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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 | 독서일기 2020-01-1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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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

아른핀 콜레루드 저/손화수 역
리듬문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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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이라니, 제목만 들어도 호기심이 일렁이는 책을 만났습니다. 게다가 "로또 1등 당첨"이라는 아주 자극적인(!) 소재를 가지고 쓴 소설이죠. 사실 같은 소재의 소설을 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바로 가와무라 겐키의 『억남』이라는 책인데요, 여기서 주인공 가즈오는 3억 엔(약 33억 원)의 복권에 당첨됩니다.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주인공 프랑크와 프랑크의 엄마가 2천4백만 크로네(약 30억 원)의 복권에 당첨되었으니 금액도 굉장히 비슷하네요. 아무튼 같은 소재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어떻게 다르게 전개되는지 궁금한 분이 있으시다면 두 권의 소설을 함께 읽으시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아요.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의 주인공 프랑크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중학생입니다. 물론 그 평범함은 프랑크와 엄마가 함께 번호를 고른 복권이 1등에 당첨되기 전까지만 유지되었죠. 노르웨이에서도 복권 당첨자가 대중에 공개되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만, 프랑크의 엄마가 본인의 엄마(프랑크의 외할머니)에게 당첨 소식을 전하는 바람에 금세 소문이 다 나고 맙니다. 그날부터 프랑크의 엄마는 온갖 전화와 방문, 편지를 받게 됩니다. 프랑크 역시 학교에서 인기남이 되어 사인 요청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는 한 여학생에 사귀자는 말까지 듣습니다.


 하지만 프랑크는 그 돈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가 프랑크의 몫을 은행에 넣어두고 18살이 되어야 찾을 수 있게 해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엄마 역시 씀씀이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심지어 더 구두쇠가 되어버리고 만 것 같군요. 결국 끊임없이 온갖 도움 요청을 받는 데 지쳐버린 프랑크의 엄마는 이상한 경진대회를 엽니다. "친절경진대회"라는 이름으로, 동네 사람들 중에서 특별히 착한 일을 하는 사람 한 명을 뽑아 1백만 크로네를 상금으로 주겠다는 것이지요. 이 대회가 개최된 이후, 과연 프랑크의 동네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은 소재도 그렇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전반적으로 흥미롭긴 했습니다만, 제겐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는 책 치고는 이야기가 별로 친절하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슨 의도로 나오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기도 했고요.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라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어떻게 할까?'라든가 '나라면 친절경진대회에서 1등을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볼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1학년 학생들에게 살색 색연필을 선물하고, 폴에게 새 신발을 선물하는 프랑크의 발칙하고 따뜻한 행동에 웃음 짓기도 했고요. 그래서 한 번쯤은 충분히 읽을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제게도 프랑크 엄마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네요!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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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 편지 | 독서일기 2020-01-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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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올해의 책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연의 편지

조현아 글그림
손봄북스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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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림으로 유명한 웹툰, <연의 편지>의 단행본을 읽었습니다. 웹툰을 거의 보지 않는 제게까지 소문이 퍼질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또 그 인기가 단행본 출간 즉시 증명되어 저까지 기뻤습니다. 주목받는 작품이 곧 좋은 작품인 것은 아닌데(물론 좋고 나쁨에 절대적이란 건 없지만요), 이 작품은 정말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 만큼 좋았기 때문이지요. 물론 단행본 출간 소식을 늦지 않게 접해 "독자를 위한 0번째 편지" 선물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큰 기쁨이었고요.


 이 만화의 주인공 소리는 학교 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도우려 하다가 도리어 학교 폭력의 표적이 된 이후 새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하지만 폭력의 트라우마가 너무 강해서, 전학 간 학교에서도 겉돌 위기에 처하죠. 그러던 소리는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우연히 한 편지를 발견합니다. 놀랍게도 이 편지는 소리에게 학교와 반 친구들에 대해 소개해주며 소리가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다음 편지를 찾도록 유도하는데, 이렇게 계속 다음 편지를 찾던 소리는 편지의 주인공을 아는 것 같은 동순이를 만나게 되죠.


 <연의 편지>는 독자들이 소리, 동순이와 함께하며 편지의 주인공을 찾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한 번 펼치면 다음 장이 궁금해 손을 놓을 수가 없는 작품입니다. 또한 아름다운 그림과 감동적인 스토리가 많은 독자에게 위안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많은 소리, 동순, 그리고 호연이에게 가서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빨리 생생하게 움직이는 주인공들을 보고 싶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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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터리어스 RBG | 독서일기 2020-01-0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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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올해의 책 리뷰 이벤트 참여

[도서]노터리어스 RBG

아이린 카먼,셔나 크니즈닉 공저/정태영 역
글항아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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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연말이 되면 우리는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합니다. 회고와 새해 계획은 다양한 관점에서 진행할 수 있지만 특히 제게는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돌아보는 것, 그리고 새해에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온갖 서점과 언론사가 앞다투어 '올해의 책'을 선정하기 때문에 내가 놓친 좋은 책이 없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고요. 아무튼 2019년에도 저는 좋은 책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19년에 제가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 가장 의미가 있는 책을 골랐습니다. 바로 아이린 카먼과 셔나 크니즈닉의 『노터리어스 RBG』입니다. 저자도 제목도 생소하고, 표지도 영 끌리지 않죠? 심지어 2019년에 출간된 책도 아니고, 무려 2016년에 나온 책입니다. 대체 이 책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제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2019년에 개봉한 영화 두 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와 <세상을 바꾼 변호인> 덕분입니다. 『노터리어스 RBG』와 이 두 편의 영화 모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라는 인물을 다루고 있죠. 그게 대체 누구냐고요? 그는 1933년에 태어난 미국인이며, 빌 클린턴에 의해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된 1993년 8월 이래로 지금까지 연방 대법관으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두 번째로 임명된 여성 연방 대법관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연방 대법관이 대체 뭐길래, 이 사람을 다룬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하고 책도 나왔을까요?


 우선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미국 연방 대법원은 미국 최고의 사법 기관으로 사법부를 총괄합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하네요. 대법원장과 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법관은 대통령에 의해서 지명되지요. 또한 대법관은 사망, 사직, 은퇴, 탄핵에 의해서만 물러나는 종신직이기도 합니다. 연방 대법원에서는 보통 1년에 100여 건 정도의 아주 적은 재판만이 이뤄지는 만큼, 미국 내에서 정말 중요하고 큰 재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미란다 원칙'도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서 나왔으며 인종 차별, 낙태, 총기 소유, 동성결혼 등 정말 중요한 이슈들을 다루는, 그야말로 미국의 역사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이제 미국 연방 대법원의 중요성은 알겠는데, 연방 대법관은 무려 9명이나 됩니다. 대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어떤 사람이길래 그중에서도 이렇게 이름을 날리게 되었을까요? 어떻게 미국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설적인 래퍼 노터리어스 BIG(Notorious BIG)의 이름을 딴 노터리어스 RBG로 불리며 SNS를 달구게 되었을까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1950년에 제임스 매디슨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당시는 "여학생들은 의사나 판사와 결혼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만점 성적표를 받던 긴즈버그는 코넬대에 입학했고,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엄마를 자궁경부암으로 잃습니다. 그 이후 긴즈버그는 엄마의 가르침, 언제나 독립적으로 살라는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꾸려나갑니다. 엄마가 어렵게 모아 남겨주신 8,000달러 정도의 학자금과 함께요. 코넬대에 다니면서 그는 변호사를 꿈꾸게 되었고 결국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했으며, 마틴 긴즈버그와 결혼했습니다. 마틴 긴즈버그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코넬대 및 하버드 로스쿨 1년 선배였으며 평생 그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존재가 됩니다.


 긴즈버그가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하던 그해의 신입생 중 여학생은 총 9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하버드 로스쿨의 원장이던 어윈 그리스올드는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여성인 여러분들이 남성의 자리를 차지했으니, 이를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겠습니까?" 어느 날엔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판결문 확인을 위해 도서관에 들어가려던 긴즈버그를 경비원이 가로막았습니다. 여성은 출입할 수 없다면서요. 로스쿨 본관에는 여자 화장실이 아예 없었고, 몇몇 동기 여학생은 로스쿨에 입학했다는 이유로 혼삿길이 막힐까봐 걱정해야 했습니다. 긴즈버그는 뛰어난 성적으로 로스쿨을 졸업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판연구원이 될 수 없었고, 로펌에도 고용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어렵게 커리어를 시작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이후 컬럼비아대를 거쳐 럿거스대학교에 교수로 부임합니다. 물론 여자라는 이유로 형편없는 봉급을 받아야 했고요. 하지만 점차 변호사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특히 성차별적인 법에 관한 소송을 많이 맡았고, 성차별이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에게도 해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칸 대 셰핀, 와인버거 대 비젠펠트, 칼리파노 대 골드파브 사건은 모두 차별적인 연방법 및 주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남성을 대변한 경우입니다.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에서 다룬 모리츠 대 국세청 사건 역시 성차별적 제도로 피해를 입은 남성을 대변한 경우였고요.


 결국 1993년 긴즈버그는 빌 클린턴에 의해 지명되어 연방 대법관이 됩니다. 하지만 연방 대법관이 되었다고 해서 만사가 잘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다수결로 이뤄지기 때문에, 내부에서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언제나 차별받는 편에 섰고, 때로는 거침없이 소수의견을 낭독하며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하나만 살펴보자면, 바로 셸비 카운티 대 홀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꽤 유명한 사건입니다. 이 판결의 핵심 쟁점은 투표권법 핵심 조항의 위헌 여부였는데요, 여기서 투표권법은 투표에서 인종이나 피부색을 근거로 차별을 둘 수 없도록 선거 제한을 엄격하게 금지한 법입니다. 그리고 이 판결에서 위헌 결정이 난 제4조는 주 정부가 선거법 개정 시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제 5조가 적용되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조항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너무 어렵죠.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 판결로 인해 인종차별이 심한 주의 정부가 연방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특정 인종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참고) 실제로 이 판결 이후 여러 주에서 법을 고쳐 투표 참여를 어렵게 만들었고, 이로 인한 피해는 유색인종과 빈곤층에게 쏠리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 암담한 일이지요. 이 판결에서 긴즈버그는 다음과 같은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수많은 증거가 퇴보를 예견한 의회의 전망이 사실임을 보여주었다. 차별적인 변화를 막는 데 효험을 보였고, 지금도 그러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 승인 제도를 폐기한다는 것은 폭풍우 속에서도 젖지 않을 것이라며 우산을 내동댕이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p.191-192)


 이렇게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자신의 일생 내내 차별과 맞서 싸웠고, 소수의견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실제로 세상을 바꾼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힘이 많이 났고, 저 또한 제가 선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조금이라도 세상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뭐래도 제게 2019년 최고의 책은 바로 이 책입니다. 책의 내용도 참 좋지만 디자인이나 만듦새도 훌륭해서, 소장 가치도 정말 높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의 가치를 알아봐 주신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또한 밝은 눈으로 이 책을 알아보고 2016년에 출간한, 언제나 좋은 책을 내는 글항아리 출판사에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올해에도 저 역시 좋은 출판사들의 정성 가득한 책을 더 많이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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