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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2 | 독서일기 2019-04-2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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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페르세폴리스 2

마르잔 사트라피 글,그림/최주현 역
새만화책 | 2008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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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세폴리스』 2권은 마르지의 유학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1권 끝에서 마르지의 부모님은 딸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이란에서 오스트리아로 보냅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혼자 보내진 마르지는 고통의 시간을 겪게 되죠. 너무 다른 문화를 가진 곳으로 던져지다 보니 적응을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정체성의 혼란도 많이 겪습니다. "나는 이란에서는 서양 여자였고, 서양에서는 이란 여자였다. 내겐 정체성이 없었다. 내가 왜 사는지도 알 수 없었다."라는 말이 마르지의 심경을 너무나 잘 대변합니다. 결국 마르지는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마약에 빠지기도 하고, 나중엔 노숙까지 하게 됩니다.





 4년 반의 오스트리아 유학 생활을 마친 후 마르지는 다시 이란 테헤란으로 돌아와 가족의 품에 안깁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고, 이란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여전히 마르지는 많은 혼란을 겪습니다. 특히 오스트리아에서의 삶에 대해 다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끙끙 앓아야 했고요. 하지만 마르지는 이런 힘든 상황에 주저앉지 않습니다. 이란에서 여전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대학도 다니고, 결혼도 하고, 또 이혼도 하죠.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한 마르지는 10년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이란을 떠나 프랑스로 향하며 책은 끝이 납니다.





 이 책은 혁명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이란과 이란 사람들, 그곳에서 태어나 완전히 다른 문화를 가진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다녀온 한 소녀의 정체성 위기, 그리고 그의 성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직접 겪지 않았어도, 완전히 다른 시대와 다른 문화에 있는 사람이라도 이 책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너무나 많습니다. 마르지가 겪어야 했던 많은 일들은 이란의 일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론 보편적으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전쟁과 사람들의 죽음, 억압적인 사회, 성차별과 불합리한 사회구조 같은 것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다룬 책들은 물론 엄청 많지만 그 중에서도 『페르세폴리스』가 돋보이는 이유는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더 겪어야 하는 많은 불합리한 일들과 고통을 낱낱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저는 항상 여성의 목소리가 더 많이 퍼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곤 합니다. 세상의 수많은 마르지들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만 있어도 그들의 삶은 틀림없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더 많은 마르잔 사트라피가, 더 많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퍼뜨려야 합니다. 그래서 멀리 멀리까지 이들의 이야기가 닿아 결국 세상이 변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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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 영화일기 2019-04-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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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미성년

김윤석
한국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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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고르는 걸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의 영화가 나왔을 때만 극장을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냥 시간을 때우기 위해 영화관에 가서 상영중인 영화 하나를 고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개봉하는 거의 모든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겠죠. 저의 경우에는 무조건 영화를 골라서 예매를 한 후 영화관에 갑니다. 그러니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없으면 한 달에 한 번도 영화관에 가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떨 때는 일주일에도 두세 편을 볼 수도 있죠. 이번달에 저는 영화관에서 무려 9편의 영화를 보았는데요, 그 중 한국영화는 <선희와 슬기>, <미성년> 두 편이었습니다. 지난달에는 6편중 한 편, <항거>만이 한국영화였습니다. 사실 저는 한국영화를 즐겨보지 않아서, 제가 보는 영화 중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10%도 안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이런 저를 보며 사대주의적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어떤 고상한 목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재미있어서 보는 거예요. 그러니 재미없는 영화는 보지 않습니다. 자국 시장에서 개봉하는 영화와 수입에서 상영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며 검증된 외국영화를 동등한 선에서 비교하는 것은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일이죠. 하지만 관객들은 그런 생각과 분석을 하면서 영화를 보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항상 '한국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럼 좀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든가' 하는 불평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미성년>은 김윤석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네, 우리가 잘 알고있는 그 배우 김윤석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괜찮다는 소문을 여기저기서 주워듣고는 누가 나오나 찾아 보았는데, 염정아, 김소진 배우가 나오더군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긴 했는데 자세히 찾아보진 않고 바로 예매를 한 후 보고 왔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 웬만하면 자세히 찾아보지 않고 가는 편이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해서 영화를 보았는데, 보는 내내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다니!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이 바로 김윤석이라니!! 어떻게 이럴수가!!!


 '불륜'이라는 소재는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나 닳고 닳을 만큼 다뤄진 소재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 소재를 다룬 방식은 얼마나 다양했던가요? 그저 소리지르고, 싸우고, 머리채를 잡아 뜯고, 커피를 얼굴에 뿌리고, 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보지 못한 작품도 수두룩하니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요.) 물론 이 영화에서도 머리채를 잡아 뜯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요(…), 좀 다릅니다. 염정아와 김소진이라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들과, 김혜준과 박세진이라는 놀라운 신인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이 캐릭터들과 관계는 정말 입체적이고, 재미있고, 놀라웠습니다. 영화를 본 후 배우들과 감독의 인터뷰를 잔뜩 찾아본 후에는 이 영화가 더 좋아졌고요.


 주연 배우들도 훌륭하지만, 이 영화는 조연 배우들과 그 캐릭터도 전부 절묘하고 재밌습니다. 주리와 윤아의 선생님 역할을 맡은 김희원, 윤아의 무책임한 아빠 역할을 맡은 이희준, 미희와 같은 병실을 쓴 산모 역할의 정이랑과 그 엄마 역할의 염혜란, 그리고 정말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방파제 아줌마 역할의 이정은 배우까지, 어떻게 이 배우들을 다 데려와 이런 역할을 줬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떠나, 이 영화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 짧은 글 하나에 재밌다는 밋밋한 표현만 몇 번을 쓰는 건지 제 표현력이 한탄스럽지만, 그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이 훌륭하고 섬세한 신인 감독의 탄생이 정말 반갑고, 부디 이 영화가 손익분기를 넘어 또 다른 좋은 한국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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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카인드 1호 | 독서일기 2019-04-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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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우먼카인드 womankind (계간) : 1호 [2017] 창간호

편집부 저
바다출판사 | 2017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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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카인드》는 2014년 호주에서 창간된 여성을 위한 새로운 문화 잡지입니다. 3개월에 한 번 나오는 계간지이고 광고가 없으며, 한국판은 《스켑틱》, 《뉴필로소퍼》 한국판을 출간하고 있는 바다출판사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부터 출간되기 시작하여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6호까지 나와 있고요. 저는 원래 《뉴필로소퍼》를 먼저 읽고 있었는데 최근에 《우먼카인드》를 알게 되어서 우선 창간호부터 사서 읽었고, 정말 만족스러웠기에 많은 분들께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2018년에 수십년 역사를 가진 많은 잡지가 휴간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폐간되었습니다. 1970년 창간한 여성중앙, 1994년 창간한 인스타일과 쎄씨가 모두 폐간되었죠. 이처럼 이제 종이 잡지의 시대는 다 지나간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다양한 독립 잡지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잡지들은 젊은 세대의 취향을 공략하고, 광고를 싣지 않는 대신 가격이 단행본과 비슷하며, 뛰어난 디자인과 사진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보통의 잡지들과 달리 과월호도 꾸준히 사랑받고요. 저도 최근 인기가 많은 《매거진 B》나 《볼드 저널》, 《뉴필로소퍼》 등을 조금씩 사서 읽고 있었는데요, 다양하고 독특한 주제를 다루어 재미있는 글이 많고 잡지 특유의 감각적 디자인과 사진이 눈을 즐겁게 해서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먼카인드》는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고 여성의 눈으로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는 잡지"로서 여성의 자아와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여 최근에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잡지입니다.


 한국판 《우먼카인드》 창간호는 '모티베이션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여행, 독서, 고독 등에 대한 글들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매 호마다 하나의 나라를 선정해 그 나라 여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창간호에서는 터키를 다루었습니다. 번역된 글이 많지만 한국판이니만큼 국내 작가의 글도 실려 있는데요, 저는 카피라이터 김하나 님의 "우리에겐 겸손할 권리가 없다"라는 글이 정말 좋았습니다.


 남성 주도의 시스템 안에서 여성의 역할과 성과는 너무도 쉽게 잊히거나 평가절하 된다. 남성들 눈에는 여성들의 기여가 안 보이도록 세팅되어 있다. 사회의 구조와 제도, 언어, 인식이 모두 남성 위주로 돌아가니까. 그럴 때 우리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들릴까 말까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진보적인 성향으로 이름난 84세 여성 대법관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법원에 여성 대법관이 몇 명이나 있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전원'이라고 대답한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전원이 남성일 때는 의문조차 제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p.86-87)


 소설가 사라 메이틀랜드의 "고독이라는 축복"도 참 좋았습니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장 충만하다고 느끼는 사람으로서 요즘 사회가 사람들에게, 특히나 여자들에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강제한다는 생각을 아주 많이 하곤 했거든요. 이 글에서 글쓴이는 외로움과 고독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확실히 하면서, 사람들에게 고독을 즐기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독과 관련한 한 가지 문제점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그것의 사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인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데만 엄청난 시간을 쏟는다. "다른 사람을 물지 마라" 또는 "장난감을 친구와 사이좋게 갖고 놀아라"는 어린 호모사피엔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혼자 있는 것을 즐거움이 아닌 처벌로 인식시킨다. 만약 아이들에게 "오후 내내 착하게 굴었으니 이제 방에 혼자 있으렴" 같은 식의 말을 한다면 그 아이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고, 성인이 되었을 때 당연히 필요한 사회적 기술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고독을 즐기는 방법을 가르친다면 외로움이라는 병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p.70-71)


 《우먼카인드》에는 좋은 글도 많지만, 훌륭한 예술가들의 멋진 작품과 사진, 일러스트도 잔뜩 실려 있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이런 잡지가 국내에 소개되어 정말 기쁘고, 앞으로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역시 여성들의 꾸준한 관심이 동반되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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