닌 정식 군대를 가져야 한다는 정치적 목표를 설정했다. p.194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부정한다는 것은 스스로 독립 국가임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아가 지금의 일본을 1943년 이전의 일본으로 복귀시키겠다는 매우(p.257)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p.258

아베총리의 찌라시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배후에서 아베 총리에게 정보와 행동 지침 등을 제공하는 조직이 실제로 존재한다. 그것이 일본 최대 규모의 극우 단체인 일본회의이다. p.270

1차 세계대전 후의 독일인들이 가졌던 생각을 그들(p.279)도 갖고 있고 이런 생각은 일본에 만연되어 있다. p.280

한국이 일본보다 강해져야 한일 관계가 개선된다고 강하게 느꼈다. p.310

앞으로는 정치나 외교에서 막힌 담을 문화 교류로 돌파해야 한다. 문화 교류가 한일 관계의 열쇠가 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p.324

욱일기 문제, 독도 문제로 시끄러운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보이콧 한다면 어디까지나 방사능에 노출될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보이콧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쿠시마의 현실을 한국인에게, 그리고 세계인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나가야 할 것이다. p.352

지정학에는 세계의 모든 강국들이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섬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논리가 있다. 당연히 세계 강국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p.359

근본적으로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제 여론은 한국 편이다. ... 이러한 분위기 속에(p.367)서 우리는 결코 일본에 휘둘리거나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p.368

한국이 허리를 굽히고 파트너십을 맺는 것만 생각한다면, 약소국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국도 정체성을 내세우면서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인 한국이 세계 50, 60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나라처럼 행동한다면, 다른 나라로부터 그 정도의 대접밖(p.369)에 받지 못한다. 한국 스스로 경제적인 상황에 맞는 정치적 입장을 회복해야 그에 걸 맞는 대접을 받을 수 있다. p.370

일본의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한국에도 거대한 대 일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세를 깨달은 한국인들이 그런 네트워크를 조속히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네트워크는 일본에 관한 남남 갈등을 해결해야 하고 일본의 극우파 논리를 극복해 그들을 굴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일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일본은 러일전쟁 전후로부터 한국에 친일파를 양성해 왔다. 우리 대한민국은 120년의 적폐를 청산해 나가야한다.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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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어 수업-한성우, 설송아] 말이 그러하듯 통일 역시 | Memento 2019-10-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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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문화어 수업

한성우,설송아 공저
어크로스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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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그러하듯 통일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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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지금 상태에서의 통일은 단호히 반대한다. 아직은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언젠가 통일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많이들 공감한다. 하지만 곧 변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믿는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다. - 사람마다 다르기에, 왜가 더 큰 문제일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남과 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차이가 문화적 장벽이다. <문화어 수업>에서 이런 사례를 말해준다. 다르다면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많이 같고 일부 다르다면 이를 이상하게 여기거나 심하면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오히려 비슷하기 때문에 틀린 것으로 인식하거나 차이를 더 크게 느낀다. “결국 기준이 문제인데 그 기준을 나, 혹은 내게 친숙한 것으로만 삼으면 이 기준에 어긋나는 것은 다 구릴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갑이 지나 칠순이 다 되어가는 분단의 세월을 생각해보면 다른 것은 당연하고, 한 가지 기준을 들이대며 그것이 틀렸다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p.156” 이런 사례가 비단 말과 글에서만 그럴까.

더불어 경쟁의 문화 차이가 크다. 북한 역시 사람이 사는 세상이고, 경쟁이 없지는 않겠다. 현재 새로운 통일 명분 쌓기에 경제성이 강조한다. 통일비용보다 통일이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는 논리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성 논리만을 가지고, 같지만 많이 다른 상황에서 통일이 된다면 문제가 클 것이다. 이런 통일은 북한을 대상으로 취급하게 한다.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 유무형적으로 이득을 취해야 하는 대상 말이다. 상대를 대상화하게 된다면 그 옛날 식민지에서처럼 혹은 2등 시민처럼 북한사람을 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같은 민족, 같은 국민이지만 경제적 차이, 경쟁문화에 적응도에 따라 그들이 변두리로 밀려 날 때, 통일은 또 다른 분열과 비극을 낳을지 모른다. “‘통일이 먼저가 아니라 소통이 먼저다. p.69”는 저자의 말을 되새겨 볼만한다. “인위적으로 통일하기 보다는 자유롭게 통용할 수 있게 하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준이 자리를 잡는다. p.12”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일 보다 소통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문화어 수업>이라는 표제를 내 걸고 수업을 진행한 것은 얼마 안 되는 차이를 보이는 동시에 우리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편견과 오해를 씻어내기 위해서p.470”라고 한다. 조선, 대한제국시기에도 지역감정이 심했다고 한다. 서울과 평양이야기다. 두 도시 모두 오랫동안 한반도의 중심이자, 고대부터 수도로서 기능해 왔다. 이 중심을 기점으로 통일이 또 다른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으려면, 다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 책은 여기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단초를 준다. 말은 서로 자연스럽게 닮아가고 바뀌고 대체한다. 인위적으로 강제로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통일이나 남북교류 역시 마찬가지겠다. “기다려보며 말의 주인들에게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p.71” 말이 그러하듯, 통일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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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단어 하나만 들(p.45)으면 뜻을 알기 어렵지만 맥락으로 들으면 어느 정도 그 뜻이 파악된다. 사실 어릴 적에도 단어의 뜻을 이렇게 배우지 않았나. 누군가 사전을 들고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의미를 익혔던 것이다. 북녘말을 배우고 이해하고자 한다면 어린 그 시절로 마음만이라도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p.46

하루아침에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겄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일 텐데 누군가 언어 통일을 목소리 높여 외칠까 걱정이다. ‘통일이 먼저가 아니라 소통이 먼저다. p.69

일거에 쓸어버리려는 시도는 무모하다. ‘동자질을 해본 이는 안다. 웬만한 설거지 거리는 충분히 물에 불리면 헹구기만 해도 된다는 것을. 그리 기다려보며 말의 주인들에게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p.71

소통이 이루어지면 통일이 가까워지니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스밈압력에 기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116

영어식 발음으로는 플러스마이너스이지만 이 단어의 뿌리가 라틴어에 있음을 감안한다면 플루수미누스가 원조 발음이다. 그러니 그 발음을 구리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로지 영어 발음에만 기댄 편견일 수 있다. 결국 기준이 문제인데 그 기준을 나, 혹은 내게 친숙한 것으로만 삼으면 이 기준에 어긋나는 것은 다 구릴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갑이 지나 칠순이 다 되어가는 분단의 세월을 생각해보면 다른 것은 당연하고, 한 가지 기준을 들이대며 그것이 틀렸다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p.156

촌스러움, 세련됨, 복잡함, 어려움에 대한 판단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차피 어휘는 자연스럽게 익히면 되는 것이다. p.173

키보드도 통일이 아닌 통용으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통일하기 보다는 자유롭게 통용할 수 있게 하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준이 자리를 잡는다. p.12

결국은 다른것일 뿐 이상한것은 아니다. (p.195) 다른 것을 다르다고 인정하면 될 것을 이상하다 혹은 틀렸다 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된다. p.196

발음상의 차이는 마치 지문과 같아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p.198

차이를 강조하다보면 어느새 차별로 이어진다. ‘다른 것이 어느 순간 틀린 것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표준어와(p.204) 다른 것이 표준어 아닌 것으로 바뀌고 나아가 잘못된 것이 되기도 한다.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그래도 다른 것을 아는 것은 연구자의 임무다. 다른 것을 알아야 같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른 것이 없어지면 방언 연구자들이 할 일도 없어진다. ... 그러니 다른 것을 아는 데서 더 나아가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까지가 방언 연구자의 몫이다. p.205

문제는 단어가 아니라 문화나 삶이다. (p.222) ... 삶과 문화가 이해돼야 비로소 그 말도 이해가 된다. p.223

염려와 두려움이 많은 당국자들의 대화 통(p.231)로는 경색되기 쉽다. 그러나 개인, 기업, 기관 등의 민간 통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얽힌 실타래는 이들이 훨씬 더 잘 풀어갈지 모른다. p.232

화장품처럼 일상에서 꼭 필요하지 않는 것들은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름이 아무리 어려워도, 혹은 촌스러워도 필요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찾아서 쓴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어 있는 비상구‘EXIT’라고만 씌어 있다거나 안전벨트박띠라고만 한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p.254) ... 말의 운명은 말의 주인들이 결정해야 한다. p.255

무지개는 몇 가지 색일까?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이란 것은 옛말이다. 디자인용 컴퓨터 프로그램의 색상 팔레트에는 166제곱 개의 색상, , 1,6777,216개의 색상이 있다. 이에 비해서 말의 스펙트럼은 훨씬 적다. 일곱 가지 색 정도인 말의 스펙트럼을 두고도 우리는 다르다, 혹은 이상하다고 느(p.276)낀다. 그러나 모든 색을 섞으면 한없이 투명한 햇빛이 되듯이 모든 말을 섞으면 역시 한없이 친근한 하나의 한국어가 된다. ‘동무오빠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면 한국어 속에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p.277

불편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p.282

통일은 과거에 하나였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통일이 되는 시점은 과거가 아닌 미래다. p.319

말의 변화는 비가역적인 경우가 많다. 이미 일어난 남녘에서의 변화가 다시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p.340

소통을 원한다면 소통이 가능한 말을 써야 한다. 아이들과 소통하려면 유치원 선생님처럼 아이들의 말을 써야 하듯이, 대화를 원한다면 상대방이 알아들을 말을 써야 한다. (p.361) ... 결국 말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과 태도의 문제다. p.362

한국어는 관념 속에만 존재하는 순백의 표준말이 아니라 이 땅에서 쓰이는 모든 말의 집합이다.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의 연속선상에 있는 모든 말, 한반도는 물론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와 그보다 더 먼 모든 지역의 우리 동포들이 쓰는 말도 한국어이다. 또한 계층, 성별, 연령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모든 말로 구성된 것이 한국어이다. (p.442) ... 이 땅의 모든 말이 씨줄과 날줄을 이룬다면 그 굵기와 색은 중요하지 않다. 각각의 줄들이 튼튼하게 짜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p.443

우리 삶의 기본인 의식주와 관련된 단어 및 표현, 그리고 일상의 기본적인 말에서는 따로 언급해야 할 만한 차이가 없다. 학문이나 기술의 전문분야로 깊이 들어가면 꽤나 많은 목록을 만들어낼 수 있으나 이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일 뿐이다. p.469

<문화어 수업>이라는 표제를 내 걸고 수업을 진행한 것은 얼마 안 되는 차이를 보이는 동시에 우리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편견과 오해를 씻어내기 위해서다. p.470

그러나 먼저 추구할 것은 통일이 아닌 통합이다.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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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이름, 조선의용군-류종훈] 이념과 정치 투쟁에 지워진 이름 | Memento 2019-10-1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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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우리가 잃어버린 이름, 조선의용군

류종훈 저
가나출판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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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한 켠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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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앙금을 씻어 내지 못하고 있다. (p.35) ... 항일 무장투쟁의 명맥은 임시정부의 광복군과 만주의 항일빨치산, 그리고 이들 조선의용군이 잇고 있었다. 그중 의용군의 대오가 가장 많았고 최전선에 있었다. p.36” 그러나 남북 누구도 의용군을 기억하지 않는다. 남에서는 공산주의자로, 북에서는 국제간첩으로 몰려 배척당했다. 돌이켜 보면 우직하게 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썼던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해방공간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저 우연에 그치는 비극일까.

조선의용대 마지막 분대장으로 유명한 김학철님께서 생전 마지막 강연에서 하신 말씀이 인상 깊다. 해방 후에는 역사가 이렇게 잘못 만들어졌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우리는 무장투쟁을 한다고 했는데, 한다고 했습니다. 한다고 했지만은 성과는 미미했어요.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 저는 항일투사라는 말만 들으면 막 역겹습니다. ... 무장한 일본군의 얼굴은 보지도 못한 분들이 계속 독립운동가로 행세하고 있더라고. 그러니까 재탕, 삼탕, 몇 십 년동안 우려먹고 있더라고. 그것을 보고 대단히 실망했습니다. - 독립투사 김학철 초청강연 중(01.06.04.)”

항일무장 투쟁사에서 가장 큰 규모를 유지했고, 가장 최전선에서 싸웠던, 그래서 자신의 다리까지 잃어버렸던 독립투사가 던진 말이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이지만, 마음이 먹먹하고 답답하다. 조선의용군이 성과과 미미했다면 다른 독립군들은 무장투쟁이라고 언급할 여력조차 있는 걸까?

그들의 피와 땀은 이념에 가리 우고, 정치 투쟁에 지워졌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분명한 잘못이다. 나의 할아버지 역시 같은 고통을 받으셨다. 대한민국 안에서 그러한 고통을 받지 않은 사람이 드문 게 정상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한 번쯤은 돌아봄직도 하다.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하는,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하고, 못한 것은 못 했다고 역사에 명명백백히 기록하는 일 말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논의조차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경색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쉽다.

역사는 얄궂다. 조선의용군의 대장정은 승리의 역사로 기록되지 못했다. 그들은 해방된 조국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p.430” 다만, 중국만이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독립유공자 등의 서훈은 생각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 역사 한 켠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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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두저촌이라는 마을 입구 누각에는 아직 우리말이 선명하게 쓰여 있다. ‘왜놈의 상관놈들을 쏴 죽이고 총을 메고 조선의용군을 찾아오시오.’ 투박(p.30)하지만 힘 있게 또박또박 쓰여 있는 글자를 보면 당시 의용군의 기상을 느낄 수 있다. p.31

광복 70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앙금을 씻어 내지 못하고 있다. (p.35) ... 일본의 탄압과 잔악함이 점점 극에 달해가던 때, 항일 무장투쟁의 명맥은 임시정부의 광복군과 만주의 항일빨치산, 그리고 이들 조선의용군이 잇고 있었다. 그중 의용군의 대오가 가장 많았고 최전선에 있었다. 누구보다 독립을 멸망했고 한목숨 던지는 데 주저함이 없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염원하던 일본의 패망 이후, 남과 북 모두 그들을 역사에서 지웠다. 팔로군 동료들이 세워준 몇몇 묘비와 기념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이다. p.36

중국과 한국은 항일의 역사를 공유한다.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장소와 겹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p.77

주은래가 조선 해방 문제를 토론할 때 피차간에 각자가 자기 의견만 고집한다. 실제의 목표는 조선의 해방이고 독립이다. 차이가 있다면 방법의 문제일 뿐이다.”며 단결을 충고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런 점을 들어 독립운동 내부의 파벌과 분열을 언급하며 깎아내리는 이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통신수단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일본 경찰과 밀정들이 도처에 날뛰고 있는 형국이다 보니 흩어져 있는 독립지사들이 맘 편히 모여 회의 한 번 하기 쉽지 않았(p.86)을 것이다. 독립에 대한 고민에 전력을 다하다 보면 생각이 달라 논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전선에서는 뭉쳐야 한다는 점에는 다들 동감했다. p.87

김학철이 죽기 전 남긴 말이 있다. “편안하게 살려거든 불의를 외면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하라.” p.109

지금 중국 공산당이 북한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파고들다 보면 의용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역사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중국을 대북 정책에 활용하겠다는 일부 한국 전문가들의 태도를 볼 때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p.251

의용군이 창립된 지 80여 년이 흘렀지만, 이념의 벽은 때로 태항산의 그것보다 높고 험하다. p.324

생활과 전투는 같은 이름의 일상이었고 때론 처절하고 때론 치열했다. 예나 지금이나 삶은 언제나 고단하다. p.333

학교 건물 끝 편 앞에 기념비가 있었다. 뒷면에 조선의용군의 역사가 쓰(p.422)여 있었다.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받은 조선의용군으로 시작하는 문구는 선조들의 항일을 제대로 기억하고 써내려가지 못한 후손들의 죗값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잊히지 않은 것이 천운이다. p.423

역사는 얄궂다. 조선의용군의 대장정은 승리의 역사로 기록되지 못했다. 그들은 해방된 조국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p.430

운 좋게 중국 체류의 기회를 잡았다. 시간이 되는대로 그 약간의 흔적들을 말 그대로 훑었다. 말도 서툴고 현지 사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찾아다니기 급급한 답사객 형편이었던지라 뭔가 전문적인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었고, 다시 찾아올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길 바랐다. 가늠할 수 없는 빚을(p.432) 진 후대로서 가신 열사들에게 얼마간이라도 예의를 갖추고 싶었다. p.433



소설가들은 왕왕 역사학자가 해결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더욱 더 빛이 난다고 저는 생각해요.” 김학철 (태백산맥 출판 기념식에서)

해방 후에는 역사가 이렇게 잘못 만들어졌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우리는 무장투쟁을 한다고 했는데, 한다고 했습니다. 한다고 했지만은 성과는 미미했어요.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 저는 항일투사라는 말만 들으면 막 역겹습니다. ... 무장한 일본군의 얼굴은 보지도 못한 분들이 계속 독립운동가로 행세하고 있더라고. 그러니까 재탕, 삼탕, 몇 십 년동안 우려먹고 있더라고. 그것을 보고 대단히 실망했습니다. / 독립투사 김학철 초청강연 중(0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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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이언 모리스] 세 번째 구원자, 역사 | Memento 2019-10-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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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이언 모리스 저/최파일 역
글항아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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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만이 인류를 나누는 차이점을 설명하고, 그러한 차이가 우리를 파괴하는 것을 인류가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설명할 수 있다. p.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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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는 역사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 중 하나다. 서양과 동양 모두 실질적인 고민이 담겨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한 때 전 지구를 지배했던 서양의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입지를 역사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본인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방법을 과거에서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부상과 서양의 (비교적인) 쇠퇴는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모든 제국이 그러하듯 영원하지 않다. 반면 동양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근현대의 역사는 고통의 시기였다. 피식민지 경험은 지울 수 없는 상처다. 이를 극복할 방법을 과거에서 찾는다. 앞으로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평행하게 만들지, 나아가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방법은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대표적인 역사전쟁이라 볼 수 있다.

이언 모리스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는 이 주제에 가장 합리적인 답변이다. 현재로써 주어진 생물학, 사회학, 지리학, 고고학, 기록과 역사를 망라하여 역사를 정량화 했다. 기존의 역사에서 벗어난 빅히스토리가 역사의 범위를 빅뱅으로 확장시키고,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학제 간 통합을 이뤄냈다. 여기에 이언 모리스는 사회발전지수라는 통계를 활용해 수 만년의 역사를 표현함으로 시간의 틈을 메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의미한다. 선택과 집중은 망각을 전제로 한다.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사실들을 잊을 것인가. 왜냐하면 모든 일을 기록하고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모든 것의 역사라고 할지라도, 이 간극, 시간의 틈이 더 크다. 이언 모리스는 이 틈을 숫자와 그래프를 통해 추이로 제시하여 자연스럽게 그 틈을 메웠다.

물론 사회발전지수가 정답일리 없다. 시간의 틈은 여전히 크고, 발전지수에 대한 논쟁 역시 가능하다. 사회발전지수에 자체에 대한 부적합성이나, 지수를 측정하는데 있어서의 요소들이 부정확하다는 이의제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 물론 이에 대해서 저자 역시 대비를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시도가 의미 있는 것은 역사를 쉽게 조망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숫자나 통계는 디테일을 가리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 변화를 살펴보기에는 더 없이 편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질문의 답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대답은 장기고착이론과 단기우연이론이다. 서양의 우위는 아주 오래된 요인(이를테면 지리적 이점이나 문화적 우위 등)에 의해 그 차이가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자연스럽게 서양이 지배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론이다. 반면에 단기우연이로는 서양의 지배가 우연한 사건, 사고들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주장이다. 긴 분량을 통해 저자는 기존의 이론들이 틀렸음을 반복적으로 설명한다. 더불어 통계와 그래프를 활용해 큰 그림에서의 경향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결론으로 이끈다. 장기고착이론은 발전의 역설과 주변부와 핵심부의 관계를 통해 논박한다. 단기우연이론은 역사는 반복하지 않지만 유사한 경향을 보여준다. 특히 묵시록의 다섯 기수는 반복적으로 일어났으며, 영웅적 인물이 이러한 경향을 지연시킬 수 있지만, 막아낼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2013년이 되면 서양보다 동양의 사회발전지수가 높을 것이라 예측한다. 하지만 2013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미중무역전쟁을 본다면 저자의 예측은 틀렸다. 모두들 미국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아직은 확연하게 미국의 우위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불안한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두 문명 간의 세력교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발전의 단단한 벽을 뚫지 못한다면 다시 한 번 양 세력이 모두 좌절할 여지도 있다. 중동 불안으로 인한 이주는 스텝 지역이 막힌 이후로 없었던 현상이다. 전쟁으로 인해 묵시록의 기수 중 하나가 풀려났다. 전 세계적인 극우 세력의 등장과 경제위기는 국가 실패의 전조증상일지 모른다. 작금의 환경문제는 기근과 질병, 기후변화를 촉발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책의 흐름대로라면 양 진영 모두 위기의 순간이다. 동양과 서양, 모두 공멸한다면 기회는 제3세계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인류의 최대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어느 쪽이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특이점과 해질녘 사이의 경주 p.1546”를 막아내는가. 저자는 재러미 다이아몬드의 마을 빌어 마무리한다. 고고학자와 TV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그리고 세 번째 구원자, 역사 p.1553”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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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맥심 기관총이 없었을 때 왜 서양은 맥심 기관총을 갖고 있었는가? 이것이 내가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다. 왜냐하면 그에 대한 답변은 왜 오늘날 서양이 지배하는지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p.47) 그 답변을 통해 우리는 두 번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사람들이 왜 서양이 지배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지배가 지속될 것인지 그렇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지속될 것인지, 다시 말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p.48

더 멀리 되돌아볼 수 있다면 그만큼 앞을 더 잘 내다볼 수 있다.” 처칠 p.49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최적의 방식은 두 가지 개략적인 사고 진영으로 나누는 것일 텐데, 나는 이 두 진영을 각각 장기고착이론파와 단기우연이론파라고 부르겠다. ... 장기고착이론 뒤에 놓인 공통적 관념은 태곳적부터 어떤 결정적 요인이 동양과 서양 사이에 대단히 크고 변경 불가능한 차이를 만들어내 산업혁명이 서양에서 일어나도록 결정했다는 것이다. (p.51) ... 단기론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이 하나 있다. 장기론자들의 주장이 상당히 많이 틀렸다는 것이다. 서양은 까마득한 과거 이래로 전 지구적 지배에 고착되지 않았다. p.63

어쩌면 옛 질문을 내던지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가 아니라 서양이 지배하기는 하는가라고 말이다. p.62

역사의 모습이란 표현을 통해 내가 의미하는 바는 장기론자와 단기론자 모두 서양이 지난 200년간 전 세계를 지배해왔다는 사실에 동의하나 그 이전의 세계가 어(p.72)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모든 논의는 전근대 역사에 대한 각자 다른 평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유일한 방법은 역사의 전반적 모습을 확정하기 위해 이 근대 이전 시기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기준선을 확정해야만 우리는 왜 역사가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었는지에 관해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p.73

나는 이 책에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라고 묻는 것은 사실은 내가 사회발전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질문이라고 주장한다. 역서 사회발전이란 기본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회의 능력, 자신의 목표에 맞게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지적 환경을 형성해내는 사회의 능력을 의미한다. p.80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라고 묻는 것은 진짜로는 두 가(p.81)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는 왜 서양이 세계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더 발전했는지-다시 말해 원하는 것을 더 잘 해낼 수 있는지-와 왜 서양이 지난 200년간 그렇게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서 역사상 최초로 소수의 나라가 전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는지, 이 둘을 모두 알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질문들에 답하는 유일한 길이 사회발전 수준을 측정해-문자 그대로-역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그려내는 것이라고 본다. p.82

역사:명사. 대체로 악당인 지배자와 대체로 바보인 군인이 야기한, 대부분은 중요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대체로 틀린 기록.” 앰브로즈 비어스 p.84

진보는 일을 하면서 더 쉬운 길을 찾는 게으른 남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로버트 하인라인(SF작가) p.88

모리스 이론’ “변화는 일을 하는 데 더 쉽고 더 이득이 많고 더 안전한 길을 찾는, 게으르고 탐욕스럽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에 의해 야기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거의 모른다.” p.89

역사는 압력이 가해질 때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p.89

사회발전지수가 증가하면 추가적인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바로 그 힘을 낳는다. 나는 이것을 발전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성공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은 또 다른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 흔히 하는 말로 인생은 눈물의 골짜기인 것이다. p.90

어떤 시점에서 발전의 역설은 진정으로 혁신적인 변화로만 뚫을 수 있는 단단한 천장을 만들어낸다. 사회발전은 이러한 천장에 구속되며 필사의 경주를 펼친다. 우리는 사회가 문제 해결에 실패할 때 끔찍한 재앙들-기아, 전염병, 통제 불가능한 이주, 국가실패-이 한꺼번에 사회에 밀어닥치기 시작해 정체를 후퇴로 바꾸는 실례를 줄줄이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아와 전염병, 이주, 국가실패에 기후변화처럼 사회를 교란하는 다른 힘들이 가세하고(나는 이 다섯 가지를 통틀어 묵시록의 다섯 기수라고 부른다.), 후퇴는 수 세기에 걸쳐 파국적인 붕괴와 암흑 시대로 탈바꿈한다. p.91

생물학과 사회학은 전 지구적 유사성을 설명하는 반면 지리학은 지역적 차이를 설명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왜 서양이 지배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지리다. (p.94) ... 지리는 사회발전을 추진하는 한편 사회발전은 지리의 의미를 규정한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양자는 쌍방향적 관계다. p.96

지리적 이점은 사회발전을 추진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발전은(p.102) 지리의 의미를 변화시킨다. p.103

나는 이러한 패턴을 후진성의 이점이라고 부르는데, 후진성의 이점은 사회발전 그 자체만큼 오래된 것이다. ... 사회발전 수준이 변화하면 사회발전이 요구하는 자원도 변한다. 그러면 한때 중요하지 않았던 지역들이 자신의 후진성에서 새로운 이점을 찾아낼 수도 있다. p.105

두 가지 법칙체계-생물학과 사회학-가 지구적 규모에서 역사의 모습을 결정하는 반면, 세 번째 법칙체계-지리-는 동양과 서양이 이룬 발전의 차이를 결정했다. p.111

서양과 동양을 있는 그대로, 가치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지리학적 명칭으로 취급할 것이다. p.120

서양 지배의 토대를 생물학에 두는 인종 이론은 실제(p.202)적인 아무런 근거가 없다. 커다란 집단으로서 사람들은 우리가 어느 지역 사람이든 다 비슷비슷하며 우리는 우리의 아프리카 조상들로부터 부단히 움직이는 창조적인 정신을 물려받았다. 생물학 그 자체는 왜 서양이 지배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p.203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 p.251

왜 서양이 지배하는지 묻는 것은 실제로는 중국이나 멕시코, 인더스 강 유역이나 사하라 동부, 페루나 뉴기니에서 유래한 사회가(p.314) 아니라 왜 측면구릉지대에서 유래한 사회들이 이 행성을 지배하게 되었는가를 묻는 것이다. ... 다이아몬드가 <,균쇠>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한 이유들 때문에 분명히 틀렸다. 다이아몬드는 한마디로 자연이 불공평했다고 본다. p.315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아닌 게 아니라 사람들은 어디서나 똑같았다. 지구온난화는 모두에게 덜 일하는 것, 이전과 똑같은 양만큼 일하고 더 많이 먹는 것, 비록 더 많이 일해야 할지라도 아이를 더 많이 낳는 것 사이에서 새로운 선택의 길을 열어주었다. 새로운 기후조건은 사람들에게 더 큰 집단을 이루고 덜 떠돌아다니는 생활이라는 새로운 선택도 제시했다. 정착해서 더 많은 사직을 낳고, 더 열심히 일하는 쪽을 선택한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서 그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을 몰아냈다. 자연은 그저 이모든 과정이 서양에서 더 일찍 시작되게 했을 뿐이다. p.321

통계 수치들은 우리가 수치를 어떤 식으로 조직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지수로 변한되지 않는다. p.399

칼 포퍼는 과학에서 진보란 한 연구자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던져놓으면 다른 연구자들이 달려들어 이를 논박하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생겨나면서 갈지자걸음을 걷는 추측과 반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나는 역사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p.414

정치가나 통계학자들이 항상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단지 정책이나 수치를 제시하는 완벽하게 중립적인 방식 같은 것이 없을 뿐이다. 모든 언론 기사나 그래프는 하나같이 현실의 특정 측면을 부각하고 다른 측면은 축소한다. p.432

붕괴는 자연의 힘과 인간의 힘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 ... 더 크고 복잡한 핵심부는 기후변화나 이주와 같은 파괴적인 힘들이 철저한 붕괴를 촉발할 위험도를 증가시켜서 더 크고 위협적인 격변을 발생시킨다. p.578

사회발전의 역설-사회발전이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바로 그 힘들을 생성하는 경향-은 핵심부가 클수록 그만큼 자신에게 큰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p.580

더 크고 복잡한 핵심부는 더 크고 위협적인 혼란을 초래하지만 위기에 대응하는 더 많고 정교한 해법도 제공한다. ... 사회발전 수준이 올라갈수록 커지는 혼란의 위협과 정교해지는 방어책 사이의 경주가 촉발된다. 기원전 2200년과 기원전 1200년경에 서양에서 벌어진 것처럼 도전은 때때로 이용 가능한 대응책을 압도한다. 지도자들이 실수를 해서든 제도가 실패해서든 그저 조직과 기술이 없어서든 문제는 통제권을 벗어나고 혼란은(p.581) 붕괴로 전환되며 사회발전은 후퇴한다. p.582

단 한 명의 천재가 역사를 바꾸기보다는 절박한 사람들이 떠오른 발상은 모조리 시도해보는 가운데 결국 최상의 해법이 성공하는 식이었다. p.635

한없이 협상하는 것이 치고받고 싸우는 것보다 언제나 낫다.” 처칠 p.683

제국이 해체되는 방식은 무수히 많지만-패전, 불만이 쌓인 총독, 통제할 수 없는 대귀족, 절망적인 농민, 무능력한 관료-제국이 결속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하나, 타협뿐이다. p.730

위인 이론이라는 동전의 뒷면은 역사의 한심한 멍청이 이론이다. p.808

엔히크와 정통제가 다른 사람이었고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도 역사는 여전히 지금과 무척 비슷했을 것이다. 아마도 왜 특정 군주와 황제들이 다른 결정이 아니라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묻는 대신에 내향적인 보수주의가 중국을 덮치던 바로 그때에 왜 서유럽 사람들이 위험 부담을 각오했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위인이나 한심한 멍청이가 아니라 문화가 정화 대신 코르테스를 테노치티틀란으로 보낸 게 아닐까? p.1046

결국 모든 시대는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상을 얻기 때문이다. 똑똑하고 교육받은 사람들은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성찰하고 만약 그들이 유사한 쟁점에 맞부딪힌다면 그들이 어디에 살고 또 언제 살았는지와 상관없이 역시 유사한 범위의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다. p.1054

대서양 경제에서 혁명적인 것은 그것이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p.1170) ... 그렇게나 살 것이 많을 때 시간은 곧 돈이었다. 소설가 토머스 하디는 바늘 하나짜리 시계는 더 이상 하루를 충분하게 세분하지 못한다.”고 한탄했다. p.1172

지식인들은 사회발전이 그들에게 강요하는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각 시대는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고를 얻는다. 대양 너머에 새로운 변경을 창출한 서유럽인은 공간과 시간, 돈에 대한 표준화된 정밀한 측정 방법이 필요했고, 바늘 두 개짜리 시계가 당연해진 시점에 자연 자체가 기계가 아닐까 생각하지 않았다면 유럽인은 굉장히 둔한 사람들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양의 지배계급이 별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사상가들에게 약간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을 만큼 과학적 사고에서 충분한 이점을 보지 못하려면 그보(p.1193)다 더 둔해야 했으리라. 앞선 축의 사상이 일으킨 1~2차 물결 그리고 르네상스와 마찬가지로 원래 과학혁명과 계몽주의는 상승하는 서양의 사회발전지수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였다. p.1194

농경의 시작 이래로 주요 핵심부는 식민화와 모방의 다양한 결합을 통해 팽창해왔고, 주변부의 인구들은 핵심부에서 유효한 것들을 채택하거나 변두리의 매우 다른 환경(p.1248)에 적합하게 변형시켜왔다. 때로 이 과정은 후진성의 이점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p.1249

서유럽인은 로마인과 송나라 사람들이 실패한 곳에서 성공했는데, 세 가지가 변했기 때문이다. 첫째, 기술이 계속 축적되었다. 일부 기술은 사회발전이 붕괴할 때마다 유실되었지만 대부분은 보존되었고 다음 세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었다. (p.1250) ... 둘째, 대체로 기술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농경 제국은 이제 효과적인 대표를 갖게 되었고 러시아와 청나라는 스템 지대 초원길을 닫을 수 있었다. 그 결과 17세기에 사회발전이 단단한 천장을 압박했을 때 묵시록의 다섯 번째 기수-이주-는 나타나지 않았다. ... 셋째, 다시금 대체로 기술이 축적되었기 때문에 배는 이제 원하는 대로 어디든 갈 수 있었고, 서유럽인은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대서양 경제를 창출했다. p.1251

개혁가 지망자들은 계속해서 대체로 지배층의 변방에서 나왔다. p.1267

여성과 남성 사이 기존 사회관계를 규정하는 원리들-여성이 남성에 법적으로 예속되어 온 것-은 그 자체로 틀렸으며, 이제 인류 발전의 주요한 장애 가운데 하나다. 아내만큼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그렇게 온전한 의미에서 노예인 노예도 없었다.” 존 스튜어트 밀 p.1284

우리가 서양의 지배에 대한 반응들은 더 긴 시간대에서 살펴보면 사실, 두 가지 현격한 상관관계를 볼 수 있다. 첫째, 동양 핵심부처럼 서양의 지배 이전에 비교적 높은 사회발전 수준에 도달한 지역들은 비교적 사회발전지수가 낮은 지역들보다 더 빠르게 산업화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직접적인 유럽의 식민화를 피한 지역은 식민지가 된 지역보다 흔히 더 빠르게 산업화했다. p.1305

역사는 산 넘어 산의 연속이 아니다. 사실, 역사는 늘 똑같은 이야기의 끝없는 반복이다. 언제나 한층 새로운 적응을 요구하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는 세계에 적응해가는 거대하고 간단없는 단일한 과정이다. p.1392

우리 모두는 현실에 순응하는 선택을 하도록 강한 압력을 받는다. 또 이러한 압력을 무시하고 그래도 별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종종 우리는 이러한 급진주의자, 반란자, 낭만주의자들을 찬탄하지만 그들의 예를 따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 대부분은 안나 카레니나보다 예측 가능한 순응주의자가 대체로 더 (p.1408) 잘 산다는 것(여기서 잘 산다는 것은 식량과 주거, 배우자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는 의미다)을 안다. 진화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택한다. p.1409

문화와 자유의지는 변화란 게으르고 탐욕스럽고 겁에 질린(그리고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좀체 모르는) 사람들이 더 쉽고 이득이 크고 안전한 길을 찾음으로써 야기된다는 모리스 이론을 복잡하게 만드는 와일드카드, 즉 예측 불가능한 요소이다. 문화와 자유의지는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가속화하거나 늦춘다. 단순한 이론을 거부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문화와 자유의지는 결코 생물학과 사회학, 지리를 오랫동안 능가하지 못한다. p.1423

서양의 지배 그 자체는(p.1423) 끊임없이 변하는 지리와 사회발전 간의 상호작용 안에서 결코 장기적이지도 우연적이지도 않다. 아마도 그럴 개연성이 컸다는 것, 대부분의 역사 내내 지리가 서양 쪽에서 유리한 패를 내준 게임에서 가능성이 가장 큰 결과였다고 말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서양의 지배는 흔히 승산이 큰 내기였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p.1424

이 모든 이야기를 종합하면 결론은 서기 2000, 서양의 지배는 장기고착도 단기우연적 사건의 결과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장기 가능성에 가까웠다. p.1437

나는 이 책에서 두 가지 포괄적인 주장을 제시했다. 첫째는 생물학과 사회학, 지리가 합쳐져 사회발전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이다. , 생물학은 사회발전을 끌어올리고 사회학은 사회발전이 어떤 식으로 증가하는지(혹은 증가하지 않는지)를 구체적으로 결정하며, 지리는 어느 지역의 사회발전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지(혹은 감소하는지)를 결정한다. 둘째 지리가 어느 지역의 사회발전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지를 결정하는 한편(p.1476) 사회발전 또한 지리가 의미하는 바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이러한 논의를 확장하려 한다. 21세기는 사회발전이 생물학과 사회학이 의미하는 바 역시 변화시킬 만큼 매우 높게 증가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혹은 위협한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커다란 단절에 다가가고 있다. p.1477

나는 이 책 전반에 걸쳐서 위인과 한심한 멍청이는 역사를 형성하는 데 자신들이 믿는 것만큼 그렇게 커다란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내들이 할 수 있는 일 대부분은 역사의 경로를 바꾸기보다는 지도의 의해 추진되는 더 심오한 과정을 가속화하거나 늦추는 것이었다. p.1538

사회발전의 증가는 언제나 지리의 의미를 변화시켜왔지만 21세기에 사회발전은 매우 크게 증가하여 지리는 더 이상 무의미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특이점과 해질녘 사이의 경주일 것이다. p.1546

생물학자이자 지리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그의(p.1552) <문명의 붕괴>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세계를 파국에서 구할 수 있는 존재가 둘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고고학자들(앞선 사회가 저지른 실수의 세부 사항을 밝혀내는 사람들)이고 하나는 텔레비전(그들이 발견한 사실을 알리는 매체)이다.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고고학자로서 나는 그의 주장에 확실히 동의하지만 거기에 세 번째 구원자, 역사를 추가하고 싶다. 역사가만이 사회발전의 거대한 서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다. 역사가만이 인류를 나누는 차이점을 설명하고, 그러한 차이가 우리를 파괴하는 것을 인류가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설명할 수 있다. p.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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