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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at home. 오늘, 양식하다 | 독서일기 2019-01-1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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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Eat at home 오늘, 양식 하다

정리나 저
미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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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읽은 책은 사진에서 맨 위에 있는 『eat! at home. 오늘, 양식하다』입니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집에 음식과 요리에 관련된 책이 몇 권이나 있는지 궁금해서 책꽂이를 샅샅이 뒤져 뽑아 보았는데, 소설과 에세이도 포함하여 무려 34권이나 되었습니다. 집에서 하는 요리라고는 면만 삶아 시판 소스와 함께 먹는 스파게티밖에 없는 사람 치고는 요리에 관한 책이 좀 많죠. 이렇게 많은데도 책 속의 레시피를 따라서 실제로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 민망하긴 하지만 사실입니다. 저는 어쩌면 음식과 요리 그 자체보다는 단지 그와 관련된 책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eat! at home. 오늘, 양식하다』에는 꼭 도전해보고 싶은 레시피가 정말 많았습니다. 저는 양식을 정말 좋아하지만 밖에서 양식을 먹고 만족한 적은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책에 나온 <감자 퓌레, 레드와인 소스를 곁들인 등심 스테이크>나 <시금치와 모차렐라 치즈를 곁들인 돼지 안심 스테이크>, <가자미 버터구이>와 같은 집에서는 전혀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메뉴들을 언젠가 집에서 직접 해서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이런 메뉴를 집에서도 할 수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메뉴들도 참 많았구요. 설명도 최대한 쉽게 되어 있고, 보통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양식 재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정확한 계량도 꼼꼼하게 들어 있고, 예쁘게 플레이팅할 수 있는 팁까지 전부 정리되어 있어서 이 한 권이면 양식의 기본부터 심화까지 전부 해결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에는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무엇이든 다 나오고 요리에 관련된 좋은 어플리케이션도 많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양장본 한 권에 기초적인 내용부터 자세한 레시피까지 다 들어있으니 책장에 꽂아만 두어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모든 레시피에 전문 사진 작가의 화려한 사진이 들어 있어서 기분이 나쁜 날엔 이 책을 펼쳐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기도 해요. 이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저자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얼마나 노력하셨을까요?


 내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받아 요리했던 것처럼 누군가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아 행복하게 요리하길 바란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영감을 받은 독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로 더 재미있는 방법들을 찾아 자신만의 취향대로 요리를 즐기게 되길 희망한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음식의 맛과 멋이 발전하는 짜릿한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요리는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아주 특별한 순간으로 바꿔줄 것이다. (p.343)


 이런 마음으로 책을 쓰셨기에 독자들도 그 기운을 전달받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곧 요리에 취미를 붙이게 되면(정말 곧 시작할 거예요!) 이 책을 통해 영감을 받고 기본을 쌓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즐겁게 요리하고, 제 음식과 함께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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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 독서일기 2019-01-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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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몸이 세계라면

김승섭 저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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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섭 교수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2017년에 출간된 이후 그 해부터 그 다음 해까지 온갖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정말 많은 분이 추천하신 책입니다. 저도 그 책을 정말 인상깊게 읽었는데요, 이렇게 의술이 고도로 발달해서 곧 기대수명이 100세를 넘을 것처럼 말하는 시대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픈지, 그리고 그 아픔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영향은 지금도 진행중이죠. 그리고 의대를 졸업하고 갈 수 있는 다양한 경로 중에 '사회역학자'라는 길이 있다는 것도 김승섭 교수님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이처럼 인간의 정직한 몸이 드러내는 많은 불평등과 차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에 김승섭 교수님의 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책은 우리 몸에 대한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많은 차별과 문제들을 다루었고 결국 우리가 정말 집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안내합니다.


 이번 책에도 저번 책과 마찬가지로 아픈 내용들이 참 많았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내용 중 하나는 3장에 나왔던 인종 차별에 관한 부분입니다. 많은 분들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인종 차별이 심한 나라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실 별로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예멘 난민사태는 우리 사회 다수가 난민과 외국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주 잘 드러내 주었지요. 책에 인용된 논문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2년까지, 한국인의 범죄율이 외국인의 범죄율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그런데 언론 보도 비율을 보면, 한국인의 범죄 중에서는 3.0%를, 외국인의 범죄 중에서는 26.0%를 언론에서 보도했습니다. 전체 범죄 중 외국인의 범죄 비율은 0.9%였는데 범죄 기사 중 7.7%가 피의자가 외국인임을 명시했다고 하네요. 우리의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은 이와 무관하지 않겠지요.


 또 정말 충격적인 사건 하나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터스키기 매독 실험입니다. 이 실험은 매독에 걸렸지만 치료받지 못한 흑인 환자 399명과 매독에 걸리지 않은 흑인 201명의 질병 발생을 비교한 연구입니다. 이 실험이 왜 충격적이었냐고요? 실험에 동원된 매독에 걸린 환자들이 연구에 계속 참여했던 이유는 연구진이 주기적인 검진과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매독 치료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치료하지 않은 상태로 어떤 합병증이 발생하는지,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관찰한 것이지요. 심지어 군에서 매독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자 공중보건국은 연구 대상자들을 치료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합니다. 효과적인 매독 치료제 페니실린이 발견된 이후에도 이들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갔으며, 연구진은 장례식 보조금 50달러를 지급하는 대가로 그들의 시신을 전부 부검합니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이 사건이 미국의 흑인들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정부와 보건당국을 불신하게 되었고 훗날 에이즈의 발견과 치료 과정에서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실험을 했던 정부가 제공한 약과 치료를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저는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통해, 몸에 대한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많은 차별과 아픔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들이 빈번했을 것이고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여전하겠지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이 책에는 굉장히 많은 연구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연구 과정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뽑아내어 이용하는지, 가설을 어떻게 세우고 검증하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런 내용이 꽤 많아서 지루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책을 통해 의미 있는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상식이나 내 경험에 의한 직관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사례들을 통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오늘날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이론이나 직접 경험했다는 이유로 확신하는 사실들 역시 우리 시대의 천동설일 가능성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내 생각이 틀린 것일 수 있다는 비판적 사고는 인류가 과거의 상식과 맞서 싸우며 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더 나은 설명을 제공할 수 있었던 거대한 원동력이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지구는 돌고 있으니까요. (p.316-317)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아픈 사람들을 돕고, 사회가 더 발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세상과 나 자신에 대해 의심하는 것을 멈추면 안 될 것입니다. 혹시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는 지구가 돌고 있는데도 천동설을 믿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지는 것일 테니까요.


 김승섭 교수님의 연구가 앞으로도 많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길, 그로 인해 치유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때까지 저도 제 자리에서 저 자신에게 질문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책을 사서 읽고, 여기저기에 선물하고 추천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응원을 쭉 이어가겠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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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마음 | 독서일기 2019-01-0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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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하는 마음

제현주 저
어크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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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온갖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여 독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에세이가 굉장히 많이 출간되었고, 또 아주 잘 팔렸죠. (찾아보니 캐릭터 바람의 원조는 2016년 출간된 백영옥 작가의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로 보는 것 같습니다. 무려 30만 부가 넘게 판매됐다고 하네요. 출처) 하지만 이런 식의 "힐링 에세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별 내용도 없이 얄팍한 위로를 전달한다, 캐릭터만 다르고 내용은 다 비슷하다, SNS에 올리기 위한 책이다 등 다양한 의견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책들이 유행한다는 것은 모두가 우울함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지만, 그저 "괜찮아,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위로만 하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에서 눈을 돌리게 만든다는 의견도 어디선가 보았는데 굉장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다지 힐링이 필요하지는 않아서 최근 유행한 이런 에세이들을 읽지는 않았지만 굳이 폄하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는데, 서점의 에세이 코너에서 파스텔 톤의 배경에 예쁜 그림이 그려진 비슷한 표지의 책들이 수십 권 진열된 것을 보니 확실히 기이함이 느껴지긴 하더군요.


 그렇다면 "별 내용도 없는 얄팍한 위로"가 아닌 "깊은 위로"를 전달하는 책은 대체 무슨 책일까요? 이런 질문을 최근 몇 달 동안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이 제게는 정말 큰 공감과 위로를 주었습니다. 바로 임팩트 투자사인 옐로우독의 제현주 대표님이 쓰신 『일하는 마음』입니다. 제현주 님의 글은 퍼블리의 리포트를 통해서도 몇 번 읽은 적이 있고, 공저하신 『일상기술 연구소』도 읽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지는 않았었는데, 이번 책은 읽는 내내 밑줄을 치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어떤 자세로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었고 위로와 함께 실질적인 도움도 받았습니다.


 이 책에는 좋은 내용이 정말 많지만, 제가 가장 좋았던 내용은 저자가 전문성과 탁월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나눈 부분이었습니다. 앞으로 취업을 하고 계속 일을 해야 할 텐데, 저는 전문성을 쌓아서 꾸준히 오랫동안 일하며 제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거든요. 하지만 그 전문성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요? 이렇게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대에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아주 제한적이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미래에도 계속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객석을 빼곡히 채운 청중 중 한 명이 던진 질문은 전문성에 대한 것이었다.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경력에 대해 전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연한 태도가 전문성을 구축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간주되기 때문일 것이다. (...)

 나는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보다는 자신만의 탁월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전문성이 한 가지 이름의 직업과 결부되는 것이라면, 탁월성은 일을 바라보는 접근법,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중심 기술과 연결된다. 중심 기술은 사실 하나의 서사이자 이름 붙이기다. 기자였다가 번역가이자 작가로 일하고, 또 비영리단체의 옹호부장에서 사업본부장을 거친 김희경 작가는 자신의 중심 기술이 "정보를 구조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과 지위는 계속 바뀌었지만, 정보를 구조화하는 것이 언제나 자신의 일이었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우연히' 다음 단계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두는 것,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찾아가는 것. 전통적인 이름으로 담을 수 없는 파편적 경험들을 관통하는 '이름'을 붙이고 말하는 것. 어쩌면 이런 조언들은 유동성이 불가피한 현실에 맞춰 진화한 자기계발의 복음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삶의 방식이 이틀에 걸쳐 논의되는 가운데, 기본소득을 주제로 다루는 세션을 마련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p.162-163)


 제가 전문성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을 한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 관심사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데 있었습니다. 통념에 의한 전문성은 한 가지 분야에 오래 집중해야 얻어지는 것일 텐데, 저는 한 가지에 집중하기엔 알고 싶은 것이 너무 많거든요. 경제, 역사, 사회, 정치, 환경, 공학, 의학, 예술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배우면서도 이렇게 블로그에 서평을 남기는 일도 꾸준히 하고 있죠. 최근엔 영화를 본 후에도 리뷰를 남기기 시작했고요. 이렇게 배우고 글을 쓰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전문성이라는 것을 키운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별로 쓸모 없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걱정은 조금 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보다 중요한 것이 더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에 저를 노출시킬 수 있을 테고, 그런 과정에서의 경험들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제가 스스로 엮어나갈 수 있다면 충분히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얼핏 보아 파편적이고 불연속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일관되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는 사람은 자기 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 기준에 맞춰 자기 일의 경험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만들어내는 탁월성은 전문성으로 치환되지 않더라도 굳건한 디딤돌이 되어준다. 탁월성의 세계는 교복 입은 학생의 세계와 다르다. 탁월한 사람이 언제나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한 조직 내에서 가장 먼저 승진하고 가장 좋은 고과를 받는 사람이 언제나 가장 탁월한 사람이란 법은 없다는 의미다. 스스로 탁월성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은 자기 목표를 향해 자기 기준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렇게 일하는 사람은 외부의 훈장이 주어지기 '전에' 스스로 자기 일의 보상을 누린다.

 전문성이라는 디딤돌이 정적인 것, 자격증이나 회사 타이틀, 직책의 이름을 획득하기 위해 한참 머물러야 얻어지는 것이라면, 탁월성은 끊임없이 이것과 저것을 조합하고, 그 모든 경험을 관통하면서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역량이자 고유한 스토리일 것이다. (p.169-170)


 그러므로 이제 저의 고민은 전문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탁월성에 관한 것이 되었습니다. 저만의 목표와 기준을 세워서 일을 하고 외부의 인정과 상관없이 저 스스로의 보상을 누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삶을 살 것 같습니다.


 "분절적인 경험밖에 할 수 없다면, 나는 여기서 뭘 얻어갈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야겠죠. 그리고 일하는 과정에서 계속 개인적인 결산을 해나가는 거죠. 그러니까 조직의 목표와는 별개로, 개인적인 층위 안에서 목표 설정이 되어 있고, 그 목표에 따라 계속 점검해야 한다는 거예요. 일의 경험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지 못하면, 자기 언어가 없이 분절적 경험만을 가진 상태로 머물 수밖에 없으니까요.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간판을 획득하고, 그 간판으로 자신의 경험들을 이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스스로 언어를 만들고 자신의 경험들을 해석할 수 있는 틀을 규정해 나가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요. 꼭 원대하게 해석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크건 작건 스스로 만든 해석의 틀이 없으면 계속 분절된 자신으로 사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내가 여기에서 일하는 이유를 사장님이 정하게 하지 말라고, 자기 스스로 정한 방향으로 계속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요." (p.170-171)


 위에서 쭉 한 이야기와 비슷한데 좀 구체적인 내용이라서 옮겼습니다. 대부분이 조직 내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조직의 목표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르며 점검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렇게 자기만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고 계시네요. 지금 저의 고민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조언이면서, 동시에 제게는 큰 위로를 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저만의 방식을 추구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저는 책에서 가장 좋아한 내용 일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지만, 『일하는 마음』은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에 대한 깊고 단단한 생각을 담은 책이 이 세상에 또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일을 하고 계신 모든 분들의 시야를 확장할 좋은 질문거리를 제시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좋은 책들의 제목도 참 많이 등장합니다. 전에 샀지만 아직 읽지 못한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아픈 몸을 살다』, 『랩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빨리 읽고 싶어졌고, 『몸의 증언』, 『배우는 법을 배우기』는 언젠가 읽을 책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이래서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읽을거리가 증식하죠!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좋은 책과 그 책에서 추천하는 책을 만나는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이런 즐거움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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