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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 독서일기 2019-12-22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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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히라마쓰 요코 저/이정원 역
씨네21북스 |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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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히라마쓰 요코의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를 읽었습니다. 히라마쓰 요코의 글은 언제나 따뜻하고,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뭔가를 입에 넣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저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이를 다 닦은 상황에서도 유자차를 한 잔 타서 먹어야 했습니다. 그의 글을 읽고 나서 먹으니 그 맛과 향이 새삼스레 더 짙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히라마쓰 요코는 일본의 푸드 저널리스트로, 음식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책이 번역되어 있는데요, 저는 『어른의 맛』을 읽고 홀딱 반해서 그의 책을 전부 구입했죠. 번역된 책으로는 그 외에도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손때 묻은 나의 부엌』, 『일본 맛집 산책』,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산다는 건 잘 먹는 것』이 있습니다. 더 많은 책이 번역되길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소식이 없어 너무 아쉽네요.


 이번에 읽은 책은 그의 책들 중에서도 유달리 소박합니다. 엄청 대단한 맛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식들을 주로 다루고 있어요. 닭가슴살을 곁들인 계란국, 순무와 돼지고기 볶음, 건더기 가득한 된장국, 구운 토마토 스파게티 등 평범하디 평범하지만 그럼에도 입에 들어간 순간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음식들이죠. 거기에 이 글들까지 곁들인다면,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감칠맛 나는 맛국물은 흔한 재료로도 '앗!' 하고 손뼉을 칠 만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닭가슴살. 작은 냄비에 물을 붓고 불에 올린 다음, 끊기 전에 닭가슴살을 몇 조각 넣는다. 불을 약하게 줄여 잠시 그대로 보글보글, 국자로 거품을 걷어가면서 끓이면 그것만으로도 놀랄 만큼 맛있는 국물이 만들어진다. 바쁠 때 좋은 방법이다. 닭가슴살이 없으면 닭다리살이나 돼지고기도 괜찮다. 깔끔하고 담백한, 그러나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맛국물이 이토록 간단하게 냄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맛있는 국물은 미각을 깨끗하게 정돈해준다. 흠을 좀 잡아보려고 해도 쓸데없는 잡맛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단단하게 자리 잡은 깊은 감칠맛이 가득 녹아내리면서 혓바닥 위에서 부드럽게 노닌다. 다음 순간, 슬며시 한 줄기 깔끔한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뱃속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듯한, 그런 감각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p.31)


 이번에는 제가 기어이 침대를 벗어나 유자차를 타 먹게 만든, 유자차에 대한 글을 살펴볼까요?


 아무 생각 없이, 어떤 고민도 없이, 그저 줄곧 따사로움을 쬐었으면 좋겠다. 그런 혼자만의 겨울날 오후, 한 손에는 유자차를 쥐고 있었으면 한다. 커피나 홍차 말고, 현미차도 아니고, 문득 마시고픈 것은 직접 짜고 으깨어 만든 유자차. 왜냐고? 내가 유자 향기에서 햇살을 느끼기 때문이다.

 커다란 유자나무, 양팔 벌린 나뭇가지가 휘도록 매달린 동그란 유자, 어이없을 만큼 가득 달린 유자의 짙은 노란색은, 마치 쏟아져 내리는 빛에 고스란히 물든 것처럼 보인다.

 껍질 안쪽을 가득 채운 터질 듯한 과즙을 짜내자. 이제나저제나 기다려온, 겨울의 추위를 견디며 하루하루 신맛과 단맛을 농축해온 유자다. 꾹 짜면, 씨앗과 함께 과즙이 흘러넘친다. 껍질 안쪽의 작은 방 한구석에 잠들어 있던 것이 순간 터지면서 유자향과 함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p.93)


 어떤가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시각적, 후각적, 미각적 감각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히라마쓰 요코의 글은 언제나 그렇습니다. 사람을 참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글이라서, 때로는 우울해질 때 아무 데나 펴서 읽으면 조금 위안이 됩니다. 아, 행복은 별거 아니지. 이렇게 따뜻한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아름다운 글을 읽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고 축복인지. 이렇게 오늘도 그의 글은 저에게 소중한 감각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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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 독서일기 2019-12-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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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위화 저/김태성 역
푸른숲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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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허삼관 매혈기』 등을 쓴 중국 작가 위화의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그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책인데, 위화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거든요!)


 위화는 가장 널리 알려진 현대 중국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이름이라도 댈 수 있는 현대 중국 작가로는 위화와 모옌이 전부이긴 하네요. (역시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지만요...) 이 책에 따르면 위화와 모옌은 베이징사범대학교와 루쉰문학원이 함께 운영하던 창작 연구생반의 동기로서 2년을 같은 기숙사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이 한 기숙사에서 무려 두 명의 세계적 작가가 나왔으니 대단한 일이지요. 아무튼 저는 이 책을 통해 위화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주제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하도 많이 다녀 몇몇 에피소드는 겹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즐거웠고요.


 위화는 1967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1977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이 기간이 딱 문화대혁명과 겹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문학이라곤 루쉰의 작품밖에 읽을 수 없었고, 하도 읽을 것이 없어 《마오쩌둥 선집》의 주해를 읽으면서 매료되었을 정도라고 해요. 물론 어른들은 《마오쩌둥 선집》을 읽는 어린 위화의 모습을 보고 열심히 마오쩌둥의 사상을 공부하는 것이 대견하다며 칭찬했다네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돌려 보던 일부가 유실된 소설을 몇 권 읽을 수 있었는데, 제목도 모르고 앞부분도 모르고 결말도 모르는 이 소설을 그렇게나 열심히 읽었다고 합니다. 결말을 모르는 것은 정말 참기 어려웠기 때문에 위화는 스스로 그 소설들에 결말을 지어주며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하고요. 결국 이것이 지금의 위화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위화가 인생에 대해서, 소설에 대해서,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꽤나 인상 깊은 구절이 많았습니다. 사실 인생과 소설과 세상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이미 넘쳐나죠. 그래서 처음엔 그의 이야기라고 뭐 특별할 것이 있나 싶었지만 그래도 은근히 밑줄을 치게 되는 곳이 많았습니다.


 작년 11월에 저는 루마니아 도서전의 한 포럼에서 발제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우리가 소설에서 세 사람이 걸어오고 한 사람이 저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을 읽을 때, 우리는 이미 3 더하기 1은 4라는 수학적 사실에 도달해 있고, 설탕이 뜨거운 물에 녹는 장면을 읽을 때는 이미 화학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장면이라면 이미 물리학을 언급하고 있는 겁니다. 수학, 화학, 물리학도 피해갈 수 없는 문학이 어떻게 사회와 정치는 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를 비판하는 글의 내용 중 90퍼센트 이상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해도, 거꾸로 생각해보면 저를 칭찬하는 글에도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그 정도는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똑같이 허튼소리인데 칭찬하는 소리는 좋아하면서 비판하는 소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정말 웃긴 내용도 많았어요. 그의 소설도, 그리고 이 책의 제목도 한껏 진지하기에 책의 내용 또한 진지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재미있는 내용도 많습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거의 매일 자신이 곧 죽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고 잘 살았지요. 게다가 음산한 이야기를 여러 편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이 오히려 건강이 매일 안 좋아진다고 느꼈지요.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장 위화의 소설이 읽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우선 전에 잠깐 폈다 덮은 『허삼관 매혈기』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읽는 중국 소설인 것 같은데, 과연 제게 어떻게 다가올까요? 정말 기대가 큽니다. 아, 그리고 이 책에서 위화는 정말 방대한 양의 문학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아마 평생을 다 바쳐도 다 읽기는 힘들 것 같지만, 오늘도 '언젠가 읽을 책 리스트'의 항목들은 늘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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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부트와 AWS로 혼자 구현하는 웹 서비스 | 독서일기 2019-12-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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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프링 부트와 AWS로 혼자 구현하는 웹 서비스

이동욱 저
프리렉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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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 부트와 AWS로 혼자 구현하는 웹 서비스』는 "기억보단 기록을"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신 이동욱 님의 첫 저서입니다. 책을 쓰신다는 소식을 블로그에서 접한 이후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출간이 되어 구입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처음에 받았을 땐 책이 가격 대비 작아서 놀랐지만 실제로 펼쳐 보니 종이 질도 좋고 컬러 인쇄가 되어 있어 읽기 편하네요.


 이 책을 따라 하면 스프링 부트를 이용한 웹 서비스 개발 경험을 제대로 쌓을 수 있습니다. 인텔리제이를 설치해 새 프로젝트를 열고, 그레이들 의존성을 하나씩 추가하며 기능을 개발하는데 정말 맨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기 때문에 스프링 부트 경험이 적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다루는 범위가 넓으므로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저자가 언급한 관련 책들을 찾아봐야 하겠지만요.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은 무엇을 배워야 할지조차 모르는 초보자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현재 자바 진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ORM인 JPA를 이용해 데이터베이스를 다루고, 서버 템플릿 엔진인 머스테치를 이용해 화면을 만들고, 스프링 시큐리티와 OAuth 2.0으로 로그인 기능까지 구현합니다. 물론, 테스트 코드가 빠질 수 없죠. 테스트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여 모든 기능을 구현할 때마다 당연히 테스트가 따라옵니다. 사실 테스트의 중요성은 이미 널리 인지되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테스트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배우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 책과 함께라면 테스트에 대한 감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웹 서비스를 개발했다면 이제 배포를 해야 다른 사람도 사용할 수 있겠죠. 이 책 최고의 장점은 AWS를 다루는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AWS에 회원 가입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EC2, RDS, S3, CodeDeploy 등 AWS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서비스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배포를 넘어 Travis CI를 이용한 배포 자동화, NGINX를 이용한 무중단 배포까지 해볼 수 있어서 정말 실용적이고 재미있습니다. 맨 마지막엔 1인 개발 시 도움이 될 여러 도구 추천, 그리고 팁까지 넣어 1인 개발을 하며 어려움을 겪는 많은 개발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초보자들을 위해 설명에 굉장히 신경을 쓰신 것이 눈에 보였고, 전반적인 구성도 정말 좋아서 내용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그 외에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새 책인데도 책날개 부분 코팅이 다 벗겨져 떨어질 정도로 책 표지의 질이 별로 좋지 않고, 책 초반부터 오탈자가 정말 많이 보였습니다. 아마 금방 증쇄에 들어갈 것 같은데(이미 들어갔을지도요!), 다음 판에서는 이런 부분이 개선되어 책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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